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울보> : 네 세상을 들려줘

by indiespace_은 2016. 2. 4.




 <울보줄 관람평

차아름 | 어리고 나쁜 세상은 혼자도 함께도 벅차다

김수빈 | 익숙한 주제를 새롭게 전하는 힘

심지원 | 네 세상을 들려줘

추병진 | 꾸미지도 과장하지도 않는 카메라의 정직한 시선

김가영 | 누가 감히 그들의 눈물을 이해한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울보리뷰

<울보> : 네 세상을 들려줘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님의 글입니다.


같은 나이의 소년과 소녀가 있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이제 막 스스로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해나가는 출발점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각자 경험하는 세상은 서로의 것과 너무나도 다르다. 그럼에도 단 한 가지 사실만큼은 같아 보인다. 각자의 세상이 결코 그들이 원한 모습은 아니라는 것. 



전학생 이섭(장유상 분)은 전형적인 모범생인 반면, 하윤(하윤경 분)은 어른들에게 보호관찰 대상이다. 이섭은 옆 자리에 앉은 하윤에게 왠지 모를 끌림을 느낀다. 전학 오기 전 학교에서 눈물 많은 울보였던 이섭은 하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웃는 일이 잦아진다. 그렇게 하윤에게 의지하는 이섭은 하윤 역시 자신에게 의지해주길 바란다. 홀로 생활하는 하윤에게 이섭은 돈을 빌려주고, 밥도 지어준다. 하윤의 다른 친구들과도 안면을 트게 된다. 하윤의 친구들은 첫눈에 서글서글하고 평범해 보인다. 이섭이 함께 어울리기에 무리가 없는 듯 보이나, 아이들은 몰려다니며 절도를 일삼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들의 우정은 무리를 이끌고 보살피는 수장과도 같은 존재인 길수(이서준 분)에 의해 꽤나 견고하게 유지된다. 이섭은 자신과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이 낯설지만, 하윤의 친구들은 곧 자신의 친구들이라는 마음으로 무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애쓴다. 무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이섭에게 남을 것은 아버지가 매어준 ‘관심’이라는 이름의 족쇄뿐이므로. 



그리도 노력했건만, 이섭은 종국에 스스로가 하윤을 완벽하게 지켜주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둘은 출발지가 달랐다. 잠시 어느 지점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실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던 것이다. 둘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질 수 없었고, 하윤의 마지막 인사와 함께 둘의 동행은 끝을 맺는다. 차마 그렇게 휘몰아치기도 힘들어 보이는 일련의 사건을 겪은 뒤, 이섭과 하윤은 또 혼자가 된다. 다시 원점이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뼈아픈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이섭에게는 변화가 찾아왔다. 이섭은 더 이상 아버지에게 휘둘리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는 하윤의 세상도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럽지만, 지금 자신의 세상도 결코 원했던 모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극단에 놓인 두 가지 세상 중 하나를 선택하기 보다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가기로 결심한 게 아닐까. 



비교적 중심 인물의 위치에 있었던 길수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의 반항 역시 ‘이유 있는 반항’이었기를 바라본다. 더불어 이섭 역시 하윤에게 끌릴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가 있었기를 기대해본다. 이섭처럼 비교적 ‘안전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일방적으로 정반대의 환경을 체험하고자 하는 모양새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하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하다. 매 사건의 중심에 섰던 그녀가 이제는 행복하길 바란다. 행복한 세상에 있어 행복한 것이 아닌, 자체로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울보가 되어도 좋으니, 슬플 땐 울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