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바이 홈런>

일시: 2013년 2월 24일 (일)

진행: 이현희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

참석: 이정호 감독, 김민우 원주고 야구부 전 코치, 정지민 원주고 야구부 전 주장

 

진행: 감독님이 원주고 출신이시죠? 졸업작품을 만들면서 모교를 찾아가 원주고 야구부를 담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정호 감독: 처음 졸업작품에 대해 구상하면서 고교야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결심했을 때는 사실 서울의 명문 고교야구팀을 촬영하려고 했어요. 서울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그런 학교들을 생각했는데, 사실 섭외가 걱정이 되더라고요. 촬영을 시작하면 일 년 동안 야구부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좋은 모습, 안 좋은 모습 다 담아야 하는데, 그것을 허락해 줄 것인지가 가장 문제였어요. 제가 괜히 카메라 들고 왔다갔다 하다가 잘나가는 팀이 성적이라도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도 들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제 모교에도 야구부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사실 섭외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자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행: 코치님과 지민군은 감독님께서 처음 카메라를 들고 원주고 야구부를 찍고 싶다고 했을 때 어떠셨나요?

 

김민우 코치: 제가 이정호 감독님을 처음 봤던 때가 2009년이었어요. 그 때 제 방에서 촬영을 허락해달라며 무릎을 꿇더라고요.(웃음) 그 모습이 정말 간절해보여서 제가 승낙을 했어요. 촬영을 하면서 저희와 전지훈련도 다니고 먹고, 자고 스케줄을 함께 소화하느라 감독님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정지민 주장: 촬영을 하실 때 카메라를 정말 막 들이대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아 촬영을 하는구나 하고 말았어요. 처음에는 좀 당황했는데, 특별히 의식했던 적은 없던 것 같아요.

 

진행: 사실 스포츠영화는 특유의 반전이랄지 그런 요소가 있어야 감동이 배가 되잖아요. 그런데 영화 속에도 나오지만 굉장히 말도 안 된다고 느껴질 만큼 부진한 팀이라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초반에는 팀이 계속해서 지니까 영화 자체를 어떻게 끌고 가야할지 기획부터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 영화가 완성되어 가는 데에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이정호: 사실 원주고 야구부를 찍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성적에 대한 기대는 없었어요.(웃음) 자료조사를 해보니까 원주고 야구부가 전국 메이져 4개 대회에서 거둔 성적이 4승 44패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 팀에게서는 뭔가 크게 바라면 안 되겠구나. 전국대회에서 1승만 하는 장면을 담아도 뭔가 나오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랬기 때문에 경기보다는 경기 외적으로 이 친구들이 성장하며 변화하는 모습들 중심으로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딱 들어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계속해서 지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저는 그 모든 경기를 다 찍을 수밖에 없었어요. 어떤 경기에서 승리를 하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과 동기, 후배 모두 동원해서 촬영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전국대회에서 매번 1회전 탈락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계속 진행해나가면서 경기적인 부분을 구성해 나갔어요. 경기가 하나하나 진행될 때마다 ‘이 장면은 내 작품의 어느 부분에 배치하면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는데, 중앙고에 15대 16으로 졌었잖아요. 굉장히 극적이고 안타까운 패배였기 때문에 그 때 그 장면이 제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부산에서 놀라우리만치 계속되는 승리를 거두면서 부랴부랴 스텝들에게 어서 장비 챙겨서 부산으로 내려오라고 연락을 했었어요. 마지막 개성고와의 경기는 야구도 잘 모르는 여자 후배가 찍었어요. 그 정도로 정말 예상치 못한 순간에 서둘러 경기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기억이 납니다.

 




진행: 지민씨는 어렸을 때부터 쭉 야구를 해오셨을 텐데 영화 속 장면에서 어떤 경기가 가장 아쉬웠을지 궁금하네요.

 

정지민: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제가 마지막 타석에서 3진 먹고 방망이를 던졌던 그 장면이에요. 그 경기는 생생하게 잊을 수가 없어요. 이 영화도 세 번째 봤는데, 매번 볼 때마다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해요. 추억도 떠오르고 그 때 생각이 많이 나네요. 정말 제 자신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나 이런 생각들로 굉장히 팀에게 미안하고 스스로도 우울해졌었지만 다음부턴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많이 했어요.

 

진행: 코치님이 처음 원주고 학생들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궁금해요.

 

김민우: 처음 원주고에 갔을 때 학생들이 원주중학교 학생들과 경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 때 중학생들을 6대 4로 겨우 이기는 모습을 보면서 좌절과 포기가 굉장히 빠르고, 꿈은 갖고 있는데 노력을 할 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선수생활을 그만 두고 7년 정도 공백기간을 갖다가 이 아이들을 만났는데,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아이들보다 같이 소리 지르고 같이 뛰자’는 다짐을 했어요. 딱 아이들을 만났는데, 이 친구들이 야구가 좋아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고등학생 정도 되면 이제 할 수 밖에 없는 직업인거에요. 누군가에게 선택받기 위해서 뛰어야하고 눈물이 나와도 참아야하고. 지민이도 말했지만 저도 눈물이 나와서 화장실을 갔는데 얘도 화장실에 있더라고요.(웃음) 이정호 감독이 사석에서는 형 동생 하는 사이인데, 정말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시간들을 이렇게 많은 분들께 보일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그 과정에서 함께 뛰어준 것이 참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관객: 제가 원주고 28회 졸업생인데요, 당시 야구부가 처음 생겼었어요. <굿바이 홈런>에 홈런은 없듯이 당시 야구했던 친구들이 야구와 상관없는 직업을 갖고 그래도 열심히 사는 모습들이 많이 생각났어요. 그런데 영화 제목이 왜 <굿바이 홈런>인지 궁금하네요.

 

이정호: 사실 제목 짓기가 가장 힘들더라고요. 편집을 하는 중에도 계속 제목을 짓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영화 속에서 준석이가 인터뷰 할 때 항상 끝내기 홈런 치는 것을 상상한다고 하잖아요. ‘굿바이 홈런’이 끝내기 홈런이란 뜻인데, 어떻게 보면 모든 야구 선수들이 꿈꾸는 가장 화려한 장면인 것 같아요. 제가 담은 2009년의 이 친구들 모습 역시 이 친구들의 야구인생에 가장 화려한 순간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지어봤고요, 또 한편으로는 야구를 그만둔 친구들에게 언어 그대로 굿바이 라는 의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제목을 짓게 됐습니다.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감독님이 영화를 찍다보니 만년 꼴찌팀 내지는 일승도 버거운 팀이 영화의 훌륭한 소재가 될 만큼 승리를 거듭해서 4강까지 올라갔는데, 감독님께서 촬영을 하신 것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어땠는지 세 분 모두 말씀을 듣고 싶어요.

 

정지민: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카메라 의식은 전혀 없었어요. 게임에 집중하다보면 사실 카메라가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요. 감독님이 얘기 하셨듯이 매번 지던 모든 경기를 항상 촬영하러 오셨기 때문에 익숙해졌었어요. 학부형님이나 감독님, 코치님, 선수들 모두 일심동체가 되어서 승리를 거둔 것 아닐까 해요.

 

김민우: 덧붙여 말하자면 감독님이 단순히 영화를 위한 촬영만 하신 것이 아니라, 그 영상들로 선수들 분석까지 해주셨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직접 코치를 해도 될 정도로 촬영한 화면을 보면서 기술적인 부분까지 의견을 공유하게 되더라고요.

 

이정호: 4강에 진출하고 숙소 방 벽에 어떤 친구가 ‘4강의 주역들’ 명단을 쭉 적더라고요. 감독, 코치, 3학년 누구 그렇게 적다가 가장 밑에 ‘전력 분석원 이정호’라고 적혀 있는데,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웃음) 저는 모든 장면을 다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반복되는 연습 때도 카메라 설치하고 글러브 들고 나와서 종종 훈련을 도왔어요. 김민우 코치님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 관리를 하실 때 옆에서 보좌하면서 촬영하는 사람으로서가 아닌 팀의 매니저로서 일원이 되어 함께 했던 것이 잘 한 행동이 아니었나 생각이 드네요.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정말 감독님께서 많은 고생을 하셨는데, 제작하면서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이정호: 대회 나가면 많은 후배나 동기들이 도와줬지만 그 외의 모든 장면은 제가 혼자서 촬영을 해야 했어요. 그러다보니 촬영한 이후에 확인해보면 화면이 많이 흔들리고, 포커스도 제대로 안 잡힌 장면이 많더라고요. 혼자서 연출하고 촬영하다보니 놓친 장면도 많았고요. 이 친구들은 훈련이 끝나면 쉬지만 저는 그 때부터 또 다른 장면을 위해 항상 긴장하고 촬영을 해야 했어요. 그런 것들이 아쉽고 힘들었던 점이 아닐까 합니다.

 





관객: 저는 굉장한 야구팬이에요.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선 감독님께서 팀과 함께 정말 고생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원주고 학생들의 경기 장면들이 한 편의 이야기로 흐르는 것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우리나라 야구 시스템은 프로와 고교로 나뉘어서 미래세대를 기르는 중간이 없잖아요. 최근 독립야구구단이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열악한 상황인데, 그래서 반드시 이 영화를 KBO 단장과 구단 단장들이 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덧붙여서 현재 고교리그도 많이 없어졌다고 하던데, 지금 고교리그의 현실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김민우: 대한야구협회에서 2011년부터 공부하는 야구선수를 기른다는 취지로 주말리그제를 도입했어요. 평일에는 수업을 듣도록 하고 주말에 경기를 진행하는 시스템인데, 사실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적용되는 케이스는 몇 없어요. 물론 취지는 좋지만 이 친구들이 수업에 들어가도 그 진도를 따라가기가 어렵고 평일에도 훈련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제도가 바뀌어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는 것 같아요.

 

관객: 보통 야구를 인생으로 많이 비유하는데,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인생을 희극 혹은 비극으로 영화를 연출하실 때 어떻게 담고자 하는 내용을 보여주실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정호: <굿바이 홈런>에서 이 친구들이 결과적으로 완벽한 결실을 맺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고등학교 시절 무언가 하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를 맛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친구들에게 소중한 경험이자 자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야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 때의 경험들이 무슨 일을 하든지 도움이 될 겁니다. 이렇듯 앞으로도 사람들의 여러 가지 인생을 잘 담아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관객: 영화 마지막에 지민군이 ‘야구를 그만둬도 후회하지 았겠냐’는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촬영한지 2~3년이 지났잖아요. 정말 후회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정지민: 야구를 그만두고 해볼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본 것 같아요. 택배, 노가다, 서빙 등등 정말 돈 벌기 힘들더라고요. 그러다가 군대를 가게 됐고, 전역해서 올 해 23살이 되었어요. 13년 동안 오로지 야구만 했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 것을 해야겠다는 목표가 없어서 달려가지 못하고 있어요. 야구가 정말 상상 이상으로 돈이 많이 들어요. 앞으로 또 프로에 가기위해 부모님께 계속해서 부담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고민이 많아지고 야구는 머릿속에 안 들어오더라고요. 그렇게 야구가 점점 멀게 느껴져서 그만두게 되었는데, 이제는 새로운 목표를 보고 다시 달려 나갈 생각입니다.

 

관객: 우선 감독님께 이런 멋진 작품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드리고 싶어요. 저는 지민이 누나인데요, 솔직히 직접 경기를 본 것은 한 번밖에 없어요. 그런데 감독님 덕분에 제 동생이 어떻게 운동을 했고 얼마나 많은 경기를 졌는지 영화를 보면서 힘들었던 모습들을 알게 됐어요. 영화를 보면서 눈물도 많이 났는데, 코치님과 지민이는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하고 싶은지 궁금해요.

 

정지민: 야구를 하면서 정말 힘들었지만 후회는 없어요. 다시 태어난다면 초등학생 때 말고 좀 더 큰 중학생 때부터 야구를 시작하고 싶어요. 그러면 좀 덜 질리지 않았을까요.

 

김민우: 다시 야구 한다고? (웃음) 저는 야구를 30년 동안 했어요. 방금 지민이도 이야기했지만 지금의 프로야구는 부모님과 선수들의 눈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부모님과 아이들의 마음에 멍들게 하는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사실 다시 야구 하고 싶지가 않아요. 제도적인 측면이 개선되면 당연히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하고 싶고요.

 

관객: 감독님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야구나 스포츠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드실 예정이신가요?

 

이정호: 기회가 된다면 더 만들고 싶어요. 사실 <굿바이 홈런>도 야구가 좋아서 만들기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더라고요. ‘중․고등학교 청소년 시기가 이 친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가’를 크게 느끼는 시간이었어요. ‘이런 중요한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이 친구들의 인생이 달라지겠구나’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앞으로도 학교 혹은 청소년에 관련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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