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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기획] 보고 또 볼 수 있는 이야기 <오목소녀> 백승화 감독 인터뷰

by indiespace_한솔 2018. 5. 24.

보고 또 볼 수 있는 이야기

 <오목소녀> 백승화 감독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기 님의 글입니다. 





쓸데없는 일을 잘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될까? 조금은 사소하고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오목에 재능을 가진 소녀가 있다. 그것은 바둑이라고 하는 더 큰 세계로부터 파생된 부차적인 결과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소녀가 자신을 가두던 것에서 탈피하는 순간은 바둑이 아니라 오목을 통해서 일어난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오목을 통해 소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쓸데없는 재능에 관심을 두고 여전히 그럼에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오목소녀> 백승화 감독을 만났다.

 


 



우선 영화의 시작을 물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웹드라마로 제작되었고, 제공이 SK브로드밴드인데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시작도 같이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SK브로드밴드가 같이했던 건 아니고요, 제작사 인디스토리에서 만든 웹드라마로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말씀드리면 <오목소녀> 시나리오는 <걷기왕> 시나리오 쓸 때 썼어요. 오히려 <걷기왕> 보다 먼저 썼죠. 그런데 당시만 해도 오목이라는 소재가 영화랑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굉장히 정적인 스포츠잖아요. 영화로 만들기도 어렵고요. 오목이라는 소재를 가지고만 있다가 <걷기왕> 시나리오를 쓴 거예요. <걷기왕> 끝나고 나서 웹드라마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엇을 할지 생각하다가 전에 쓰던 오목이 생각났어요. 웹드라마는 영화에서 조금 다루기 어려운 주제나 소재를 많이 다루기도 하잖아요.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웹드라마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게 되면서 시작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촬영을 다 끝내고 나서 후반 작업, 개봉 관련 작업들이 남아있을 때 다양한 플랫폼을 찾다가 SK브로드밴드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웹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인데, 저의 경우는 어떻게 보면 다행히 잘 된 것 같아요. 웹드라마가 작게나마 개봉을 하게 돼서 배우들이나 같이 작업했던 스태프들, 그리고 저도 나름 좋은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근데 웹드라마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없대요. 그래서 많이 어렵더라고요. 지원을 받거나 아니면 아예 매니지먼트에서 제작을 하는 방식으로 나오는 이유가 수익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영화로 개봉하게 된 저는 정말 잘 된 케이스죠.

 

 

전작에서도 주인공이 여성이었고 이번에는 캐릭터가 바둑 신동이었다는 설정인데도 여성이에요. 어떻게 보면 바둑은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되어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가 있나요?


<걷기왕> 때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는 사실 특별한 이유가 없었던 거 같아요. 반드시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해야겠다는 마음은 없었어요. 그저 이 이야기가 여성 캐릭터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걷기왕> 작업하면서 왜 여성이 주인공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서 오히려 일종의 반발심 같은 것이 생긴 것 같기도 해요.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는 투자가 어렵다는 얘기도 많이 듣다 보니 오히려 여성 주인공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앞서 말했듯 <오목소녀>도 여성 주인공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에요. 사실 제가 쓰는 이야기들이 다 그런 부분이 있는데, 오목이라는 소재 자체가 바둑과 비교되는 지점이 많이 있잖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바둑이라고 하면 조금 더 무게 있는 아저씨들이 떠오르고 인생에 비유하기도 하면서 커다랗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반면에 오목은 조금 더 장난스럽고 덜 중요한 것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현재 여성이 갖는 사회적인 포지션이 오목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오목 두는 분들 중에서도 여성 기사 분들은 별로 없어요. 바둑도 마찬가지지만요.

 

 



비슷한 맥락에서 영화의 메시지가 시대적이거나 사회적인 것 같아요.

 

<오목소녀>의 메시지가 사실 특별하지는 않아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전에도 했던 이야기들이에요. <오목소녀>는 그런 메시지들을 내레이션으로 다 이야기해주거든요. 어려운 영화도 아니고요. <걷기왕>에서 했던 이야기랑 크게 다른 이야기도 아니죠. 어쨌든 주인공 이름이 바둑인데 내레이션 마지막에 바둑 드라마의 주인공은 되지 못했지만 오목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이런 식으로 끝나요. 바둑처럼 대단한 걸 이루지는 못했어도 오목 같이 사소해 보이고 별 것 아닌 듯이 보이는 일을 이루는 이야기잖아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대적으로 필요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는데, 사실은 많은 분들이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했죠. 어떻게 보면 저도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기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들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새롭다기보다는 요즘 젊은 세대가 많이 하는 사고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과거의 사고방식 하고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잖아요. <걷기왕>포기해도 괜찮아라는 말을 건네는 영화였다면 <오목소녀>져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영화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훌륭한 거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통 제 또래의 사람들이, 또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직종에 있는 분들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할 텐데요, 어느 순간 일을 하다 보면 내가 거장이 되지는 못하겠구나또는 나는 훌륭한 영화를 못 만들겠다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그럼 나는 영화를 하면 안 되나?’ 생각해보면 또 그건 아니거든요. 뭔가 대단한 걸 해보려고 해도 사실 그런 대단한 일을 해내는 사람들은 정말 몇 명 안 되잖아요. 소위 우리가 말하는 거장이나 훌륭한 영화는 얼마 안 되기도 하고요. 또 그런 훌륭한 영화만 영화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시점에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만 둔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들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저 역시도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고, 지금도 하고 있고, 이전에도 했었죠. 그런 고민 가운데에서 그냥 편하게 생각하려 해요.

 




감독님의 영화들을 보면 기존의 서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전형적인 이야기를 다르게 이야기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고요. 그것이 앞서 말했던 것처럼 과거 세대의 사고방식에 대한 거부감 표출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거부감이 크지는 않은데, ,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렇다고 제 서사방식이 영화에서 특별하게 새롭거나 과거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가 봐왔던 것들, 그리고 제가 재미있게 봤던 것에서 찾아오는 부분도 많아요. 다만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완전히 새로운 영화는 아니더라도 매우 상업적이거나 대중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작품들이 아니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영화가 의도적으로 헐거운 방식의 연출을 택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인물들이 이야기하는데 뒤에 의미 없이 배드민턴 치는 남자가 있다든지, 아니면 바둑이와 영남, 그리고 동거인까지 세 명이 멋지게 등장하는 장면에서 뒤에 누가 지나가는 식으로요. 이런 표현의 방식은 웹드라마라는 형식 때문일까요?

 

뒤에서 배드민턴 치는 분은 아는 감독님인데 보조출연하다가 그런 역할까지 맡게 된 건데요, 헐거운 연출 방식이라기보다는 잔재미인 것 같아요. 촬영할 때 스크립터 분이나 다른 연출부 스태프들은 이래도 괜찮냐고 물어봤어요. 시선이 많이 뺏기니까요. 근데 저는 그게 좋았어요. 대화를 나누는 롱테이크 장면이 지루해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런 식으로 시선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저는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거 말고도 전국대회 점심시간에 영남이가 도시락 들고 들어오는 장면이 있어요. 거기서도 앞에서 식사하는 보조 출연자 분이 밥을 너무 맛있게 드셔서 시선이 많이 뺏겨요.(웃음) 그런 것들을 허용하는 것이 말씀하신 것처럼 빈 구석 없이 꽉 짜이게 연출하기보다는 헐겁다고 말할만한 연출인 것 같아요. <오목소녀>는 그런 연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한 부분도 있고요. 부차적인 요소들이 보는 재미라고 생각했어요. 이 작품은 웹드라마고 작은 화면에서 보는 거잖아요. 처음엔 극장에서 볼 거라고는 생각을 안 했거든요. 작은 화면에서 몇 번이나 다시 돌려볼 수 있는 건데, 그런 잔재미들이 많이 숨겨져 있으면 오히려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픽션 내부를 벗어나는 방식을 즐겨 사용하는 것 같아요. 작품에 꼭 이 영화혹은 이 드라마라는 내레이션이 등장해요. 심지어 그건 다큐멘터리인 <반드시 크게 들을 것>에서도 마찬가지이고요.


요즘 제가 그런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 기반에는 영화 자체를 대하는 태도가 깔려있기도 해요. ‘어쨌든 이거 가짜잖아’, ‘지금 우리 다 가짜인 거 알고 보잖아’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진짜'처럼 느끼게 만드는 지점을 깨버리거나 형식적 부분을 넘나드는 걸 좋아해요. 다큐멘터리 할 때도 그랬고요.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중간에도 저작권 문제로 노래가 안 나오거나 갑자기 유의사항이 나오는 장면도 있어요. 사실 영화를 만드는 분들은 리얼리티를 구현하고자 하니까 그런 몰입이 깨지는 걸 되게 두려워하잖아요. 벗어나지 않게끔 하고 싶어하죠. 집중이 깨지고 이게 가짜라는 게 드러나면 집중에 방해가 되니까요. 근데 저는 오히려 그게 가능한 톤 앤 매너의 영화를 만드는 걸 즐겨요.

 


말씀하신 것처럼 형식적인 부분을 넘나드는 것들이 재밌었던 것 같아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에서는 연출된 것이 아니다라는 자막이 들어가기도 했잖아요.

 

예전에 좋아했던 영화 중에 <몬티 파이튼의 성배>(1975)라는 작품이 있어요. 그 영화를 보면 웬만한 건 다 했거든요. 오프닝 타이틀부터 끝날 때까지 그런 식의 연출이 굉장히 많아요. 다른 분들은 그런 걸 안 좋아하는지, 아니면 별로 익숙하지 않은 건지 모르겠네요. 그런 방식의 영화들을 계속해보고 싶기는 해요. 형식을 깨는 영화들이요.

 


<걷기왕> 만들 때도 쓸데없는 재능 후보에 오목이 있다고 헀어요. 이런 쓸데없는 재능에 대한 관심은 계속 가지고 가는 건가요?

 

특별하게 그런 얘기를 많이 하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오목소녀>는 아무래도 <걷기왕> 할 때 같이 떠올렸던 이야기다 보니까 소재와 주제가 비슷한 것 같아요. 사실은 <걷기왕> 이후에 작업하거나 시나리오 준비한 것들은 비슷한 얘기는 아니거든요. <오목소녀>를 만들게 되면서 두 작품이 시리즈처럼 나왔는데, 최근에 계속 그런 질문을 많이 하시기에 이왕 할 거 3부작으로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기는 해요.(웃음) 당장은 모르겠고 재미있는 게 있으면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감독님의 영화들은 사소한 공통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서술자의 존재나 챕터 구분, 그리고 오프닝 크레딧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잘 못하는 거 같아요.(웃음) <오목소녀>는 웹드라마 형식이라서 매화가 나눠져 있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는데요, 갑자기 얘기하다 보니 , 나 이거 잘 못하는 거 같은데?’ 생각이 드네요.(웃음) 잘하면 좋겠습니다.

 

 

오프닝이나 챕터 구분 같은 것들은 감독님이 애니메이션 전공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굉장히 만화적인 요소기도 해요.

 

영향이 있나 봐요. 전공이 애니메이션이긴 한데 사실 저는 그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안 해봤거든요.(웃음) 애니메이션을 그렇게 깊게 한 것도 아니라서요. 애니메이션 전공자라서 보다는 영화 전공자가 아니고 영화 작업에만 속해있는 게 아니라서 그런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좋아하다 보니까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오목소녀>에는 패러디가 많이 등장하잖아요. 패러디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친구에게 '슬램덩크' 패러디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스포일러를 당한 케이스이거든요.(웃음)

 

말씀하신 것처럼 슬램덩크의 유명한 내레이션 패러디도 있는데 사실 진짜 큰 의미 없이 한 거예요. ‘왼손이같은 경우도 '기생수'에서는 오른쪽이가 있잖아요, 그러면 우리는 왼쪽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냥 했어요왼손이는 원래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를 붙일 생각이었는데 하다 보니까 점토로 바뀌게 되었어요. 또 후시 녹음하면서 들어간 부분도 있는데, 바둑이가 위기에 몰렸을 때 혼자 환상에 빠지듯이 생각하자. 생각하자되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 부분은 패러디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비밀은 없다>에서 손예진 배우가 맡은 연홍 역의 내레이션을 따온 것입니다. 정핫윙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모르시더라고요. 저희는 다 알 줄 알았거든요. 예전에 인터넷에 잠깐 돌아다니던 이 있어요. 정핫윙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지칭하는 이 있는데 거기서 따온 거예요.

 

 



커트 코베인이나 지미 헨드릭스처럼 ‘27살에 죽을 것이다는 말을 하는, 소위 말해 음악 하는캐릭터들이 감독님의 영화에 항상 등장해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자기 반영성에 관해서도 질문하고 싶고요.

 

듣고 보니 그렇네요. 저는 그런 캐릭터를 그리는 게 쉽나 봐요. 그런 인물이 익숙하고 쉬워서 떠올리는 건지, 아니면 약간 비꼬려고 떠올리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저에게 쉽게 떠오르는 캐릭터인 건 맞아요. 그런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 보니까 쉽게 떠오르는 거죠. 매번 우호적으로 그리는 것은 아니고 비꼬고 싶을 때도 있어요.

 

 

57분이라는 러닝타임도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제작 측에서 60분을 넘겼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유통될 때도 그게 일반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아져서 도저히 60분을 넘기기가 힘들었어요. 최대한 길게 하려고 했지만 57분이 됐어요. 사실 여러 요인이 있는 것 같아요. 제작비도 많지 않았고 촬영 회차도 그렇게 많지 않았거든요. 60분을 넘길 수 있도록 길게 찍을 수 있는 예산이 아니었어요. 본래의 이야기 자체도 그렇게 길지 않았고요. 오히려 이번에 작업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이, 앞으로 이런 규모의 저예산 영화를 찍으면 이 정도 길이로 찍어야겠다는 거였어요. ‘왜 독립영화는 항상 돈 없고 저예산 영화인데 똑같이 90, 120분 찍으려고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차라리 회차 줄이고 60분 정도의 작품을 만들면 조금 더 넉넉하게 영화를 찍을 수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굳이 길게 할 필요 없기도 하고요.

 


웹드라마와 영화 분량의 차이가 있나요?

 

거의 비슷해요. 다른 부분을 찾자면 웹드라마에는 매화 끝날 때 오늘의 오목이라고 오목에 대해 소개해주는 꼭지가 들어가 있어요. 영화에는 한 번만 들어가 있습니다. 그 정도 말고는 다 똑같아요.

 

 

편집의 차이는 있나요?

 

없습니다.(웃음) 그렇게 할 수 있는 예산의 여지가 없었어요.

 

 



마지막은 늘 그렇듯 앞으로의 계획이나 차기작에 대해서 질문해야 할 것 같아요.

 

당장은 특별한 건 없어요. 시나리오 쓰던 게 있고 이런저런 준비하는 작업들이 있기는 있어요. 기약은 없지만 항상 하는 것들이 있죠. 당장 <오목소녀>를 작게라도 개봉했으니까 그 과정에서 개봉을 맞아 GV도 하고 이런 저런 일들을 하는 게 당장의 계획이에요.

 

 

생각 중인 이야기가 있나요?

 

연출을 생각하면서 당장 하는 건 없습니다. 시나리오만 쓰고 싶어서 쓰는 게 있어요. 이렇게 개인적으로 쓰는 거는 전혀 다른 얘기예요. <걷기왕>이랑 <오목소녀>를 하고 나서 많은 분들이 여쭤보시기에 잠깐 생각했던 것 중에 게이트볼 치는 할머니이야기가 있어요. ‘다음에는 뭐할 거냐. 체육 할 거냐.’ 농담처럼 많이 물어보셔서 사실 며칠 전에 게이트볼에 대해 찾아봤거든요. 재미있더라고요. 그런데 못하겠다 싶었던 게, 게이트볼은 노인 분들이 많이 하잖아요. 게이트볼이 한 팀에 다섯 명이던데 그럼 10명이 경기하는 거고, 그 말은 배우 분들이 10분이 나온다는 거죠.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안 하고 있었는데 일단 시나리오만이라도 써볼까 생각 중입니다. <오목소녀> 하면서 새롭게 생각하게 된 건데, 영화에 나오는 이지원 배우가 영남 역할을 되게 좋아했어요. 생각해보니까 아역 배우들도 매번 영화에서 소비되는 방식이 비슷하고 아역 배우가 실제로 다양하게 자기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는 별로 없더라고요. 반대로 아역뿐만 아니라 연세 있으신 배우들도 그렇게 보여줄 수 있는 영화가 얼마 없죠. 그래서 게이트볼을 다루게 된다면 노인들의 이야기라고 너무 상투적으로 다루지 않고 조금 더 활기차고 에너제틱하게, 재미있게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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