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얼굴들과 목소리들에 대한 기록

 여성영상집단 움 다큐전: 페미니즘으로 비추다 <우리들은 정의파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9 29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혜란 감독

진행 김소희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신 님의 글입니다.



인디토크가 진행되는 동안 던지는 질문에 앞서 관객들은 '이런 사건을 알지 못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고, 반성한다.'는 고백을 반복적으로 꺼내놓았다. 9월 29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여성영상집단 움’의 기획전의 일환으로 관객들을 만난 <우리들은 정의파다>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사실들에 관한 기록이다. 부당한 해고를 당한 동일방직의 여성노동자들은 1978년부터 약 40여년간 복직투쟁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 사건은 <우리들은 정의파다>가 제작된 지 10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사건의 충격적인 내막에 대해 우리가 무지했다는 점, 그리고 과거의 영상에 기록된 투쟁이 여전히 종결되지 않고 어딘가에서 지속되고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우리의 부끄러움을 끊임없이 자문하게 한다. 여기,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김소희 평론가(이하 김): 영화를 보고 울컥한 상태에서 진행을 하려니 힘든데요,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영화에 대해 더 잘 이야기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하고 진행을 해보겠습니다. 먼저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혜란 감독(이하 이): 큰 계기가 되었던 것은 <평행선>(2000)이라는 작품입니다. 저는 90년대부터 노동 관련 영화들을 만들어 왔어요. 2000년에 현대자동차 측의 대량해고 결정에 대한 파업이 있었고 그 파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정리해고 대상자들 277명 중 144명이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분들이었어요. 파업 과정을 기록하면서 이들이 왜 정리해고 대상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들은 누구보다 선봉에 서서 투쟁을 했어요. 단순히 연세가 있어서, 집안에서 아내 아니면 어머니로서 젊은 노동자들을 위해 해고되어도 괜찮다는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에 정리해고를 당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밥짓는 노동에 대한 폄하의 시각도 있었겠고요. 이런 성차별적인 행간에 주목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영화를 시작했는데, 그 노동운동 안에서도 여성으로서, 소수자로서 노동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조건인 것 같아요. 그런 배제된 환경 속에서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흔히 한국 노동운동의 시작점이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그 안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역사는 누락되거나 배제되었다고 생각을 해요. 실제로 방금 상영한 영화의 동일방직 사건을 찾아봐도 똥물 사건이나 나체 시위 같은 사건 위주의 기록들이 대부분이고 실제 이 여성노동자들이 당시에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에 대한 부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이야기를 기록해보고 싶었습니다.  



김: 이들의 실제 목소리를 듣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을 것이고 실제로도 그 부분이 굉장히 잘 표현된 것 같아요. 거의 인터뷰 다큐멘터리의 교과서라 할 정도로 인터뷰들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장소가 각자의 집이었고 개별적으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감사합니다. 교과서적이라니, 교과서로 만들어서 팔까요?(웃음) <우리들은 정의파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구성과 연출방향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누락되고 배제된 역사 속 여성들의 주체성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들이 함께 할 수 있었을까 하는 고민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인터뷰를 한 당시에도 동일방직에 대해서, 그리고 해고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그 분들의 가족들도 잘 몰랐던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왜냐하면 당시에 동일방직에서 해고됐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낙인이었고, 박정희 시대에 낙인은 가장 무서운 것이었기에 여성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건 굉장히 어려웠어요. 본인의 기억을 본인의 방식으로 이야기하도록 구술 인터뷰로 진행했습니다. 그 때 호명이라는 컨셉을 생각을 했어요. <우리들은 정의파다> 속 인물들은 원래 ‘2번 시다’와 같은 방식으로 불렸거든요. 2번줄에서 일하는 시다인 거죠, ‘이혜란’이 아니라. 그래서 저는 이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에 이름 외에는 직급, 나이 등 아무 정보도 넣지 않았어요.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함께 있었던 동료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와요. ‘정남이가- 순애가- 그랬지.’와 같은 말들을 통해서요. 이렇게 흘러나오는 말들이 여성들이 지니고 있는 공동체성 안의 자매애를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 여성들의 기록 자체가 한국 여성들의 역사 안에서 호명되는 기록이기도 하고요. 개인의 기억이 공동의 기억으로 이야기되는 방식을 상상하면서 ‘우리’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려 했습니다. 



김: 개인의 말을 자막으로 잘 전달하면서 한 명 한 명을 굉장히 소중히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객: 기억이라는 것이 원래 말을 하면서 더 정확해지는 지점이 있기도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개인 인터뷰 말고 그룹 인터뷰도 어쩌면 공동의 기억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방식이 될 수 있었을 것 같고, 또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관계성을 부각시켜주는 측면에서도 좋을 것 같은데, 혹시 단체 인터뷰는 의도적으로 배제한 건지 궁금합니다. 



이: 특별히 단체 인터뷰를 진행하진 않았습니다. 개별 인터뷰를 같이 수다를 떠는 모습처럼 보이게 편집을 했어요. 





관객: 연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남성노동자와 여성노동자들 사이를 분열시키고 이간질시키는 방식이 실행되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혹시 이렇게 연대를 다루는 또 다른 작품을 제작할 의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어용 노조는 다 관리직 안의 남성들을 토대로 구성이 되었고 해고된 사람들은 여성노동자들이었죠. 이런 부분이 정부의 사주와 착종되면서 타겟이 되는 방식이 참 두렵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고민하고 있는 다음 작품은 동일방직의 김용자 씨와 한진중공업의 김진숙 씨의 복직의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투쟁을 겪어오면서 이 분들이 가지고 있었던 꿈과 열망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실제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KTX 여성노동자들의 복직투쟁에 도움을 주시고 있고 또 동일방직을 둘러싼 문제들이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많은 공감을 하고 계십니다. 자신들을 닮은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응시한다는 면이 어쩌면 연대의 측면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 동일방직 복직투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현재진행형 사건이라는 점에서 역사의식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그 사안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과거는 지나간 게 아니고 현재와 단절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기억들과 경험들은 현재의 삶 안에 같이 존재하고 있고, 어쩌면 이것들이 자신의 미래를 투영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정의파다> 속 사람들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복직이라는 꿈이 있고, 그들의 현재와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관객: 이 분들의 현재가 궁금해져요. 지속적으로 투쟁을 한 건지, 아니면 그 과정 속에서 잠깐 쉬거나 다른 국면을 맞이하기도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 81년에 해고소송과 관련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나온 적이 있습니다. 해고가 부당한 게 아니라 적법하다는 판결이 났죠. 78년 이후 복직투쟁을 계속하면서 여성노동자들이 실제로 먹고 살 수 있는 방편이 하나도 없었어요. 가족의 생계와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데 블랙리스트 때문에 취업이 안 되니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단체보다는 개인의 삶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했죠. 다시 이 언니들이 모이게 된 것은 2001년에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이 되면서부터였습니다. 이 때 투쟁을 지속하면서 해고는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오고 회사측에 복직이 권고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권고차원이니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그런 계기를 통해 현재까지는 이 분들이 서로 좀 더 안정적으로 만나고 운동을 하고 있죠. 3년 전부터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고등법원에서는 이겼고 대법원에서 기각이 되었어요. 국가가 블랙리스트를 통해 이들의 생계에 손해를 끼친 점에 대해 배상을 하라는 내용의 소송인데, 지금은 마지막 헌법재판소에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김: 재판은 언제 마무리가 될까요? 



이: 모르겠어요. 정권이 바뀌면서 어느 정도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정리가 안 되어서 섣불리 말을 할 수가 없네요. 





관객: 저 같은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우선<우리들은 정의파다>를 많이 홍보해주세요.(웃음) 동일방직 사건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사진이 똥물사진과 나체시위 사진이에요. 그런데 이야기가 없는, 그리고 주인공들이 없는 그 이미지만 보고 사건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 그 여성노동자들의 말과 얼굴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이 분들과 유사한 상황이 주변에도 있을 수 있어요. 옆에 있는 친구들, 혹은 현재 투쟁을 하고 있는 KTX 노동자 분들이 그 분들이라 생각하고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객: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시간과 인내가 정말 많이 필요할 텐데 어떤 재미로 작품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 건가요?(웃음) 감독님만의 열정과 쾌감이 궁금합니다. 



이: 대상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는 순간이 너무 좋아요. 카메라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이 좋아서 영화를 시작했어요. 기획하고, 만나서 섭외를 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 그 과정 속의 감정이야말로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김: 감독님께 끝 인사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드리면서 마무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여성의 깊은 내면에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영화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곧 있으면 완성이 될 것 같은데, 많이 기대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들은 정의파다>를 널리 홍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디스페이스에서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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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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