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 소소대담] 여름의 영화, 여름의 우리 


참석자: 송희원, 이현재, 박영농, 이지윤, 최지원, 김은정
('소소대담'은 매달 진행되는 인디즈 정기 모임 중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리뷰] <컴, 투게더>: [주의] 외면하지 말 것! http://indiespace.kr/3421



이지윤: <컴, 투게더>는 궁극적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려 했던 작품이라 생각한다. 암담한 현실 속에서 서로를 끌어안는 인물들의 모습에 감동을 느꼈다. 다만 작품이 전달하려는 희망이라는 메시지가 개인적으로 와 닿지는 않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어떤 암담함 내지는 찝찝함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부조리한 사회에 어떤 변화도 없었다는 점이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킨 원인이라 생각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와 닿는 감정이 모두 다를 것 같은데, 다들 영화를 어떻게 봤는가?

박영농: 지윤 님의 감상과 비슷하다. 영화 내내 찝찝한 기분이 들었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나서도 그랬다. 한 가정이 우여곡절을 겪고 마침내 ‘컴, 투게더’한다는 내용에서 사라진 부분은 그들 각자가 저지른 문제들과 그에 대한 책임이다. 사회의 부조리를 그대로 둔 것과 더불어 그들은 저마다 사회 내에 부조리와 같은, 혹은 더 부조리한 방식으로 죄를 저질렀단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면처럼 하하 호호 웃으며 끝난다면 병실에 누워있는 사람들,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갈 학생 등 주인공들의 주변부에 위치해 인생의 변곡을 겪은 이들은 과연 ‘컴, 투게더’ 할 수 있을까? 주인공들은 모두 부조리한 사회에서 탈주한다. 그런데 제목은 ‘컴(come), 투게더’이다. 왜 ‘고(go), 투게더’가 될 순 없었을까. 영화 전반에 서린 회피와 무책임에 그 답이 있을 것이다.

최지원: 영화 내내 크고 작은 폭력들이 돌고 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상처를 받은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폭력이 순환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갑자기 희망을 얘기하는 영화의 결말이 조금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비극적으로 결말을 맺었다면 더 위로가 되었을지 모르겠다고 느꼈다. 영화의 인물들이 굉장히 현실적이라 좋았는데, 그래서 결말이 조금 어울리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김은정: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가족의 어려움을 고루 담고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보통 한 가지 주제만을 정해서 그것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작품이 많은데 <컴, 투게더>는 한 가족 속에서 각자의 고민과 아픔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좋았다. 그리고 적당한 정도의 극적 요소가 있는 것도 좋았다. 살짝 과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영화에 잘 몰입할 수 있었다.

송희원: 왠지 모르게 상징이 과하게 쓰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등장인물이 뛰거나 냄새를 못 맡는 것이 감독이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 같아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현재: 영화가 일부러 어색한 결말을 선택한 것 같다. 나 또한 영화의 결말이 어색하다고 느꼈다. 고생 끝에 고생만 남았는데 그것이 희망이라는 게 부조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희망이라는 막연한 기대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부조리한 감정 내지 전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인물을 동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으나 어떻게든 캐릭터들에게 웃는 장면 하나 정도는 주려고 했던 거 같다. 그게 이 영화의 위로라면 위로일 텐데 나에게는 그 위로가 조금 차갑게 느껴졌다.





[리뷰]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 잊혀진 꿈의 악보 http://indiespace.kr/3448
[인디토크 기록]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 다큐멘터리가 나에게 걸어올 때 http://indiespace.kr/3465


이지윤: 고려인 여성 인물들의 삶을 다루는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는 주변인과 소수자에 대한 고찰로까지 이어진다. 또한 작품이 그런 이야기를 굉장히 미학적이고 독특한 방식으로 다뤘다는 생각이 든다.
 
이현재: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고려인들을 굳이 한 민족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화는 좀처럼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대신 연해주를 떠돌면서 이야기를 채집한다. 영화는 떠돌다 고려악단의 공연 푸티지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그 반복이 영화의 리듬을 만들고 여기저기 흩어진 자료들을 한 곳으로 정리할만한 대상을 형성하는 것 같다. 그게 사람마다 다르게 보이긴 하겠지만 나는 그 대상이 방 타마라 선생으로 보였다. 방 타마라 선생이 나오는 장면마다 과거가 과거로만 머물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 인물을 통해 과거가 과거일 수만은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 다큐멘터리의 좋은 점이 있다면 자료를 멈춘 존재로 보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박영농: 독립영화 인터뷰 매거진 NOW에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를 소개하는 글을 썼다. 무엇보다 다큐멘터리의 소재로 고려인이라는 특정 집단에 대해 그렇게 끈질기게 매달린다는 게 여러 여건상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100분에 가까운 시간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열정 혹은 동력이 존경스러웠다. 동시에 영화에 나오는 음악들이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고백하건대 조금 취향이 올드하지만 그런 20세기 가요들을 매우 좋아한다. 아마 조부모님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도 고려인들에 대해 연구를 오랫동안 해 오신 아버님께 이 영화를 바친다는 감독의 메시지가 뜨더라. 그 메시지를 보면서 이 영화의 동력과 내가 이 영화 속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한 의문, 두 가지 물음이 한꺼번에 해결된 듯했다. 뿌리라고 표현을 해도 될까. 그랬다.

김은정: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고려인이 어떤 사람들을 이르는 말인지 잘 알지 못했다. 여성 예술가의 이야기를 했다는 점에 있어서도 큰 의미가 있지만 그에 앞서 고려인의 존재에 대해 상기시킬 수 있는 좋은 영화였던 것 같다. 중간 중간 삽입되는 당시의 음악들과 인터뷰 영상을 보며 마치 한국도, 러시아도 아닌 제3세계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신기한 체험이었다.

송희원: 연출 방식보다 고려인 여성들이 부르는 노래 자체가 매우 힘 있게 느껴져 인상적이었다. 노래에서 강인함이 느껴졌다.





[리뷰] <노무현입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노무현입니다 http://indiespace.kr/3445


이지윤: 노무현을 다룬 영화의 등장이 낯설지 않았다. 극영화였던 <변호인>(2013),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2016), 그리고 저널리즘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에서도 노무현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등장하곤 한다. 정치인 중에서도 노무현을 회상하는 영화가 유난히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노무현입니다>가 취한 인물을 기억하는 방식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송희원: 아직도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노무현입니다>는 노무현이란 인물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란 생각이 들었다. 인물에 대한 정치적인 평가, 과오보다는 그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모습을 더 많이 부각시켰던 것 같다.

이현재: 보면서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지난 9년을 지나면서 ‘정치의 일상화’라는 말은 더 이상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 된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이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나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다만 ‘정치의 일상화’ 혹은 ‘일상의 정치’는 현안문제가 되었다는 생각은 강하게 든다. 그렇다면 그 답을 어쨌든 현안에서 찾아야 하는데 오른쪽에서는 박정희로, 왼쪽에서는 노무현으로 찾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정치라는 걸 인지하기 시작한 게 딱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 때부터이다. 그래서 왜 사람들이 노무현을 그리워하는지 정확하게는 알지 못한다. 그냥 그런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이 좋았다는 것만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러나 내 눈에는 사람들이 노무현이라는 상징을 너무 그리워하는 것 같고 그게 현안을 돌파할 뚜렷한 답이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노무현입니다>를 보면서 내가 느낀 것은 영화가 꽤 활발함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그리움의 정서가 강하다는 것과 딱 그만큼 노무현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이었다. 노무현에 대한 회고를 통해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일종의 목표로 삼고 있는 것 같은데 건강한 현상 같지는 않다. 현안문제에 대한 답은 언제나 현안에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한 편으로는 건강하지 못한 시간 속을 지나왔으니 건강하지 않은 현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박영농: 사실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에는 어렸기 때문에 여러 화두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했다. 영화는 그의 과거 영상들과 남은 주변인들의 회고들을 잔잔히 들려준다. 노무현에 대한 사적인 평가, 혹은 사회의 공적인 평가와 상관없이 그냥 보기 좋았다. 또 그가 정치계에 몸을 담고 있었을 때와 지금의 사회를 함께 생각하면서 봤다.

최지원: 이런 영화가 나올 때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노무현만큼 상징적인 사람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평소에 그가 너무 신격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충분히 이야기될 만한 시기이고 사람인 것 같다. 영화가 노무현을 이야기하는 방식도 정치적 면모가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굉장히 전기(傳記)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것이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정치인의 모습에 응답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다른 점보다도 노무현의 인간적인 모습이 부각되는 것 같다. 

김은정: <노무현입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는 영화라기보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다. 그와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를 그리워하고 칭송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실제로 그를 만나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또한 작품은 그를 ‘정치인 노무현’이 아니라 ‘정치인들 속 인간 노무현’으로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리뷰] <꿈의 제인>: 
불행과 함께 살기
 http://indiespace.kr/3446
[인디토크 기록] <꿈의 제인>: 공(O)존 http://indiespace.kr/3488


이지윤: <꿈의 제인>은 사랑해마지 않는 영화다. 함께하고 싶고, 외롭고, 사랑받기 위해 조용히 몸부림치는 작품 속 소현에게서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소현에게 잠시나마 행복을 선사한 제인이란 인물이 말 그대로 ‘꿈의 제인’이었기 때문에 느꼈던 슬픔이 굉장히 컸다. 행복이 없지만 있다고 믿고, 현실을 해체하고 나서야 비로소 행복한 꿈이 만들어 진다는 필연적인 비극성 때문에 한동안 마음이 먹먹했다.

김은정: 사실 그다지 기분 좋은 영화는 아니었다. 소현의 아픔과 현실이 결집되어 만들어진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사실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소현이라는 캐릭터는 영 정이 안 간다. 이런 면에서 보면 소현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표현해내는 데에 큰 성공을 거둔 것 같다. 그녀가 왜 사랑받을 수 없고 그녀를 왜 사랑할 수 없는지를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내 생각에 그녀를 지나쳐간 많은 이들이 그녀에게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은 것은 표현하기 어려워서일 수도 있지만 그녀에게 그런 사실을 이야기해줄 정도의 충분한 애정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 같다. 

송희원: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소현의 대사를 듣는 순간 마음이 먹먹해졌다. 나는 어렸을 때도, 성인이 된 지금도 정말 그것을 잘 모르겠더라. 성인이 되어선 그래도 친한 ‘척’ 할 수는 있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소현의 대사를 듣고 어렸을 때 모습이 떠올라 가슴 아팠다.

이현재: 나 또한 이 영화를 애정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에는 소현이라는 캐릭터 때문이 아니라 구교환 배우가 연기한 제인 때문에 애정한다. 감독도 자기가 디자인한 캐릭터 중 제인을 몹시 애정하고 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시작한 것 같았다. 구교환 배우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카메라에 배우가 너무 잘 잡혀서 이 영화를 좋아한다. 이 점이 없었다면 <꿈의 제인>을 좋아하진 않았을 거 같다.

박영농: 한 번 보는데도 체력 소모가 엄청난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 보면 더 좋은 영화인 듯하다. 영화가 공존, 팸 등에 대해 방점을 찍고 있는 듯한데 그것이 <꿈의 제인> 스태프 모두가 하나의 팸이 되어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지원: 영화가 전체적으로 섬세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하나의 서사가 아니라 여러 개의 서사가 얽혀있다는 점이 연출적으로 가장 좋았다. 이야기가 전환되지만 어떤 이야기 속에서든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비극성이 잘 와 닿았다. 그리고 이민지 배우의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눈치 보는 것에 익숙하고 모나지 않게 행동하려고 늘 움츠러들어있는, 그러면서도 결코 순진하지는 않은 소현이란 캐릭터에 마음이 많이 갔다. 하고 싶은 얘기를 간결하고 섬세하게 하고 있는 영화인 것 같아서 그 자체로 좋았던 것 같다. 





[리뷰] <델타 보이즈>: 우리는 대책이 없고 무엇 하나 쉬운 것도 없다 http://indiespace.kr/3457
[인디토크 기록] <델타 보이즈>: 허기지고 빛나는 꿈을 노래하다 http://indiespace.kr/3473


이지윤: <델타 보이즈>는 독특한 힘을 가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절반 이상이 배우들의 애드리브로 이루어진 대사와 롱 테이크. 여백이 많다고 느꼈는데 그런 허전한 듯한 여백이 작품의 주제의식과 잘 맞물린다고 느꼈다. 다들 작품을 어떻게 봤는가?

최지원: 살짝 취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점에서 보기가 힘들기도 했지만 독특한 분위기와 특유의 유머감각이 인상적이었다. 

김은정: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주인공들은 마땅히 묵을 곳이 없어도, 삼시세끼 라면만 먹어도, 그런 것쯤은 신경 쓰지 않는다. 억지로 슬프게 꾸며 내지 않아서 좋았다. 준비했던 대회가 취소되는, 비극적이지만 현실적인 상황이 쭉 이어진다. 그냥 아주 평범한 일상, 오늘도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은 그런 나날 속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과 사고들, 많이 기쁘지도 많이 슬프지도 않은 그저 그런 일들. 특별한 이야기를 하려고 애쓰기보다 진짜 내 삶에서만 특별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무척 행복한 영화였다. 또한 주인공들 간의 호흡이 굉장했던 것 같다. 각각의 캐릭터도 굉장히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등장인물들 모두가 굉장히 개성이 뚜렷한 편이라서 자칫하면 중구난방으로 보이기 쉬웠을 것 같은데 이야기에 잘 녹아든 것 같다. 특히 준세와 지혜 부부의 케미는 두말하면 입 아프다. 감독과 배우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송희원: 가끔 캐릭터가 너무 과해서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정말 생생하게 느껴졌다. 허전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마도 감독이 오디션 프로그램식의 드라마틱한 장면을 만들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것이 더 현실과 비슷하게 느껴져서인지 영화가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훨씬 여운이 오래갔다.

이현재: 보고서 좀 놀란 영화였다. 카메라가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첫 장면부터 공장에 들어갈 때까지의 장면에서 이 점이 마치 ‘어떻게 하나 두고나 보자’라는 태도처럼 보였다. 그런데 한 10분 쯤 보면 카메라를 안 움직인 게 아니라 못 움직인 것 같이 보인다. 그리고 30분 쯤 지나면 이 생각에 확신이 든다. 배우들도 애드리브를 치는 게 선택 같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이 방법 밖에 없어서 이렇게 연기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면서 영화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어설프고 가난한 흔적이 하나하나 쌓여서 어느 순간 분위기를 만들고 그 분위기를 통해 이 캐릭터가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 감지할 수 있게 만든다. 감독이 현장에서 어떻게 배우와 카메라 사이를 조율하고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해야겠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찍은 거 같은데 그 결과가 놀랍다. 보자마자 고봉수 감독을 찾아보았다. 최근에 <튼튼이의 모험>이라는 영화를 찍었던데 이 영화는 꼭 볼 거 같다.





[리뷰] <파란나비효과>: 파란나비들의 날갯짓으로 http://indiespace.kr/3476



이지윤: 정치를 소재로 한 영화가 유난히 많았던 한 해다. 지난달의 <더 플랜>도 그렇지 않았나. <더 플랜>과 <파란나비효과>는 시의성 있는 정치적 사건을 다룬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두 작품 사이에는 차이점도 존재한다. <더 플랜>이 팩트 체크에 초점을 맞췄다면 <파란나비효과>는 사람들의 사연과 감성에 초점을 두었다. <파란나비효과>가 택한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송희원: SNS에서 <파란나비효과>를 꼭 보라는 추천을 많이 받았는데 보고나서 왜 보라고 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엄마들의 간절함과 절실함이 느껴져서 <더 플랜>보다 더 몰입해서 봤던 것 같다.

이현재: 박문칠 감독의 전작 <마이 플레이스>(2013)를 좋게 보았다. 개인의 체험과 기록들에서 사회적 사건과 역사들을 하나하나 꺼내는 작품이었다. 이런 방법을 <파란나비효과>에 고스란히 옮겨온 것 같았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체험을 고백하는 장면들보다도 그 현장을 채집하는 와중 은연중에 나온 말들이 인상적이었다. 한 분이 “아무것도 안하면 불안해서 손을 놓을 수가 없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 박문칠 감독과 그가 찍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있었다. 굳이 정치적 각성 같은 것에 집착하기보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솔직히 밝히고 대상을 바라보는 게 내 마음을 훨씬 움직이는 것 같다.

박영농: 몇 달 전만해도 이런 영화는 개봉마저 불투명했을 것이란 사실이 정말 새삼스러웠다.

최지원: 재밌게 보았다. 일단 여성들이 작품을 끌어가고 있다는 점이 좋았고, 두 번째로는 극단에서 극단으로 변화해가는 인물들을 비추는 방식이 흥미로워서 좋았다. 정치 다큐멘터리는 남성주도적인 경우가 많은데 <파란나비효과>에서는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근래 봤던 영화 중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가장 힘 있게 들리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또 사드를 겪으면서 자신의 이전 모습을 반성하고 광주, 강정, 세월호 등의 다른 사건들까지 이해하게 되는 인물의 모습에서 당사자성과 연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은정: <더 플랜>이 다룬 선거 이야기가 지역에 상관없이 우리나라 전 국민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면 <파란나비효과>가 다룬 사드 배치 문제는 1차적으로 성주라는 지역에만 해당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것도 사실은 전 국민과 관련된 문제이지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사람들의 사연과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한 것은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 타 지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사드 배치라는 사건을 관객들이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하는 좋은 방식이었다. 




이지윤: 추운 겨울에 만났던 것 같은데 벌써 더운 여름이 와버렸다. 더워진 날씨는 인디즈로 활동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동안 인디즈 활동에 대한 소감이나 남은 인디즈 활동에 대한 바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김은정: 안 끝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이제 인디즈 활동에 제법 익숙해 진 것 같다. 인디즈 활동을 통해 그 전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정치적 사건들에 대해 눈을 뜨게 됐다. 또 인디토크에서는 배워갈 것도 많아 정말 좋았다. 앞으로 남은 기간도 잘 활동하고 싶다. 

최지원: 아쉽고 후회가 많다. 인디즈 활동을 통해서 다양한 작품을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고 자주 생각한다. 어떤 때는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나와 맞지 않는 작품을 만나서 괴롭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과정 자체는 늘 즐겁다. 남은 기간 동안 즐겁게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박영농: 지나고 보니 아쉬운 점이 많다. 나는 이 활동을 하면서 받아가는 것들이 많은데 과연 나는 그만큼 뭔가를 주었을까. 아닌 듯하다.

이현재: 처음에 영화보고 싶다고 들어와서 영화만 봤지, 글은 못 남기는 것 같다.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해서 반드시 좋은 기사로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겠다는 다짐과 그간의 나태를 반성한다.

송희원: 최근에 <노후 대책 없다>의 인디토크 기록을 했다. 변영주 감독님과 김태용 감독님이 진행을 했고, 영화의 이동우 감독과 송찬근 출연자가 함께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대한 마음가짐, 태도, 의지 등에 대해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정말 뜻 깊은 자리였던 것 같다. 다른 분들도 한 번씩 그 기록을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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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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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를 클릭하면 영화별 상영일정과 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7.07.13 - 07.19 인디스페이스 상영시간표

<올 리브 올리브> 김태일, 주로미 | 92분 | 다큐멘터리 | 전체관람가

<파밍 보이즈> 장세정, 변시연, 강호준 | 98분 | 다큐멘터리 | 전체관람가

<재꽃> 박석영 | 125분 | 드라마 | 12세이상관람가

<노후 대책 없다> 이동우 | 100분 | 다큐멘터리 | 15세이상관람가

<델타 보이즈> 고봉수 | 120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꿈의 제인> 조현훈 | 104분 | 드라마 |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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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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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6 - 07.12 인디스페이스 상영시간표

<재꽃> 박석영 | 125분 | 드라마 | 12세이상관람가

<노후 대책 없다> 이동우 | 100분 | 다큐멘터리 | 15세이상관람가

<델타 보이즈> 고봉수 | 120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꿈의 제인> 조현훈 | 104분 | 드라마 |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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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기지고 빛나는 꿈을 노래하다 <델타 보이즈>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6 11일(일) 오후 2 30분 상영 후

참석 고봉수 감독 | 배우 백승환, 신민재, 김충길, 윤지혜

진행 허남웅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지질하고 궁핍한 네 인물이 있다. 매형이 운영하는 공장에 얹혀살며 일하다 뛰쳐나와 4중창 대회 준비를 이끄는 ‘일록’. 내세울 건 유창한 영어발음 뿐인 시카고 출신 ‘예건’. 노래를 하고 싶지만 경력이라곤 ‘슈퍼스타K’ 예선 탈락 뿐인 ‘대용’. 아내와 도넛 트럭에서 장사를 하는 ‘준세’. <델타 보이즈>는 이런 네 인물들이 모여 사중창 대회를 준비하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6월 11일의 오후, 허기진 일상 속 빛나는 꿈을 담은 <델타 보이즈>의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허남웅 평론가의 모더레이팅으로 진행된 인디토크에는 작품을 연출한 고봉수 감독과 네 명의 배우들이 함께했다.







허남웅 평론가(이하 허): 먼저 감독님에게 질문 드리겠다. 영화 속에서 인물들이 부르는 노래이기도 한 ‘델타 리듬 보이즈(Delta Rhythm Boys)’의 ‘제리코의 싸움(Joshua fit the battle of Jericho)’ 공연 영상을 유튜브로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어서 영화로 만들게 되었는지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고봉수 감독(이하 고): 말씀하신대로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그때 마침 만난 배우가 네 명이었다. 그래서 남성 사중창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여기 있는 네 명의 배우들이 굉장히 연기를 잘한다. 그래서 믿고 갈 수 있었다.



허: 배우님들에게 공통적으로 질문을 드리겠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본 후에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그리고 자신의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여쭤보고 싶다.



백승환 배우(이하 백): 감독님이 시나리오라기보단 트리트먼트로 상황만 정리해서 보여줬다. 일단 노래를 해야 돼서 조금 겁이 났는데 잘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흔쾌히 하기로 했다. 역할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너처럼 표현을 해’라고 했다. 그래서 최대한 나 자신을 표현하려 했다.



윤지혜 배우(이하 윤): 처음에 이런 캐릭터인지 몰랐다. 감독님이 백승환 배우에게 말한 것처럼, 너처럼 표현을 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나 자신처럼 표현했는데 오케이가 됐다. 내가 저런 성격인줄 몰랐다.(웃음)



김충길 배우(이하 김): 준세라는 인물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노래에만 ‘올인’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가정도 있고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연기는 정극을 한다는 생각보다 최대한 자연스럽고 리얼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신민재 배우(이하 신): 감독님과 이전에 몇 편의 단편을 함께 작업하며 느꼈던 점은 촬영 환경이 너무나 재미있다는 것이다. 장편을 제안했을 때 걱정도 있었지만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최대용이라는 캐릭터 역시 감독님이 모두에게 말한 것처럼 ‘최대한 너의 모습을 보여라’라고 디렉션을 주셨다. 연기라는 꿈을 좇던 사람으로서 최대한 내 이야기를 많이 해보려 했다.



허: 윤지혜 배우님의 경우 <델타 보이즈>에서 감독님과 다른 배우님들을 처음 만난 걸로 알고 있다.



윤: 교회들이 모이는 캠프가 있는데, 그 캠프에서 우연히 감독님과 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간증을 하는 모습을 감독님이 보고 캐스팅 제의를 했다. 그래서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신: 감독님과 처음 만났을 때 굉장히 특이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연극을 하다보니 틀에 박힌, 짜여진 연기를 많이 했는데 감독님과의 작업은 그렇지 않아서 굉장히 신선했다. ‘대본 다 안 외워도 돼. 너 하고 싶은 얘기 많이 해.’라는 말씀을 해주어서 처음에는 어렵기도 했지만 점점 하다보니 연기를 조금 더 재밌게,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김: 사실 평소에 대본대로 하는 걸 더 힘들어 한다. 그래서 언젠가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는 감독님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단편 영화로 처음 작업했을 때 감독님이 오로지 그 상황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서 정말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신나게, 긴장하지 않고 재미있게 영화를 만들었다.



백: 한 작가님을 통해서 감독님을 처음 소개 받았다. 만나기 전에 감독님의 작품들을 찾아봤는데 코미디를 정말 좋아하시더라.(웃음) 코미디는 해본 적이 없고 주변에서 시켜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면서 갔는데 감독님과 코드가 잘 맞았다. 처음에는 조금 어려웠지만 몇 달 하다보니까 재미있더라. 



허: 자신이 한 연기 중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에 남는지?



백: 감독님이 ‘넌 욕을 하면 재밌다.’라고 했다. 리허설을 할 때 이 욕 저 욕 다 시켜보더라. 그래서 영화에서 욕을 계속했다. 영화의 장면들과 잘 어울려서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윤: 아까도 언급했듯이 <델타 보이즈> 촬영을 하며 배우들을 처음 만났다. 한 번 만나서 인사를 하고 두 번째에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그래서 상대역인 김충길 배우를 잘 모르던 상황이었는데 감독님이 서슴없이 때리고 욕하고 발로 차라고 했다. 조금 당황했지만 김충길 배우가 잘 받아줘서 놀랐다. 스스럼없는 감독님의 디렉팅과 더불어 김충길 배우가 잘 받아준 덕에 편안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치고받고 싸우는 장면은 서로 합을 맞춘 게 아니다.



김: ‘웃프다’라는 말이 있지 않나. 웃기면서 슬픈 장면이나 연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작품에서 준세가 술에 취해 옥상에 올라가서 대용에게 뭐라 뭐라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개인적으로 좋다. 극장에서 가끔 작품을 보다보면 어떤 분은 그 장면에서 계속 웃으시지만, 어떤 분은 눈물을 흘리시더라. 그래서 쑥스럽지만 굳이 한 장면을 뽑자면 그 장면이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신: 김병지 선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감독님이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다. 그런 기회가 사실 흔치 않다. 감독님이 기회를 줘서 스스로 평상시에 생각했던 것들, 어린 시절, 연기나 동료를 통해서 느낀 점들을 한 번 이야기 해보고자 했다. 



관객: 옥상에 거울이 있다. 거울에 비춰지는 장면들이 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또 왜 라면만을 먹는지도 궁금하다.



고: 거울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신 관객들이 더 다양한 해석을 주신다. 생각하기 나름이지 않을까. 라면은 촬영할 때 가장 준비하기 쉬운 음식이었기 때문에 사용했다.





허: 예건 역의 이웅빈 배우님은 미국에 계신 관계로 오늘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 이웅빈 배우님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다. 



고: 미국에서 만난 다재다능한 배우다. MC, 라디오 DJ 출신이다. 남성 사중창도 실제로 했다. 춤도 잘 춘다. 배우로서의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는 훌륭한 배우다.



허: 고봉수 감독님이 연출한 <튼튼이의 모험>(2017)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굉장히 호응을 얻었다. 지금 인디토크 자리에 함께한 배우님들이 다 출연한다. 이웅빈 배우님만 출연을 하지 않아서 이유가 궁금했다.



고: 시골 이야기이다보니까 미국 교포 출신이 나오는 건 조금 아니다 싶었다.(웃음) 이웅빈 배우가 미국에 있기도 했고. 다음에 또 출연해준다면 저희가 영광이다.



관객: 일록이 야구 연습장에 가서 처음에는 몸으로 공을 맞고 후에는 배트로 공을 치는데 그 장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백: 일록이 자책을 많이 하는 인물이지 않나. 야구공을 몸으로 맞는 것은 자책의 한 가지 방법이다. 그리고 야구 연습장에 가기 전에 대용에게 노래가 하고 싶냐고 물어본다. 배트를 휘두르는 건 일록이 대용의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행동이다. 그런 의미로 감독님이 연출한 것 같다.



관객: 각본보다는 애드리브 위주로 간 영화다. 그렇게 연출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고: 사실 배우들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런데 정말 잘하는 배우들이다. 이렇게까지 상황에 몰입해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드물다. 그래서 이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허: 현장에서 캐릭터와의 접점을 어떻게 찾았는지 배우님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신: 백승환 배우와 김충길 배우는 어려서부터 봐온 배우들이다. 확실히 상대방을 믿으니까 그런 연기가 나올 수 있었다. 신뢰하는 만큼 편안하고 신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대본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대본에 많이 치이던 사람인데, 고봉수 감독님을 만나면서 또 다른 연기의 세계를 맛본 것 같다. 좋은 시간이었다.



김: 배우들마다 성향이 있다. 대본이 있어야 연기가 빛을 발하는 배우들이 있고 오히려 자유롭게 풀어줬을 때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도 있다. 나는 후자 쪽에 해당되는 것 같다. 고봉수 감독님의 영화를 찍을 때는 연기를 잘하기 위해서 준비를 안 해야 된다. 상대가 무슨 말을 던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준비를 하게 되면 상대가 다른 말을 던지는 순간 당황하게 된다. 그냥 그 상황에 집중을 하고 맞춰서 받아주기만 하면 되니까 오히려 준비를 안 하려고 노력했다. 배우들은 좋은 연기를 하려는 마음에 뭔가를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 마음을 억지로 눌렀다.



윤: 당시 갑작스럽게 불려 와서 준비할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어떤 걸 준비해야 되는지 몰랐고 그게 김충길 배우의 말대로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준비를 했더라면 욕을 잘 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백: 연기를 하면서 씬이 이어지게 하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그때는 그게 많이 어려웠는데 지나고 보니까 감독님만 믿으면 됐던 것 같다. 감독님이 카메라 뒤에서 보며 붙일 것들을 다 생각하니까. 현장에서 그 순간에 집중을 하고 말하고 듣는 것만 잘하면 좋은 영화로 만들어진다. 다른 것보다 믿음이 많이 필요했다. 믿음이 있어야 완성이 되는 것 같다.



허: 헤어스타일 등 외양이 각기 달라서 개성을 더 각인시킬 수 있었던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준비하게 되었는가?



백: 의논을 해서 준비했다. 의견을 많이 냈고 감독님이 좋다고 한 것 중에 선택이 되었다.



신: 최대용이라는 인물의 경우 감독님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감독님 아버지의 친구 분 중에 맥가이버 머리를 고수하는 분이 있다고 한다. 그 분의 이야기를 해주셔서 사진을 찾아봤다. 맥가이버 머리하면 또 김병지 선수가 유명하지 않나. 감독님께 그 사진을 보여줬는데 굉장히 좋아했다. ‘이거다!’라고 해서 바로 결정됐다. 감독님은 기본적으로 겉모습이 웃겨야 코미디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헤어스타일을 통해 시대에 뒤떨어진 최대용을 표현할 수 있었다. 또 내가 그 머리를 하니 웃기기도 했다. 그리고 원래 최대용의 의상이 여러 벌 더 있었는데 감독님이 양복 한 벌만 입었으면 좋겠다고 디렉팅을 주셨다. 



김: 준세는 노래를 적극적으로 하려는 사람이 아니다. 현실적이고 평범한 인물이다. 너무 튀게 연기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옷도 그냥 검은색을 입었다. 수염 같은 경우 너무 평범하니까 감독님이 길러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그 다음날부터 아예 면도를 안 했다. 아무 것도 안하고 계속 기르기만 하니까 작품 속의 수염이 완성되었다.(웃음)



윤: 아무래도 생활고에 치이는 캐릭터니까 화장도 안하고 머리도 질끈 묶고 가진 옷에서 제일 구린 것을 입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여배우로 첫 작품인데 너무 ‘쌩얼’로 나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웃음)





관객: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튼튼이의 모험>을 봤다. 두 작품을 관통하는 것이 ‘꿈’이라고 생각한다. 꿈을 선택할 수 있는 원동력이 어떤 것일지 궁금해졌다.



신: 독백으로도 말했지만 꿈을 지탱할 수 있었던 건 주변 사람들 덕분이다. 가족들뿐만 아니라 좋은 동료들이 있다는 것이 다른 노선으로 가지 않고 꿈을 향해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김: 특별한 원동력은 없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연기를 하던 중에 이 영화를 만났다. 무언가 사건이나 다짐, 좌우명이 있었던 건 아니다. 지금도 계속 하는 도중이다.



윤: 예전 GV에서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꿈을 꿔서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꿈을 믿어주기 때문에 꿈을 이룬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이 질문을 듣고 문득 ‘이게 진짜 내 꿈이었나?’ 생각이 들었다. 꿈이라서 꿈을 쫓아가는 게 아니라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꿈이 되는 것이 아닐까. 과정이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하다보니까 그것이 꿈이 되고 목표가 되고 계속 해야 하는 일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고 있는 것들이 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백: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뭐 하나를 하면 잘 포기를 못한다. 어린 시절에 간절히 원하는 걸 찾던 도중 우연히 연기를 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연기 하나 밖에 할 게 없었다.(웃음) 그래서 지금까지 왔다.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줬고 안 될 때는 기도를 하면서 버텼다.



고: 살다보면 순응을 하거나 저항을 하거나 둘 중 하나다. 사람들이 ‘네가 영화를 찍을 수 있겠어?’라고 말하면 항상 저항을 했다. 찍을 수 있다고. 항상 저항을 하다보니까 꿈을 향해서 갈 수 있는 그런 힘이 생기는 것 같다.



허: 캐릭터들의 전사(前史)를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배우님들이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백: 예건이라는 친구와 함께 나온다. 친구 사이에 전사가 필요할까. 오랜만에 봐도 욕을 하면서 같이 라면을 끓여 먹는 사이다. 딱히 전사가 필요했던 사이는 아닌 것 같다. 촬영 중에 이웅빈 배우와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윤: 관객 분들이 이후에 대한 질문을 해주실 때가 많다. 아마 준세를 또 말리지 않았을까. 나간다고 하면 혼낼 것 같다. 그리고 준세와는 옛날부터 관계가 지속되었고 정 때문에 결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 영화를 처음 기획할 때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인물들이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일까 이야기를 할 때, 모두 좋은 인상은 아니다보니 소년원에서 만난 건 아닐까 말이 나왔다. 대사에 잠깐 나오기도 한다. 소년원에서 만나 어릴 적부터 끈끈한 무엇인가가 생겨 대용을 잘 따르게 된 게 아닐까. 그래서 전화만 받으면 계속 대용에게 가게 되는 것 같다. 지혜와도 10대 시절 힘들었을 때 만나지 않았을까. 너무나 정이 들어버려서 싸우면서도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 이후, 대회가 취소되었다는 것을 알고 아마 또 욕을 먹으며 장사를 했을 거다. 대용은 또 노래 대회에 나갈 것 같다. 요즘의 ‘판타스틱 듀오’라든지.(웃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계속 그렇게 살 것 같다.



신: 동네에서 서로를 만나 질풍노도의 시기를 같이 보낸 선후배 사이가 아닌가 추측을 해본다. 대회가 취소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대용은 자신이 불운을 몰고 왔다고 여길 것이다. 재수가 없었던 사람이다 보니 주변이 나 때문에 다 피해를 본다고 생각해서 미안해 할 것 같다. 그리고 김충길 배우가 말했듯이 다시 대회에 나갈 거다. 멤버들과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나가려고 노력을 할 거다. 계속 다른 대회들의 문을 두드리며 전전하지 않았을까.



허: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 부탁드린다.



신: 영화를 봐주셔서 감사하다. 꿈에 대한 영화다. 많이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공감하지 않으셔도 된다.(웃음)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 때 가장 힘이 나고 재미있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삶에서 좋아하는 걸 하고 좋은 동료들을 만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연기를 더 열심히 해서 재미있는 영화로 관객 분들을 찾아뵐 수 있으면 좋겠다. 감사드린다.



김: 개봉까지 하게 됐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꿈만 같은 일이다. 유명하지 않은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서 개봉까지 한다는 것, 그리고 여기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는 것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와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소질이 좀 없어도 좋아하는 걸 한 번 해보는 게 괜찮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생겼다. 영화를 보며 재미있게 웃으시고 좋아하는 걸 한 번쯤은 도전해 봐도 되지 않을까, 라고 느끼셨으면 좋겠다.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윤: 꿈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다. 문득, 목표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정에서의 작업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좋아하는 셰익스피어의 말 중에 ‘얻은 것은 이미 끝난 것이다. 기쁨의 본질은 그 과정에 있으므로.’란 말이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해나가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한 게 정말 중요하다. 김충길 배우의 말처럼 조그마한 행복이나 꿈이 있다면 한 번만 더 들춰보시면 좋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조금이라도 희망이나 힘이 생기시길 바란다.



백: 십년 전 쯤 제대를 했을 때 큰아버지의 환갑이여서 친척들이 모였던 적이 있다. 다들 걱정을 많이 했다. 십 년이 지난 작년, 아버지의 환갑 때 다시 모였는데 다들 많이 좋아해줬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어 기쁘다. 우리의 영화가 영화관에 걸려서 그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굉장히 만족한다. 앞으로도 감독님, 배우들과 좋은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을 통해 자주 만나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 올해 2월에 <튼튼이의 모험>이 완성되었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멜로 영화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신민재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올해 겨울 촬영에 들어가서 내년 봄에 마무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 다음 시나리오도 계속 작업 중이다. 여기 있는 배우들이 많이 유명해져서 출연해달라고 사정하고 부탁을 하게 되는 날이 속히 오면 좋겠다. 배우들을 많이 사랑해주시고 홍보해주시라. 감사드린다.







네 인물들은 노래를 하기 위해 모이고 노래를 하기 때문에 웃는다. 그들은 허기진 일상 속에서 노래라는 빛나는 꿈을 꾸며 행복이라는 가치를 누린다. 쉼 없이 반복되는 척박한 일상은 현실을 직시할 것을 강요한다. 그러나 가끔은 ‘델타 보이즈’처럼 느리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빛나는 꿈을 꿔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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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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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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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9 - 07.05 인디스페이스 상영시간표

<노후 대책 없다> 이동우 | 100분 | 다큐멘터리 | 15세이상관람가

<파란나비효과> 박문칠 | 93분 | 다큐멘터리 | 12세이상관람가

<델타 보이즈> 고봉수 | 120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꿈의 제인> 조현훈 | 104분 | 드라마 |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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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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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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