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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다 '멀티채널 시대의 독립영화'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충북>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6. 11. 29.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다  멀티채널 시대의 독립영화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충북>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11월 10일(목) 오후 6 30분 상영 후

참석: 미디어로 행동하라 영상팀

진행: 원승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상효정 님의 글입니다.


하나의 현장에 모여 미디어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미디어로 행동하라>(이하 미행) 프로젝트. 삼척과 밀양, 그리고 영덕에 이어서 이번에는 노조파괴를 주제로 충북 지역의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유성기업 노동자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담은 <사수>, 콘티넨탈과 보쉬 전장에서 벌어진 노조탄압을 다룬 <선>과 <nowhere>, PLA 공장이 멈춘 후 그곳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문평동 48-3>, 그리고 청주노인요양전문병원의 노동현실이 담겨진 <천막>까지. 이 다섯 가지의 이야기들은 침묵하는 회사와 외면하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로부터 가려진 채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들이다.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충북>은 그 안의 사람들, 그 안의 이야기 그리고 노동탄압에도 “금속노조는 무너질 수 없어요”라 말하는 굳건한 목소리를 카메라에 오롯하게 담아낸다. 

   


원승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장(이하 진행): 차례대로 인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송이 감독(이하 송이): <문평동 48-3>의 송이라고 합니다. 


손경화 감독(이하 손경화): <nowhere>의 손경화입니다. 


김상패 감독(이하 김상패): 손경화, 김정근 감독님과 같이 <nowhere>를 작업한 김상패라고 합니다. 


김설해 감독(이하 김설해):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충북> 프로젝트를 준비한 총무 김설해입니다. 


진행: <미디어로 행동하라> 프로젝트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설해: <미디어로 행동하라> 프로젝트는 2014년에 처음 시작됐어요. 원래 ‘복지갈구 화적단’이라는 영상 팟캐스트 방송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10분 내외로 진행되었어요. 이렇게 지역 이슈들을 담은 대안적이고 독립적인 영상 작업을 2년간 쭉 하다가 채널을 하나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은 확인이 됐는데, 그럼 이 채널을 우리는 어떤 의미로 써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작품을 올려서 편성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작자들에게 힘이 될 수 있게 같이 현장에 가서 공동으로 하나의 이슈를 갖고 여러 명의 제작자가 교류하고 이슈도 나누고 네트워킹하면서 프로젝트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복지갈구 화적단을 계속하면서 <미디어를 행동하라>는 이벤트처럼 1년에 한두 번 정도만 하려 했는데, <미디어를 행동하라>에 제작자들 참여가 점점 늘어나면서 복지갈구 화적단 작업은 중단되고 이 프로젝트가 살아남은 상태죠. 


진행: 4박 5일 동안 작업이 진행되는데, 이 작업 방식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요? 


김설해: 지역마다 계속 활동해오고 있는 코디네이팅 미디어 활동가들이 있는데요, 그 현장과 결합해 있어요. 혼자서 다 담당하기 어려우니 다른 사람들과 같이 현장에 힘도 주고 제작자들끼리 교류를 하자는 식으로 기획, 촬영, 편집부터 상영까지 현실 가능한 날짜로 최소 4박 5일을 잡게 되었습니다.  


진행: 그러면 4박 5일 동안 기획부터 상영까지 다 이루어지는 건가요? 그렇다면 그 기간 동안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손경화: 첫날에는 현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인사를 해요. 그 다음에 팀을 짜고 그 팀과 함께 둘째 날까지 기획회의를 빡세게 한 다음 둘째 날, 셋째 날 촬영을 하고 셋째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쉬지 않고 편집을 하는 시스템이에요. 진짜 쉬지 않고 달려요. 빡세요.(웃음) 커피랑 밥을 컴퓨터 옆으로 배급소처럼 갖다 줘요. 


진행: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최소한으로 약속된 룰이 있나요? 아니면 각자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하는 건가요? 


손경화: 팀별로 기획을 겹치지 않게 조율해요. 밀양에서는 코디네이터 팀이 있었고 충북에서는 팀별로 알아서 작업하는 방식으로 하게 되었어요. 


진행: 김설해 총무님께서는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실 때 어떤 방식으로 이 내용들이 꾸려지고 사람들에게 소개되기를 기대하셨나요?


김설해: 예전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2006)처럼 사회이슈를 동시에 제작해보자, 아니면 어떤 주제를 갖고 각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동시에 제작해보자는 등의 아이디어는 계속 있어왔어요. 충북에서는 노조파괴라는 하나의 주제로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진행: 송이 감독님께서는 충북에 가서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송이: 저는 미행으로 삼척과 충북을 갔는데, 그 당시에 제 개인적인 타이밍하고 맞았어요. 환기가 필요한 상황에 있었고 미행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작업하는 방식이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어요. 



진행: 실제로 삼척과 충북, 두 현장을 촬영할 때 그 차이가 느껴졌나요?


송이: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저는 현장의 차이라기보다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경화: 저는 밀양과 충북을 갔는데 반응들이 달랐어요. 밀양은 ‘환경’과 ‘할매들’이라는 프레임이 있었기 때문에 페이스북에 공유하면 노동운동에 관심 없는 사람들까지 폭넓게 후원을 해주셨고 ‘좋아요’를 눌러주셨어요. 적극적으로 지지를 받은 반면 이번 충북은 주변 분들에게 제안을 했을 때도 ‘노조파괴’라는 네 글자가 주는 거부감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호응도가 높진 않았어요. 


진행: 아무래도 노동문제라는 것은 끝나지 않는 문제이고 특정한 지역에서 특별하게 벌어지는 단일한 이슈가 아니다보니 관심도에서도 우려되는 지점들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작업을 하면서 기존의 노동관련 다큐멘터리와 차별화하기 위해 고민했던 지점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송이: 용역들과 싸우는 등 물리적인 장면들이 사실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이번 충북 현장에서는 그런 사건들이 4박 5일이라는 기간 내에서 없기도 했거니와 각 공장들의 노조파괴가 이미 어느 정도 진행이 된 상태였어요. 실제로 그 현장에서 ‘우리는 찍을 것이 없는데, 무엇을 찍을 건지?’에 대한 말들을 많이 들었다고 해요. 공장 문이 닫혀있기도 하고 회사 측도 없고 노동자 분들만 남아서 매일매일 시간을 보내는 상태였어요.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그분들의 이야기들을 더 잘들을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분들이 어떤 생각과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손경화: 말씀해주신 질문은 작업하는 사람이라면 많이 고민되는 지점이에요. 다녀오기 전도 그렇고 다녀와서도 그렇고. 막상 현장에서는 괜찮은데 말이죠. 가기 전엔 노동운동이라 해서 익숙한 사안이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그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들이었어요. 그 현장에 남아있는 분들은 예전부터 노동운동을 하시던 분들이 아니라 노조파괴가 진행되면서 노동운동 활동을 하게 되신 분들이었고요. 오랜만에 간 현장에서 무언가가 바뀌어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노동 상황이 심각하게 안 좋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인터뷰를 다 듣고 나서야 심각성을 느꼈고 이것을 표현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기간이 짧았어요. 가기 전엔 사운드 등 최대한 소스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가서 이야기를 듣고 일정을 소화를 하다보니 역시나 뻔하고 애매한 느낌의 결과물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미행이 앞으로 지속된다면 조금 더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획하는 기간이 조금 더 길게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김상패: 현장성에 대해 생각해봤을 때 사회적 이슈가 지나간 다음 상영하게 되면 계속 이슈화가 될지, 그리고 누가 볼지에 대한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미행 프로젝트가 앞으로 다양한 시도들로 계속된다면 시의성이 있을 때 바로 순발력을 갖춰서 굳이 극장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김설해: 이번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충북>에 제작자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여기 나왔던 유성기업 투쟁에 대해 장편 작업을 시작해서 내년 9월까지 하려고 하는데요, 그 전에는 계속 속보를 만들었어요. 오늘도 오체투지하며 청와대로 가는 것을 4일 째 촬영하고 왔어요. 이것을 당일이든 적어도 1주일 내에 편집해서 이슈 중심의 속보로 올리는 식이에요. 미행 프로젝트의 결과물들은 속보도 장편도 아니지만, 토론이든 교육의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들은 많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밀양 때도 송전탑 투쟁이 일어난 지 1년 뒤에 찾아간 것인데, 긴 투쟁의 결과나 그 전후 맥락들을 다 넣는 것은 아니지만, 몇 년이 지나도 할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아요. 노조파괴라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노조탄압의 역사는 길지만 복수노조가 만들어진지는 5-6년째 되는 것이고요. 최근에 상영했을 때 한 관객분이 조합별 노조파괴 상황들이 비슷해서 겹치는 양상으로 느껴진다고 하시더라고요. 


진행: 한 현장을 찍기로 결정하게 되면 사전에 방문을 해보고 돌아와서 회의를 하나요? 아니면 그 자리에 모여서 기획을 한 다음 역할을 분배하나요? 


손경화: 사전 모임 때 현장에서 오신 분들이 설명해주시는 자리가 있고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서 첫날에 모일 때도 자료들을 보여주면서 이런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아니면 이미 만들어진 것이 있다는 식으로 설명을 해주세요. 


진행: <미디어로 행동하라>의 모태가 된 복지갈구 화적단 같은 경우는 미디어 팟캐스트라는 명확한 유통 포맷이 있었는데, <미디어로 행동하라> 같은 경우는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한 기획이 있었나요?


김설해: 복지갈구 화적단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팟캐스트를 멈추게 되었는데, 서버로 썼던 외국 서버가 중단되어서였어요.(웃음) 그래서 그 다음에는 웹으로만 올렸고요. 삼척 프로젝트까지는 한 편당 10분 내외로 총 영상 5편, 라디오 1편으로 1주일에 한 번씩 올렸어요. 배급은 다큐멘터리 영화제라던가 몇 가지 통로들을 다 시도해봤었고 밀양 프로젝트 때는 사전에 기획할 때 배급 팀을 따로 꾸렸었어요. 그때 배급했던 손 감독님이 이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손경화: 만드는 것만큼이나 알리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밀양에서는 가기 전에 배급 팀이 많이 활동했어요.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미리 만들었고 현장에서 완성이 되는 대로 상영본을 바로 만들어서 한 봉투에 브로슈어, 잡지 등을 같이 담아 현장에 계신 분들께 판매를 했어요. 다녀오고 나서는 외부에서 상영하기도 했고요. 


진행: 웹에 올렸을 때 반응이 어땠나요? 


김설해: 관심 있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 이상으로 기능하진 못했던 것 같아요. 


진행: 그러면 이번 충북은 어떻게 배급하실 계획인가요?


김설해: 충북은 아직 원소스를 못 올린 상태이고 올해 안에 올리려고 해요. 충북 현장의 상황들이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현장의 소식이 나오는 영상, 소리, 잡지들을 웹에서 볼 수 있게 페이지들을 만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온라인 플랫폼 팀을 만들어보자고 하고 있지만, 아직 진행이 안 됐습니다.


손경화: 의외로 웹보다 오프라인으로 많이 상영했던 것 같아요. 삼척 편이 인디다큐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상영되면서 꾸준히 영화제에서 상영이 되고 있고요.



진행: 유사한 사례들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나 ‘미디어몽구’처럼 웹 베이스로 구독자를 지속적으로 형성하고 다양한 주제나 이야깃거리로 소통하는 방식의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이와 같은 작업들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송이: 굉장히 영향력이 커진 미디어라는 느낌이 들어요. 미디어 행동으로서 영상을 사용했던 사람들이 웹을 하나의 돌파구로 계속 시도해봤지만, 거의 실패했죠. ‘왜? 우리는?’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취재력이랄까, 바라보는 태도랄까 이런 측면들에서 다른 것 같아요. 


손경화: 저는 ‘좋다. 열심히 해서 더 많이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해요. 공중파에서 해야 할 이야기들을 그곳에서 하고 있어요. 그리고 거기서 하지 못하고 남은 이야기들을 다뤘던 것이 이번 충북이라고 봐요. 그래서 이번 충북이 저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결과물들이 많이 알려지거나 어떠한 이슈들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현장에 계신 분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미디어 매체를 만난 것을 좋아하셨어요. 저희들도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것들을 만날 수 있었던 지점들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설해: 저는 속보를 계속 하는데요, 어떤 특정이슈를 찍어서 시기에 맞게 올렸을 경우에는 그 이슈를 확산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결합해서 몇 만 히트를 찍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미디어로 행동하라>는 많이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이 공유되면 뿌듯함도 있을 테고요. 


관객: 잘 봤습니다. 충북 편 다섯 곳의 상황들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번 미행 작품들을 보면서 공통점을 느꼈는데, 비어있거나 굴러가는 공장들을 고정 샷들로 찍으셨더라고요. 노조파괴 현상을 상징하는 것 같으면서도 무력감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했고 상당히 주의적인 느낌이 들었거든요. 각각의 샷에 어떠한 의도들이 담겨져 있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김설해: 청주노인요양전문병원의 조합원 분들은 두 달 전쯤에 병원이 재개원을 해서 들어가셨습니다. 병원이 전원 복직을 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순차 복귀라서 다 들어가시진 못했어요. 작업 치료실이 아예 없어져서 복귀를 못하시기도 했고요. 하지만 돌아가신 분들이 좋아하는 모습들을 보니 일단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복귀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단단해지거나 깨지거나 하는데, 그 감정의 골을 넘어 노동조합을 복구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알고 있고요. 보쉬전장이나 콘티넨탈 같은 경우는 이미 소수노조가 되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계속 마찰이 있었고 그 안에서 사건들이 크게 생기지는 않았어요. 두 공장이 붙어있는데, 그 동네에서 메탄올 가스가 유출이 되어서 냄새가 나는 상황이고 현재 징계위를 열고 있다고 합니다. 보쉬전장에서 좋은 소식이 있는데, 해고자 중 한 분이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받으셨어요. 그리고 PLA는 보통 생계 투쟁하러 간다고 표현을 하는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벌러 가시고 다섯 분 정도가 대표로 그 공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유성기업은 오체투지를 진행하시면서 현대, 기아차 앞에서 아직도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송이: <문평동 48-3> 같은 경우에는 공간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쓰려고 했어요. 첫날에 봤던 공장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았거든요. 최소한의 느낌으로 이 공간이 기록됐으면 좋겠고 여기 이 사람들이 이렇게 있었다는 것이 남겨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공간을 신경 써서 찍으려고 했습니다. 


손경화: <nowhere>는 멈춰있는 이미지가 없어요. 왜냐하면 촬영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공간을 찍을 수가 없었어요. 회사 측에서 굉장한 압박을 주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카메라도 숨겨야 했고요. 저희 팀은 녹취해서 커팅하기도 바쁜데, <문평동 48-3> 팀은 색 보정 작업까지 하고 계시더라고요.(웃음) 


진행: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역시 이 사람들은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야기를 빨리 찍어서 웹에 올리려고 하기 보다는 이 공간과 사람들을 어떻게 찍어서 어떻게 기억되고 남게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는 것은 속보 전쟁을 하는 미디어나 뉴스를 다루는 사람들이 갖는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런 점에서 오히려 이런 분들이 만드는 속보 영상이 스크린에서 보여질 때 또 다른 이질적인 느낌을 주고 보다 더 나은 자극제이자 또 다른 소통의 창구가 열리는 순간이라는 느낌도 있고요. 반면에 이 작품들을 어떻게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체계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의 고민이 한계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고민이 더해져서 하나의 채널에 꾸준히 쌓여간다면 채널의 힘을 통해서 미행에 참여하는 감독들의 고민이나 결과물, 그리고 보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활발하게 커갈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풍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요, 마지막으로 못한 말이 있다면 들어보도록 할게요.  


김설해: 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같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틀이 없는 상황이에요. 제작자 분들의 활동이 쌓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서 같이 찾아볼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손경화: 소통이나 배급을 위해서 기획을 더 빡세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미디어 활동가나 제작자들의 ‘힐링캠프’ 같은 느낌으로 격려하면서 모르는 사람들과도 서로 지지하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들이 소중했어요. 이 결과물들의 성과가 당장 눈에 띄지는 않더라도 말씀하신대로 앞으로 쌓여나간다면 또 다른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상패: 미행 프로젝트가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오래 살진 않았지만, 제 삶을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많은 에너지도 받았고. 개인적으로 만드는 영화에도 청주 보쉬 이야기가 나오는데, 조금 더 풍부해졌어요. 내년에도 꼭 참여하고 싶어요. 


진행: 많은 미디어 활동가들이 모이고 연대하면서 그 현장의 기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아요’ 100개 누르고 싶은 심정이랄까.(웃음)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활동가 분들이 밥심으로 힘을 낼 수 있도록 지지를 보탤 수 있다고 합니다. 굳이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지 않고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나 방법들이 있을 테니 향후에도 이 활동들을 같이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수고해주신 감독님들께 박수 보내겠습니다. 



노동탄압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음을 외면하는 현실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는 ‘갑’과 ‘을’이라는 암묵적인 동의가, 한 노동자의 죽음이 보이지 않는 침묵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나도 모르는 사이, 나 또한 무시 혹은 침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디어로 행동하라>에 담겨진 현장의 목소리들이 스크린 너머 우리의 목소리로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하나의 변화들이 모여 전체의 변화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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