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한줄 관람평


권소연 |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건 보는 사람의 시선

이수연 | 경이로운 삶은 우리가 짓는 표정 그 자체다

박마리솔 발견되거나 이야기되지 않았던 사람들과 장소들이 주는 감동

임종우 | 삶의 모든 것이 예술이 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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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지 | 예술이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리뷰 : 예술이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영지 님의 글입니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에서 사진은 그것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재현된다. 프랑스 누벨바그 시대의 영화를 이끌었던 감독 아녜스 바르다와 젊은 작가 JR은 포토 트럭을 몰고 프랑스 곳곳을 다니며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다. 인화된 사진을 그들의 공간에, 사라져가는 공간에, 일상적인 공간에 크게 붙인다. 보잘것없었던, 아니 보잘것없어 보였던 사람들의 얼굴과 그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던 공간은 그 순간부터 작품이 된다.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아녜스 바르다와 JR이라는 인물들의 조합이다. 88세의 노장 감독 바르다와 33세의 젊은 작가 JR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달라 보인다. 나이도, 직업도, 외양도, 취향도 모두 다른 그들은 우선 서로를 존중한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가며 서로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서로를 통해 가능케 한다. 바르다가 보는 흐릿한 세계와 JR이 선글라스 너머로 보는 시커먼 세계는 서로를 통해 뚜렷해지고 밝아진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가끔씩 버디 무비처럼 보이기도 하고, JR은 바르다의 오랜 동료 장 뤽 고다르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영화사적 측면이나 아녜스 바르다와 JR의 작품 활동 등은 영화를 보면서 일정 부분 짐작 가능하고, 알지 못한다고 해도 영화를 감상하는 데에 큰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그들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얼굴들과 공간들, 그리고 예술 행위는 그들이 그간 해왔던 작품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얼굴들과 장소들은 바르다가 그간 만들어왔던 영화들을 반추한다. 그들은 우연성을 강조했지만, 결국 그들이 찾게 되는 얼굴들과 장소들은 결국 평소에 관심을 갖고 애정을 기울이던 것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담는 얼굴들은 평범하다. 그 얼굴들은 거리의 행인의 얼굴들이기도, 사라져가는 공간을 아직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들이기도, 노동자의 얼굴들이기도, 때로는 그 노동자들의 아내의 얼굴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얼굴들은 거리를, 철거 예정 지역 주택의 외벽을, 공사장을, 컨테이너 박스를 채운다. 그렇게 언젠가 그들이 만나보았던, 아니 어쩌면 언젠가 우리가 만나보았던 얼굴들은 공간을 특정한 장소로 바꾸며 예술이 되고 작품이 된다. 그리고 그 이전에 자기 자신이 된다. 그러니까 결국 사진과 영화, 나아가 예술은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며 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사회, 세계와 대화하고 나아가 역사와 대화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라는 영화를 통해 표현된 것은 그러한 대화의 결과물들인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대화들은 결국 사랑으로 귀결된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사랑일 것이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영화이다. 그리고 이것은 예술이 할 수 있는, 예술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영화 속 가장 인상적이었던 항만 노동자들의 아내들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경이롭다. 그들의 전신사진을 아주 크게 인화해 쌓아 올린 컨테이너 박스에 붙인다. 그리고 사진의 심장 위치 칸을 비워두고 그들을 각자의 심장에 들어가 보도록 한다. 그 중 한 여성이 이야기한다. “제가 커지고 강해진 것 같아요.”라고. 사실 잘 모르겠다. 어떤 기호나 수식 같은 것이 필요한 것인지. 삶과 사람에 애정을 기울이고 사랑으로 그들과 함께하는 예술 행위 앞에서 꾸며진 감흥이나 정밀한 분석은 오히려 가끔 힘을 잃는다. 특별한 계층이나 예술에 대한 학문적 기반 없이도 사진과 영화는, 나아가 그들의 예술 활동은 그 자체로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 충분했다.

 




바르다는 이러한 예술 행위가 자신이 무언가를 기억하는 방식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바닷물에 쓸려가 하루 만에 사라져버렸던 사진처럼 사진도, 영화도 결국 절대로 영원하지 않다. 그렇지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들은 오히려 사라지기에 더 아름답고 영원하지 않기에 더욱 소중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잊지 않으려는 두 사람의 시도가 우리에게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만 덧붙여야겠다. 나는 이 영화를 사랑한다. 그리고 당신도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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