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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내가 본 것, 그리고 네가 본 것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인디토크

by indiespace_은 2017. 3. 22.

내가 본 것, 그리고 네가 본 것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인디토크


일시 2017년 3월 15일(수) 오후 8 상영 후

참석 김경원 감독 | 배우 박정민

진행 김영진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현재 님의 글입니다.


영화는 종종 현실에 비유되곤 한다. 영화는 전통적으로 카메라 없이 존재할 수 없는 매체이고, 카메라는 조작하는 사람이 보는 것의 일부를 본뜨는 수동적인 기계이다. 때문에 영화는 간혹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보여주는 매체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이 정말 현실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카메라를 조작하는 사람은 뷰파인더를 통해 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리얼’ 혹은 ‘진짜’는 ‘아티스트’들의 오랜 과제였다. 이런 과제에 용감하게 뛰어든 ‘아티스트’ 김경원 감독과 박정민 배우를 만나보았다.



김영진 평론가(이하 김영진): 안녕하세요. 김영진입니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특별초청으로 상영한 적이 있어요. 제가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 애프터서비스 차원에서 나왔습니다. 


김경원 감독(이하 김경원):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연출한 김경원이라고 합니다. 


박정민 배우(이하 박정민): 안녕하세요. 저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에서 ‘재범’역을 맡은 박정민입니다. 반갑습니다.


김영진: 박정민 배우는 전주에 몇 번 왔었어요. <신촌좀비만화>(2014)가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을 때 제가 덕담을 한 마디 한 게 기억이 납니다. “박정민 배우는 조만간 뜰 것이다”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실감이 나네요. 뜬 거 같아요. 


박정민: 감사합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김영진: 아직 배고파요?(웃음) 먼저 김경원 감독님, 어떻게 이 이야기를 착상하게 되었는지요.


김경원: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고 썼기 보다는 제가 살아오면서 궁금했던 것들과 의아했던 것들에 대해 쓴 거 같아요. 가령 죽은 예술가의 미공개작이라던지. TV를 보는데, 어떤 배우분이 본인이 산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작가분이 정말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라고 반어적으로 강조하는 걸 보면서 살짝 살기 같은 것을 느꼈어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예술가의 이야기는 어떨까, 예술가는 어떤 마음으로 이 상태를 바라보게 될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김영진: 굉장히 제목에 충실한 영화에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웃음) 박정민 배우는 이 영화를 제안 받았을 때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는지, 또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어떤 매력을 느꼈는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박정민: 미술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조금 확장시켜보면 제가 하고 있는 일들과 맞닿아있어서 전달할 수 있는 게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결정을 하게 된 거고요. 근데 영화가 완성된 것을 처음 보고나서는 조금 속상했어요. 영화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저는 제가 나온 영화를 처음 보면, 정말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워요. 저만 아는 실수들이 보이고 남들이 눈치챌만한 실수들도 보이고. 그래도 계속 보면서 영화를 느껴보려고 하는 중이에요. 류현경 배우와 이 영화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진짜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한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김영진: 두 가지 경우가 있어요. 자기 영화가 너무 좋아서 무지하게 많이 보는 사람이 있고 반면에 박정민 배우처럼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감독님한테도 질문을 한 가지 드릴게요. 사람들의 소감이 다 다를 텐데, 제가 영화를 보고 잔상에 남은 것은 그림을 보는 프레임에 관한 것이에요. 그림을 정관하고 있는 장면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김경원: 일단 이 영화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는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에요. 영화 안 인물들이 그림을 바라보게 되고, 그림이 그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죠. 어떻게 보면 그게 신념을 다잡는 시간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스스로가 믿음을 갖게 되는 시간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김영진: 박정민 배우가 맡은 주인공 역할이 편하게 이야기하면 재수가 없는 인물이에요. 미술계에서 비교적 나이가 젊은데 닳고 닳았고 세속적이고 심지어 나중에는 극단적인 행동을 마다하지 않아요. 그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고민이 됐을 것 같아요. 시나리오로 받았을 때 불안한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박정민: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지젤’ 쪽에 이입이 됐어요. 저는 재범을 연기해야 하는데. 제가 맡는 역할이 미울 때가 종종 있어요. <파수꾼>(2010) 찍을 때도 처음에는 그 친구가 굉장히 미웠어요. 하지만 어쨌든 제가 연기를 해야 하는 인물이니까, 이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표현을 해야 하니까, 재범도 지젤이랑 별반 다를 게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나름 소신도 있고 신념도 있는데, 서로 하는 일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하고 선택이 만든 결과물과 상황이 괴물을 만든 것뿐이다, 생각을 하고 접근을 하니 이 인물에 대한 측은함도 생기더라고요.


김영진: 영화 초반 상황이 좀 황당하지 않습니까? 술 먹고 취해서 잤는데 무모의 상태, 온 몸에 상처가 있는 채로 깨어나 통화를 해요. 인물의 톤을 잡으려면 이것저것 생각이 참 많았을 거 같아요. 토론하는 과정이 있었나요?


김경원: 큰 논의는 없었어요. 시나리오대로 정직하게 촬영을 했어요. 정민 배우가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죠. 예민하고 영민하게 연기를 해주었어요. 뒤에 나오는 ‘오인숙’이라는 캐릭터가 예측 불가한 인물이어야 했기 때문에 조금 엉뚱한 방법으로 드러냈습니다. 또 ‘제임스 곽’이 “쾌락의 끝은 고통과 맞닿아있다”라고 말하는 부분과 연결시켜 보면 이해에 조금 도움이 될 거 같아요. 


박정민: 그 장면이 아마 제 첫 촬영이었을 거예요. 처음 보는 스태프들 앞에서 옷을 다 벗어야 했죠. 하나의 해프닝을 대하는 재범의 모습으로 이 친구를 설명하고 싶었고,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 사건이 보통일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는 썩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에게 그리 중요한 사건처럼 보이지도 않아요. 그런 톤으로 준비를 했던 것 같습니다. 


김영진: 그림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고민이 많았을 거 같아요. 그림을 돈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값비싼 그림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김경원: 프리 프로덕션 기간이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미술감독님과 상의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다양하게 해석 가능한 그림이었으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주제를 관통하는 그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기본적으로 ‘만다라’였어요. 근데 12억짜리로 보이게 준비를 하려면 작화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더라고요. 여기에 나오는 작품이 열여덟 개정도 되는데, 작가가 거의 하루에 하나씩 작화를 해야 했어요. 크기도 굉장히 커서 디테일한 부분은 손 쓸 수가 없었어요. 욕심으로는 더 파워풀하게 하고 싶었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진행하기로 했죠.


김영진: 마지막에 ‘박중식’이 TV쇼에 나오는데, 은근히 ‘뻥’이 센 거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그림 두 개 놓고 막 질러대는 느낌?(웃음)


김경원: 그 부분에서 재범이 씩 웃어요. 우주의 빅뱅 얘기 등이 나오죠. 현학적으로 해석하는 모습이 저에겐 유머로 느껴졌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약간 뻥으로 느껴져도 상관없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더 과잉되게 시나리오를 썼던 것 같아요.



김영진: 약간 블랙코미디의 톤이 있어요. 후반부에 기자 나오는 장면에서 나름 연기 연출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주인공을 보여줄 시간이 충분치 않고 기능적으로 들어간 장면이다 보니 액션이 별로 없어요. 정색하고 얘기하는 게 코미디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굉장히 성공적으로 인물을 묘사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요.

 

박정민: 이미 감독님과 상의가 다 된 장면이고 감정선 등 연기에 대한 것들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상태였기 때문에 부담은 별로 없었어요. 다만 그 장면은 스테디 캠을 사용했는데, 저는 그게 좀 어렵더라고요. 제 주변을 돌고 있는 카메라와 호흡을 맞춰서 연기를 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나름 선방했다고 말씀해주시니 의미가 있네요.


김경원: 그 날 촬영이 굉장히 빠듯하게 진행되었어요. 미술관을 대관했는데 정해진 시간이 있었어요. 그 부분에서 조금 애로 사항이 있었던 거 같아요. 


김영진: 굉장히 잘 만들어진 장면이에요. 연출과 연기 전부 정확하게 계산하고 움직인 거 같아요. 


관객: 엔딩 크레딧에 여주인공 아역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영화에는 전혀 나오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해요. 또 지젤이 전생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데, 자기가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을 암시하는 복선인지, 아니면 진짜로 전생이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초반에 ‘관수’가 재범에게 상업 화랑에서 일하는 거 같아 너무 힘들다고, 형도 너무 변한 거 같다고 이야기를 해요. 그런 재범의 단계에 대해서 생각해둔 것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김경원: 지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교차편집으로 넣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 찍었는데, 잘 안 맞더라고요. 둘 모두 안 사는 것 같아서 버린 케이스에요. 그리고 지젤의 전생에 대해 답을 드리자면, 이 영화에서 만다라부터 십자가까지 종교적인 징후가 많이 나와요. 저는 예술의 영역이 종교와 많은 부분 맞닿아있다고 생각해요. 삶과 죽음도 마찬가지고요. 지젤의 집 벽에 “인간이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은 ‘신의 의지’와 ‘예술의 경지’”라고 쓰여 있죠. 이 세상이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전생에 대해 자신만의 믿음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젤을 설정했고요.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자면, 아까 정민 배우도 말했지만, 지젤과 크게 다를 거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재범이라는 캐릭터의 시작이에요. 그러다 변한 거죠. 처음에는 굉장히 순수하고 열정적이고 본인의 신념 앞에서 떳떳한 아티스트였지만, 후에 조금 변질된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그 부분을 넣었습니다.


관객: 연기를 하면서 많은 부분이 흔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으로의 박정민과 아티스트로의 박정민의 균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평소에 어떻게 맞추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정민: 저와 배우 박정민이 다른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정말 이 일이 좋아서 시작했어요. 앞으로의 방향은 제가 존경하는 선배들이 나아간 길을 똑같이 밟는 것이에요. 조금 아날로그적이기는 하지만, 소신을 크게 굽히지 않고 선배들을 그대로 따라가려고 해요.


















관객: 재범이 처음 그림을 봤을 때 굉장한 감동을 받았는데, 왜 나중에 그 태도가 변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어요. 지젤의 작품을 마치 자신의 작품처럼 여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작품을 갑자기 상업적인 의미로 다루는 것 같아서 그 점도 의문스러웠습니다. 나중에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김경원: 재범에게 중요한 건 본인이 선택한 작품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에요. 지젤이 살아나게 되면 그림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그림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재범이 만들어놓은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부정하는 거죠. 상업적으로 이용을 했다기보다는, 재범이 만들어낸 지젤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힘들었던 거예요. 그래서 저는 변질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박정민: 재범이 생각하는 가치 있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되었고, 또 그런 작가를 만났죠. 그런데 그 사람이 돌연 죽어버렸을 때, 큰일 났다는 마음도 들겠지만, 그 그림을 구매함으로써 죽은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선물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물론 본인을 위해서 행동한 부분도 있죠. 나중에는 그 마음이 더 커져서 파국으로 치달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관객: 지젤이 덴마크까지 가서 동양화를 공부하고 오는데, 그 설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리고 재범이 마지막에 지젤을 찾아가서 보고 싶었다고 이야기를 해요. 혹 러브라인 같은 걸 넣을 계획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김경원: 일단 러브라인은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보고 싶었다고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보고 싶었다는 표정은 아니잖아요. 만나러 온 명분이 필요해서 그냥 말했던 거 같아요. 그 장면에서 살기 같은 게 느껴지길 바랐어요. 돌려 말하는 것이 솔직하게 말하는 것보다 더 무서울 것 같았고요. 덴마크 설정의 경우, 덴마크가 가진 이미지가 어떤 이상향과 닿아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이 이야기를 만들 때 ‘페터 회’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 작가가 덴마크 작가였어요. 그리고 주인공이 이상향을 따라 떠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반적인 뉴욕 같은, 성공을 위한 게 아니라 그냥 가고 싶은 곳을 갔으면 했어요.


관객: 예술가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고 결말에서 일상의 예술을 지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술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가 대중과의 호흡이라고 생각해서 나온 결말인지 궁금해요. 감독님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가치의 위치는 어디인지도 궁금합니다.


김경원: 이 영화의 결말에서 냉소적인 부분이 조금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한편으로 진실을 이야기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추구하는 것이 대중과 함께하는 예술이라기보다는, 솔직함이거든요. 영화의 결말이 오인숙의 선택 안에서 스스로에게 솔직한 행위였다고 생각해요. 계속 뻥튀기가 되고 양념을 치게 되면서 조금씩 변질되는 부분이 제일 무섭죠. 스스로에게 솔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 장면을 넣었습니다.


관객: 처음에 재범이 박중식에게 지젤의 그림을 팔고나서 지젤이 어떻게 팔았냐고 물어보니 장점은 부각시키고 단점은 없애서 팔았다고 말해요. 근데 박중식은 작품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하고요. 왜 재범이 지젤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궁금합니다.


김경원: 재범이 박중식에게만 그림을 판 게 아니라 박중식에게 그림을 판 것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그림을 팔아요. 경매에도 나오죠. 재범이 지젤에게 박중식 선생‘도’ 사갔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겠죠. 이 부분들을 통해 이해를 하면 될 거 같아요.



관객: 마지막에 다양한 장소가 등장하는데 그 장소들의 연결점이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중간에 갤러리에서 사람들이 모여 지젤의 과거를 만들어요. 자극적인 단어, 소재들을 사용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경원: 먼저 두 번째 질문의 답을 드리자면, 자극적으로 보였으면 했어요. 실제 역사적으로 여류작가 중 성폭력과 관련지어 해석된 작가들이 꽤 있어요. 자극적으로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해설을 듣고 작품을 보면 그 작품이 다르게 보일 때가 있잖아요. 그런 오묘함이 블랙코미디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엔딩은 어떤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일반적인 다양한 장소를 등장시킨 것입니다.


관객: 사람을 죽이는 연기를 하는 게 굉장히 두려울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정민: 개인적으로 상당히 어려워요. 진짜로 죽일 듯이 연기를 해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다치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스킨십을 과격하게 하니까요. 감정뿐만 아니라 테크닉에도 신경을 써야해요. 이 영화에서 제가 지젤을 죽이려는 장면은 류현경 배우의 리액션이 만들어낸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때리거나 맞는 장면들이 가장 어려워요. 그 당시에는 감정에 집중하려고 열심히 노력을 해서 잘 넘어갔던 거 같아요.


김영진: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거 같아요. 각자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경원: 짧은 시간에 정말 타이트하게 만들어낸 작품이에요. 지금 되게 많은 응원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감격스럽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그래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정민: GV 등으로 관객 여러분들과 소통할 때 감독님도 저도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들을 받는데, 그게 좋아요. 뚫어져라 봐주신 것 같아서요. 이런 자리가 항상 즐겁습니다. 아마 이 영화로 관객 분들을 만나는 것은 이 자리가 마지막일 것 같아요. 그동안 여러분 덕분에 많이 배웠고 이렇게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만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진짜’와 ‘가짜’는 구분하는 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오래된 주제이자 많은 사상가와 예술가를 무덤으로 보낸 심각한 주제이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이러한 무겁고 심각한 주제를 블랙코미디로 그려낸다. 이것이 코미디일 수 있는 까닭은 영화가 ‘가짜’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아니면 ‘진짜’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이러한 인식에 대한 질문 앞에서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믿음과 신념이라는 나름의 답을 제시한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영화와 같은 현실을 실시간으로 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은 아마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본 것을 믿었고 그 중 다수는 나름의 답을 찾으려 무던히 노력하였다. 우리가 이 영화를 보고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본 것에 대한 나름의 믿음을 서로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를 통해 진짜는 중요하지 않다는 냉소와 알 수 없다는 허무를 딛고 일어설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믿음을 긍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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