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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소통과 거짓말 + 해피뻐스데이> : 밀접하지만 단절된

by indiespace_한솔 2017. 11. 30.






 <소통과 거짓말> 한줄 관람평


박범수 | 딱딱한 외피를 두른 곪은 상처를 지독하게 두드린다

조휴연 | 깨진 인간의 조각 사이를 관찰하다

김신 | 두드러지는 형식 안에서 그저 도열되는 아이디어들

남선우 | 반투명유리처럼


 <해피뻐스데이> 한줄 관람평


박범수 | 구조화된 폭력을 빌어 가족이라는 마지막 성역을 해체하는 가열찬 시도

조휴연 | 깨진 채 나뒹구는 인간들의 조각 사이를 관찰하다

이가영 | 도덕과 윤리에 결속되지 않는 작가주의

김신 | 인물이 버텨야 하는 건지관객이 버텨야 하는 건지판을 벌여놓고 뒤에서 웃는 감독

남선우 | 그저 각자 간절한 존재들






  <소통과 거짓말 + 해피뻐스데이> 리뷰: 밀접하지만 단절된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최근 이승원 감독은 <소통과 거짓말>과 <해피뻐스데이> 두 작품을 동시에 개봉하며 관객들을 찾아왔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섹션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소통과 거짓말>은 호평을 받았고, 아시아진흥기구상(NETPAC)상을 수상한 후 수많은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이러한 호평 일색에도 불구하고 개봉은 한참 늦은 2017년에 이뤄졌는데파격적인 장면들이 다수 포함되었고 많은 관객들이 이를 당혹스러워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필자 역시 당혹스러워하는 많은 관객들 중 하나였지만 이러한 감정은 영화 후반부 존중으로 변하게 되었다이승원 감독이 <소통과 거짓말>의 파격적인 장면을 통해 추구한 방향성은 올해 본 어떠한 영화보다 자유로운 방법으로 시도된 것이었다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목표한 바를 표현하는 아방가르드한 영화였다.


2016년 전주영화제에서 이승원 감독은 그의 두 번째 작품 <해피뻐스데이>를 공개했다. <해피뻐스데이>는 전작 <소통과 거짓말>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영화다. <해피뻐스데이>는 <소통과 거짓말>에서 보여줬던 감독의 자유로운 표현 방식에 유머가 가미된 작품이다. <해피뻐스데이>는 가족들의 불안정함을 유머라는 도구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소통과 거짓말


<소통과 거짓말>은 4:3의 화면비어두운 흑백화면, 10분간의 롱 테이크미궁으로 빠지는 듯한 카메라 워킹으로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단 한 컷을 통해 관객들은 숨이 턱턱 막히기 시작하고 정확한 실체는 없지만 무언가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이다이승원 감독이 얼마나 실험적이고 아방가르드한 방식으로 이 영화를 그려내는지 느껴진다.


영화는 몸을 아무렇지 않게 내던지며 남자들과 관계를 맺는 장선과 함께 여행을 간 김 선생을 중심으로 흘러간다홀연히 여행을 떠나게 된 둘은 서로 어색하고 뜬구름 잡는 대화를 이어간다은행 빚 80만 원 때문에 남편에게 소리를 질렀던 장선은 10억을 투자해 빵집을 차릴 거라는 말을 한다이에 김 선생은 통장을 다 정리하면 현금으로 5억 정도 있다면서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이 둘의 대화는 거짓과 허풍으로만 만들어져 있다이 거짓과 허풍 속에서 둘은 진득하게 몸을 섞는다어떠한 감정도 없고 소통은 인위적이지만몸은 제일 가까워진다.


이 둘의 어색한 관계는 김 선생이 장선에게 딸에 관련된 질문을 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장선은 이 질문에 선을 긋고 사적인 질문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급기야 장선은 서울에 먼저 올라가고 둘의 관계는 끝이 난다며칠 후 김 선생은 장선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된다한참을 허탈해하다가 술에 취해 지나가는 여자에게 섹스를 하자며 소리지르는 김 선생의 모습이 머저리 같아 보이면서도 순간의 쾌락으로 모든 고통을 견뎌내는 모습이 장선의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카메라의 시선에서 보는 길거리의 여자에게 섹스를 하자며 울부짖는 김 선생의 모습은 두렵다는 느낌보다 쓸쓸하고 잔인한 엔딩으로 느껴진다.

 



 




해피뻐스데이

 

몸이 불편한 장남의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순차적으로 집에 모이기 시작한다그리고 모인 가족들은 장남을 죽이려고 계획을 세운다인간이 맺는 관계 중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가족이 가족을 죽이려고 하는 이 잔인한 이야기는 캐릭터의 다양성과 유머 뒤에 숨어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많은 관객들이 1차적으로 이 영화를 '독특한 색깔의 영화' 정도로 받아들이지만, 그 속의 잔인함을 알아차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각자의 의사는 다를지언정 모든 가족들이 장남을 죽이는데 동조하고 이 과정에서 한명씩 장남의 방에 들어가 각자 속에 있는 진실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다른 어떤 가족에게도 진실된 이야기를 토해내지 못하는 이들이 유일하게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상대가 바로 장남이지만모두가 그를 살해하는 데 일조하는 그림은 아이러니하다.

 

장남의 생일 날그를 죽이기 위해 온가족이 모였다온 가족이 함께 그를 죽인 후 이를 비밀로 공유한다온 가족이 비밀을 나누어 가짐으로써 결국에는 이 불안한 가족을 결합시킨다이 불안하고 불완전한 가족이 잠시나마 하나로 합쳐짐과 함께 찝찝함이 가슴 속을 꽉 채운다.

 



 




밀접하지만 단절된

 

<소통과 거짓말>과 <해피뻐스데이>는 표면적으로는 다른 느낌의 영화이지만다른 모습 속에서도 일관된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다. <소통과 거짓말>의 장선과 김 선생은 섹라는 수단을 통해 신체적인 의미에서 궁극적인 소통을 이룬다신체적인 의미에서 궁극적인 소통을 이뤘지만서로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일절 알지 못하고 이외의 소통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해피뻐스데이역시 비슷하다. 가족이란 인간이 맺는 가장 가깝고 밀접한 관계이다영화에서 가족들은 장남의 생일이라는 이유로 한 집에 모이지만그들은 서로에 대한 어떠한 이해도 없고 소통도 존재하지 않는다이승원 감독은 두 영화를 통해 각기 다른 방법으로 위선적인 관계 속 소통의 단절을 보여주고 있다.

 


 

소수의 상영관차기작에 대한 궁금증

 

현재 이승원 감독의 두 영화는 소수의 극장에서만 상영하고 있고 그의 영화를 아직 많은 관객들이 접하지는 못한 실정이다하지만 영화제 상영과 이번 개봉을 통해 그가 추구하는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그는 <세 자매>라는 세 번째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국내에서 가장 아방가르드한 영화를 찍는 감독 중 하나인 이승원 감독이 내년에는 어떤 영화로 돌아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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