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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튼튼이의 모험>: 가족의 탄생

by indiespace_한솔 2018. 7. 3.





 <튼튼이의 모험 한줄 관람평


박마리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의 시간이 만들어낸 코미디

임종우 | 불안하고 흔들리는 현실 안에서도 결코 잃지 않는 유쾌함

최대한 | 간절할수록 역행하는 인생의 축소판

윤영지 | 살아있는 한 희망을 갖자

김민기 | 가족의 탄생






 <튼튼이의 모험 리뷰 : 가족의 탄생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기 님의 글입니다. 



<델타 보이즈>에 이어 매우 빠른 시간 안에 고봉수 감독의 새로운 영화가 나왔다. <튼튼이의 모험>은 감독의 스타일을 유지하며 같은 궤도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전히 같은 배우들이 등장하고 영화의 인물들은 파괴된 일상을 살아간다. 별 재능도 없는 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지만 도전은 무산되고 말 것이다.





이 영화는 끊임없이 폭력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언어적인 폭력에 물리적인 폭력까지 더해진다.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가 한층 더 폭력성을 가중시킨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흔히 우리가 마주하는 영화의 폭력성과는 다른 측면에 이 영화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영화의 폭력은 무차별적이다. 걸핏하면 사람을 죽이고 때리고 부수는 영화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튼튼이의 모험>은 흔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충길과 진권, 혁준은 일상을 거세당한 자들이다. 홀로 레슬링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막노동을 하는 고등학생, 허구한 날 술을 마시는 고등학생이 일상적이지는 않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는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 영화 내내 이들은 가족과 끊임없이 대립한다. 싸우고 또 싸우기를 반복한다. 지겨울 만큼 싸움은 지속적이다. 그들이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살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충길과 관련된 그 어느 장면에도 어머니는 없다. 매일 소주를 마시며 아들 앞에서 마구 담배를 피우는 아버지만 있을 뿐이다. 진권의 장면에는 아버지가 없다. 필리핀인 어머니만 있을 뿐이다. 혁준에게는 부모가 없다. 미용실을 하는 누나와 한심해 보이는 형만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정의 세계가 부재한다. 그들의 집은 어떤가. 낡은 브라운관 TV와 허름한 대문, 그리고 미용실에 딸린 작은 방만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은 경제적으로도 빈곤하다. 충길과 진권, 혁준은 결코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 사회로부터 완전히 배제된 사람들에 가깝다. 이 영화는 그들의 삶의 한 단편을 떼어내 보여주고 있지만 그들의 삶이 어땠을지 혹은 앞으로 그들의 삶이 어떨지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과거에 대한 추억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폭력적인 상황들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현재를 기대해본다. 재능도 실력도 없다는 걸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지만 그들은 레슬링에 몸을 던진다. 어쩌면 정말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삶을 거의 파괴당한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하나 둘 체육관에 모이기 시작한다. 티격태격 하긴 하지만 그들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함께 훈련한다.

 




그런데 서로 끊임없는 비난과 말다툼을 반복하는 이들이 마치 가족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까. 가족의 해체가 또 다른 가족의 결합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웃음으로 위장하기는 했지만 혁준의 싸움에 충길과 진권이 나서는 모습과 그 일로 인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진권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혁준의 모습이 진실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한 공간에 누워 한 이불을 덮고 밤새 싸우는 모습은 형제에 가까우니까.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겠지만 그들은 겨우 10대다.


이 이야기는 동화가 아니다. 걸핏하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아버지를 두었음에도 행복한 결말을 맞이 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는 대회 자체가 좌절되고 누군가는 또다시 폭력으로 경기를 망쳐버리고 만다. 기적처럼 1승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그 다음은 허락되지 않는다. 이들이 마냥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이 영화는 동화가 되고 말 것이다. 그저 웃기에는 그들이 마주한 세계가 참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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