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 〈언니 유정〉 인디토크 기록: 말하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언니 유정〉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4년 12월 10일 (화) 오후 7시 상영 후
참석 정해일 감독, 박예영, 이하은, 김이경, 김준한 배우
진행 장성란 영화저널리스트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기록입니다.
말없이 전해지는 마음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보이지 않던 벽이 허물어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껏 손을 뻗으면 두 손은 분명히 맞닿을 수 있다. 말없이 고요한 날들 사이에서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의 사람들을 언젠가 힘껏 끌어안을 수 있길.
장성란 영화저널리스트 (이하 장성란): 영화 개봉 후 관객들을 만나는 자리 하나하나 뜻깊으셨을 텐데 오늘 이 시간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영화저널리스트 장성란입니다. 오늘 참석하신 분들 차례대로 자기소개 들어보면서 인디토크 시작해 보겠습니다.
정해일 감독(이하 정해일): 안녕하세요. 저는 〈언니 유정〉 영화를 만든 정해일이라고 합니다.
김준한 배우(이하 김준한): 화요일 늦은 시간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니 유정〉을 응원하고 사랑하는 관객으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배우 김준한입니다.
이하은 배우(이하 이하은): 안녕하세요. 〈언니 유정〉에서 기정 역할 맡은 이하은입니다. 반갑습니다.
김이경 배우(이하 김이경): 안녕하세요. 희진 역을 맡은 김이경입니다.
박예영 배우(이하 박예영): 안녕하세요. 〈언니 유정〉에서 유정을 연기한 배우 박예영입니다.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장성란: 김준한 배우님은 영화에 출연하시진 않았지만 〈언니 유정〉에 대해 애정이 깊어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 주셨다고 들었어요. 영화 어떻게 보셨는지 소감 들어볼 수 있을까요?
김준한: 궁금해지는 것들이 많은 영화였어요. 영화의 주제와도 닿아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은 '궁금해하자'라는 제안을 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감독님에 대해 궁금한 마음이 생겼어요. 이 영화를 감독한 사람과 시선과 의도 같은 것들이 많이 궁금했고 그래서 더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장성란: 저도 언급해 주신 것처럼 〈언니 유정〉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자극해서 더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라는 점에 공감이 됩니다. 그리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감독님의 친누나분께서 생명을 잉태하고 새롭게 태어난 가족 구성원이 한 가족을 더욱더 돈독하고 단란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다고 하셨어요. 그와 동시에 뉴스로 접한 영아 유기 사건들을 보면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시나리오를 쓰셨다고 들었거든요. 그 일화를 듣고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는데, 이 이야기를 구성할 때 기정이 갓난아기를 학교에 버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사실을 뜻밖에 접하게 되는 가족이 언니인 유정이라는 사실을 제목에서부터 밝히고 영화가 시작이 되잖아요. 그 지점에서 제가 의미 있게 생각한 점은 기정과 관계하는 가족 구성원이 엄마 혹은 아빠, 오빠나 동생 같은 다른 형제자매들이 될 수도 있었는데 왜 언니인 유정이라고 설정한 것인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유정의 등장도 간호병동에서 일하는 모습인데 직업이 간호사로 설정된 이유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정해일: 시나리오를 쓰려고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과정에서 배우들의 직업이나 캐릭터 같은 경우, 한해인 배우님이 연기해주신 수진처럼 저희 누나가 실제로 임신 중독증을 경험을 했었어요. 그걸 일을 옆에서 겪으면서 세상에 살면서 처음으로 우리 가족 중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것을 했어요. 생명이 잉태되는 과정이 저랑은 별개의 세상이라는 느낌이 컸는데,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해도 내가 감히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료 조사를 하던 중에 생명에 관한 아이러니함이 보였어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존재의 죽음과 그에 따른 사회적 처벌 같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시작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병동에 입원한 누나를 케어해주시던 간호사분들을 자연스럽게 많이 보게 됐는데 정말 헌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직업군 중 하나잖아요. 동생을 위하고 바라면서 절박함과 헌신하는 언니의 모습과 그 모습들이 겹쳐 보여서 간호사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됐습니다.
장성란: 동생을 보호하는 보호자로서 유정과 사람을 치료하는 간호사로서 유정이 겹쳐 보이는 지점이 감동적이었고 저만의 해석을 보태보자면 유정 역시 기정이 태어나는 시점에서 엄마를 잃고 돌봐줄 부모 없이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점에서 기정과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성인이 된 유정도 충분히 보살핌을 받아 마땅한 위치에 있음에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사람들을 직면하고 있거든요. 기정과 유정을 포함해 희진까지, 단순히 가족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청소년 집단뿐만 아니라 사회나 조직조차도 그 사람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잖아요. 같은 맥락에서 기성세대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아주 젊은 어른들, 젊은 나이에 어른이 되어야 했던 사람들이 나도 똑같이 돌봄을 받지 못했지만 바로 다음 세대인 10대 청소년들에게 똑같은 외로움을 주지 않겠다고 새로운 시대의 어른으로서 다짐하는 것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서 언니라는 말과 역할이 감독님의 마음가짐과 연결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영 배우님도 누구보다도 영화에 대한 애착이 크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캐릭터적인 부분에서도 간호사로서 하는 업무나 직업적인 태도들이 하루 이틀 일한 사람이 아니라 너무 숙련되고 실제 병원에서 마주치는 간호사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무뚝뚝하거나 불친절한 태도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여러 환자들을 마주치다 보니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는 숙련된 간호사의 태도가 인상 깊었어요. 직업인으로서 프로페셔널하고 그런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연기로 보여진다는 게 너무 대단한거에요. 그리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윤색에 박예영 배우님 이름이 같이 올라가잖아요. 각본 작업이 시작되고 영화 속 유정이 지금의 유정이 될 때까지 배우로서 생각이 많이 반영됐을 것 같은데 어떤 인물이라고 최종적으로 생각하시는지 들어보고 싶네요.
박예영: 사실 윤색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처음부터 시나리오를 같이 써야겠다는 마음은 아니었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이미 충분히 좋은 시나리오여서 연기를 하겠다고 결정했던 거예요. 저는 시나리오를 소설처럼 읽기 시작해요. 대사를 한 번 소리 내서 읽어보기도 하는데 그중에서 감정선이 튄다고 느껴지거나 대사 타이밍이 어색하다는 순간이 들면 감독님께 아이디어를 내보는 식이었어요. 감독님은 큰 틀에서부터 조금씩 디테일을 쌓아가는 과정이었으니 막혔던 부분이나 더 좋다고 생각을 해주시면 기꺼이 수용을 해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시나리오 작업할 때 가장 신경 썼던 건 사실 소재 자체가 주제가 되는 이야기가 아닌데 소재에 매몰되기 쉽다는 부분이었어요. 저는 그래서 감독님의 의견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고 싶던 마음이 컸어요. 그러니 보니 단어 선택이나 뉘앙스에도 예민해져서 비슷한 뜻인데도 작은 차이에 따라 장면이 크게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 부분들을 좀 더 집중하고 조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간호사분들을 따로 연구하는 시간이 있었던 건 아닌데 돌이켜 보면 병원에서 봤던 모습들이 떠올라요.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불친절하지 않고 정확한 정보 전달과 개인적 감정을 걷어내고 안심을 시켜주시는 태도들이 기억에 무의식적으로 남아있던 것 같아요. 사실 유정의 태도는 간호사라는 직업적 특성도 있겠지만 기정의 사건을 언니로서 경험하는 동안 메마르고 바삭한 마음 같은 것들이 반영되지 않았나 싶네요.
장성란: 사실 영화 이 영화에서 모든 인물이 감정적인 고민을 앓고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미묘한 역할들이잖아요. 박예영 배우님은 미리 캐스팅이 되어 있었지만 기정과 희진을 만드는 작업을 촬영 두 달 전에 극적으로 두 배우님을 만나 촬영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들었거돈요. 일정이 워낙 빠듯하다 보니 인물의 심리를 하나하나 설명할 수 없어서 촬영 전날 다음날 촬영하는 장면의 심리 묘사들을 문자 텍스트로 보내면 배우분들이 바로 캐치해서 연기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쉽지 않은 역할들을 문자로 소통하면서 연기했던 소감은 어떠셨나요?
이하은: 현장 들어가기 전까지도 감독님과 배우분들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할 시간들이 있었고 그때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전날은 정리해 주신다는 느낌으로 그중에서 그래도 감독님이 생각하셨을 때 '이런 점이 중요할 것 같다' 이런 것들을 리마인드 하면서 현장에 나갔었던 것 같습니다.
장성란: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거 있으세요? 아니면 그런 방식이 배우님들이 느끼기에 혹은 연기 하는 부분에 있어서 도움이 되었는지 감상은 어떠셨나요?
김이경: 사실 저는 굉장히 좋았어요. 촬영 전에 감독님이나 배우분들과 함께 전체적인 흐름을 다 같이 이야기하긴 하지만 촬영 스케쥴 상 영화의 타임라인에 따라가기가 힘들잖아요. 배우분들 각자 스케쥴 문제도 있고 장소 섭외 같은 문제 때문에 실제 촬영은 시간대가 뒤섞이기도 하는데 오히려 전날에 문자로 정리를 해주시니 장면에 대해 자연스럽게 상기가 되고 집중도 잘 돼서 덕분에 배우로서 편하고 촬영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은 촬영이 끝난 이후에도 쉬는 날에 전화를 주시기도 했어요. 찍었던 장면에 대해 말씀해 주시는 것들을 들으면서 그래도 내가 잘하고 있구나, 그러니 앞으로 감독님을 믿으면서 함께 만들어가면 되는구나 싶은 생각에 안도감이 컸어요.
정해일: 핸드폰에 그때 제가 보냈던 코멘트들이 남아있어서 개봉이 확정되고 지난 연락들을 다시 한번 찾아보는데 오히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촬영 전날에 이걸 왜 보냈을까 싶은 연락들도 있어서 낯부끄러웠어요. 마침 준한 배우님이 오셨으니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데, 워낙 촬영 경험이 많으시니 다양한 감독님들을 접할 기회도 많으셨잖아요.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제가 했던 것처럼 촬영 전날이나 현장에서 감정 지도를 들어보신 경험이 있으신지 여쭤보고 싶네요. 만약 경험하신다면 어떤 느낌이실 것 같나요?
김준한: 그런 경험은 없으셨고 보통은 제가 질문을 했던 것 같아요. 정해일 감독님께서 섬세하신 것 같아요. 그런 꼼꼼하고 섬세한 성질이 영화에 반영이 된 것 같아요. 마지막 후반 작업에서도 어떤 선택을 했는지들이 다 보이니까 이 사람은 이 영화가 던져주는 그 메시지와 닿아 있는 시선이 있겠구나 감독을 떠나 개인적인 인간의 삶에 있어서도 이렇게 세심하게 모든 것들을 들여다보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어떤 GV에서였나요? 와이어리스에서 배우의 심장 소리를 듣는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사실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잘 안들리는 소리일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도 이런 부분들까지 세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장성란: 다음은 하은 배우님과 이경 배우님께 여쭤보고 싶은데 사실 이 영화에서 관객은 유정을 따라가잖아요. 그런데 모든 것들이 설명되기보다는 유정의 표정을 통해 들여다보게 만들죠. 그렇게 유정을 따라가는 길에 기정과 희진은 무슨 마음일까도 굉장히 궁금해져요. 어떻게 보면 서사적인 부분을 두 배우 분들이 연기로 채워줘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아무리 감독님이 일정 중에 문자를 주신다고 해도 당장 내일 촬영에서 구현해 내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인물들이 영화 안에서는 오롯이 사람으로 존재하니까 사건을 경험하면서 마음과 심리를 짐작하고 고민하게 됐을 것 같은데 연기의 방향을 잡는 부분이라던가 혹은 다짐 같이 드러나지 않은 감정들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있었나요?
이하은: 기정을 생각했을 때 굉장히 어른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내면에는 보호자가 필요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사실 기정이가 자수를 하게 되는 배경이나 이유 같은 것들이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고 내면에 솟아 있는 마음들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나 걱정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 부분들을 완전히 드러내고 정확히 서술하는 식으로 보여주기보다는 보여주지 않는 마음이 있다고 전제하고 촬영 현장에 갔고 언니의 태도나 주변 인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기정의 모습들에 중점을 맞춰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김이경: 희진도 서사나 배경에 대한 설정이 많은 캐릭터는 아니에요. 오히려 만들어져 있지 않은 서사들을 희진에게 부여하면서 캐릭터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했어요. 감독님과 얘기도 많이 나눴고, 희진이 사실 당사자인 동시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이나 얘기해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겁이 났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 사실 도움이 필요해서 어른들을 찾으러 다니고 유정이나 다른 인물들에게 온전히 솔직하지는 못하지만 간접적인 표현들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김준한: 연기가 정말 놀라웠습니다. 모든 배우분들의 연기가 작품 속에서 겪고 있는 고통을 너무 잘 보여줘요. 겸손하게 말씀하고 계시지만 연기하기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주제에 대해 강력하게 피력하지 않는 시나리오가 배우로서 연기하기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 유정〉에서 배우분들의 연기엔 몇 가지 담대한 선택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표현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 부족하면 관객들이 잘 모르실 것 같고 오히려 더 드러내고 표현하는 선택도 하게 되는데 그런 것들이 모두 용기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쉬운 선택이 아니란 걸 아니까 더 대단한 느낌이죠.
장성란: 감독님의 노련함 덕분이기도 할 것 같아요. 모든 배우가 같은 태도와 방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감독님의 덕분인 것 같아요. 캐스팅과 배우분들의 역량으로 나온 작업 결과물일 수도 있고,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 후반 작업이나 편집에 반영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일련의 고민 과정을 거쳐 채택된 선택들은 결국 감독님의 성실함을 나타내는 것 같아요.
정해일: 제가 대학원 특강으로 이준익 감독님이 진행하시는 강연을 들은 경험이 있는데 이준익 감독님께서도 워낙 캐스팅을 절묘하게 잘하시는 분으로 유명하시잖아요. 그날 나왔던 질문 중에 역할에 맞는 배우 캐스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관한 질문이 있었어요. 그때 이준익 감독님께서 답변해 주신 내용이 일단 좋은 주인공 배우를 한 명을 꽉 잡아 놓은 상태에서 그 배우한테 주변 인물을 연기할 만한 지인들을 물어보신다고 답하셨거든요. 그런데 저도 배우분들이 그 캐릭터를 자신의 캐릭터뿐만 아니라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을 생각해 주시니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고 볼 수 있죠. 실제로 배우님들께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한해인 배우님이 우정 출연을 해주신 계기가 박예영 배우님께 주변에 좋은 배우님이 있다면 부디 떠올려 달라고 요청을 드렸어요. 그리고 이창훈 배우님도 박예영 배우님의 소개로 캐스팅되고 출연으로 이어진 케이스였어요. 예영 배우님께는 부담이 됐을 수 있지만 영화에 나오는 모든 배우와 모든 상황을 만나는 캐릭터가 유일하게 유정뿐이거든요. 쉽지 않으셨을 텐데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선뜻 나서주시니 너무 감사했어요.
장성란: 예영 배우님은 중심에서 이 영화를 이끌어간 책임이나 보람과 혹은 기쁨까지 있으실 것 같아요.
박예영: 한해인 배우와는 친구인 동시에 단편 영화에도 같이 출연한 적이 있어서 연락을 해봤는데 승낙까지 이어져서 굉장히 감사했죠. 수진과 만나는 장면들이 개인적으로 애정이 들어간 장면들이 많아요. 이창훈 배우님은 실제로 촬영을 같이하거나 직접적으로 만나 뵌 경험은 없는데, 대학교 친구가 단편 영화 찍을 때 스크립터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때 당시 배우님이셨어요. 형사 역할 캐스팅에 고전하고 계신 감독님께 제안을 드렸고 실제로 배우님께서도 승낙을 해주셔서 그것 또한 너무 감사한 일이죠.
장성란: 영화에 등장하시는 모든 분들이 너무 연기를 잘 해주셔서 보기가 너무 편했어요. 준한 배우님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 영화가 사실 모든 감정들이 이어지거나 관객들에게 친절히 설명하듯이 진행되는 영화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유정의 어깨를 타고 같이 가듯이 느끼게 되는데, 예영 배우님 같은 경우는 내가 그 유정이 돼서 중심을 잡고 관객들을 이끌어 가야 하는데 그에 따른 일종의 부담이나 책임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이 되거든요. 실제 연기를 하시면서는 어떠셨나요?
박예영: 아까 말씀드린 거랑 좀 연장선일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동안 제가 경험하고 연기했던 작품들은 감독님과 배우분들, 그리고 스태프분들이 울타리를 뚝딱뚝딱 같이 치고 완성된 울타리 안에 던져져서 촬영 동안 뛰어놀기도 하고 넘어져 보기도 하고 마음 가는 대로 연기를 했던 것 같은데 〈언니 유정〉은 과정을 돌아보면 그런 느낌은 아니었어요. 이를테면 울타리가 직선으로 넓지 않게 쭉 늘어져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다른 작품들보다 애드리브도 현저히 적었고 단어 선택을 조금만 잘못해도 울타리가 무너져버릴 것 같고 내가 휩쓸려 넘어져 버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중심을 잃어버리면 방향조차 달라질 것 같아서 부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더 세밀하고 조금씩 다가가는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장성란: 인물이 장르적 선택을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라는 의혹과 의심 사이에 긴장을 타고 가는 힘이 분명하다고 느꼈을 것 같아요. 사실 이 영화의 중점이 진실을 밝히고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것에 있다기보단 오히려 인물들 간에 관계가 형성되고 진심으로 소통하는지를 바라보는 지점에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근데 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장르에 기대지 않고 오히려 인물의 감정에 오롯이 집중하는 힘을 발휘해야 되는 건데 그런 선택에 대한 느낌을 얘기해 주신 것 같아요. 그 작업이 성공했기 때문에 우리가 관객으로서 마지막에 감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를 다 본 입장에서 이왕 기정의 이야기를 조금 더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하은 배우님께서 생각하시기에 만약 영화 마지막에 보여진 장면이 사실이라면 기정은 왜 친구 희진을 대신해서 자백을 하고 끝까지 진실을 함구하는 걸까요? 그런 마음에 대해 해석하고 생각하신 부분이 있나요?
이하은: 굉장히 복잡한 내막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기정이는 표현에 서툴기도 하고 말수가 굉장히 적지만 내면에는 누구보다 심한 감정 기복이 있을 수도 있고 희진과의 관계나 언니 유정과의 관계에 있어서 책임감 내지는 죄책감을 품고 18살이라는 격동기를 지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기정에게는 가족이 주는 안정감에 대한 결핍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언니와 마주 보고 앉아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기정의 삶에서 그 캐릭터가 마주했을 결핍들이 총동원돼서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연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장성란: 끝없는 잔잔함 밑에 깔린 힘듦이 얼핏 보여서 그 장면들이 불안하고 아슬하게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다시 보니 그런 감정들이 잘 느껴졌는데요. 김이경 배우님이 연기해 주신 모든 사건을 대하는 희진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라는 생각도 할 수밖에 없거든요. 6개월 전부터 사이가 소원해졌음에도 그날 현장에 같이 있었고 친구가 왜 자기 대신 자백을 하고 이유를 함구하는지 추측과 의문이 희진 안에서 난무했을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희진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김이경: 희진은 부모님과의 관계나 외동딸이라는 점에서 사랑에 대한 결핍도 있고 어른들에 대한 불신도 있었을 것 같아요. 갑작스럽게 닥친 큰 일을 혼자 감당할 수밖에 없던 이유도 누구도 믿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어요. 기정은 희진에게 제일 가깝고 소중한 존재이니 임신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이고 화장실에서 두 사람이 같이 있던 이유도 희진이 먼저 기정에게 연락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연히 그 장소에 기정이 등장한 것이 아니라 기정이기 때문에 연락했고 할 수밖에 없던 게 아닐까요? 그래서 기정이 자신을 대신해 자백을 했을 때는 더 혼란스러웠을 것 같아요. 기정이 말 못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들은 오히려 기정의 대변인으로 나서서 유정이나 주변 어른에게 분명히 요청했던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유정이라는 존재가 있으니 기정 대신 용기를 더 내서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장성란: 유정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충격을 받고 상황을 파악하면서 혹은 진실이 아닌 것 같이 보이는 것들에 대해 끝없이 의심을 하는 중에 희진은 중요한 건 기정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가 중요하고 유정이 동생 기정에 대해 충분히 모른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를 시키는 존재기도 하죠. 그러면서 유정은 내가 마주 보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기정을 경찰서에서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정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외로음을 안고 나아가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이 과정에서 유정은 영화의 스토리텔러로서 진실을 가르쳐주는 것이 중요하기보다 인물과의 관계 속에서 깨닫고 진심을 보여주는 걸로 나아가잖아요. 사실 영화가 세상에 나오고 인물의 감동이 관객에게 가슴으로 전해지니 색다르고 아름다운 결말로 닿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시나리오 과정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장르적인 영화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그 과정에서 선택과 고민이 굉장히 많았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르적 선택을 하지 않고 〈언니 유정〉만의 고유한 결말을 만들어낸 게 대단한 것 같아요.
정해일: 저는 장르라는 건 관객분들과의 약속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지금 완성본보다 시나리오가 더 추가된 버전도 있는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선 결국엔 감독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건 당연한 마음이지만 결국 내가 영화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이고 감독만의 추구하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선택이 필요했어요. 저는 사실 기정과 희진이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우리가 저 친구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정의할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길 바랐어요.
김준한: 영화의 엔딩이 영화가 처음부터 취하고 있는 태도가 끝까지 유지된다고 느꼈어요. 보통 영화의 엔딩이라 하면 사건의 발단부터 전개가 흐르고 결국엔 이렇게 됐다, 혹자는 이렇게 느껴봅시다, 하고 제시를 하잖아요. 그런데 〈언니 유정〉 같은 경우는 방금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극 중 인물들이 서로에게 서로를 궁금해할 필요가 있다는 태도를 계속 이야기하고 상기시키잖아요. 태도나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마지막 엔딩을 보니 그래서 어떻게 된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가 끝나고 세 사람 유정, 기정, 희진은 어떻게 될까? 앞으로 이 인물들이 살아갈 날들에 대한 물음표가 떠오르면서 이야기가 끝나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엔딩이라고 생각해요. 기정의 선택에 대해 많은 추측과 생각들이 지켜보는 입장에서 마음이 아팠어요. 모든 사람들 안에 누군가를 위해 나를 던지고 싶은, 그런데 그 희생이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을 향하고 있다는 게 보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은 나이나 경험에 무조건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더 깊고 성숙할 수 있다고. 그래서 기정의 선택이 터무니없기보다는 공감이 되는 쪽에 가까웠고,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희진에 의해 너무 이기적이라는 식의 질책을 들었을 때는 그 말이 큰 숙제처럼 남아 인생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요. 감독님의 의도일지 모르겠지만 희진이 자백을 할 때도 내가 했다고 하지 않고 같이 버렸다고 말하는 것도 서로가 서로를 끝까지 지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비록 누군가를 속인 것이 될지라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던 두 사람을 지키게 됐으니까요. 한편으론 유정은 누가 지켜줄 수 있을까에 대한 연민과 걱정도 들었어요.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박예영 배우님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은데 수진이 응급 상황에 처했을 때 상황의 긴장감을 더 이끌기 위해 감정을 쏟아내는 연기가 오히려 쉬운 방법일 수도 있거든요. 근데 그 상황에서 유정이라는 캐릭터의 사회적인 태도를 먼저 고려해서 연기를 한 점이 대단하다고 느껴요. 배우로서의 감정이나 방법보다 간호사로서 직업적인 선택이 오히려 돋보여서 인물과 동화됐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던 것 같아요.
정해일: 예영 배우님은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분들 중 한 분이에요. 같이 한 작품을 떠나서 어떤 작품에서 어떤 감독을 만나시든 간에 캐릭터를 해석해 주시고 영화의 상황을 파악하려고 항상 노력하세요. 좋은 배우분들과 하면 이렇게 촬영하는 게 맞다는 확신이 들어요. 배우분들 같은 경우는 연기에서 노력하신 부분들이 드러나니 이렇게까지 마음 쏟아주셨다는 게 반갑고 감사하죠.
김준한: 유정과 기정이 카메라와 정면으로 마주 보는 장면들이 연결되는 샷을 쓰셨잖아요. 그 이어지는 장면이 두 자매가 서로를 정면으로 처음 마주하게 된 것처럼 느껴졌는데 유정이 기정에게 이제 기다릴 테니 이번에는 한 번만 늦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게 너무 자연스럽게 하나가 돼요. 근데 사실 상황의 긴장도나 비장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심화적인 연출을 충분히 할 수 있거든요. 내가 얼마나 마음을 쓰고 있는지를 표현해서 보는 사람들도 감정에 충분히 동화되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오히려 다짐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유정의 태도가 스스로를 돌이켜보고 감히 슬퍼하지도 못하게끔 누르고 있는 느낌이라 마음이 아팠지만 연기적인 부분에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해요.
관객: 등장인물 셋이 미역국을 먹으면서 영화가 끝나는데 우리가 보지 못한 엔딩 이후에 외로웠던 희진에게도 유정이가 언니 같은 존재가 되어줬을까요?
김이경: 희진은 유정을 전적으로 믿을 것 같아요. 함께 밥을 먹으면서 가족 혹은 유사한 구성원으로서 희진이 유정을 의지하고 유정이 희진을 동생 대하듯이 한다면 그것만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같이 미역국을 먹으면서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는 것은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고 시간을 나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그들의 관계가 잘 표현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박예영: 유정의 과묵함이나 절제적인 태도들은 보호자가 부재한 장녀로서 비롯된 태도일 수도 있지만 같은 성질의 것들이 기정에게도 있었을 것 같아요. 서로가 너무 배려하다 보니 의지하지 못하고 건강하지 못한 방향으로 튀어버린 상황들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희진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시간들로 인해서 기정과 유정이 끌어안고 울 수 있게 되고 기정은 화장실에서 언니에게 전화하기를 실패했지만 만약 유사한 상황이 다시 온다면 그때는 유정에게 전화하고 기댈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정이 변화했다는 것은 희진에게도 그만큼의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봐요. 물론 희진과 모든 것을 공유하지는 않겠지만 어쩌다 마주치게 되더라도 서로를 피하지 않고 안부를 물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관객: 영화가 다루는 소재가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은 아니다 보니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캐릭터의 행동이나 감정에 대한 이해가 힘드실 때는 어떻게 하셨나요?
박예영: 저는 수진이나 기정, 그리고 유정의 상황들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했어요. 사실 그것들 중 어느 하나도 생각보다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집중할 것은 무엇일까를 우선적으로 생각했고 나의 소중한 동생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고 학교는 학생을 지켜주지 못하고, 나의 직장마저 나를 이해해 주려고 하지 않으니 그런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유정의 선택에 집중했어요. 희진에게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얻어지는 작은 힌트들로 인해 내가 기정에 대해 잘 몰랐다는 것을 인지하고 잘 알아야겠다고 목표가 바뀌면서 노력한 것은 사건의 해결보다는 기정과의 관계였어요.
김이경: 희진의 행동 중에서 친구가 힘든 사건을 겪고 있는 와중에 유정이 일하는 병원에 찾아가서 하지 말아야 할 시도를 하는 것도 처음에는 지나치게 과감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들도 있었어요. 생각하면서 알게 된 건데 감정을 드러내거나 도움을 구하지 못했던 희진이 누구든지 남들 앞에서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용기라고 느껴졌어요. 희진이 느꼈을 감정에 공감하면서 나중에는 노력하지 않아도 희진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됐던 것 같아요.
이하은: 기정이가 시나리오상에서 드러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지문으로 드러나지 않은 기정이 혼자 있을 때는 어떤 생각을 할까 라는 궁금증이 항상 있었어요. 공부도 잘하고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할 것 같지도 않은데 속마음엔 무엇이 있을까 생각도 많이 했어요. 오히려 현장에서 상황이나 연기에 대해 구체적인 합을 맞추지 않아도 인물에 대한 고민에서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추는 것들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관객: 감독님과 출연하신 배우분들께 모두 여쭤보고 싶은데 영화의 처음과 끝을 모두 함께하신 입장으로서 처음과 끝의 소감에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정해일: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게 된 영화였어요. 영화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고생해 주신 분들이 참 많아요. 그런데 가족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을 내가 정말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저는 부모님의 젊은 시절 꿈을 모르고 살았고 지금도 사실 몰라요. 근데 이 영화를 끝내고 나니 궁금한 것들이 생겼고 묻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물어볼 용기도 생겼어요. 내가 정말 알고 있던 것이 그 사람의 전부일까 같은 깨달음을 얻었고 이런 경험들이 저를 성장시킨다고 믿어요.
이하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유정 언니의 고군분투를 보면서 눈물이 났어요. 그때서야 내가 정말 기정이랑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이경: 영화에 대한 첫인상은 역할에 대한 매력이었고 아무래도 캐스팅이 된 직후에는 역할에 대한 관심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완성된 영화로 보고 난 후에는 배우가 아닌 관객으로서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박예영: 초반에는 유정이라는 캐릭터를 더 잘 알고 싶었고 작업이 진행되면서 점점 더 알게 된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로 보고 난 후에는 관심이 유정에서 나에게로 옮겨온 느낌이에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나 생각을 하고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습니다.
장성란: 마지막으로 소감 한 말씀씩 듣고 인디토크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정해일: 개봉한지 얼마 안돼서 GV 행사를 많이 다니는데 늦은 시간까지 자리 지켜주시고 이야기 들어주시는 관객분들 덕분에 힘이 납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준한: 오늘 인디토크에 참여하려고 작품을 더 세삼하게 보려고 노력했는데 결과적으로 저에게도 너무 감사한 일이었어요. 덕분에 저도 많이 배웠고 한 가지 감상을 보태보자면 어떤 것이든 간에 이야기를 알려고 노력하면 결국엔 알게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좋았어요. 알려고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고 영원히 알 수 없는 관계들도 있잖아요. 스스로에 대해서도 그렇고 타인에 대해서도 그렇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서로에게 계속 손을 내민다는 자체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배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영화 만드시느라 고생 많으셨고 이 영화가 더 많이 사랑 받았으면 합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하은: 영화 보러 와주신 한 분 한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선배님께서 저희 영화의 뜻과 등장인물의 마음까지 잘 헤아려주셔서 저도 힘을 얻고 가는 것 같아요. 오늘 함께 해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이경: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궁금해하는 지점이 다르다는 점을 느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햇던 부분들에 대해 들을 수 있어서 배우고 성장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도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고 영화의 의미가 오랫동안 남아 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박예영: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아서 GV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해요. 아까 준한 배우님이 물음표가 생겼다고 말씀해 주셨잖아요. 이 친구들의 과거, 혹은 무엇이 어떻게가 아니라 그래서 앞으로 이 친구들은 어떻게 될까를 궁금해하는 지점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소중한 관계들이 가끔씩 당연하게도 여겨지지만 당연하지 않은 관계들도 있으니 그런 관계들에 대해 조금이라고 궁금한 마음이 생기셨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표현해 보셨으면 해요. 발걸음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