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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영화진흥위원회는 독립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을 정상화하라

by indiespace_은 2016. 12. 13.

[성명서] 영화진흥위원회는 독립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을 정상화하라


2016년 12월 31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직접 운영해온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이하 인디플러스)가 폐관한다. 영진위는 지난 2011년 3월 11일 인디플러스를 개관해 5년 9개월간 운영해 왔다. 영진위는 ‘독립영화전용관 직접 운영에 따른 비효율성 지적 등 여러 의견을 수렴하여 인디플러스의 운영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폐관 사유를 밝혔다. 실제 2016년 영진위가 70석짜리 인디플러스 운영에 책정한 예산은 무려 6억2천800만 원이었다. 


2007년 시작된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 관련 사업은 이미 2010년부터 파행을 거듭해 왔다. 이른바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이라는 명목으로 2010년 허울뿐인 운영사업자 공모제를 도입해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을 기획하고 지정 위탁받아 운영해온 한국독립영화협회를 배제시켰고, 새로운 단체를 공모해 시행한 독립영화전용관의 운영 성과가 미흡하자 1년 만에 돌연 공모제를 철회하고 2011년 직영체제로 전환했다. 직영체제를 통해 전문인력을 채용하여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은 2년 만에 전문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산산 조각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독립영화전용관임에도 불구하고 2012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잼 다큐 강정>의 상영을 불허했으며, 2014년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상영을 불허해 독립영화전용관이라는 사업에 오점을 남겼다.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의 문제가 인디플러스 운영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개관한 민간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를 2014년 1년간 지원했지만 <다이빙벨> 등 정부정책에 반하는 영화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2015년 돌연 지원 정책에서 배제했으며, 2010년부터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 확대 설치에 따라 제2독립영화전용관으로 지원해온 아리랑시네센터 역시 같은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제외했다. 인디스페이스와 아리랑시네센터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면서 영진위가 밝힌 사유는 ‘지역 독립영화전용관 설립 지원’이었다. 하지만 정작 2015년 개관한 대구의 민간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은 영진위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사유는 뻔했다. <다이빙벨> 등 정권이 싫어한 영화를 상영했기 때문이었다. 독립영화 활성화를 위한다는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은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시행되어 왔다. 


독립영화계는 그간 직영 영화관에는 6억여 원이라는 큰 예산을 투입하면서 민간에서 힘겹게 운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에 대한 지원은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꾸준히 문제 제기해왔다. 하지만 영진위는 이런 문제 제기를 묵살했다. 그저 묵살한 것만은 아니었다. 2016년엔 뜬금없이 지역 독립영화 설립 지원사업을 발표했다. 오직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만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었고, 민간에서 운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들은 계속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심지어 오오극장이 운영되고 있는 대구광역시에 오오극장이 아닌 독립영화전용관을 설립하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독립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인가!


영진위가 비정상적으로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을 시행하는 동안 민간 독립영화전용관들은 운영의 어려움으로 폐관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영진위는 무시로 일관했다. 인디플러스의 운영을 폐지하겠다고 밝히는 순간까지도 민간 독립영화전용관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그저 ‘영화진흥위원회는 향후에도 독립영화제작지원, 다양성영화개봉지원, 독립영화제 지원, 다양한 기획전 지원 및 지역독립영화전용관 설립 지원 등을 통해 독립영화가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라는 허울 좋은 변명만 남겼을 뿐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영화관에 대한 지원은 배제하고, 표현의 자유와 시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면서 독단적으로 인디플러스를 운영해온 영진위가 인디플러스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폐관을 결정한 것은 비정상적으로 사업을 집행해온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영진위가 직영하는 인디플러스에 대해 여러 지적이 있었고 이에 따라 사업 개편이 필요하다면, 향후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을 어떻게 집행해야 할 것인지 의견 수렴을 선행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영진위는 이런 과정 없이, 기존 사업에 대한 평가와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폐관을 결정했다. 그리고 향후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이는 그간 영진위가 보여온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운영 방식을 여전히 답습하는 것일 뿐이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오오극장, 그리고 아리랑시네센터는 영진위 독립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의 수혜자가 아니라 주체여야 한다. 독립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은 단순한 영화관 지원사업이 아니라 한국 독립영화 발전과 지역 문화 활성화라는 목표와 원칙 아래 집행되어야 한다. 그 원칙을 고수하며 꿋꿋하게 현장을 지키는 기존 독립영화전용관들이 사업의 주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불통, 독단, 독선으로 얼룩진 독립영화전용관 운영 지원사업이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되길 바라며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오오극장, 아리랑시네센터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영화진흥위원회는 폐관을 결정한 인디플러스 등 독립영화전용관 지원 관련 예산이 어떻게 집행되어 왔는지 명백하게 공개하고, 향후 독립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을 어떻게 시행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라.


1. 박근혜 정권 하에서 비정상적으로 개편된 독립영화전용관 운영 지원사업을 전면적인 재검토하고, 불합리하게 지원대상에서 배제된 인디스페이스와 아리랑시네센터에 대한 지원은 물론 지역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밝혀라.


1. 독립영화전용관의 전국적인 확대를 위해 지자체나 공공기관만이 아니라 민간의 다양한 주체가 자율적으로 독립영화전용관 설립에 나설 수 있도록 지역 독립영화전용관 설립 지원사업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라.


1. 독립영화 관련 사업들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독립영화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독립영화의 발전과 진흥 방안에 대한 논의를 당장 시작하라.


2016년 12월 13일

사단법인독립영화전용관확대를위한시민모임 | 성북문화재단 아리랑시네센터 |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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