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마주하는 어려움에 대하여  <서산개척단>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6월 6일 오후 5시 상영 후

참석 이조훈 감독ㅣ류일용 PD (1박2일 PD)

진행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영화가 끝난 후 극장 안은 여전히 고요했다. 서산개척단 사건을 마주함으로 인해 느껴진 충격과 동시에, 이러한 사건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경외감 때문일지 모른다. 잠깐의 고요함이 지나가고 이조훈 감독, 류일용 '1박2일' PD가 참석하고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가 진행을 맡은 인디토크가 시작되었다.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이하 진행) : 이제 개봉 2주차를 맞이하는데요, 심경이 어떤지요.

 

이조훈 감독 (이하 이조훈) : 현재까지 흥행성적이 좋지는 않은데요, 한국 사회가 서산개척단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후 관객 분들이 더 많이 보러 오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웃음)

 

진행 : 과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제로 인해 오늘 GV가 좀 걱정이 되더라고요. 혹시 류일용 PD가 이 영화의 GV에 참석하는 것이나 서산개척단 문제를 제보했다는 것으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웃음) 혹시 주변에 동료들이 이에 대해 걱정하지는 않았나요?

 

류일용 PD (이하 류일용) : 사실 조금 걱정을 했는데요, 아직까지 서산개척단 문제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걱정하실 만한 일은 딱히 없더라고요.(웃음)

 




진행 : 류일용 PD님이 이조훈 감독님에게 서산개척단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영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또 제작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문제를 많은 사람들 중에서 이조훈 감독님에게 전달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류일용 : 잘 알려지지 않은 사회 문제는 알게 되는 순간 언론인이라면 모두 말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예능 프로그램을 맡고 있지만 언론인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요,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서산개척단 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혹여나 문제의 심각성이 왜곡되지는 않을지, 예능을 통해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적합한지 등 여러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그렇지만 영화에서 보셨다시피 이제 피해자 분들의 연세가 많다 보니 하루 빨리 대중에게 이 문제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조훈 감독님께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이조훈 감독님은 제가 대학교 다닐 때 만나게 된 학교 선배인데요, 제가 아는 그 누구보다 남들이 회피하는 어려운 문제를 똑바로 직면하는 사람이에요. 처음에 서산개척단 사건에 대해 술자리에서 정말 편하게 이야기했는데 바로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더라고요. 4,5년 정도 이 사건의 취재에 끈질기게 매달렸고 그 결과 영화 <서산개척단>을 제작했는데, 이런 부분은 친한 선배이지만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진행 : 이 질문의 연장선에서 이조훈 감독님의 작품관에 대해서 질문 드리고 싶어요. 이조훈 감독님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신자유주의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주로 제작해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취재로 몇 년간 매달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감독님을 다큐멘터리 제작에 열중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조훈 : 대학생 때만 하더라도 다큐멘터리보다는 극영화에 관심이 많았고, 당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같은 작업실에 있던 선배가 99년에 시애틀에서 진행했던 제3차 WTO 각료회의가 무산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자막 작업을 요청했어요. 자막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다큐멘터리 푹 빠지게 되면서 다큐멘터리 작업에 열중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웃음)




 

관객 : <서산개척단>이라는 영화가 정치적으로 예민한 내용을 다루고 있고 이 사건의 진실이 드러날 때마다 불리해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이들 중 힘이 있는 사람들은 이 영화가 제작되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누군가 제작을 방해하는 일이 있었나요?


이조훈 서산개척단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지만관련 내용을 취재하다 보면 박정희 정부까지 이야기가 확장될 수밖에 없어요. 특별한 위협이 존재하지는 않았어요다만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려했고증언을 듣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있었어요.

 




관객 : 서산개척단 문제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인터뷰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인터뷰 응한 분들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동시에 적극적으로 임하시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인터뷰를 많은 곳에서 여러 차례 진행한 것 같은데 과정이 어땠는지, 어떻게 피해자 분들의 마음을 열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조훈 쉽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유명인사도 아니니 그분들이 저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없잖아요. 그런데 다행히 피해자분들이 류일용 PD는 알고 있었어요. 류일용 PD의 아버님이 서산에 오래 사시면서 문제의 농토를 구매한 2차 피해자였고, 그분들과 일면식이 있는 사이였어요. 두 분의 도움을 통해 서산의 피해자 분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제일 먼저 구호반으로 활동한 이상범 선생님을 만났는데, 첫 인터뷰 때만 하더라도 본인 얼굴이 잘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뒷모습이 나오게끔 진행했어요. 구호반이라는 위치 때문에 다른 피해자분들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분들이 공통적으로 꼭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었고 하고 싶은 말을 정말 열심히 하려는 것이 느껴졌어요.

그런데 연출하는 입장에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사건을 구상하다 보면 모순이나 허점이 생길 때가 있거든요. 실제 사실에 대해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에 직면해서 4-5번씩 진행한 인터뷰를 돌려보면서 진술의 일관성에 대해 검토를 했고, 이전에 이야기 해주지 않은 내용을 찾아내면 그 부분에 대해서 다시 물어보면서 디테일을 잡아갔어요.

5년 정도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분들과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제가 국가기록원, 국회도서관 등에 피해자 분들과 함께 방문하고 서산개척단 사건과 관련된 내용들을 찾아서 전달했거든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에게 마음을 열어준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류일용 : 영화를 본 분들이 댓글을 남기시잖아요. 제가 최근에 댓글들을 모니터링 했는데,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못 믿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거짓말이라고 하기도 하고요. 사실 저도 서산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는 서산개척단 사건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주민들도 모두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고, 저는 개척단이라는 이름 자체도 단순히 땅을 개척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면 좋겠어요.

 


 


진행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이조훈 : 제작하는 데 약 5년 정도가 걸렸고, 제작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어요이 사건은 피해자분들에게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또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피해자분들이 스스로 호소문을 썼어요. 정영철 선생님의 경우에는 간절한 마음으로 23년 만에 글씨를 쓴 겁니다. 또 청와대 앞에서 100분의 피해자들이 모여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어요. 이 모든 과정들이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응시하고 잘못된 역사와 국가 폭력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산개척단>이 제시하는 방향이 단순히 피해자 보상으로 사건을 마무리시키는 것이 아닌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확장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류일용 : 제가 어렸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새마을운동의 잔재들이 아직 남아있었어요. 대부분의 국민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경제를 살린 사람,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충청도의 위인이라고 인식했죠. 그런데 최근에 만난 분이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줬어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 사람은 살렸겠지. 하지만 죽인 사람은 한없이 죽였다.” 이 부분이 <서산개척단>이 말하고자 하는 바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근대화라는 과정에서 국가에게 희생을 당했는지 말하기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야기 해야겠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정치적인 관점을 떠나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서산개척단>이라는 영화가 이러한 억울한 역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개척단원의 진심을 모은 이조훈 감독의 <서산개척단>은 무언가 가슴을 울리는 것만 같다. <서산개척단>을 만들어낸 그의 노력과 시간, 그리고 피해자들의 진심이 있었기에 이러한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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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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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문화를 위한 움직임

 <오목소녀>  'Special Talk : 더 평등한 영화/현장 제작기' 기록


일시 2018년 6월 6일 오후 2시 30분 상영 후

참석 백승화 감독, 이지민 촬영감독, 김진아 PD

진행 남순아 감독 (연출부)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기 님의 글입니다.




영화를 '잘'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영화를 '잘 만드는 것'은 귀중하다. <오목소녀> 제작진은 물론 훌륭한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했지만 좋은 제작 현장을 만드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금까지 영화 현장에서 고민한 적 없던 것을 고심하는 제작진의 새로운 제작기가 도착했다.

 




남순아 감독 (이하 남순아: 각자의 자리에서 성평등과 비폭력적인 영화 제작 현장을 위해 고민하는 영화인들이 여기에도 많을 것 같아요. 또 영화 일을 하고자 하는 분 혹은 학생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관객으로서 영화계 성평등에 관심을 가지고 오신 분들도 있을 거고요. <오목소녀>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저희 스태프들도 이런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그 중에는 잘된 점도 있고 잘되지 못한 점도 있습니다. 이러한 내부 경험들이 단발적으로 끝나지 않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공유되고 누적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토크 주제가 <오목소녀> 제작기이기는 하지만 사실 <오목소녀> 한 현장만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 성평등을 요구하는 영화계 흐름에 맞춰서 같이 이야기를 해볼 텐데요, 20161021영화계 내 성폭력 해시태그운동이 있었고 또 비슷한 시기에 <걷기왕> 제작진들이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슈가 되었어요. 해시태그 운동 후에 페미니스트 영화 영상인 모임 찍는 페미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오목소녀>2017년 가을에 촬영이 들어간 작품인데요, 이 타임라인 속에서 <오목소녀> 제작진들이 어떤 고민을 했으며 어떤 것을 목표하고 성취했는지, 그리고 그 한계점에 대해 탈탈 털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각자 돌아가면서 어떻게 영화 일을 하게 되었는지, 현장에서 어떤 불평등과 성차별을 겪었는지, 어떤 고민을 해왔는지 말씀해주세요.


 

이지민 촬영감독 (이하 이지민) : 20살에 영화과 입학을 하면서 영화일을 시작했어요. 감독을 지망하고 학교에 들어갔다가 촬영에 매력을 느껴서 촬영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힘든 것은 다들 짐작하듯이 여자들은 이런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었어요. 또 위계폭력적인 부분이나 성폭력적인 부분에 대해서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같이 고민하고, 대안을 얘기해볼 수 있는 동료들을 쉽게 만날 수 없다는 점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문제가 있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같이 싸워나가거나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3년간, 말씀하셨던 일련의 움직임들을 통해서 어떤 부분이 가시화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오목소녀> 현장도 그 중 하나였기 때문에 굉장히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백승화 감독 (이하 백승화) : 아무래도 영화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막내 스태프라는 포지션으로 일을 하게 되잖아요. 예전에 스태프로 처음 영화 일을 시작할 때 당황스러웠어요. 영화 현장 자체가 항상 시간이 없고 빨리빨리 뭘 찍어내야 되잖아요. 이런 현장에서 어떤 사람이 고성을 지른다거나 욕을 하는 상황이 생기면 항상 가장 아래의 스태프가 그걸 겪어야 해요. 내가 나중에 연출을 하거나 현장에서 힘 있는 사람이 되면 다른 식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 전에 영화 못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긴 했는데.(웃음) 만약에 영화를 계속할 거라면 다른 현장을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전작인 <걷기왕>도 그렇고 작업들을 하다 보니 막상 그게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상시에는 정말 좋은 사람도 현장에 가면 갑자기 화를 내거나 욕을 하는 상황이 생겨요. 그런 상황을 마주하면 감독으로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이것은 내가 생각했던 현장인가?’하는 고민도 돼요. 그러다 보니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그런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들을 찾게 돼요. <오목소녀>를 찍을 때는 영화 자체의 연출이나 캐릭터 빌딩, 촬영방식도 고민하되 동시에 현장에서의 윤리를 같이 고민해볼 수 있는 사람들과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던 거 같아요.

 


김진아 PD (이하 김진아) : 영화계에서 20년 조금 넘게 일을 했어요. 지금은 프로듀서 일을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마케팅 일을 했습니다. 지금 보면 이상한 일들이 그때는 정말 많았거든요. 사실 저는 문제를 인식한 것도 얼마 안 되었어요. 이번에 작업하면서 배운 것도 많고 실제로 해보면서 느낀 것도 정말 많았어요. <오목소녀> 같은 경우는 감독님과 함께 스태프들이 같이 만들어가는 제작 현장이어서 저로서는 참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앞으로 다른 영화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남순아 : 저 역시 고민이 정말 많아요.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독립극영화 제작수업을 수료하고 영화 일을 시작했는데 당시 저는 10대였고 그 후 독립 단편영화 작업 위주로 스태프를 했어요요즘 상업영화 같은 경우는 ‘twelve on twelve off’라고 해서 작업시간이 12시간을 넘기면 안 되는데, 여전히 독립영화, 특히 단편 작업에는 이런 규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어요. 다들 그런 경험이 있겠지만, 현장에 처음 갔을 때 17시간 동안 돈도 제대로 못 받고 일을 했어요.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조명기사님이 이게 힘드냐며 자기는 스물 몇 시간 연속으로 일 한적도 있다고 말씀하시는 거죠. 그러면 옆에 사운드기사님이 본인은 서른 몇 시간 연속 해봤다, 그럼 그 옆에 또 다른 기사님이 본인은 마흔 몇 시간을 해봤다 하는 거죠. 그 이상인 분들도 있고요. 그때 제가 했던 생각은 '뭔가 잘못되었다, 이게 바뀌어야 된다'가 아니라 '언젠가 나도 굉장히 나쁜 현장에 가서 저것을 체험한 뒤 불행 배틀에서 일인자가 되리라'라는 생각이었어요. 성폭력뿐만 아니라 위계적인 구조나 대의만을 위한 문화에 대한 질문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걷기왕>에서 백승화 감독님을 보며 이 고민을 나만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감독이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 고민을 함께 나누었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 적용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백승화 : <오목소녀> 이전에 <걷기왕>이라는 영화를 연출했어요. 현장의 폭력적인 경험들을 저도 겪었고 남순아 감독 같은 겪어보아서 저희 딴에는 최소한의 방어 대책을 마련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남순아 감독이 제안했던 성희롱 예방 교육도 있었고요. 저도 사실 영화 일을 하면서 그런 교육을 받아야 된다는 걸 한 번도 들어 본 적도 없고 경험해 본 적도 없어서 그런 게 있나 했는데 실제로 찾아보니까 의무적인 교육으로 명시가 되어있더라고요. 그렇지만 영화계에서 아무도 그런 교육을 하지 않고 있었던 거죠. 저희가 처음으로 실시하게 되어서 영화 개봉하고 나서 많이 이슈가 되었던 기억이 있어요.

남순아 감독과 저는 현장에서 성폭력 또는 위계 폭력에 대해 나름의 방어를 해놓자는 시도로써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에 관련된 내용들을 콘티북에 같이 실어서 스태프들이 같이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성희롱 예방 교육 자체가 보통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까 영화 현장 스태프들에게는 맞지 않는 부분도 조금 있었어요. 그래서 아쉬웠던 것들도 있어요.

<걷기왕>이 2년 전 작품인데 그 이후로 영화계 내에서도 목소리들이 많이 나오면서 상업영화 현장에서도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사실은 많은 사람이 아직도 하라고 하니까 하는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어요. 이게 단순히 스태프들 개개인이 추진해서 해야 하는 교육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제작사나 영화 투자사가 더 주도적으로 해야 해요.


 

남순아 <걷기왕>이 제작이 된 게 2016년이었어요. 한국독립영화협회에 성평등 위원회가 있어서 1년마다 회원들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는데, 그때 교육을 듣고 이런 걸 교육으로 받을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알았어요. 당시 저의 가장 큰 관심이 임금 문제였어요. 내가 어떻게 해야 영화 현장에서 야간수당이 포함된 임금을 받을 수 있을지 알아보려고 영화노조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성희롱 예방교육이 의무라는 이야기를 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재차 물어봤었거든요. ‘저예산 영화도 의무 맞나요?’, ‘독립영화도 의무 맞나요?’, ‘저희가 예산이 5억도 안 되는데 정말 저희도 하는 거 맞나요?’ 그랬더니 모든 영화가 해야 된다는 거예요. 알고 보니 의무로 지정된 지 오래됐더라고요. 이미 2007년에 영화노조나 제작가협회 같은 곳에서 임금단체협상사안으로 결정했던 거죠. 그전까지는 영화 현장들이 근로기준법에 적용되지 않다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면서 성희롱 예방 교육이 의무가 된 거예요노동권의 의미로 들어갔죠. 2007년에 처음 실시가 되었는데 주요 스태프 몇 명만 교육을 듣거나 페이퍼로만 대체가 되었던 거예요. 제작진 전체에 공지를 하고 교육을 장려한 곳은 저희 현장이 처음이었어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스태프들이 제작 시작단계부터 전부 꾸려지지는 않잖아요. 거의 영화 들어가기 직전에 스태핑이 완료되다 보니까 굉장히 바빠요. 여러 일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막상 교육 날에는 스태프들이 많이 오지는 못 했었던 것 같아요. 2/3 정도가 참여했어요. 또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아무래도 주로 기업 중심의 이야기들이 있었고요. 다 오지 못한 게 아쉬워서 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콘티북에 성희롱 예방수칙을 실었어요. <걷기왕> 콘티북이라던가 <걷기왕> 성희롱 예방 교육 검색하시면 나올 거예요. 이를테면 촬영장 내 성희롱 예방을 위한 10가지 수칙이라던가 동료를 위한 매뉴얼, 피해자를 위한 매뉴얼, 행위자를 위한 매뉴얼 같은 내용들을 실었죠. 그런데 굉장히 소심하게 맨 뒤에 그것들이 실려있어요. 사람들이 잘 못 볼 수도 있었겠죠.

 


이지민 : <오목소녀> 때는 첫 장에 있었어요.

 


남순아 , 정말 위대한 발전이었죠.

 


이지민 : 그런데 <오목소녀때도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기로 결정이 되어있었고, 많은 헤드 스태프들이 그것에 동의를 하고 이하 스태프들에게 고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스케줄이 바쁘고 여러 가지 제약사항으로 인해서 모두 참여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남순아 교육 자리에 연출부와 제작부가 있었고요, 키 스태프 중에는 촬영감독님만 있었던 거 같고, 미술팀 한 분이 오셨어요. 영화계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후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주도로 영화계 성희롱 예방 교육 강사 양성을 했어요. 그때 저도 교육을 받고 강사가 되어서 <오목소녀>에서 제가 강의를 했어요. 그날 영진위에 있는 주임님이 왔고, 저는 참석한 스태프가 적어서 눈치가 보였거든요. 그런데 주임님이 굉장히 감동하면서 촬영감독이 있는 교육현장은 처음 봐요라고 하는 거예요.

 


이지민 : 저의 경우는 특수한 경우로 봐야 하는 걸까요?(웃음) 여성 촬영감독이라서.

 


남순아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마 독립영화에서는 그렇지 않을까요.

 


백승화 성희롱 예방 교육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했지만 <걷기왕>이랑 <오목소녀>를 굳이 비교해서 보자면, 개인적으로는 남순아 감독이 <걷기왕> 때는 스태프로 교육을 들었고 1년이 지나서 <오목소녀> 때는 본인이 직접 강의를 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남순아 감독의 개인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 이 주제를 가지고 조금 더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생각도 같이 했던 거 같아요. 영진위에서 강사를 양성해서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것도요. 영진위가 국가기관인데, 이제 영진위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들어야 해요. 그런 것들을 보면 조금씩 바뀌어 간다는 생각도 들어요.

<오목소녀>때 성희롱 예방 교육하면서 좋았던 게 여러 가지 있는데, 그 중에서도 그냥 단순하게 성폭력에 대한 교육만 한다기보다는 왜 그런 것들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말할 수 있어 좋았어요. 성폭력이 일어나는 것에는 올바르지 않은 조직 문화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일상적으로 위계적인 폭력들이 존재하니까요소리를 지르는 게 당연하다는 식의 작업 문화에 대해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할 때 같이 교육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성폭력이 나쁘다는 것뿐만 아니라 왜 그런 것들이 발생하게 되는지에 대해 스태프들도 조직 내에서 같이 고민할 수 있어요. 조심해야겠다는 분위기가 기본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좋았던 거 같아요.

 


이지민 :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는 것이 모든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만능키로 작용할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았어요. 저희 현장도 여러 가지의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있었고요. <걷기왕> 때는 어땠어요?

 


백승화 사실 성희롱 예방 교육 2시간 하고 나서 사람들이 갑자기 각성을 하진 않으니까 당연히 바빠지면 교육받은 대로 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겨요.

 


김진아 : 성회롱 예방 교육은 정해진 시간을 마련하고 공간을 대여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얘기를 듣는 거였다면, 작업 초반부터 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한 약속들을 사무실에 붙여놓은 것이 저는 더 좋았어요.



이지민 : 사무실 문에 붙여 놓은 거요?

 


김진아 . 물론 보는 사람들도 있고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한 약속들'을 저희가 일찌감치 사무실에 붙였거든요. <오목소녀> 크랭크인하는 첫날, 슛 들어갈 때 감독이 직접 나와서 어떻게 영화를 찍고 싶은지 조직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잖아요. 오히려 그게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해서 그런지 더 효과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백승화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교육을 받았다고 현장에서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촬영 이전부터 PD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고민들을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또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평등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조직을 꾸리고자 각자 많이 노력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크랭크인 날 강압적인 촬영현장의 문화들을 많이 봤겠지만 우리 현장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저부터 잘하겠다이런 이야기를 했던 거 같아요. 그게 얼마큼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이지민 : 효과는 분명히 있었어요. 왜냐하면 현장에서 아직까지는 기본적으로 감독에게 어느 정도의 권한이 있으니까요. 감독 자체가 우리 현장은 이러한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 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심하겠다.’라고 이야기를 해주는 게 이하 스태프들이 주지하고 안심하는 문화를 만들어준 부분이 있었어요. 저는 예방 교육으로 방지가 되는 부분은 사실 굉장히 적을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이미 이해가 있고 동의를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된 스태프들이 예방 교육을 통해 매뉴얼을 배우는 거겠죠. 실질적으로 모두가 조심하자는 각인이 된 순간은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첫 슛을 찍기 바로 직전, 전체 스태프들에게 감독님이 이야기한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백승화 그때 정말 긴장했거든요. 어느 타이밍에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느라고요. 감독은 그렇게 안 떨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첫 촬영이고 저는 정말 떨었어요.(웃음) '다 준비 마치고 이제 찍으려는데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내면 될까?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고 조금 정신 없는데 하면 안 되나? 좀 있다가 할까?' 하며 떨고 있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 PD님도 그랬을 거 같은데, 막상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될지 굉장히 두려운 부분이 있어요. 이렇게 성희롱 예방 교육도 했지만 만약에 중요한 스태프나 배우가 문제를 일으키면 어떻게 처리를 해야 될지 현실적인 부분에서 고민되기 때문에 최대한 예방하기 위해서 많은 이야기를 계속 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동시에 저는 사실 이렇게 스태프들이 모든 것을 마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들은 계약 관계에서 더 힘이 있는 제작사라던가 투자사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어요. 실제로 만약에 어떤 배우나 키 스태프가 이런 문제로 교체가 된다면 제작사나 투자사들이 문제거든요. 비용이 더 들어갈 테니까요. 그렇지만 이런 고민을 많이 안 하는 거 같아요. 성희롱 예방 교육도 일단 하라 그러니까 하는 거죠. 실질적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예방을 한다는 마음으로 하는 거 같지는 않아요.

 


김진아 크랭크인 들어가면 현장에서는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만 다들 기다리잖아요. 사실 현장에서는 감독의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번에 <오목소녀>에서 감독님의 1분도 안 되는 그 짧은 스피치 시간이 촬영 전체 기간 동안 큰 역할을 했다고 저는 생각해요. 실제로 한 스태프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게 정말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현장을 통해 자기도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실제로 들었어요.

 






백승화 최근에 남순아 감독이 성희롱 예방 교육 강의를 여기저기서 했잖아요, 최근에 명필름에 강의를 갔는데, 명필름 역시 현장이나 영화 제작에 있어서 힘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현장이 많이 바뀐다는 예시인 것 같아요.


 

남순아 최근에 명필름에서 제작하는 저예산 상업영화에 성평등 교육을 나갔는데요,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게, 저는 주로 독립영화 쪽으로 많이 나가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렇게 많은 분이 자리에 계신 게 처음이었어요. 제가 교육에 가면 사전에 영화 현장에서 어떤 사건이나 문제가 일어났을 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면 되는지 PD님 입으로 직접 말을 해달라고 이야기를 해요. 스태프들 앞에서 공지를 해달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PD님이 준비를 하겠다고 하셨어요

항상 교육을 가면 주요 키 스태프 들은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테면 감독과 주연배우, 촬영감독은 배우 리딩을 가고 나머지 말단 스태프들은 성희롱 예방 교육을 듣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고 하더라고요그래서 명필름 측에 "어떤 파트의 스태프들이 주로 강의를 들을까요?" 물었더니 "팀장급 이상, 퍼스트 이상의 키 스태프들은 다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들이 들어야 바뀐다고 생각한다."라고 해서 정말 소름이 돋았어요. 의심을 했죠. 너무 옳은 대답을 하니까요. 여기 뭐지?(웃음) 가보니 정말 많은 스태프들이 있었어요. 이름표를 다 걸고 있었는데, 제가 "어떤 파트의 누구시죠?" 물었더니 한 분이 그립팀장님인 거예요. 그립팀도 주로 남성이 많은 포지션이잖아요. 카메라 장비 등 무거운 것을 많이 다루는 파트죠. 어떻게 보면 마초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파트인데 그곳의 팀장이 제 강의를 듣고 있던 거죠. 전율을 느꼈어요.(웃음) 그리고 어떤 분이 대답을 너무 열심히 하셨어요. ‘이분은 이 현장에서 뭘 맡은 분일까?’했는데 감독님이더라고요. 감독님이 맨 앞에서 열심히 듣고 있으니까 다른 스태프들도 나갈 수가 없죠. 감독, 촬영감독, PD 그리고 제작사 대표인 심재명 대표님도 다 듣고 있었어요. 심재명 대표가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센터장이거든요. 임순례 감독님하고 공동 센터장이에요. 그래서 그렇게 교육을 더 적극적으로 장려한 거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현장에서 권력을 가진 조직의 리더가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다른 스태프들에게 굉장한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저도 인상 깊었던 것이, 백승화 감독님이 스태프들에게 공지를 하면서 특히 헤드 스태프들에게 당부를 했거든요. 정확하게 누가 더 조심을 해야 하는지 지목했다는 게 인상 깊었어요. 각자 위치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지민 남순아 감독님을 찍는 페미에서 만나 <오목소녀>에 합류하게 되었어요영화계 내 성폭력 해시태그가 만들어지고 그에 공감한 많은 여성 영화인들이 찍는 페미라는 조직을 만들었고 여러 번 모임이 있었어요. 공감하는 마음에서 저도 모임에 나갔고 거기에서 남순아 감독님의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남순아 감독님의 소개 덕분에 백승화 감독님을 만나서 짧은 분량의 영상들을 몇 차례 작업했어요. 아마 그런 작업을 통해 신뢰가 생겨서 저에게 <오목소녀> 오퍼를 준 거겠죠?(웃음) <오목소녀>는 성평등, 위계 평등한 조직 문화를 시도를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모였어요. 그러다 보니 조감독님, PD, 다른 헤드 스태프들도 비교적 그러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분들로 구성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저도 참 그래요. 한국에서 영화를 하면서 배운 게 그렇다 보니 여러 차례 고성을 지르거나 단문장으로 지시를 내리는 일방적인 소통 방식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기는 합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방식이 익숙하기도 해서 최대한 저희 촬영 팀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으려고 의식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물론 팀원 개개인이 어떻게 느꼈는지는 장담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위계 때문에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했고 나름대로는 성공적이었던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장이 굉장히 바쁘기는 했어요. 아쉬웠던 지점인데, 예산이 적고 촬영회차도 적지만 찍어야 될 분량은 많았어요. 다른 현장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요. 부끄럽지만 그럴 때 제가 몇 번 큰소리를 낸 적이 있었어요. 상황은 급박한데 제 의도대로 되지 않거나 커뮤니케이션의 오해가 생겨서 답답한 마음에 그런 기색을 내비친 적이 여러 번 있었어요. 저는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 그 당시에는 심각하게 생각을 못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이 현장의 촬영감독이지만 저는 늘 여성으로 압박도 느끼고 스스로 약자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여성이기 때문에 약자라는 것은 아니고요. 어쨌든 간에 피해를 받는 입장에 익숙해져 있다가 촬영감독이라는 포지션에 있을 때 제가 하는 행동이 얼마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정확하게 인지를 못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나중에 들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제 행동이 다른 스태프들에게 간 파장이 컸던 거죠. <오목소녀> 끝나고 다른 스태프분들이 이야기를 해주어서 알게 된 부분입니다. 만약에 말을 안 해주었으면 저는 지금까지 모르고 굉장히 잘 해냈다고 기분 좋아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웃음)

그래서 제가 생각한 건 본인이 어떤 사람이든 간에 위치에 따라 조직형 문화에서는 권력이 생긴다는 거예요.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는 발언권과 권력과 영향력이 굉장히 크게 주어지는 거죠. ‘나는 그런 사람이 안 되어야지라는 마음만으로는 조심할 수가 없고, 내게 권력이 있다는 걸 늘 생각을 해야 해요. 그 상황에서 자신의 사소한 것들이 다른 의미로 팀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죠. 본인이 권력자라는 걸 인정해야 하는 것 같아요. 권력자가 되기 싫다고 해서 저에게 권력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잖아요. 저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오목소녀> 끝나고 많이 고민을 하게 됐어요. 리더가 더 조심해야 하고 본인의 영향력에 대해서 인지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들이요.

 


남순아 저희가 촬영 들어가기 전에 같이 술을 마신 적이 있어요현장에서 촬영감독이 갖는 권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저희 둘의 시각 차가 있었어요. 촬영감독님이 현장에서 그렇게 행동했을 때 나는 의견을 말하기가 어려울 거라고 했죠.

 


이지민 저는 아니다,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이야기를 못 하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본인의 몫이라고 했죠.

 


남순아 이 관계를 저는 포지션의 관계로 본 것 같고 촬영감독님은 우리가 그전부터 맺어왔던 관계로 본 거죠. ‘동등한 관계, 친구 관계, 동료 관계를 맺어왔는데 현장에서 가서 말을 못 할 게 뭐야?’라고 생각하셨던 거 같아요. 그래서 프로덕션이 끝나고 나서 촬영감독님도 나름의 성찰을 하지만 저도 저 나름의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고요. ‘왜 현장에서 이야기를 하지 못했을까?’. 저 역시도 관성적으로 촬영감독 무서워. 말 못 하겠어.’ 했던 것 같아요.(웃음저도 놀라서 말을 못 한 거예요. 그리고 제 안에 고민이 시작된 거죠. ‘저 사람과 같이 일 할 수 있을까?’, ‘내가 어떤 문제 제기와 노력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동시에 나 자신을 너무 피해자의 위치로 두고 있지는 않나 하는 질문도 들기는 했어요.  

이 자리를 만들기 전에도 고민을 했어요우리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게 맞을까 싶었지만 애초에 완벽한 현장이라는 게 있을까요영화 현장뿐만 아니라 어떤 조직이든기업이든단체든 완벽하게 성평등한 곳이 있을까요? 우리 조직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고 그것에 대해 공유한다고 비난을 받는다면 다들 이런 일들을 무마하거나 덮어버리려고 하겠죠우리의 문제와 해결 방식 자체가 공론화 되고 우리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김진아 사실 감독님이 많이 노력해서 저는 크게 고민은 안 한 거 같고 개인적인 고민이 있었어요. 이번 현장에서 스태프 중에 가장 나이가 많고, 어떻게 보면 기존 질서에 많이 익숙해진 사람이라서 꼰대처럼 행동할까봐 걱정이었습니다. 어떻게 말을 해야 될지, 어떻게 내가 바라는 것들을 실현할 수 있을지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당황스러운 것도 있었어요. 예를 들면 제가 이전에 일 했던 현장은 감독님처럼 직책에 맡게 사람을 부르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반말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저희는 다 존댓말하고 누구님하고 이름으로 불렀거든요. 조감독한테 연출팀이 그렇게 부를 때 저는 처음에 조금 당황했어요.(웃음) 그런 것들을 옆에서 바라볼 때 조금 낯설기도 하고 때로는 걱정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좋았던 것 같아요. 근데 역시 저도 현장에서 짜증내고 야단치고 후회하기도 했어요. 스태프들에게 또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웃음) 결과적으로 저는 꼰대 마인드가 아직 여전히 제 몸에 붙어있기도 하지만 이게 있다는 걸 알게 된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현장의 스태프들을 만나면 <오목소녀> 현장 이야기를 해주거든요. 이 경험을 나누는 게 좋아요. 사람들이 정말 신기해하고요.

 


백승화 사실 PD님이 영화를 한동안 쉬다가 제가 제안해서 같이 하게 된 거라 더 그럴 거 같아요. 최근에 어디서 들은 건데, 조직의 리더나 중요한 권력에 있는 사람이 감정표현을 할 때 그에 조직 전체가 좌지우지되면 가부장적인 조직일 가능성이 많대요. 남순아 감독이 이야기한 건가요?

 


남순아 권위주의적인 조직은 조직 리더의 멘탈에 따라 분위기가 좌우된다는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백승화 그게 비단 영화 현장뿐만 아니라 보통 한국 사회에서 많이 겪는 일이잖아요. 어렸을 때 아버지의 감정에 따라서 집안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학교나 군대에서도 그렇죠. 윗사람의 감정이나 멘탈에 따라서 조직의 분위기가 영향 받을 때 그것에 대해 맞서서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관성적으로 조용히 입다물고 있게 되는 거 같아요. 그 순간에 맞서서 이야기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거 같고 저도 마찬가지로 알게 모르게 그런 것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계속 고민을 하지만 이지민 촬영감독처럼 현장의 어떤 순간에는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나는 경우들이 당연히 있죠. 그런 순간에 내가 짜증을 내면 사람들이 당연히 나에게 주목하고, 소리를 질러서 빨리 하자고 하면 사람들이 빨리 할 거거든요. 적어도 뭔가 하려는 척은 하겠죠. 저도 보고 자란 게 다 그렇다 보니까 그걸 절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촬영감독님이 이야기해줬듯 내가 그런 위치에 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남성, 그리고 감독으로 분명히 권력이 있는 위치에 설 때가 있거든요.

 


남순아 <걷기왕> 때 제가 처음 백승화 감독님한테 이야기하고 감독님이 PD님, 제작실장님과 내용을 공유해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행하게 되었어요. 그때는 사실 성희롱 예방 교육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모르기도 했는데, <오목소녀>를 할 때는 오히려 굉장히 다르게 백승화 감독이면 당연히 우리 현장에서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지라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근데 문제는 그것이 모두의 적극적인 고민과 합의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제 순아 씨가 교육을 들었고 강사를 할 수 있으니까 순아 씨가 하면 되겠다'는 식으로 가게 됐어요. 오히려 방해는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관심 있는 애들이 알아서 할 거라는 분위기가 내부적으로 있었던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나는 성희롱 예방 교육 강사고 나는 이 현장의 모든 성폭력과 위계 폭력을 모두 막아야 해.’라는 식의 이상한 부담감이 생겼어요.(웃음) 제가 교육할 때 사람들에게 폭력적인 상황을 목격했을 때 개입해야 한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연출부인 나는 과연 할 수 있을까 고민되더라고요. 그게 초반에는 굉장한 스트레스였어요.

'이건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어떻게 나 혼자만의 짐으로 가져가지 않고 여럿이서 같이 나눌 수 있을까?' 생각하며 탐색을 했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조감독님에게 누구님이라 이름을 불러보는 거죠. 이게 단순히 제가 맞먹자는 게 아니잖아요. 이렇게 행동했을 때 이 사람의 반응을 통해 선을 어디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지 가늠해봤던 거 같아요. 아무래도 현장에서 악습이 발생하면 일단 PD님한테 ‘PD, 이런 상황이 있었는데 PD님이 개입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PD님이 개입해주세요.’ 이런 식으로 계속 이야기를 했어요. 그럼 PD님의 피드백이 오잖아요. ‘내가 그걸 해야 되나?’ 혹은 알았어.’ 혹은 그 정도는 너네끼리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이런 식으로 피드백이 오면 계속해서 선을 넓혀가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자리에 안 계시지만 조감독님도 굉장히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어쨌거나 저보다 상관인 사람으로 그런 고민을 많이 들어주고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많이 이야기 나눠주었어요. 만약에 부당한 상황에 처하면 와서 말하라고 했거든요. 저는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실제 어떤 피해를 입었을 때, 이를테면 그 팀의 막내나 직급이 낮은 사람이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기는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렇다면 자신의 헤드한테 말을 하고 싶은데 이 사람이 내편을 들어줄지 확신이 없기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만약에 제가 촬영팀인데 촬영감독님한테 조명감독님이 나한테 음담패설을 했다고 했을 때 촬영감독님이 우리 때는 더했어.’ 아니면 무시해.’라고 한다면 이 사람에게 원래 있었던 신뢰도 많이 무너져 내리게 될 테니까요. ‘이 사람은 나를 못 지켜주는구나.’라는 걸 확인하게 되죠. 근데 조감독님은 저에게 신뢰를 준 거죠.

 


이지민 예산이 적고 스태프가 적다 보니까 회차 끝날 때마다 모여서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어요. 내가 실수한 것은 없는지, 혹은 우리가 지금 어떻게 가고 있는지를 조감독님이랑 이야기했거든요. '영화를 잘 찍자' 보다는 '이 현장을 어떻게 꾸려 나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촬영감독인 저랑 조감독님이랑 굉장히 여러 번 이야기를 했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결국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시행착오를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것도 이러한 목적에 동의하는 스태프들이 모여있으니까 가능했던 것 같아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현장이었다면 애초에 이런 이야기도 없었을 거고, 아마 더 많은 시행착오들이 있었겠죠.

당연한 이야기인데요, 이전에 여성이 있는 현장이 너무 없었기 때문에 여성 중심인 현장이 기쁘고 좋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조직 문화로 가기에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가 오늘 이 자리를 만든 것도 저희가 완벽하게 성취해낸 것들을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라 혹시라도 같은 시도를 하려고 하는 다른 분들이 있다면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조금이나마 저희가 인상 깊게 깨달은 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게 너무 중요해요. 공론화의 흐름이 더 거세져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따라오는 부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걷기왕> 성희롱 예방 수칙 같은 경우도 당시에 굉장히 이슈가 됐잖아요. 이후에 제가 갔던 단편 현장들은 거의 대부분 스크립트 북이나 시나리오 북 첫 장에 그걸 실었더라고요.

 


남순아 저는 그것도 문제의식이 있어요. 물론 매뉴얼을 싣는 건 정말 좋은데 사실은 매뉴얼만 싣는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2시간의 성희롱 예방 교육으로 모든 게 예방되지 않듯이요. 결국 중요한 건 구성원들끼리 어떠한 매뉴얼을 정할지 같이 고민하고 합의하는 일 같아요. 요즘에는 표준 근로계약서를 쓰는 곳은 다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반드시 이수하게 되어있어요. 대부분의 상업영화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이수하는데, 별다른 고민은 하지 않죠. 강의 내용도 피해자를 탓하는 식의 안 듣느니만 못한 이야기가 포함되어있기도 해요. 예방 교육 이수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단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같이 어떤 것을 지향하는지 구성원들끼리 고민을 하고 나누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관객 저는 지역 독립영화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저희 협회는 기성 세대와 청년 세대의 비율이 반반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남성 영화인분들이 많고요. 오랫동안 성평등 교육을 전체 회원들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는데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강제성이 없으니 정말 들어야 될 사람들은 어차피 안 온다, 어차피 오는 사람들은 이 내용을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결론이 나고 흐지부지 되거든요. 아직도 성평등 교육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어요.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에 오늘 이 자리가 반갑게 느껴져서 찾아오게 됐습니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어느 정도 모두가 성평등 교육에 참여하도록 강제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반 단체에서 교육의 필요성을 어떻게 말하고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가 계속 고민이에요.

 


백승화 한독협에 남순아 감독이랑 저랑 성평등 위원회에 있어요. 한독협에서도 그런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해왔거든요. 성희롱 예방 교육을 1년에 한 번씩 하는데 말씀하셨던 것처럼 항상 들으러 오는 분들은 정해져 있고 정작 들어야 되는 분들은 안 오죠. 이런 경험들이 있어서 의무화하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의무화했을 때 회원들의 반발도 있을 수 있고, 의무화라는 건 어떤 페널티를 수반해야 하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해나가려고 해요

 


남순아 사실 강제성을 갖기 어려워요. 올해 3,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 오픈했거든요. 영진위에서 지원을 하고 여성영화인모임에서 위탁을 받은 단체예요. 겸사겸사 홍보를 하자면 올 3월에 성폭력 실태 조사를 발표했고요, 그곳에서 영화계 성희롱 예방 교육 강사를 파견 신청하면 강사료를 지원을 해줘요. 이런 기회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한독협의 원대한 꿈은 돈을 지원받아 1년에 4번 가까이 교육 횟수를 늘리는 거예요. 그러면 참여할 기회가 많아질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참여하지 않은 분에게 페널티를 주기는 어려우니 참여자를 독려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희롱 예방 교육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저희가 <오목소녀> 때도 <걷기왕>에서 어떤 걸 실패했는가 고민했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완벽하게 성평등한 현장은 없기 때문에 <걷기왕>에서도 사소하게 문제들이 있었어요. 그럼 이번 <오목소녀>에서는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를 고민했을 때 성희롱 예방 교육은 당연한 것이고, 이를 계기로 스태프들간에 무엇이 폭력인지, 무엇이 성희롱인지 합의가 있어야 하고, 지속적으로 구성원들 간에 논의가 있어야 하는 거 같아요. 아마 속해있는 단체에서도 저희가 했던 평등문화약속문을 부착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논의를 환기시킬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관객 : 성희롱 예방 교육이 법에 의해 명시되어있잖아요. 법에 따르면 실제로 직장 내에서 성희롱이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신고를 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사업주는 신고를 받으면 즉시 조사를 하게 되어있어요. 그리고 조사와 함께 피해 신고인과 가해 지목인을 분리시키는 절차들이 나와있는데, 법조항을 읽으면서 앞에서 말씀하신 대로 사업자나 사용자의 참여가 무엇보다 절실한 거 같아요. 성희롱 예방 교육이나 평등한 조직 문화 만들기 운동 자체가 어떻게 보면 고용된 스태프들에게서 나오는 거고 사용자는 알아서 하고 있으니까 잘 되겠지라는 생각인 거잖아요. 영화 촬영 현장 내에서 실제로 성희롱 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사후처리 부분에서 명백한 한계가 발생할 것이라 추측합니다. 결국에 이건 사업자 혹은 제작자, 회사 대표가 어떤 의지를 가졌는지에 달려 있는 문제일 텐데요, 이런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 방안을 찾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지, 생각한 게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백승화 저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걷기왕> 성희롱 예방 교육이 개봉할 때쯤 이슈가 됐잖아요.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한 게 <걷기왕> 현장이 처음이라는 것도 정말 놀라웠는데, 많은 분들이 실행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칭찬하셔서 저희도 성희롱 예방 교육을 촬영 전에 실시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을 느꼈던 거 같아요.

막상 끝나고 나니까 이게 우리가 해야 될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상 제작사라던가 투자사가 해야 하는 일인데,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방관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껏 많은 영화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걸 단순히 영화 현장의 가해자나 피해자 개인의 문제로 떠넘겨 버렸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까 항상 피해자들은 현장을 떠나거나 상처받고요. 저희가 처음 교육을 실시하게 된 것도 남순아 감독이나 제가 그런 폭력들을 목격해왔기 때문에 방어기제로써 했던 것인데, 이전부터 아무도 이런 문제를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에 스태프들이 하게 된 케이스인 거잖아요. 그걸 했다고 해서 잘했네하고 마는 게 아니라 영화 제작하는 분들이나 투자하는 분들이 더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체계가 자체가 없는 거 같아요. 쉽게 말해서 사실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는 체계가 없죠.

 


이지민 : 아직 프로토콜이 만들어지지 않은 단계인 거라고 생각을 해요. 이런 종류의 토크 자리마다 이런 말들이 나오는데요, 이건 제작사의 책임이고 제작사가 자신의 책임하에 컨트롤을 해야 되는 문제라는 것 까지는 동의가 다 되어있는 거 같아요. 근데 제작사가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핸들링할 것인가에 대한 자체 매뉴얼이라던지 프로토콜이 없는 거죠. 또 마찬가지로 스태프들도 제작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지만 어떻게 제작사가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없는 것 같아요. 그걸 이제 문화적으로, 법적으로 라고 만들어가는 것이 다음으로 마주해야 하는 단계가 아닐까 해요.

 


백승화 <걷기왕>이나 <오목소녀>에서는 저희가 제재를 가할 정도의 사건은 없었기 때문에 저희도 문제 해결 방식을 경험해본 적은 사실 없어요. 자연스럽게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는 생각해요이런 자리에서 제작사나 투자사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은 이런 사항에 대해 계약서에 명시하거나 제도를 마련해야지 스태프들이 해결하는 문제로 남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에요. 스태프들이 평등한 조직 문화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갑자기 주연배우나 감독이 문제를 일으켜버리면 방법이 없잖아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투자사나 제작사가 방안을 만들어야 되는데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어요.

 


이지민 : 상업영화 쪽에서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흐름상 미투 운동으로 인해서 제작이 무기한 보류가 된다거나 개봉이 미뤄지는 등 실질적인 손해가 생기는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내부적인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만 해보는데요, <걷기왕>을 통해 성희롱 예방 교육 매뉴얼이 보급이 된 것도 2년 전인데 지금은 보편화가 되어있고,  일단은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는 것이 기본값이 된 상황이잖아요. 그런 식의 여지는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관객 : 최근에 명필름에서 제작하는 영화에 교육을 다녀왔다고 하셨어요. 저도 성희롱 예방 교육을 들으면서 관련법을 찾아봤는데 예방 교육의 내용에는 성희롱이 무엇인지 뿐만 아니라 실제로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면 어떻게 처리하고 성폭력 누구한테 상담해야 하고 어떤 절차가 이루어지는지 교육을 하도록 되어있더라고요. 혹시 명필름에서 강의할 때 실제로 상업 현장 내에서 구체적인 처리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꼭 답을 가지고 있어야 된다는 건 아니지만 생각하는 처리 절차가 있다면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남순아 명필름에서 강의할 때는 사실 구체적인 절차까지는 공유가 되지는 못했어요. 일단 사안이 발생했을 때 PD님에게 이야기를 하도록 안내했어요. 그런데 그 현장의 PD님이 남자분이어서 PD님에게 말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바로 제작사 대표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다고 PD님이 공지를 해주었고요. PD 밑에 제작실장이 있는데 저는 사실 그 사람들이 현장의 고충을 듣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근데 굉장히 많은 PD들이 자신의 역할을 모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주연배우나 주요 스태프, 감독이 성폭력을 저지른다면 그 사람을 실제로 자를 수 있냐는 질문들을 많이 해요. 무엇이 옳은지는 알지만, 정말 그게 가능하냐는 거죠. 그게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도 정말 중요한데, 저는 애초에 생각을 조금 다르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술자리를 많이 했다면 술자리를 몇 시까지 할 지, 회식을 꼭 술을 마시면서 해야 할 지 등 사소한 것들부터 이야기해보는 거죠. 실제로 처음부터 어떤 강력한 추행이 일어나지 않아요. 소위 사소한 문제가 일어났을 때 PD님한테 말을 할 수 있고, PD가 개입해서 앞으로 그런 행동을 하면 조치가 들어갈 것이다는 식으로 경고를 준다면 반드시 교체해야 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순아 :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해주시거나 어떤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저희에게 다음 스텝이 있어야 하잖아요.

 


백승화 고민하고 있어요. <오목소녀> 현장에서는 제가 고민했던 것들을 실제로 많이 실행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동시에 위계폭력, 성폭력 문제에 있어서 영화 현장이 항상 바쁘고, 돈이 없고, 시간이 없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오목소녀>도 잘 했는지 모르겠어요. 적은 예산으로 많은 촬영을 해내야 하는 환경이 해결되어야 다른 문제들이 같이 해결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장에서 소리를 지르고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도 평상시에는 그러지 않아요. 굉장히 바쁜 상황에서 압박을 받는 거죠. 이런 문제의 기반은 사실 적은 예산, 많은 노동량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상업영화는 표준 노동기준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독립영화계에서도 이런 고민들을 해야 해요. 어떤 대안이 있는지, 어떻게 찾아갈 건지 고민해 보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다음 스텝인 것 같습니다.

 


이지민 : 페미니즘적인, 위계폭력에 반대하는 인식을 가진 작업자를 더 많이 만나고 싶어요. 그런 자리를 늘 기대했지만 누군가가 나서서 만들어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조직화된 움직임들이 이미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성 촬영자들을 조금 더 많이 알고 싶어요. 더 많은 분들이 모이는 기회를 만들어가면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싶어요. 저는 <오목소녀>를 작업하면서 내가 실수하거나 잘못하고 있어도 이걸 이야기해주고 이끌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했어요. 그 덕분에 찾게 된 방향이 있는 것 같아요. 다음 번에도 가능하다면 그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현장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노력하고 싶습니다.

 


김진아 성희롱 예방 교육 실행뿐만 아니라 즐거운 노동 현장이 되려면 노동 환경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영화계의 많은 숙제가 있는데 일단 제대로 된 임금 없이 무리한 환경에서 일하는 게 해결되지 않으면 이런 문제들이 반복될 것 같아요. 특히 우리나라의 가부장적인 요소들이 영화 현장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가족환경에서부터 극복해야 할 숙제로 다가오거든요. 이런 문제들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남순아 <걷기왕> 때도 그렇고 <오목소녀> 때도 그렇고 스태프들은 성평등 강의를 들었는데 사실 배우들은 듣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음 현장에 참여하게 되면 배우들도 교육을 받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현장에서 다들 성희롱과 성폭력 나쁘다, 해결해야 한다고 하지만 아까 말씀해주신 것처럼 가해자와 피해자 격리 외에 다른 어떤 옵션들이 있는지, 어떤 절차들을 밟아야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까 우왕좌왕하게 되거든요. 매뉴얼까지는 아니어도 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자 하는 목적의식이 있습니다. 끝까지 자리 지켜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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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1일(목) 13:00 | 19:40

6월 22일(금) 11:00 | 15:40

6월 23일(토) 11:50 | 17:40

6월 24일(일) 13:30

6월 25일(월) 11:00 | 16:10

6월 26일(화) 17:30

6월 27일(수) 19:30


이후 상영일정은 추후 공개됩니다.



 예매하기 

맥스무비 http://bit.ly/2vULqyh

예스24 http://bit.ly/an5zh9

다음 http://bit.ly/2qtAcPS

네이버 http://bit.ly/OVY1Mk












 INFORMATION 


제목: 튼튼이의 모험(Loser’s Adventure)

감독•각본: 고봉수

주연: 김충길, 백승환, 신민재, 고성완

배급: CGV아트하우스 / ㈜인디스토리

등급: 15세이상관람가

장르: 코미디

러닝타임: 106분

개봉: 2018년 6월 21일




 SYNOPSIS 


전국체전 예선 2주 전, 존폐위기의 고교 레슬링 부에서 벌어지는

땀내나는 녀석들의 고군분투 삽질 코미디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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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 한줄 관람평


권소연 | 인스턴트여도 괜찮아, 우리가 이렇게 같이 먹고 있다면

이수연 | 작은 발걸음이 향하는 곳으로

임종우 | 가족의 의미를 ‘다시’ 고백하다

김민기 | 소년이 느끼는 삶의 적막이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윤영지 | 멀리서 보고 그린 정밀화







 <홈 리뷰 : 작은 발걸음이 향하는 곳으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연 님의 글입니다. 




아이가 있다. 아이의 이름은 준호다. 축구를 하는 찰나의 아이는 웃음을 짓는다. 그렇지만 공은 아이에게 오지 않는다. 억지로 공을 찾아 달려보지만 다른 아이의 욕지거리가 들려온다. 그래도 괜찮다. 맞잡은 어린 동생과 함께 돌아갈 공간이 있으니까. 협소하지만 그 공간엔 엄마와 동생 성호, 그리고 준호가 마주 누울 자리가 있으니까. 아이에겐 이 있으니까. 엄마를 빼앗긴 순간에도, 배다른 동생에게 왠지 모를 박탈감을 느낄 때에도 아이의 시선은 올곧게 한 곳을 향해 있다. 집으로. 처음부터 준호의 소망은 거창하지 않았다.

 




집이라는 단순한 한 음절의 단어가 애틋함을 자아내는 건 그와 필연적으로 결부되는 가족의 존재 때문일 것이다. 그 집에서 함께 자란, 부대끼며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온기들 말이다. 가족은 태어남과 동시에 획득되는 관계다. 보편적으로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이 마땅하고 자연스러운 관계이다. 태생적인 안정감, 그건 가족이라는 관계를 표상한 집이기도 하기에 준호에겐 집과 가족이 절박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애정을 쏟아주는 보호자의 존재, 보호자와 한 공간에서 자라고 있다는 안온감은 준호에게 마땅하지 않았으므로. 소년의 세계엔 가족과 집이 근원적이지 않다. 마땅하고 자연스러운 안온감이 외부에 의해 박탈되었기 때문이다. 가족과 집은 아이에게 치열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 되어 버렸다. 간신히 붙잡아도 손에 들어오지 않는 두 존재를 소년은 마음 속으로 소중히, 그렇지만 절박히 품어 낸다.

 





영화는 계속해서 준호의 뒷모습을 추적해 나간다. 처연하게 굽은 아이의 조그마한 어깨는 언제나 묵묵히 나를 껴안아주세요, 나를 알아봐 주세요라고 외치고 있다. 아이는 어느 한 문장도 쉬이 내뱉지 않는다. 그렇기에 음울하게 가라앉은 아이의 눈동자는 초라하면서도 아울러 묵직한 무게감을 발산한다. 어렵게나마 저도 할 수 있어요”, “저도 같이 살게 해 주세요라고 울부짖는 아이의 심정은 얼마나 절박했을까.


그럼에도, 그토록 갈망함에도, 아이는 성취해내지 못한다집을. 가족을. 사랑 받는 그대로를 베풀 수 있을 관계를. 절박한 뜀걸음의 끝에 당도한 풍경엔 준호가 없다. 주전으로 나선 경기, 자신이 넣은 골, 이긴 팀. 주인공이어야만 했을 준호가 본인이 엑스트라임을 깨닫는 순간, 아이의 눈동자엔 기쁨 대신에 주변인으로서의 거리감이 선연히 물들고 만다. 가장 경쾌해야 할 발걸음이 현실의 무게에 포옥, 젖어 버렸다. 지켜보는 관객마저 체념에 가까울 눈동자에 압도되고 만다. 어떤 말로 아이를 위로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노력한 아이에게 조언은 무의미하다. 아이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에 다사로울 햇볕이 들길 바라는 막연한 절망감만이 스크린 주위를 맴돈다.




 


감독의 첫 작품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의 카메라의 워킹과 영화의 톤이 주는 호소력은 감탄할 만하다. 다만 성인에게도 벅찰 상실과 가난을 아이에게 부여하는 영화의 방법론엔 다소 의문이 든다. 아이는 결과와는 무관하게 욕망하는 바를 향해 시도하고, 쟁취하거나 실패할 수도 있다. 그렇게 형성된 아이의 세계는 엉성하지만 그 자체로도 온전하다. 중요한 건 아이의 노력을 존중하는 태도다. 너의 세계는 완벽하다고, 너는 그 속의 주인공이라고. 학교폭력까지 가담해 아이의 불행을 조성하는 영화의 분위기는 다소 불편한 지점도 존재한다. 집이라는 소재를 다루기 위해 아이에게 이만큼의 고통을 부여해도 괜찮은 걸까? 필요 이상의 폭력이 아이에게 가해지지 않았을까? 좀 더 덜어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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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돌잔치는 매달 마지막 화요일에 진행되는 인디스페이스의 프로그램으로, 1년 전 개봉한 독립영화의 1주년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스크린을 통해 그 때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껴보세요!


인디돌잔치 2018년 6월 상영작 <델타 보이즈>

● 일시: 2018년 6월 26일(화) 오후 7시 30분

● 관람료: 7,000원 / 후원회원, 멤버십 무료

● 인디토크

   참석: 고봉수 감독 | 배우 백승환, 신민재, 김충길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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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식하는 방법  <소공녀>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5월 30일 오후 7시 40분 상영 후

참석 전고운 감독

진행 이요섭 갑독 (<범죄의 여왕>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영지 님의 글입니다. 





오랫동안 미소에 대해서 생각했다.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며 사는 삶은 간단하고 어렵다. 그것은 선택이 필요한 일이었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런 선택과 용기가 필요한 순간마다 <소공녀>미소에 대해서 생각했다. <소공녀전고운 감독과의 인디토크가 이어졌다. 진행은 <범죄의 여왕>(2016) 이요섭 감독이 맡았다.

 


 



전고운 감독 (이하 전고운): 안녕하세요. 방금 보신 <소공녀>를 연출한 전고운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소공녀가 개봉한 지 두 달이 되어서 이렇게 많이 와주실지 몰랐는데, 너무 감동스럽네요.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누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요섭 감독 (이하 이요섭): 요즘 감독님이 가지고 있는 화두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전고운: 많은 분들이 <소공녀>가 끝난 줄 아시지만, 사실 저는 계속 지역을 돌아다니며 극장을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개봉 때만큼 개봉 이후도 은근히 바쁘더라고요.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어 딱히 화두라고 할 것은 없지만, 제겐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늘 주된 관심사고, 하고 싶은 재미있는 여성 캐릭터가 떠올랐을 때 가장 뜨거워지는 것 같아요.

 

이요섭: 그렇다면 최근에 본 드라마나 영화에서 좋게 본 여성 캐릭터가 있나요?

 

전고운: 최근 작품은 아니지만 좋아하던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2005)를 최근에 다시 봤어요. ‘금자씨도 전대미문의 여성 캐릭터지만, 등장하는 모든 여성 캐릭터가 너무 좋은 캐릭터들이라 흥분하며 보았던 기억이 있네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의 주연 배우 샐리 호킨스를 원래 무척 좋아하는데요, 샐리 호킨스가 연기한 <해피 고 럭키>(2008)의 여성 원탑 캐릭터 정말 좋아하고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이요섭: <소공녀>는 훌륭한 완성도의 좋은 영화지만, 개인적으로 이 장면은 다시 한 번 찍고 싶다하는 장면이 있나요?

 

전고운: 저는 후회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인 것 같아요. 사실 방금 주신 질문은 마치 다시 태어나면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은가와도 같은 맥락인 것 같은데, 뭐 그렇다면 유럽을 말하겠죠. 그렇다면 유럽 영화처럼 찍고 싶었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의미 없는 질문인 것 같아요. 다만 눈이 많이 내리는 장면을 찍고 싶긴 했어요.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서, 그것이 조금 한이 되긴 하네요

 

이요섭: 왜 눈을 담고 싶었는지, 주요 배경이 겨울이었는지 궁금해요.

 

전고운: 일단 제가 겨울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독주(毒酒)를 마시잖아요. 추운 나라에서 보드카를 마시는 것처럼요. , 제 생각에 <소공녀>의 미소가 살고 있는 나라가 겨울이었던 것 같아요. 가난한 사람이 가장 고통스러운 계절은 겨울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직접적으로 목숨에 위협이 오는 계절이니까요. 이런 상징성도 있고, 눈이라는 것 자체가 클리셰고 뻔한 측면이 있지만 영상에서 줄 수 있는 특별한 아름다움, 마법 같은 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겨울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이요섭: 감독님이 촬영 당시 눈이 녹을 때마다 한숨을 쉬던 것이 생각나네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요. 감독님의 이전 작품들을 보면 늘 강진아(문영 역) 배우와 함께 였는데요, 강진아 배우를 문영 역으로 어떻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함께한 작업이 어땠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전고운: 강진아 배우는 단편을 늘 함께 해온 배우이기도 하고, 저와 개인적으로 친한 친구이기도 합니다. <소공녀>를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시나리오,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어요. 고민을 많이 나누는 친구여서 평소에 여배우로서 강진아 배우의 고민에 대해서도 많이 듣습니다. 여성 배우들이 맡을 수 있는 캐릭터 수 자체가 적잖아요. 더욱이 강진아 배우에게 들어오던 역할은 그 중에서도 피해를 당하는 여성, 착한 여성 등 폭이 좁았고, 그런 식으로 소모되고 소비되는 것에 지쳐있었어요. 새로운 캐릭터를 하고 싶은 갈망이 있었죠. 그래서 <소공녀>에서 딱딱하고 한 편으로는 얌체 같은, 일반적으로 묘사되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을 좋아했고, 정말 열심히 해주었어. 너무 좋았습니다. 지금도 좋고요. 언제나 좋고 반가워요.

 

이요섭: 아무래도 그간의 GV에서 이솜 배우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했으니 다른 배우분들에 대한 질문을 조금 더 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용 역 이성욱 배우의 경우 평소에 무섭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로 많이 등장하잖아요. 극 중 대용의 경우 섬세한 면도 있고 울보이기도 한데, 이런 새로운 면을 어떤 식으로 캐치해서 함께 작업하게 된 건가요?

 

전고운: 일단 이성욱 배우가 <범죄의 여왕>에서 무서운 역할을 맡기도 했죠. 강진아 배우가 이성욱 배우님을 추천했고, 저도 워낙 잘하는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믿고 캐스팅 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대용과 다른 모습이 많아서 조금 힘들어 한 부분도 있기는 했어요. 하지만 결국엔 해내시더라고요. 배우들은 결국 기본기가 되어있고 열심히 하는 분들은 믿어주면 제가 원하는 그 이상을 보여주는 사람이구나, 경험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이요섭: 그렇다면 왜 대용을 미소보다 동생으로, 또 극 중 밴드의 막내로 삼았나요? 실제로도 이성욱 배우가 더 나이가 많고 인상도 강한 편이잖아요.

 

전고운배우가 캐스팅 된 이후에 제가 그분들을 위해 해드릴 수 있는 일은 어떻게 하면 그 캐릭터의 '엣지'를 올려줄 수 있을까?’인 것 같은데, 이성욱 배우가 캐스팅 된 이후 대용 역에 대해 열심히 고민해 본 결과, 막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사실 제가 동안과 노안 같은 것을 잘 구분하지 못해요. 얼굴을 보고 나이를 짐작하는 거요.

 

이요섭: 개인적으로 현정 역의 김국희 배우를 보며 가장 큰 위로를 받았어요. 현정의 눈빛이나 우는 장면을 통해서요. 김국희 배우 역시 여쭤보고 싶습니다.

 

전고운: 연극계에서 이미 유명한 분이에요. 제가 먼저 연락을 드리고 만나 뵈었는데, 첫 미팅에서 대본을 읽지 않고 즉흥 연기를 해봤어요. 그때 김국희 배우의 연기를 보고 제가 울었거든요. 그것이 잊히지 않았어요<원라인>(2016)이라는 영화에 잠깐 나오고 <소공녀>가 두 번째 영화였어요. 연극과 다른 영화의 메커니즘을 계산하는 데에 능숙하지는 않았으나 우는 장면은 제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금방 몰입하고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너무 감사했고 즐겁게 작업했어요.

 





관객: 미소의 머리카락을 점점 흰머리로 변하게 한 이유가 있나요?

 

전고운이것도 캐릭터의 엣지입니다.(웃음) 시각적으로 보일 수 있는 특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미소가 엔딩에서 백발이 되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처음부터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것을 어떻게 개연성 있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차에 '광화문시네마' 김태곤 감독의 아이디어도 있었고, 한약 잘못 먹으면 새치가 난다는 말이 있잖아요. 거기서 영감을 받아 새치를 심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것이 미소 캐릭터와도 잘 맞았던 것 같고요. 낙인 같기도 하고 독특하고 본의 아니게 이솜 배우 덕에 스타일리시 해지기도 했고요. 미소만의 작은 엣지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설정했습니다.

 


관객: <소공녀> 첫 관람 때 위로를 많이 받아서 재관람하러 왔습니다. 미소의 직업을 가사도우미로 설정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전고운이야기 내에서 여성이 가장 구하기 쉬운 일용직이 가사도우미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젊은, 미소 같은 친구가 가사일을 하면 엣지가(웃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청소라는 일이 전문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나 잘 할 수 없는 일이고, 많이 해봐야 체계적일 수 있는 좋은 기술이고요. 그 노동의 가치가 폄하되고 있는 것이 싫었고, 또 남에게 안락한 무언가를 제공한다는 특징이 미소의 성격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가사도우미로 설정했습니다.

 


관객: 영화 속 작은 소품, 단역 캐릭터들까지 디테일하게 신경 쓴 것이 좋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록이의 집에서 자고 일어난 미소가 이불 밑에 넣어두었던 양말을 꺼내 신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이런 일상생활 속의 섬세한 연출은 어디서 찾는 건지 궁금합니다.

 

전고운: 정말 디테일한 지점까지 봐주셨네요. 사실 저는 그렇게 섬세한 성격은 못되고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떠올리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은 넣어놓고 제가 보며 혼자 만족하는 부분인데 알아봐 주시니 너무 반갑고 기쁘네요. 양말 같은 경우 스태프 분의 모습을 보다가 떠올라서 현장에서 넣었고, 미소의 캐릭터 상 양말을 예의 바르고 정갈하게 아랫목에 넣어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관객: 독립영화를 극장에 와서 관람하는 게 처음인데, 너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오게 될 것 같아요. <소공녀>라는 제목을 어떤 의미로 붙인 것인지 여쭤보겠습니다.

 

전고운: 제목을 두고 고민하던 중, 시나리오를 읽어 본 친구가 소설 '소공녀' 세라를 떠올리게 해주었어요. 세라는 부유한 환경에서 한순간에 하녀가 되는 인물인데, 하녀 시절과 제가 표현하려던 미소가 닮아있어서 그렇게 설정했어요. 원래 하고 싶었던 제목은 영어 제목인 'Microhabitat'이었던 것 같아요. 미소서식지(미소생물이 서식하는 특유의 다양한 환경 조건을 갖춘 장소)라는 의미고, 주인공 이름 미소가 미생물의 미소거든요. 그런데 너무 어려워서 <소공녀>라는 쉽고 간결한 제목을 선택했습니다.

 

이요섭: 그 단어는 어떻게 찾았나요?

 

전고운: 책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인문학 서적을 보다가 ‘Microhabitat’이라는 운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도시는 너무 과열되고 삭막하고 공간도 부족하다 보니 살아남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인간이 한 인간에게 공간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운동이 ‘Microhabitat 운동이라고 하더라고요. 사람이 한 사람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자살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잖아요. 도시라는 공간에서는 특히나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담긴 것이 <소공녀>였고, 그래서 Microhabitat에서 미소라는 이름도 따왔던 것 같아요.

 

 



관객: 미소가 현금을 금고에 보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전고운: 이쯤 되면 다들 예상하셨겠지만 엣지입니다.(웃음) 그런데 무책임하게 엣지만 심어놓은 것은 아니고요, 제가 설정한 미소의 전사가 원래는 작은 회사를 다니다가 당당히 그만두고, 모았던 돈으로 푸드트럭을 운영했다는 것이에요. 그때 쓰던 금고를 그대로 쓰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관객: 미소가 친구네 집에 방문할 때 집의 크기가 단계적으로 점점 커지더라고요. 그 이유가 궁금하고, 친구의 집에 방문할 때마다 달걀을 선물하는 이유도 알고 싶습니다.

 

전고운: 제가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이야기 흐름을 짜다가 무의식 중에 그런 식으로 열거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미소가 거쳐가는 친구들의 상황을 사실 큰 고민 없이 단계를 밟아가는 느낌으로 하다 보니 그들의 여건이 조금씩 나아지는 순서로 이어진 것 같아요. 그리고 달걀보다 실용적인 선물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싸고 사람의 에너지를 채워주니까 달걀이 적당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공녀>미소를 오랫동안 생각한 사람이 나 하나 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인디토크를 마치고 극장에 모인 관객들과 전고운 감독은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공녀>라는 영화는 관객에게, 관객은 감독에게, 또 함께 모인 관객은 관객에게 서로를 통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미소서식지가 되어줄 수 있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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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도 괜찮아, 우리가 이렇게 같이 먹고 있다면  <홈>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5월 27일 오후 3시 상영 후

참석 김종우 감독ㅣ배우 이효제, 임태풍, 허준석

진행 이화정 씨네21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권소연 님의 글입니다. 




제작사 아토의 영화 <우리들>(2015)은 어린 시절, 너와 내가 우리가 될 것만 같았던 그 시절에 겪었던 심리를, <용순>(2016)은 사춘기 때도 예외 없었던 사랑에 대한 성장통을 보여준다. 그리고 성장 3부작을 완성하는 <>은 마냥 어리지도 않고 다 컸다고 표현하기도 애매한 열다섯의 삶 역시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그때의 우리를 돌이켜볼 때 떠오르는 것들과 조금 다르게 <>가족에 집중한다. 한번쯤은 성질도 내고 싫은 소리도 할 법한데, 준호는 감정들을 꾹꾹 눌러 담은 채 괜찮은 척 애쓴다. 그렇기 때문에 준호가 울면서 말하는 일곱 글자를 듣는 순간 숨기고 있던 마음이 느껴지며 먹먹해진다개봉일보다 조금 먼저 찾아온 <>의 김종우 감독과 허준석 배우, 이효제 배우, 임태풍 배우와 함께한 소풍 같은 인디토크가 시작되었다.

 

 



이화정 기자(이하 진행): 오늘 '우리가 자라는 방법' 기획전으로 여러분을 찾은 <>은 제작사 아토의 3부작으로 <우리들>과 <용순>에 이어서 개봉하는 영화입니다. 요즘 청년 세대와 노년 세대가 겪는 갈등과 고난을 보여주는 영화도 많지만 앞서 말한 세 영화는 그 나이에 이르기 전, 자라는 세대들 역시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나 싶습니다. 이 영화의 출발점이 궁금합니다.

 

김종우 감독(이하 김종우): 장편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 쓰다 보니 아이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영화를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 말을 제가 자주 하고 다녔거든요.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를 표현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넣게 되어 배다른 형제라는 소재나 소풍 가는 장면 등이 들어갔습니다. 어릴 시절 형을 바라보던 저의 입장에서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픽션이긴 하지만 저의 이야기를 담아 진실되게 다가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진행: 감독님께 배우들의 이야기에 대해 들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캐스팅이 쉽지 않았을 텐데, 임태풍 배우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김종우: 많은 아역 친구들을 만났는데, 임태풍 배우는 들어와서 자기 이름만 말하고 게임을 하자고 하더라고요.(웃음지뢰 찾는 게임을 한 30분동안 하다가 갔고 연기는 거의 못 봤어요. 그런데도 임태풍 배우가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연기를 보고 싶어서 한번 더 만났는데, 준비해온 사투리 연기를 보니까 제가 생각하던 캐릭터랑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캐스팅하게 되었습니다.

 

진행임태풍 배우 역시 감독님 처음 봤을 때 같이 작업해도 괜찮겠다 싶었나요?

 

임태풍 배우(이하 임태풍): 네.(웃음)

 




진행: 이 영화에서는 어린 배우들의 연기가 관건이었기 때문에 허준석 배우께서 상대적으로 본인 역할은 필요 없다고도 말하셨는데,(웃음허준석 배우님은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나요?

 

허준석 배우(이하 허준석): 감독님과는 단편 영화 작업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중국에서 함께 작품을 찍으면서 같이 고생하고 울면서 돌아온 기억이 있어요. 그 때 끈끈해진 것 같아요. 갔다 와서도 감독님과 영화 이야기도 많이 하고, 제가 사실 연출에 대한 욕심도 있어서 조언도 구하면서 자주 뵙곤 했습니다. 그러면다 갑자기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보여주더니 이 역할이 너다이러시더라고요.(웃음)

 

진행: 이효제 배우는 지금까지 성인 배우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영화 전체를 혼자 끌고 가는 주연 배우로 거듭났어요. 책임감도 막중할 텐데, 지금 기분이 어떤가요?

 

이효제 배우(이하 이효제): 말씀대로 첫 단독주연이어서 부담감이 컸는데, 다들 너무 잘해주셨어요. 그래서 편하게 찍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진행: 감독님도 이효제 배우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을 것 같아요

 

김종우: 저의 어린 시절이 아닌 제가 바라본 형의 어린 시절이었기 때문에 잘생긴 배우가 나와도 되겠다 싶었습니다.(웃음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이효제 배우를 알고 있었고, 이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생각한 친구가 캐스팅이 된,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진행처음에는 다른 제목을 생각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란 말은 따뜻한 집을 떠올리게 하는데, 감독님은 을 어떤 의미라고 규정하고 촬영했나요?

 

김종우처음에는 나의 새로운 가족과 비슷한 느낌의 제목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라고 정하게 되었는데, 준호가 가지고 싶었던 작은 집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건 저만 알고 있는 건데, 준호의 아주 작고 소소한 소망이기에 꼭 영어 소문자로 쓰고 싶었습니다.(웃음) ‘이라는 말은 물리적인 공간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가족을 대표하는 단어라고 생각을 했어요.

 

진행: 이효제 배우님도 준호라는 역할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나 감독님과 고민한 부분 혹은 어려웠던 지점들이 있었나요?

 

이효제: 영화에 준호라는 인물의 감정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감정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래서 촬영을 할 때도 감독님과 감정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찍었습니다.

 

김종우: 시나리오 대사 리딩을 하기보다는 영화 속 펼쳐지는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는 식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찍었습니다.

 


진행: 최근에 이효제 배우님은 TV프로그램 전체관람가<아빠의 봄>에 나왔는데요, 거기서는 <>과 반대로 누군가를 때리는 장면을 연기했어요. 상반된 연기를 했는데 둘 중 어떤 연기가 어려웠나요?

 

이효제: 때리는 연기는 때리면서 마음이 아팠고, 맞는 연기는 몸이 아팠습니다.(웃음) <>에 나온 맞는 장면은 잘 나온 것 같아요. 사실 촬영할 때는 그렇게 많이 아프지 않았거든요. 맞은 것에 비해 영화로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진행: 임태풍 배우님은 촬영할 때 어떤 장면이 제일 힘들거나 재미있었나요?

 

임태풍:행님아 같이 가자라고 말하는 장면이 말하는 게 어색해서 힘들었어요. 우는 장면이었는데, 우는 연기를 잘 못해서.(웃음소풍 가는 장면은 재미있었어요. 소풍 가서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이 있는데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현장에 누나나 형들이 생각보다 많이 와서 너무 긴장해 잘 못 춰서 아쉬웠어요.





진행: 허준석 배우님은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애매했을 것 같아요. 연기 톤을 잡을 때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했나요?

 

허준석: 배우 입장에서는 행동이 확실할 경우에는 오히려 쉽게 방향을 잡고 연기할 수 있는데, 이렇게 말보다 시선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는 사소한 디테일을 요구하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원재라는 역할이 가지고 있는 결핍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사족인 것 같더라고요. 준호를 바라보는 시선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최대한 점잖게 안에서 요동치는 것을 눈으로만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보통 촬영하면서 서로 술도 한잔 하면서 피드백도 나누곤 하는데, 아이들하고는 한잔 하면서 이야기 나눌 수는 없고요.(웃음이번에 영화를 찍으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진행: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준호가 같이 살고 싶다라고 말하는 장면 같아요. 지금까지 눌러왔던 감정이 완전히 터지는 장면인데, 연기하기도 어렵고 시나리오를 쓸 때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김종우: 그 장면은 정말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쓰고 촬영했던 것 같아요. 이효제 배우는 연기하기가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영화에서는 동사무소에서 걸어나오면서 길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선인데, 동사무소와 영화 속 길가가 꽤 떨어져 있어서 이틀에 걸쳐서 찍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감정선을 유지하기도 어렵고 늦은 시간이라 더더욱 그랬을 텐데, 그래도 이효제 배우에게 시간을 많이 주고 감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찍었습니다.

 

이효제: 감독님이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눈물이 폭발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해주셔서,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연습할 때 감정을 많이 생각했고 대사에 집중하기 보다는 감정에 집중했습니다. “같이 살고 싶어요라는 대사를 원래 3번만 하는 대사였는데, 잘하고 싶어서 많이 했어요. 그때 느낀 저의 감정대로 대사를 친 것 같습니다.


김종우: 되게 많이 찍었는데 미안하게도 첫 테이크를 썼어요. 첫 테이크가 감정이 너무 잘 살아있어서.(웃음)

 



 

관객: 영화 후반부에 효제가 많이 맞은 채 원재를 만나러 동사무소에 가는데, 보통 어른들이 아이가 다쳐서 오면 걱정부터 하잖아요. 영화에서는 아예 원재의 그런 모습을 배제시키는데, 어떤 의도로 촬영을 한 건가요?

 

김종우: 그 부분이 허준석 배우가 연기하기가 조금 힘들었던 부분이었어요. 저는 원재가 자신의 죄책감에 준호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허준석 배우와 함께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허준석 배우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고 하기도 했지만 결국 원재가 준호를 쳐다보지 못하는 장면으로 결정하고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상처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 화면상에 어떻게 보일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원재준호를 걱정을 하는 것보다 준호의 감정이 폭발해야 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얼굴을 끝내 보지 못한다는 설정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허준석배우로서는 장면이 납득이 되는지 여부가 연기하는데 있어서 첫 번째로 중요한 거잖아요. 그래서 감독님께 이것을 모른척하고 넘어가는 건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어요. 그렇지만 감독님 말씀대로 원재의 걱정보다는 준호의 감정 위주로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야맹증을 가지고 있는 설정으로 하는 것은 어떤지.(웃음농답입니다. 준호가 같이 살고 싶어요라고 말한 후 원래는 제가 우는 장면도 있었어요. 그런데 원재의 감정이 그 장면에서 같이 묻어 나오는 것이 괜찮을까 싶어서 결국 빠지게 되었습니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그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관객: 보면서 가슴에 콕 박혔던 장면이 축구화가 다 헤진 준호의 모습이었는데, 그런 설정을 한 이유가 있나요? 다른 물건으로 그런 감정을 연출할 수 있었을 텐데, 축구화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종우: 축구화는 준호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의 용품이잖아요. 사실 준호의 친아버지가 축구 선수였다는 설정이 있었습니다. 다리를 다치면서 축구를 그만두게 되고, 그래서 가정의 불화가 일어나는 설정이었어요. 영화에서 준호 혼자 누워있는 장면을 보면 뒤에 액자들이 있는데, 그 사진을 보면 아빠가 운동 유니폼 차림인 것이 보여요. 아빠를 찾아가서 축구화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한 것처럼 축구가 친아빠와 준호의 연결고리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었어요. 결국 친아빠가 사주지 못하는 축구화를 새로운 가족이 될 원재가 사줌으로써 제가 전하고 싶었던 의도를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첫 장면에서는 준호가 너덜너덜한 유니폼에 형편없는 축구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유니폼도 깨끗하고 축구화도 깨끗한, 여러 가지로 안정된 상태를 보여주잖아요. 그렇지만 준호는 울고 있는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진행: 역시 엔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네요. 관객분의 질문에 연장선으로 여쭤보자면, 마지막 장면이 어떻게 보면 현실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부러 판타지를 부여하지 않은 측면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은데, 이에 대해 감독님이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요.

 

김종우: 엔딩에 대해 먼저 말씀 드리자면, 어느 정도 저만의 생각이긴 하지만 그 장면에서 준호가 마냥 웃거나 행복해 한다면 준호와 비슷한 친구들은 저건 거짓말이야라고 느낄 것 같았어요. 저는 이 장면을 통해 이런 게 가족 아니야떨어져 있더라도 이런 게 가족이라고 생각해.라고 느끼기를 바랐습니다준호 역시 가족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껴본 순간이고, 15살이라는 어린 나이면 눈물이 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말씀하신 대로 처음과 끝의 장면을 맞춘 것도 그것과 맞물려 있는데, 대조되는 두 장면을 통해 주인공에게 소속감을 주고 싶었어요. 첫 장면에서는 조금 더 소외된 느낌을 살리고 마지막에는 어딘가에 소속되었지만 슬픔을 극대화시키는 설정으로 엔딩을 정했습니다.

 




관객: 준호가 집이든 학교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유니폼을 입은 준호의 뒷모습이 세 번 정도 나오는 것 같은데, 본인의 이름을 가진 유니폼을 입는 것이 소속감을 표현한 장면인지 궁금합니다.

 

김종우: 누군가와 같이 앉아 있더라도 한 사람이 소속감을 못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든지 평소에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느낌을 준호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또 마지막 장면으로 준호에게 온전한 소속감을 주고 싶었어요. 앞서 말한 것처럼 소속감을 가졌지만 슬픔이 극대화 될 것이라고 생각해 우는 장면이 되었고요.

 

이효제: 대본에도 슬퍼서 우는 것인지, 기뻐서 우는 것인지 나와있지 않았어요. ‘어떤 감정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눈물을 흘린다’ 같은 식으로 대본에 적혀 있었는데, 저도 감정을 모르는 상태로 눈물을 흘린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습니다.

 


관객: 소풍이라는 소재가 부각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소풍은 지영이 손을 잡는 장면으로 새로운 가족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을, 두 번째 소풍은 두 동생을 잃어버림으로써 가족의 이별 혹은 해체의 매개체로 작동을 하는데요. 소풍이라는 소재를 둔 의도는 무엇인가요?


김종우연출할 때 단순하게 접근했어요. 행복한 순간과 불행한 순간을 동시에 부여하고자 한 건데요, 축구장 장면을 처음과 끝으로 배치한 설정도 같은 맥락이고요. 처음 소풍에는 행복한 기억만 존재하다가 두 번째 소풍에는 불행한 순간이 추가되었습니다. 소풍 장면은 사실 제가 어렸을 때 따라간 기억을 토대로 썼던 것 같아요. 처음에 형한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잘 기억이 안 났는데 사진이 있더라고요. 형 말로는 학교에서 제일 예쁜 누나랑 같이 놀고 있었대요.(웃음저한테 새로운 기억이자 추억이어서 다시 한번 살리고 싶었습니다.

 


관객: 준호가 병실에서 가족 그림을 짚으려고 할 때구도 상 준호가 인공호흡기를 떼려는 것 같아서 보면서 불안하더라고요. 어떤 의도로 보여준 건가요?

 

김종우: 그 장면은 정확하게 표현이 안 된 것 같아 아쉬운 장면 중 하나에요. 처음 기획 단계의 3장짜리 시놉시스일 때에는 “이 아이가 산소호흡기를 떼면 어떨까?”라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준호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면서 , 이 친구는 그럴 수 없는 친구구나.라는 결론을 내렸고요. 그렇지만 처음 생각한 씬들을 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한 설정을 끝까지 갖고 가되 결국 가족을 선택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진행개봉 전에 만나는 특별한 시간이었는데, 이번 영화는 감독님 그리고 배우님들에게 여러모로 첫 경험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감 한마디씩 부탁드릴게요.

 

허준석: 찍으면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고요.(웃음) 부산 현장이 풍족하진 않았지만, 오순도순 한 회차씩 치열하게 찍었어요. 처음에는 외롭기도 하고 어떻게 아이들을 대해야 할지 어려웠는데, 카메라가 돌아갈 때 이 친구들과 한 연기가 너무 재미있었고 기운도 많이 받았습니다. 저를 돌아보게 된 계기도 되었고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 역시 들었어요. 연출에 대한 고민도 갖고 있습니다. 그 부분 역시 잘 돼서 관객 여러분들과 만날 수 있다면 너무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임태풍: 앞으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린이들이 많이 나오고, 촬영할 때 장난치기도 하고 재미있게 찍어서 <>은 저에게 재미있었던 영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효제: 첫 단독 주연 작품인데, 이 영화가 개봉하는 것 자체가 저에게 큰 의미로 다가와요. 오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종우: 너무 긴장해서 GV를 제대로 했나 싶습니다.(웃음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차기작은 아직 글을 쓰고 있는 단계이고 시나리오가 곧 나올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불법체류자의 자식으로 태어난 여고생에 대한 이야기이고, 역시 소속감에 대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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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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