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거짓말> 한줄 관람평


박범수 | 딱딱한 외피를 두른 곪은 상처를 지독하게 두드린다

조휴연 | 깨진 인간의 조각 사이를 관찰하다

김신 | 두드러지는 형식 안에서 그저 도열되는 아이디어들

남선우 | 반투명유리처럼


 <해피뻐스데이> 한줄 관람평


박범수 | 구조화된 폭력을 빌어 가족이라는 마지막 성역을 해체하는 가열찬 시도

조휴연 | 깨진 채 나뒹구는 인간들의 조각 사이를 관찰하다

이가영 | 도덕과 윤리에 결속되지 않는 작가주의

김신 | 인물이 버텨야 하는 건지관객이 버텨야 하는 건지판을 벌여놓고 뒤에서 웃는 감독

남선우 | 그저 각자 간절한 존재들






  <소통과 거짓말 + 해피뻐스데이> 리뷰: 밀접하지만 단절된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최근 이승원 감독은 <소통과 거짓말>과 <해피뻐스데이> 두 작품을 동시에 개봉하며 관객들을 찾아왔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섹션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소통과 거짓말>은 호평을 받았고, 아시아진흥기구상(NETPAC)상을 수상한 후 수많은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이러한 호평 일색에도 불구하고 개봉은 한참 늦은 2017년에 이뤄졌는데파격적인 장면들이 다수 포함되었고 많은 관객들이 이를 당혹스러워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필자 역시 당혹스러워하는 많은 관객들 중 하나였지만 이러한 감정은 영화 후반부 존중으로 변하게 되었다이승원 감독이 <소통과 거짓말>의 파격적인 장면을 통해 추구한 방향성은 올해 본 어떠한 영화보다 자유로운 방법으로 시도된 것이었다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목표한 바를 표현하는 아방가르드한 영화였다.


2016년 전주영화제에서 이승원 감독은 그의 두 번째 작품 <해피뻐스데이>를 공개했다. <해피뻐스데이>는 전작 <소통과 거짓말>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영화다. <해피뻐스데이>는 <소통과 거짓말>에서 보여줬던 감독의 자유로운 표현 방식에 유머가 가미된 작품이다. <해피뻐스데이>는 가족들의 불안정함을 유머라는 도구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소통과 거짓말


<소통과 거짓말>은 4:3의 화면비어두운 흑백화면, 10분간의 롱 테이크미궁으로 빠지는 듯한 카메라 워킹으로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단 한 컷을 통해 관객들은 숨이 턱턱 막히기 시작하고 정확한 실체는 없지만 무언가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이다이승원 감독이 얼마나 실험적이고 아방가르드한 방식으로 이 영화를 그려내는지 느껴진다.


영화는 몸을 아무렇지 않게 내던지며 남자들과 관계를 맺는 장선과 함께 여행을 간 김 선생을 중심으로 흘러간다홀연히 여행을 떠나게 된 둘은 서로 어색하고 뜬구름 잡는 대화를 이어간다은행 빚 80만 원 때문에 남편에게 소리를 질렀던 장선은 10억을 투자해 빵집을 차릴 거라는 말을 한다이에 김 선생은 통장을 다 정리하면 현금으로 5억 정도 있다면서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이 둘의 대화는 거짓과 허풍으로만 만들어져 있다이 거짓과 허풍 속에서 둘은 진득하게 몸을 섞는다어떠한 감정도 없고 소통은 인위적이지만몸은 제일 가까워진다.


이 둘의 어색한 관계는 김 선생이 장선에게 딸에 관련된 질문을 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장선은 이 질문에 선을 긋고 사적인 질문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급기야 장선은 서울에 먼저 올라가고 둘의 관계는 끝이 난다며칠 후 김 선생은 장선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된다한참을 허탈해하다가 술에 취해 지나가는 여자에게 섹스를 하자며 소리지르는 김 선생의 모습이 머저리 같아 보이면서도 순간의 쾌락으로 모든 고통을 견뎌내는 모습이 장선의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카메라의 시선에서 보는 길거리의 여자에게 섹스를 하자며 울부짖는 김 선생의 모습은 두렵다는 느낌보다 쓸쓸하고 잔인한 엔딩으로 느껴진다.

 



 




해피뻐스데이

 

몸이 불편한 장남의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순차적으로 집에 모이기 시작한다그리고 모인 가족들은 장남을 죽이려고 계획을 세운다인간이 맺는 관계 중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가족이 가족을 죽이려고 하는 이 잔인한 이야기는 캐릭터의 다양성과 유머 뒤에 숨어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많은 관객들이 1차적으로 이 영화를 '독특한 색깔의 영화' 정도로 받아들이지만, 그 속의 잔인함을 알아차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각자의 의사는 다를지언정 모든 가족들이 장남을 죽이는데 동조하고 이 과정에서 한명씩 장남의 방에 들어가 각자 속에 있는 진실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다른 어떤 가족에게도 진실된 이야기를 토해내지 못하는 이들이 유일하게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상대가 바로 장남이지만모두가 그를 살해하는 데 일조하는 그림은 아이러니하다.

 

장남의 생일 날그를 죽이기 위해 온가족이 모였다온 가족이 함께 그를 죽인 후 이를 비밀로 공유한다온 가족이 비밀을 나누어 가짐으로써 결국에는 이 불안한 가족을 결합시킨다이 불안하고 불완전한 가족이 잠시나마 하나로 합쳐짐과 함께 찝찝함이 가슴 속을 꽉 채운다.

 



 




밀접하지만 단절된

 

<소통과 거짓말>과 <해피뻐스데이>는 표면적으로는 다른 느낌의 영화이지만다른 모습 속에서도 일관된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다. <소통과 거짓말>의 장선과 김 선생은 섹라는 수단을 통해 신체적인 의미에서 궁극적인 소통을 이룬다신체적인 의미에서 궁극적인 소통을 이뤘지만서로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일절 알지 못하고 이외의 소통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해피뻐스데이역시 비슷하다. 가족이란 인간이 맺는 가장 가깝고 밀접한 관계이다영화에서 가족들은 장남의 생일이라는 이유로 한 집에 모이지만그들은 서로에 대한 어떠한 이해도 없고 소통도 존재하지 않는다이승원 감독은 두 영화를 통해 각기 다른 방법으로 위선적인 관계 속 소통의 단절을 보여주고 있다.

 


 

소수의 상영관차기작에 대한 궁금증

 

현재 이승원 감독의 두 영화는 소수의 극장에서만 상영하고 있고 그의 영화를 아직 많은 관객들이 접하지는 못한 실정이다하지만 영화제 상영과 이번 개봉을 통해 그가 추구하는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그는 <세 자매>라는 세 번째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국내에서 가장 아방가르드한 영화를 찍는 감독 중 하나인 이승원 감독이 내년에는 어떤 영화로 돌아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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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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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목 : 나의 연기 워크샵

각본/감독 : 안선경

출연 : 김소희, 이관헌, 김강은, 성호준, 서원경

제작 : 궁금단 영화

배급/홍보마케팅 : 무브먼트 .MOVement

개봉 : 2017년 12월 28일


영화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감독상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 공식 초청





 SYNOPSIS 


어제의 당신은 누구였습니까?


각기 다른 개성의 배우 지망생인  네 사람 ‘헌, 은, 준, 경’은 연극 [사중주]를 보고 연기 워크샵에 참가하게 된다. 자라온 삶도, 지금의 꿈도 전혀 다른 네 사람은 베테랑 배우 ‘미래’로부터 한 달간 연기 훈련을 받는다. 

‘연기’와 맞닥뜨린 네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어떤 것을 먼저 꺼내놓는지 그리고 지금 연기를 배우고 있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네 사람은 과연 연기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게 닿을 수 있을까.


사실은 모두 평생을 연기하면서 사는 거야

2017.12 ‘배우가 되는 신비로운 체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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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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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원과 다크 초콜릿 공장  <해피뻐스데이>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1119() 오후 5시 상영 후

참석 이승원 감독 | 배우 김선영, 이주원, 김성민, 박지홍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선우 님의 글입니다.



<해피뻐스데이>는 시종일관 전력 질주하는 마라토너 같다. 물도 마시고 땀도 닦으며 페이스를 조절하기보다 쉴 새 없이 앞으로 돌격해온다. 그 박진감이 버거워 숨이 차오를 때 한 번씩 터지는 웃음조차 그 진위를 판별하기 어렵다. 웃어도 되나 싶은 거다이처럼 <해피뻐스데이>는 온 인물과 사건을 동원해 관객을 당황시킨다. 긴장의 블랙코미디 레이스를 완주한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해피뻐스데이>의 감독과 배우들이 인디스페이스에 찾아왔다. 아래 토크 기록에는 스포일러가 앞뒤 없이 출몰하니 영화를 관람한 분만 읽기를 추천한다.






진명현 : <해피뻐스데이>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후 119일에 개봉해서 관객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과 지금 무대 앞에 계신 배우 분들이 매치가 잘 안 되실 수도 있을 텐데, 그만큼 배우들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먼저 감독님께 왜 마지막 장면에 누구라도 그러하듯이라는 노래를 배치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승원 : 이야기를 구체화하는 데 있어서 음악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음악을 들을 때, 이 음악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에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해피뻐스데이>를 구상하던 중, 집에 마을버스를 타고 들어가는데 이 음악이 버스 안에서 나왔어요. 그 안이 비좁기도 하고, 사람들이 여름이라 짜증도 나있고... 그 가운데 이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왠지 이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음악과 상관없이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느낌이 되게 생소하게 오래 남아있어서 이 음악을 썼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이 음악이 흐르게 하면서 이들에게 벌어졌던 사건들과 이들의 인생이 모두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것 같아 보이지만, 언젠가 중요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순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진명현 : 배우 분들께도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처음으로 완성된 작품을 보시고 나서의 감흥은 어떠셨나요?

 

이주원 : 저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봤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제 연기만 보느라고 전체적인 이야기를 잘 이해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해피뻐스데이>가 원래 연극이었는데, 그 연극 공연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굉장히 낯설면서도 코믹한 느낌이었는데, 그게 좀 더 밀도 있는 이야기로 발전해서 영화가 만들어졌구나, 그 정도의 인상을 받았습니다.

 

김성민 : 저는 장편영화를 찍어본 게 처음이었습니다. 연기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도 많았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자기 확신이 없었는데, 결과물을 보니까 마음이 벅차올랐습니다.

 

박지 : 현장에서 내내 저를 못 믿고 힘들었기 때문에 감독님만 믿었습니다. 처음 전주에서 볼 때는 못 보겠더라고요. 제가 나오는 장면을 보다가 눈도 가리다가 그랬는데, 지난 주에 인디스페이스에서 영화 전체를 다시 보고 오늘 또 봤는데 재밌네요.(웃음)

 

김선영 : 이승원 감독의 대본을 읽으면서 항상 놀라는 것이 있는데, 입체적인 인물들이 자신이 놓인 상황에서 그것의 본질을 말하지 않고 겉돌면서 내뱉는 일상적인 대사들이 참 좋습니다. 유독 이 작품에서 그게 좋았어요. 시나리오의 대사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한 명 한 명 잘 살면 너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촬영을 하고 나서는 집에서 컴퓨터 모니터로 가편집본을 봤는데, 제가 연기를 잘 하더라고요.(웃음) 웃자고 얘기한 거고요, 영화에 부족한 점도 많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저는 이 작품에서 모든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가 너무 좋습니다.


 



진명현 : 그렇습니다. <해피뻐스데이>는 열 명에 가까운 캐릭터가 등장하는데도 영화가 끝났을 때 머리 속에 캐릭터가 한 명도 떠나지 않고 다 남아있는 기묘한 작품입니다. 다양한 맛의 초콜릿이 들어있는 초콜릿 상자 같은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것도 굉장히 진한 위스키 향의 초콜릿들이 가득 든 상자 같은데요. 진한 정서가 녹아있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와서 어쩌면 보기 힘든 관객 분들도 계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박지홍, 김성민 배우의 역할은 전사가 관객에게 바로 가닿지 않는 역할이거든요. 캐릭터를 만드는 데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 두 분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박지홍 : 캐릭터에 대해 많은 것들을 준비해서 들고 갔지만, 감독님이 계속 다 아니라고 하셨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가 있는데, 감독님이 지홍아, 그 인물이 돼야 해. 진짜가 돼야 해.’라고 하셨어요. 그때 제가 할 말이 없는 거예요. 진짜가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내내 그들(성소수자)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한 번은 여성복을 입고 동네를 걸어보기도 했어요. 그렇게 나갔을 때 심장이 떨리면서 약간은 느낄 수 있게 됐어요. 이들은 항상 이런 눈빛들을 느끼며 살겠구나 하는 것을요.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그분들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김성민 : 저는 이 가족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제가 맡은 승환이라는 캐릭터는, 학교 다닐 때 보면 그런 친구들이 있잖아요, 사람 눈 잘 못 쳐다보고 친구들이랑 어울리지 못하고. 어쩌면 승환이는 그런 아이가 아닐까 생각을 했고 감독님이랑 그런 얘기를 많이 하면서 준비했습니다.

 

진명현 : 또 이 영화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블랙코미디이기도 하고 가족드라마이기도 하고 김선영 배우님과 이주원 배우님의 역할에 한해서 보자면 절절한 멜로드라마이기도 해요. 두 분은 특히 연극에서 오랜 호흡을 맞춰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두 분의 영화 현장은 어떠셨나요?

 

이주원 : 특별히 다른 건 없었습니다.(웃음) 공연 할 때에 비해서는 서로 대화를 별로 못 했던 것 같아요. 큰 상의 없이 그냥 연기했습니다.

 

김선영 : 저는 이주원 배우랑 안 지가 15년 정도 됐습니다. 지금도 이 친구랑 부부 역할로 2인극을 준비하고 있고요. 딸 예은이 얘기하는 장면에서 리허설을 거의 안 했는데, 이미 이 친구랑 많이 연기를 해봤기 때문에 나오는 시너지가 엄청났어요. 그래서 계속 하는 배우랑 하면 정말 좋구나, 서로에게 신뢰가 있는 배우랑 같이 하면 연기가 그냥 되는구나, 그 장면을 하면서 정말 그렇게 느꼈습니다. 이주원 배우는 큰 느낌이 없었다고 하지만, 분명히 뭔가를 느꼈을 겁니다.(웃음) 계속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그 장면 찍으면서 하게 됐습니다.


진명현 : 이 자리에는 안 계시지만 영화에서 또 한 축을 담당해주셨던 분이 서갑숙 배우입니다.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이승원 : 엄마의 역할이 굉장히 크고 입체적인데, 막상 그 나이 또래의 배우 분들을 직접 찾아뵙고 얘기를 들어보니 그동안 봐왔던 어머니 역할과 달라서 많이 생소해하셨던 것 같아요. 엄마 역할의 배우 찾기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서갑숙 배우님께서 시나리오를 보시고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주셨습니다. 리딩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배우님만이 갖고 계신 때 묻지 않은 묘한 느낌이 있어요. 이게 이 어머니라는 인물과 만났을 때 충돌되는 지점이 깊이 있게 와 닿더라고요. 그 역할이 서갑숙 배우님께 적역이었고 너무도 감사하게 잘 촬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진명현 : 혹시 어머니의 마지막 의상도 서갑숙 배우 본인 의상인가요?

 

이승원 : , 직접 골라 오신 의상이고요. 평상시 컨셉도 선생님과 의논을 해서 정한 겁니다. 화면에는 잘 안 비쳐졌지만, 선생님께서 이 엄마는 새끼손가락에 길게 네일아트를 할 것 같다고 준비해오셨는데, 촬영 첫날 준비한 손톱이 부러졌어요.(웃음) 그만큼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 서갑숙 선생님이 깊이 있고 폭 넓게 이해를 해 주셔서 좋은 연기가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김선영 : 배우의 평소 품성이 당연히 연기할 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서갑숙 선배님께서는 무명인 배우들, 스태프들에게도 너무 잘 대해주셨어요. 그런 모습이 저희가 편안하게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관객 : 영화 속 가족 구성원들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이런 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첫째 큰형 김권후 배우님이 한 번도 등장을 안 하다가 마지막에 판타지처럼 등장하잖아요. 이때 본인을 죽인 가족들을 바라보는데, 그 시선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이승원: 사실 여기 나오는 가족 캐릭터들은 과장돼있다고 보실 수 있습니다.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또 우리가 확실하게 저런 사람들은 없어.’라고 말하기도 힘든 것 같아요. 우리는 저런 인물들을 외면하고 싶어 하죠. 거기서 제가 한 발짝 더 들어가서 하고 싶었던 것은 저런 사람들과 내가 과연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묻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저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관객들에게 얼마만큼 전할 수 있을까가 저의 숙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가족이 해체된 상태에서 살아왔거든요. 가족의 단란함이라든지 가족만이 갖고 있는 끈끈한 무언가가 저를 감싸고 있지 못했어요. 어린 저에게 어른들이 했던 행동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고, 그게 저의 일부를 형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이런 가족 이야기에, 이런 인물 군상들에 더 관심을 갖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큰 형의 모습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큰형의 이미지를 괴물이라는 이미지로 표현했는데, 그게 장애인을 괴물로 말하겠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두려워하는 존재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나약하게 여기는 인물까지도 우리는 괴물로 낙인찍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종교적인 이미지도 되게 크게 작용을 했어요. 정말 예수의 구원이 있다면 바로 이런 식의 방법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렇게 말도 안 되게 살아온 인생에서 형이 가족들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따뜻한 느낌일수도 있고 원망의 눈빛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제가 원했던 이미지는 모일 수 없는 가족들이 큰형의 죽음 앞에서 다 같이 모여서 소풍을 가는 모습이었어요. 되게 아이러니한 이미지인 거죠.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이루어진 소풍. 그렇게 마지막 장면을 통해 만약 큰형이 신체가 온전한 사람이었다면 다 같이 행복하게, 아무렇지 않게 여행을 떠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관객 : 인물들에게서 미스테리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선영이 결과적으로 왜 첫째 기태와 살게 됐는지가 너무 궁금합니다.

 

김선영 : 제가 결혼하고 아이가 세 살쯤 됐을 때, 저희 집에 고향 친구가 놀러온 적이 있어요. 그 친구가 저희 집에서 자다가 새벽 두 시쯤에 벌떡 일어나더니 저한테 너 결혼하지 말라고 그랬지. 왜 네가 저 사람이랑 살고 있냐?’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때 두 가지 마음이 들었어요. 너무 자존심이 상하는 것, 그리고 네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제가 아무리 얘기를 해도 그 친구 입장에서는 저를 이해할 수 없었을 거예요. 제가 그 친구를 설득할 수 없었을 거예요. 우리는 다 다르게 살고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이해하는 것도 이해 '할'만해서 할 수 있는 거지, 그것이 이해 '될'만한 일이라서 저절로 이해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제 머리로 생각해도 저는 극 중 선영처럼 제게 돼지흥분제를 먹인 사람과 살 수 없어요. 그런데 영화 속 선영의 입장에서는 살 수 있는 이유가 있겠죠. 그 이유는 이 자리에서 설명되어질 수도 없고 아무리 설명을 한다고 해도 납득이 안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하게, 기태가 계속 나에게 좋다고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일단 한번 살아보자, 저는 영화 속 선영이 그런 마음이었을 거라고 봐요. 근데 그게 이해가 됩니까? 납득도 동의도 안 되죠. 순간의 결정에 대해 그냥 실행했던 것뿐이 아닐까. 계속 후회를 했을지언정 아이 때문에 살아간 게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했습니다.


 

관객 : 상훈이 남자를 만나러 나갔다가 바람을 맞고 돌아오는 길에 소주를 든 취객을 만나잖아요. 근데 그 장면 이후의 이야기가 없고 점프가 돼서 그냥 상훈이 집으로 들어갑니다. 또 화장실에서 정근이 성일에게 구타를 당하고 여고생이 성일에게 정근을 죽이면 안 되냐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바로 뒤에도 점프가 돼서 그냥 집으로 화면이 바뀝니다. 두 장면 다 뒷이야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일부러 편집점을 그렇게 잡으신 건지, 이야기가 있었는데 빼신 건지 궁금합니다.

 

이승원: 사실 준비했던 것의 거의 한 시간 이상을 편집해서 들어냈어요. 들어낸 장면 대부분이 이 가족구성원들이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이야기들입니다. 처음에는 그런 장면들이 캐릭터들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보니 다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러닝타임이 엄청 길어져서 가족 중심의 이야기로 다시 편집을 했습니다. 취객 같은 경우는 상훈에게 말도 안 되는 말과 행동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과감하게 들어낸 거고요. 정근이 같은 경우도 여학생의 대사 뒤에 울면서 절절하게 변명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너는 (여학생의 말처럼) 진짜 죽어도 싼 놈이다.’라는 것까지만 전달하고 뒤를 들어낸 것입니다. 생략된 부분이 있어서 아쉽긴 하지만 미련을 두지 않고 편집했습니다.


 



진명현: 마지막으로 저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 삼층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골목 어디쯤에 위치한 아주 기괴한 삼층집이 이 영화의 중요한 얼굴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 집은 어떻게 헌팅하신 건지도 궁금합니다.

 

이승원 : 그 이미지는 확실히 있었어요. 1층은 어머니가 살림을 하는 공간으로, 2층은 큰형을 숨겨두고 사는, 살림과 거리가 먼 공간으로 하자. 그러다가 저희 프로듀서가 자기네 이모님 댁이 그런 느낌이 난다고 얘기해줘서 가봤습니다. 이모님이 아기자기하게 집을 꾸며놓으신 것이 정말 그런 느낌이 나더라고요. 거기서 멀리 떨어진 곳에 한 노부부의 빈집도 있었는데, 기독교 관련된 물품들이 있으면서 살림살이는 다 빠져있는 이층집이었습니다. 이모님 댁과 노부부의 집이 둘 다 옛날 목재를 사용한 게 비슷한 질감을 갖고 있어서 이 두 집을 다른 층으로 설정해서 영화상 기법으로 충분히 붙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동네를 오가면서 촬영을 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노부부의 빈집이 2층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3층에 골방이 있는 구조더라고요. 이 집의 구조가 뭔가 공간을 통해 먹이 사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같고 이 가족을 대변하고 있는 느낌도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영화를 찍을 때마다 기적 같은 일들이 한 번씩 생기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이런 집을 구한 게 정말 기적 아니었나 생각을 했습니다.

 

 

진명현 : 이야기에 탄력이 붙은 것 같은데 끝날 시간이 됐습니다. 이승원 감독님의 <해피뻐스데이><소통과 거짓말>은 동시에 개봉을 했습니다. <소통과 거짓말>에서는 모든 인물들이 다 거짓말, 허언을 하거든요. 그런데 <해피뻐스데이>의 가족들은 모두 필요한 말, 솔직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재밌는 지점입니다. 오늘 <해피뻐스데이>를 보신 분들께서 <소통과 거짓말>을 보신다면 이승원 감독님의 작품 세계와 배우 분들의 연기의 폭을 더 경험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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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외피를 두른 곪은 상처에 대한 지독한 탐구  <소통과 거짓말>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1 19일(일) 오후 14시 상영 후

참석 이승원 감독, 장선 배우, 김권후 배우

진행 이화정 씨네21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범수 님의 글입니다. (사진 제공 신소영 님)


폭력을 소재로 삼는 영화는 많지만, 그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우리의 턱 밑에 들이밀고 흔들어 대는 작가는 많지 않다. 두 남녀의 사도마조히즘을 통해 숨겨진 트라우마와 소통의 부재를 말하는 이승원 감독의 <소통과 거짓말>은 바로 그 이유에서 매우 희귀하고 또 논쟁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작품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를 제공해 줄 인디토크 자리에 이화정 씨네21 기자, 이승원 감독, 장선 배우, 김권후 배우가 함께 했다.

 




이화정 기자 (이하 진행) : 기구했던 개봉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먼저 해봐야 할 것 같다. 한 감독의 작품이 같은 시기에 동시에 열리는 일은 드물다. 개봉 소감이 어떤 지 듣고 싶다.


이승원 감독 (이하 이) : 영화제에 2년 전에 출품한 작품이다. 개봉하려면 지원금이 필요했는데, 지원 프로그램에 세 번을 떨어졌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난감했는데, 그 다음 해에 <해피뻐스데이>를 제작한 뒤에 이 영화가 지원작에 선정이 되어서 개봉에 성공했다. 아무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진행 : 배우분들도 마찬가지로 두 편의 영화에 모두 출연하셨다. 개봉이 미뤄졌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장선 배우 (이하 장) : 저도 지원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극장에서 <소통과 거짓말>을 볼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를 한 가지 모습으로 기억할 수도 있을 텐데, 두 영화를 한 번에 개봉하게 되어서 그런 선입견을 벗어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행 : 꼭 두 편을 같이 보시길 바란다. 장선이라는 배우와 이승원이라는 감독의 세계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뇌리에서 끝까지 떨어지지 않았던 것은 감각에 대한 것이었다. 심리적인 것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때 '통증'이라는 것이 어떻게 다가오고 또 전이되는 가에 대한 생각이었는데,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1976)이 떠올랐다. 남녀가 감정 없이 바로 섹스에 돌입하고, 그 섹스의 최극단에 갔을 때 둘이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인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의 접근을 취한다고 생각했다. 남녀가 성적인 측면에서 서로에게 접근한 뒤 과연 소통에 성공했는 지에 대한 물음이 들었는데, 어떤 부분을 가학과 피학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나.

: <감각의 제국>은 섹스만으로 이루어진 영화인데, 성적인 것만으로 가득한 이야기가 그 자체로 강한 이미지가 되어 마음 속 깊은 곳 어딘가를 건드린다는 측면에서 저에게는 거대한 산처럼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과연 이미지나 깊이에서 능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소통과 거짓말>은 그 결과물이다. 자해가 일종의 만족이자 트라우마에 대한 해소가 될 수 있는데, 성을 다룬 예술영화들에서 보통 그런 식의 표현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제 영화에서는 자해라는 행위가 쾌락은 결코 아닌 것 같다. 주인공 여자가 아이를 잃고 나서 정상적인 생활을 했을 때는 생각치도 못했던 세계로 걸어들어간다. 그 세계가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진행 : 성적인 관계가 보통 가학과 피학의 관계로 이어지는 과정인데, 그게 소통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독특했다. 배우분들이 시나리오를 받고 어떻게 인물에 접근하고 이해했는지 궁금하다.

: 아이를 많이 사랑해주지 못하고 있던 와중에 아이스크림이라는 사소한 것 때문에 아이를 잃게 되었고 아이가 끔찍하게 죽어가고 있을 때 그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는 것, 그 상실감과 죄책감으로 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과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마음이 너무 아프면 신체적 고통이 그 아픔을 달래줄 때가 있고,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누군가가 나를 혼내주면 안도감이 생기는 경우가 있더라. 그런 경험들을 떠올리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김 선생과의 관계는 사랑이라기 보다 아이가 죽은 이후 처음으로 작은 기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다.

 

김권후 배우(이하 김) : 촬영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이게 무슨 시나리오인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웃음장선 배우와 마찬가지로 극 중 배역과 같은 처지에 놓였을 때 나였으면 어땠을 지를 끊임없이 상정하면서 연기에 임했다.


진행 : 독한 말씀을 하셨다. '이 영화가 말이 되는 영화인가'.(웃음영화에 참여하기까지 많은 숙고의 시간이 있으셨던 것 같은데, 결국에는 영화를 완성하시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셔서 제가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어진다.

 

: 저런 생각을 하는 지 오늘 처음 알았다.(웃음)


 





진행 : 영화 속 인물들이 어딘가 실제로 존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제가 이 사람들을 실제로 만났다면 아마도 극 중의 학원 원장이나 슈퍼마켓 주인처럼 말하고 행동했을 것 같다. 학원 원장과 슈퍼마켓 주인으로 대변되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선에서 납득이 가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는 두 주인공인데, 어떻게 그런 인물들에게 주목하게 되었는지.

 

: 저희 집 바로 앞의 폐가 같은 곳에 매일 욕을 하는 사람이 살았다. 어느 날 아침에 보니 그 분이 팬티도 안 입고 공사하는 아저씨들과 싸움이 붙었더라. 경찰들이 와서 수습을 하는 데 가만히 들어보니까 말을 잘 못하셨다. 장애가 있으셨던 것이다. 그걸 보는 제 마음 속에 이런 감정이 들었다. 이와 같은 사람들을 다루는 영화를 찍는다면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만약에 제 딸이 그 앞 골목에 혼자 지나가다가 그와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고 하면 개인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렵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일종의 아이러니인 것 같다. 우리가 사람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과연 어디까지가 이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인가. 사람이 겉으로 보여지는 것만 가지고 좋다 나쁘다를 단정 지을 수 있는가. 그런데 또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해도 그 사람 때문에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걸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질문과 물음을 꾸준히 던져 보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진행 : 감독님이 그리려는 인물들이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100% 이상 표현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김영진 평론가는유별나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이 영화에 등장한다고 까지 표현했다. 저는괴물 같다라는 표현을 하고 싶다. 어떻게 이 정도의 디테일로 이런 감정을 끌어내는 지가 신기했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캐릭터를 연구하셨는 지가 궁금하다.

 

: 제가 영화를 찍을 때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 연기를 그만두어야 할 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그 와중에 연기하고 싶은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스스로의 간절함을 꺼내놓을 수 있었다. 앞서 말한 죄책감이라는 키워드도 있지만, 감독님이두려움이라는 디렉션을 주셨다. 슬픔보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고 ‘욕을 먹고 싶다는 감정과이해받고 싶다라는 상충되는 두 가지 감정을 함께 안고 가려고 했다.

 

진행 : 첫 롱테이크가 8 45초 가량 진행된다. 올해 본 한국 영화 중 가장 압도적인 오프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오프닝만큼 영화의 엔딩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상실을 품은 김 선생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표현되었는 지가 궁금하다.

 

: 감독님과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다. 각각 감독과 배우의 자리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는데,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 지와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에 대해 감독님에게 질문을 굉장히 많이 했고, 그에 대한 답변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의 방향이 잡혔다.

 

: 김권후 배우와 처음 만난 건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였다. 영화 학교를 다니다가 중간에 때려치우고 아동극 연출을 했다.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다가 김권후 배우를 만났다. 아무 것도 없었던 시절부터 서로 믿고 의지해 온 사이기 때문에 편하게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소통과 거짓말> 작업할 때는 ‘기회만 된다면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같은 배우와 작업하고 싶은데, 너도 그런 배우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자극을 주기도 했다.(웃음그렇게 대화와 동기 부여를 통해 배우들에게 믿음을 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연기가 나왔던 것 같다. 배우들 또한 서로에게 신뢰를 주기도 했고.


 

진행 : <소통과 거짓말> 같은 경우 영화의 화면비가 정사각형에 가깝다. 빠져나올 곳이 없어 보이는 답답한 현실을 반영하는 듯한 화면이다. 그리고 영화가 전부 흑백으로 촬영되기도 했는데, 이런 형식을 택한 특별한 의도가 있으신지.

 

: 제가 영화에 대해 지식이 많은 편은 아니다.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를 세세하게 다 설명 드리기는 어렵지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이 영화는 흑백으로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인공적인 음악이나 효과를 최대한 배제하고자 했다. 좁은 화면이 주는 위악의 힘이 생각보다 굉장했다. 모든 것을 다 보여줄 필요는 없고 보여지지 않는 부분에서 관객이 더 자극을 받는다는 생각을 했다. 두 인물에게 최대한 집중하면서 보여지는 것 밖의 것들에 대해 관객들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고, 그 생각이 인물들의 얼굴과 대응하면서 무언가가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진행 : 제 기준에서는 인물들의 심리가 잘 전달되는 구성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가 채택한 형식이 그 기준에 적합하다고 보기에 지지를 보낸다

 





관객 : 슈퍼마켓 주인과 학원 원장의 1 2역은 어떤 의도인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아이가 죽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 이유도 궁금하다.

: 연극에서는 1 2역이 익숙하다. 같은 배우가 여러 가지 역할을 했을 때 얻어낼 수 있는 미묘한 효과가 있고, 그것 자체가 엄격하게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하는 배우가 있으면 모든 역할을 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딸아이가 죽은 모습을 굳이 구체적으로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장선 배우에게 쓰레기 봉투를 들춰 봤을 때 아이가 어떤 형상으로 존재할 지 생각해 보라는 식으로 디렉션을 주었다

 

: 아이가 토막이 나있는 상황을 상정하고 연기를 했다. 내 아이의 시체임에도 불구하고 빨리 그 곳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



관객 :
영화 후반부에서 감독님이 직접 등장하시는데, 혹시 연기에 욕심이 있으신지.(웃음)

 

: 따로 욕심이 있는 건 아니고 영화를 제작하면서 시간에 쫓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연기를 하게 됐다. 출연자를 따로 구하지 못해서 PD와 제가 직접 연기했다. 웬만하면 출연은 자제하고 연출에 전념하려고 한다.(웃음)

 


관객: 김 선생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감독님의 설명을 조금 더 듣고 싶다.

: 김 선생은 소통이라는 문제, 즉 대화를 나누는 측면에서 많은 것이 무너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왜 네 말만 하느냐, 혹은 왜 말을 듣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데, 저는 그 사람들에게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 그 사람이 소통을 하지 않으려는지에만 집중하지, 왜 그 사람이 자기 이야기만 하게 되는지나 지금 이야기에 왜 집중하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사람들이 생각을 잘 안 한다. 슈퍼마켓 주인이 여자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순간에도 김 선생은 본인의 모습을 철저히 감춘다. 끝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이 사람이 세상을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관객 : 주인공의 직업이 굳이 학원 강사인 이유가 궁금하다.

 

: 김 선생의 모티브가 된 외국인을 건대 입구에서 봤다. 힘없고 초라해 보이는 술취한 백인이었는데, 지나가는 여자를 아무나 붙잡고 섹스를 한 번 하자고 하더라. 여자 분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서있고, 저는 하지 말라고 말렸던 경험이 영화에 반영되었다처음에는 외국인을 캐스팅할까 하다가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한국인 학원 선생으로 각본을 수정했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웃음)


 

 




사회의 통념과 도덕적 잣대에 맞선 대담한 예술적 도전은 종종 우리가 사회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지평을 넓혀준다. 그 과정에서 묘사되고 표현되는 것들이상식이라는 무채색 단어가 집어낼 수 없는 실재라면 더더욱 그렇다. 두 배우와 이승원 감독의 영화적 세계가 어디까지 그 외연을 넓힐 지가 새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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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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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롭고 풍요로운 언어로 아름답게 말하는 <시인의 사랑>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1 15일(수) 오후 19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양희 감독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가영 님의 글입니다. 



<시인의 사랑>은 평범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전형성에 벗어난 궤도를 그린다회색 빛의 겨울을 배경으로 일상을 얘기하고 있음에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시인의 언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마지막 상영 후 김양희 감독이 함께한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진명현 대표(이하 진행): 가을이 시작할 때쯤 영화를 개봉했는데 이제 겨울이 와버렸어요. 두 계절을 지내며 <시인의 사랑> 마지막 관객과의 대화를 맞이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김양희 감독(이하 김): 작년 12 20일에 촬영을 시작했어요. 겨울에 만들어진 영화인 만큼 추워진 날씨가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듭니다. 제주도에서 종영 소식을 듣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마음이 이상했어요. <시인의 사랑>이 과거의 영화가 된다는 생각에 복잡 미묘한 심경입니다.

 

진행: 감독님의 첫번째 장편 영화라 제작부터 개봉까지 모든 과정들이 처음이었을 것 같아요. GV도 처음이었을 거고요. 아쉽게도 바쁜 스케줄로 인해 이 자리에 함께 하진 못했지만, 배우 세 분에 대한 고마움도 얘기해 주세요.

 

: 꼭 <시인의 사랑>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세 배우 분들이 바빠지셨어요. 감독의 입장에서 기쁩니다. 정가람 배우 같은 경우 가능성이 터져나가는 시기인 것 같아서 뿌듯해요. 저도 지켜보면서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행: 저는 영화를 다섯 번 정도 봤어요. 오늘 GV하기 전에 좋아하는 장면을 한 번 더 챙겨봤는데, 감정에 따라 좋아하는 장면도 매번 달라지더라고요. 처음 시나리오로 봤을 때는 글 자체가 아름다워서 문장들을 주워 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생활적인 대사인데 왜 이렇게 아름답지형용사가 많지 않은 문장도 정확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구나.'하고 느꼈어요 세 번째로 영화를 보고 나서는 안 좋았던 것들이 좋아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불만사항 중의 하나가 시인과 소년이 왜 이렇게 갑자기 가까워지지?’였어요. 하지만 영화를 여러 번 보니까 그 지점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가까워졌겠구나, 의지할 수 밖에 없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을 쓸 때 어떤 생각들을 하셨나요?

 

: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는 영화로 만들어 질 거란 생각을 못했고 단지 영화를 만들고 싶은 감독 지망생에 불과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거의 10년동안 시나리오를 못 썼어요. 잘 안써지더라고요. 근데 특이하게 <시인의 사랑>은 발상하고 나서 초고가 20일 만에 나왔어요. 하지만 끝내고 나니 좋은 작품을 썼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초고 상태도 안 좋았어요. 제가 만약 어린 나이에 시나리오를 쓰고 주목을 받았으면 좀 우쭐했을 것 같은데, 나이도 좀 있고 영화 준비하려고 오랫동안 노력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들뜨지 않았어요. 대신 , 내가 어쨌든 간에 시나리오를 쓰려 노력했고, 누구보다 잘 쓰고 싶었던 사람 중 하나인데, 나의 열망이 드러나 사람들의 가시권에 들어가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행: 탈고라고 하죠, 시나리오 마무리 작업을 하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나요?

 

: 사실 소년과 시인이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사랑의 정체가 단순히 순수한 감정인지, 이런 부분을 규정해야한다는 요구를 받기도 했어요. 실제로 둘의 관계를 좀 더 명확히 규정짓는 시나리오를 써보기도 했고요. 하지만 결국 지금의 이야기로 결정지었어요. 모호하지만 좋은 부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 부분이 모호하기 때문에 좋은지, 혹은 명확하지 않아 불리한지는 아직 저 스스로도 복기가 안되고 있어요. 그 지점이 시나리오를 둘러싼 쟁점이었습니다.

 






관객: 영화 전반적으로 회색 빛과 차가운 분위기에요. 제주도 날씨의 영향 때문인지 혹은 의도한 건지 궁금합니다.

 

: 원래 제가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계절은 가을이었어요. 쓸쓸하면서도 총천연색이 살아있는 풍경을 원했어요. 하지만 영화 제작 조건 상 겨울로 옮기는 것으로 결정지었습니다. 촬영감독님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겨울의 회색톤이 일상의 쓸쓸함을 표현하는 데 오히려 더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배경이 드러내는 분위기도 영화에 담아내야 하는 조건 중 하나였습니다.

 

진행: 제주도의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현장에서 고생하셨던 적이 있나요?

 

: 타이트한 촬영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날씨 때문에 마음 졸였던 적이 있어요. 제주도는 하루아침에 날씨가 바뀌거든요. 오전 오후 날씨가 또 다르고 바람도 정말 세게 불고요. 좋은 날씨가 주어져야지만 찍을 수 있는 상황이 많았어요.

 

관객제주도를 영화의 배경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여러 작은 우연들이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만들어졌어요제주도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징 때문에 폐쇄성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특유의 고립감을 견디기 힘들어해요나의 프라이버시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고요아름다운 자연과 가족 중심적인 사람들처럼 분명 따뜻한 면도 있지만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이면이 있어요제가 제주도에 살면서 보고 느꼈던 부분들이 자연스레 영화에 녹아 들어간 것 같아요.

 

진행세 주인공의 주변에 인물이 없어요나머지 주변 사람들도 그 세 명을 고립시키는 역할을 해요특히 아내는 가게를 하면서도 친구가 없거든요. 소년도 친구가 없고 시인도 외로운 사람이에요그러다 보니 이 세 사람이 필연적으로 부딪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찍은 공간도 섬이고 인물들 또한 섬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보였어요시인은 고뇌하면서 시를 써 내려가는 인물인데 시로써 대항하는 라이벌도 없거든요. 굉장히 재밌는 구도예요전형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전형성에서 많이 빗겨 나간 전개입니다이 또한 <시인의 사랑>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장치인 것 같습니다 



관객: 감독님께서 규정되지 않은 감정을 자주 언급하셨는데, 연기 디렉팅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또 배우들이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는지 알고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제가 이끌어 나가기 보다는 영화 속 상황에 처했을 때 실제로 어떻게 했을까 토론을 많이 나눴어요. 감정선이 중요했기 때문에 리딩 혹은 기술적인 면에서 따로 디렉팅을 하진 않았습니다. 양익준 배우님은 도전하는 마음으로 영화에 참여해 주셨어요. 배우는 어떻게든 감정을 자기의 몸에 붙여야 하는 거잖아요. 나중에는 자꾸만 신경 쓰이고 생각나는, 그런 감정이 아니겠어요?’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홍보/배급을 맡은 진명현 대표님이 포스터에 자꾸 생각이 나라는 문구를 넣으셨을 때 짜릿한 느낌을 받았어요. 정말 통한 것 같아서요. 근데 영화 속 세 사람 모두 전사(前史)라고 하죠, 각자의 사이드 스토리가 있어요. 정가람 배우는 전사부터 시작해서 소년의 성장배경이나 공감되는 부분들을 찾으려고 했어요. 또 촬영장에서는 양익준 배우를 의도적으로 자꾸 쳐다보기도 하고요. 연기를 따로 배운 적 없는 어린 배우가 본능적으로 연기 할 때 굉장히 놀라웠어요. 마지막 촬영을 시인의 집에서 했는데, 정가람 배우가 시인과 그의 가족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시인이 갑자기 싫어졌다며 이젠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때 , 이 배우가 꽤 진지하게 소년을 받아들이려 노력했구나생각했어요.

 

진행: 영화를 보면서 두 남자 배우의 캐스팅이 절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익준 배우는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에너지가 있어요. 특히 관객을 화면을 통해 정면으로 잘 안 보는 배우예요. 조금 위에서 바라보거나 시선을 약간 피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눈에 물기가 어려있고 쓸쓸해 보이는, 때때로 아이같은 면모를 보여주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정가람 배우는 굉장히 도발적인 이미지에요. 큰 스크린으로 정가람 배우를 보면 양 쪽 눈으로 마치 다른 생각을 한꺼번에 던지는 듯한 느낌을 줘요. 아무 말도 안하고 눈빛만 던져도 나이와는 무관한 무게감이 느껴졌어요. 오히려 초식동물이 양익준 배우에 가깝고, 정가람 배우는 야생의 짐승적인 느낌이 강해서 두 배우의 합이 되게 재밌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의 흥미로운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관객: 아내가 남편이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정을 위해 나가지만 말아달라고 사정하는 장면이 너무 마음 아팠고 보기 힘들었습니다. 이 장면을 넣은 의도가 궁금합니다.

 

: 캐릭터를 만들 때 좋은 면과 나쁜 면이 모두 보여져야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내가 가장 강하고 인간적으로도 가장 성숙한 인물이지만, 그 싹싹함과 바지런한 모습 이면에 무례함을 지녔다고 느꼈어요. 인물들의 모순적이고 입체적인 성격들이 이해 가능한 범위에 들어선다면 좋은 캐릭터라 생각합니다. 그 장면 같은 경우는 시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떠나겠다’는 것보다는 이 집이 싫고, 더 이상 아내와의 관계도 유지하기 싫고 모든 게 아름답지 않게 느껴지는 감정의 발로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내가 이룬 것들을 무너뜨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랑은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니니 더 큰 가족이란 의미를 생각해달라말하는 거죠. 제가 봤을 때는 부탁을 하는 장면이지만 또 다른 의미로는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비단 이 캐릭터에게만 해당되는 특성은 아니지만, 이 장면을 통해 아내의 이중적인 모습, 좋은지 나쁜지 결론 내릴 수 없는 인물 특성을 한 순간에 보여주고 이해를 구하고 싶었어요.


 

관객: 고민했던 다른 결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다른 결말은 없었지만 어떤 부분을 더 강조할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다만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 할 때 시인으로 시작해서 소년으로 끝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소년에게 미래를 열어주는 듯한 장면으로 방점이 찍히는 결말을 생각했습니다. 여러가지 고민 끝에 지금의 결말이 지어졌던 것 같아요.

 

관객: 각본과 연출 모두 작업하셨는데, 연출 시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 혹은 현장에서 조율하며 바뀐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영화를 만들자 결정하기 전까지는 각본은 나만의 것인데, 연출을 할 때는 여러가지 지켜야 할 약속이 늘어나고 고려할 사항도 많아져요. 제가 창작한 인물과 배우들이 각자 해석한 인물이 따로 존재했지만, 결국은 그 사이 지점에서 캐릭터가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영화는 제가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닌 움직이는 것이라 생각해요. 때문에 감독과 캐릭터가 어떤 배우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상상한 캐릭터 사이에서 선택과 고민의 과정을 거쳐 캐릭터를 완성시켰습니다.



 




관객: 문학이 주 소재가 되는, 요즘 보기 드문 영화라 너무 좋았습니다. 시인은 생활력도 없고 자기 감정에만 빠진 자기중심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그가 쓰는 시 또한 가치 없게 그려져요. 하지만 몇몇 장면에서는 시인의 주변 인물들이 자신도 모르게 시의 영향을 받아 감정을 표출하기도 해요. 계속해서 시적인 이야기를 이어가기도 하고 공감하며 감정을 교류 하는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진행: 감독님께서 제일 애정하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 소년을 제일 좋아합니다. 정가람 배우를 볼 때 짧은 순간이나마 제가 시인이 된 것 같은 감정을 느꼈어요. 아내는 저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고 시인은 제 마인드와 직업적인 면에서 비슷해요. 하지만 소년은 제가 지나온 과거이니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됐을 때 써야한다고 생각했었어요. 실제로 정가람 배우는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 연기를 하게 될 줄 몰랐다고 해요. 하지만 마음 속에 뭔가 있어 혼자 밀양에서 올라온 거거든요. 소년의 마지막 모습처럼요. 저 또한 영화를 하고 싶어 스스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 말할 수 없는 열망을 많이 상기시켜 주기 때문에 소년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관객: 시라는 것을 알게 되고 시를 통해 느낀 감정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얘기하며 감상을 나누려니 찌질한 사람이 되어버리더라고요. 많이 의기소침 했지만, 오늘 이 영화를 통해 제가 시를 좋아할 이유를 다시 찾은 기분입니다. 계속 감독님의 좋은 작품 보고싶습니다.

 

진행: 지금 관객 분들의 질문과 감상이 감독님께 큰 응원이 되어서 다음 작품 하실 때 동력으로 작용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상영 함께해 주신 관객분들 감사합니다. 오늘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세 배우 분들에게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영화 속 특이한 등장인물이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보편성을 얻는 순간 굉장히 의미 있는 이야기가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영화를 좋아하고요. 원래 혼자서 영화를 만들 때는 관객의 존재가 불투명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올해 <시인의 사랑>을 통해 따뜻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관객의 존재를 알았으니 다음 이야기를 좀 더 입체적으로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음 작품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찍겠습니다. 관객 분들을 꼭 다시 만나고 싶네요. 오늘 와주셔서 감사하고 말씀 주신 것처럼 정말 많은 동력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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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10년 전의 은하해방전선을 떠올리며,  마음이 모인 <은하해방전선>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1 12일(일) 오후 3시 30분 상영 후

참석 윤성호 감독, 박혁권 배우

진행 서영주 배우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영화 <은하해방전선>이 개봉한지 어느새 10년이 흘렀다. 19살 때 친구들을 통해 처음 접했던 <은하해방전선>을 기억하며 극장을 찾았다. 과거를 회상하며 극장에 찾아온 사람들, 혹은 처음 접하는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은하역을 맡은 서영주 배우의 진행으로 인디토크가 시작되었다.


 



서영주  : 안녕하세요. <은하해방전선> 인디토크를 진행하게 된 서영주입니다. 영화에서 은하역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를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윤성호 : 저희끼리는 여기서 그러면 안돼요. 아무래도 진행을 괜히 부탁드린 것 같아요. (웃음)

 

서영주 : 이렇게 웃으면서 시작을 해서 좋은 것 같아요. 인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인디토크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윤성호 : 제가 극장에서 영화를 한 달에 6편정도 보거든요. 근데 올해 이렇게 긴장하면서 영화를 본 게 처음이에요. 오늘 이렇게 영화를 보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박혁권 : 항상 소통을 중시하고, 연기해서 먹고 사는 박혁권입니다. (웃음)



관객 오랜만에 <은하해방전선>을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극장에 찾았습니다제가 말은 많은데 실속이 없거든요저랑 비슷하게 느껴져서인지 이 영화가 정말 좋습니다. (웃음감독님이 영화 속에서 중시하는 소통에 대해 차기작을 찍을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윤성호 일단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영화를 만든 적이 없어요. <은하해방전선>을 만들었던 때 제가 가지고 있던 캐릭터의 세계관이나 제 나름대로 추구하는 가치가 현재는 많이 달라졌어요제일 큰 변화로저를 닮은 것으로 사료되는 영재라는 주인공에 대한 애정이 완전히 사라졌어요저 당시에 스스로는 영재라는 캐릭터에게 박하다고 생각했는데지금 다시 보니까 너무 후한 설정을 했다고 느껴집니다. (웃음) 최근에는 웹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는데이 웹드라마 시리즈들에서 제가 현재 추구하는 가치와 그에 관한 것들을 다루고 있고이게 질문에 대한 답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관객 저는 이번에 이 영화를 처음 봤는데요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영화를 보다보면 소통이라는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오는데요진짜 소통하지도 않으면서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느낌을 받았어요마지막에 영재가 진정한 소통에 이르게 된 것인지소통 자체를 잃게 된 것인지 그게 궁금합니다.

 

윤성호 제가 <은하해방전선>을 제작할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국내 영화제에서 소통이라는 말이 참 많이 나왔어요그리고 영화뿐만 아니라 정치행정문화예술 분야에서 대담을 했을 때 소통이라는 말을 비롯해 관념적인 용어들로 모든 것을 퉁치는 경향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저는 이렇게 관념적인 용어로 퉁치는 경향들에 대한 시니컬함이 있었는데그게 이 영화를 끌어갈 정도의 에너지라든지마지막을 선사할 테마까지는 아니었나봐요이런 부분은 과거에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연출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어요.





서영주 생각해보니까 이 영화를 처음 접하신 분도 많을 것 같아요여기 계신 두 분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다시 보니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박혁권 본의 아니게 회고전 느낌이네요. 오늘 영화 상영한다는 이야기 듣고 따져보니 10년이 지났더라고요이 영화를 오랜만에 보니까 생각보다 섹스 이야기가 너무 많이 들어가 있고, 정치적인 코드도 너무 많이 들어가 있고...(웃음) 찍을 당시에는 이런 코드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 안 했는데 굉장히 낯설더라고요그 때의 제 기억과 다른 영화여서 좀 신기했어요.

 

서영주 굉장히 재미있는 게 저는 박혁권 배우가 이번에 느꼈다고 말씀하신 감정을 오히려 예전에 느꼈었어요오늘 <은하해방전선>을 다시 봤을 때는 오히려 순수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첫사랑 영화가 아닌데도 첫사랑 영화 같은 느낌이 나면서 괜히 눈물이 나더라고요.



관객 : 오늘 <은하해방전선>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요, 저도 서영주 배우님처럼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영재와 은하가 여관에 있을 때 불렀던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궁금하고 그 노래의 가사도 궁금합니다.

 

윤성호 : 이 질문에는 저보다 영주씨가 대답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서 미리 정해둔 게 아니라, 영주씨가 그 날 이 노래를 불러서 그대로 연출하게 됐거든요.

 

서영주 : 사실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하고 싶었는데요. 제가 그 씬에서 부른 노래는 옛날 한국 정가이고 우리나라의 한이 담긴 내용의 가사에요. 제가 그런 노래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감독님께 제안했고 이런 씬이 나왔습니다.


박혁권 : 이야기를 듣다보니까 영화가 다 급조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웃음)

 

윤성호 : 영화를 다시 보면서 지금의 저와 그 때의 저는 참 많이 다르다고 느꼈어요. 저 때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배우가 연기를 하면 제가 맞는 건지 배우가 맞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고 배우의 액팅에 마음이 움직이면 보통 배우의 액팅을 따라갔거든요. 지금의 저는 제가 생각했던 전체적인 그림과 다르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는 기성 감독이 된 건 아닌가 싶어요. (웃음)


 







관객 : 영화에서 소통이라는 단어만큼 스트레스라는 단어도 정말 많이 나오는데요. 감독님과 박혁권 배우님에게 10년 전과 지금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박혁권 : 저는 요즘 따라 부쩍 제가 잘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최근에 작품 하나를 끝내고, 1년 정도 안식을 하려고 하는데요. 계속 무엇이 스트레스고 무엇을 원했기에 스트레스가 왔는지, 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찾고 있는데 딱 답을 낼 수가 없더라고요. 하다보니까 이런 고민도 그냥 스트레스인 것 같고.

 

윤성호 : 참 아이러니한 게 사람이랑 영화가 닮아가는 것 같아요. <은하해방전선>을 제작할 당시에 상업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심지어 내러티브가 있는 영화를 할 생각도 없었어요. 제가 이전까지 만들었던 영화는 보통 다 파편화된 느낌의 영화였어요그리고 저는 이 영화에 제일하기 싫었던 게 멜로 코드였어요. 근데 김일권 피디님이 저한테 멜로 코드를 권하셨고, 저는 진짜 마지못해 넣었는데 이 코드가 지금의 제 진로를 바꿔버렸어요. 관객들도 이러한 멜로코드에 반응했고 제 방향성이 점점 그 쪽으로 갔어요. 이렇게 조금씩 변하면서 저보다 관객들이 어떻게 느낄지를 먼저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다시 스트레스라는 본론으로 돌아가면, 그 때는 서툴긴 했지만 제가 하고 싶고 추구하는 것이 분명했는데, 지금의 저는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는 것이 먼저 신경 쓰이더라고요. 이러한 부분이 저의 스트레스인데, 오늘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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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겨울날의 재회에 관한 기록  마음이 모인 <혜화, 동>  인디토크


일시 2017년 11월 11일(토)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민용근 감독, 유다인 배우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신 님의 글입니다.



<혜화,> 시간적 배경인 겨울이 찾아온 2017년의 오늘인디스페이스 10주년 기념 상영회의 일환으로 <혜화,> 다시 인디스페이스를 찾았다영화의 내용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촬영 뒷이야기들제작과 개봉을 둘러싼 작고 질박한 이야기들을 들을  있었다추운 겨울의 한기를 녹이는 작은 온기에 관한 기록이 여기에 있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 안녕하세요진행을 맡게 된 진명현이라고 합니다.

 

유다인(이하 ) 안녕하세요영화가 개봉한지 오래됐는데 이렇게 GV 하게  줄은 몰랐네요감사드립니다.

 

민용근(이하 ) : 저도 오랜만에 GV 하게 돼서 감회가 새롭네요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영화가 개봉한지 6 가까이 지났네요 작품은 어쩌면 한국 독립영화 GV 문화의 시초와도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민용근 감독님께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100 가까이 GV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두 분이 작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 이 작품은 제가 처음으로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이고지금까지도   영화로 기억해주시는 관객관계자분들이 많으신  같아요.  

 

 : 지금 되돌아보니 당시 되게 행복했던  같아요 때도 이맘때 즈음에 조그만 사무실에서 스탭들과 만나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촬영을 했었어요지금 생각해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 혜화는 한국 여성 캐릭터 중에서도 중요한 캐릭터라는 이야기를 하는데어쩌면 유다인 배우님께도 혜화는 아직까지 각별할  같아요지금 혜화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 촬영하면서, 또 촬영이 종료된 후에도 혜화는 그저  살고 싶었던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살고 있으면 좋겠어요.

 

 : 감독님의 마음속에서 혜화는 언제 태어난 캐릭터인가요?

 

 : 시작은 정말 오래된 옛날인  같아요. 2000년대 초반에 TV 다큐멘터리 조연출을 하면서 버려진 개들을 찾아 돌보는 여자분 이야기를 찍은 적이 있어요유기견의 숫자가 굉장히 많았는데한겨울에도 탈장된 개를 구조하려고 며칠을 보내기도 하셨어요안타깝게도 개를 결국 놓치고 펑펑 우시던 모습에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슬픔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다가 개에 관한 슬픔뿐 아니라  분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슬픔은  뭘까 생각을 했습니다혜화 캐릭터는  후에 시나리오를 쓰면서 설정을 덧붙이면서 만든 캐릭터인  같아요.


 




 : 영화가 개봉했을 때도 <혜화,> 둘러싸고 많은 질문들이 있었는데 때에도 많이 들어왔던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필름 통에 모으던 손톱은 누구 것입니까?

 

 : 제 거예요장편 시나리오로는 제가 처음  작품이 <혜화,>인데처음 연출한 작품에는 항상 누구나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같아요예전부터 손톱을 자르면서  신체 일부인데 뭔가 버리면 안될  같아서 모으고 있었어요시나리오를 쓰면서 혜화 캐릭터가 과거의 상처를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손톱을 넣었어요.

 

 : 혹시 아직도 모으고 있다면  개나 모으셨는지요?

 

 : 3,4년에 보통  통이 나오던데지금은 여섯일곱 통 정도 모았어요.

 

 : 이 영화를 다섯 번을 봤는데  때마다 인상 깊은 장면이 꼭 있더라구요 분은 지금 떠올려보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무엇이신가요?

 

 : “ 나는 아니에요라고 혜화가 의사에게 말하는 장면이 기억이 나요. 연기  때마다 특정한 대사를 기억하고 캐릭터에 대한 스케치를 시작하는데 저는 혜화를 떠올리면서  대사를 많이 생각하기도 하고  나온 대사라고 생각해요.

 

 : 개가 나와서 혜화를 위로해주는 장면이 있어요실제로 시나리오를 쓰면서 개에게 모종의 눈빛 연기를 기대했는데막상 촬영을 해보니 개에게 연출을 부탁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그냥 카메라 앞으로만 나오게 하는 것도 힘들고요마지막이다 생각을 하고 촬영을 하는데 개가 갑자기 오더니 혜화의 옷을 물더라구요 장면이 마치 하늘이 도운 기적 같아서 기억에 남아있어요

 

관객  겨울이 배경인가?

 

 : 의도한 바는 아니에요원래는 가을을 배경으로 하려했는데일정 문제로  두 달정도 촬영을 미루면서 추운 계절에 찍게 됐는데나중에 영화를 완성하고 나니 겨울의 이미지가 영화 안에서  부피를 차지한다고 느꼈어요영화가 끝나고  뒤에 인물들이 이제는 따뜻한 계절을 맞지 않을까 생각을 하기도 했구요.

 

관객 : 영화의 제목을 어떻게 짓게 되셨는지 말씀해주실  있을까요?

 

 : 처음에는 원래 <혜화,> 쓰고 동 옆에 괄호를 치고 아이 동()이라는 한자를 넣었어요그런데 마침 계절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니 이게 겨울 동()이라고 읽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서 그냥 한자를 지우고 중의적으로 남겨놨어요.

 

 



관객 : 극중에서 의사 역할에 관한 감정이 모호하게 표현되었다고 생각했어요.

 

 : 그런  같아요마음이 없을 수는 없잖아요그러면 그렇게 자기 아들과 내버려두지는 않았을테니까그런데 나이 차이도 있으니까 굳이 마음을 키우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이미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있던 차이기에 마음을 정리하지 않았을까.

 

 : 혜화의 연기가 극중에서 굉장히 중요했던  같아요연기를 하시면서 혹시 중요하게 생각했던 포인트가 기억나시나요?

 

 : 말씀드렸다시피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었는데처음에는 잘하고 있는지 확신을 하지 못했어요. 혜화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제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죄책감이 들기도 하더라구요그런데  죄책감이라는 감정이나 책임을 져야한다는 감정이 어쩌면 극중에서 혜화의 감정과 다르지만 비슷한 면이 있기에 도움이   같기도 해요.



 : 민용근 감독님은 배우를 굉장히  고르는 분이기도 해요함께 일하셨던 배우들이 모두 성공을 하면서 배우 잘 고르는 걸로 정평이 나있는데배우와의 협업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유다인 배우의 경우는 처음 이야기했을  혜화의 이미지에  맞는다고 생각했어요말과  사이의 틈이 굉장히 길면서도 어색하지 않았던 점이 편하고 좋았어요다른 경우에도 배우와 캐릭터의 느낌이  맞아서 편하다고 느껴지고, 그러면 배역에  녹아드는 경우가 많았던  같아요성격이나 눈빛 등 실제 배역과 유사한 성질을 가진 배우를 찾으려 하는  같아요.

 

 : 연석 배우가 스타가 됐잖아요? <혜화,초반에 유연석 배우가 옷을 벗는 장면이 있는데 검색하다보니  장면이 노출씬이라고 돌아다니더라구요.(웃음한수라는 역할이 영화 안에서도 중요한데, 이 역할을 맡은 유연석씨의 캐스팅에 관한 뒷이야기도 궁금합니다.

 

 : 속이  비어보인다고 할까불안해보이는 면모에 끌렸어요사실 처음 봤을때는 '엄친아' 같은 느낌이 강했고 성격도 쾌활하다고 생각했는데 리딩을 시작하면서 눈빛이 바뀌더라구요대본 리딩을   흔들리는 눈빛 같은 게 한수의 이미지와  맞는다고 생각을 했어요.

 

 : 감독님은 GV 엄청 많이하셨을 뿐만 아니라 직접 관객들을 찾아다니기도 했잖아요 일화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실  있을까요?

 

 : GV 하면 매진이 되기도 하는데GV 하지 않을 때와 좌석점유율 편차가 크더라구요그래서 가급적이면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많이 했죠독립영화들이 흥행을 하기가 어렵잖아요. 다같이 고생을 하면서 만들었는데 오래 상영을 하면서 연명해야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해서 관객들을 찾아가는 GV 하자 아이디어를 구상했어요. 10분 이상 보실 경우 트위터 같은 곳에서 신청을 받제가 계신 곳 찾아가서 GV 하는 형식인거죠카페도 가고 감자탕집도 가고이상한 곳도 많이 갔던  같아요그건 극장에서 관객분들을 뵙는 거랑은  달랐어요새로운 자극을 주기도 하고지금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관객분들도 있어요 유다인 배우가 영상통화를 하며 스크린만 띄워놓고 GV 하기도 하고다양한 방식을 모색했던  같아요.





 : <혜화,>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장기상영을 하기도 했어요길게 상영을 하면서 천천히 1만명이 넘는 관객들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그렇게 오래 만났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기억해주시는 관객들이 많지 않나 싶습니다그럼 앞으로 감독님과 배우님의 차기작 계획을 들어보면서 자리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장르영화를 찍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장편을 찍은 지 오래돼서 빨리 찍어야 할  같아요저희 상영 거의 끝나갈 무렵 인디스페이스와의 기억이 각별하게 남아있는데 10주년 기념으로 이렇게 상영을 하게 되어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앞으로도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저도 차기작 촬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오늘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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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7 - 12.13 인디스페이스 상영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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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30 - 12.06 인디스페이스 상영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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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와 그레인으로 빚은 마취적 환상곡  마음이 모인 <고갈>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1월 10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곡 감독, 장리우 배우 

진행 맹수진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신 님의 글입니다.




시나리오와 제작방식의 유사성 때문이라도 <고갈> 즉각적으로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은 필립 그랑드리외의 표현주의 영화 <음지>(1998)이다. 영화를 둘러싼 감상과 행간 또한 작품의 컨텍스트를 도덕적으로 승인하기 어렵다는 주장과, 매혹적인 영화의 언어를 창안했다는 입장 사이를 진동한 바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상관관계가 있다.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음지> 공개되었을 당시 심사위원들은 영화에 대한 입장차로 인해 극단적인 분열을 일으켰다고 전해진다.) 마찬가지로 <고갈>이라는 작품을 대면한 우리도 수수께끼같은 곤경에 처하게 공산이 크다. 실험적인 형식과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을 아니라, 정작 <고갈>이라는 작품이 논란의 중심에서 아무 말이 없기 때문이기도 것이다. 실제로 <고갈>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토크의 모더레이터는 물론, 제작에 참여한 본인들 스스로조차 구체적인 진술을 하기 어렵게 만들어버리는 공백과 감각덩어리를 대면한 당혹스러움, 그것을 무릅쓰고도 영화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말을 꺼내놓았던 순간들이 여기에 기록되어 있다.

 







맹수진(이하 ) : 사실 10주년 기념으로 영화를 상영한다고 들었을 , 굉장히 복잡한 감정이 들었어요.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진 작품이기도 하고 어마어마한 작품이기도 해서죠. 다시 봐도 여전한 같습니다

 

김곡(이하 ) : 우선 10주년 기념으로 영화를 상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고갈> 자리 적당한 작품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초대를 받았을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고백을 하자면 저도 영화를 처음 스크리닝때만 기술책임자로서 감상을 이후로 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상영관 밖까지 비명소리가 들려오길래 도망갔습니다. 고갈은 보다보면 작품의 내용보다이걸 만든 놈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하게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별로 한 게 없고, 배우와 카메라, 그리고 군산 갯벌의 삼중주라고 해야 맞겠죠. 그리고 저도 사실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어요. 혹시 보신 관객들중에 영화에 대해 아실 같은 관객분들은 저에게 알려주십쇼.(웃음) 몇몇 평론가분들의 정신분석학적인 해석도 저는 그냥 사양할래요. 이야기가 별로 지식화되거나 상징화되는 부분이 없거든요.

 

: 아마 영화를 보신 다른 분들도 영화를 분명하게 맥락화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의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그걸 초과하는 부분이 있었을거라 생각하구요. 오히려 해석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보니 영화를 편하게 습니다.

 

: 말씀해주셨듯이 말이 안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우리가 맞은 다음에 고통을 말로 하지는 않잖아요? 고통을 언어로 환원하여 표현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맞았으니까 나를 때린 놈을 다시 때리는거죠. 관객 분들이 못 견디는 엑소더스 포인트가 있는데, 아름이가 접신을 하는 부분에서 많이들 나가시더라구요. 관객분들이 영화관에 입장하려고 서는건 보셨어도 나가는데 서는건 보셨죠? 아름이가 접신하는 장면에서 관객분들이 탈출의 명분을 찾았다는듯이 줄을 서서 나가시더라구요.(웃음)


 

: 영화에서 가장 힘든 역할이셨던 장리우 배우도 자리에 와계십니다. 제가 10년전에 영화 끝나고 리우씨를 봤을 안아주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기억이 나실지 모르겠어요. 당시에 촬영을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를 찍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까요?

 

장리우(이하 ) :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 시나리오에 나와있는 상황들 자체에 반했던 같아요. 시나리오에 써져있는 활자를 영상으로 옮기는데 충실하려 했습니다. 촬영을 끝내고 함께 출연하는 박지환 배우 감독님이랑 새벽에 나와 담배를 피면서도대체 이게 무슨 영화냐?”라고 말했던 기억도 나요.


 : 첨언하자면제가  영화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분명한 테마는 있죠그런데그게 빈틈으로 가득한거고 빈틈이 어쩌면 테마일수도 있는 거죠.







관객: 촬영장소가 너무 좋았는데 원래 알고계시던 장소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