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미니멀리즘의 삶  FoFF 2017 <천에 오십 반지하>  인디토크


일시 2017년 2 27일(월) 오후 5 30분 상영 후

참석 강민지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희원 님의 글입니다.


대구가 고향인 감독은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지낼 집을 구하기로 한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기 위해 보증금도 가급적 최소비용으로, 월세도 자신의 알바비로 충당할만한 20만 원 선으로 조건을 정한다. 집의 필수 요건일 채광과 최소 면적, 부엌과 화장실 유무 등 비용에 맞춰 포기해야 할 옵션들이 되어버린 집(방)들을 보며 감독은 좌절한다. 집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서울 청년들에게 집다운 집이란 곧 언감생심, '이상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웃풍이 드는 옥탑방, 부엌-화장실-방 공간의 구분이 무색한 원룸, 빛도 없이 옆방의 소음을 고스란히 들어야 하는 고시원 등 집을 구하려는 감독의 고군분투기에 관객들은 공감하며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서울에서 월세 20만 원으로 부모님께 보증금 천만 원 손 벌리지 않고 구할 수 있는 집이 있을까? 그 치열하고 답답한 현실에 대해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가져보았다. 



진행(민지연 FoFF 청년기획단): <천에 오십 반지하>가 집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보니 감독님이 지금은 어디에 사는지 궁금합니다. 


강민지 감독(이하 강): 지금은 서울을 벗어나 의정부에 살고 있어요. 


진행: 제가 20대 초반이고 졸업을 일 년 앞두고 있어서 정말 공감하면서 봤어요. 지금까지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서 독립하면 자유롭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쉽지 않겠구나 싶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응원하면서 봤습니다. 보는 내내 제발 좋은 집을 구해서 안정적으로 정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말이 씁쓸해요. 의도한 건지 궁금합니다. 


강: 항상 GV를 하면 결말에 대한 얘기가 나와요. 처음 영화를 기획하면서 생각해둔 결말이에요. 길면 이 년, 짧으면 몇 개월 단위로 계속 이사를 다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지금 내가 어디에 살게 됐는가가 과연 중요할까 생각이 들었어요. 저와 똑같이 영화의 결말도 불안의 선상에 두고 싶었어요. 지금 제가 어디에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진행: 지금 살고 있는 의정부의 집은 영화에 나오는 집들보다 괜찮은 환경인가요?


강: 조금 낫지만 거의 비슷하죠. 그래도 서울에서 벗어나니 집값은 좀 저렴해요. 


진행: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강: 서울에 학업 때문에 올라와 독립해서 혼자 사는 분들이 많잖아요. 집에 대한 부담이 제일 큰 것 같아요. 부모님께 지원을 받고 살아도요. 그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자 관심사였던 것 같아요.  


진행: 극적인 사건도 많고 감독님이 유쾌하게 등장해서 재미있었어요. 가족들이 신스틸러더라고요.(웃음) 편집의 역할도 큰 것 같아요.


강: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사실 그렇게 밝은 이야기가 아닐 수 있는데, 우울한 정서가 영화를 지배하게 두고 싶지 않았어요. 물론 우울하긴 하지만 현실이죠. 새로울 것도 없는 상황이고요. 나는 이렇게 살고 있고 아마 미래에도 이렇게 살 거예요. 영화 자체가 우울하게 점철될 수도 있었는데 그것만큼은 피하며 편집을 했어요. 


관객: 영화를 서울에서 찍은 건 굉장히 효과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영화에서 친구가 대구에서 살면 되지 않겠냐고 할 때 감독님이 묘하게 설득이 된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서울에 있어야 하는지, 지역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이렇게 힘들게 집을 구해서 어떤 것들을 하고 싶은 지도요.


강: 서울에 있다가 대구로 내려갈 수도 있겠죠. 내려가는 게 해결의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책임지지 못하고 내려가 부모님께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게 되니까요. 부담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전가되는 거죠. 물론 친구의 그 말은 묘하게 설득은 되었지만 해결의 방안은 되지 못했어요. 왜 서울이어야 하냐는 질문에 답을 드리자면, 서울에서 독립을 시작하게 되었고,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가장 이슈화시키기 좋은 게 서울이기 때문이에요. 사실 영화를 만들고 작년에 잠깐 대구로 낙향했어요. 부모님 집에 몇 개월 있다가 의정부로 올라왔어요. 다른 다큐멘터리를 만들고자 올라왔어요. 생각만 하고 있고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웃음)


진행: 혹시 가족이 등장하는 영화인가요? 


강: 가족 한 번 더 팔아먹으려고요. 어차피 팔아먹은 거.(웃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많더라고요. 역시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웃음)


진행: 영화를 본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요?


강: 부모님은 아직 안 봤어요. 생각보다 제가 하는 일에 크게 관심이 없어요.(웃음) 계속 생업으로 바쁘고요. 고향에서는 상영한 적이 없어요. 하게 되면 아마 마음 아파할 것 같네요. 장남은 봤어요. 되게 싫어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크레딧에 오빠 이름을 안 넣었어요.



관객: 어쩔 수 없이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이인데, 감독님은 그런 스트레스에 긍정적인 것 같아요. 긍정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강: 카메라 앞에 있어서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어요. 카메라가 없었으면 부정의 힘으로 살았을 거예요. 사기를 당한 상황들이고 만약 내가 다큐멘터리를 찍는 중이 아니었다면 되게 절망했겠죠. 그런데 찍는 중이니 뭔가 상황 하나 나온 것 같고,(웃음) 그 힘으로 일련의 과정들을 견딘 것 같아요. 


관객: 굳이 천만 원을 마다하고 방을 찾아다니는 건 어떤 이유 때문인지요?


강: 이 질문도 GV에서 많이 받아요. 청년 개인의 힘으로 오롯이 방을 구할 수 있느냐가 처음에 생각한 기획의도였어요. 천만 원이라는 금액은 막 사회로 나온 청년에게 불가능한 수치잖아요. 제 나름의 원칙을 세웠던 거예요. 천만 원을 가지고 시작했으면 물론 더 좋은 곳을 구할 수 있었겠죠. 


진행: 어떤 방법이 집을 구할 때 그나마 유용했나요?


강: 그냥 부동산에 직접 가는 게 나아요. 인터넷에는 허위 매물이 너무 많고 부동산을 거치지 않으면 휘둘리는 경우가 많아요.


관객: 처음부터 끝까지 셀프로 촬영할 수도 있었을 텐데 촬영감독을 따로 두고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 되게 단순하게, 제가 나와야 해서요. 평소와 다른 모습이 나오면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촬영을 전공하는 제일 친한 친구에게 부탁했어요.


진행: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본인이 직접 출연한 계기가 있나요? 


강: 처음에는 다른 인터뷰이를 앉혀놓고 촬영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어떤 분이 기획서를 보고 네가 나오면 어떻겠냐고 권했어요. 저도 제가 나오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한 약간 쉬운 선택일 수도 있지만요. 


관객: 만약에 한 번에 좋은 집이 구해졌다면 영화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합니다.(웃음)


강: 저도 그런 고민했어요. 만약 구해졌으면 그 집에 살고 있겠죠.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겠지만. 그런 상황이면 영화가 나올 필요가 없는 거겠죠. 


진행: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 그 전과 생각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같은 20대 청년, 하우스 푸어 또래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강: 힘내라고 할 수도 없고. 어떻게든 같이 사는 수밖에는…. 희망적인 말을 건넬 수 없군요.



전체 소득 중 주거비 부담 비율(RIR)이 30%를 넘어가면 주거 빈곤층이라 한다. 현재 한국의 1인 청년가구 절반이 주거비로 소득의 20% 이상을 지출한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최소 공간, 최소 짐이라는 강요된 미니멀리즘의 삶을 살아야 하는 청년들. 감독을 비롯한 청년 관객들은 집을 얻는 일에서부터 자신의 꿈이 현실에 맞춰 재단 당하는 경험을 한다. 원룸, 고시원, 옥탑방, 반지하가 아닌 햇볕이 들고 부엌과 화장실도 있는 종합적인 집의 형태를 갖춘 공간에서 청년들은 언제쯤 ‘살’ 수 있을까. 청년들이 큐브(방)를 탈출해서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는 날은 과연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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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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