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역> 한줄 관람평
김은혜 | 미숙한 소년들에게 그 누가 돌을 던지랴
박정하 | 그러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재개발도, 돈도 아닌 누군가의 애정 어린 관심
채소라 | 날 것의 감정을 가진 청춘이 때 묻은 사회에 베인 상처
김민형 | 개인들에게 불어 닥친 개발 이데올로기
위정연 | 확실과 불확실을 끊임없이 오가는 비선형의 삶
김수영 | 재개발 되지 못한 청춘의 잿빛 인생
<수색역> 리뷰: 미숙한 소년들에게 그 누가 돌을 던지랴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님의 글입니다.
‘청춘’은 늘 ‘미성숙’, ‘방황’이란 단어를 동반해왔다. 이제는 ‘청춘’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나온 영화들이면 꼭 등장하기 마련이고, <수색역> 또한 같은 맥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수색역>은 여느 청춘영화들보다는 더욱 한정된 공간, 그리고 작은 인간관계 속에서 감정의 회오리바람을 보다 세세하게, 그러면서도 세차게 불러일으킨다.
1999년 서울의 수색동. 난지도가 바로 옆인 이곳은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주변의 시선이 수색동 일대로 모여든 시점에 재개발 관련 업자들도 이 동네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윤석(맹세창 분), 상우(공명 분), 원선(이태환 분), 호영(이진성 분)은 어려서부터 수색동에서 학교도 같이 다니며 사이좋게 지내던 친구들이었다. 졸업 후, 윤석은 가족을 도와 채소가게에서 일하고, 호영은 실습 나가던 공장에 취직한다. 상우는 아빠를 도와 고물상 일을 하게 되고, 원선은 재개발사업 일을 돕게 된다. 상우는 자신이 갖고 싶었던 일과 여자를 모두 원선이 차지하였음을 보고는 자격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네 친구가 모여 술을 마시던 중 원선과 상우가 다툼을 벌이다 원선이 개천으로 떨어지면서 이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게 된다.
작은 동네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초년생으로 발돋움하는 이 시기에, 상우는 자꾸만 어긋나기 시작한다. 질투심과 열등감으로 인해 원선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다. 둘도 없는 친구에 대한 죄책감은 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근사한 일은 하고 싶고 좋아하던 여자를 갖고는 싶다. 예전처럼 다시 친구들과 함께 술 마시고 장난치며 놀고 싶지만, 사고가 생긴 날 이후부터 점차 갈라지는 모습에 괴로워한다. 그런데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고 화내고 주먹다짐을 하며 서로에게 또 상처를 준다. 상우가 자꾸 마음과 다르게 어긋난 행동을 하면 할수록, 친구들은 큰 상처를 받고 그것을 보고 있는 자신 역시 힘겨워한다.
사실, 상우는 그저 원선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가 뒤섞이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채 직설적으로 표현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욱하는 성격에 주먹이 먼저 나가는 상우를 우리는 그리 곱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렇다고 서툴고 미숙했던 상우의 행동만을 탓해야할까. 터놓고 서로의 마음을 말하지 못한 채 욕만 주거니 받거니 하던 이 소년들의 비극을 오로지 상우에게만 전가해야할까. 감정의 기복이 클 수밖에 없는 이 소년들은 ‘재개발’이라는 변화 속에서 멈출 수 없는 파도에 휩쓸린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이들은 수색동 안에서 서로 지지고 볶는다. ‘수색동을 벗어나면 그만’이 아니었던 그들은 무식하리만큼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고 비수를 꽂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감정 표현의 전부였던 셈이다. 모든 것이 서툰 소년들에게 과연 어른들은 진정한 조언을 건네주었을까. 만약 우리가 그 소년들이었다면 그런 비극까지는 아니었을지라도 그들보다 더욱 성숙하게 대화하고 표현했으리라고 쉽게 장담할 수 있을까.
지금의 수색동은 많이 바뀌었다. 비록 남들만큼 영롱하고 찬란하지는 않았더라도 그들의 청춘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있을 것이고, 조각나버린 우정 속에서 그들은 각자 다시 새로이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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