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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범죄소년> : 전염되는 슬픔들

by indiespace_은 2015. 6. 29.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범죄소년>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Jiz98j






<범죄소년> : 전염되는 슬픔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범 님의 글입니다.


슬픈 일은 몰려온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몰려다닌다. 갑작스러운 슬픔에 망연자실해 있고 싶지만, 그 찰나를 비집고 또 다른 일이 일어난다. 왜 모든 슬픔은 한꺼번에 오는지 생각해본다. <범죄소년>은 한 소년과 그 소년의 엄마 이야기다. 장지구(서영주 분)는 머리를 감다가도 뛰쳐나가 본인 확인 전화를 받아야 하는 보호관찰 중인 소년이다. 장지구는 당뇨합병증을 앓고 있는 외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힘이 되는 건 동갑내기 여자친구뿐이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묘하게 겉돈다. 친구들과 어울리던 중 특수절도를 저지르게 되고, 외할아버지를 남겨두고 소년원에 가게 된다. 11개월이 지나고 소년원 안에서 유일한 혈육이었던 외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등지고 만다. 홀로 남겨졌다고 느껴지던 때, 소년원에서 소년의 엄마, 장효승(이정현 분)을 찾아준다. 17살에 장지구를 낳고 아이가 세 살 되는 해에 도망갔던 장효승은 나쁜 엄마다. 범죄소년 장지구와 나쁜엄마 장효승은 같이 살게 되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장지구는 분명 문제가 있는 소년이다. 폭행, 강도로 이미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고, 보호관찰 처분 중에도 계속 범죄를 저지른다. 소년에게서 죄책감을 찾을 수 없다. 소년이 행복하게 웃는 순간은 여자친구를 만나는 순간이다. 둘은 서툴게 서로를 알아간다. 탈선과 비행을 일삼는 소년이지만, 자신의 유일한 혈육인 외할아버지에게는 다르다. 외할아버지가 아프다는 사실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외할아버지를 물로 깨끗이 씻겨주는 소년의 모습에서는 좀 전의 범죄소년의 얼굴을 찾을 수 없다. 소년이 소년원에 들어가기 전에 판사에게 용서를 구하는 이유는 자신이 없으면 홀로 남을 외할아버지 때문이다. 



장효승 역시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 17살에 아이를 낳고 도망치듯 집을 나온 그녀는 별다른 기술도 없이 눈치와 애교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그런 그녀가 소년을 키운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본인도 얹혀사는 집에 몰래 아들을 데려오고, 아직 정식 헤어 디자이너도 아닌데 몇 번이고 가불을 부탁한다. 학교를 마치지도 못했고, 먹고 살 기술이 있지도 않은 그녀는 혼자 살기도 벅차다. 그럼에도 그녀가 소년과 같이 지내는 이유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고, 사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아들을 때리기도 하지만 그녀는 엄마다. 다시는 아들을 버리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보인다.



소년과 소년의 엄마는 서로 너무 많은 슬픔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가진 슬픔으로 인해, 엄마와 자식이라는 새로운 관계의 기쁨이 슬픔으로 전염되고 만다. 왜 소년에게 아버지가 없는지, 소년과 소녀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될 때, 소년이 엄마에게 비밀을 털어놓을 때, 슬픔은 자꾸 커진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이 모자에게 비췄던 희망이 사라진다. <범죄소년>은 가난이 세습되고, 폭력은 학습되는 삶에서 두 사람의 슬픔이 어떻게 전염되는지, 전염된 슬픔은 왜 또 다른 슬픔을 불러오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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