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바람과 불] 7월 29일 (일) 감독과의 대화(GV) 후기
진행 : 변성찬 영화평론가
대담 : 김경만 감독
Q: 푸티지와 촬영 분은 각각 어느 정도 되는지
A: 푸티지는 1945년도부터 90년대 후반 김대중 대통령까지이고, 촬영은 2003년부터 2010년 기도회, 8.15 기독교집회에서 진행되었다.
Q: 기존 사용 푸티지는 어느 종류의 것들인지
A: 한국 정부가 일주일에 하나씩 만든 7분~10분 정도의 분량의 클립들이 극장에서 의무상영 되었던 것들. 문화영화들이라고 해서 하나에 주제에 맞춘 픽션과 논픽션들. 대통령 행적에 중심을 맞춘 기록물들이 많이 있었고, 이렇게 세 가지 정도로 있었다.
Q: 통사를 쓰고 싶어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라고 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대기를 밟아가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80년부터 90년대 중반까지의 시간이 비어있는 느낌이고. 그 대신 아시안 게임 홍보영상 같은 것은 무엇인지?
A: 홍보영상처럼 보일 순 있겠지만 문화영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운드나 컷의 위치는 다 다른 것이고 빠지거나 새로 들어간 것도 있다. 아시안게임 자체에 대한 문화영화이었기 때문이다. 대략 올림픽 끝난 뒤 한참 후까지도 반복되었다.
Q: 80년대 초반 레이건대통령 방한장면부터 김대중 대통령 연설로 넘어가는 10여년의 시간이 생략시킨 이유? 아시안게임의 이미지로 채웠던 이유?
A: 구성을 할 때 시간적으로 구성이 되긴 했지만 그것이 원칙은 아니었다. 가장 밑바닥에 깔린 것이 전쟁에 대한 것들, 4.3사건이나 한국전쟁들이고 그 위에 경제적 질서들이 결합되어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에야 비로소 한국의 이미지를 외국에 팔기도 하고, 관광이나 다른 것들을 통해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했다. 대통령들이 나오는 것도 대통령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그 사람들이 나와서 보여주는 표정, 대사, 연기들이 더 중요했다. 김영삼, 노태우, 노무현, 이명박 네 사람이 빠졌는데 이 네 사람들의 연기와 표정들은 별로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김대중은 각각이 대표하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것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을 나타낼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필요가 없었다. 아시안게임 자체의 상징이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이라는 것도 있었고, 그 후의 IMF등으로 경제가 추락한 것을 대조시키는 것도 있었다. 경제성장, G20으로 대표되는 것이 빛 좋은 개살구, 허구이기 때문에 실제 모습을 제시하고 싶었다. 그 때문에 김대중을 선택한 것이다. 그가 미국대통령의 굴욕적인 제의를 받아들여야했던 것 등...
Q: 김대중 대통령의 동작 하나하나가 안간힘을 쓴다는 느낌을 주었다.
A: 운동경기를 펼칠 때 나오는 선수들의 안간힘을 쓰는 표정들과 70년대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얼굴에서 나오는 표정들에서 겹치는 모습들이 있었다. 그들의 무표정한 얼굴들과 연결지었었다. 그런 안간힘이라는 것이 나중에 김대중의 말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다. 경제성장이라는 것이 화려해보이기는 하지만 일반 사람들의 막대한 희생을 바탕으로 건설된 것이기 때문이다.
Q: 부산방화사건이 빠진 이유는?
A: 내가 의도한 것은 역사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종교였다. 그 때문에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은 빠질 수밖에 없고, 기독교는 미국을 믿는 종교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방화사건은 내용과는 다른 사건이기 때문에 빠지게 되었다.
Q: 김대중 대통령 바뀌고 나서부터 소름이 돋았는데 예전의 무성영화같은 느낌이 들다가 그 시점부터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월의 지남과 미국이라는 나라에 한국이 속해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불편한 느낌도 들었다. 한국 개신교라는 것도 하나님이라고 하지만 미국 건국이념을 찬양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Q: 대중이 맹목적으로 동조를 하는 것이 난감하다. 예전과 달리 맹목적인 동조가 이루어지지 않는 세대인데 부시연설을 보면 아주 많은 남녀노소가 무분별하게 동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종교를 통한 카리스마가 계속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A: 대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이 다 다르고 개인의 경향성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반면에 어떤 커다란 힘에 의해 무엇이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간접경험에 의해 개인이 취약해진다. 만약 개개인이 더 현명해지지 않는다면 그런 것에 휘둘리기가 쉬울 것이다. 대중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가지고 있는 취약점인 것 같다. 사람들이 생각을 더 많이 해보고 무엇이 사실인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Q: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한국 기독교가 기념일들을 다양하게 기념하고 있는지 몰랐다. 특별한 관심이 없으면 어느 날 어디에서 행사를 하는지 알기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A: 한국 기독교의 전통적인 행사이기도 하고, 찾으면 잘 알 수 있기도 하다.'
Q: 제목에 관한 질문인데, 영어제목과 한국 제목의 차이는?
A: 한국 제목은 전쟁, 종교적 영향력을 많이 염두에 두고 지었다. 바람과 불은 기독교적으로 성령이라는 의미도 있다.
Q: 기록영상물로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는? 감독님의 의도한 주제를 기록영상물로만 전달하기 어려웠었텐데 조금 더 첨부하고싶었던 생각은 없었는지?
A: 내가 경험하는 것,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이 한국이 문제가 많다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해묵은 문제들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 근원에는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가에 대한 것에 생각이 닿았다. 국가나 회사가 그런 식으로 방향을 몰고 통제해왔기 때문에 사람들의 생각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기록필름은 중립적으로 찍은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제작한 필름이니까 목적을 가지고 편향적으로 만든 필름들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영화는 굳이 말로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나레이션을 쓰지 않았다.
나레이션도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는데 내가 접한 나레이션들은 대개 지시적인 것들로, 이것이 사실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들이 타당하다는 것을 제시하려면 모순을 보여줘야하기 때문에 그것을 피했다. 나레이션을 배제했을 때 장면이나 사운드에 더 많이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선택했다.
Q: 영화 전체 속에서의 사운드 설계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특히 유일하게 녹음된 ABC노래를 굳이 녹음까지 해서 4.3사태에 관련된 이미지와 함께 집어넣었던 이유는? 아시안게임 홍보영상에도 마지막 장면에서 김대중 대통령연설과 겹치는 방법을 택했는데 그런 기법을 택한 이유는?
A: 보통 뉴스들은 많이 나뉘게 되는데 실제 세계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운드가 장면마다 겹치는 이유는 다른 시간이지만 동시에 존재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그렇게 했다. ABC노래의 가사 자체는 이미지와 충돌하며 아이러니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4.3사태 자체가 반공체제에서의 한국에서 구현될 때 가장 기본적인 베이스라고 생각했다. 미군정이 한국의 박정희정부를 테스트해보기 위해 4.3사태를 일으켰고 잔혹한 사건들을 행했기 때문에 ABC노래를 택했다.
Q: 푸티지 시네마라는 것과 촬영물을 조합한 방식으로 첫 장편을 만들었는데, 다음 작품은 어떻게 할 생각인지?
A: 다음 영화 역시 직접 촬영한 것과 이미지를 가져오는 것이 있는데, 모두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찾기 위한 것이다. 다음 영화는 말이 많이 나오는 영화가 아니라 아예 말을 뺀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계획이다. 2013년 말까지는 완성시킬 예정이다.
기록, 정리 : 인턴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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