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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반짝다큐페스티발 2024 섹션 5 GV 기록: 카메라에 담고자 했던 것들.

indiespace_가람 2024. 4. 11. 15:54

 카메라에 담고자 했던 것들. 

반짝다큐페스티발 2024 섹션 5

관객과의 대화(GV) 기록

 

 

일시

  - 2024. 3. 30(토) 오후 4시 상영 후

참석

 - 공새롬, 민다홍 감독(〈같이 살기〉연출)

 - 이강선 감독(〈착륙〉연출)

 - 이한결 감독(〈어디선가 울리는〉연출)

진행

  - 최민아

통역

  - 수어통역: 수어통역협동조합

  - 문자통역: 반짝다큐페스티발 자원활동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영은 님의 기록입니다.

 

 

이틀간 반짝다큐페스티발에서 다섯 편의 영화를 보았다. 기록하는 이번 섹션의 작품과 폐막작에 담긴 이야기들이 서로 그리 멀게 느껴지진 않았다. 각각의 영화들은 이주와 공생, 위안부 피해생존자의 기억과 증언,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기억공간 활동가들, 소수자연대풍물패의 기록이었고, 〈어디선가 울리는〉의 어느 자막이 그 흐름을 관통한다고 느꼈다. “지워지는 몸과 소리가 있다. 그럼에도 만나야 하는 몸과 소리들이 있다.” 소리와 신체는 밀접해 있고, 자리와 장소가 사라지면 몸짓과 목소리 또한 지워진다. ‘소리는 옅어질수록 소음이 되어가고, 표류하는 소음은 증명할 수 없고, 좌표는 더욱이 불분명해진다. 카메라에 담고자 했던 몸짓과 목소리들, 그 몸짓이 지칭하는 것은 시위와 행진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국가가 끊어버린 전기로 암전된 순간에 일어서서 준비해둔 불을 켜야 하는 것, 단원고의 교정을 걷다가 시계가 가리킨 오후 4 16분이라는 숫자에 걸음을 멈추고 순간을 바라보는 것, 그런 것, 그런 것이다. 그러니까, 그럼에도 우리는 만나야하고,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사진 출처: 반짝다큐페스티발 https://blog.naver.com/twinkledocu

 

 

최민아 모더레이터(이하 최민아):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아라고 합니다. 주말에 이렇게 극장 가득 채워주시고 영화 끝까지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같이 살기〉, 〈착륙〉, 〈어디선가 울리는〉 이렇게 세 편 같이 보았고요. 감독님들 모시고 관객과의 대화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뒤와 옆에 보시듯이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을 같이 진행하는 가운데 좀 천천히 말하고자 하니까요, 이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일단 감독님들 간단한 인사 말씀 듣고 시작하려고 하려고 합니다.

 

공새롬 감독(이하 공새롬): 안녕하세요. 〈같이 살기〉 출연과 감독을 맡은 공새롬입니다.

 

민다홍 감독(이하 민다홍): 안녕하세요. 〈같이 살기〉 출연과 공동 감독 맡은 민다홍입니다.

 

이강선 감독(이하 이강선): 안녕하세요. 〈착륙〉 감독 이강선이라고 합니다.

 

이한결 감독(이하 이한결): 안녕하세요. 〈어디선가 울리는〉을 감독한 이한결입니다. 오늘 영화에 나왔던 풍물패 장풍 멤버들도 몇몇 영화관에 와서요. 혹시 괜찮으시면 일어나서 인사 한 번만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관객 박수)

 

최민아: 감독님들께 공통 질문드리며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준비를 위해서 먼저 작품을 보기도 했는데, 오늘 극장에서 같이 보니까 또 다른 힘을 가지고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각각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존재’라는 공통의 키워드가 다른 결로 전해지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존재가 그 자체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삶의 질문이나 성찰을 흥미롭게 볼 수 있었습니다. 감독님들께서는 작업의 시작점과 다큐멘터리 혹은 논픽션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만들게 된 계기에 관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민다홍: 저희는 같이 살면서 비슷한 시기에 실직을 겪게 됐어요. 그때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는데, 그 과정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서 〈같이 살기〉라는 작품을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이강선: 저는 예전에 배제된 여성의 역사가 담긴 지역인 동두천을 조사하면서 이집트 난민 모나 님을 만났어요. 당시에는 ‘0, 123’이라는 사진집에 모나 님을 만나고 함께하는 현실을 담았는데, 그것만으로는 모나 님의 존재와 그가 처한 상황을 다 보여주는 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SF의 형식을 이용해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한결: 저는 미디액트의 독립 다큐멘터리 과정을 수강하면서 수료작으로 만들었는데요. 우선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풍물에 대해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제가 실제로 하고 있기도 하고, 풍물을 하는 사람들이 떼로 모여서 도로를 걸어 다니는 이미지를 자주 상상했었는데요. 그 이미지를 가장 원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이런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 그것들을 기록하고자 다큐멘터리를 찍게 되었습니다.

 

 

영화 〈같이 살기〉 스틸컷

 

 

최민아: 〈같이 살기〉는 공동 연출 작품인데요. 두 분이 연출자이자 주인공으로서 자연스럽게 카메라가 번갈아 나온다거나 하는 것들이 이어집니다. 영화 안에서도 어떤 분이 카메라를 들었는지에 따라서 전달되는 메시지나 느낌도 다르게 전해지더라고요. 촬영에 대한 과정은 어떻게 진행하셨는지, 두 분이 보기에 상대가 찍었을 때 도드라지는 느낌이 있었다든지, 이야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새롬: 저는 평소에 핸드폰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많이 찍어둬요. 영화에서 사용된 영상들은 영화를 만들 걸 의도하고 찍은 게 아니라 정말 개인적인 기록이었고요. 제가 보고 사랑스럽고 예쁜 것들을 담아둔 것을 활용했고, 민 감독이 촬영한 것들은 아무래도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서 기획된 장면들이 있다 보니 아마 좀 다르다고 느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딱 보면 저는 영상을 전공하지 않아서 예쁜 화면보다는, 제 눈에 예쁜 것들이다 보니까 정말 담담한 개인의 이야기고요. 민 감독은 전체적인 그림을 구상하고 촬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민다홍: 작품 대부분의 촬영분이 나중에 브이로그 같은 거라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평소에 자연스럽게 촬영을 하는 편이에요. 공 감독이 촬영한 부분은 개인적인 시선이 담겨있다 보니까 일상에서 기록하고 싶었던 것 위주라면, 저는 큰 그림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전체의 공간이나 배경들을 주로 보여주거든요. 저는 풀숏을 좋아하고 공 감독은 익스트림한 클로즈업 숏을 좋아하고요. 서로 선호하는 앵글도 다른 느낌이 있는데 나름대로 호흡이 맞았던 것 같아요. 제가 직접 편집을 했는데 큰 그림이 필요할 때는 제가 촬영했던 걸 넣었고 더 깊은 감정이 필요할 때는 공 감독의 촬영을 넣었고요. 캐릭터가 다르지만 이런 데서 또 괜찮은 하모니가 났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민아: 다른 부분이 조합을 잘 이룬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착륙〉에 대해서도 질문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까 서두에 작업의 시작과 과정을 언급해 주셨는데요.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까지 경계를 넘어서는 시공간에 대한 설정이 나옵니다. 앞서 SF적인 설정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해 주셨지만 이러한 설정을 착안하신 생각의 과정을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강선: 원래 사진 작업을 오래 했었는데 찍으면서 회의감도 느꼈고, 과연 기억과 사진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 와중에 사진 찍는 사람 그리고 함께 만나는 인터뷰이로 모나 님을 만나서, 점점 친구가 되어가면서 세상도 많이 넓어지고 이주에 대해서도 더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근데 사진을 찍은 게 모나 님에게 당장 무엇을 해줄 수는 없으니까…. 가상의 미래를 설정해서 그곳에서라도 잘 살았으면 좋겠고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그런 개인적인 바람을 담아서 먼 미래를 설정하게 된 것 같습니다.

 

최민아: 말씀해 주신 것처럼 설정과 이미지, 사운드 이런 것들이 결합하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이 된 것 같은데요. 뒤에 가서 더 이야기 나눠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울리는〉도 한 가지 질문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수자연대풍물패 장풍과 인물들 하나하나 세심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단일한 주인공이 아니고 여러 인물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카메라를 신뢰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주십니다. 감독님도 인물에 대해 깊은 이해와 애정이 바탕으로 되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졌는데요. 장풍과 관계를 형성해 나가셨던 과정과, 함께 해나가면서 본격적으로 기록해 봐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에 관해 더 이야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한결: 저 역시 풍물패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고, 촬영하게 된 후부터는 실연자가 아니라 물러나서 촬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물이 굉장히 많잖아요. 실제로 평균 15명 정도의 인원이 활동하는데 그들을 다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우선 대부분의 인원을 인터뷰한 다음, 기록과 녹취를 대조해 가면서 공통된 말과 특성을 담은 인물 위주로 분배해서 편집해 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촬영은 3~4개월 정도였습니다.

 

 

영화 〈착륙〉 스틸컷

 

 

관객: 〈착륙〉의 모나 님에 대해서 더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괜찮으시다면 혹시 모나 님께서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계신 지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강선: 원래 오늘 오기로 하셨는데 사정이 생겨서 못 오셨고요. 난민 신청을 하신 단계지만 아직 난민 지위는 받지 못하고 계세요. 현재 아이 키우시면서 일하시고, 한국어 어학당도 다니시면서 계속 난민 인정 지위를 받기 위해서 노력하고 계세요. 딸 비잔, 동생 아산 이렇게 둘이 있는데 아산은 현재 어떤 지위도 나오지 못한 상황이에요. 난민 지위를 갖지 못하고, 이집트 지위도, 한국 지위도 받지 못하니까 아이가 국적이 없는 상태라서 이것과 관련해서 계속 싸우시면서 지내고 계십니다.

 

관객: 〈같이 살기〉의 민다홍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난청이 있으셔서 보청기를 끼고 생활하시는 게 너무 어렵고, 사실은 적응을 못 하셨다고 보는데요. 주변의 도움 없이는 일상적인 문제들도 해결하기 어려우신 상황이거든요. 감독님은 이전에도 영상 작업을 하셨던 것 같고 지금도 계속해서 해나가실 것 같은데, 이런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대비하고 계신 지 궁금합니다.

 

민다홍: 아직 작업을 할 때마다 굉장히 두렵고요. 극복하지는 못했습니다. (웃음) 사실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새로운 영상 작업을 할 때마다 제 부족함에 대해서 인정하고 주변에 많은 피드백을 받으려고 노력하고요. 저의 경우는 영상을 원래 하던 상황에서 후천적으로 청력이 떨어지다 보니까 굉장히 좌절을 겪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삼 년 정도 영상 작업을 못 했던 공백기가 있었는데, 그래도 그동안 해왔던 작업과 능력치를 믿어주는 주변의 좋은 공동 작업자들이 저를 밝은 곳으로 많이 이끌어줘서 다시 세상에 나와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고요. 영상에 나왔지만, 부산에서 처음 직장을 퇴사했던 이유도 대표님께서 저한테 어느 날 아침에 “너 귀 언제 나을 거야?”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청력이라는 게 나을 수 없는 부분이라서 그 말이 굉장히 상처도 되고 좀 충격적이었죠. 그날 바로 퇴사하라고 하셔서 그 얘기를 듣고 회사를 정리하고 나왔었거든요. 못 듣는다는 게 영상판에 큰 리스크이고 핸디캡일 수도 있지만 지금 주변에서 응원해 주셔서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관객: 〈같이 살기〉는 맨 처음에 영화는 민 감독님의 시선으로 시작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민 감독님 이야기로 영화가 진행된다고 생각했는데, 두 분이 같이 사는 이야기 구조를 갖추더라고요. 근데 어떤 친구인지 이야기가 생략된 것 같아서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두 분이 약간 대조적인 면이 있잖아요. 공 감독님은 도와주는 입장이고 민 감독님은 도움을 받는 입장이었을 것 같은데 그런 데서 느끼는 갈등이 있었을 것 같아요.

 

공새롬: 일단 저희는 다 큰 성인이 되고 난 뒤에 직장에서 만난 사이고요. 만남이 있어도 정말 일 얘기밖에 하지 않았는데, 저희 나이가 사실 한 살 차이 밖에 안 나요. 업무를 같이 하는 일은 없지만 같은 주제를 두고 얘기를 나눴을 때 이해도가 높고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제가 매력을 많이 느꼈어요. 딱 한 번 술자리를 가지게 됐는데, 뚱이가 죽으면 자기도 따라 죽을 거라는 말을 하는 거예요. 저도 강아지를 키우고 있고 너무 사랑하지만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사실은 좀 이상했어요. 이상해서 걸어온 길들을 들어보니 제가 생각했을 때는 너무 고통스러운 길이었는데 만약에 저라면 진작에 다 놔버리고 뭔가 잘못된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면서 인간적으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민 감독이 퇴사하고 부산에 오겠다는 결정을 했을 때도 사실 제가 도움을 주겠다는 건 그냥 적응할 수 있는 정도였어요. 근데 같이 지내면서 이 친구가 경제적으로나 의식주 같은 부분이 안정되면 뭔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포텐셜이 보이는 거예요. 저는 부모님께서 저를 많이 믿어주시고 온전히 사랑만 주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제가 좋아서 하는 일들에 대해서 지지해 주셨고요. 지금 같이 사는 의미는 친구로 정의를 하고 있지만 거기에 비즈니스도 섞여 있고 복잡한 관계입니다. (웃음)

 

민다홍: 영화를 처음에 만들 때 저희의 관계에 대해서 서로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었어요. 우리가 어떻게 처음에 만났고, 각자 어떤 삶을 살았고, 다른 부분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단순히 친구로서 티키타카하고 갈등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서 하나의 가족,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로서 같이 존재하고 살아가는지 포커스를 두고 싶었어요. 물론 제가 부산에 내려가면서 공 감독의 도움도 있었고 제가 겪어보지 못한 것들 되게 감사하게 느끼면서 저도 가족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바뀌는 계기가 됐었고요. 제가 갖고 있던 가족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보여주고 싶어서 앞쪽에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풀어내기가 쉽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영화 〈어디선가 울리는〉 스틸컷

 

 

관객: 〈어디선가 울리는〉의 후반부에 보면 집회 장면에서 보수 단체와 혐오 세력의 소리들이 계속 들리더라고요. 그런 주장에 대해서 퀴어퍼레이드의 사회를 하는 분께서는 무시해 버리는데요. 그 장면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한결: 이미 무대 전부터 계속해서 찬송가 소리가 들려오잖아요. 영상에서는 시각적으로 담기지 못했지만, 퀴어퍼레이드 근처에 이미 수많은 기독교 집회가 엄청나게 큰 스피커를 쌓고 큰 소리로 울려대고 있기 때문에 소리끼리의 신경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무대에 오르는 순간까지도 반대의 외침이 들려오고, 그걸 맞받아치는 외침들이 계속 충돌하는데 저는 그런 소리가 충돌하는 것 자체를 담고 싶어서 선택했습니다.

 

최민아: 네, 저도 이어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답변에서도 이야기 나왔지만, 촬영 안에서 보이는 현장의 특성이랄까요. 되게 돌발적일 수 있고 감독이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현장이고 그것이 주무대가 되는 작품이었는데요. 촬영하면서 현장에서의 어려움이라든지, 이러한 것들을 잘 끌어 나가고자 고려하신 지점들이 있었다든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듣고 싶습니다.

 

이한결: 우선 저는 영화에 등장하는 행사들 말고도 되게 많은 공연과 행사를 따라갔었는데요. 순전히 제가 평가하기로는 제 촬영이 부족해서 사용하지 못했던 공연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것들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서 다음에는 어떻게 찍어야지, 이런 부분에서 내가 많이 망설이고, 이런 부분에서 놓쳤다 보니까 이런 부분을 좀 더 찍어봐야지, 이런 식으로 계속 조금 다듬어 가려고 노력했고요. 마지막 퀴어퍼레이드 장면의 경우에는 제가 촬영을 한 부분도 있지만 많은 부분은 퍼레이드 준비위원 쪽에서 영상을 제공해 주신 부분도 있고, 현장은 말 그대로 변수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저 말고도 한 분 더 섭외해서 촬영했습니다.

 

관객: 〈착륙〉은 아까 말씀하실 때 사진 작업으로 해소되지 않아서 SF로 하게 됐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사진으로 해소되지 않았다고 하셔서 다른 매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SF를 언급하셔서 어떤 것이 해소되지 않았을지 짐작이 안 가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것이 해소되지 않았는지,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한 고민, 픽션 중에서도 SF를 활용하는 과정, 이렇게 만드셨을 때 일정 부분 해소되는지도 궁금하고, 해소되지 않고 어떤 것이 남아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강선: 아무래도 사진은 사진가가 카메라를 들고 그 앞에 있는 피사체를 찍는 매체이다 보니까 일인칭 시점으로 계속 모나 님을 담는데 주체가 저한테 있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영화에 사용된 이미지들은 제가 찍은 것도 있지만 모나 님이 직접 찍은 이미지들도 꽤 많거든요. 그래서 모나 님한테 카메라를 넘긴 뒤에 그분이 찍어준 이미지를 바탕으로 제가 이미지 흐름을 따로 구성했어요. 제가 실질적으로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었지만 그래도 함께한 시간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충분히 있었고, 그게 이미지의 흐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SF의 방법을 사용해서 제가 바라는 모나 님의 삶과 제가 이주를 생각하면서 겪은 여러 사유를 영상으로 만들긴 했지만, 그런 게 완전히 해소되었냐고 물으신다면 아직 더 가야 될 길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출처: 반짝다큐페스티발  https://blog.naver.com/twinkledocu

 

 

관객: 〈어디선가 울리는〉은 일원이 15명이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여러 명을 인터뷰하고 또, 일원으로서 함께 하다 보면 나름 스토리를 짜다 보니까 넣고 싶은데 못 넣게 되는 내용이 꼭 발생할 것 같아요. 그래서 담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못 담게 된 게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이한결: 말씀해 주신 대로 욕심 나는 부분은 많았어요. 처음 편집했을 때는 분량도 길었고요.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못 나온 얘기는 사실 안 넣어도 되겠다 싶기는 합니다. 당시에는 풍물 자체에 대한 생각을 더 들어보고 싶다, 혹은 각자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풍물이 최고라는 얘기만 듣고 싶지는 않아서 실연하는 사람들 사이에 어떤 구체적 어려움이 있는지를 다뤄보고 싶었는데 약하게 만든 것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가지고 있습니다.

 

관객: 〈같이 살기〉의 민다홍 감독님께서 청력을 잃으면서 생긴 불편함이 시간 지나면서 스트레스 가해지는 게 다를 것 같아요. 만약에 그때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식으로 대비하실 건지, 그리고 앞으로의 두 분의 계획 그런 것들도 좀 궁금합니다.

 

민다홍: 처음에 이상을 느꼈을 때는 생활의 불편함을 잘 느끼지 못했어요. 그러다 길을 가다가 뒤에서 클락션이 엄청 크게 빵 하고 울렸는데 왼쪽에서 올리는지 오른쪽에서 올리는지 방향 감각을 잃었어요. 순간적으로 머리가 핑 돌면서 자리에 주저앉았었는데 그때 되게 놀라서 병원에 갔었고 동네 의원에서 큰 병원을 가보라고 했었어요. 거기서부터 굉장히 마음이 무거웠죠. 보청기를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이게 완벽하게 들리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일상생활을 하는 게 약간 불편해요. 두 명이나 세 명이 얘기할 때는 차례대로 얘기를 해달라고 요청한다거나, 코로나 때는 항상 마스크를 썼잖아요. 그래서 마스크 벗고 입 모양을 볼 수 있게끔 요청한다거나, 처음 뵙는 분 같은 경우에는 목소리 톤이나 억양처럼 제가 잘 듣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면 대화가 힘들어서 그런 부분은 양해를 구하고 도움 요청을 드리기도 하고요. 이게 처음에는 숨겨야 할 것만 같았었거든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두려움이 컸었어요. 근데 난청이 생각보다 젊은 사람한테도 많이 생기고 있고 주변에 많이들 겪고 있는 문제더라고요. 그래서 난청이라는 걸 굳이 숨길 필요까지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보청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나 오해하는 부분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밝히는 게 덜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같이 살기〉에서 제일 염두에 뒀던 게 배리어프리 자막을 꼭 넣고 싶다는 거였어요. 근데 여기 와서 놀랐던 게 뭐냐면 오디오 해상도가 굉장히 좋네요. (웃음) 분명히 제 귀에는 되게 아득했고 작게 들리던 소리가 여기서 굉장히 선명하게 들려서 놀랐어요. 근데 저는 저의 해석이 담긴 자막이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그러니까 제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냥 그게 저의 감각인 거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한테 주관적으로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그게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민아: 고맙습니다. 같이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감독님 한 분씩 인사 듣고 마치려고 합니다. 각각 계획이나 오늘 상영 진행하신 것에 대한 소감을 간단히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새롬: 사실 어제 너무 긴장되고 설레서 잠을 잘 못 잤어요. 오늘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서 부산에서 올라왔는데 다시 저녁에 부산에 가는 차를 타고 가야 해요. 저에게 이 시간이 너무 뜻깊고 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이 자리 채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민다홍: 저는 영상 작업을 꽤 오래 했는데요. 이 자리에 2016년 인디다큐페스티발 때 관람객으로 왔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언젠가 나도 감독이 돼서 이런 페스티벌에 올 수 있을까, 라는 그런 막연한 꿈을 꾸고 있었는데 오늘 이 자리에 와서 너무 감사하고, 감격스럽고, 감동스럽고요. 이렇게 많은 분이 주말에 시간 내서 와주셔서 감사하고…. 진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네요. 오늘 너무 선물 같은 날인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강선: 저도 귀한 주말 여기까지 와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요. 좋은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아까 질문으로 해소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까, 제가 해소가 되지 못하는 건 당연히 모나 님이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해소를 할 수 있고 없고는 아직 말씀드릴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소망을 담아서 만든 영화인데 앞으로는 모나 님과 함께 해소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어요. 좋은 질문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한결: 우선 이렇게 많은 분 앞에서 제가 만든 영화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되게 신기하고 너무 행복하다는 일이라는 걸 아까 영화를 보면서 느꼈고요. 앞으로도 다른 영화를 통해서 이렇게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을 많이 얻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계신 분들 너무 감사드리고요. 덕분에 저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일동 박수)

 

최민아: 이후로도 계속 작업을 이어가실 것으로 다들 말씀 주셨기 때문에 앞으로도 감독님들께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고요. 반짝다큐페스티발도 내일까지 상영 계속 이어지니까 끝까지 여러 작품 같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끝까지 자리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