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풍경의 얼굴들  인디포럼 월례비행 <얼굴들>  대담 기록


일시 2018년 3월 21일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강현 감독ㅣ배우 박종환 

진행 정지혜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마리솔 님의 글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의 얼굴은 현재의 모습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저마다의 역사와 미래가 담겨있다. 인물들의 시간은 제각기 흐르지만 하나의 풍경으로서 연결된다. 3월의 월례비행은 이강현 감독과 박종환 배우 그리고 정지혜 평론가가 함께했다.







정지혜 평론가(이하 진행): <얼굴들>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존 카사베츠의 <얼굴들>(1968)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두 영화가 얼굴을 다루는 방식에 다름이 존재합니다. 거칠게 말하면 극단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강현 감독의 <얼굴들>은 훨씬 인물의 얼굴 혹은 인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얼굴들>이라는 제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강현 감독(이하 이강현): 존 카사베츠의 <얼굴들>과 같은 제목을 썼다는 부담감은 있었지만 그냥 써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카사베츠를 좋아하는데, 단지 제목이 같다는 것 말고는 가는 길이 다르기 때문에 상관없을 것 같았습니다. 얼굴이라는 것은 항상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이니까요. 영화는 사람과 얼굴을 담는 매체이고, 어떤 단어가 가질 수 있는 쓰임새는 무한합니다. <얼굴들>이라는 영화에서 제가 사람의 에너지를 담고자 한 방식은 카사베츠와는 특히 다른 부분입니다.

 

진행: <얼굴들>의 영문 제목은 <Possible faces>, 그러니까 가능한 얼굴들이라는 뜻인데, 국문 제목과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국문 제목은 '얼굴들'이지만 영문 제목에서는 그 앞에 가능함이라는 단어를 붙임으로써 상상의 가능성들을 열어준 것 같은데요, ‘가능한 얼굴은 아직 우리가 확인하지 않은, 앞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미래의 얼굴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 안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과거사가 있지만 영화가 전사(前史)를 계속 이야기하는 방식은 아니에요. ‘가능한 얼굴들이라는 말에서 미래가 숨어있을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영문 제목과 국문 제목의 차이가 영화의 방법론과도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강현: 영제가 처음부터 있던 건 아닙니다. 편집을 끝낼 무렵에 영제를 짓는데 가능한 얼굴들이라는 제목이 좀 후퇴한 느낌이라는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편집을 마칠 무렵에 제가 이 후퇴한 느낌을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여러 관계들이 갖고 있는 한계들을 반영한 것 같고,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전달하는 것에 있어 제가 느끼는 어려움도 반영한 것 같고요. ‘가능한이라는 것은 소극적으로는 한계 짓는 느낌이지만 동시에 희망적인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한계,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 이 영화의 한계가 있고 사람의 인생에도 한계가 있지만 그것들을 선언했을 때 갖게 되는 힘이 좋았습니다.

 

진행: 이 영화에는 중심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박종환 배우가 맡은 기선이라는 인물이 그렇습니다.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유일하게 끈이 있는 인물이 기선인 것 같습니다. 그 외에 혜진진수’, ‘현수는 사실상의 접점이 없고 각자의 시간이 병렬적으로 흐른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기선인데, 기선이라는 인물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이강현: 제작을 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물에서 샛길로 빠져 그 옆의 다른 인물들을 쓰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기선의 시작점을 한 줄로 요약해본다면 ‘처음에는 선생님이었던 학교직원. 어느 날 문득 수업 시간에 들어오지 않는 학생을 궁금해 하게 된다.이 한 줄이었던 것 같아요. ‘얼굴들이라는 건 나의 외부에 있는 타인들인데, 타인에 대해 갖는 감정, 즉 미안함, 죄책감, 책임감 같은 것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의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이야기의 출발이었습니다. 그래서 이후에 다른 인물들이 나오긴 했지만 기선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타인에 대한 감정들, 혹은 그것이 좌절된 이후의 행보들을 담으려 했습니다.

 






진행: 드라마를 만드는 방식의 영화는 아닌데요, 그 중심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박종환 배우님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박종환 배우(이하 박종환): 어렵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습니다. 기선이 가지고 있는 모습들이 처음엔 낯설게 다가왔는데, 결국 기선의 감정은 혜진과 헤어지고 나서 갑자기 밀려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고 지내야 하는지에 대한 모습으로 느껴졌습니다. 촬영하면서 감독님과 기선이 가지는 컨디션이나 기조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렵다기보다는 새로웠고 새로운 감정을 알아가며 도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진행: 기선에게 다층적인 면모가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아마 명확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상황이나 대사에 있어서 주어를 생략하는 등의 모습들이 주저하고 불안정한 감정을 다층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만든 것 같습니다. 인물에 대한 설정이 따로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강현: 비교적 다른 인물, 예컨대 혜진이나 진수, 현수 같은 경우는 주저주저하거나 어쩔 줄 몰라 하는 느낌은 없죠. 기선이라는 인물은 자기 외부의 것들에 대해 판단하는 감정들을 어쩔 줄 몰라 하는 인물이 맞습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세상에 대해 어떻게 할 지 모르겠는감정을 다루는 이야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박종환 배우님과 시나리오를 앞에 두고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이야기한 것이 인상 깊었는데요, 한 가지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영화 외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 나는 아직 모르겠고, 이런저런 어려움도 있다고 이야기 했을 때 박종환 배우님이 이런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때의 제 마음을 내려놓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들고 난 이후부터는 이 영화의 에너지가 아닌 다른 삶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될게요.”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구체적인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 혹은 장면에 대한 이야기는 술술 넘어가며 했던 것 같고 주로 서로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진행: 네 명의 중심적인 인물들이 각자의 시간을 대면하는 방식에서 수많은 얼굴들이 등장합니다. 의도적으로 주변의 인물들 혹은 익명의 거리의 사람들, 크고 작게 대화를 나누는 인물들에게 장면을 할애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강현: 의도적이거나 계획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에서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진행: 그러면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리고 시나리오를 쓰는지, 아니면 각각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모아 완성해 가는지 궁금합니다.

 

이강현: 애초에 큰 틀 정도만 구상하고 나머지는 시나리오 쓸 때 즈음에 만났던 사람들이나 상태, 날씨에 영향을 받습니다. 특정한 시나리오와 무관하게 평소에 이런저런 기억들을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관객: 관계를 다룬 드라마라고 하지만서스펙트적인 요소가 있어 계속 심장이 빨리 뛰었던 것 같습니다영화를 전개하면서 중요한 이벤트들은 보여주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엔딩은 무엇을 표현하려 한 건지 궁금합니다. 정지혜 평론가님은 영화를 보면서 마음을 움직인 장면으로 어떤 장면을 꼽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이강현: 엔딩을 보았을 때 어떤 시청각적인 감정들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굳이 더 말씀 드리자면 혜진은 가게를 완성했고, 진수는 성장을 해서 자기 길을 잘 가고 있고, 현수는 어딘가에서 잘 살 것 같아요. 그런데 기선은 자기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상태이고 그 이상의 답을 못 찾은 상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엔딩 장면 직전의 동네 풍경들, 세상의 풍경에 대해 여전히 어쩔 줄 몰라 하는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진행: 저는 “20년 뒤에는 퇴직하지 않았을까?”라는 대사가 나오는 장면을 보며 촌철살인이라 생각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관객: 종종 풀샷으로 공간을 담는 아름다운 장면이 나오는데, 인물을 담는 장면에 비해 크고 독특한 시각이 보였습니다. 공간을 크게 잡을 때 어떤 것을 중점으로 촬영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또 기선 역할은 감정이 크게 드러나는 편이 아닌데 다른 인물들과의 호흡 속에서 역할에 몰입할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박종환 배우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강현: 처음부터 크게 의도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찍어놓고 편집하다 보니 저도 공간을 담은 풀샷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공간을 많이 찍자고 이야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촬영할 때의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려보면, 카메라를 인물 앞에 두려고 할 때 은연 중에 거부감을 느끼고 ‘좀 멀리 빼야겠는데?’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요. 왜 그랬는지는 스스로도 의문입니다. 이전의 작업들에도 공간을 많이 담기는 했습니다. 일단 다음 작품부터는 풍경을 찍지 않으려고 합니다.

 

박종환: 상대 배우들이 다 다른 역할인데도 비슷한 느낌으로 와 닿았습니다. 어느 장면을 촬영하더라도 그 장면이 갖고 있는 힘이 느껴져서 감독님께서 이런 말이나 상황을 실제로 겪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배우가 상대배우로 느껴지기 보다는 감독님이 바라 본 그때 그 상황 속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진행: 몇 번 서사가 바뀌는 순간이 있습니다. 물론 감독님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넣었겠지만, 사실 그 장면이 없더라도 전개가 가능했을 텐데, 혼란을 주는 방식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편집에서도 일종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이 있었습니다. 의도적인 착각, 혼란들이 병렬되어 있는 인물들의 시간을 보며 과거, 현재, 미래가 계속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우회해서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방식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이강현특별히 명시적으로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현재의 감각, 느낌들이 과거에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는 어떤 장면이 다른 장면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개별 장면에서의 느낌과 감정들을 조합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은데, 개별 장면의 감정이 충실히 전달이 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는 지금 말씀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것 같아요.

 






진행: 재미있는 장면 중 하나가 현수가 누군가의 일기장 혹은 메모를 읽는 장면이었습니다. 특히나 마지막에 현상수배범과 남편의 얼굴이 비슷하다고 하는 장면은 저에게 해석의 가능성을 남겼습니다. 이 영화가 초반에 지역이나 공간이나 사람의 인상을 만들고는정형화된 인상이랄까요그 인상이 집단의 인상이 되는 것에 대해 계속 의심하도록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유형이나 틀을 깨뜨리거나 헤집어 놓으려고 하는 욕망이 느껴졌습니다

 

이강현: 그런 부분을 찍거나 쓸 때는 오히려 직관적이게 됩니다. 다른 부분들은 머리를 굴리고 어떻게 끼워 맞출지 고민하는데, 말씀하신 장면 같은 부분은 감정의 덩어리로 다가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말씀하셨듯이 삽입된, 빗대자면 영화 속에서 '괄호 쳐진' 부분들은 제가 주로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들, 가령 라디오 사연, 시청률 안 나올 때 하는 TV휴먼다큐, 아니면 SNS 같이 많이 볼 수 있는 것들이고, 거기서 받는 감정들이 작업할 때 제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평균적인 감성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평균이 주는 이중적인 느낌들이 있고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제 작업에 있어서 중요한 지점들입니다. 지역마다 환경이 다르고 계급 차이도 있을 거고 여러 가지 편견들도 있을 테지만 일반적인 편견을 깨려는 의도보다는 사람살이의 평균치에 대한 감각들, 그것들이 주는 여러 가지 감정의 측면들, ‘일반적인 사람 사는 모습으로 재현되어온 것들에 대한 의심이기도 합니다. 의심이지만 진실이기도 한, 그런 부분들을 작업하면서 염두에 두었습니다.

 


관객: 현수가 꽃시장에서 생화나 조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나 혜진이 생중계를 보는 장면들에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작업과 비교했을 때 새롭다거나 다큐멘터리 작업에서 해보지 못한 경험이 있다면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이강현: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저한테는 극영화 작업이 첫 작업이고 같은 영화라고 하더라도 매체적 특성이 확연히 다릅니다. 저는 이번에 영화를 찍으며 최초의 구상들이 무너지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좋았다 혹은 싫었다고 판단하긴 어렵고 다만 힘들었던 경험이었습니다. 극영화를 찍으면서 좋았던 점은 좋았던 배우들을 만났다는 것입니다. 입 바른 소리 아니고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요즘에도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어야 할 텐데그런 생각을 해요. 그때 배우들을 섭외하며 했던 거짓말들이 조금이라도 덜 거짓이 되어야 할 텐데, 하는 마음입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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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순간  인디포럼 월례비행 <빨간 벽돌>  대담 기록


일시 2018년 2월 28일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주현숙 감독ㅣ주연 성훈화 

진행 백재호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기 님의 글입니다.




구로동맹파업은 여성과 연대라는 키워드만으로도 지금 이 시기에 새롭게 읽을만한 텍스트처럼 보인다. 여성들의 용기와 선택이 모여 시대를 앞당기고 있는 요즘, 30년 전 여성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연대했던 구로동맹파업을 다룬 <빨간 벽돌>이 인디포럼 월례비행에서 상영되었다. 그 현장에 두 발 딛고 서 있던 민주 인사들이 참석했고 그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그 시간과 공간은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백재호 감독(이하 백재호) : 오늘 진행을 맡은 인디포럼 소속의 백재호입니다. 주현숙 감독님과 성훈화 님 모시고 대담을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간단한 인사 한 마디씩 부탁드리겠습니다.

 

주현숙 감독(이하 주현숙) : 날도 궂은데 오시고 봐주셔서 감사하고요, <빨간 벽돌> 만든 주현숙입니다. 반갑습니다.

 

성훈화 주연 (이하 성훈화) : 안녕하세요. 구로동맹 파업 때 가리봉전자에 근무했던 성훈화입니다.



백재호 : 먼저 <빨간 벽돌>을 어떻게 기획하고 만들게 되었는지 여쭤보겠습니다.

 

주현숙 : 의도를 파악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영화예요. 오늘은 자학을 안 해야지 마음을 다지고 왔는데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이 영화 만들 때 내가 염세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획할 때 많이 우울했던 거 같아요. 사람들이 많이 잊어버렸을 수도 있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을 보내면서 앞으로 30년은 이런 보수적인 정부안에서 살아야 하나 보다이런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서 많이 우울했어요. 괴롭기도 하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어요. 그 때 사람의 마음에는 어떤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지 않을까? 결정적인 순간의 마음의 풍경은 어떤 것일까?’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어요. 드라마틱한 선택의 순간에 대해서 몰두하다가 구로동맹파업을 한번 얘기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20살 초반의 여성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리고 노동운동사에서도 아주 특이한 일이거든요. 물론 60, 70년대 노동운동의 결과물이기는 하지만 개인의 선택에서 봤을 때 연대 파업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사건 직후 보다는 한 30년 정도 지나서 그때는 어땠지하면서 시원하게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했죠. 제가 그 시기에 갱년기 같은 것이 왔는데 오히려 그분들을 만나면서 많이 위로 받았어요. 그렇게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를 거창하고 멋지게 표현 안 해도 쿨하게 받아 주실 거 같았어요.(웃음)

 






백재호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좋은 영화를 많이 탄생시킨 거 같습니다. 성훈화 님께 여쭤볼게요. 인상 깊었던 것이 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였어요. 서울대 학생이 와서 노동운동을 하는 걸 보고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인데 학생들이 와서 하는구나여러 가지 감정이 생겼다고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성훈화 : 중학교 졸업하고 구로공단에 들어갔어요. 도자기로 인형을 만드는 공장에서 3년 동안 일하면서 산업체 특별학급 고등학교를 다녔어요중학교 졸업과 고등학교 졸업의 차이가 엄청나다고 생각해서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내가 여기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굉장히 강하게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구로공단에서 벗어나려고 회사를 그만뒀죠. 그러고 나서 시골에 내려가 있는데 일할 곳이 없는 거예요. 저랑 같이 고등학교 다녔던 친구가 공단에 조건이 좋은 회사가 있는데 같이 들어가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어요. 공단에 다시 가고 싶지 않아서 며칠을 버텼는데 갈 데가 없더라고요. 결국 회사에 가게 됐어요. 84년에 구로공단 가리봉전자에 들어갔습니다. 근데 조건이 다른 회사들과는 달랐어요. 공장도 새로 지어서 깨끗했고 직원도 고졸 이상을 뽑았어요. 그리고 잔업이 없는 거예요. 다른 데는 일이 끝나면 기본적으로 잔업을 서너 시간은 해야 했어요. 근데 가리봉전자는 그런 게 없었어요. 8시간, 3교대로 꼭 돌아가기 때문에 근무조건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어요. 공단을 벗어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그때도 야간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었거든요. 그때 가리봉전자가 1년이 막 돼 가는 시기였고 노조가 생겨났어요. 같이 하자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바빠서 안 된다며 항상 빠져나갔던 거예요. 관심도 별로 없었고요.

그러다가 노동조합에서 나오는 노고(勞稿)’라는 게 있는데 어느 날 거기에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그 친구 글씨가 있더라고요. 친구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편집부에서 일하는데 굉장히 괜찮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독서모임에 들어와보라고 하는 거예요. 그 친구의 꼬임에 빠져서 독서모임에 들어가게 됐어요. 사람들이 교대 근무를 하고 부서도 다 다르기 때문에 만나기가 어려운데 이 안에서 다 만날 수가 있었어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같은 기계를 쓰는 친구가 모임을 이끌고 있었어요. 그 친구가 그냥 너무 좋았어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공장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무언가 생산할 때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 같아요. 만약 다른 사람이 10개를 했으면 저는 12개를 해야 하는 거예요. 이기기 위해서 늘 더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하루는 저한테 쪽지를 남겼어요. ‘너무 많이 하지 마라. 내가 너무 힘들다.’ 그 말을 듣고 나니까 내가 혼자 이렇게 열심히 하면 안 되나 보다 싶었어요. 그 친구가 저한테 자기가 서울대학교 나와서 수학 선생을 하다가 공장에 들어왔다는 얘기를 했는데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 생각을 다르게 하게 되었어요.

노동조합 활동을 두 달도 안 하고 동맹파업에 들어갔어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대의원이 됐어요. 사람들이 하라니까 한다고 그랬던 거 같아요. 동맹파업에 사람들이 고민을 많이 하잖아요. 저는 오히려 짧은 기간에 70년대 노동운동했던 사람들이 각개 격파되고 민주노조가 깨졌던 부분들이 학습이 돼 있었어요. 그래서 당연히 동맹파업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백재호 이 자리에 영화에 출연한 분들이 몇 분 오셨어요. 감독님, 소개 부탁드릴게요.

 

주현숙 제가 되게 좋아하는 장면인 마지막 장면에서 노래 불러주신 권영자 님 와 계시고요, 그 옆에는 같이 투쟁한 정영인 님 계십니다. 계속 일하시느라 작품을 못 보셨는데 오늘 마침 와주셨습니다.

 

 




 

관객 : 극 후반부에 젊은 사람들이 가상 토론을 하고 결과를 안 보여주잖아요, 그 결과 내용이 궁금해요. 감독님이 의도한 바가 있었는지, 의도한 대로 흘러갔는지 궁금합니다.

 

주현숙 논쟁적으로 만들려고 한 게 아닌데 논쟁적으로 되어버린 게 있어요. 기본적으로 제 역사관은 위대한 일을 한 사람이 따로 있지는 않다는 거예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조건을 가진 사람이 따로 있지도 않고, 선택하지 못한 사람들을 비난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과거에 한 선택이 있더라도 이후에는 그 선택에 반하는, 자기 선택을 책임지지 못하는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어떤 선택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투쟁이라는 선택은 고민이 되더라고요. ‘투쟁하면 블랙리스트가 되고 먹고 살 데도 없고 당장 취직도 못하는데 왜 투쟁을 할까?’ 생존권 투쟁이라고 얘기는 하지만 생각해보면 빨리 관두고 다른 회사에 취직하는 게 더 자기 생존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렇다면 투쟁을 한다는 건 이타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선택을 하는 어떤 순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그 선택의 순간을 눈으로 직면하고 싶었어요. 그런 조건을 만들어서 선택의 순간을 담아보겠다는 욕망이었던 거죠. 말씀하신 장면은 처음부터 기획안에 있었는데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해봤어요. 여러 안들을 생각했는데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자는 게 저희의 기본 원칙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더 곤란한 상황이 연출이 된 거예요. 저 사람이 나쁘게 보이면 안 되는데, 그러려고 만든 영화가 아닌데, 고민을 하면서 모니터링을 많이 했어요. 저보다는 청년 세대에게 모니터링을 부탁했는데 콧방귀를 뀌는 거예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척박한데 저 정도 가지고 못됐다 그러냐고요.

실제로 몇 번 안 만난 사이에 누군가를 위해 그만두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저는 그게 좋고 어떤 '순간'처럼 느껴졌어요. 일부러 한 사업장의 노조가 아닌 각각 다른 곳에서 참여자 분들을 데리고 왔고 이런 결과가 나왔어요. 고민했지만 넣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 때 많이 배웠어요. 청년들의 현실, 객관적인 삶의 조건 같은 것들이요. 그것까지 구구절절 넣고 싶은 생각은 있었으나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약간 위선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은 청년에게 맡기고 단호하게 이 부분만 보여주자는 내부적인 판단이 있었습니다.

 

백재호 : 그럼 토론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섭외를 했나요?

 

주현숙 주변 사람들을 수소문하고 만나서 우선 기본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흥미로워하는 분들을 섭외했어요. 한 번 더 하자고 한 분도 있었어요. 저는 힘들어서 못하겠는데 되게 재미있어하시더라고요. 조합을 잘 구성하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어떤 사람은 수용적인 사람, 어떤 사람은 까칠한 사람, 어떤 사람은 조용하더라도 묵직한 사람. 사람을 범주화하면 안 되는데 작업을 하다 보면 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어요.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백재호 성훈화 님이 그 장면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어쨌든 30년 전에 그런 비슷한, 혹은 더 어려운 선택의 순간에 있었던 분인데 젊은 친구들이 이걸 가지고 토론하는 걸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요.

 

성훈화 : 처음 이 영화를 볼 때 저만 보였어요. 다른 사람들이 안보이더라고요. 구로동맹파업에 나왔던 사람들은 보이는데 젊은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입은 잘 안됐어요근데 오늘 다시 보면서 이 사람들에게서 연대 의식이 만들어지길 바랐던 거 같아요.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관객 : 일주일 동안 파업을 하다가 경찰에 강제로 해산된 이후에는 평범한 삶을 살아온 걸로 표현이 돼 있는데요, 살아오면서 본인들의 가치관 등의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정치하는 분들 중에 보면 노동운동을 하다가 변절해서 악독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지금 50세 이상의 연배에는 태극기 부대에 가까운 분들이 많잖아요. 주변에서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본인의 가치관과 주변의 가치관의 충돌이 상당히 많았을 거 같아요.

 

성훈화 : 가리봉전자에서 해고되고 90년에 결혼할 때까지, 지쳐서 운동을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까지 계속 운동권에 있었어요. 원래 일하던 도자기 회사에 노조를 만들려고 다시 들어갔다가 해고되기도 하고 블랙리스트 때문에 취직이 안 되기도 했어요. 이게 내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노동운동을 한 거 같아요. 저는 저를 자생적 사회주의자라고 얘기하는데, 운동권이 무너지면서 제가 꿈꾸던 사회주의가 무너졌어요. 갈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어요. 이정표로 삼고 갔던 것이 없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결혼하고 집으로 들어갔어요

저는 그때 굉장히 선명한 사람이었던 거 같아요. 생각이 다른 사람과는 말을 아예 안 했어요. 저랑 의식적으로 맞지 않는 친구하고는 안 만났어요. 왜냐하면 만나서 말해봐야 싸움만 하니까 그게 너무 싫은 거예요. 그런데 결혼을 했고, 집에서 어울려 살아야 하는데 어울리지를 못했어요. 정치 이야기만 하면 눈에 불을 켜니까 사람들이 다 저를 피했어요.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 아이 친구들 엄마하고 정치 얘기는 안 하고 살았던 거 같아요. 구로동맹파업 20주년 행사할 때 앞에 패널로 나갔는데 제가 너무 울어서 말을 못 했어요. 제 안에 풀어지지 않은 응어리 같은 게 남았던 거 같아요. 후회도 하고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20주년 행사하면서 다시 운동권 사람들하고 어울리게 되었어요. 구로동맹파업도 민주유공자법이 만들어지면서 유공자 인증서를 받았거든요. 그거 받고 마치 제가 문익환 목사라도 된 것처럼 감격했어요. 민주인사로 당당하게 살아야겠다, 정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고 그런 삶을 살기 위해 항상 옆에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주현숙 흥미로웠던 것은 구로동맹파업이 대우어패럴의 지도부 3명이 잡혀가면서 벌어진 연대투쟁이었거든요. 근데 대우어패럴의 위원장님은 지금 자유한국당에 있어요. 박종철 열사가 지키려고 했던 사람이 박종훈 씨인데 그 사람도 자유한국당에 있거든요. 자기 선택에 책임을 지면서 사는 게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계속 투쟁 현장에 있지 않더라도 자기 삶 안에서 그 기준들을 지켜가려고 하는 거요.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하는 방식 같은 것이 있겠죠. 그런 방식으로 자기 선택에 책임을 지면서 사는 게 되게 어렵고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들의 선택을 모두 이해하거나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누가 변절했다고 얘기할 때 어떤 마음으로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백재호 권영자 님과 정영인 님께도 얘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정영인 : 그 투쟁이 우리들의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회사가 달랐지만 같이 합숙을 하면서 운동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노조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 같이 논의도 했어요. 그런 상태에서 대우어패럴의 세 동지들이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것은 노조를 파괴하려는 음모라고 생각을 했어요. 대우어패럴부터 쳤지만 우리 회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고 같이 동맹파업을 한 것이죠. 이런 영화를 만들어 주셔서 참 감사한데 영화로 만들 정도로 큰일이라고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그때는 겁도 많고 두려움도 많았습니다. 어쨌든 이 영화가 만들어진 건 참 뜻밖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영자 : 사실은 주현숙 감독이 저를 2년 동안 쫓아다녔는데 처음에는 안 하려고 했어요. 2년 동안 도망 다녔어요구로동맹파업의 구술 작업이나 기록 작업이 많았는데 결과를 보면 화가 나는 일들도 있어서 나는 안 하고 싶다고 했어요. 대우어패럴 나와서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라는 걸 하기도 하고 경찰서에도 몇 번 가고 계속 싸우다가 서울노동연합으로 이어지면서 조직생활을 했어요. 여성단체에서도 일했어요. 계속 이렇게 살아온 거 같아요. 최근은 아파서 집에 있다 보니까 너무 무기력하고 힘들었는데, 분명한 건 내가 잘 살아왔기 때문에 무기력해도 잠깐만 무기력한 거다라는 힘이 있어요. 앞으로도 참여할 수 있는 곳에 함께 하며 그렇게 살 거라고 믿습니다.

 

주현숙 권영자 님이 2년간 촬영을 거부하면서 내가 지금 뭐 하는 게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거든요. 자기가 이 사회에 책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내가 하지 못한 것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서지 않으신 분들도 많이 있고요. 영화에 담고 싶었지만 못 담은 것 중 하나가 경찰 혹은 그 주변 사람들이 노동운동하는 분들께 너네 다 학생 출신들한테 이용당한 거야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었어요. 실제로 그것 때문에 많이 상처받은 분들이 있어요. 그렇지만 그 때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냐고 물어보면 모두 후회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시거든요. 사람이 살다 보면 계산 없이 죽어도 후회하지 않아라고 마음먹게 되는 순간이 한 번 정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요. 잘 안되기는 했지만 그런 게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실제로 이 분들이 상처도 받고 여러 이유 때문에 관두기도 했지만 일상이 권태로워도 잘 영위하며 자기가 선택했던 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그래서 주인공 분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거고요. 학출(학생 출신)과 노출(노동자 출신)간에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사이 좋게 살아온 분들도 있거든요. 실제로 어떤 연구자 분들은 구로동맹파업은 아름다운 연대이고 아름다운 만남이라고 이야기해요.



 



백재호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현숙 이 영화와 비슷한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어느 포지션에서 싸워야 할지 늘 고민하고 있어요. 올해가 세월호 참사 4주기잖아요. 4주기 정도 되면 새로이 할 수 있는 말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세월호 참사를 사회적 참사로 바라보고 이 사회가 겪은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진행한 4주기 프로젝트를 3월 말쯤에 상영합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성훈화 : 구로동맹파업이 30년 전의 일인데 기억해주시고 영화로 기록해주셔서 주현숙 감독님한테 감사드려요. 저도 처음에 안 나오려고 했는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있다는 것이 저희에게 큰 위로가 되었어요. 구로동맹파업이나 70, 80년대 노동운동했던 사람들 중 변절해서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시민의식을 가지고 사회 저변에서,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재호 아까 별 것 아닌, 며칠 안 되는 파업이었다고 말씀하셨지만 노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가지고 있고 그때 하셨던 선택들이 지금 저희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제목이 왜 빨간 벽돌일까 생각하면서 영화를 봤어요. 그런데 지금 여러분이 앉아 있는 의자가 빨간 벽돌 같네요. 빨간 벽돌로 이루어진 자리를 하나하나 채워주시고 경청해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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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션에 대한 야심찬 열망  인디포럼 월례비행 <뿔을 가진 소년>  대담 기록


일시 2018년 1월 31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휘근 감독

진행 정지혜 영화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신 님의 글입니다.






김휘근 감독의 <뿔을 가진 소년속 등장인물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의문스러운 질병에 걸린다. 여러 인물들은 각자의 서사를 간직하고 있지만, 모두 헛헛한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전문 의학의 손길 바깥에서 인간 녹용이라는 도시 괴담의 진원지를 찾아 헤맨다는 형편을 공유한다. 추격전과 스릴러라는 야심찬 시도를 선보이고 있지만, 두드러지는 상징을 통해 소비자본주의가 만연한 세정을 다소 직설적으로 환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도권 지역을 선회하는 2030세대의 고달픈 삶을 묘사해온 독립영화들의 경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 다만 프로덕션의 전 과정을 홀로 작업하며 규모 있는 서사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고 있는 이 호기로운 감독의 행보에는 주목할만한 여지가 있을지 모른다. 김휘근 감독, 정지혜 영화평론가가 함께한 대담은 그의 차기 행보에 관한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해줄 것이다.

 

 






정지혜 영화평론가 (이하 정지혜) : 안녕하세요, 진행을 맡게 된 정지혜입니다. 지난해 부산독립영화제 대상수상작인 <뿔을 가진 소년>에 대해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김휘근 감독 (이하 김휘근) : 안녕하세요. 김휘근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참석해주신 것 같아 감사합니다.

 

정지혜 : 이 영화는 편집과 촬영, 시나리오까지 많은 부분을 거의 다 감독님이 도맡아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감독님은 고등학생 때부터 동아리를 만들어 영화 작업을 해왔고 대학을 진학하지 않으면서 제도권 바깥에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뿔을 가진 소년>은 굉장히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고 느꼈는데요, 그 점에서 대다수의 독립영화들이 주로 다루는 소재와 다른 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작업을 해왔는지 요약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휘근 : 스무 살이 되자마자 입대를 했어요. 그 전까지는 부산에서 청소년 영화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을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하얀색은 더럽다>(2014)를 작업 했는데요, 군대 안에 있었기 때문에 편집을 하거나 배급을 하는 데 부담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군대 안에 있던 2년 동안 영화와 관련된 활동을 하지 않으면 감이 무뎌지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시달렸기에 틈틈이 작업을 했었습니다. 제대가 가까이 오면서부터 <뿔을 가진 소년>의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정지혜 : 이야기는 건강원이라는 한국적인 보신 문화와 그를 둘러싼 욕망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요, 이런 소재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휘근 : 이전부터 뿔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싶기도 했고, 군대 안에서 자연이나 생로병사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많이 보면서 영향을 받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정지혜 : 영화를 보면서 감독님이 자신의 작업에 관한 생각이 굉장히 뚜렷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상징이나 화법이 다소 직설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는 창작자들이 종종 피해가려는 방식이기도 하기에 오히려 눈에 띄었습니다.

 

김휘근 :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소품이나 배경에 특정한 의미를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요소들의 상징성이 서로 부딪치면서 빚어내는 에너지에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에 불상이 자주 나오는데, 제가 이전부터 종교적인 상징물에 관심이나 애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요소들 안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고민을 하면서 작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상징을 벗고 자연스럽고 일상적으로 찍었을 때 어떤 방식의 결과물이 나올지에 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정지혜 : 영화에서 스릴러와 같은 장르영화에 대한 열망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많은 영화들을 레퍼런스로 참고하며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을까 지레짐작을 해봤습니다.

 

김휘근 : 전 사실 영화를 많이 안 보는 편에 속합니다. 영화를 치열하게 보는 것보다는 다른 취미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 분들은 앞으로 영화를 보고 많이 공부를 해보는 것도 어떠냐는 조언을 해주기도 해요. 개인적으로는 서사보다는 이미지에 관심이 많아서 이전부터 영상이나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영화보다는 뮤직비디오나 CF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정지혜 : 영화가 촬영 로케이션도 많고 인물도 많습니다. 촬영 회차도 40회차가 넘는다고 들었는데 이 거대한 규모를 홀로 짊어지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제작 여건이 영화의 내적 요소에도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김휘근 : 프리프로덕션 과정이나 스토리 보드 제작을 거의 하지 않고 현장의 즉각적인 기운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업을 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선행과정이 부족해서 스스로 아쉬움을 느낀 부분이 있어 이제 아카데미에서 프로덕션을 본격적으로 배우려고 합니다. 다음 영화인 <불발탄>은 전쟁에 관한 영화인데, 전쟁영화의 규모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투자를 받거나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정지혜 : 영화 속에 많은 인물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들의 이야기를 편집을 통해 엮는 과정에서 고충을 겪진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김휘근 : 원래 제가 이야기나 인물들의 감정선에 집중을 하기 보다는 이 장면 다음에 어떤 장면이 나와야 박자에 맞을지, 혹은 박력이 있을지 고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음 영화인 <불발탄>6.25 전쟁 때 묻혀있던 폭탄이 새로 발굴된다는 내용의 작품인데요, 이 작품에서도 플롯이 세 가지로 갈라지고, 나뉜 플롯이 엔딩에서 같은 느낌을 공유하게 되는 방식의 작품일 것 같습니다.






관객 : 차기작인 <불발탄>을 위해 전쟁영화를 많이 보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영감을 받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휘근 : 거의 모든 전쟁영화를 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틈틈이 작품들을 찾아보고 있고요, 전쟁을 다루는 게임도 많이 플레이하고 있습니다.(웃음) 전쟁 속에 있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6.25와 관련된 사진들도 찾아봅니다. 전장을 촬영했던 기자들은 어떤 생각으로 카메라를 들었을지 생각하면서요.


 

관객 : 영화의 결말부에서 해석이 여러 가지로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휘근 : 원래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개인이 자본주의 안에서 겪을 수 있는 아픔, 그리고 그것이 계속 윤회된다는 사실에 중점을 두려고 했기에 마지막 장면도 그런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습니다.

 


정지혜 : 영화의 결말에서 인물들이 한강에 결집한다는 게 의미심장한 것 같습니다. 한강은 그간 한국영화에서 상징성을 가진 장소로 활용되어 왔어요.

 

김휘근 : 영화를 구상하면서 한강이라는 장소보다는 잠실에 있는 커다란 빌딩에 유념하면서 작업을 했습니다. 항상 그런 커다란 빌딩이 있다는 사실을 놀라워했는데, 그 건물이 잘 보이는 장소가 잠실대교 남단 정도라고 생각을 해서 그 곳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정지혜 : 배우 분들과도 전작부터 계속 같이 작업을 해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휘근 : 꾸준히 작업을 같이 해온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작업을 진행할 때 스태프가 적어서 고생을 했는데 그런 시기마다 배우 분들에게 의지한 점도 있습니다. 오늘도 이 자리에 많이 와주셨는데 배우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항상 유쾌한 상황 속에서 작업을 하려고 노력을 해도 영화 작업이 고된 만큼 힘든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는데요, 그런 상황 속에서 제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저를 알고 있고 제 성장과정을 지켜본 배우 분들이 저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오늘 와주신 관객 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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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연출, 연기  인디포럼 월례비행 <어딘가의 경계 : 연출 그리고 연기>  대담 기록


일시 2017년 12월 27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은선 감독, 정가영 감독, 김보람 감독, 박현영 감독

진행 송효정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휴연 님의 글입니다.





여성 감독들의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빼면, 4편의 영화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한 데 묶여 관객들을 찾아온 이유는 있지 않을까. 영화가 시작하기 전까지 머리를 떠나지 않던 고민이다. 영화가 끝난 뒤 긴 시간동안 진행된 인디토크에서는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송효정: 연출도 하시고 연기도 하시는 네 분의 감독님들 모시고 이 자리를 마련해 봤습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3편의 극영화, 1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었는데요, 모두 어떻게 영화를 만드시게 됐는지 긍금합니다.

 

김은선: 원래 배우를 하고싶었습니다. 연기를 배웠고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디션을 보러 다녔는데 연락이 안 왔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전시회 검표 알바를 실제로 했는데, 전시회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라고 작품을 못 만들겠냐'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송효정: 정가영 감독님은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력도 화려합니다. 처음에 영화는 어떻게 시작했는지, 만들어 온 영화들은 어떤 영화들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정가영: 처음 <중고나라>라는 작품을 보고 좋은 느낌을 받아서 김은선 감독님에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장편 찍을때도 김은선 감독님이 많이 도와줬고, 실제로 친한 사이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가서 친구들과 함께 영화작업을 하다가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고, 다른 꿈들에 매진하다가 다시 영화를 찍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장편은 두 편, 단편은 열 편 정도가 됩니다. 한 해에 세네 개 정도 작업하는 것 같습니다.

 

송효정: 김보람 감독님은 <개의 역사>라는 다큐를 찍으셨습니다. 작품들이 대부분 사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인데요. 다큐멘터리에 입문했던 계기가 궁금합니다. 본인의 작품들을 엮어서 설명해주시면 자기소개가 될 것 같은데, 작품들의 내용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보람: 대학교 졸업하고 2년 반정도 취업을 못 했습니다. 시간이 남아서 극장에 많이 갔습니다.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독립영화를 많이 봤는데요, 당시 봤던 다큐멘터리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실현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잡지사에 취업하고 나서 개인적으로 좀 힘들었는데, 회사 생활에서 도피하고 싶어서 미디액트에서 다큐멘터리 만들기 수업을 들었습니다. 영상을 찍다보니까 막혀있던 내 문제점들을 해소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하려고 했던 문제들을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볼 수도 있었고, 다큐를 찍으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이 다큐를 찍고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독립의 조건>이라는 50분 짜리 작품은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독립을 하기 위해 했던 생각을 담은 작품입니다. 당시가 서른 즈음이었습니다. 성인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은데, 왜 그게 안 되는가에 대해서 고민을 했던 걸 담으려고 했습니다. <독립의 조건>을 찍을 때는 독립을 못 한 상태였는데 <개의 역사>를 찍을 때는 독립을 했습니다. 그 때 살던 동네에서 사람들과 백구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송효정: 감독의 인생이 설명되는 것 같습니다. 박현영 감독님은 배우를 오래 하셨습니다. 지금도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기도 하고요. 어떻게 영화를 찍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출연이력도 말씀해주세요.

 

박현영: 대학생 때인데요, 이 얘기 하면 너무 시조새라고 하는데. (웃음) 영화잡지 '키노'가 창간되고 이랬던 때에는 잡지들이 나오면 가판대로 달려가서 사고, 포스터 사고 이런 문화가 있었습니다. 낙원상가 가서 영화 보고요. 영화는 좋아해서 영화와 관련된 뭔가를 하고 싶은데 뭘 해야될지 몰랐습니다. 그러다 대학교 4학년때 신문 공고를 보게 됐습니다. ‘홍상수 감독 두 번째 영화 여주인공 공개 오디션이라는 단신을 봤습니다. 그 당시엔 한국영화가 지금처럼 대세가 아니었는데, 홍상수 감독의 첫 작품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빌려 봤습니다. 보면서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그 뒤로 연기 오디션을 오랫동안 봤습니다. 그러다 운 좋게 캐스팅 된 듯해요.

 

 




송효정: 관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겨보겠습니다. 궁금하신 점 있으면 손 들어주시면 됩니다.

 

관객 : <결혼전, 투> 김보람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대본이 없이 찍은 작품인지 궁금합니다.


김보람: 대본이 없었습니다. 7가지 정도 주제를 가지고 하루에 하나씩 이야기를 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중간에 싸워서, 그 중 2번인가 3번 정도 촬영을 하다 그만둔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7가지의 주제는 영화 안에 대부분 다뤄져 있어요.


송효정: 본인의 이야기를 찍기 때문에 어느정도 예상을 하고 찍게 되는데,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면 편집할 때 고민이 생기진 않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람: 이런 작업을 하다보면 내가 얼마나 바보같았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찍으면서 내내 그랬던 것 같은데요, 이 작품을 만들 때는 예상치 못한 바보같은 부분을 최대한 넣으려고 했습니다.

 

송효정: 자학과 긴장 사이의 균형이 잘 맞춰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결혼전,투>의 촬영이 서로의 관계에 영향을 미쳤나요?

 

김보람: 시간이 많이 지나서 정확히 다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이 작품을 찍으면서 많이 싸웠어요. 작품을 찍고 한 달 정도 편집을 하는데 편집하는 내내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말도 당시 기분에 따라 바뀌었던 것 같은 기분이고요. 관계가 작업 과정에 영향을 줬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 만들고 같이 보면서, 당시에 만나던 분은 자기의 뜻이 온전히 반영된 편집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동의했던 건 서로 얼마나 바보같은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나 하는 지점입니다. 실제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정가영: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헤어진 상태에서 전남자친구 3명을 찾아가서 다큐를 찍은 적이 있는데요. 찍을때는 모두 동의했어요. 어디든 작품 내고 잘 쓰라고. 그런데 찍고 나서 편집본을 보내줬더니 말이 바뀌었습니다.

 

송효정: 다큐라서 사실이고, 극영화라서 허구고, 하는 구분법이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정가영 감독님의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는 제목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요? 많은 분들이 헷갈리실 것 같습니다.

 

정가영: 모두 붙여서, 끝을 내려 읽어야합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조인성이었습니다.(웃음) 시나리오에서부터 조인성만 생각하면서 작업했습니다. 실제로 <더 킹>을 본 뒤에 꿈에 조인성씨가 몇 번 나왔습니다. 장편영화를 준비하면서 기계처럼 움직이는 게 답답해서 충동적으로 이 시나리오를 만들고 조인성씨의 소속사에 연락을 해서 시나리오를 보냈습니다. 보내고 나서야 왜 또 사고를 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밤 11시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감독님 저 조인성이에요라고 했습니다. 주변을 두리번두리번거렸고요(웃음). 그렇게 실제로 통화를 하게 됐습니다. 이야기가 애매하게 돼서 다음날 또 통화를 했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일 이야기를 하다가, 사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영화 재미있는거 뭐 봤냐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송효정: 김은선 감독님의 <문화와 생활>은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하루입니다. 주인공이 별 일 없이 생활하다가 저녁에 갑자기 학원을 찾아가는데, 그 계기는 뭐였을까요.

 

김은선: 별 건 아닌데, 예를 들어 같이 일하는 직원과의 대화 속에서 뭔가를 느꼈을 수도 있고, 팜플렛 같은 것들을 모아 보다가 느꼈을 수도 있고, 지나가다 구경한 발레 공연 같은 것들에서 느꼈을 지도 모르는. 그런 작은 것들이 모여서 주인공을 움직이게 했을 것 같습니다.

 

정가영: <문화와 생활>을 따로 봤습니다. 실제로 엄마가 편의점을 오픈했는데, 주인공이 영화 안에서 3만원 환불하는 거 보고 '어떻게 저런 디테일을 넣을 수가 있지' 라고 생각했어요.

 

김은선: 주인공의 하루 안에 사소한 아쉬움들을 더 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취하고 싶었지만 친구가 취했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지만 못 만났고그런 작은 비극들을 겪게 하고 싶었습니다.

 






관객: 박현영 감독에게 궁금했던 점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연기를 하기 위한 방편으로 찍었다고 하셨습니다. 연출 작업을 해 보니까 연기와 연출이라는 측면에서 서로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박현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못했습니다. 연출도 하고 연기도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릴거라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히 주로 스스로의 모습이 장면을 차지하니까, 내가 생각한 대로 스스로 혼자 하면 되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아요. 다만 감독일 때는 모니터 뒤에 있어야 되고 배우일떄는 카메라 앞에 있어야 되는데, 오가는 게 잘 안돼서 모니터 앞에 계속 있으니 스탭들이 힘들어했습니다. 연기 하면서 모니터를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연출도 하면 어쩔 수 없이 봐야 하니까 좀 힘들었습니다.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스스로가 카메라에 찍힌다는 경험 자체가 충격적이었는데, 이젠 편집하고 그러는 과정을 많이 겪어서 그런지 생경하진 않습니다. 감독이 배우에게 원하는 것이 뭔지를 바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조금 더 생긴 것 같습니다.

 

송효정: 정가영 감독도 스스로가 많이 출연하지 않았으셨나요?

 

정가영: 반 정도 출연했어요.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는 실제의 나를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편하고 즐거웠습니다.

 

송효정: 시나리오는 실제로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정가영: 실제로 썼습니다. 다만 시나리오 상에서는 조인성과의 통화가 실제로 그렇게 길진 않았습니다. 촬영 과정에서 4번정도 테이크를 갔는데 조인성씨가 애드립을 많이 준비해줘서, 소스가 많아 편했습니다. 조인성씨가 영화를 아직 보러 오지 않으셨습니다. 같이 술을 한 번 마셨는데, 1차에서 끝났습니다. 더 훌륭한 감독이 돼서 23차 갈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웃음)

 


관객: 감독분들 모두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 뿐 아니라 혹은 평소에라도, 어떤 영화나 다른 감독들에게 영향을 받은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은선: 영화보다 연극을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서정적이고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영화들을 좋아했습니다. 화가 마크 루스코나 니체에게 영향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김보람: <결혼전, 투>를 찍을 때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는 아녜스 바르다입니다.

 

정가영: 홍상수를 사랑하고 좋아해요. <더 킹>의 한재림 감독도. 아무래도 제 영화에는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인물들이 나오다 보니까 주변에서 캐릭터들을 더 많이 넣으라고 하는데, 그런 조언을 들으면 오히려 더 한정된 공간에서 더 한정된 캐릭터를 쓰려고 합니다. 이런 주변의 말들에서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박현영: 딱히 어떤 한 작품을 이야기하긴 힘든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고전영화를 좋아하고 흑백영화에 나오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흑백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여러 이유로 힘들게 돼서 차선책으로 색채를 많이 뺐어요. 신비주의 사상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송효정: <정화된 밤>은 많은 알레고리로 가득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전작인 <탈리타쿰>과 이어지는 작품이라고 느껴졌고, 이어지는 한 편이 더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관객: 김은선 감독은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연기를 하고 싶어서였다고 했는데, 영화를 만듦으로써 연기 철학에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연기를 하는 입장이랑 영화를 만드는 입장은 다를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또 지금은 연기와 연출을 병행하고 있는지, 앞으로의 계획도 여쭤봅니다.

 

김은선: 이 영화를 찍으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똑같은 장면들을 가지고 다르게 편집하면서 위로가 됐습니다. 뭔가를 했다는 것 그 자체, 그 시간만으로도요. 어딘가에서 상영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고 이 과정 자체가 힘이 많이 됐습니다. 이 시기 이후로 욕구를 얼마간 해소한 느낌이 듭니다. 연기가 아니더라도 어떻게 인생을 채울지도 고민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연출은 너무 겁 없이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연출은 조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송효정: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은선: 추운날 따뜻한 차 드시면서 행복한 연말 되시길 바랍니다.


김보람: 다른 작업물들 보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받은 것 같습니다. 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정가영: 조심히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조인성 배우님이 <안시성> 촬영중이라고 하는데요.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박현영: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번 영화를 상영할 수 있게 도와준 인디스페이스, 인디포럼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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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는 것  인디포럼 월례비행 <우경>  대담 기록


일시 2017년 11월 29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응수 감독, 유운성 평론가

진행 변성찬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신 님의 글입니다.




 

월례비행의 11월 작품은 김응수 감독의 <우경>이었다. 10년 전에 이미 촬영을 마쳤지만 이제서야 뒤늦게 관객들을 방문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경>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한겨울에 영화를 마주할 수 있었다. 상영이 끝나고 김응수 감독, 유운성 평론가와 변성찬 평론가의 대담이 있었다.

 

 





변성찬 평론가(이하 ) : 영화에 제작연도가 기재되어 있지 않는데요, 올해 공개된 신작임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에 촬영된 영화라고 알고 있습니다. 영화를 언제 촬영했는지, 어떤 계기로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응수 감독(이하 ) : 제작연도를 써넣지 않는 태도는 앞으로도 유지하려고 합니다. 인생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항상 써놓으면 바꾸고 그래야 하더라고요. 실제로 찍은 건 10년 전입니다. 영화를 제작한 배경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야 할 같은데, 전작인 <과거는 낯선 나라다> 찍고 나서 후반작업을 진행할  유운성 평론가가 사적으로 후반작업을 돕고 싶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때는 마다했는데, <우경> 찍고 싶어졌을  연락을 했죠. 보내주겠다던 돈, 지금 주면 안되겠냐고.(웃음당시에 정말 사적인 동기로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영화는 사실상 유운성 씨가 제작의 실비를 대주신 영화입니다. 자막에 기재되어있죠. 그런데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이 몰려서 최종 작업이 늦어졌고 10년 만에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 그런 과정이 있었군요. 제가 영화를 처음 알게 계기도 유운성 평론가를 통해서였는데요, 당시에 마디를 하시더라고요. “좋아요.” 그래서 궁금합니다. 영화에 대해서 마디 해주시죠.

 

유운성 평론가(이하 ) : 영화 내적인 이야기는 이따가 자세히  있을 같아요. 영화를 처음 것도 벌써 오래 전입니다.  10 정도 같습니다. 김응수 감독님이 충주에 계실 적에 집을 방문해서 감독님이 만든  편의 가편집본을 내리 봤던 기억이 있는데 좋게 보았습니다. 그 이후로 저도 오늘 처음 겁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는데 차근차근 얘기해보겠습니다.

 


: 영화는 정말 제목에 충실한 영화죠. 장면을 빼고는 '우경'이라는 인물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우경이 눈이 안보인다는건 알겠는데, 사실이 애매하게 표현된 부분이 있습니다. 스틱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 후반부에는 맹인에게 할애되기 힘든 시점숏이 활용되기도 했고요.

 

: 주인공은 실제로 유전적인 이유가 있어서 앞을  봐. 희미하게 보인다고 했는데 지금은 상태가 안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동네에 직선으로 나있는, 장애물이 없는 길은 그냥 걸어가기도 하는데, 모르는 길의 경우에는 저희가 가이드를 하기도 하고, 본인이 어떤 식으로든 감지를 했습니다. 우경이 실제로 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닌데, 스틱을 보여주는 순간 영화의 어떤 지점이 와해되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각장애인에 대한 영화구나' 식으로  닫혀버릴  같은 느낌이죠. 그래서 영화에는 그런 명확한 단서들보다 낯선 것들을 많이 담으려고 했는데, 과정 속에서 사실 저도 인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때가 많았어요. 촬영 날부터 해야 하고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몰라서 당황을 많이 했고 그런 흔적이 영화 안에도 녹아있는 같습니다. 찍으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영화를 만들 때 사용하는 수단들이 무용지물로 변해버리는 같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서 어떤 음악을 부가적으로 더했다면 내면에 대한 묘사를 더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영화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거. 저는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니까요그리고 시점 숏에 관해서는, 숏을 인물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같습니다. 장면은 우연하게 포착한 느낌이 살아있어서 사적으로 좋아하는데요, 짜여진 듯한 일관성을 깨뜨리는 부분도 있는 같아서 마음에 들기도 합니다.

 

: 영화의 사운드 편집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감독님은 영화에서 음악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기도 한데요, 영화의 경우는 소리가 거의 없습니다. 유일하게 삽입된 같은 소리가 시계가 작동하는 소리인데요, 이런 부분에 대한 코멘트도 부탁드립니다.

 

: 특별한 의미는 습니다. 처음에는 잉마르 베리만 <침묵>(1963) 시계소리와 같은 압도적인 느낌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그런 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던 같아요.

 






관객 : 영화를 얼마나 오랫동안 찍은 건지 궁금합니다.

 

: 10회 정도 찍은 같아요. 주말마다 내려가서 찍었습니다.

 

: 그럼 영화의 후반부에 나오는 여행은 며칠인건가요?

 

: 그것도 한 번에 가지는 못하고 번에 나눠서 갔던 같습니다. 생업에 종사하는 친구이기에 길게 나가있을 수도 없어서 주말에 시간을 내서 갔죠.

 

: 여행을 간다는 설정은 먼저 제안을 하신 건가요

 

: 여행을 해야 한다는 정확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제가 영화 제작을 하면서 처음과 끝을 분명하게 설정해서 만든 영화는 없습니다. 저는 항상 제작 과정을 즐기려고 하는데 그런 성격이 영화에 투영된 같기도 해요. 다만 이런저런 장소들을 방문한 데에는 각각의 이유가 있습니다. 가령 우경이 이전에 자살시도를 하다가 실패를 하고  이후에 고향에 내려가 술만 마시면서 살았던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수녀님이 우경에게 주일학교 교사를 시켜서 그걸 계기로 마음을 다잡아 안마를 하는 법도 배우고 공부도 시작했다고 해요. 그런 이야기 때문에 성당을 방문하는 장면이 영화 안에 있어. 절은 우경이 아버지를 떠올릴 있는 공간이라고 하더라고요. 눈병이 아버지 쪽 유전이라고 해요. 아버지도 약시고요. 그래서 아버지를 떠올리며 자주 계시던 절을 방문한 것입니. 바다와 강은 헤어진 여자친구와의 인연이 있는 장소라고 했습니다. 여자친구도 시력이 안 좋은 사람이었는데, 동반자까지  그렇게 살기는 어려워서 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을 모두 일관성 있거나 의미 있는 이야기 단위로 환원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그런 시도를 애초에 크게 염두에 두지는 않았습니다.

 

: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있자면 영화가 우경이라는 인물에 대한 다큐멘터리처럼 들리는 부분이 없지 않은데, 사실 영화는 통상적인 기준에서 사용하는 연출의 정의를 생각해본다고 해도 다큐멘터리보다는 극영화의 문법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후반부에서 새떼를 보는 시점숏뿐만 아니라 초반부에 방안에서 이런 저런 행위를 하는 장면에서도 카메라가 주인공 삶을 많이 관찰해서 재구성해낸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령 커피를 끓이는 장면에서 우경의 손만이 클로즈업된 인서트숏이 그렇죠. 맹인이 아니라면 행위자의 주관적인 인상으로 다가올 있는 장면은 우경이 맹인이기 때문에 카메라가 호기심을 가지고 인물을 관찰하는 같다는 인상을 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내 장면의 연출 전반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 영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영화를 찍고 이후에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야 '아, 이게 그런 행위였구나.'라고 깨달은 점도 많습니다. 분의 세계에 대해서 제가 알기가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호기심 어린 태도로 촬영을 장면도 많은 같아요. 설거지를 하는 장면의 경우는 제가 설거지를 하던 때의 경험이 떠올라서 주의 깊게 것도 있는 같네요.

 

: 영화에서 생략된 우경의 행위들도 많은데요,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하는 장면은 나오는데 밥을 먹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거나, 지하철을 향해 걸어가는 장면은 있는데 걸음을 걸어 내려가는 장면은 없습니다.

 

: 장면들은 의도적으로 배제한 게 맞습니다. 밥을 먹거나 우경이 구걸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장면이라던가, 간단하게 말하자면 제가 보여주기 싫은 장면은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천상고원이외에 감독님의 작품들을 보면 밥을 먹는 장면이 없습니다. 유일하게 <천상고원>에서 식사장면이 있는데요,  영화는 감독님이 주연을 한 영화여서 스스로 밥을 먹는 장면이 들어가있죠. 영화를 제외하면 감독님은 거의 남이 먹는걸 본다고 생각될 정도로 먹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더라고요.

 

: 분과 대화를 하면서 생각해보니까 제가 그런 장면들을 싫어하는 것 같아요. 뭐랄까, 리얼해 보이거나 삶이 이런거야 강변하는 듯한 장면들을 지극히 싫어하는 같습니다. '삶은 고통스러운 건데 왜 계속 그런 보여주지? 영화는 다른 걸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있는 같아요. 그래서 <우경> 경우도 우경이 처한 현실보다는 우경에 대한 존엄성 같은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 또한 저는 우경에게 다가가려고 노력을 했는데 실패를 했다면 했을 뿐, 우경과 거리를 두려는 식의 기획에서 나온 건 아닙니다. 그런 한계가 영화의 일부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 한마디씩 듣고 자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 분과 함께 이런 자리에 있게 되어서 예전 생각도 나면서 울컥하네요. 앞으로도 자주 있으면 좋겠습니다.

 

: 저도 마침내 영화가 완성돼서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겨울이라는 시기에 맞춰서 보게 된 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는 올해가 십 년 뒤에 복기를 해보면 굉장히 한국영화사에서 암울한 시기라고 기록될 정도로 추락한 해라고 생각합니다. 별별 해괴한 망작들을  보았는, 영화들을 일일이 언급하는 건 활동에 장애가 있기 때문에 안 하겠지만,(웃음그런 와중에도 편의 영화가 결과적으로 좋은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같습니다. <우경> < 친구 정일우> 편인데요, 멋이 없어서 좋아하는 같습니다. <우경> 경우는 영화가 같은 것들이 영화가 되기 직전에 끝나는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인물이 애초에 많이 등장하지도 않고 이야기도 거의 없다시피하고요저는 영화가 미학적이라 좋아하는 건 아니고 뭔가 상쾌하거나 멋이 없어서 좋아하기도 합니다. 지적이고 머리를 쓰는 분들이 아마추어적인 자세로 만든 영화가 <우경> < 친구 정일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2017년의 한국영화는 영화만으로도 괜찮은 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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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재의 눈을 통해 보면  인디포럼 <재재월드>  대담 기록


일시 2017년 10월 25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건욱 감독, 박홍준 인디포럼 의장 

진행 백재호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휴연 님의 글입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영화 속 여러 장치들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한다. 장면 하나에 담긴 의도, 장면과 장면 사이의 여백에서 찾을 수 있는 감독의 힌트,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대사를 통해 드러나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같은 것들. <재재월드>는 기존의 영화들이 이야기하는 방식을 벗어난다. 나아가 기존의 영화들이 이야기하는 방식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백재호 감독(이하 백):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건욱 감독(이하 이): 영화를 한동안 안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전의 작업들이 고생처럼 느껴져서요. 좋아하는 걸 하는데 왜 힘이 들까, 왜 노동이라고 느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나한테 맞는 작업이 뭘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 내면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행을 가서 막연히 무언가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찍었는데, 찍다 보니까 방향성이 생겼고 그렇게 해서 영화가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백: 이 영화는 2016인디포럼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되어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인디포럼 제작지원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박홍준 인디포럼 의장(이하 박): 인디포럼 제작지원은 서울영상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총액 600만원 규모로 작년에 처음 공모를 했고요, 1차 심사에서 서류 없이 동영상으로 자신의 작품을 설명을 하도록 했습니다. 2차 심사의 경우 서류와 예산안을 봤고요. 1차 때 받은 <재재월드> 영상은 10분정도였습니다. 첫인상은 매우 강했습니다. 장편으로 만들어졌을 때 어떤 모습일지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감독님을 인터뷰하면서 이 영화에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장편으로 완성이 돼서 재재라는 세계에 관객들이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 제작지원 전부터 촬영을 했습니다. 완성된 영화에 대한 그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제작지원을 받은 후 부담스러워졌습니다. 사실 부담 없이 영화를 즐겁게 찍고 있었는데,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마감 날짜 때문에 압박이 조금 있었습니다. 제작지원을 받은 건 기뻤고,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관객: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이 나오는 장면은 카메라를 등진, 혹은 카메라로부터 멀어지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는데 춤추는 부분은 여성이 카메라로 다가오는 거의 유일한 장면이었습니다.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여기서 편집된 몇 쇼트들을 보면 멀어지거나 등진 장면이 더 있습니다. 초반에 그런 장면들이 많았는데요, 부끄러워서 찍은 것도 있고 의도한 것도 있습니다. 



관객: 영화 중에 머리를 묶는 것에 대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머리를 묶는다는 행위 자체는 장면들 사이에서 드러난 우연인 것 같습니다. 영화를 찍으면서 명확한 상황이나 특정한 캐릭터라는 틀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 획일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는 게 <재재월드>의 주제였는지 궁금합니다.



이: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한 건 아니었고 특정한 느낌을 주길 원했습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가면서 일반적이지 않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소한 것들에서 색다른 느낌을 받길 원했습니다.



백: 제작지원에 출품한 10분짜리 영상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 이 작품은 시나리오 없이 진행했습니다. 연출 없이 우연으로 찍었을 때 더 아름다운 장면들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각을 하고 어떤 장소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장소에서 생각나는 것들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제작지원 공모를 준비하면서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습니다.



박: 감독님이 서류로 한 장짜리 시나리오를 제출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뷰 때 의도가 뭐냐는 식의 공격을 계속 했습니다. 감독님은 주로 자기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외국에 있을 때 자신의 영어 이름인 재재, ‘재재월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의도, 하고자 하는 게 영화에 드러나지 않아도 괜찮냐는 질문을 드렸습니다. 이 영화를 여섯 번 정도 봤는데, 제 경우엔 볼 때마다 새로웠습니다. 볼 때마다 의미를 찾고 있었습니다. 어떨 때는 공간에 집중해서 보고, 어떨 때는 인물에 집중해서 보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받아들인 것 그대로 이 영화를 이해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외로움에 관한 영화가 아닐까 했습니다. 혼자 영화를 찍는 사람의 외로움, 혹은 여행지에서의 외로움이요. 한편으로는 남성의 욕망에 관한 영화가 아닌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관객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생각에 대입해 해석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관객: 창작자의 자의식이 강하게 반영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진짜 지구에 있는 것 같다”는 대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상시에도 자신이 속한 상황이나 공간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는지, 그래서 그런 대사를 쓴 건지 궁금합니다.



이: 어릴 때는 바다와 가까운 시골에 살았습니다. 그래서 행복했습니다. 제 경우엔 놀러가자는 표현 대신 ‘모험 가자’라는 표현을 많이 했습니다. 자연을 만났을 때 더 많은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도시 생활을 못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웃음)



관객: 여성 배우들에 대한 클로즈업 장면이 있는데, 배우로 하여금 특정한 감정을 가지도록 디렉팅을 한 건지 궁금합니다.



이: 마주보고 있을 때 나오는 표정이 인간적이라고 생각해서 자연스러운 웃음이 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상황을 설정하진 않았습니다.





백: 외국인들이 많이 나오는데, 대사를 할 때 어떻게 요청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이: 외계 여인으로 나왔던 캐릭터의 경우 네팔에서 여행을 하고 있을 때 일행이 됐던 사람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산을 올라갔습니다. 중간 중간 뭐를 찍으니까 그분이 저에게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그 분이 제가 하는 작업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때 제가 도와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인터뷰를 할 건데 아무 얘기나 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 분은 이탈리아와 독일 이중국적인데 어느 말이 편하냐고 했더니 독일어라고 했습니다. 일행 중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외계인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했습니다. 흥미가 생겨서 한국에 오자마자 번역을 가장 먼저 했습니다.



관객: 자연을 찍으려면 화면 비율이 넓은 게 좋을 텐데, 왜 좁게 찍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서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1:1이나 4:3비율의 작품을 볼 때 더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 영화가 가려는 방향도 넓은 화면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넓은 화면에서는 더 많은 정보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관객: 전시회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집을 할 때 어떤 느낌으로 했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느낌이나 직관으로 작업했을 것 같습니다. 장면을 조금만 바꿔도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하고 싶은 이야기였는데, 질문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냥 감에 의존해서 편집할 때도 있었고 원칙을 정해두고 할 때도 있었습니다. 장면 지속 시간 같은 경우는 감에 의존했습니다. 영화가 스토리 위주로 성장을 했고 카메라가 어떤 상황이나 메시지를 설명하기 위해 소비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경우엔 여럿의 쇼트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설명하는 데 흥미를 못 느꼈고 개별 쇼트가 그 자체로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이것은 혼자서 할 수밖에 없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그게 힘들었습니다.



박: 그래도 구성은 있습니다. 오프닝과 엔딩 시퀀스는 영화의 얼개를 갖춰두고 시작한 것 같습니다. 



이: 오프닝과 엔딩은 상투적인 구조가 맞습니다. 다만 영화 안에서 쇼트들이 서로 밀어내는 듯한 느낌을 꾸준히 가져갈 수 있게 노력했습니다. 쇼트들이 시간적으로 연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깨 보고 싶었습니다. 꿈을 예로 들면, 꿈을 꿀 때 보통 그 안에서 논리는 없습니다. 우리는 깨진 유리조각처럼 존재하는 그 꿈을 다시 끼워 맞추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기억해내려고 하긴 하죠. 영화 역시 그런 측면에서 접근해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박: 여섯 번을 보니까 나름의 해석은 생겼던 것 같습니다. 파편화한 이미지들은 그래서 무리 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고요. 계절이 주는 이미지는 의도한 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크게 보면 겨울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일종의 구성을 갖춘 부분인데요.



이: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한 게 겨울이었습니다. 어떤 배우와 편지를 주고받다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기억이 강렬했을 때를 떠올리면 직관적으로 여름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여름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여름이 떠올랐습니다. 여름을 좋아해서 영화가 여름까지 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박: 사막 같은 풍경에서 아이들이 노는 장면은 어떻게 찍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이: 그 장면은 누군가, 혹은 연출가가 의도해서 찍기보다 우연히 찍게 된 게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영화 안에 넣었습니다. 사실 그 장면은 제 그림자가 옆에 있던 나무들 같다는 생각에 찍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장면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창작가가 의도를 가지고 작업을 해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 원래 의도로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제시되는 이미지들을 보였을 때 관객들이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에 빗대 해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 영화 안에서 등장하는 물고기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낚시를 좋아합니다. 지금도 생선을 즐겨 먹습니다. 인어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좋아했고 지금도 찾아보곤 합니다. 환상적인 것으로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장면은 여행 중에 실제로 꾼 꿈입니다. 일어나자마자 메모를 해 뒀습니다.



박: 메모하는 장면도 의도적으로 넣은 것인가요?



이: 영화 자체에 대한 고민을 영화 안에서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관객: 인어를 만나서 재재에게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재재가 일관된 표정으로 등장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조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 영화 내 등장인물이 감정을 키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감정을 책임져야 되기 때문입니다. 가능한 절제하고 생략하는 방향으로 영화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객: 녹음기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엔딩과 오프닝에서 연결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리모콘 역시 줍고 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실제로 물수제비를 하고 있는데 뭔가를 주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녹음기를 줍는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면 스토리가 생겨서 힘들어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재미는 있을 것 같아서 그대로 갔습니다. 영화 안에서 재재가 너무 감정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녹음기를 통해 감정을 조금 넣었습니다.



백: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사실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많이 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두 번 봐 주신 분들께는 정말 감사드립니다. 상영 기회는 얼마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인디포럼에서 상영 기회를 두 번이나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영화를 편집을 하는 중간에도 한국에서 비슷한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신비한 모습보다도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내 방식대로, 내가 즐거운 방식으로 찍으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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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포럼 월례비행 <우경>

일시 2017년 11월 29일(수) 오후 7시 30분

대담 참석 김응수 감독, 유운성 평론가 진행 변성찬 평론가

관람료 7,000원 (인디스페이스, 인디포럼 후원회원 무료 / 인디스페이스 멤버십 6,000원)




<우경>

2017 | 70' | B&W | Fiction 


WORLD PREMIER


제작 : 유운성

연출 : 김응수

P D : 김인수

촬영 : 김응수, 전호식

녹음 : 전호식 minimal lab

프로듀싱수퍼바이저/색보정/마스터필름 : 박기웅

편집 : 김응수

사운드 : 이주석 goyo sound works

출연 : 안우경




 시놉시스 & 연출의도 


- 시네마란 무엇인가에 대한 소박한 질문 -

우연히 우경을 만났다. 우경은 망가진 내 몸을 고쳐주는 안마사였다.

남이 내 몸을 만져주는 것이 어색했다.

마지막으로 나의 더러운 발을 맨손으로 정성스럽게 만질 때는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발이 의미하는 편견을 모르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무도 내 더러운 발을 그렇게 대하지는 않았다.

이 장면은 우경에 대한 내 마음가짐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나를 존중하고, 내가 건강하기를 바랐다. 나도 다른 시각으로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내 욕망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의 얼굴을 찍을 수도, 조명을 밝힐 수도, 그의 시점 쇼트를 찍을 수도,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도 없었다.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의 얼굴을 찍어도 실례가 되지 않는 것인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둠 속에서 어떻게 보는지, 무엇을 듣는지, 정말 나처럼 풍경을 느끼는지, 슬픈 것인지 기쁜 것인지,

지금 속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어둠 속에서 그의 뒷모습을 수동적으로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감독으로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곤궁의 영화라고 부르고 싶다.

그러나 그 곤궁함 때문에 더 풍요로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삶이 펼쳐진다. 동정할 것도, 특이할 것도 없는. 그는 커피를 내려 마시고,

밥을 하고, 전화를 걸고, 책을 읽고, 길을 걷고, 안마를 하고, 여행을 하며 풍경을 본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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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전  인디스페이스 개관 10주년 기획전: 마음이 모인

 

기간 2017년 11월 8일(수) - 13일(월) | 6일간

장소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관람료 7,000원 (후원회원 무료, 멤버십 천 원 할인)

주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주최 (사)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후원 서울시, 서울영상위원회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며 [인디스페이스 개관 10주년 기획전: 마음이 모인]을 11월 8일(수)부터 13일(월)까지 6일간 개최합니다. 2007년 문을 연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그리고 독립영화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함께해온 곳, 그들이 추천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10년 전 첫 개봉작인 <은하해방전선>(2007), 인디스페이스 최다 관객작 <두 개의 문>(2012), 독립영화 최고 흥행작 <워낭소리>(2009)를 비롯하여 약 30여편의 작품을 상영합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개관 10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던 건 곁에서 자리를 지키며 응원해준 여러 극장, 배급사, 영화제, 그리고 꿋꿋이 함께 서있는 많은 곳들의 몫이 큽니다. 인디스페이스는 [인디스페이스 개관 10주년 기획전: 마음이 모인]을 통해 독립영화로 모여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단체들을 소개하며 그들이 추천한 작품을 함께 보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대구 오오극장, 서울아트시네마, 인디스토리, 시네마달, 인디플러그, 무브먼트, 서울독립영화제, 인디포럼, 인디다큐페스티발,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신나는 다큐 모임, 도서출판 돌베개, 독립영화매거진 motion, OR, 오렌지필름, 배우 유지태, 관객기자단 인디즈, 그리고 관객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그들이 전해줄 마음속 독립영화 이야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난 10년간 독립영화의 자취를 살필 수 있는 [인디스페이스 개관 10주년 기획전: 마음이 모인]은 단순한 상영과 관람을 넘어 함께 축하를 나누며 서로 환영하고 격려하는 자리가 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여러분과 소통하며 마음을 나누는 인디스페이스가 되겠습니다.






 상영시간표 





 예매하기 

맥스무비 http://bit.ly/2vULqyh (좌석 선택 가능)

예스24 http://bit.ly/an5zh9

다음 http://bit.ly/2qtAcPS

네이버 http://bit.ly/OVY1Mk






 단체 소개 | 상영작 정보 





❤️ 마음 하나.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관객과 영화, 그 만남의 광장! 우리 모두의 바캉스, 정동진독립영화제가 있는 그 곳. 강릉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한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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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워낭소리> 11.12 Sun 18:30

“안 되는 영화는 물론, 안될 거 같은 영화들에는 1의 스크린도 허용하지 않는 한국의 와이드릴리즈 개봉시장에서 단 6개관으로 출발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어마어마한 결과를 만들어버린 영화 <워낭소리>와 그 놀라운 결과를 하드캐리한 초창기 인디스페이스의 성과! 한국영화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역주행의 첫 사례이자 대표사례를 창출해낸 핵심 근거지로서 독립영화전용관의 의미와 필요성을 현장의 결과로 한방에 보여준 인디스페이스의 쾌거!” 



<워낭소리 Old Partner> 이충렬 | 2009 | 다큐멘터리 | 75min

초록 논에 물이 돌 듯 온기를 전하는 이야기. 팔순 농부와 마흔 살 소, 삶의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노인에겐 30년을 부려온 소 한 마리가 있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 그런데 이 소의 나이는 무려 마흔 살. 살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이 소는 최노인의 베스트 프렌드이며, 최고의 농기구이고, 유일한 자가용이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최노인이지만 희미한 소의 워낭 소리도 귀신같이 듣고 한 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산을 오른다. 심지어 소에게 해가 갈까 논에 농약을 치지 않는 고집쟁이다. 소 역시 제대로 서지도 못 하면서 최노인이 고삐를 잡으면 산 같은 나뭇짐도 마다 않고 나른다. 무뚝뚝한 노인과 무덤덤한 소. 둘은 모두가 인정하는 환상의 친구다. 그러던 어느 봄, 최노인은 수의사에게 소가 올 해를 넘길 수 없을 거라는 선고를 듣는다.





❤️ 마음 둘. 대구 오오극장


하나부터 열까지 다 좋은 영화관!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최초로 설립된 독립영화전용관으로 인디스페이스와 베스트 프렌드지요. 대구 오오극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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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혜영> <나만 없는 집> <맥북이면 다 되지요> 11.10 Fri 17:30

"지역에서 독립영화전용관을 운영하지만 요즘 시대에 대중들에게 ‘로컬’과 ‘인디’를 강조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자주 합니다. 영화는 영화니까요. 오오극장이 선정한 3편의 대구 독립단편 역시 영화입니다. 게다가 올해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좋은 영화입니다. 로컬시네마의 가능성 같은 거창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올해 ‘대구독립영화’의 성과를 자랑하기 위해 이 작품들을 선정했습니다. 인디스페이스와 함께 이 시대에도 인디와 로컬이 존재 한다는 것을 자축하고 싶습니다."



<혜영 Hye-Young> 김용삼 | 2016 | 극 | 39min

혜영과 성우는 꽤 오래된 연인이다. 혜영은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고 성우는 대구의 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혜영은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대구에 있는 성우의 집에 잠시 머무르게 된다.



<나만 없는 집 Home without Me> 김현정 | 2017 | 극 | 33min

1998년 봄. 이제 4학년이 된 세영은 걸스카우트를 하고 싶다. 하지만 세영은 언니 선영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반대를 겪는다.



<맥북이면 다 되지요 Mac-boogie> 장병기 | 2016 | 극 | 22min

가족에게 늘 희생하며 살아온 효선은 왠지 혼자만 더워 잠들지 못한다. 느닷없이 조기폐경진단을 받고 거금의 치료비를 듣는다. 그런데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아들 진수가 맥북사달라고 했던 것. 집에 돈이 될 것이라고는 늙은 암소 한 마리. 맥부긴가 뭐시긴가 그 거 있으면 뭘 할 수 있다고? 다 할 수 있다고? 진짜 이 모든 상황이 다 잘 될 것이라고?





❤️ 마음 셋. 서울아트시네마


항상 든든하고 고마운 옆집. 다양한 시각으로 보석 같은 작품을 선별해 관객들과 만나는 서울아트시네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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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라오스> 11.9 Thu 16:00

“<라오스> 속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은 어느새 규범을 위반하는 예외적인 사건들을 만들어냅니다. 그 전환의 과정을 눙치며 보여주는 감독의 연출이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라오스 Laos : In the Warmest Country4> 임정환 | 2014 | 극 | 71min

원식과 현철은 마침내 졸업영화를 엎어버리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영화 찍으려던 돈을 들고 라오스로 날아간다. 한때 그들과 함께 영화를 공부했던 정환이, 그들을 맞이한다. 셋은 라오스에서 종합비타민을 팔아 돈을 벌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죽이는 장편시나리오를 완성해 고국으로 돌아가자 말한다. 그렇게 셋의 동업이 시작된다. 그러나 머지않아 정체불명의 택시기사와 북한사람이 일에 끼어든다. 이들의 이야기는 산으로 향해간다.





❤️ 마음 넷. 인디스토리


1998년부터 적어 내려온 독립영화 이야기.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가는 최초의 독립영화 전문 제작/배급사 (주)인디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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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최악의 하루> 11.11 Sat 10:30

“<최악의 하루>는 (주)인디스토리 제작 작품으로, 김종관 감독만의 독보적인 감성이 빛을 발하는 영화. 늦여름에서 가을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경과 서촌의 골목골목 멋진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지난 해 "혼영족"을 사로잡으며 8만 관객을 돌파했던 <최악의 하루>! 인디스페이스 개관 10주년이라는 멋진 기회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친구와 연인과 함께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최악의 하루 Worst Woman> 김종관 | 2015 | 극 | 93min

`어떻게 오늘, 이래요?`

늦여름 서촌의 어느 날, 배우 지망생 은희(한예리)는 연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길을 찾는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를 만난다. 말은 잘 안 통하지만 이상하게 대화가 이어지는 료헤이와 헤어진 후 은희는 드라마에 출연 중인 남자친구 현오(권율)를 만나러 촬영지인 남산으로 향한다. 

그리고 같은 시간, 한 때 은희와 잠깐 만났던 적이 있는 남자 운철(이희준)은 은희가 남산에서 올린 트위터 멘션을 보고 은희를 찾아 남산으로 온다. 오늘 처음 본 남자, 지금 만나는 남자 그리고 전에 만났던 남자까지 하루에 세 명의 남자를 만나게 된 은희. 

과연 이 하루의 끝은 해피엔딩일 수 있을까?





❤️ 마음 다섯. 시네마달


인디스페이스와 블랙리스트 동지! 독립다큐멘터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며 관객들에게 손을 내미는 다큐멘터리 전문 배급사 시네마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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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개의 역사> 11.13 Mon 18:10

“언제건 그 자리에 묵묵히 있을 것 같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동네, 동네에 새겨진 풍경처럼 흘러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바라보며 홀로 시간을 지키는 늙은 개를 담담하게 담아내는 카메라가 작은 위로를 전합니다. 비둘기 모이 주는 할머니, 킥보드 타는 초등학생, 토끼 데려온 곱슬머리 외국인 등 도시화된 삶 속에서 '누구인지' 중요치 않은 우리 모두의 일상을 지그시 지켜봐 주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백구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카메라가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듯, 이 영화를 보고 나온 누군가도 주변의 모든 풍경들에게 '누구인지 알기 위해' 말을 건네게 될 것입니다.”



<개의 역사 Baek-gu> 김보람 | 2017 | 다큐멘터리 | 83min

마을 공터에 늙은 개 한 마리가 산다. 카메라는 그 개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저마다의 기억을 꺼내어 놓는 사람들. 기억과 현실 사이를 부유하며 하나의 풍경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 마음 여섯. 인디플러그


서로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되자!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를 운영하며 배급까지 힘차게 달리고 있는 인디플러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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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똥파리> 11.12 Sun 20:00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는 2009년 개봉하여 세계 유수영화제에 초청, 수상하는 등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독립영화입니다. 당시 <워낭소리> 이후 한국독립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많은 이들에게 독립영화의 존재를 알리고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개관 10주년 영화제에 <똥파리>를 추천합니다.”



<똥파리 Breathless> 양익준 | 2008 | 극 | 130min

동료든 적이든 가리지 않고 욕하고 때리며 자기 내키는 대로 살아 온 용역 깡패 상훈.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상훈이지만, 그에게도 마음 속에 쉽게 떨쳐내지 못할 깊은 상처가 있다. 바로 ‘가족’이라는 이름이 남긴 슬픔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여고생 연희와 시비가 붙은 상훈. 자신에게 전혀 주눅들지 않고 대드는 깡 센 연희가 신기했던 그는 이후 연희와 가까워지고 그녀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그렇게 조금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아버지가 15년 만에 출소하면서 상훈은 격한 감정에 휩싸이는데…





❤️ 마음 일곱. 무브먼트


넘치는 에너지로 독립영화 배급부터 홍보까지 도맡는 만능열쇠 무브먼트. 영화가 대중을 만나는 순간을 위해 기대와 고민의 시간을 함께합니다.


PICK <혜화, 동> 11.11 Sat 16:00 +인디토크

“혜화의 겨울은 매섭고 추웠다. 내미는 손마다 차가웠고 내뱉는 입김은 바트기만 했다. 그런데 잊기 힘든 혜화의 얼굴에서 시작된 미세한 파장이 번져갈 때 마음이 데워지기 시작했다. 굴곡 많은 생의 도로를 섬세하게 조율하는 감정의 선들, 그리고 능숙하고 단단한 그 길 위의 운전자들. '세상에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냐'며 조용히 등을 어루만져주는 영화다, <혜화, 동>은.”



<혜화, 동 Re-encounter> 민용근 | 2010 | 극 | 108min

5년 전 버려진 기억을 되살리면… 멈춰버린 우리의 이야기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18살 고등학생 혜화와 한수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혜화가 임신을 하자 한수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5년이 지난 어느 날, 혜화 앞에 갑자기 나타난 한수는 죽은 줄 알았던 자신들의 아이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한수의 말을 믿지 못하는 혜화. 하지만 아이가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게 된다.





❤️ 마음 여덟. 서울독립영화제


연말마다 한 해를 결산하며 만나는 국내 유일의 독립영화 경쟁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입니다. 봄날의 인디피크닉에 이어 다가오는 12월에도 우리는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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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고갈> 11.10 Fri 19:30 +인디토크

"<고갈>은 2008년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으로 센셔이셔널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듬해 시라큐스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등 국내외의 호평이 이어졌지만, 개봉을 책임질 배급사가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2007년 개관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는 배급 환경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 개봉지원사업을 신설, <고갈>을 첫 번째 지원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는 취지를 살려 직접 배급/마케팅을 통해 <고갈>의 개봉을 지원하였습니다. <고갈>은 당시 독립영화의 배급환경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으로, 이후 더 많은 독립영화들이 극장에서 만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갈 Exhausted> 김곡 | 2008 | 극 | 128min

세기말의 황폐함으로 가득한 불모의 갯벌, 언어를 잃은 채 오직 ‘몸’으로만 소통하던 두 남녀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파국의 배달부가 당도했다!

시공간을 가늠할 수 없는 황폐한 갯벌 위에서 놀고 있던 한 여자를 ‘주운’ 남자는 여자를 데려가 공단의 이주노동자들에게 매춘시킨다. 틈만 나면 달아나려 애쓰는 여자는 번번이 남자에게 붙잡히는데…

어느 날 그들 앞에 한 중국집 배달부가 나타나고, 여자는 강렬한 떨림을 느낀다. 며칠 후, 드디어 남자에게서 도망치는데 성공한 여자. 배달부는 함께 달아나자고 제의하지만 여자는 남자에게로 되돌아가 버린다. 

두 남녀에게 배달부가 다시 찾아오면서, 숨 막히는 공포와 거대한 파국은 절정으로 치닫는데…





❤️ 마음 아홉. 인디포럼 (프로그램팀)


관객들과 부단히 소통하며 성장해온 인디포럼. 영화제뿐만 아니라 다시 돌아온 '월례비행'으로 오래오래 서로 곁을 지킬 수 있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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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클린 미> <순환하는 밤> <결혼전야> <연희> 11.8 Wed 18:00

<클린 미> 인디포럼2015 폐막작. ‘병철’은 감옥에서 나온 후 출소자들의 ‘갱생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법무보호복지공단에 입소한다. <클린 미>는 병철의 갱생원에서의 일상을 정교하고 절제된 쇼트로 담아내고 있다. 관습적인 드라마투르기에 의존하지 않고 이미지와 편집의 힘만으로 인물이 그때 그곳에서 겪은 내밀한 감정의 특이성을 온전하게 형상화하고 있는 수작.

<순환하는 밤> 인디포럼2016 신작전. <순환하는 밤>은 여러 장의 사진들과 인용된 문장들의 몽타주를 통해서 사진과 사건이 지닌 유령성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자, 그 유령성에 내재한 끈질긴 회귀의 힘에 대해 질문하고 사유하는 에세이 영화다.

<결혼전야> 때론 인생에서 이벤트가 관계의 휴지기를 갖게 하는 계기가 되는 걸까. 딸의 결혼 하루 전, 엄마는 딸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 주고 싶어 분주하다. 결혼 당사자인 딸은 엄마의 흔적이라면 하나라도 두고 가고 싶은 눈치다. 엄마의 일방적인 마음 씀이 불편해 보인다. 이 주고받음이 편치만은 않은 건 이들 관계의 삐걱댐이 꽤 오래됐음을 암시한다. 결혼전야라는 한정된 시간을 틈타 모녀는 각자에게 남아 있던 서로의 흔적을 끄집어내본다. 모녀라는 해묵은 관계가 보인다. 엄마 역의 배우가 특히 인상적이다.

<연희>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 자신이 갖지 못한 재능에 대한 열패감. 창작자라면 얼마간 공감하거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문제다. <연희> 속 문예창작학과 학생 ‘연희’도 지금 그 난제에 빠져 있다. 창작의 길에서 자기 자신의 밑바닥을 얼마큼 어디까지 드러낼 것인가. 그 시험대에 스스로를 세운 건 연희 그 자신이다. '진짜' 창작, 창작자의 '진실됨'이라는 복잡 미묘함에 대해 우리는 어디까지, 얼마나 얘기해 볼 수 있을까. 배우 윤금선아는 자기 안에서, 자기만 아는 사투를 벌이고 있을 연희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클린 미 Clean Me> 강상우 | 2014 | 극 | 21min

출소한 병철은 법무보호복지공단에 입소한다. 그곳에선 모두들 청소에 여념이 없다.



<순환하는 밤 Cyclical Night> 백종관 | 2016 | 실험 | 16min

밤의 어둠 속에 유령이 다시 나타난다. 시간이 이음매에서 어긋나 있다.



<결혼전야 A Night before the Wedding> 이란희 | 2014 | 극 | 19min

결혼 전날 밤, 짐을 챙긴다.



<연희 Yeon hui> 백해선 | 2014 | 극 | 22min

문예 창작과, 무명의 책에서 베낀 글로 인정받는 연희. 청강생 강희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능력으로 좋은 글을 써내는 강희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 연희에게 주어진 뜻밖의 마지막 과제 ‘비밀 드러내기’를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비밀을 드러내기란 어렵다.






❤️ 마음 열. 인디다큐페스티발


실험! 진보! 대화! 매달 'SIDOF 발견과 주목'으로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인디다큐페스티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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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송환> 11.9 Thu 19:20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며 인디다큐페스티발이 여러분과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은 김동원 감독의 <송환>입니다. 2007년은 인디다큐페스티발에게도 특별한 해였습니다. 2001년 첫 발을 뗀 이래 매년 한 해 동안 제작된 독립다큐멘터리를 조망하는 자리를 마련해 온 인디다큐페스티발이 한국 독립다큐멘터리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고 또 다른 도약을 꿈꾸며 영화제의 전환점을 찾고자 했습니다. 이에 한국 독립다큐멘터리에 기념비적 발자취를 남긴 <송환>을 개막작으로 선정하고 독립다큐멘터리의 정체성과 확장에 대한 질문을 되새겼습니다. <송환>은 비전향 장기수를 12년간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다큐멘터리와 다큐멘터리스트의 집념과 삶에 대한 존중을 일깨우는 작품입니다. 다큐멘터리의 근원적 힘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자 했던 인디다큐페스티발2007 개막작 <송환>을 다시 보며, 한국 독립영화의 기대와 바람을 한 몸에 안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개관이 실현된 2007년의 어떤 희망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송환 Repatriation> 김동원 | 2003 | 다큐멘터리 | 148min

1992년 봄, 나(김동원)는 출소 후 갈 곳이 없던 비전향 장기수 조창손, 김석형을 내가 살던 동네인 봉천동에 데려오는 일을 부탁받는다. 나는 그들이 북에서 내려온 간첩이라는 사실에 낯설음과 호기심을 갖고 첫 대면을 하게 된다. 한 동네에 살면서 나는 특히 정이 많은 조창손과 가까워지고 이들의 일상을 꾸준히 카메라에 담게 된다. 하지만 내 아이들을 손자처럼 귀여워하는 모습에 정을 느끼는 한편 야유회에서 거침없이 ‘김일성 찬가’를 부르는 모습에선 여전한 거부감을 확인하기도 한다. 

얼마 후 조창손은 고문에 못 이겨 먼저 전향한 동료 진태윤, 김영식을 만나게 되지만 이들 전향자들에게는 떳떳치 못한 자괴감이 깊게 배어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나는 이들의 송환 운동에 도움이 되고자 장기수들의 북쪽 가족을 촬영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입국 절차가 무산되고 되려 허가 없이 영화 제작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되는데, 대신 이 사건을 계기로 장기수 할아버지들과 나의 친밀감은 두터워지게 된다.

1999년부터 본격적인 송환 운동이 시작되고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과 함께 송환 운동은 급물살을 탄다. 송환이 현실이 되자 남쪽이 고향인 장기수들, 옥중에서 전향을 하여 북으로 갈 여건이 안 되는 이들, 결혼을 발표하여 동료들의 비난을 받는 이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갈등 상황이 빚어진다. 송환을 앞두고 조창손은 30년 전 체포되었던 울산을 찾아가 죽은 동료의 넋을 달래고 그의 가족에게 전해 줄 흙 한 줌을 퍼 간다. 그리고 비전향 장기수 63명은 2000년 9월 2일 북으로 송환된다.





❤️ 마음 열하나. 한국독립영화협회


독립영화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배우는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한국독립영화협회. '독립영화 쇼케이스' 상영회와 더불어 어깨동무하고 걷는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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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은하해방전선> 11.12 Sun 15:30 +인디토크

“교복차림으로 멀리서 지하철을 타고 낯선 지역, 허름한 극장까지 찾아가 <은하해방전선>을 보았다는 이야기. 최근 들었던, 각자 최초의 독립영화에 대한 추억담 중 하나. 이야기를 들려준 스태프들은 어느새 이십 대 후반 삼십 대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기억을 따라 소환된 2007년의 독립영화진영은 분주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