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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기획] 혐오사회의 그들, 혹은 우리에게 묻다 <카운터스> 이일하 감독 인터뷰

by indiespace_한솔 2018. 8. 19.



혐오사회의 그들, 혹은 우리에게 묻다

 <카운터스> 이일하 감독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관객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여전히 그 영화의 여운을 느낀다. 스크린 위 영화는 끝이 났지만, 관객들에게 영화가 가지는 의미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때때로 관객에게 영화가 가지는 의미는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는 영화가 표현하는 세상과 관객의 삶이 일치할 때 가능해지는데, 그 순간 관객들은 영화 속 인물들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더 이상 영화는 환상이 아니다이와 같은 맥락에서 <카운터스>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이 작품이 포착한 혐오의 사회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카운터스>는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혐오에 대해 질문한다. 이일하 감독을 만나 <카운터스>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카운터스개봉을 앞둔 상황에서 감회가 어떤지 듣고 싶다. (8월 13일 인터뷰 진행)

 

학생일 때 시험을 다 보고 성적표를 기다리는 기분이다. DMZ국제다큐영화제를 시작으로 최근 서울환경영화제까지 다수의 관객들을 만났지만, 여전히 떨린다. 많은 관객들을 만나 <카운터스>라는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다.

 


<카운터스>라는 작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와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2000년부터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왔으며, 국내에 개봉한 작품으로는 <울보 권투부>(2014)가 있다. 언젠가 인스턴트 라면을 사기 위해 코리안 타운의 마트에 간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혐한 혐오 시위대를 마주쳤다. 이전까지 미디어를 통해서 이들을 마주했지만, 실제로 그들을 마주했을 때 굉장히 묘한 감정이 들었다. 슬프기도, 헛웃음이 나오기도, 두렵기도 했갑자기 그 공간의 공기가 확 변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 마트 같은 경우 굉장히 자주 들렀던 곳이고, 그 마트가 있는 거리는 나에게 제 2의 고향 같은 곳이다. 사적으로 굉장히 소중한 공간에서 수많은 인파들이 혐한 시위를 하는 것을 목격하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순간적으로 다른 세계에 홀로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다큐멘터리 제작자로서 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시위 현장을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카메라를 보며 제작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힘든 점은 없었는지?

 

우선 육체적으로 힘든 점은 전반적인 시위를 카메라에 담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시위가 300m의 행렬을 띄고 있다면 촬영을 위해선 600m 이상을 왕복으로 돌아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일본의 경찰들이 '카운터스'들을 막았으며, 나는 카운터스 측에서 촬영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경찰에게 제지당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또한 촬영의 과정에서 '재특회'의 사쿠라이 마코토의 보디가드에게 폭행을 당한적도 있다. 정신적으로는 '헤이트 스피치'를 계속 들어야 하는 게 힘들었다. 내성이 생기기 전까지 굉장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카운터스>는 전직 야쿠자 다카하시가 결성한 오토코구미라는 단체를 중심으로 서사를 진행한다. 오토코구미를 만나게 된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이 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심한 이후, 전체적인 시위를 촬영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오토코구미였다. 사실 처음 봤을 때는 정확히 그들이 어떤 집단인지 판단이 불가능했다. 이후 촬영 과정에서 그들을 빈번하게 목격했고 그들이 카운터스에 속해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들에게 가 신분을 밝히면서 취재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그날 연락처 교환을 하고 이후 신주쿠에 있는 한 카페에서 그들을 만났다. 4명 정도의 오토코구미 단원들과 이야기 하게 되었고 어떠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설명했다. 며칠 후 함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자고 연락이 왔고 나 또한 오토코구미의 일원이 되었다.

 

 

<카운터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감독님의 전작 <울보 권투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개인적 감상으로 <울보 권투부>가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삶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카운터스>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포함하여 온갖 혐오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격한다고 느꼈다. 즉 감독님이 다루는 영화적 세계관이 한층 더 확장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두 작품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한번쯤은 재일 조선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꾸준하게 재일 조선인에 대해 탐구해왔지만, 이 광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조선학교 권투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으며 이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울보 권투부>. 이 영화는 미시적으로 보면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소수자들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카운터스>는 이 주제에 대한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확장된 개념으로 일본 사회에서 차별 받는 재일 조선인을 보여주었고, 그 이후에는 일본인이 구성하고 있는 사회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카운터스>에는 재일 조선인이 소수의 컷에서만 등장한다. 또한 <울보 권투부>에서 사용했던 몇 개의 컷을 <카운터스>에서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컷들이 <울보 권투부><카운터스>의 연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울보 권투부>를 제작할 때와 <카운터스>를 제작할 때 방향성이 조금 달랐다. <울보 권투부>는 인물들을 보여주는데 노력했고 작가적인 관점을 투영하려고 하지 않았다. 반면 <카운터스>의 경우 적극적으로 작가적인 관점을 투영하려고 시도했다. <카운터스>는 작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들어갔을 때 관객들이 더 큰 즐거움과 울림을 얻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카운터스>는 펑키한 음악, 모션 그래픽, 속도감 있는 편집을 사용해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다. 이러한 연출 방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 듣고 싶다.

 

촬영과정에서 카운터들의 운동을 바라봤을 때, 그들이 굉장히 펑키하게 운동을 한다고 느꼈다. 본인이 만난 카운터들중 전업 활동가는 없었고 각자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운동에 참가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회의 일원이라는 기본적인 인지를 하고 굉장히 즐겁게 반()혐오운동에 참여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카운터스 운동을 진행하면서 혐오의 말들을 정면으로 받기 때문에 다음날이면 녹초가 된다. 나도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마음으로 <카운터스>를 제작하고자 했다. 이 영화가 비록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조금은 가볍고 펑키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일본 유학생활에서 다큐멘터리 공부 및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다양한 매체 중에서 다큐멘터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일단 개인적으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카운터스>의 경우 극영화처럼 전개한 시퀀스들도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따지자면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는 엄연히 다른 영화이며, 다큐멘터리의 제작 과정은 비교적 열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가 갖는 힘은 현실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실제로 느끼고, 실제라고 인지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힘이 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가 지금까지 명목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또한 좋은 다큐멘터리는 극영화를 뛰어넘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다. 여기에서 이야기 하는 엔터테인먼트란 오락성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보고 느낀 노여움, 슬픔, 기쁨 등의 감정들도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슬픈 영화를 보고 펑펑 울면 굉장히 개운할 때가 있지 않나극영화보다 잘 짜여진 다큐멘터리는 극영화의 엔터테인먼트성을 뛰어 넘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다큐멘터리가 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다큐멘터리를 시작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라 카즈오 감독에게 다큐멘터리를 배운 것으로 알고 있다. 그에게 받은 영향은 어떠한 것이 있는가?

 

하라 카즈오 감독을 굉장히 존경하고, 그의 작품을 마스터피스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의 수업을 들으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그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 하라고 한다면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힘들다


 

하라 카즈오의 <천황 군대는 진군한다>(1987)<카운터스>의 카메라를 상당히 유사하다고 느꼈다. 보통의 다큐멘터리가 사회의 현상을 기록 혹은 포착한다면, 위 두 영화의 카메라는 하나의 인물이 된 것처럼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카메라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느꼈다. <카운터스>의 카메라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천황의 군대는 진군한다>의 카메라는 겉으로 보기에 굉장히 관찰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그대로 기록하고 포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상황에는 하라 카즈오 감독의 굉장한 개입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라 카즈오 감독은 카메라를 통해 기록하는 것 이전에 각 인물들의 설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인물들의 설정을 완료한 상태에서 카메라를 통해 기록하고, 마치 개입이 없는 듯한 뉘앙스지만, 굉장히 많은 개입이 들어간다<카운터스>에서는 카메라라는 물체가 카운터스 운동 안에서 하나의 인격을 가진다. 이는 카메라 역시 하나의 카운터스 일원으로서 피사체들과 호흡을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카운터스>를 보는 관객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를 감상할 것이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카운터스>는 어떠한 영화인가?

 

<카운터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설정을 진행했다고 생각한다. 몇 개의 컷들은 관객들에게 일대일로 직접 질문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쿠키영상에서 사쿠라이 마코토가 카메라를 직접 응시한 채로 손짓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컷이 있다. 그 컷은 관객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혐오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한다관객마다 <카운터스>라는 영화가 가지는 의미는 다를 것이다. 어떤 관객은 애국심으로 극장을 찾을 것이고, 또 어떤 관객은 혐오 반대에 동의하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을 것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즐기고 혐오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굉장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인터뷰를 마무리 하면서 이후 차기작에 대해 듣고 싶다. 또한 영화를 관람할 관객들에게 간단하게 인사 부탁드린다.

 

현재는 기획 단계에 있으며 출연자와 조율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힘들다. 거시적 관점에서는 이전에 제작한 다큐멘터리 세계관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기획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된다면 스타일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관객 분들이 영화를 즐겁게 보셨으면 좋겠다. 그것이 감독으로서 가장 큰 영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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