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 기획] 지금, 독립영화


오늘도 독립영화는 우리를 기다립니다. 극장에서, 집에서, 때로는 우리가 뜻을 모아 함께하는 공간에서, 독립영화는 우리와 만나고 있습니다. 여기 독립영화와 좀 더 가까이 만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독립영화의 지금을 생생히 경험하는, 인디스페이스의 관객기자단 인디즈 10기가 전해드립니다.






지금, 여기의 소외된 목소리와 함께

 영화 <공동정범>, <피의 연대기>, <환절기>가 겨울을 지나는 방식 




*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연 님의 글입니다.




예술, 교육, 정치 등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미투 운동의 바람이 거세다. ‘Me Too’. 단순히 말하자면 나도 그렇다고 선언하는 행위이다. 이는 지나치고 침묵으로 일관해 온 과거를 마주하는 것이기도 하다. 소수자는 힘이 없다. 그들의 이야기는 더 큰 목소리 앞에서 희석된다. “나도.” 그렇기에 피해자들의 발화는 고백의 주체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라는 점,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연대의 의사 표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겨울을 맞이하며 인디스페이스에서 다음과 같은 작품들이 개봉했다김일란·이혁상 감독의 <공동정범>, 김보람 감독의 <피의 연대기>, 이동은 감독의 <환절기>. <공동정범>의 경우 용산 참사의 피해자, <피의 연대기>는 생리를 중심으로 여성들을마지막으로 <환절기>에서는 동성애자와 그를 바라보는 중년 여성의 시선을 재현해 내고 있다재현의 대상은 사회적으로 발언권을 지니지 못한 소수자이다세 영화는 대부분이 쉽게 목도하고 간과한 채로 넘어간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한다그 속의 인물들은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한다그들은 모두 상처받았노라고 고백하며이러한 자기 고백의 서술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왜곡 없는 카메라는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그런 의미에서 이 세 영화는 각자가 묘사하는 인물에 대한 충실한 책임감 혹은 윤리의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작은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열렬히 노력하는 지금여기 겨울을 보낸 소중한 독립영화들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우리앞에 가 있다.



소수자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주된 기제는 바로 대의명분이다. 어떠한 목적성이 그들의 요구와 감정 해소를 가로막는다. 어떤 문제에 대해 개인이 갖는 감정은 사사로운 것으로 치부되기 마련이다. 어느 해결도 보지 못한 채 상처 입은 목소리는 방황하게 된다. 한 사람의 감정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여상히 믿는 사회에서는 쉬이 이제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책망의 여론이 튀어나오곤 한다. 또한 소수자와 피해자라는 전형적인 이름표는 그들에게 위압적인 존재로 체감된다. 그러나 소수라는, 중요치 않다는 이유로 그들의 욕구를 묵인하는 행위엔 어떤 당위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가리기에 급급했던 상처와 불만은 언젠가 분출되기 마련이다. 그들은 한 명의 인간이며 그들 삶의 주체이다. <공동정범>, <피의 연대기>, 그리고 <환절기>는 이처럼 갈 길 잃은 목소리에 방향성을 부여한다. 그들이 선택한 전략은 개개인에 천착하기, 곧 집단과 명분에 가려진 생채기를 훑어가는 과정이다.


우선 세 영화는 재구성의 중심축을 개인에게 둔다. <공동정범>은 특히나 용산참사를 다루는 입장에서 집단, 국가가 아닌 피해자 한 명의 진술을 용감하게 취한다. 엄밀히 말하면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라는 당위적 주장을 펼치지 않는다. 오히려 방향성을 상실한 채 부유하는 감정들을 한 곳에 모아 분출시킨다. 감정의 표출이 우선이다. 그렇기에 피해자들의 진술은 각기 다른 언어로 발화된다.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다른 순간들을 상기해 내며, 타 피해자를 힐난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한 데 합쳐지는 것이 문제 상황이 아니라 상황 속에 가리어진 상흔의 궤적들이라는 점이다. 약자를 향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에 익숙해진 관객은 피해자 간의 다툼을 불쾌히 느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윤리적 잣대와 비난은 그들의 목소리를 강압하는 주된 기제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지적함으로써 <공동정범>은 개인과 더 나아가 개인의 감정에 대해 갖는 신뢰를 여실히 현시해 내는 데 성공한다.



영화 <공동정범> 스틸컷



<환절기> 또한 개인에 집중하기 위해 인물들이 맺어가는 관계를 부각한다. 관계의 중심축은 동성연인인 수현용준이다. 영화는 여기에 수현의 엄마인 미경의 시선을 덧붙이며 관계의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시간의 일방향적인 흐름과 함께 그들의 관계는 변모한다. 초점은 변해가는 관계 자체가 아니라 변화의 시간을 맞이하는 개인의 내밀한 감정이다. 때로는 관계에 의해 침묵을 요하는 감정들이 있다. 내가 아닌 너, 상대방을 위해 묵과되곤 하는 감정들이 있다. 환절기는 관계만을 제시하기보단 관계 속에 숨겨지곤 했던 의 내면을 비추고자 한다. 영화는 용준과 수현이 동성애자임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으며 동시에 수현의 엄마이자 중년의 여성일 미경에게 무조건적인 모성애와 화해를 강요하지 않는다.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명명하지 않으며 <환절기>는 세 사람을 오로지 한 명의 개인으로 바라볼 것을 관객에게 제안한다.


<공동정범>과 <환절기>가 기억의 어두운 단면을 제시했다면 <피의 연대기>는 그 반대의 지점을 묘사하고자 한다. <피의 연대기>는 고등학생, 대학생, 중년의 여성, 노년의 여성 등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행한다. 영화의 탁월함은 여성들에 대한 신중한 태도에서 기한다. 개인의 합으로 영화를 만들어 내되, 한 명 한 명의 고백을 절대 경시하지 않는다.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여경주 할머니에 가사노동 은퇴자라는 자막을 다는 것처럼. ‘개인적인 것이 곧 정치적인 것임을 잘 아는 영화는 경쾌한 리듬으로 개인의 발화를 담아내기 위해 인터뷰 외에도 내레이션과 애니메이션, 밝은 색감의 보정 등의 연출을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나도 생리해, 나도,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라고 본인의 경험을 꺼내는 여성들은 당당하고 유쾌하다. 약자는 언제나 위축된 존재가 아니다. 움츠러든 약자와 소수자의 상식을 깨기. 깨고 삶의 주체로 당당하게 욕망하는 여성의 모습을 그려내기. 바로 <피의 연대기>가 목표로 하는 바이다.



영화 <피의 연대기> 스틸컷



나와 나가 합쳐, ‘우리



세 영화의 가능성은 소수자의 프레임을 함부로 개인에게 가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영화 안에서 그들의 정체성은 유별나지 않으며 그러한 인식이 있기에 개인의 자유로운 고백, 진술, 진솔한 발화가 가능한 것이다. <공동정범>, <피의 연대기>, <환절기>는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세 영화는 개인에 집중하면서도 동시에 연대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인물 간의 연대이든, 스크린을 넘어선 관객과의 연대이든. 영화의 진술은 다수의 진술을 골간으로 이뤄진다. 나와 너, 너와 또 다른 나, 여러 개의 목소리를 합해 더 큰 하나의 목소리를 만든다. 제목이 공동정범이며, 피의 연대기이고, 환절기를 겪는 이가 사람인 이유다.


인물들을 괴롭히는 문제들은 결말부에 가서도 현재진행형으로 머문다. 참사가 훑고 지나간 용산에는 새로운 아파트가 꾸준히 건설되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국가로부터 어느 폭력도 인정받지 못했다. 한 달에 한 번 피를 흘리는 여성의 문제는 인구의 절반이 해당됨에도 아직도 여성만의 것으로 국한된다.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생리를 보다 복지적인 것, 사회적인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미미하다. 계절이 지나감에 따라 해결되는 듯했던 세 사람의 관계는 그들에게 여전히 지치고 극복하지 못하는 상처다. 여과는 되었지만 잔여물은 그들의 관계 속을 떠다닌다. 카메라는 담담하게 이들의 극복되지 못한 현실을 응시하며, 관객의 역할을 서서히 관조자에서 동조자로 전환시킨다. 거대한 구조가 어떻게 개인의 힘을 미약하게 만드는지, 그에 대해 개인은 나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는지를 지켜보게 하면서. 깨달음이 연쇄적으로 파생해 낼 행동의 변화를 기대하며 세 영화는 끝을 맺는다.


어찌 보면 해결을 제시하지 않으며 연대의 가능성을 미약하게 열어두는 세 영화의 태도는 냉정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해결을 강구하는 대신 대부분이 지나친 그들의 환부를 주시한다. 세 영화는 고백의 과정을 단지 지켜봄으로써 그들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추진력을 불어 넣는다.



영화 <환절기> 스틸컷



소수자를 다루는 대부분의 재현은 소수자의 프레임에 갇혀 차이점을 과도하게 부각한 나머지 그들이 동정과 연민의 대상으로 묘사될 여지가 존재한다. 동시에 소수자임을 은닉하는 행위는 관객에게 시혜적인 시선을 바라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소수자는 동정의 대상도 이해의 대상도 아니다. 그들의 다름은 당위의 영역에 머물러야 한다. 세 영화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오판의 가능성에서 빗겨나간 채로 재현을 성공해 낸다.


모든 시작은 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나로 귀결되는 나라는 동조의 표현은 변화의 시발점이다. 개인과 연대의 힘을 신뢰하기, 세 영화의 가능성은 이로부터 출발한다. 지금, 여기에 소외된 목소리와 함께. 이는 겨울의 냉혹함을 그대로 비추는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더 따듯한 계절을 향한 열망이기도 하다. 꽃을 피우지 못하더라도, 봄이라는 또 하나의 계절을 위해 <공동정범>, <피의 연대기>, <환절기>는 인간 개인과 그들 간의 연대라는 씨앗을 조심스레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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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절기 한줄 관람평


권소연 | 너와 내가 겪었을 환절기에 대해서

오채영 | 급격한 온도의 변화에 어떤 이는 심하게 앓는다

이수연 | 계절이 관계에 텁텁하게 스며드는 방식

박지원 | 서로의 환절기를 묵묵히 바라보며 지켜주며

임종우 |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꿈

김민기 | 부족한 관계들이 삶을 어렵게 할지라도

윤영지 | 몰랐던 얼굴과 계절을 마주할 때






 <환절기 리뷰: 몰랐던 계절과 얼굴을 마주할 때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영지 님의 글입니다. 



 

카메라의 시선은 태생적으로 비윤리적이다. 카메라를 통해 세계를 , 우리는 모든 사건으로부터 분리된 3자의 입장이 된다. 영화의 시선은 감독이 선택하고 부여한 시선이다. 관객은 시선으로 타인의 고통과 비극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라는 매체는 이야기와 인물을 바라보는 연출자의 시선과 태도가 핵심적일 수밖에 없다. 편의 영화를 만드는 데에 있어 형식에 대한 연출자의 치열한 고민은 어느 것보다 우선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 가치이. 좋은 영화는 응당 그런 고민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이동은 감독의 영화 <환절기> 사려 깊은 시선이 돋보이는 영화다.

 






<환절기> 한국 영화 속에서 지극히 대상화되고 범주화된 그저 엄마라는 역할로서 등장하고 사라지며 소비되던 중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러니까 영화는 엄마에게 이름을 부여한다. 그녀의 이름은 미경이다.

 

미경은 아들 '수현'과 친아들처럼 보듬었던 수현의 친구 '용준'이 연인 사이였음을 알게 된다. 영화는 식물인간 상태의 수현을 돌보며 용준을 외면하는 현재의 미경을 중심으로 사고 이전 인물의 관계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방식은 대게 관객의 흥미나 극적 긴장감을 유발하는 기능을 하지만 <환절기> 경우 그와 상반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치하면 극적으로 작용될 만한 사건과 정보를 인물보다 관객이 먼저 인지하도록 한다. 영화는 오프닝 장면을 통해 미경이 수현과 용준의 관계를 알기 관객에게 이미 그들이 연인이라는 사실을 려준. 따라서 관객은 충격적인 사건이나 예상치 못한 전개에 동요되지 않고  사건에 던져진 인물에게, 오롯이 앓는 주체로서의 인물에게 집중할 있게 된다.

 

또한 <환절기> 인물들을 표현하고 묘사하는 데에 있어 쉽고 간편한 표현 방식을 채택하지 않는다. 중태에 빠진 아들을 돌보는 어머니는 죽을 사람처럼 식음을 전폐한다던지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우지 않는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머리채를 잡고 육탄전을 벌이지도 않는다. 영화는 다소 밋밋하게 보일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고도 현실의 미묘한 결들을 영화에 최대한 옮겨 놓기 위해 애쓴다. 자신이 생명력을 부여한 인물이 극적 재미를 위해 예측 불가능하고 자극적인 행동을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이를 통해 관객은 타인의 고통을 구경하는 데에 그치거나 스스로를 고통의 세계와 분리하여 자기만족과 연민을 느끼지 않을 있게 된다. 다만 그들이 처한 문제들을 우리 모두의 문제로 확장하고 숙고해 있게 된다.

 






동성애라는 소재를 다루는 태도에 있어서도 <환절기> 여타의 영화들과 궤를 달리한다. <환절기> 동성애를 소수자의 사랑으로, 특별한 사랑으로 과장하지 않는다. 이는 실제로 동성애를 특이한 사랑, 평범치 않는 이들의 사랑이라고 여기지 않는 감독의 지극히 상식적인 인식에서 기인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미경이 아들 수현의 정체성으로 인해 혼란을 겪는 보일 수도 있으나 핵심은 그녀가 아들의 몰랐던 면모들을 알게 되는 데에 있다. 이는 실제로 영화 여러 가지 장면들로 뒷받침된다. 용준은 수현의 연인이기도 하지만, 미경으로 하여금 그녀가 알지 못했던 아들의 수많은 모습들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일례로 용준은 미경에게 녹음해 두었던 수현의 노래를 들려주고 미경은 아니 이게 우리 아들 목소리야?’하며 놀란다. 또한 용준을 통해 수현이 옷을 입을 고수했던 순서가 있었음을 알게 되기도 한다. 미경은 안다고, 안다고 생각했던 아들 수현의 새로운 얼굴과 목소리를,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한 용준이라는 인물을 통해 끊임없이 알아가게 된다


그러니까 <환절기> 굳이 칭하자면 퀴어 영화라기보다는 성장 영화에 가깝다. 미경의 성장은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사실상 <환절기> 다루는 거의 모든 크고 작은 서사와 장면들은 몰랐던 타인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에 서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가를 반추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 모든 인물들은 각각의 변화와 각각의 성장을 맞이한다. 영화는 미경만큼 용준의 변화에도 주목한다. 단적인 예로 수현의 면회를 갔을 용준은 그들과 떨어진 자리에서 홀로 담배를 피우며 알게 모르게 겉돈다. 하지만 극의 말미에 다시 사람이 모였을 용준은 담배를 끊은 상태로 등장한다. 장면에서 미경과 용준은 정말 모자 사이 같아 보인다. 용준은 수현의 부재를 겪는 동안 미경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성장을 이루어 것이다. 더불어 미경은 용준을 통해 수현을 이해한다. 이렇듯 환절기 속의 인물 간의 관계는 어떤 관계가 다른 관계를 반추시키는 식으로 촘촘하게 짜여 있다.


수현이 잠들어 있던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이 수현의 얼굴을 바라보았듯이 수현은 잠든 미경과 용준의 사이에 누워 둘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영화는 그렇게 막을 내린다. 이야기를 맺는 방식이 불친절하고 다소 뜬금없게 보여질 수도 있으나  결말은 수현의 성장을 의미한다. 서로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마주하는 . 감독은 이것이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이며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결말은, 영화를 끝내며 인물들의 미래를 판단하고 매듭짓는 것은 어쩌면 감독의 영역이 아니라고 이야기 하는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까 관객 각자에게, 혹은 영화 속에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라 믿는 인물들에게 직접 그들의 삶을 이어 나가도록 .






앞서 연출자의 윤리에 대해 언급했다. <환절기> 이렇듯 모든 인물에게 애정을 쏟으며 우리가 응당 어떠할 것이라고 속단하는 이미지를 고심하고 스스로 반문하며 현실의 미묘한 결을 살리려 애쓴다. 선택한 소재를 영화 속에 차용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비약이나 과장을 허용하지 않는다감독의 평소 고민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담긴 보인다. 예술을 신격화하고 신성시 여기며 수많은 불합리와 부조리를 저지르고 타인의 고통과 상처를 위무하는 다른 상처와 폭력을 교묘히 생산해 내는 작품과 작가들의 틈바구니에서 <환절기>라는 영화는 우리에게 영화 이상의 무엇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한다. 카메라의 시선은 비윤리적이지만, 카메라를 사람들의 시선은 윤리를 지키기 위해 애써야 한다. 영화 내내 드러나는 예쁜 마음들에, 그리고 어디선가 계속 살아가고 있을 인물에게 응원과 지지의 마음을 가득 담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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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가 겪었을 환절기에 대해  <환절기>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2월 22일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동은 감독ㅣ배우 이원근, 지윤호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권소연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계절과 계절이 바뀌는 시기, 환절기를 서로 다르게 보낸 세 사람이 있다. 즐거운 한 때도 잠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조심해야 하는 감기를 미처 피하지 못한 것 마냥 세 사람은 다른 모습으로 아파한다. 왜 아파해야 하는지 서로에게 이유를 묻다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그들은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받아들인다<환절기>가 개봉한 222일, 졸업식이 연상될 만큼 많은 꽃다발과 함께 인디스페이스에서 <환절기>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작품을 연출한 이동은 감독, ‘용준역의 이원근 배우 그리고 수현역의 지윤호 배우가 함께했다.

 






진명현 대표(이하 진행): 영화가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이후에 여러 계절을 거치고 지금, 딱 환절기에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이 감독님의 머릿속에서 이야기로 탄생하고 시간이 지나 스크린으로 관객을 만나게 된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동은 감독님의 장편 데뷔작이기 때문에 여러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초의 <환절기>의 모습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이동은 감독(이하 이동은): 201212월 겨울에 처음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했고 그 해 3월 즈음에 초고를 완성했습니다. 시나리오를 쓰고 나서 제목을 지을 시기가 환절기였고 주인공들이 겪는 계절이 환절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이번 영화는 처음으로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고 제 자신이 보고 싶은 이야기를 써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추운 계절에 혼자 외롭다고 느끼면서 썼던 시나리오인데 운 좋게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관객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진행: 이원근이라는 배우를 만나면서 영화가 생명을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배종옥 배우님의 열연이나 굉장히 도발적인 역할이었던 지윤호 배우의 수현까지, 굉장히 캐스팅을 공들여서 한 것 같은데, 두 배우님은 이 이야기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지윤호 배우(이하 지윤호): 처음에는 제가 수현을 맡는다는 소식을 모른 채 시나리오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일단 작품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습니다. 이렇게 참여하게 되어서 기분이 좋아요. 좋다고만 하기엔 영화가 많은 슬픔과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에 함께 했다는 사실은 마냥 좋습니다.(웃음)

 

진행: 이원근 배우님은 전작들에서 의도 없이 남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캐릭터를 많이 맡았는데, 이번에는 그걸 다 받아내는 물 같은 역할이었어요. 어땠나요?

 

이원근 배우(이하 이원근):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용준을 마주했을 때, 그의 먹먹함이 너무 좋았어요. 또 영화에서 세 명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선이 너무나 좋아서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는 강력한 마음이 들었어요. 영화가 조금은 무거운 내용이지만 행복하게 찍었습니다. 잊지 못할 현장이 아닐까 싶어요. <환절기>라는 작품이 제 인생에 큰 도움이 되고, 또 큰 지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행: 굉장히 훈훈합니다. 곧 봄이 올 것 같네요.(웃음감독님도 첫 장편 데뷔작을 함께해 준 두 배우가 각별할 수밖에 없을 텐데 촬영 현장에서나 완성된 작품에서 용준수현에게 각각 놀란 순간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동은: 이원근 배우는 용준을 정말 많이 이해하고 있었어요. 이원근 배우가 이해하고 있는 용준이라는 캐릭터와 그의 감정이 확실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표현만 디렉팅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특별한 디렉팅 없이 이원근 배우가 만들어가는 용준을 보면서 재미있기도 했고 감동받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용준수현의 애정신에서 용준이 미세하게 표정을 짓는 장면을 비롯하여 여러 장면에서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용준스러워서 참 만족스러웠습니다. 수현 역을 맡은 지윤호 배우는 의식불명의 상태로 누워있어야 하는 장면이 많아서 처음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표현을 하는 연기가 더 쉬울 수 있어요.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고 누워있어야 하는 연기라 더 힘들었을 거예요. 그럼에도 지윤호 배우가 그 더운 여름에 환자 역할을 군소리 없이 밝게 해줘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영화에서 인물들이 힘든 계절을 겪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수현은 밝은 역할이어서 묘하게 밸런스가 잘 맞지 않았나 싶습니다.

 






진행: 후반부에 용준수현이 만나는 장면은 배우와 관객의 몫으로 준 부분이 크다는 생각이 드는데, 배우님들이 캐릭터 표현에 있어 적정한 톤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지윤호: 말씀하신 부분은 배종옥 선배님께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장면이기 때문에 더욱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캐릭터와 상황에 맞게 용준을 바라보고자 노력했습니다. 저한테는 많은 장면이 없었기 때문에 한 장면 한 장면이 더욱더 소중했고 더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웃음)

 

이동은: 원래는 전체적으로 풀샷이 많고 카메라도 거리를 두려 했기 때문에 콘티에서도 수현의 얼굴을 더 멀리서 잡았거든요. 그런데 그 장면에서는 수현의 감정이 워낙 중요했고 그것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추가적으로 클로즈업 장면을 찍었습니다.

 

이원근: 특히 더 집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감정이 충분히 올라올 때까지 주변에서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아쉬운 부분이나 더 감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감독님과 함께 이야기해가면서 촬영했습니다.

 

진행: 영화 속 식물들이 인상 깊습니다. 병원신에서 등장하는 수국도 그렇고 마지막에 셋이 누워있는, 꽃이 그려진 장판도 그렇고요. 조심스럽게 개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듯한 영화여서 보면서 광합성을 받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렇게 식물성이 강하게 만든 이유가 있나요?(웃음)

 

이동은: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합니다.(웃음전체적인 흐름으로 볼 때, 초반에 미경으로 시작되다가 차츰 수현, 용준의 시선으로 옮겨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모노톤의 빈 공간에 있는 미경을 보여줬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여전히 힘든 계절이지만 그들을 둘러싼 배경에는 꽃과 식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다양한 색깔들이 나오길 원했어요. 색깔이 없는 차가운 블루톤으로 시작해 나중에는 색깔이 많게 보이게끔 의도를 했습니다.

 


관객: 영화 속 결말이 열린 결말인데, 처음부터 정하고 쓴 건가요? 결말에 대한 배우님들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이동은: 결말을 아예 정해놓고 쓴 것은 아니지만 세 사람이 함께 삼각형을 이룬다는 그림은 구상하고 썼고 초고에서도 지금 결말과 똑같습니다. 마침표를 찍는 영화보다는 영화가 끝나도 영화 속의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우리 영화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로 다른 계절을 보낸 용준수현의 진짜 관계가 다시 시작되는 시점에서 영화가 끝을 맺는 식의 결말이 되었습니다.

 

이원근: 영화를 본 관객 분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결말을 만들어도 돼요. 저 또한 관객으로 생각해본다면, 차츰차츰 이 둘도 회복을 하고 조금 더 진심을 담아 그 이후에 둘만의 사랑이 또 이루어졌을 것 같아요.

 

지윤호:  살아가면서 항상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마찬가지로 그런 상황에 놓인 채 끝나는 이 영화의 결말이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최고의 결말인 것 같습니다. 훗날 여러분들이 인생에 대한 고민하는 시기가 왔을 때 <환절기>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를 수 있다면 가장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행: 이 작품은 또한 미경용준의 우정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배종옥 배우님과 이원근 배우님의 호흡도 중요했을 것 같은데, 현장에서 어떻게 호흡을 만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원근배종옥 선배님은 훌륭한 배우이자 선생님이니까 같이 작업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설레고 감사했습니다. 촬영을 할 때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는데 선배님께서 처음에 캐릭터를 잡을 때만큼은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비웠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 과정이 용준의 캐릭터에 녹아 들어서 더 적합한 캐릭터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지윤호:  평소 연기할 때 빼고는 긴장을 하지 않는 성격인데 배종옥 선배님을 만나 뵈니 긴장이 많이 되었습니다. 많은 노력과 상황들을 지나오며 얻은 아우라가 있다는 것을 함께 작업하면서 느꼈어요가끔 나태해질 때마다 선배님의 열정적인 모습을 생각하며 많이 반성하기도 합니다. 연기뿐만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에 임하는 자세나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모습을 많이 배웠습니다.

 

이동은: 처음에는 말씀대로 매체에서만 보던 배우님이다 보니 걱정이 많이 되었고 어떻게 작품을 해석하실지 떨리기도 했어요. 함께 작업을 하게 되면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제가 생각해온 미경에 대한 해석이 선배님과 비슷했고 잘 통했습니다. 긴장되는 분위기에서도 선배님이 분위기 메이커로서 현장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웃음)

 


관객: 영화가 용준수현의 사랑을 굳이 특별하게 표현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감독님과 배우님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 부분을 표현했나요?

 

이동은: 말씀하신 것처럼 두 사람의 특수한 관계가 포인트였지만 <환절기>는 그 관계에 집중하는 영화라기보다는 용준수현의 연인 관계를 넘어 그 이후에 그들이 각각 처한 상황에서 생겨나는 타인과의 관계에 더 집중하는 영화였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신 것 같습니다. 둘의 관계를 넘어서 또 다른 부분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배종옥 선배님이 연기한 미경 또한 아픈 아들에 대한 간호가 먼저고 아들의 친구로서 용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이 먼저였습니다. 용준 스스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이유는 이미 그들은 정체성과 관계를 긍정하고 있었고 영화는 그 다음에 일어나는 그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원근: 사실 용준수현의 사랑을 왜 특별하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둘은 그저 사랑하는 사이인데, 그 관계를 왜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하고 연기를 하는 우리는 왜 그들을 특별하게 표현해야 하는 걸까요. 우리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받아들임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지윤호: 제가 빨간색을 좋아하고 다른 누군가가 초록색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저건 틀렸어가 아닌 나랑은 다르구나라고 생각하며 다름을 인정하는 방법을 배운 영화였습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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