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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소소대담] 2018.04 영화의 역할

by indiespace_한솔 2018. 5. 18.

 

 [2018.04 소소대담] 영화의 역할 


참석자: 오채영, 박마리솔,  임종우, 최대한, 김민기
('소소대담'은 매달 진행되는 인디즈 정기 모임 중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기 님의 글입니다.






[리뷰] <눈꺼풀 : 바다, 우리가 떠나보낸 슬픔이 모이는 곳  (Click!)

[인디토크 기록] <눈꺼풀> : 진심을 담아 위로한다는 것 (Click!)


 

최대한 : 저는 오멸 감독님의 작품을 모두 보진 않았지만 작업을 굉장히 진정성 있게 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눈꺼풀>은 상징성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도 들었고, 불상이 빈번하게 등장하며 종교적인 색이 강하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오채영 : 엄청 슬픈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보고 나면 눈물이 나기보다는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였어요. 마음이 무거워지고 슬픈 것 같아요. 울라고 강요하는 영화는 아니었고요. 영화를 며칠 동안 생각하게 만들더라고요. 섬세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어요. 불편한 지점은 없었던 것 같아요.

 

임종우 : 과잉된 상징들을 이해할 만한 맥락이 필요해 보여요. <눈꺼풀>이라는 영화는 비록 개봉은 올해에 했지만 세월호 참사 직후에 만들게 된 영화이고, 오멸 감독님은 제주도라는 공간을 통해 영화를 찍는 분인데 세월호의 목적지가 제주도였잖아요. 이 영화 속 상징들은 과잉된 형태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들인 것 같아요. 상징으로 가득 찬 부분이 문제적일 수도 있지만 또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점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리뷰] <그날, 바다: 그날을 잊지 않은 이들의 마음이 여기에 (Click!)

 

임종우 : 세월호의 희생자와 유가족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것이 우선시 되고 있는 것인지, 혹은 진실을 탐색하는 영웅으로서의 자신들을 과시하려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어요. 이 영화가 말하는 가설의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불편하게 하는 지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 비교할만한 작업들이 꽤 많을 것 같아요. <두 개의 문>과도 비교할 수 있을 것이고, 당연히 <공동정범>과도 비교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대한 : 세월호를 소재로 다루는 영화들을 보다 보면 이게 과연 진정성 어린 접근인 건지 아니면 정치적 집단에서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목표물인지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영화들이 조금 더 나올 필요는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김민기 : 말하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최근 김어준 총수의 제작 영화들은 대부분 마냥 지지하기는 힘든 영화들인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내레이션이 정우성 배우였잖아요. 표현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일종의 포퓰리즘적인 면에서 정우성 배우가 내레이션 하는 것이 조금 위험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홍보가 정우성 목소리의 힘같은 식으로 나갔던 측면도 있고요.

 

임종우 : 최근 몇 편의 세월호를 다룬 영화들이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되었는데, 영화의 역할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 <그날, 바다>가 내리는 답하고 <눈꺼풀>이 내리는 답이, 또 정식 개봉은 안 했지만 김응수 감독의 <, 사랑><초현실>이 내리는 답이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 무엇을 우위에 두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방법과 가치가 굉장히 다르다는 걸 느꼈던 것 같아요.

 


 

 


[리뷰]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 호랑이를 마주쳐도 두려워하지 않기 (Click!)

[인디토크 기록]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 꿈과 현실 사이의 모호함 (Click!)


 

최대한 : 예상치 못하게 너무 재밌게 봤어요. 요즘 남성적인 캐릭터에 관해서 수업을 많이 들었는데 그런 면에서 경유라는 캐릭터가 재밌었거든요. 남근의 상징 같은 부분도 있고요. 경제력을 잃고 얹혀 살아가는 캐릭터에 대해서 영화가 오밀조밀하게 파고들어가잖아요. 이야기 자체가 현실에 새로운 남성 캐릭터를 보여주는 뉘앙스를 느꼈거든요. 남성성을 상실해가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가 되고 절망 속에서 뭔가를 다시 시작한다는 희망을 주는 것 자체가 재밌었다고 생각합니다.

 

오채영 : 저는 해석의 여지가 많은 영화라서 재밌게 봤거든요. 극 중에 호랑이라는 상징이 가면부터 시작해서 여러 형태로 나오는데 모두 가지고 있는 각자의 메타포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정해진 답은 없고 관객이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그렇게 퍼즐을 짜 맞춰 가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임종우 : 이광국 감독은 홍상수 감독과 오랜 시간 작업을 하신 분이다보니 홍상수 감독 이야기가 항상 함께 나오는데요,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을 볼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가 자기 반영성이잖아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에서는 자기반영성이라는 부분을 창작자의 위치에 대입하여 보게 되었어요. 주인공이 소설가라는 부분에 집중하여 창작자의 고민 같은 것들을 해석하며 보았습니다.


김민기 : 재밌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텍스트가 풍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이야기 자체가 가진 재미의 측면이 있었고요, 경유의 여자친구가 사라지는 것처럼 중요해보이는 부분들이 사건으로 다뤄지지 않고 그냥 넘어가버리는 것도 재밌었어요.

 


 



[리뷰] <수성못> : 아무도 위로받을 자격 없다 (Click!) 

[인디토크 기록] <수성못> : 목표 없이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을 모든 오리배에게 (Click!)


 

최대한 : 저는 주인공 희정이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지갑을 빼앗기고 뺨을 맞는 장면이 너무 잔인하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자기가 느꼈던 괴로움들이 표현된 영화라고 느꼈어요. 초반부에 휴대폰을 파는 사람이 희정을 붙잡는 장면이나 지하철에서의 퍽치기장면이 그랬던 것 같아요.

 

박마리솔 저는 영목이 자살클럽 사람들을 모아놓고 자살 시도를 할 때 조금 흐름이 끊기는 것 같았어요. ‘영목이라는 캐릭터를 나름대로 상상하고 구축하며 보다가, 그 전과 후가 너무 다른 사람 같아서 맥이 조금 끊기는 거예요.

 

최대한 : 어떻게 보면 <수성못>이라는 영화가 자의식으로 시작해서 그를 나열하다 끝난 느낌도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해요. 저는 진솔한 영화나 감독 자신의 마음이 우러나오는 영화를 좋아해서 재밌게 보았어요. <수성못>은 정확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정확한 결말을 향해서 가는 영화라기보다는 자신이 느끼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 휘발되면서 끝난다고 생각하거든요.

 

오채영 : ‘희정역할에는 공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도 희정의 이야기에 자살클럽 이야기가 조금 애매하게 곁들여진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박마리솔 :희정이라는 캐릭터가 삶에 대한 의지가 정말 강하잖아요. 그렇지만 저는 저 친구가 갑자기 죽지는 않을까 불안해하며 영화를 봤거든요. 저렇게 강렬하게 살고 싶어 하는데 또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게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김민기 : 이 영화에는 내내 죽음이 끼어들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너무 직접적이거나 표면적인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이 영화 자체를 통해 죽음을 해석한다는 것이 조금 이상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직접적이어서요.

 

임종우 : 사실 어떻게 보면 진짜 사람이 그렇거든요. 평범하게 지내다가도 어떤 날에는 갑자기 죽고 싶어지기도 하잖아요. 영화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캐릭터나 개연성의 부분에서 아쉬울 수도 있지만, 이 영화가 가진 이런 혼재성은 하나의 스타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체험적인 차원으로 봤을 때 <수성못>은 조금 괴롭기도 하였습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분석해볼 만한 부분들이 풍부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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