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 Review] 〈아침바다 갈매기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 아침바다 갈매기는 〉리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글입니다.
우리의 삶은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순간의 연속이다. 잔잔하던 파도가 순식간에 제 경로를 바꿔 폭풍우로 돌변하는 것처럼 희망으로 믿었던 것이 절망으로, 동시에 절망이라 여겼던 것이 희망으로 뒤바뀌는 순간도 예고 없이 찾아온다. 모든 게 다 지나고 나서야 우리를 흔들었던 것이 희망이었는지, 절망이었는지 알아차리곤 한다. 〈아침바다 갈매기는〉 작품은 과연 우리가 믿고 있었던 것이 희망이었는지, 절망이었는지 질문하며 비록 그것이 절망일지언정 그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희망이라 믿으며 살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작은 어촌마을에 사는 젊은 어부 용수(박종환)의 눈은 어딘가 공허하다. 언젠가 늙은 선장 영국(윤주상)과 뱃일을 나갔을 때, 용수는 그물에 발이 걸려 그만 바다에 빠지고 만다. 아마 용수는 그때 결심했을 것이다. 여기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거냐고. 오늘의 삶은 팍팍하고 내일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용수는 탈출하기로 마음먹고 영국에게 자신의 죽음을 위장하는 계획에 동참해달라는 위험한 부탁을 하게 된다. 영국은 고민하지만 떠나야 할 사람을 제때 보내주지 못해 영영 놓쳐버린 과거의 죄책감 때문에 결국 용수를 돕게 된다. 한 달이면 용수의 가족에게 보험금이 지급되어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용수의 엄마 판례(양희경)와 베트남인 아내 영란(카작)이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상황은 점점 이상하게 꼬여간다. 어떻게든 이 소동을 빨리 끝내고자 홀로 이곳저곳 알아보고 다니지만, 그때마다 아들을 잃은 판례의 원망스러운 시선이 늘 영국의 뒤를 좇을 뿐이다.
왜 용수가 자신의 죽음을 위장해서라도 그토록 마을을 떠나고 싶어 했는지 의문이 들 때쯤, 영화는 잔잔하던 바다 위로 슬며시 떠오르는 마을의 어두운 민낯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평화롭게만 보이던 마을의 한 껍질을 벗겨보니 이기심과 차별, 편 가르기와 부조리가 그물처럼 얽히고 설켜져 있었다. 오래 전 마을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형락(박원상)이 마을을 공동체가 아닌 공동묘지라 말한 이유기도 하다. 처음에는 용수의 계획에 ‘사람 새끼가 하는 생각이냐?’며 황당해했던 영국 또한 그동안 가려져 있던 마을의 실상을 직접 마주하게 되면서 죽음을 위장하면서까지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용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떠나는 자와 남겨진 자를 다루는 보통의 영화들과는 달리, 〈아침바다 갈매기는〉 작품은 떠나는 사람인 용수가 마을을 벗어나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기 보다는 용수가 떠나간 그곳에서 계속 살아가는, 남겨진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비록 희망이라 여겨졌던 젊은이들이 하나둘 떠나가는 마을은 끝내 소멸을 맞이하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 남겨진 자들은 꿋꿋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남겨진 것이 소멸에 대한 절망과 두려움 뿐이더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모든 소란이 지나간 후, 하루를 시작하는 태양을 마주하며 다시 뱃일을 떠나는 영국과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판례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이들에게 남겨진 것이 결코 절망만이 아닐 것임을 희망하게 한다. 지금 당장의 희망은 보이지 않더라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것처럼 또 다른 희망이 이들의 삶에 슬며시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오늘을 버티며 내일을 잘 맞이하리라 믿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