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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소리굽쇠> : 끝나지 않은 이야기

by indiespace_은 2016. 1. 14.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소리굽쇠>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OQWAKr








<소리굽쇠> : 끝나지 않은 이야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가영 님의 글입니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한일 정부 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협상 타결이 이루어졌다. 갑작스러운 협상타결 소식에 위안부 할머니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어리둥절해 했고, 협상의 내용은 피해당사자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다. 아베 내각총리 대신은 “위안부로서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혔지만 이어지는 내용들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금전적인 ‘지원’과 사업의 진행, 그리고 국제사회에서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발언을 자제할 것을 확실히 하는 내용이다. 어디에도 법적 책임을 물거나 국제적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알리려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뿐인가? 한국 측 협상 내용에는 일본의 우려를 생각해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으며, 이에 반발하는 시민들은 소녀상 앞에서 철거 반대 시위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시민들은 이번 협상 타결에 대해 크게 반발하며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그저 방관하고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위안부 문제 말고도 그들의 관심을 끄는 주제들은 더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찾아보려 하지도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는 것 같다. 나는 이럴 때일수록 콘텐츠의 힘이 발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택한 인디즈 초이스는 영화 <소리굽쇠>다. 



<소리굽쇠>는 위안부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 이야기는 아니다. 원폭문제와 실향민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다. 영화는 세 가지 문제를 다루면서도 제법 짜임새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일제강점기에 중국으로 끌려가 모진 수모를 당하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귀임’할머니는 그녀의 손녀 ‘향옥’만을 유일한 희망으로 여기고 살아왔다. 향옥은 한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후 우연히 위안부 문제에 대한 강연을 듣게 되고, 할머니를 꼭 한국땅으로 모시고 오겠다는 꿈을 갖는다. 그러나 순진한 그녀에게 한국생활이 순탄치만은 않다. 그런 그녀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네주는 ‘덕수’는 향옥과 함께 덕수의 아버지의 유품이자 귀임할머니의 사연이 담긴 물건인 소리굽쇠로 인연을 이어간다. 시간이 흐른 뒤 중국으로 다시 돌아온 것처럼 보이는 향옥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영화는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계속해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귀남’할머니가 중국에 강제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로 모진 수모를 당할 때,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인 여성을 몰래 방에 숨겨주고 그녀의 탈출을 돕는 장면이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같은 처지의 그들은 서로 그렇게 소통하고 그렇게 살아남았다. 그런 그들의 말로 다 할 수 없는 상처와 피해를 ‘협상’이라는 틀에 가두어놓고 다시는 꺼내지 말자고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 일일까? 역사적 문제는 덮어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잘못을 분명히 인정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잘못을 알리고, 기록해둠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리굽쇠>는 국내 최초로 위안부 문제를 다룬 극영화인 동시에, 배우와 제작진의 재능 기부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영화는 짜임새가 있으며, 색다른 반전으로 고리타분함을 없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를 원폭과 실향민 문제와 함께 적절히 드러냄으로써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무게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영화, 더 나아가 콘텐츠라는 것은 이처럼 ‘시대’를 담아야 한다. 시대에 대한 고찰 없이 우리는 발전해나갈 수 없다. 최근 SNS상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다룬 두 번 째 극영화인 <귀향>(2015)의 이야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어려운 제작환경으로 인해 개봉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2월 초에 정식으로 개봉 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리굽쇠>와 <귀향>과 같은 ‘시대’를 담은 영화들이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질 수 있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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