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대신 뜨개질> 한줄 관람평
이다영 | 약간의 공간이 있어야 따뜻하다. 사회도, 개인의 삶도.
상효정 |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지?'에 대해 한걸음 나아갈 시도를 만드는 그들
이형주 | 야근에서 시작해 세월호까지 연결하는 놀랍고도 본질적인 뜨개질
홍수지 | '잘' 사는 것에 대한 끝없는 고민
전세리 | 꼰대와 연대 사이
<야근 대신 뜨개질> 리뷰: 숨 가쁘게 달리고 있는 이들을 향한 물음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홍수지 님의 글입니다.
‘칼퇴근’이라는 모순적인 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한국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퇴근한다는 것이 오히려 특별하고 유난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어딘가에서 유일한 존재가 아닌 언제든지 대체 될 수 있는 하나의 노동력으로만 남게 될 때, 우리는 어디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할까. 박소현 감독의 <야근 대신 뜨개질>은 야근을 하는 대신 그 시간에 뜨개질을 하기로 결심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나나’, ‘주이’, ‘빽’은 공정여행을 표방하는 사회적 기업 ‘트레블러스 맵’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다. 이들은 야근이 아닌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해보고자, ‘야근 대신 뜨개질’(이하 야뜨) 모임을 결성한다.
이들은 야근을 의지적으로 떨쳐내고 야근을 하던 시간에 뜨개질을 하기 시작한다.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하나같이 재미가 없어 보인다는 말을 하며 버스 정류장을 형형색색의 뜨개질로 물들일 ‘도시테러’를 계획한다. 이들의 희망차고 즐거운 모습은 들이는 시간에 비해 결과는 더딘 뜨개질이 누군가의 혁신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그러나 도시를 바꿔보겠다는 희망과 설렘은 다음날 처참히 쓰레기와 함께 철거당하는 ‘작품’들 앞에서 무력해진다.
야근을 거부해보겠다던 이들의 의지도 해야 하는 노동의 양 앞에서 차츰 꺾이며 야뜨 모임도 뜸해진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들은 정해진 시간을 넘겨서까지 일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주이가 말했듯 야근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야근을 하게 만드는 것일까? 이들은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모두 회사의 가치에 동의해 열심히 일했지만, 어느 순간 개인보다 회사의 가치가 우선되는 경험을 한다. 야뜨의 멤버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생각을 나누다가 무엇인가를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무력한 사람으로 남게 된다는 결론을 내린다. 나나는 회사에서 일하는 개인들의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기를 계획하지만, 그 과정이 평탄치만은 않다.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고 뜻을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도 각자의 일에 치여 힘을 모으지 못한다. 결국, 노조를 만들고자 했던 움직임은 회사의 재정이 어려워지게 되자 개인의 권리보다는 일단 공정여행이라는 가치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회사의 사장 ‘변’과 부딪히게 된다.
“결과물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해도 문제없다. 모든 코가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아질 여지는 있다.”
- 케이트 제이콥스,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 中
영화는 새로운 갈림길에 선 이들을 보여주며 막을 내리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이르러 야뜨의 뜨개질도,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시도도, 공정여행이라는 가치도 눈에 보이는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찾으려고 했던 모든 가치와 행동들은 전혀 무가치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야근 대신 뜨개질>은 영화 속 야뜨의 뜨개질이 그러했듯이 버스 정류장에서 급하게 달려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이렇게 바쁘게 뛰어가는 것은 정말로 필요한 속도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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