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원과 다크 초콜릿 공장  <해피뻐스데이>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1119() 오후 5시 상영 후

참석 이승원 감독 | 배우 김선영, 이주원, 김성민, 박지홍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선우 님의 글입니다.



<해피뻐스데이>는 시종일관 전력 질주하는 마라토너 같다. 물도 마시고 땀도 닦으며 페이스를 조절하기보다 쉴 새 없이 앞으로 돌격해온다. 그 박진감이 버거워 숨이 차오를 때 한 번씩 터지는 웃음조차 그 진위를 판별하기 어렵다. 웃어도 되나 싶은 거다이처럼 <해피뻐스데이>는 온 인물과 사건을 동원해 관객을 당황시킨다. 긴장의 블랙코미디 레이스를 완주한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해피뻐스데이>의 감독과 배우들이 인디스페이스에 찾아왔다. 아래 토크 기록에는 스포일러가 앞뒤 없이 출몰하니 영화를 관람한 분만 읽기를 추천한다.






진명현 : <해피뻐스데이>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후 119일에 개봉해서 관객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과 지금 무대 앞에 계신 배우 분들이 매치가 잘 안 되실 수도 있을 텐데, 그만큼 배우들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먼저 감독님께 왜 마지막 장면에 누구라도 그러하듯이라는 노래를 배치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승원 : 이야기를 구체화하는 데 있어서 음악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음악을 들을 때, 이 음악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에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해피뻐스데이>를 구상하던 중, 집에 마을버스를 타고 들어가는데 이 음악이 버스 안에서 나왔어요. 그 안이 비좁기도 하고, 사람들이 여름이라 짜증도 나있고... 그 가운데 이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왠지 이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음악과 상관없이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느낌이 되게 생소하게 오래 남아있어서 이 음악을 썼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이 음악이 흐르게 하면서 이들에게 벌어졌던 사건들과 이들의 인생이 모두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것 같아 보이지만, 언젠가 중요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순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진명현 : 배우 분들께도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처음으로 완성된 작품을 보시고 나서의 감흥은 어떠셨나요?

 

이주원 : 저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봤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제 연기만 보느라고 전체적인 이야기를 잘 이해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해피뻐스데이>가 원래 연극이었는데, 그 연극 공연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굉장히 낯설면서도 코믹한 느낌이었는데, 그게 좀 더 밀도 있는 이야기로 발전해서 영화가 만들어졌구나, 그 정도의 인상을 받았습니다.

 

김성민 : 저는 장편영화를 찍어본 게 처음이었습니다. 연기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도 많았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자기 확신이 없었는데, 결과물을 보니까 마음이 벅차올랐습니다.

 

박지 : 현장에서 내내 저를 못 믿고 힘들었기 때문에 감독님만 믿었습니다. 처음 전주에서 볼 때는 못 보겠더라고요. 제가 나오는 장면을 보다가 눈도 가리다가 그랬는데, 지난 주에 인디스페이스에서 영화 전체를 다시 보고 오늘 또 봤는데 재밌네요.(웃음)

 

김선영 : 이승원 감독의 대본을 읽으면서 항상 놀라는 것이 있는데, 입체적인 인물들이 자신이 놓인 상황에서 그것의 본질을 말하지 않고 겉돌면서 내뱉는 일상적인 대사들이 참 좋습니다. 유독 이 작품에서 그게 좋았어요. 시나리오의 대사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한 명 한 명 잘 살면 너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촬영을 하고 나서는 집에서 컴퓨터 모니터로 가편집본을 봤는데, 제가 연기를 잘 하더라고요.(웃음) 웃자고 얘기한 거고요, 영화에 부족한 점도 많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저는 이 작품에서 모든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가 너무 좋습니다.


 



진명현 : 그렇습니다. <해피뻐스데이>는 열 명에 가까운 캐릭터가 등장하는데도 영화가 끝났을 때 머리 속에 캐릭터가 한 명도 떠나지 않고 다 남아있는 기묘한 작품입니다. 다양한 맛의 초콜릿이 들어있는 초콜릿 상자 같은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것도 굉장히 진한 위스키 향의 초콜릿들이 가득 든 상자 같은데요. 진한 정서가 녹아있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와서 어쩌면 보기 힘든 관객 분들도 계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박지홍, 김성민 배우의 역할은 전사가 관객에게 바로 가닿지 않는 역할이거든요. 캐릭터를 만드는 데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 두 분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박지홍 : 캐릭터에 대해 많은 것들을 준비해서 들고 갔지만, 감독님이 계속 다 아니라고 하셨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가 있는데, 감독님이 지홍아, 그 인물이 돼야 해. 진짜가 돼야 해.’라고 하셨어요. 그때 제가 할 말이 없는 거예요. 진짜가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내내 그들(성소수자)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한 번은 여성복을 입고 동네를 걸어보기도 했어요. 그렇게 나갔을 때 심장이 떨리면서 약간은 느낄 수 있게 됐어요. 이들은 항상 이런 눈빛들을 느끼며 살겠구나 하는 것을요.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그분들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김성민 : 저는 이 가족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제가 맡은 승환이라는 캐릭터는, 학교 다닐 때 보면 그런 친구들이 있잖아요, 사람 눈 잘 못 쳐다보고 친구들이랑 어울리지 못하고. 어쩌면 승환이는 그런 아이가 아닐까 생각을 했고 감독님이랑 그런 얘기를 많이 하면서 준비했습니다.

 

진명현 : 또 이 영화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블랙코미디이기도 하고 가족드라마이기도 하고 김선영 배우님과 이주원 배우님의 역할에 한해서 보자면 절절한 멜로드라마이기도 해요. 두 분은 특히 연극에서 오랜 호흡을 맞춰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두 분의 영화 현장은 어떠셨나요?

 

이주원 : 특별히 다른 건 없었습니다.(웃음) 공연 할 때에 비해서는 서로 대화를 별로 못 했던 것 같아요. 큰 상의 없이 그냥 연기했습니다.

 

김선영 : 저는 이주원 배우랑 안 지가 15년 정도 됐습니다. 지금도 이 친구랑 부부 역할로 2인극을 준비하고 있고요. 딸 예은이 얘기하는 장면에서 리허설을 거의 안 했는데, 이미 이 친구랑 많이 연기를 해봤기 때문에 나오는 시너지가 엄청났어요. 그래서 계속 하는 배우랑 하면 정말 좋구나, 서로에게 신뢰가 있는 배우랑 같이 하면 연기가 그냥 되는구나, 그 장면을 하면서 정말 그렇게 느꼈습니다. 이주원 배우는 큰 느낌이 없었다고 하지만, 분명히 뭔가를 느꼈을 겁니다.(웃음) 계속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그 장면 찍으면서 하게 됐습니다.


진명현 : 이 자리에는 안 계시지만 영화에서 또 한 축을 담당해주셨던 분이 서갑숙 배우입니다.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이승원 : 엄마의 역할이 굉장히 크고 입체적인데, 막상 그 나이 또래의 배우 분들을 직접 찾아뵙고 얘기를 들어보니 그동안 봐왔던 어머니 역할과 달라서 많이 생소해하셨던 것 같아요. 엄마 역할의 배우 찾기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서갑숙 배우님께서 시나리오를 보시고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주셨습니다. 리딩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배우님만이 갖고 계신 때 묻지 않은 묘한 느낌이 있어요. 이게 이 어머니라는 인물과 만났을 때 충돌되는 지점이 깊이 있게 와 닿더라고요. 그 역할이 서갑숙 배우님께 적역이었고 너무도 감사하게 잘 촬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진명현 : 혹시 어머니의 마지막 의상도 서갑숙 배우 본인 의상인가요?

 

이승원 : , 직접 골라 오신 의상이고요. 평상시 컨셉도 선생님과 의논을 해서 정한 겁니다. 화면에는 잘 안 비쳐졌지만, 선생님께서 이 엄마는 새끼손가락에 길게 네일아트를 할 것 같다고 준비해오셨는데, 촬영 첫날 준비한 손톱이 부러졌어요.(웃음) 그만큼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 서갑숙 선생님이 깊이 있고 폭 넓게 이해를 해 주셔서 좋은 연기가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김선영 : 배우의 평소 품성이 당연히 연기할 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서갑숙 선배님께서는 무명인 배우들, 스태프들에게도 너무 잘 대해주셨어요. 그런 모습이 저희가 편안하게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관객 : 영화 속 가족 구성원들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이런 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첫째 큰형 김권후 배우님이 한 번도 등장을 안 하다가 마지막에 판타지처럼 등장하잖아요. 이때 본인을 죽인 가족들을 바라보는데, 그 시선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이승원: 사실 여기 나오는 가족 캐릭터들은 과장돼있다고 보실 수 있습니다.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또 우리가 확실하게 저런 사람들은 없어.’라고 말하기도 힘든 것 같아요. 우리는 저런 인물들을 외면하고 싶어 하죠. 거기서 제가 한 발짝 더 들어가서 하고 싶었던 것은 저런 사람들과 내가 과연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묻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저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관객들에게 얼마만큼 전할 수 있을까가 저의 숙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가족이 해체된 상태에서 살아왔거든요. 가족의 단란함이라든지 가족만이 갖고 있는 끈끈한 무언가가 저를 감싸고 있지 못했어요. 어린 저에게 어른들이 했던 행동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고, 그게 저의 일부를 형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이런 가족 이야기에, 이런 인물 군상들에 더 관심을 갖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큰 형의 모습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큰형의 이미지를 괴물이라는 이미지로 표현했는데, 그게 장애인을 괴물로 말하겠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두려워하는 존재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나약하게 여기는 인물까지도 우리는 괴물로 낙인찍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종교적인 이미지도 되게 크게 작용을 했어요. 정말 예수의 구원이 있다면 바로 이런 식의 방법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렇게 말도 안 되게 살아온 인생에서 형이 가족들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따뜻한 느낌일수도 있고 원망의 눈빛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제가 원했던 이미지는 모일 수 없는 가족들이 큰형의 죽음 앞에서 다 같이 모여서 소풍을 가는 모습이었어요. 되게 아이러니한 이미지인 거죠.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이루어진 소풍. 그렇게 마지막 장면을 통해 만약 큰형이 신체가 온전한 사람이었다면 다 같이 행복하게, 아무렇지 않게 여행을 떠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관객 : 인물들에게서 미스테리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선영이 결과적으로 왜 첫째 기태와 살게 됐는지가 너무 궁금합니다.

 

김선영 : 제가 결혼하고 아이가 세 살쯤 됐을 때, 저희 집에 고향 친구가 놀러온 적이 있어요. 그 친구가 저희 집에서 자다가 새벽 두 시쯤에 벌떡 일어나더니 저한테 너 결혼하지 말라고 그랬지. 왜 네가 저 사람이랑 살고 있냐?’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때 두 가지 마음이 들었어요. 너무 자존심이 상하는 것, 그리고 네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제가 아무리 얘기를 해도 그 친구 입장에서는 저를 이해할 수 없었을 거예요. 제가 그 친구를 설득할 수 없었을 거예요. 우리는 다 다르게 살고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이해하는 것도 이해 '할'만해서 할 수 있는 거지, 그것이 이해 '될'만한 일이라서 저절로 이해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제 머리로 생각해도 저는 극 중 선영처럼 제게 돼지흥분제를 먹인 사람과 살 수 없어요. 그런데 영화 속 선영의 입장에서는 살 수 있는 이유가 있겠죠. 그 이유는 이 자리에서 설명되어질 수도 없고 아무리 설명을 한다고 해도 납득이 안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하게, 기태가 계속 나에게 좋다고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일단 한번 살아보자, 저는 영화 속 선영이 그런 마음이었을 거라고 봐요. 근데 그게 이해가 됩니까? 납득도 동의도 안 되죠. 순간의 결정에 대해 그냥 실행했던 것뿐이 아닐까. 계속 후회를 했을지언정 아이 때문에 살아간 게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했습니다.


 

관객 : 상훈이 남자를 만나러 나갔다가 바람을 맞고 돌아오는 길에 소주를 든 취객을 만나잖아요. 근데 그 장면 이후의 이야기가 없고 점프가 돼서 그냥 상훈이 집으로 들어갑니다. 또 화장실에서 정근이 성일에게 구타를 당하고 여고생이 성일에게 정근을 죽이면 안 되냐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바로 뒤에도 점프가 돼서 그냥 집으로 화면이 바뀝니다. 두 장면 다 뒷이야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일부러 편집점을 그렇게 잡으신 건지, 이야기가 있었는데 빼신 건지 궁금합니다.

 

이승원: 사실 준비했던 것의 거의 한 시간 이상을 편집해서 들어냈어요. 들어낸 장면 대부분이 이 가족구성원들이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이야기들입니다. 처음에는 그런 장면들이 캐릭터들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보니 다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러닝타임이 엄청 길어져서 가족 중심의 이야기로 다시 편집을 했습니다. 취객 같은 경우는 상훈에게 말도 안 되는 말과 행동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과감하게 들어낸 거고요. 정근이 같은 경우도 여학생의 대사 뒤에 울면서 절절하게 변명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너는 (여학생의 말처럼) 진짜 죽어도 싼 놈이다.’라는 것까지만 전달하고 뒤를 들어낸 것입니다. 생략된 부분이 있어서 아쉽긴 하지만 미련을 두지 않고 편집했습니다.


 



진명현: 마지막으로 저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 삼층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골목 어디쯤에 위치한 아주 기괴한 삼층집이 이 영화의 중요한 얼굴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 집은 어떻게 헌팅하신 건지도 궁금합니다.

 

이승원 : 그 이미지는 확실히 있었어요. 1층은 어머니가 살림을 하는 공간으로, 2층은 큰형을 숨겨두고 사는, 살림과 거리가 먼 공간으로 하자. 그러다가 저희 프로듀서가 자기네 이모님 댁이 그런 느낌이 난다고 얘기해줘서 가봤습니다. 이모님이 아기자기하게 집을 꾸며놓으신 것이 정말 그런 느낌이 나더라고요. 거기서 멀리 떨어진 곳에 한 노부부의 빈집도 있었는데, 기독교 관련된 물품들이 있으면서 살림살이는 다 빠져있는 이층집이었습니다. 이모님 댁과 노부부의 집이 둘 다 옛날 목재를 사용한 게 비슷한 질감을 갖고 있어서 이 두 집을 다른 층으로 설정해서 영화상 기법으로 충분히 붙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동네를 오가면서 촬영을 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노부부의 빈집이 2층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3층에 골방이 있는 구조더라고요. 이 집의 구조가 뭔가 공간을 통해 먹이 사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같고 이 가족을 대변하고 있는 느낌도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영화를 찍을 때마다 기적 같은 일들이 한 번씩 생기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이런 집을 구한 게 정말 기적 아니었나 생각을 했습니다.

 

 

진명현 : 이야기에 탄력이 붙은 것 같은데 끝날 시간이 됐습니다. 이승원 감독님의 <해피뻐스데이><소통과 거짓말>은 동시에 개봉을 했습니다. <소통과 거짓말>에서는 모든 인물들이 다 거짓말, 허언을 하거든요. 그런데 <해피뻐스데이>의 가족들은 모두 필요한 말, 솔직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재밌는 지점입니다. 오늘 <해피뻐스데이>를 보신 분들께서 <소통과 거짓말>을 보신다면 이승원 감독님의 작품 세계와 배우 분들의 연기의 폭을 더 경험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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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외피를 두른 곪은 상처에 대한 지독한 탐구  <소통과 거짓말>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1 19일(일) 오후 14시 상영 후

참석 이승원 감독, 장선 배우, 김권후 배우

진행 이화정 씨네21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범수 님의 글입니다. (사진 제공 신소영 님)


폭력을 소재로 삼는 영화는 많지만, 그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우리의 턱 밑에 들이밀고 흔들어 대는 작가는 많지 않다. 두 남녀의 사도마조히즘을 통해 숨겨진 트라우마와 소통의 부재를 말하는 이승원 감독의 <소통과 거짓말>은 바로 그 이유에서 매우 희귀하고 또 논쟁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작품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를 제공해 줄 인디토크 자리에 이화정 씨네21 기자, 이승원 감독, 장선 배우, 김권후 배우가 함께 했다.

 




이화정 기자 (이하 진행) : 기구했던 개봉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먼저 해봐야 할 것 같다. 한 감독의 작품이 같은 시기에 동시에 열리는 일은 드물다. 개봉 소감이 어떤 지 듣고 싶다.


이승원 감독 (이하 이) : 영화제에 2년 전에 출품한 작품이다. 개봉하려면 지원금이 필요했는데, 지원 프로그램에 세 번을 떨어졌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난감했는데, 그 다음 해에 <해피뻐스데이>를 제작한 뒤에 이 영화가 지원작에 선정이 되어서 개봉에 성공했다. 아무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진행 : 배우분들도 마찬가지로 두 편의 영화에 모두 출연하셨다. 개봉이 미뤄졌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장선 배우 (이하 장) : 저도 지원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극장에서 <소통과 거짓말>을 볼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를 한 가지 모습으로 기억할 수도 있을 텐데, 두 영화를 한 번에 개봉하게 되어서 그런 선입견을 벗어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행 : 꼭 두 편을 같이 보시길 바란다. 장선이라는 배우와 이승원이라는 감독의 세계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뇌리에서 끝까지 떨어지지 않았던 것은 감각에 대한 것이었다. 심리적인 것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때 '통증'이라는 것이 어떻게 다가오고 또 전이되는 가에 대한 생각이었는데,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1976)이 떠올랐다. 남녀가 감정 없이 바로 섹스에 돌입하고, 그 섹스의 최극단에 갔을 때 둘이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인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의 접근을 취한다고 생각했다. 남녀가 성적인 측면에서 서로에게 접근한 뒤 과연 소통에 성공했는 지에 대한 물음이 들었는데, 어떤 부분을 가학과 피학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나.

: <감각의 제국>은 섹스만으로 이루어진 영화인데, 성적인 것만으로 가득한 이야기가 그 자체로 강한 이미지가 되어 마음 속 깊은 곳 어딘가를 건드린다는 측면에서 저에게는 거대한 산처럼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과연 이미지나 깊이에서 능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소통과 거짓말>은 그 결과물이다. 자해가 일종의 만족이자 트라우마에 대한 해소가 될 수 있는데, 성을 다룬 예술영화들에서 보통 그런 식의 표현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제 영화에서는 자해라는 행위가 쾌락은 결코 아닌 것 같다. 주인공 여자가 아이를 잃고 나서 정상적인 생활을 했을 때는 생각치도 못했던 세계로 걸어들어간다. 그 세계가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진행 : 성적인 관계가 보통 가학과 피학의 관계로 이어지는 과정인데, 그게 소통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독특했다. 배우분들이 시나리오를 받고 어떻게 인물에 접근하고 이해했는지 궁금하다.

: 아이를 많이 사랑해주지 못하고 있던 와중에 아이스크림이라는 사소한 것 때문에 아이를 잃게 되었고 아이가 끔찍하게 죽어가고 있을 때 그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는 것, 그 상실감과 죄책감으로 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과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마음이 너무 아프면 신체적 고통이 그 아픔을 달래줄 때가 있고,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누군가가 나를 혼내주면 안도감이 생기는 경우가 있더라. 그런 경험들을 떠올리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김 선생과의 관계는 사랑이라기 보다 아이가 죽은 이후 처음으로 작은 기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다.

 

김권후 배우(이하 김) : 촬영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이게 무슨 시나리오인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웃음장선 배우와 마찬가지로 극 중 배역과 같은 처지에 놓였을 때 나였으면 어땠을 지를 끊임없이 상정하면서 연기에 임했다.


진행 : 독한 말씀을 하셨다. '이 영화가 말이 되는 영화인가'.(웃음영화에 참여하기까지 많은 숙고의 시간이 있으셨던 것 같은데, 결국에는 영화를 완성하시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셔서 제가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어진다.

 

: 저런 생각을 하는 지 오늘 처음 알았다.(웃음)


 





진행 : 영화 속 인물들이 어딘가 실제로 존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제가 이 사람들을 실제로 만났다면 아마도 극 중의 학원 원장이나 슈퍼마켓 주인처럼 말하고 행동했을 것 같다. 학원 원장과 슈퍼마켓 주인으로 대변되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선에서 납득이 가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는 두 주인공인데, 어떻게 그런 인물들에게 주목하게 되었는지.

 

: 저희 집 바로 앞의 폐가 같은 곳에 매일 욕을 하는 사람이 살았다. 어느 날 아침에 보니 그 분이 팬티도 안 입고 공사하는 아저씨들과 싸움이 붙었더라. 경찰들이 와서 수습을 하는 데 가만히 들어보니까 말을 잘 못하셨다. 장애가 있으셨던 것이다. 그걸 보는 제 마음 속에 이런 감정이 들었다. 이와 같은 사람들을 다루는 영화를 찍는다면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만약에 제 딸이 그 앞 골목에 혼자 지나가다가 그와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고 하면 개인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렵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일종의 아이러니인 것 같다. 우리가 사람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과연 어디까지가 이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인가. 사람이 겉으로 보여지는 것만 가지고 좋다 나쁘다를 단정 지을 수 있는가. 그런데 또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해도 그 사람 때문에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걸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질문과 물음을 꾸준히 던져 보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진행 : 감독님이 그리려는 인물들이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100% 이상 표현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김영진 평론가는유별나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이 영화에 등장한다고 까지 표현했다. 저는괴물 같다라는 표현을 하고 싶다. 어떻게 이 정도의 디테일로 이런 감정을 끌어내는 지가 신기했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캐릭터를 연구하셨는 지가 궁금하다.

 

: 제가 영화를 찍을 때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 연기를 그만두어야 할 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그 와중에 연기하고 싶은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스스로의 간절함을 꺼내놓을 수 있었다. 앞서 말한 죄책감이라는 키워드도 있지만, 감독님이두려움이라는 디렉션을 주셨다. 슬픔보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고 ‘욕을 먹고 싶다는 감정과이해받고 싶다라는 상충되는 두 가지 감정을 함께 안고 가려고 했다.

 

진행 : 첫 롱테이크가 8 45초 가량 진행된다. 올해 본 한국 영화 중 가장 압도적인 오프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오프닝만큼 영화의 엔딩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상실을 품은 김 선생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표현되었는 지가 궁금하다.

 

: 감독님과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다. 각각 감독과 배우의 자리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는데,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 지와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에 대해 감독님에게 질문을 굉장히 많이 했고, 그에 대한 답변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의 방향이 잡혔다.

 

: 김권후 배우와 처음 만난 건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였다. 영화 학교를 다니다가 중간에 때려치우고 아동극 연출을 했다.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다가 김권후 배우를 만났다. 아무 것도 없었던 시절부터 서로 믿고 의지해 온 사이기 때문에 편하게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소통과 거짓말> 작업할 때는 ‘기회만 된다면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같은 배우와 작업하고 싶은데, 너도 그런 배우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자극을 주기도 했다.(웃음그렇게 대화와 동기 부여를 통해 배우들에게 믿음을 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연기가 나왔던 것 같다. 배우들 또한 서로에게 신뢰를 주기도 했고.


 

진행 : <소통과 거짓말> 같은 경우 영화의 화면비가 정사각형에 가깝다. 빠져나올 곳이 없어 보이는 답답한 현실을 반영하는 듯한 화면이다. 그리고 영화가 전부 흑백으로 촬영되기도 했는데, 이런 형식을 택한 특별한 의도가 있으신지.

 

: 제가 영화에 대해 지식이 많은 편은 아니다.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를 세세하게 다 설명 드리기는 어렵지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이 영화는 흑백으로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인공적인 음악이나 효과를 최대한 배제하고자 했다. 좁은 화면이 주는 위악의 힘이 생각보다 굉장했다. 모든 것을 다 보여줄 필요는 없고 보여지지 않는 부분에서 관객이 더 자극을 받는다는 생각을 했다. 두 인물에게 최대한 집중하면서 보여지는 것 밖의 것들에 대해 관객들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고, 그 생각이 인물들의 얼굴과 대응하면서 무언가가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진행 : 제 기준에서는 인물들의 심리가 잘 전달되는 구성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가 채택한 형식이 그 기준에 적합하다고 보기에 지지를 보낸다

 





관객 : 슈퍼마켓 주인과 학원 원장의 1 2역은 어떤 의도인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아이가 죽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 이유도 궁금하다.

: 연극에서는 1 2역이 익숙하다. 같은 배우가 여러 가지 역할을 했을 때 얻어낼 수 있는 미묘한 효과가 있고, 그것 자체가 엄격하게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하는 배우가 있으면 모든 역할을 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딸아이가 죽은 모습을 굳이 구체적으로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장선 배우에게 쓰레기 봉투를 들춰 봤을 때 아이가 어떤 형상으로 존재할 지 생각해 보라는 식으로 디렉션을 주었다

 

: 아이가 토막이 나있는 상황을 상정하고 연기를 했다. 내 아이의 시체임에도 불구하고 빨리 그 곳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



관객 :
영화 후반부에서 감독님이 직접 등장하시는데, 혹시 연기에 욕심이 있으신지.(웃음)

 

: 따로 욕심이 있는 건 아니고 영화를 제작하면서 시간에 쫓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연기를 하게 됐다. 출연자를 따로 구하지 못해서 PD와 제가 직접 연기했다. 웬만하면 출연은 자제하고 연출에 전념하려고 한다.(웃음)

 


관객: 김 선생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감독님의 설명을 조금 더 듣고 싶다.

: 김 선생은 소통이라는 문제, 즉 대화를 나누는 측면에서 많은 것이 무너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왜 네 말만 하느냐, 혹은 왜 말을 듣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데, 저는 그 사람들에게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 그 사람이 소통을 하지 않으려는지에만 집중하지, 왜 그 사람이 자기 이야기만 하게 되는지나 지금 이야기에 왜 집중하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사람들이 생각을 잘 안 한다. 슈퍼마켓 주인이 여자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순간에도 김 선생은 본인의 모습을 철저히 감춘다. 끝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이 사람이 세상을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관객 : 주인공의 직업이 굳이 학원 강사인 이유가 궁금하다.

 

: 김 선생의 모티브가 된 외국인을 건대 입구에서 봤다. 힘없고 초라해 보이는 술취한 백인이었는데, 지나가는 여자를 아무나 붙잡고 섹스를 한 번 하자고 하더라. 여자 분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서있고, 저는 하지 말라고 말렸던 경험이 영화에 반영되었다처음에는 외국인을 캐스팅할까 하다가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한국인 학원 선생으로 각본을 수정했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웃음)


 

 




사회의 통념과 도덕적 잣대에 맞선 대담한 예술적 도전은 종종 우리가 사회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지평을 넓혀준다. 그 과정에서 묘사되고 표현되는 것들이상식이라는 무채색 단어가 집어낼 수 없는 실재라면 더더욱 그렇다. 두 배우와 이승원 감독의 영화적 세계가 어디까지 그 외연을 넓힐 지가 새삼 기대된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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