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일상을 연기하는 우리에게  <여배우는 오늘도>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9 28일(목) 오후 8상영 후

참석 문소리 감독 | 배우 전여빈, 윤영균

진행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선우 님의 글입니다. (사진: 김은혜 님)



<여배우는 오늘도>가 상영되는 동안 객석에서는 쉴 새 없이 웃음, 탄식, 한숨이 흘러나왔다. 포스터 속 붉은 드레스의 문소리가 서 있던 땅도 결국 드넓은 운동장이었던 것처럼 영화 속 많은 순간들이 우리의 일상과 닮아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딸로, 엄마로, 직업인으로, 그것도 여성 배우로 살아가는 문소리의 이야기가 스크린을 넘어 인디스페이스 인디토크 현장에서 계속 되었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이하 원): 저는 이 영화가 좋았던 게, 유머엔 두 가지가 있잖아요? 약간 공격적인 유머가 있고 자기를 디스하는 유머가 있는데, 이 영화는 전편에 문소리 감독 겸 주연배우가 자기 디스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게 ‘웃프다’고 해야 될까요? 웃기면서도 슬프고 심각하면서도 공감이 가고. 일단 왜 이런 영화를 만들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문소리 감독(이하 문): 제 안에서 변화의 시기가 왔던 것 같아요. 많이 흔들리기도 했는데, 그럴 때 기둥을 세우는 심정으로 무언가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때 시작한 게 영화에 대한 공부였어요. 공부의 과정에서 세 편의 단편을 만들었고, 큰 기획 영화에만 익숙해져가는 관객들에게 저예산 영화에도 각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여기까지 왔네요. 이제 1만 관객을 넘어 2만을 향해 가고 있는데, 개봉을 안 했으면 몰랐을 세계가 있구나 생각을 해요.



원: 이 영화를 네다섯 번 봤는데, 도발적이고 솔직하기 때문에 순서를 1-3-2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장례식장에서 끝나는 게 어떻게 보면 좀 전형적인 것 같아서요. 어떤 의미로 순서를 정한 건가요?



문: 그 순서를 제가 고집했어요. 1, 2, 3이 촬영한 순서이기는 해요. 2013년 11월에 1막을 찍었고 2막을 2014년에 찍었고 3막을 2015년 봄에 찍었어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영사기사님의 실수로 1-3-2로 상영을 한 적이 있는데, 관객들 반응은 나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는 2막이 엔딩으로 오면 그냥 저만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 같았어요. 3막이 마지막에 와야 이것이 우리의 이야기로 끝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도 나와 함께 걸어가야 할 많은 영화인들, 예술을 지향하는 분들과 함께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 이 영화에서 문소리 감독을 제외하고 1, 2, 3막에 모두 출연한 분은 매니저 역할의 윤영균 배우에요. 처음에는 비전문배우인 줄 알았어요. 영화 찍는 동안 어땠어요?



윤영균 배우: 촬영하는 동안 너무 재밌었습니다. 1, 2, 3막에 따라서 매니저의 성격이 조금씩 변하는 지점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초반에는 문소리 선배님이 너무 어려웠어요. 영화의 주연배우이자 감독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어려움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걸 발전시키는 과정이 즐거웠던 촬영이었습니다.



원: 또 보면 아시겠지만, 롱테이크가 많아요. 아주 어려운 연기 작업이었을 텐데, 3막에 나오는 전여빈 배우는 어떻게 임했을지 궁금해요.



전여빈 배우: 3막의 제목이 <최고의 감독>인데요, 말을 하는 연기로는 진정한 데뷔작이라 할 수 있어요.(웃음) 롱테이크 개념도 배워서는 알았지만, 몸으로 익힌 것은 처음이었어요. 어렵다기 보다는 흘러 가는대로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원: 혹시 감독을 또 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관객들의 마음을 계속해서 많이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문: 사실 연기자로 할 작품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연출을 하다 보니 사람이 많이 늙어요.(웃음) 그걸 또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고요. 그렇지만 저의 영화 인생은 늘 제가 꿈꿨던 그 이상으로 다이나믹한 일들이 많이 펼쳐졌어요. 연극에서 작은 배역 하는 걸 꿈꾸다가 이렇게 오래 영화를 하게 되고 연출까지 하게 됐는데,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서 해보는 편이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의 연출 도전에 대한 정말 솔직한 심정은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인 것 같네요.



관객: 세 편의 단편을 따로 구상한 건지, 아니면 장편으로 만들 것으로 생각하고 세 편을 구상한 건지 궁금합니다.



문: 하나하나 찍을 때마다 그냥 그 작품만 생각했어요. 이걸 꼭 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결국 같은 고민의 연장이라 세 편이 하나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학원 과정이 세 편을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잘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지, 그 다음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관객: 막이 시작될 때마다 차에서 시작되더라고요. 이게 단편 시나리오 상에서도 그랬는지, 장편으로 편집을 하느라 그렇게 한 건지 궁금합니다. 또 술과 선글라스가 가지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문: 1막과 3막은 시작할 때부터 차 안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시나리오를 썼어요. 2막은 시나리오 상에서는 그렇지 않았고 제가 방에 혼자 누워있는 것으로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만들고 보니 너무나도 수많은 단편 영화들이 침대에 누워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아무 생각 없이 찍고 보니 너무 기시감이 들어서 “내가 이걸 어디서 봤지?” 했더니 옆에서 그러더라고요. 단편 영화의 60퍼센트 이상이 그렇게 시작한다고요. 그래서 그걸 들어내고 차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수미상관으로 편집을 했습니다. 그리고 상영을 하면서 알게 된 게, 세 편 모두 저의 뒷모습으로 끝난다는 거예요. 너무 재미없게 퍼즐이 맞춰졌습니다.(웃음) 

선글라스는 제가 너무 민낯으로 다니는 걸 좋아하니까 알아보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서 끼곤 해요. 술은 오래된 친구 같은 존재죠. 제 삶의 구석구석에 함께 했는데 이젠 일이 많아지다 보니 힘들어서 가끔씩 끊어요. 금주기간을 갖는 건 할머니가 될 때까지 더 잘 먹어보려고 그런 거고요, 잘 조절하면서 같이 늙어가는 방법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관객: 저는 포스터 모으는 게 취미인데, <여배우는 오늘도> 포스터는 영화에 없는 장면이더라고요. 무엇을 의도한 건지 궁금합니다.



문: 많은 저예산 영화들이 포스터 촬영을 하지 않아요. 인상적인 스틸이나 대표적인 장면으로 디자인을 하죠. 근데 그게 좀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홍보사에서 제가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았던 사진을 써서 화려하고 당당한 드레스의 뒷자락에 삶의 이면이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을 불어넣어주자고 제안을 했어요. 그러다가 제니퍼 로렌스가 드레스를 입고 영화제에서 넘어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여배우의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계단이 있는 장소를 헌팅하던 차에 계단에서 넘어지는 것은 표정이 드러나기 힘들 것 같아 제가 강의하고 있는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의 대운동장 트랙을 뛰어보면 어떨까 제안을 했어요. 트로피도 무얼 들 것이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남편과 가짜 아카데미 트로피를 산 적이 있어 그걸 들고 뛰려고 생각했는데, 촬영 날 제가 깜박하고 안 가져간 거예요. 어떡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촬영 지원 나온 매니저가 복싱을 전공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분 친구가 단국대 체대를 나왔고, 체대 과사무실에 가면 온갖 트로피가 다 있다고 했어요. 그 분이 가장 전형적인 트로피의 모습에 가까운 것을 골라서 가져왔어요. 종목과 이름이 쓰인 부분을 손으로 가리고 뛰었습니다.



관객: 요즘 사회적으로 여성주의 이슈가 대두가 되고 있는데, 이 영화가 감독님께 여성주의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 적절한 시기에 개봉을 해서 영화계 안팎으로 이 영화를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읽어주는 분들이 많아요.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40년 넘게 살다보니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페미니스트가 된 것 같아요. 차별을 반대하는 거고, 동물애호가 내지는 반핵주의자 같은 것과 뭐가 그리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받아들이고 사람들에게 말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여성의 삶이 소재, 주제가 되고 연출자가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이 영화를 페미니즘 영화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더라고요. 이 영화를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게, 그런 (페미니즘적인) 생각을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우리는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거예요. 영화라는 작업을 하다보면 수많은 스태프들 생각이 다 다를 수 있어요. 그렇지만 좋은 작품을 위해서 계속 생각을 모으고 의견을 나누고 같이 걸어가야 하더라고요. 인생길에서도요. 같이 걸어가야 그 관계가 나를 세워주고 나에게 힘이 되고 인생에 의미가 되는 것 같아서 ‘그런 관계를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원: 저도 페미니스트거든요. 딸이 셋 있어요. 제 딸들이 불평등한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아요. 요즘에는 의도적으로 영화계에서 여성 캐릭터를 신경 써요. 주도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을 가진 중요한 여성 캐릭터를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해요.



문: ‘이 캐릭터가 꼭 남자여야 해?’하는 질문을 시작한 거죠. 꼭 비율을 맞추기 보다는 이 캐릭터가 여성이 아닌 것이 단지 관습적이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되고, 이런 대사들은 여성들에게 공격적이고 불편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이 생각하게 되는 분위기죠.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누구에게나 만족스럽지는 못하더라도 이 시작과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관객: 모든 등장인물이 서로에게 연기를 할 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게 연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문: 영화를 보면 대부분의 순간에 (문소리가) 제 주장을 강하게 펼치지 않아요. 할 말을 다 못하고 있어요. 계속 불평을 하지만 진심을 다 드러내는 게 아니에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음-' 이러고 담고 있죠. 연기자가 아닌 사람들도 상사 앞에서, 딸내미 앞에서 연기할 때가 무척 많거든요.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동을 할 때가 많죠. 우리 삶 안에 그런 날들이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 같아요. ‘다들 이렇게 살지 않나요. 그렇게 살기 힘들죠?’하는 마음에서 그랬던 부분이 있는 것 같네요.



원: 세 막의 엔딩이 다 따뜻해요. 매니저한테 잘 들어가라고 하고, 영화도 결국 찍게 되고, 장례식장에서의 모습도 그렇고요. 그래서 감독이 위로를 하고 있구나 싶었어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극장 문을 나설 수 있게 하는 건 문 감독의 재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 만들면서 제가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아요. 평소에 잘 어울리지 못했던, 이해하지 못했던 다양한 사람들에게까지 이 영화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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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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