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개척단> 한줄 관람평
권소연 |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할 때
이수연 | 철저히 가리어진 그늘의 실체
박마리솔 | 국가와 민족의 번영과 안녕을 위함
최대한 | 국가와 체제 안에서 개인이 이토록 나약한 것을
윤영지 | 단호하고 정확한 연출
김민기 | 새로워야 할 시대에 고함
<서산개척단> 리뷰: 번역물로서 다큐멘터리 영화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종우 님의 글입니다.
2018년 상반기에 개봉한 몇 편의 독립다큐멘터리를 살펴보자. <공동정범>과 <해원> 그리고 <서산개척단>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트라우마’다. 일련의 영화는 국가 재난과 국가 폭력의 상흔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세 편의 영화는 사건의 피해자를 호출해 증언을 수집하고 이를 재구성한다. 그리고 재구성 과정 안에 영화감독은 자신의 작가성을 기재한다. <서산개척단>은 소위 레퍼런스라 할 만한 기존 한국 액티비즘 다큐멘터리의 운동성을 충실하게 이어가는 수작이다.
국가 폭력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는 트라우마를 영화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집중한다. 물론 피해자의 증언을 왜곡하거나 곡해하면 안 된다는 윤리성은 전제로 한다.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곧 번역의 문제다. <공동정범>, <해원>, <서산개척단> 그리고 2010년대 한국 독립다큐멘터리는 트라우마의 번역자로 세상에 존재한다. <서산개척단>의 경우, 주류 미디어와 언론에 의해 남겨진 기록에서 피해자의 상처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남겨진 기록은 박정희로 대표되는 국가 정부에 의해 조작되거나 미화되어 있다. <서산개척단>은 이를 다시 영화적으로 번역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
우선 영화는 피해자의 증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식 기록에 부재한 것을 탐색한다. 국가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무마된 속임수와 잔혹한 폭력을 샅샅이 찾아낸다. <서산개척단>은 증언과 푸티지를 교차 배치하면서 고정된 근대사의 맥락을 수정한다. 한편, 영화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영화는 수사물 장르에서 전형적으로 사용되는 형태의 사운드와 디지털 이미지를 통해 관객이 서산개척단 사건을 동시대 미해결 범죄로 느끼도록 만든다. 이러한 전략은 연분홍치마의 <두 개의 문>과 <공동정범>의 기술을 전승한 것이다. 하지만 언급한 두 편의 영화와 <서산개척단>의 차이는 후자가 다루는 시간대가 상대적으로 현재와 더 멀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세 편의 영화의 또 다른 공통점은 재연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산개척단>은 해당 사건을 다룬 연극을 전면화한다. 우선 연극을 영화적으로 기록하고, 연극을 관람하는 피해 당사자들을 스펙터클하게 배치한다. 연극 관람 시퀀스는 변주되며 반복된다. 여기서 이상한 지점이 탄생한다. 연극 내부의 폭력적인 장면에서 소리에 맞추어 피해자의 신체 이미지가 빠르게 삽입되어 있다. 마치 피해자를 때리는 듯 재현된 이 몽타주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단순히 윤리의 차원으로 생각할 것은 아니라는 게 지금의 판단이다.
이러한 이조훈 감독의 영화적 선택은 앞서 언급한, 서산개척단 사건이 보편적 현재에서 너무 먼 일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대한 주관적 번역에 가깝다. 그러나 감독의 이 주관성 혹은 감정을 마주하는 게 지금 관객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 또한 동시에 들었다. 감독은 논쟁을 인지하고 있으며 오히려 자신의 간절함을 의도적으로 표면화하고 있다. 영화가 감행하는 스펙터클은 대상과 합의되지 않았지만 동시에 공유된 감정이다. 이 역설이 지금 <서산개척단>이 외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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