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해킹하기] 섹션 3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너와 나〉) 인디토크 기록
[벽을 해킹하기] 섹션 3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Here's Looking at You, Kid'
〈너와 나〉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년 12월 16일(토) 오후 4시 상영 후
참석 서강범, 달시 파켓 번역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19기 김해수 님의 기록입니다.
언어를 새롭게 길어올리는 일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너와 나〉에서의 생생한 사랑은 번역 과정에서도 연두색 생동감이 느껴졌다. 이 마음과 안부가 멀리 가닿으리라 믿는다.
서강범 번역가(이하 서강범): 오늘 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저는 독립영화와 미술 관련 번역을 하면서 SF 소설을 쓰고 있는 서강범이고요. 오늘 진행을 맡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옆에 계신 분은 한국 영화의 탁월한 번역가이자 훌륭한 후원가이신 달시파켓님을 모셨습니다. 오늘 보신 〈너와 나〉도 달시 파켓님께서 영문 자막을 맡아주셨는데요. 〈너와 나〉를 시작으로 영어 자막 전반에 대해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영어 번역은 보통 주석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데요. 〈너와 나〉의 해외 혹은 영화제 상영본에서는 영화 시작 전에 검은 화면에 자막이 하나 들어가요. 2014년 4월 16일에 벌어진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해외 관객을 위해 설명하는 내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에 대해 굉장히 능동적인 번역을 할 수 있죠. 〈너와 나〉는 일상적인 말들도 명백하게 다르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어요.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요. 이를테면, 사고 치지 말고 집에 있으라는 대사는 세월호와 한국에서 일어난 재난에 대한 상투적인 반응을 연상시키죠. 이외에도 네가 나를 살렸어, 상처 씻을 때 물에 닿게 하지 말라와 같은 대사가 다르게 다가오잖아요. 영화적 경험이 아예 달라져요. 그래서 〈너와 나〉를 번역하시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점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달시 파켓 번역가(이하 달시 파켓): 이 영화의 번역을 시작한지는 오래 됐는데요. 2년 전이었어요. 처음 상영은 작년의 부산영화제였고, 이후 서울독립영화제에서도 상영했어요. 그때 상영했을 때는 오늘처럼 자막이 없었어요. 다음 영화제 초청은 런던이었거든요. 그때 피디님께서 연락이 왔어요. 도입에서 어느 정도 설명을 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요. 번역할 때 항상 관객이 한국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요. 모르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면 추가로 작게 써놓기도 하고요. 이 영화는 특히 그랬어요. 문화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건 세월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관객이어야 캐치할 수 있는 것들이 크니까요. 최대한 한국 대사, 원문 표현에 잘 맞추려고 했어요. 늘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가끔 잘 안 되기도 해요.
서강범: 거대한 질문을 드린 다음에 지엽적인 질문을 드리게 돼서 창피한데요. 주인공 이름이 ‘세미’인데 ‘셈’으로 바꾸셨어요. 이것도 문화적인 인식을 하신 것 같은데 이유가 있으실까요?
달시 파켓: PD님과 이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어요. 영화에서 셈셈도 나오고, 셈도 나와서 사실 가장 비슷하게 들리는 것을 찾아서 했어요.
서강범: 창작자와 함께 능동적으로 번역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건 특수한 경우예요. 영한 번역의 경우에는, 이름 표기가 되게 까다로워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야 하는데 저희가 쓰는 인명이 그걸 따르지 않아요. 예를 들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쓰고 듣는 것 모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쓰잖아요. 사실 이건 외래어 표기에 맞지 않아요. 원래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로 써야 해요. 이미 정착이 된 인명이나 고유명사도 표준을 따라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번역 중에 가장 어려운 게 이름이에요. 되게 피곤해요. 사람들이나 제가 자주 쓰는 것으로 하고 싶죠.
달시 파켓: 맞아요. 대사를 읽으면 제가 하고 싶은 방향의 번역이 항상 생겨요. 근데 70%는 못 써요. 자막 번역은 특히 답답함이 있는 것 같아요.
서강범: 본의 아니게 영화 번역을 이야기하다 보니 어려운 부분부터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요. 영화 번역이 전반적으로 어떤 일이며, 어떤 매력을 느끼고 있는지도 설명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영상 번역이 되게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게 말 길이가 정해져 있다는 거예요. 제한이기도 한데요. 실제 대사의 길이, 자막의 길이, 자막이 떠있는 시간을 함께 맞춰야 해요. 자막이 떠있는 시간을 ‘Duration’(듀레이션)이라고 해요. 적합한 말을 찾아가는 것이 어렵지만 재미있어요. 성취감도 있고요. 저는 한영 번역도 하지만 산업적으로는 영한 번역 기준만 알아요. 후자만 말씀드리자면 ‘Spotting’(스파팅)은 방금 말씀드린 듀레이션, 자막이 언제 뜨고 사라지는지를 결정해서 자막 프로그램으로 찍는 것을 스파팅이라고 해요. 문장을 얼마나 띄우고 없어지게 할 것인지요. 말을 번역하는 것까지 묶어서 영상 자막 번역 작업이라고 하는데요. 가끔은 따로 의뢰가 오는 경우도 있어요. 듀레이션과 말끼리 맞추는 게 중요해요. 대사의 말 길이가 굉장히 짧을 때가 있잖아요. 1초 미만의 감탄사나 욕 같은 것들이요. 하지만 말한 시간만큼 자막을 띄우면 사람들이 보지 못해요. 최저 미니멈은 1초, 극영화의 경우 맥시멈은 4초 정도예요. 암묵적으로 지키는 규칙이에요. 번역이 재미있는 이유가 또 있어요. 예를 들어서 ‘Stay’는 머무른다는 뜻을 가졌잖아요.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많은 번역이 가능해요. 떠나지 마, 죽지 마, 나와 있어 줘, 심지어 정신 차리라는 것도 돼요. 한국말은 또 반대말과 존댓말의 개념이 있어서 바꿔야 하고요. 이런 게 저는 재미있는 것 같아요. 한영 번역에서는 어떤 것이 또 달라지는지 궁금합니다.
달시 파켓: 한영 번역의 경우에는 스파팅까지 하는데요. 제가 듣기로는 프랑스의 경우, 스파팅을 정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서 이에 맞춰 번역한다고 해요. 그러면 더 쉬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스파팅 하는 게 재미있어요. (웃음) 스파팅에 따라서 번역을 바꾸는 게 가능하거든요. 가끔 자막에 시간이 더 필요하면, 자막 두 개보다는 하나로 합쳐서 중간에 시간을 마련해 길게 번역해요. 저는 이 영화의 대사가 너무 좋았어요. 느낌과 리듬감이 자연스러워요. 에너지가 있고요. 캐릭터 성격이 대사에 나오니까 표현을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 보다는…. 가장 중요한 것은 리듬감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에는 스파팅이 엄청 오래 걸렸어요. 여러 명이 동시에 이야기할 때, 어떤 것은 살리고 어떤 것은 번역하지 않는데요. 동시에 이야기하는 것이 스크린에서 함께 나와야 하잖아요. 관객이 볼 때 헷갈리지 않게 하는 것이 되게 어려웠어요. 〈너와 나〉는 개인적으로 되게 좋아하지만 힘든 작업이었어요.
서강범: 아무래도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 여럿이 떠드는 장면이 많았죠. 오디오가 겹치면 제가 선택을 해야 하니까 어렵죠. 스파팅이 재미있다고 하신 것에 동의가 돼요. 이제 번역가를 좀 방어하는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대중 영화의 번역가들이 공격을 많이 당하는데요. 사실 대본을 주지 않고 번역을 맡기거나, 영상을 못 본 채 대본만 받고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특히 블록버스터 대작 같은 경우에는 보안 문제 때문에 정보를 덜 줘요. 요즘은 관객분들도 영어를 잘하시니까 명백하게 틀린 구간을 잘 짚어내세요. 하지만 이러한 제약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웃음) 번역 일을 하게 되신 계기도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달시 파켓: 저는 원래 기자 일을 했어요. ‘Screen International’(스크린 인터내셔널)이라는 영화 산업 잡지에 속해있었어요. 그러면서 해외 영화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그쪽에서 자막 번역이 마음에 안 든다고 제게 수정 부탁을 하셨어요. 그래서 교정 일부터 시작했어요.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감독 준비를 하는 한국인 친구와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번역을 했어요. 같이 하면 번역이 잘 돼요. 머리 두 개로 같이 고민할 수 있으니까요. (웃음) 이후에는 혼자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10년 전부터 혼자 하고 있어요. 피드백은 지금도 많이 받아요. 영화의 경우에는 PD나 스태프 중에 영어에 능통하신 분과 이야기를 나눠요. 그래서 오역이 자주 나오지는 않지만, 시스템적으로 오역이 없도록 자주 확인해야 하죠. 이후 단계에서 마침표가 없어지거나 대문자가 소문자로 나오는 문제가 생겼었어요.
서강범: 그래서 검수에 대한 예산이 더 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달시 파켓님은 영화를 능동적으로 팬으로서 찾아보신 거죠. 한국 영화가 해외에서 큰 입지가 아닐 때였으니까요. 저는 당시 케이블 영화가 도입되었어요. 웹하드 같은 것으로 영화를 접할 수 있게 됐고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고 감독이란 꿈도 꾸게 됐어요. 영화를 전공하니까 단편 영화를 찍는 지인들이 생겨서 소정의 돈을 받고 번역을 해줬어요. 그러다가 제대로 해보고 싶어져서 자막 툴을 배웠어요. 몇 년 전에, 영화 동아리 친구들이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을 다시 보고 싶은데 정식으로 배급 수입이 안 돼서 못 본다는 거예요. 원제는 〈Her Smell〉이었고 국내에서는 〈그녀의 내음〉으로 번역이 됐어요. 그때는 한국어 자막이 없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파일을 다운 받아서 번역한 다음에 함께 봤던 경험이 있는데요. 되게 좋았어요. 이후에도 주변의 미술·영화 작업자들의 문의를 받으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달시 파켓: 혹시 극장에서 본인이 번역했던 작품 보면 어떤 마음이세요?
서강범: 명백한 오역이 보일 때가 있어요. ‘목요일’―‘Tuesday’ 이런 수준이에요. (웃음) 그런 것은 놓친 거니까 죄송하고 더 좋은 표현이 생각날 때는 아쉬워요.
달시 파켓: 저도 보면서 엄청 긴장돼요. 수정할 수 없으니까요.
서강범: 스파팅 같은 것도 작은 화면으로 볼 때는 이 리듬이 맞는 것 같았는데, 큰 화면에서 보니까 너무 빨리 사라져서 ‘누가 쫓아오나?’ 싶을 때가 있거든요. 그러면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어쩔 수 없지만요.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요즘은 번역가의 유머에 대해서 많이 주목하는 것 같아요. 원문을 잘 살리면서 재치까지 넣어서 웃기는 것에 성공했는지요. 하지만 말들은 딱 대응되는 것이 없는 게 대부분이거든요. 달시 파켓님은 관련해서 유명한 게 많죠. 〈기생충〉의 짜파구리를 ‘Ramdong’으로 바꾸신 게 있었죠. 라면과 우동을 결합해서요. 전설 같은 느낌이고요. 제가 이 영화에서 발견한 건 디스패치를 파파라치로 바꾸신 거였어요. 사실상 디스패치는 언론사 중 하나이기에 파파라치가 더 큰 개념이지만, 일반 표현으로 되게 잘 살리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와 나〉 혹은 맡으신 다른 작품에서 잘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민망하시겠지만 답변 부탁드려요.
달시 파켓: 잘한 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웃음) 영화에서 유전과 무좀이라는 말이 나와요. 유전은 ‘DNA’나 ‘genes’ 둘 중에서 고르면 됐어요. 무좀은 ‘gangrene’(괴저)으로 했어요. 그게 되게 극단적인 말이거든요. 아까도 보면서 다른 좋은 방법이 있다면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죠.
서강범: 뿌듯하신 번역을 여쭤본 건데…. 아마 한국에 오래 사셔서 동아시아적인 겸손이 생기신 것 같아요. (웃음) 번역가 특유의 직업병 같은 게 있으신지도 궁금해요. 다른 사람의 번역을 어떻게 느끼시는지요. 저는 탁월한 번역이라고 느껴지면, 영어 자막으로 바꿔서 다시 봐요. OTT 서비스의 경우에는 바로 되잖아요. 저라면 어떻게 했을지 많이 생각해요. 저는 코미디 장르를 좋아해서 많이 보는데, 코미디는 말맛을 살리기 어려워서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것 역시 대입해서 생각해요. 틀린 번역의 경우에는 아찔하고요. 다른 번역을 보실 때는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달시 파켓: 갈수록 (직업병이) 좀 심해져요. 저는 일단 한국 영화 개봉작을 많이 봐요. 영화제에 가면 항상 자막이 있는 버전을 보게 되잖아요. 그러면 영화에 집중해야 하는데 자꾸 자막을 보게 돼요. 잘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다르게 하면 좋았을 텐데 싶을 때도 있어요.
서강범: 영어와 한글이 말하는 방식이 다르잖아요. 한영 번역을 하는 입장에서 어떤 언어적인 차이를 느끼시는지 궁금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영어가 어휘를 더 다양하게 쓴다고 느껴져요. 수사가 길기도 하고요. 저는 그걸 생략해야 하는 입장이죠. 언어에서의 차이를 발견하신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달시 파켓: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한글은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가 중요하다는 거예요. 언어가 달라지니까요. 반말을 쓰거나 부장님, 선배님 같은 호칭을 쓰는 관계들이요.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아예 무시하면 의미가 없어지니까요. 언니, 오빠라는 호칭은 해외에서도 이제 익숙해지고 있지만, 관객 중에서 모르는 분도 있을 테니까요. 처음 번역 시작했을 때 소주도 그대로 번역하면 영화사에서 항상 다르게 해달라고 요청하셨어요.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면서요. 아까워요. 대체해도 할 수 있으니까 사실 그런 게 좀 불편해요. 요즘에는 소주를 많이 아니까 자체를 살리려고 해요. 언니, 오빠라는 호칭은 계속 고민 중이에요. 원래 잘 안 쓰는데 최근에 〈다음 소희〉에서 언니를 한 번 썼어요. 왜냐하면 주인공이 회사에서 어떤 인물을 언니인 줄 알고 계속 언니라고 불렀는데, 같은 나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 장면이 있어요. 그래서 주인공이 되게 화를 내는데, 한국 사회를 잘 모르면 이 분노를 이해하기 힘들 수 있어요. 특히 조심해야 했던 것은, 이 영화에서 회사가 주인공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관객에게 주인공의 분노를 이해시키는 게 필요했어요. 언니는 ‘enni’로 적었어요. 관객이 그 작명을 보면 내가 모르지만 문화적인 무언가가 있구나, 알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서강범: 관객을 믿기로 하신 거죠.
달시 파켓: 네. 그래서 제작사에서 그렇게 써도 될지 물어보셨는데, 이 장면에서는 쓰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이런 상황을 고려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문화적인 차이요.
서강범: 저는 치명적인 실수를 반대로 한 적이 있어요. 예를 들자면 이모가 ‘aunt’, 삼촌이 ‘uncle’잖아요. 번역 공부 과제로 나왔던 건데요. 친척이랑 사는 형제의 이야기였어요. 어른들에게 주인공이 “hello. aunt, uncle.” 말하길래 이모와 삼촌으로 번역을 했어요. 그런데 사실 둘은 부부였던 거예요. 한국에서는 다 구분을 짓는데, 여기에서는 간소화돼서 어렵더라고요. 이런 것도 재미있었어요.
관객: 시작하면서 말씀해 주셨지만, 경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해석이나 번역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한국이 아닌 나라에서 상영할 때 배경지식에 대해 말씀하신 것 같았어요. 아마 짐작하기로는 같은 사건을 경험하셨으리라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잘 살리고자 달라지거나 애쓰신 번역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런던에서 상영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앞선 배경지식과 번역에 대해 관객의 피드백이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서강범: 〈너와 나〉에 대한 배경지식이라는 것은 세월호에 대한 반응이나 현실을 말씀하신 거죠?
관객: 네.
달시 파켓: 제가 런던에서 상영한다고 들었을 때 되게 가고 싶었어요. 〈너와 나〉는 런던 LGBTIQ+ 영화제에서도 상영했어요. 영화제에서는 상영하기 전에 관련해서 가끔 소개해 주기도 하더라고요. 한국에서 너무나 큰 사건이 일어났죠. 사람마다 각자의 비극을 또 경험하잖아요. 그래서 이런 영화를 보면서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자신의 기억도 생각이 날 테고, 그게 섞일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자막의 한계가 있지만 상영 전에 한국 사회에서 이 사건이 무엇인지, 왜 영화로 만들고 싶었는지 말해주는 게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해요. 〈너와 나〉는 되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개봉 후 반응이 되게 좋은데, 해외에서는 아직 많이 상영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어요. 상영 전에 잘 설명하면 관객들이 깊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서강범: 아무래도 한계가 있죠. 큰 비극은 한 문장으로 요약이 안 되잖아요. 확실히 번역으로는 힘든 것 같아요. 그러니까 번역에 최선을 다해도, 경험이 전제되지 않으면요. 또 다른 질문이 있으실까요?
관객: 안녕하세요. 저는 〈다음 소희〉에서 언니를 지적했던 제작사의 (웃음) 포스트 프로덕션 매니저이자 스크립터였는데요. 계속 서면으로만 주고받다가 처음 뵙게 됐어요. 저는 언니라는 번역이 잘못됐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불안감이 있어서 감독님과 상의 후 피드백을 보내드렸어요. 언니라고 번역해도 되는지요. 달시 파켓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호칭 문화가 굉장히 특수하잖아요. 선뜻 주석을 달 수도 없으니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감이 안 와서 저희가 자문을 구하는 입장이었어요. 답변으로 오빠처럼 언니라는 단어에 대해서 사람들이 알 수 있다고 해주신 것을 기억해요. 그 번역이 인상 깊었어서 뒷이야기를 들으니까 재밌네요. 〈다음 소희〉와 〈너와 나〉 두 작품에서 제가 느꼈던 것은, 주인공이 십대들이어서 슬랭이라고 할까요? 신조어들을 많이 써요. 해외 관객들에게 보여줄 때, 한국의 십대가 쓰는 신조어를 어떻게 전달할지도 고민하실 것 같은데요. 이걸 따로 공부하시는지, 어떤 고민을 하시는지 궁금했습니다.
달시 파켓: 네. 그것도 가끔 해요. 슬랭을 어느 정도 전달하면 좋을지요. 하지만 너무 많이 옮기면…. 예를 들어 저는 어떤 단어가 영화에서 나오면, 그 스토리에 집중을 못 하게 돼요. 그 표현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되고요. 사투리도 비슷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사투리에서의 발음은 아무리 표현하려 해도 비슷한 느낌이 잘 안 나와요. 번역에서 노력한 정도는 관객도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많이는 아니지만 번역을 합니다. 스타일이 또 나이대별로 다르기도 하고요. 저도 아이가 있는데, 번역하면서 잘 모르겠는 게임 이야기가 나오면 아이가 다 설명을 해줘요. 미국 영화 보면서도 이 재미있는 표현은 뭐지, 생각해요.
서강범: 이중의 노력이 필요한 거죠. 미국과 한국 청년들의 말을 다 알아야 하니까요. 매체로서는 젊은 영어권 사람들의 말을 흡수하시고, 자녀분께도 많은 도움을 받고 계신 것 같네요. 또 다른 질문 없으시면 저희 여기서 마무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갑자기 추워졌는데요. 오시느라 많이 고생하셨고, 함께 해주신 달시 파켓님께도 박수 한 번 부탁드립니다.
달시 파켓: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