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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나비의 비상 <어폴로지> 인디토크

by indiespace_은 2017. 3. 30.

나비의 비상  <어폴로지>  인디토크


일시 2017년 322일(수)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

진행 박상근 영화사 그램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정 님의 글입니다.


<어폴로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영화에 있어 가장 흥미로운 건 한국인 감독이 만든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캐나다 여성 감독의 열정으로 탄생한 영화는 역사의 피해자를 향한 우리의 무관심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깊은 공감의 눈길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연대하고 살아가며 투쟁하는지 이야기한다. 할머니들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대표를 모시고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박상근 영화사 그램 대표(이하 진행): 인사 말씀 부탁드릴게요.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이하 윤): 안녕하세요. 영화로 할머니들의 삶을 공감하고 늦은 시간까지 남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윤미향입니다.


진행: 영화를 보고 나서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렸어요. 영화 제목이 ‘어폴로지’인데, 저는 스스로 사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일 놀라웠던 것은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캐나다 국적의 여성이라는 거죠. 2009년에 아시아를 여행하면서 이 사안을 알게 되었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요. <어폴로지>는 특히나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다른 영화와는 다른 뚜렷한 장점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윤: 영화 촬영 이후 상황을 먼저 설명드릴게요. 영화에서 아델라 할머니와 함께 있던 분도 돌아가셨고 할머니들의 필리핀 쉼터도 방치되고 있어요. 원래 돌보미 역할을 하시던 ‘넬리아’가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쉼터가 방치되고 있는 거죠. 티파니 슝 감독은 ‘위안부’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필리핀에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어요. 거동이 불편한 중국의 차오 할머니에게 의료기기를 전달하기도 했고요.


관객: 중국 정부나 필리핀 정부에서 지원을 하고 있나요?


윤: 대만 정부의 경우 지원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한 할머니에게 두 명의 자원봉사자가 배정됩니다. 활동비는 정부가 부담하고요. 할머니들이 유엔(UN)이나 해외에서 활동하는 경우의 경비 또한 모두 부담합니다. 네덜란드에도 피해자가 있습니다.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을 지배했는데, 이후 일본이 지배하게 되면서 그곳에서도 피해자가 발생하게 되었어요. 네덜란드 정부는 일본 정부에게 계속해서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그 외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의 경우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고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어요. 중국의 경우에는 피해자 지원을 하지는 않지만, ‘위안부’에 대한 과거 자료를 축척하고 있어요.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되지 않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어요. 차오 할머니의 경우도 불을 켜지 않고 생활을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요. 90년대 초만 해도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하나도 없었어요. 94년에 유엔이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서 조금씩 달라졌어요. 국제적인 관심이 앞서자 정부도 반응을 하더라고요. 


진행: 어떤 동기로 수요시위를 끌고 가는지 궁금합니다.


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26년 활동의 역사 속에서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시위를 시작하려 일본 대사관으로 향할 때마다 중압감으로 마음이 힘듭니다. 그렇지만 돌아올 때는 모두 웃으며 돌아옵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도 물론 엄청난 힘이 됩니다. 초반에는 길가 한 귀퉁이에서 시위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는 ‘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저러고 있냐’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할머니들이 그 자리를 포기하지 않으니까 드디어 사람들이 할머니가 부끄러운 존재가 아니고 우리가 부끄러운 존재라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저를 지치지 않게 하는 원동력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연대감인 것 같아요. 그만큼 여러분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관객: 우리나라도 베트남 전쟁에서 성폭력 가해자였는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정책이나 사업 등이 있나요?


윤: 이 질문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처음에 국내에서만 운동을 할 때에는 다른 나라 여성들이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 알지 못했어요. 그런데 유엔 활동을 하면서 외국의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세계를 아우르며 여성 문제에 대해 생각하면서 할머니들이 달라졌어요. 처음에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운동이었다면 이제는 ‘나와 같은 아픔을 물려줄 수 없다’는 메시지로 변화했어요. 2012년 여성의 날에 만약 일본 정부가 배상한다면 전액을 고통 받는 전쟁 피해자 여성에게 기부할 것이라고 발언을 하셨어요. 그렇게 ‘나비기금’을 만들었고 콩고 성폭력 피해자 여성들이 만든 단체 ‘마시카’에 후원했습니다. 2013년, 나비기금이 일주년이 되었을 때부터는 매년 베트남으로 사죄기행을 갑니다. 마을 입구에서 제사를 드리고 학살이 가장 심했던 학교에 지원을 합니다. 어찌나 잔혹했는지 정부 허락 없이는 마을에 들어갈 수조차 없습니다. 2015년, 베트남 정부의 허락을 맡아 마을 피해자 15분을 인터뷰하고 그 자리에서 사죄를 드리고 30명에게 매월 50불씩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성폭력으로 태어난 2,3세에게 땅을 평생 빌려서 농사지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해요. 그런데 작년부터 베트남 정부에서 한국 정부의 압력 때문에 제동을 걸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지속적으로 베트남 정부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관객: 제목에 관한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나비의 눈물’이라는 제목이었어요. 지금은 왜 ‘어폴로지’라는 제목인가요?

 

진행: ‘나비의 눈물’이라는 제목이 감독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연약한 사람들이 아닌데 연약해 보이는 느낌이 싫다고 했어요. ‘나비’라는 단어는 괜찮은데 ‘눈물’이라는 단어와 함께 있으니까 연약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죠. 할머니들을 억지로 강하게 그려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연약한 분들은 분명 아니니까요. 그래서 영어 원제 그대로 ‘어폴로지’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관객: 일본의 다수가 어떤 식으로 집회를 바라보는지 궁금합니다.

 

윤: 대다수는 관심이 없고 아예 모릅니다. 왜냐하면 역사 교육에도 없고 언론에서도 제대로 된 사실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30여 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가해국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 국회의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 할머니들이 소송할 때 자원봉사 하는 변호사들도 있고 할머니를 후원하는 단체도 있습니다. 일부 일본인 학자들도 문제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일본의 대중매체에서 양심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내보내지 않고 과격한 반일 운동으로 표현하여 사람들을 선동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일본에서 양심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고립시킵니다. 지금도 우익 학생들이 데모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국이 좋으면 한국으로 가라’고 쫓아다니면서 소리칩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일본의 젊은 세대와 적극적으로 교류의 기회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연구든 문화든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각자의 역할을 해낸다면 장래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행: 티파니 슝 감독이 영화를 6년 동안 찍었어요. 그동안의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윤: 사실은 가장 바쁘고 힘들 때 티파니 슝 감독이 찾아왔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기피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길원옥 할머니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짊어지려고 해요. 티파니 슝 감독에게도 마찬가지였어요. 할머니가 수락했으니까 당연히 저희도 동의했죠. 그 이후, 티파니 슝 감독이 진정으로 함께 아픔에 공감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감독님이 몸이 아주 안 좋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에도 할머니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어요. 교감이 정말 끈끈했어요. 원래 길원옥 할머니가 얼굴을 잘 기억 못하는데 티파니 슝 감독은 지금도 기억하세요. 그만큼 감독이 할머니에게 헌신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잘해내지 않았나 생각해요.


진행: 이제 마무리를 해봐야할 것 같네요. <어폴로지>가 여러분의 마음속에 기록되는 영화이기를 바랍니다. 또한 <어폴로지>의 할머니들이 여러분들께 한 분의 할머니로 기억되는 시간이었길 바라요. 여태까지 ‘위안부’ 영화가 많이 있었지만, <어폴로지>가 알게 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윤: 여러분, 할머니들의 손을 잡아 주세요. 길원옥 할머니의 목소리가 되어줄 사람이 필요하고 할머니의 기억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함께 외치고 함께 걸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홈페이지(www.womenandwar.net) 들어가면 1억인 서명운동이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 9월 13일이 1300차 수요시위입니다. 그날 까지 300만 서명을 모아 유엔과 일본대사관에 제출할 것입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어폴로지’. 사과를 받기 위해 그들은 이미 너무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사과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사과를 받는다 해도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노력해야만 하는 걸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이미 천회가 넘어버린 수요시위. 피해자들에게, 우리의 할머니들에게 사죄해야할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어쩌면 우리들인지도 모르겠다. 무관심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이 더 이상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순히 피해자만의 문제, 여성들만의 문제로 남아서는 안 된다. 이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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