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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소소대담] 2024. 2 멈춘 자리에도 영화를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은

indiespace_가람 2024. 3. 12. 16:57

[인디즈 소소대담] 2024. 2 멈춘 자리에도 영화를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은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영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 마들렌, 마카롱, 타르트, 프레즐, 브라우니

 

 

개봉작이 드물었던 한 달임에도 우리는 영화를 얘기한다. 사라지는 영화관과 새롭게 생겨난 조그만 공간. 사라지는 배우, 그리고 AI가 덧그린 새로운 아역. 새로움이 멈춘 자리에도 영화의 한계를 되묻고 영화의 목적을 고민한다. 그럼에도 영화를 봐야하는 까닭은, 그럼에도 우리가 바라는 영화는.

 

 

* 우리가 함께 본 독립영화들

 

〈울산의 별〉

[리뷰]: 해부된 노동신화를 묻는다(이수영)

[단평]: 공간과 정체성(김지윤)

[인디토크]: 크레인 조명 아래에서(김태현)

[뉴스레터]:  Q. 🤷‍♀️ 그래도.. 가족?  (2024.2.7)

타르트: 울산이라는 로케이션이 제대로 사용된다기보다는 설정으로만 이용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역의 모습과 풍경을 담아낸 샷들에서 사회문제나 개인의 고통이 그저 보여지는 것에 그쳤다고 느껴졌다. 

 

마카롱: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을 하고 수상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영화제라는 문턱을 어떤 영화들은 넘고 어떤 영화들은 넘지 못하는지 알고 싶다.  〈울산의 별〉은 사회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문제를 짚어내는 것만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로 전 재산 날려 먹은 아들과 서울이 아니고서 할 수 없는 꿈을 가지고 학교 폭력을 당하는 딸, 어머니는 매번 육체노동만 하시다가 여성으로서 일터에서 차별받고… 그것에 대해서 감정적인 나열로만 이어진다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이 관객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울산의 별〉이 블루칼라 노동자인 여성 캐릭터를 다뤘다는 점에서 대단히 흥미로웠다.

 

 

〈검은 소년〉

[리뷰]: 1997년도의 싱클레어(진연우)

[뉴스레터]:  Q. 🖤 내 심장의 색깔은 블랙?  (2024.2.21)

 


마들렌: 홍보문구에 KAFA의 2024년 첫 영화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았다. 아카데미가 내어 놓은 작품이라는 말에 담겨 있는 의미와는 달리 영화 내용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내용이라 당황했다. 〈거인〉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안지호, 안내상 배우의 연기는 인상적이었지만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전혀 새롭지 않았다. 


마카롱: 학교폭력, 청소년을 키워드로 한 어두운 영화들은 〈파수꾼〉을 비롯하여 많기 때문에 〈검은 소년〉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 독립영화, 한국영화, 영화산업···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자!


마카롱: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그 속도에 맞춰서 관객도 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최근에는 〈살인자O난감〉에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서 아역 배우를 AI로 대체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모노 컬처의 시대가 사라졌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파편화되고, 각자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시대가 왔다. 탈권위는 좋은 건데, 이러한 시대가 정말 좋은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모두가 공유하는 콘텐츠가 있는 시대와, 좋은 환경과 워라밸이 있지만 아무도 같은 것을 보지 못하고 배우는 딥페이크와 AI로 대체되는 시대. 둘 다 싫어서, 콘텐츠 산업이 암담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콘텐츠 산업은 장래가 제일 밝아야만 하는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생산성은 높아질 일만 남았고 결국에는 마르크스가 얘기했던 생산력이 너무 높아져서 인간은 관리자 이상의 일을 할 필요가 없어지는 공산 사회의 토대에 다다른다는 것인데... 인간에게 남은 일들은 유희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유희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재는 영상 콘텐츠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든 유튜브든 큰 갈래로서 잠재력이 높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산업이 흘러가는 방향을 보면 저급한 내용의 것들이 대량 생산되고 있다는거다.

 

타르트: 오히려 상품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는 영화나 콘텐츠 시장이 파편화되지 않고 획일화되고 있기 때문에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넷플릭스나 OTT나 영화관에서나, 주변 사람들이 소비하는 문화 콘텐츠들이 나에게는 유독 로그라인 중심적이다. 영화 또한 콘텐츠의 하나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영화가 설 자리가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더 규격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천만 영화의 시대나, TV를 보는 시대라고 해서 개별적인 것들이 모두 규격화되어 있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2000년대 초중반 한국 영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때 한국 영화 산업이라는 이름 아래서 어떤 영화들이 상업 영화로서 투자 받았는지 떠올려보면 요즈음의 시대 활력과는 비교가 안된다. 영화를 촬영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더 많아졌는데 그들이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은 더 작아진 것 같다. 독립영화 계열도 전형성에서 크게 멀어지지 않았다고 느낀다. 10년, 20년 전에 제작되던 영화들이 현재 비슷한 형태로 제작되고 있는 것은 결국 지원사업에 대한 문제일까? 상업영화 역시 투자받는 영화의 양상을 보면 매번 비슷하고, 동일하게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마들렌: 각종 국제영화제들의 지원 사업에서 보게 되는 이름들을 보면 신인 감독은 거의 없다. 신인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갈증을 매번 느낀다. 개인적으로 이 지점에서 반짝다큐페스티발이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이름들의 새로운 시선, 새로운 영화를 목격할 수 있었다.

 

타르트: 반짝다큐페스티발을 올해도 기대하고 있다. 그들이 영화제를 준비하는 과정, 영화제라는 공간을 만들려는 어떤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국제영화제의 전형적인 면이 반복되는 것은 결국 성과 중심의 사회를 따라가기 때문인 것 같다. 지원을 받고, 수상을 하고, 주목을 받고 그와 비슷한 영화들이 점점 더 많이 제작되는 것 같다.

 

마들렌: 인디그라운드의 독립영화 라이브러리도 시작되었다. 올해는 유독 SNS에서 반응이 좋은 것 같다. 영화들을 공짜로 볼 수 있어서 호응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 영화들이 담고 있는 가치가 전해져서 그런 것일까?

마카롱: 공짜이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이미 공짜로 볼 방법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마치 독립예술영화관에는 관객이 없지만 전주국제영화제는 늘 매진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