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 〈미망〉 인디토크 기록: 돌고 돌아 다시 만나, 이야기가 끝나지 않기를
돌고 돌아 다시 만나, 이야기가 끝나지 않기를
〈미망〉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4년 11월 20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이후
참석 김태양 감독, 이명하, 하성국, 박봉준, 백승진, 정수지 배우
진행 곽명동 마이데일리 기자
*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소정 님의 기록입니다.
마음과 마음이 모여 서로에게 귀 기울인다. 조심스럽고 잔잔한 마음이지만 쉬이 거두거나 멈추지 않는다. 설령 조금 어긋날지라도. 〈미망〉은 이런 순간들을 시간을 거쳐 겹겹이 쌓으며 뭉근히 곱씹어보게 만든다.
영화에서처럼 비가 조금씩 내릴까 말까 하는 날씨,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개봉 GV에 감독과 배우들이 영화에 나온 것과 닮은 노란 꽃다발을 하나씩 들고 입장했다. 〈미망〉의 한 장면과도 같은 GV 시간이 끝나고 며칠 뒤 카페에서 나오는 길에 비를 만났다. 갑작스러운 비로 인해 카페에서 우산을 빌렸는데 〈미망〉 1부와 2부에서 등장인물들이 들고 다니던 것과 똑같은 빨간색 접이식 우산이었다. 영화가 슬그머니 일상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자연스레 〈미망〉 인디토크 때 나왔던 말들이 떠올랐다. 영화 〈미망〉을 보고 나서 돌고 돌아 다시 만나기를, 이야기가 끝나지 않기를 바랐던 이들에게 여러모로 다정했던 지난 인디토크의 기록을 나누고 싶다.
곽명동 기자(이하 곽명동):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 〈미망〉 GV 진행을 맡은 모더레이터 곽명동입니다. 제가 영화에 대해 감독님과 배우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머지 시간에 여러분들의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감독님부터 인사 말씀 부탁드릴게요.
김태양 감독(이하 김태양): 안녕하세요,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미망〉을 연출한 김태양이라고 합니다.
이명하 배우(이하 이명하): 안녕하세요. 저는 〈미망〉에서 '여자'를 연기한 이명하라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성국 배우(이하 하성국): 안녕하세요. 하성국입니다. 잘 못하는 노래 실력으로 열창했던 '남자' 역할을 했습니다. 반갑습니다.
박봉준 배우(이하 박봉준): 안녕하세요. '팀장' 역할을 한 박봉준입니다.
정수지 배우(이하 정수지): 안녕하세요. '연인' 역할을 한 정수지라고 합니다.
백승진 배우(이하 백승진): 택시 운전했던 백승진이라고 합니다.
곽명동: 저는 이 영화 보고 감독님께서 서울 토박이시구나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까 지리산에서 올라오셨고, 서울을 이렇게 (아름답게) 담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영화 너무 잘 봤고요. 궁금한 사항 몇 가지 질문 드리면서 오늘 GV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영화가 처음과 끝이 순환하는 구조로 돼 있잖아요. 극중에 대사 두 번 나오는데, 12시에서 12시. 그리고 낮에 시작해서 밤에 끝납니다. 그리고 ‘남자’가 버스에서 내려서 영화가 시작되고, ‘남자’가 버스에서 내리면서 영화가 끝이 나고요. 그다음에 첫 번째 대사가 "잘못 내렸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여기서 내릴게요." 그리고 내리는데 저는 이 '남자'가 광화문이라는 시공간에 계속 갇혀 있는 듯 한 그런 느낌을 좀 받았거든요. 그리고 ‘여자’는 어떤 두 남자 사이에 순환한다고 할까요? 소우(극 중 장소)에 갔을 때 전 남자친구가 싱글 대디 밑에서 자랐다는 걸 알게 되잖아요. 새 엄마 얘기 나오면서. 그리고 현재는 ‘팀장’, 싱글 대디와 사귀고 있고. 그래서 두 남자 사이에 싱글 대디라는 키워드로 순환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께서 처음 영화 시나리오 쓰실 때 순환의 개념을 사용하신 이유가 있으시다면 여쭙고 싶습니다.
김태양: 제가 순환의 구조를 채택하게 된 거는 실제로 영화 속에서 “12시에서 12시”라고 말하는 하성국 배우의 대사처럼 제가 그런 식으로 시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살다 보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데 그때 후회되던 때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돌아갔다고 생각하고, 예를 들어서 헤어진 친구랑 다시 돌아가면 잘 만날 수 있겠지 해서 돌아가 봤더니 잘 만나지지가 않더라고요. 그게 비단 사랑뿐만 아니라 우정의 관계에서도 그런 것 같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경험하면서 제자리로 돌아갔다고 생각했지만 제자리가 아니었구나, 라는 저의 일련의 경험들이 이런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갖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영화 속에 녹여내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곽명동: 이명하 배우의 '여자' 캐릭터 같은 경우에는 싱글 대디와의 관계에서 어떤 순환의 의미가 있는지요.
김태양: 이명하 배우의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로 "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 것 같지?" 이런 얘기를 하잖아요. "내가 나라서 그런가." 정말로 사람이 살다 보면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만나봤는데 왜 내가 만나는 친구들이나 혹은 내가 만나는 연인들은 알면 알수록 뭔가 비슷한 것 같은데, 라는 기시감을 저는 느끼더라고요. 여러분들도 그러실지 모르겠지만. 하성국 배우와 이명하 배우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시점과 방향성은 좀 다르지만 겹치게 되는 교집합이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이 달팽이면 이 사람도 달팽이로서 약간 교집합이 생겨서 마주치게 되는 시점을 다룬 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곽명동: 네, 잘 알겠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실제로 감독님과 이명하 배우님께서 길거리에서 만나가지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게 계기가 돼서 만들어진 게 1막이에요. 이명하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내 이야기가 지금 영화에서, 특히 주연을 맡고 나서 영화를 보게 된, 현실과 영화가 지금 같아진 거잖아요. 배우님 입장에서 봤을 때 느낌이 어떠신지 궁금해요.
이명하: 처음에 정말 종로에서 우연히 만나게 돼서 같이 우연히 길을 걷게 되고, 서로 나눈 이야기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김태양 감독이) 며칠 만에 써서 보내줬어요. 그때 정말 놀랐고. 나랑 나눈 대화로 정말로 영화를 같이 찍자고 시나리오를 보내줬네. 그래서 처음엔 정말 고마웠어요. 진짜로 보내주네? 이런 생각을 했고, 아무래도 그렇게 시작이 됐다 보니까 애정이 남다르긴 한 것 같아요. 더 인물의 마음에 집중이 되고.
곽명동: 몇 가지 정도가 거의 똑같은 건가요? 옛날에 감독님이랑 처음 만났을 때 나눈 얘기가, 이 영화에서 대사로 몇 퍼센트 정도나 반영됐나요?
이명하: ‘여자’가 하는 대사는 거의. 많이 반영이 됐어요. 실제로.
곽명동: 굉장히 신기한 경험을 배우님 입장에서는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요.하성국 배우님께 질문 드릴게요. 제가 알기로는 첫 1막이 2019년 여름에 찍으신 거죠? 그다음에 3막이 2022년 겨울에 찍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만 3년이 지나서 이 캐릭터로 연기를 한 건데. 저 ‘남자’ 캐릭터는 담담하면서도 약간 쓸쓸한 표정이 있잖아요.지나간 연인을 잊지 못하는 측면도 있고, 그 사이에 어떤 여자와 헤어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1막에서 했던 연기와 시간이 지나서 했던 3막에서 했던 연기를 본인 스스로가 어떻게 다르게 접근을 했는지 여쭤볼게요.
하성국: 말씀해 주신 것처럼 실제로 물리적인 시간이 지났고, 극 중에서도 거의 동일한 시간이 흐른 설정이었어요. 그래서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 조금 어리게 나오거든요. 앞에 (1막에서). 그리고 3막이 미세하지만 제가 봐도 노화가 좀 보여요(웃음). 그런 게 캐릭터의 시간을 표현하는 데서 굉장히 유리하게 작용한 구조였고요. 개인적으로는 3부 시나리오를 감독님이 주셨을 때 너무 글이 깨끗하게 잘 읽혀서, 저는 그 앞에 찍었던 단편들과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라고 제가 받아들여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저 혼자 했던 도전 같은 거였는데, 이거를 별개로 해도 나를 같은 인물, 같은 캐릭터로 믿게끔 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완전 별개로 접근했던 것 같습니다.
곽명동: 3막에서는 수염도 좀 있고 안경도 쓰시고 그러잖아요. 그것도 일부러?
하성국: 그건 이제 감독님이 원하셔서..
곽명동: 잘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 팀장님께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진짜 팀장처럼 보이세요. 아까도 처음 뵀는데 진짜 팀장님이 아니신가, 할 정도로 싱크로율이 너무 좋으시고. 박봉준 배우님께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명하 배우님과 광화문 일대 밤거리를 걸을 때 저는 두 분의 연기가 너무 좋았는데. 특히 중간쯤에 보면 그 영화(미망인) 속 이야기를 하다가 칼로 찌른다고 그랬을 때 이명하 배우님은 이렇게 우산에다가 손을 갖다 대면서 찌르는 표정하고 그다음에 (박봉준) 배우님이 이렇게 손을 들잖아요. 그리고 둘이 제스처를 따라하면서 연기를 하는 그런 디테일들이 굉장히 좋은데, 그게 이명하 배우님이랑 사전에 얘기가 되신 건지 감독님이랑 얘기하신 건지, 그게 순간적으로 짧은 연극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어떠셨는지.
박봉준: 우선 둘이서 그렇게 손을 쓰면서 반복하는 거는 감독님의 디렉팅이었고요.그리고 제가 이 인물 구축할 때, 기분은 좀 상하지만 1막에 나온 하성국 배우를 따라해야 했어요(웃음). 개인적으로는 싫었는데요. 구조적으로 그게 맞더라고요. 그래서 하성국 배우가 먼저 〈달팽이(1막)〉를 찍어놓는 바람에 제가 따라할 수밖에 없었죠. 저도 손을 많이 쓰는 것을 비슷해 보이게, (1막에서) 했던 것들이니까. 구조적으로도 같은 길을 반복하고 있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래서 그것들을 연기하게 됐고. ‘여자’가 장난을 잘 치는 사람이라고 오늘 아까 전에 들었는데요. 그래서 그냥 글을 읽고 생각했을 때 ‘팀장’이라는 사람이 되게 매력적이고 귀여워야 되는 사람이라고 느꼈고 김태양 감독님도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제가 사실 생각했을 때 저런 말투를 쓰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람의 말이 아니다, 이건.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그 말투를 쓰면서 귀엽고 상냥한 사람이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그 '여자'가 장난을 쳤을 때 원래 같으면 같이 받아줄 수 있는데 ‘팀장’이 되게 어색하게 반응하고, 어색한 반응을 하는 것들이 ‘팀장’이 좀 귀여워 보일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하고 했던 것 같습니다.
곽명동: 갑자기 궁금해지는데. 접이식 빨간색 우산, 그거 (1막에서) '남자'가 들고 있던 우산이랑 똑같은 거죠? 1막에 했던 계속 따라가는, 그런 것들이 감독님께서 설계하신 거죠? 빨간 우산도 서로 똑같은 걸로 들게 하는 거.
김태양: 네, 그렇습니다.
곽명동: 정수지 배우님께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짧게 나오는데 임팩트가 상당하죠. 버스 안에서 ‘남자’랑 대화할 때 제가 세보니까 두세 번 정도 반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연상녀인가? 이런 생각했어요. 근데 영화에서는 그런 게 너무 짧아서 보여지지 않잖아요. (‘남자’와 ‘연인’)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정수지 배우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반존대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식의 대사인데, 배우님께서는 (‘연인’)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여쭤볼게요.
정수지: 저는 말투가 그 인물 캐릭터나 관계를 보여주는 데 되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감독님이 처음에 주신 대본에 그렇게 써 있었고, 그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관계라는 걸 되게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셨었어요. 그래서 하성국 배우님은 '연인'한테 존댓말을 주로 쓰는데 '연인'은 '남자'한테 반말을 섞어서 쓰는 방향으로 들었고. 그리고 대본 그대로 했던 것 같은데 저한테 중요한 거는 그렇게 짧게, ‘연인’이 단편적으로 나오는 인물일 수 있으니까 그 사람의 캐릭터를 짧은 시간 안에 보여줄 수 있는 게 중요했었는데.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시고 나서 저한테 연애 얘기나 사랑에 대한 얘기,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대한 얘기, 그리고 감독님이 사랑하는 사람 얘기를 저한테 해주시면서 이 관계를 제가 어림짐작하거나 알 수 있게 설명해 주셔가지고. 제가 생각했을 때 이 캐릭터가 겉으로는 유약해 보일 수 있으나 좀 내면이 단단하고 의연한 캐릭터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습니다.
곽명동: 근데 사소한 겁니다마는 그 '남자' 캐릭터보다 '연인' 캐릭터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셨어요? 적다고 생각하셨어요? 본인이 연기한 캐릭터가.
정수지: 어리다고 생각했어요(웃음).
곽명동: 네 알겠습니다. 백승진 배우님께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영화, 드라마 보실 때마다 배우들이 운전하면서 연기하는 거 외화나 한국 영화나 자주 보시잖아요.제가 연기를 해본 적은 없지만 그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이제 운전을 실제로 하는 건 아닙니다만, 운전하는 척하는 연기를 하면서 대사를 하고 연기를 하는 거잖아요. 이 영화에서는 저 먼 지방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올라가는 긴 시간을 계속 운전하면서 대사해야 되는 그런 연기였을 텐 어떠셨는지. 운전하면서 하는 연기가.
백승진: 영화에서 운전하는 건 처음이었고요. 그래서 그냥 운전 직접 하는 게 더 편할 줄 알았어요. 예전에는 그냥 다른 데 실려 있는 것보다 내가 실제로 운전하면서 연기하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했었는데, 끝나고 나서 느꼈던 거는 이거 무조건 안전하게 해야 되겠구나. 그 정도가 내가 아직 안 되는구나(웃음). 이런 것도 있었고 처음에는 되게 어색하더라고요.그래가지고 이걸 어떻게 해야 될까. 왜냐하면 그 운전하는 것 자체가 불편해 보이면 그 역할이나 이 장면이 다 깨질 것 같았는데. (운전하는 장면이) 렉카 위에 택시를 올려가지고 진행하게 되는데, 렉카 구조가 앞에 자동차의 머리가 있으면 뒤에가 딸려서 이렇게 움직여요.그래가지고 저는 이제 죽어라 저 렉카의 머리만 보면서 기사님이 움직이는 대로 나도 움직이자, 이 생각을 하면서 운전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렉카에 택시가 이렇게 올라가고, 사방팔방으로 카메라와 감독님이 앞에 딱 앉아 계세요. 정면에 카메라와 이렇게 촬영 감독님들과 다 함께. 저는 이제 그 렉카의 머리 맨 앞부분을 봐야 되는데 시선을 그리로 보낼 때마다 감독님이랑 이렇게 다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사실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웃음).
곽명동: 운전하는 연기가 이렇게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 감독님께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 영화 2부 음악이 특히 좋았고요. 1막, 3막 전부 좋았지만. 저는 감독님께서 의도하신 게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려고 한 게 아닌가. 그러니까 1954년도 〈미망인〉이라는 극중의 영화가 미망인의 이야기를 다룬 것 같은데, 이 모더레이터가 그 영화 얘기하면서 여러분들도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하시고, 저 1954년도의 배우들도 이 근처 서울극장을 걸었던 분들이라고 말하고 나서 극장 문을 나와 팀장님을 만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본인의 이야기를 이제 하게 되는 것이고요. 감독님께서 1954년도의 영화와 2020년대의 서울을 이어지게 하려고 했다는 느낌을 받아서 한번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태양: 기자님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제가 영화 속에서 보이는 영화와 그 다음에 현실의 경계를 조금 무너뜨려 봐야겠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중에서 이명하 배우가 모더레이터로서 이렇게 관객 분들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고, 그다음에 아마 여러분들이 경험하셨겠지만 여러분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스크린 속에 있는 다른 관객들이 이렇게 마주 보게 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라든지. 그리고 모더레이터로서 드리는 관객에게 드리는 말씀은 뭐였냐면, "여러분들이 극장 문을 열고 나갔을 때 여러분들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얘기하잖아요. 그런 것들도 그렇고, 제가 지금 이 꽃을 들고 온 이유는 여러분들이 아마 짐작하실 텐데. (영화 속처럼) 해바라기를 준비하고 싶었는데 해바라기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해바라기 비슷한 꽃을 여러분들은 알아주시지 않을까 해서 준비해 봤습니다. 이따가 혹시나 드릴 수 있는 분들에게는 이 꽃을 전달해 드리고 싶고요.이런 식으로 제가 영화를 찍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님이 주신 질문에, 어떤 부분이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지, 이어지고 있는지를 설명을 드리자면 꽤 많은 부분들을 설명을 드려야 될 것 같아서 대표적인 거 딱 하나만 말씀드리면요. 여러분들 영화 엔딩 보셨을 때 버스 좌석을 길게 보셨잖아요. 그러신 분도 있을 테고 아닐 분도 계셨겠지만 여러분들이 앉아 있는 그 객석이 버스의 뒷좌석처럼 느껴지시길 바랐습니다. 영화와 우리가,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이 스크린을 두고 막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엔 통하게 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오늘 극장에 와주신 것도 너무 기적 같고, 이 버스에서 내려서 극장 문을 열고 나가서 오늘 밤거리를 걸으실 때. 이 홍대 앞의 거리도 1950년대 거리가 있었겠죠. 그런 거리의 기분을 여러분들도 느끼시기를 바라봅니다.
곽명동: 박수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마 이 꽃을 받는 관객 분들은 1954년도 〈미망인〉과, 지금 개봉한 〈미망〉이라는 영화, 그리고 극장 문을 나가신 다음에 만나는 현실, 세 가지 시공간을 같이 경험하게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고요. 이명하 배우님께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명하 배우님이 맡은 '여자' 캐릭터, 모더레이터 같은 경우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죠. 처음에는 서울 극장 공간을 잘 모르잖아요. 1막에서. 어디 있는지 몰라가지고 남들한테 계속 물어보잖아요. 서울 극장이 어디 있는지. 그리고 2막에서도 "여기는 올 때마다 헷갈리고 잘 모르겠어. 공사가 계속 있어가지고"(라고 말하고.) 3막에서 소우의 위치는 정확히 알지만, 소우가 하도 오래전에 갔다가 안 간 지 오래돼서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팀장'과 결혼을 할 거냐고 물어봤을 때 심사숙고한다고, 깊게 좀 더 생각을 해봐야 된다고 얘기하는 걸로 미뤄봐서, 저는 이 '여자' 모더레이터는 좀 확신을 하지 못하는 캐릭터가 아닌가, 그렇게 저는 봤거든요. 저는 그렇게 봤는데 이명하 배우님과 김태양 감독님이 전혀 다른 얘기를 하셔서 배우님은 좀 어떠셨는지 여쭤보도록 할게요.
이명하: '여자' 캐릭터가 저랑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저도 확신을 잘 못하는 성격이고, 이건가 저건가 좀 헷갈려 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 '여자'가 좀 변화한다고 생각하거든요.계속 길을 헤매고 잘 모르겠다, 그러고 그러다가 3막에서는 소우의 존재 유무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어쨌든 길을 알게 됐잖아요. 그런 작은 변화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도 인간 이명하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근데 자기 마음은 확신을 잘 못하지만 가야 할 때는 또 정확히 자기가 알고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자기의 선택으로 이만 여기서 가겠다, 라고 말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곽명동: 알겠습니다. 하성국 배우님께 아무래도 노래 얘기를 안 여쭤볼 수가 없겠죠.소우에서 장기하 노래가 너무 좋더라고요. 노래 마지막 부분에 보면 기침도 하세요. 굉장히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셨는데. 그 노래를 부를 때, 연기하실 때 어땠는지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성국: 노래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 노래가 영화에 나온 것보다는 원곡이 되게 잔잔한 느낌을 주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노래가 쉬운 노래인 줄 알았어요. 근데 기타 반주를 하면서 불러보니까 장기하 님이 정말 대단한 뮤지션이시고 노래를 정말 잘하신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그만큼 제가 원래 노래하던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어려움이 좀 있었고요.기침하게 된 경위가 갑자기 불현듯 떠올랐는데, 감독님이 그날 제가 프레임에 없는데도 노래를 계속 시키셔가지고. 현장 분위기를 위해, 아니면 이명하 배우가 연기할 때 음악을 듣고 해야 되니까 너는 열창을 해라, 이런 식으로. 그래서 노래를 많이 해서 기침이 나온 경우인데요(웃음). 그 테이크를 쓰셨더라고요.
이명하: 제가 엄청 좋아해요 그 장면을. 그 장면 볼 때마다 약간 울컥해요. 거기서 저는 기침이라고 생각 안 하고, (하성국 배우가) 울 것 같은데 안 울어서 좋거든요. 그 부분이. (하성국 배우가) 진짜 고생했어요. 엄청 많이 불렀어요(웃음).
하성국: 단독 콘서트를 밤새(웃음).
곽명동: 나중에 가수로 데뷔해도 되지 않을까(웃음). 박봉준 배우님께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현실에 저런 남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젠틀해보여서. 그래서 처음에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하셨는지. 저런 남자는 정말 여자 분들께서 굉장히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떠셨는지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박봉준: 우선은 여러분들이 보신 팀장님은 없는 사람이고요. 제가 아닙니다.(객석에서 웃음) 리딩을 한 번 하고 바로 촬영했어요. 그래서 첫 리딩 때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제가 (팀장 역할이)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하니까 욕심이 나서 되게 뻔하게 연기했는데, 김태양 감독님이 저한테 "봉준아, 그거 아니야."(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만 하고 정확한 디렉팅을 별로 주지 않고 저한테.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 사람의 목표는 이 '여자'를 편안하게 해주고 되게 배려해 주는 사람, 이란 얘기만 해줘서 현장에서 거의 그냥. 모르겠어요. 제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좀 형편없는 연기일 수도 있는데, 제가 신나서 조금 톤이 올라가면 김태양 감독이 저한테 "톤 좀 낮춰" 그러면 “저기요(높게), 저기요(한 톤 낮게), 저기요(가장 낮게), 어떻게 할까?”, 그럼 “세 번째 그거”, “오케이. 좋아.” 그런 식으로 얘기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사람(팀장)은 모르겠어요. 그 사람(팀장) 어떻게 그런 사람이 나왔는지. 다만 좋았던 건, 횡단보도 씬에서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인데. 늘 제가 연기 잘한 거라고 자랑을 하는데요. 그 씬에서 이렇게 서로('여자'와 '팀장')의 시선이 교차할 때가 있잖아요. 저만 알고 있는 건가요?(관객석에서 웃음) 그래서 그때 아마 가장 '팀장'에 가까웠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곽명동: 알겠습니다. 정수지 배우님께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짧게 나오기는 하지만 제가 봤을 때 여기 다섯 배우님 중에 가장 밝은 것 같아요. 실제로 가장 밝기도 하고. 물론 택시 기사 캐릭터도 밝은데, 중간에 이제 선배인 ‘남자’ 캐릭터와 한 번 고성이 오고 가는 그런 게 있어서. 이 영화에서 가장 밝은, 짧지만 밝은 캐릭터인데. 연기하실 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셨는지 여쭤볼게요. 어떤 생각을 갖고 연기를 하셨는지.
정수지: 밝다고요? 여기 중에서 제일? (웃음)
곽명동: 캐릭터 중에서(웃음).
정수지: (가장 밝다고) 그렇게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그냥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그 감독님의 설명을 듣고 제가 해석한 느낌은 아까 말씀드린 이 캐릭터의 어떤 의연함과 단단함은 외부나 어떤 내면의 부정적인 것이나 어려움이 와도 그거를 자기가 좋게 소화해서 플러스로 방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단단하지 않을까. 그게 만약에 밝게까지 보였다면 정말 기쁘네요(웃음).
곽명동: 밝은 부분에 대해서 감독님께서도 설명을.
김태양: 영화에서 초반에 등장하고 마지막에 이명하 배우의 입으로 “너를 화가로 인도한 그분은 잘 만나고 있어?” 라고 질문했을 때 영화의 거리감이 상당히 멀잖아요. 1부와 3부 사이가. 그렇기 때문에 짧게 나온 분량과 관련 없이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의 역할의 크기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수지 배우가 맡은 ‘연인’의 역할은 신기하게도 이 영화 안에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가장 자기가 무엇을 해야 되고 어디에 가서 무엇을 바라봐야 하며 내가 어떻게 해야 과거를 올바르게 바라보고 사라진 그 공간을 어떻게 담아낼지 아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마 기자님이 보시기에도 저분이 되게 밝게 막 환하게 웃고 하는 미소가 아니지만, 확실하게 알고 있고, 맑은 사람, 건강한 사람을 보면 되게 밝게 느껴지잖아요. 은은하게 자기를 뽐내지 않아도 근사한 사람들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빛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인물을 정수지 배우가 연기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정수지 배우가 그런 모습을 가진 인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수지: 하 눈물 날 것 같아요(웃음).
김태양: 아무튼 그렇습니다.
곽명동: 박수 부탁드립니다. 백승진 배우님이 여러분들은 모르시겠지만 2막의 제작 실장님이셨습니다. 2막이 밤에 거리에서 계속 촬영을 해야 되는 거라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제작 실장으로서 그때 당시에 에피소드가 있으신지 여쭤볼게요.
백승진: 그냥 열심히 뛰어다니면 됐던 것 같고요(웃음). 저는 제작 실장을 하고, 제가 스텝을 더 많이 했었거든요. 영화 시작도 제작부로 했었고. 그러다 이제 배우 꿈을 품게 되고, 뭔가 영화에 어떻게든 가까이 있을 수 있는 게 스텝을 하는 거더라고요. 그렇게 봐왔던 많은 분들 중에서 저를 배우로 봐준 사람은 김태양 감독님이 처음이었는데, 다른 소리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라. 그래서 처음에 이제 절 캐스팅하실 때, 제 연기도 안 보셨는데 한 번도. 나를 뭘 믿고 캐스팅을 하지?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제가 이 사람을 믿어도 될까?(웃음) 뭐지? 왜지?(웃음) 근데 제작실장을 했던 그 경험이 제가 이 영화의 현장을 알고 있으니까. 너무 행복하고 너무 편안했고. 여기서 연기하면, 뭔가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안전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도 많이 들었고. 제작실장 할 때 비하인드는 저희가 광화문 일대를 계속 돌아다녀야 했잖아요. 제가 제작부다 보니 운전도 많이 하고. 실제로 제 킥보드를 가져와서 그걸 타고 다녔어요. 움직이려고. 제 킥보드로 이렇게 어디 가서 옮기고 뭐 하고 준비하고 이렇게 했었는데. 아마 그런 모습이 저를 택시 기사로 이렇게 (캐스팅하게 되지 않았나.)
김태양: (백승진 배우를) 제작실장을 하면서 킥보드 때문에 캐스팅한 건 아니고요.여러분들도 지금 백승진 배우의 마이크의 성량과 그 저음의 베이스가 울리는 걸 느끼고 계실까요? (관객석에서 "네") 맞아요. 그 목소리 때문에, 그 목소리를 너무 영화 속에 담고 싶다. 배우로서 너무 매력이 있다 생각했었고, 3막을 생각할 때 백승진 배우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되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첫 장면에 나오고 안 나올 캐릭터였었어요. 백승진 배우를 만나기 전에는. 트리트먼트에서는 굉장히 짧은 역할이었는데, 제가 백승진 배우를 알고 나고, 그다음에 백승진 배우의 목소리를 들어보면서 (이 캐릭터가) 첫 등장한 다음에 이 캐릭터가 사라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뭔가 제 안에서 느낌이 불러일으켜지고. 그렇게 해서 굉장히 분량이 많아졌다, 결론적으로 그렇게 됐습니다.
곽명동: 알겠습니다. 제가 감독님께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드리고 여러분들의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이 꽃 꼭 받아 가시도록 하시고요. 영화 속 비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죠.1막, 2막, 3막에서 다 비 내리고 특히 3막에서는 한 번 ‘여자’한테 먼저 떨어지고 마지막에 ‘남자’한테 떨어지고. 심지어 장기하 노래 가사에도 비가 나와요. ‘비 오는 골목을 손잡고 걸으며’, 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카페 이름도 소우(小雨), 작은 비고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비를 이 영화에서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여쭤볼게요.
김태양: 비를 처음에는 생각하지 않았었어요. 근데 1막을 찍을 때, 독립영화의 특성상 한 번 스케줄이 잡혀지고 사람들이 모이게 됐을 때, 그 스케줄을 다시 미루기가 참 어렵거든요. 그때 당시에 한 번 스케줄을 미뤘음에도 불구하고 태풍이 계속 오는 거예요. 그렇다면 내가 이 비를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하고 비가 언제 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디까지 비가 내리면 좋고 어디까지 안 내리면 좋겠다는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 속에서 a, b, c안을 둔 거죠. 그렇게 해서 첫 번째 파트를 찍고 나니, 그러면 두 번째 파트의 밤에서도 시간은 굉장히 많이 흘러 있지만 하루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밤에 비가 그친 설정이면 좋겠다. (비가) 내리다가. 라고 생각했고, 되게 때마침 운이 좋게 제가 촬영할 때마다 비가 잘 와줬어요.
곽명동: 하늘이 내린 영화군요, 이 영화는(웃음).
김태양: 그렇게 해서 이제 비라는 설정을 받아들이게 됐고. 그와 마찬가지로 우연이지만 그걸 필연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그게 선택이었고. 한편으로 제가 어떻게 미술로 할 수 없는 부분인데. 3막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을 이렇게 굉장히 멀리서 이명하 배우와 하성국 배우가 걸어가는 장면이 있어요. 택시에서 내려서. 그런데 그 뒤에 보시면 시 한 편이 교본 문고 앞에 현수막으로 크게 걸려 있습니다. 그것 역시, '너에게는 내가 잘 어울린다. 우리는 어둠 속으로 손을 잡고 같이 걷는다. 빗속을 함께 걷는다.'라는 시 구절이 있어요. 정확하게 제가 그 시인의 이름을 보면서 말씀드려야 될 것 같지만. 어찌 됐건 그런 식으로 공간에 갔더니 비라는 글자가 있는 거를 담아내야겠다, 해서 프레임을 좀 넓혔던 부분들도 있고요. 이런 식으로 비라는 소재가 갑자기 태풍처럼 다가왔지만, 받아들이면서 영화가 되게 운명처럼 만들어졌던 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곽명동: 여기에 이순신 장군까지 계셨으면 더 완전한 GV가 되지 않았을까. (관객석을 향해) 이순신 장군 얘기, 더 이상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궁금해 하지 않으시죠? 이순신 장군 얘기도 흥미롭게 들었던 그런 영화였고요. 이제 손 들어주시면 질문 받겠습니다.
관객: 안녕하세요. 영화 너무 잘 봤습니다. 사실 제가 4년 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달팽이〉라는 단편을 봤었어요. 그때는 코로나 기간이라 대화나 GV를 못 했었는데, 마침내 거의 4년 만에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반갑고 영광입니다. 단편 때도 그랬지만 아주 먼 거리에서 두 인물이 대화하는 걸 촬영을 하실 때 소리 같은 거를 어떻게 채집하셨는지. 어려움이 많았을 걸로 생각이 드는데,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하고. 그리고 밖에서의 대화와 마찬가지로 저는 차 안에서의 대화가 굉장히 인상 깊었거든요. 거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이후로 아주 인상적인, 기억에 남는 대화 씬이었는데. 차 안에서 특히나 둘도 아니고 세 명이서의 대화하는 신을 어떻게 이렇게 잘 담아내셨는지, 어떻게 계획을 하셨는지, 비하인드 스토리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태양: 우선 사운드 질문에 답변을 먼저 드리면, 촬영할 때 원경에서 찍는 거는 촬영 로케이션 특성상 선택의 부분이었고요. 그렇게 함으로써 예능에서 많이 쓰이는 와이어리스, 라고 하죠. 핀마이크를 달고 그걸 가이드로 써야 되는 것인데, 저는 그거를 거의 동시녹음처럼 영화 속에 녹여냈고. 아까 태풍 얘기했듯이 태풍이 와서 사운드 기기가 1회차 때 완전히 고장이 나버린 거예요. 실제로는 다 동시 녹음이 들어갔는데 나중에 백업을 받아보니까 사운드가 전부 다 날아가져 있는 거예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영화를 보시는 그 5분가량은 후시 녹음입니다. 영화를 후시 녹음 하고, 실제 영화에서는 후시가 많이 사용되는데, 저는 너무 동시 녹음을 사용하고 싶은 거예요. 후시 녹음과 동시 녹음에는 질감적으로 차이가 있거든요. 그래서 영화 마지막에 동시 녹음을 한 부분들까지도 후시 녹음을 한 것처럼 사운드 디자인을 바꾸는 선택을 하게 되고, 그렇게 선택한 게 태풍을 받아들였던 것처럼 영화 전체의 대사들이 시 낭독처럼, 대사들이 앞쪽으로 밀려나와서 여러분들에게 다가가면 어떨까라는 영화적 실험적인 사운드 디자인이었는데. 다행히도 믹싱 팀에서 그런 부분들을 잘 받아들여줬고, 그게 결과적으로는 이 영화랑 잘 맞는 사운드 디자인이 됐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차 장면 같은 경우는, 그건 정말 절대적으로 배우들의 몫이었고요. 그리고 아까 렉카차 얘기했지만 실제 차량에 올려서 촬영하기도 했었는데, 그런 부분들은 제가 이 연기를 연극처럼 무대를 꾸며놓고 한 번에 진행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카메라를 5대, 6대를 두고 아예 한 10분, 15분 정도를 쭉 배우들한테 맡겨놓고 저는 편히 촬영을 했었어요.
관객: 일단 영화 너무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영화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 게, 장례식이라는 소재가 영화나 드라마나 많이 사용되는 소재인데, 되게 특이하게 봤던 점은 불교식 장례가 차용되었다는 게 저는 되게 새롭게 다가왔거든요. 이 영화에서는 순환을 되게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그게 불교적인 세계관과 연관된 건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태양: 제가 불교 신자는 아니거든요. 저는 종교를 생각할 때 조금 학문처럼 받아들이는 게 있어요. 그래서 불교를 특히 좋아하는 것 때문에 불교를 선택한 건 아니지만, 그 교리나 순환의 개념은 불교적인 사상이잖아요. 영화의 두 번째 파트에 보면 부처님 오신 날 연등들이 달려 있잖아요. 그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불교적인 부분들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과 맥이 같다고 저는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첫 번째 파트에서 하성국 배우가 12시에서 12시라고 말하듯이, 그것도 순환의 얘기잖아요. 이명하 배우가 세 번째 파트에서 첫 등장하는 게, 법성계라는 미로를 돌고 있는 거예요. 그게 입구로 들어가면 입구로 나올 수밖에 없어요. 출구와 입구가 같은 구조를 가진 불교의 법성계라는 개념이고, 그 개념을 형상화 해놓은 미로인데요. 저는 그걸 염두에 두고 로케이션을 섭외했었고, 그런 부분들이 영화 곳곳에 녹아들어가길 바랐습니다.
관객: 영화 너무 재밌게 잘 봤고요. 질문이 두 가지가 있는데. 2부에서 이명하 배우님께서 조카하고 영상 통화를 하시다가 조카가 사랑한다는 말을 했을 때 거기서 멈칫하시면서 조금 정적이 흐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인물이 어떤 느낌을 받고 있는 상황인지가 궁금했고요.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하성국 배우님께서 연기하신 ‘남자’ 캐릭터가 1부도 그렇고 3부도 그렇고 뭔가 ‘여자’ 캐릭터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 듯한 그런 행동들이 많이 느껴져서. 1부 마지막에 버스에서 ‘연인’과 같이 있었을 때도 창밖에 만났던 친구가 지나간 것 같아서 쳐다보고, 마지막 3부에서도 버스 내리기 직전에 무언가를 보고 내리시던데 혹시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이명하: 2막에서 저는 ‘여자’가 약간 화가 나 있는 것 같거든요. 무언가 계속 반복되는 것에 지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자’가. 그래서 어떤 관계나 사랑에 대한 믿음이 이제 희미해져 가는 그런 상황인데 조카의 "사랑해"라는 말을 딱 들었을 때, 이게 무조건적이고 좀 순수한 마음이잖아요. 그게 뭔가 마음에 이렇게 확 들어왔을 것 같아요. 이 ‘여자’가 반복되는 어떤 것들에 지쳐 있을 때. 그래도 이런 게 남아있지, 이런 거지, 하고 뭔가 느낀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좀 울컥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하성국: 저는 감독님이 사전에는 ('남자'의) ‘여자’ 캐릭터에 대한 마음을 얘기를 잘 안 해주셨다가, 테이크 좀 갔을 때 슬그머니 와서 "너 아직 마음이 있는 거야?" 이런 식으로 디렉팅을 들어서, "아, 그런 거였어요?" 이렇게 하면서 진행한 몇 테이크가 있어요.(관객석 웃음) 그런 디테일들이 눈빛이나 어떤 몸짓 같은 게, 그런 게 입력이 되니까. 미련도 아니고, 마음도 아니고, 착잡한 어떤. 다 아시잖아요. 과거 연인 생각하는 그런 마음을. 그런 게 아마 입력이 돼가지고 자연스럽게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저도 실제로 할 때는 마음이 약간 울렁울렁했다고 해야 되나요? 그렇다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느끼기도 했었거든요. 그리고 버스는 정말 신기한 얘기인데, 저희 (GV) 들어오기 전에 기자님이 똑같은 얘기를 해주셔가지고 제가 엄청 웃었거든요.
곽명동: 저는 ‘남자’가 갑자기, (관객석을 향해) 그렇죠, 그렇게 보셨죠? 누군가를 보고 내리는 거죠. 원래 목적지에서 내리는 게 아니에요. 광화문 소우에서 나와서 경기도 가는 어느 버스를 탔을 거예요? 타고 가는 도중에, 사대문 안을 벗어나기 전에, 누군가를 보고 내린 걸로 관객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입니다. 저는 내려서 또 그랬을 것 같아요. "잘못 내렸어요." 전전 여친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 저희가 농담 삼아서 아까 얘기 했던 거예요.저는 그렇게 해석하는 게 영화 보는 입장에서 맞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게 감독님께서 원하는 순환의 개념이잖아요. 계속 반복돼요.(관객석 웃음) 저 ‘남자’는 이 광화문이라는 시공간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걸로 받아들이면서. 영화 보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게 이 영화를 좀 더 온전하게 즐기는 게 아닐까 하고. 감독님께서 여러 가지를 매설해 놓으셨는데 그중에 하나가 방금 전 제가 보는 방식을 하나 매설해 놓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태양: 덧붙여서 제가 말씀드리자면, 기자님 말씀이 너무 재밌고 맞다고 저는 (느끼는데).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지만, ‘바르다’라고 생각해요. 죄송해요. 뭔가를 그렇게 (평가)하려는 건 아니지만 ‘올바르다’는 표현이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제가 영화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자체가 여러분들이 상상하기 나름의 영화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자님처럼 마지막에 전 여친을 만나러 다시 내린 거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고요. 그리고 여러분들. 약간 번외 얘기인데 짧게 하겠습니다. 오늘 개봉 날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지금 여러분들을 보는 마음이 조금 다른 때랑은 다른 것 같아요. 영화제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것과 그다음에 시사회 때 만나는 거랑 다른데. 여러분들이 계신 이 순간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기자님이 다른 곳에서는 제가 한 번도 받지 못한 질문들을 지금 계속 해 주시고 계시는 것 같아요. 순환에 대한 얘기도 그렇고 영화 속의 영화와 현실의 경계에 대한 질문도 그렇고. 그래서 어쩌면은 이 영화의 첫 번째 개봉 날 만나 뵙는 이 관객 분들과의 대화가 조금 다른 날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상상하시는 것대로 상상해 주시면 편하게, 더 재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는 첨언을 잠깐 해봤습니다.
관객: 영화 너무 감사히 잘 봤습니다. 〈미망〉은 제가 좀 손꼽아 기다렸던 영화였거든요.우연히 알게 된 김태양 감독님의 섬세함이 얼마큼 가득 담겼을까 사실은 기대도 많이 했었던 영화였고. 근데 와서 이렇게 듣다 보니까 단편이 연결이 되었던 영화일까? 궁금함이 하나 생겼고요. 그리고 백승진 배우님과 정수진 배우님은 제가 단편영화제에서 감독님으로 뵀었던 기억이 있어요. 감독일 때와 배우로 영화를 볼 때가 어떻게 다르신지 두 분께도 여쭙고 싶습니다.
김태양: (백승진 배우에게)먼저 대답해 주시는 거 어때요?
백승진: 되게 부끄러운 다른 모습을 들킨 것 같아서(웃음). 사실 영화를 보는 건 항상 똑같은 시선으로 보는 것 같고요.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연출을 할 때는 되게 능력 있는 분들이 다 이걸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도움을 잘 받고. 원래 본업이 배우다 보니 조금은 편한 면이 있긴 한데, 배우를 할 때는 항상 무섭습니다(웃음). 저랑 다른 모습으로 먼저 뵀는데, 예를 들면 제가 연출일 때 배우한테 디렉팅 하는 모습을 먼저 보셨을 거잖아요.근데 이제 그런 모습을 먼저 보시고 제가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셨을 때 어떻게 생각하실지 그게 항상 무서운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정수지: 연출도 아무튼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요. 계속 두 개를 하려고 하는 이유는 연기하는 일도 그렇고 좋은 이야기 속에 존재하고, 또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저한테 제일 시간을 잘 보내고, 지났을 때 제일 뿌듯하고, 그냥 뭔가 제가 생각했을 때는 저의 최고 선이라고 많이 생각하는데요. 그 이유는 현장에 가면 여기 사람들 있잖아요. 현장에 스태프들도 있고 배우님도 있고 같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준비를 하고, 뭔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저는 그게 제일 행복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하려고 하는 것 같고. 연기를 할 때는 연기를 연출이 마음에 드는 연기를 하고 싶고, 그 욕심이 진짜 크고요. 연출을 할 때는 배우들이 제 현장을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걸 목표로 가지고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태양: 저는 영화를 처음에 찍을 때, 처음에는 이명하 배우를 만나면서 시작할 때는 되게 소품적인 영화를 생각했어요. 시처럼 짧은 단편을 생각했었는데. 첫 번째 파트가 (촬영이) 2회 차였었거든요. 그런데 1회 차를 찍었을 때, 1회차 끝나는 장면이 이명하 배우와 하성국 배우가 횡단보도에서 악수를 나누고 헤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찍을 때 마지막 3막까지가 전부 다 떠오른 거예요. 이거는 단편보다는 에피소드 별로 나눠진 장편이 되어야 되겠다는 막연한 확신이 생겼었고요. 그렇게 해서 영화를 만들려고 했었는데,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영화가 3년이라는 숙성 기간을 가지게 된 거죠. 그렇게 해서 처음에는 〈달팽이〉로 부산(국제영화제)에 공개할 계획이 없었는데, 이미 찍어놓은 게 있으니까 이걸 토대로 처음에 성과가 있게 된다면 다음 파트를 찍을 수 있는 제작비를 마련할 때 조금 용이하지 않을까하는 전략적인 선택이었어요. 그렇게 함으로써 두 번째 파트도 그렇게 공개를 하고, 다행히도 영화제에서 만난 관객 분들이 좋아해 주셔가지고 세 번째 파트의 투자를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장편이 완성된 거예요.
관객: 질문 두 가지 있는데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 보고 세 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소우가 너무 공간이 좋아가지고 실제 찾아갔었어요. 네이버 지도에서는 찾기가 힘들지만. 이게 무슨 말인지 아시죠? 근데 생각보다 찾기는 쉽거든요. 갔는데 실제 영화랑 공간이 거의 똑같고, 사장님도 비슷하시고. 거기가 사람이 안 다니는 곳이 아니라 저녁이면 직장인들 많이 오고, 그런 데인데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게 통제 해가지고 촬영했는지. 그 이야기 들려주시면 좋겠고. 또 다른 질문 하나는 감독님이 서울에 관한 영화를 지금 이명하 배우님이랑 하성국 배우님이랑 같이 후속작일지 모르겠지만 찍고 있다고 얘기 들었거든요. 그 얘기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수지 배우님, 감독님 청룡 영화상 최종심에 오르신 걸 축하드립니다.
김태양: 정수지 배우님이 감독한 〈마주 보는 사람에게〉가 청룡 영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여러분들이 영화 속에서 보신 공간 소우는 광화문에 실재하는 공간이고요.혹시나 이 영화를 재밌게 보셨다면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그 공간에 실제 가보시는 것도 추천 드리는데, 앞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지도에 검색해서 나오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풍년옥이라는 설렁탕집을 검색하면 그 앞에 있는, 문 같지 않은, 되게 작은 문이 있어요. 호빗이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의 문이 있는데. 그 공간에 5평도 안 되는, 2평정도 될까요? 그런 공간이 있어서. 거기 가보시면 재미있는 경험을 해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 공간을 섭외하게 된 경위는, 제가 그 일대에 원래 섭외하고 싶었던 바가 있었는데 그게 사라지게 됐더라고요. 그러면서 어떤 바에서 촬영을 해야 될까, 하면서 산책을 엄청 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하게 된 거예요. 그때는 코로나 시기여서 촬영이 불가했었는데, 너무 그 공간에서 촬영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기술 스텝들을 설득하고. 공간이 좁아서 마이크가 들어가기도 힘들고 카메라가 들어가기도 되게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미술 스태프 분들도 이 공간이 참 매력적이라서 촬영은 어렵겠지만 한번 진행해보자라고 얘기를 했었고, 제가 한 1년 동안 사장님을 많이 찾아뵈면서 단골이 됐어요. 그냥 ‘돈 드릴게요. 촬영 허가해 주세요.’, 라고 말하면 조금 정이 없잖아요. 그리고 처음에 '여기 나중에 찾아와서 촬영하겠다'라고 말하고 한 1~2년 뒤에 찾아와서 '촬영 그때 한다고 했으니까 허가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이렇게 하는 것도 조금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아서. 저는 좀 예의 있게. 예의 있게(웃음) 부탁드리고 싶어서 오래 찾아뵀었고, 그렇게 사장님과 가까운 사이가 돼서. 아예 그 골목이 쉬는 날이 있잖아요? 단체로 쉬는 날들이 있으시더라고요. 그 쉬는 날에 소우뿐만 아니라 앞에 있는 모든 가게들이 세트장처럼 저희에게 간판도 다 켜주시고 퇴근하시고. 그다음에 밥도 그 앞에서 먹고, 빈 공간에서. 그 옆에 섬이라는 바가 있는데, 그곳이 베이스 캠프가 되고. 그래서 그런 공간들이 아예 세트장처럼 저희가 촬영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활용을 잘 했었습니다.
후속 작품 이제 답변을 드리자면 촬영 중이진 않고요. 시나리오 집필은 끝났고 제목은 〈서울 이야기〉라는 작품인데, 이제 영화가 만들어져야 되는 단계예요. 기획 개발의 단계고, 투자나 제작 지원을 받고 있는 단계입니다. 내용을 짧게 설명 드리자면. 여러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면 그 영화는 제작이 될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이명하 배우랑 여러분들이 아쉬울 수 있겠지만 박봉준 배우랑은 이어지지 않는 세계관이에요. 멀티버스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웃음) 하성국 배우와 이명하 배우가 결혼합니다. 그리고 한 8년 정도 흐른 뒤에 아이가 있어서, 8살 정도의 딸아이가 있고요.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이혼을 해요. 이혼을 하려고 하면서 영화가 시작되고요. 이 두 분이 주인공이 아니고 8살 딸아이와 이 남자의 어머니죠. 할머니가 주인공입니다. 그래서 둘이서 이혼하려고 하는 모종의 이유가 있고, 이 남자가 집을 나가버려서, 이제 직장을 다니는 이 며느리라고 해야 될까요? 며느리의 입장에서 시어머니를 호출하여 딸아이를 돌보게 하면서. 이 할머니와 손녀딸은 집 나간 아들을 잡으러 서울로 유랑하러 다니는 그런 서울 이야기고요. (박봉준 배우 한숨, 관객석 웃음) 근데 이 〈미망〉과 완벽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여러분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기획하고 있습니다.
곽명동: 갑자기 든 생각인데 〈서울 이야기〉라고 제목 지은 건 〈동경 이야기〉랑은 상관없는 거죠? 〈동경 이야기〉 거기서도 이제 시골에서 올라오는 거잖아요.
김태양: 〈동경 이야기〉와 상관이 있고요.
곽명동: 진짜로요?
김태양: 네 〈타이페이 스토리〉도 그렇고 〈뉴욕 스토리〉도 그렇고 도시를 제목으로 한 스토리라는 것들이 많잖아요. 〈미드나잇 인 파리〉도 그렇고. 저는 그렇게 서울이 예쁘더라고요. 신기하고, 아름답고. 처음에는 싫었거든요. 되게 회색도시 같고, 집값 너무 비싸고. 서울이라는 도시가 저한테는 지방 출신이었기 때문에 되게 깍쟁이의 도시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오래 여기서 들여다보고 살다 보니까 좀 뭉클한 구석이 많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도시를 조금 더 깊이 있게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연출자로서 하게 됐고, 〈동경 이야기〉가 있는데 〈서울 이야기〉가 없는 그것도 싫었고. 그리고 〈서울 이야기〉가 아직도 아무도 쓰지 않은 제목이라는 것이. 빨리 선점하고 영화를 찍어야겠다, 해서 저작권도 등록 완료 했습니다.
관객: 영화 너무 잘 봤고요. 되게 다정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예고편에서 나오는 배경 음악 있잖아요? 정보를 알 수 있을까요?
김태양: 배경 음악은 저희 영화의 음악 감독이신 김태산 감독이 작곡한 곡이고요. 그 음악은 영화 첫 번째 파트가 단편으로 공개됐던 〈달팽이〉에서는 그 음악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달팽이〉 OST 음악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관객: 〈서울 이야기〉에는 어떤 장소가 등장하나요?
김태양: (장소가) 이미 시나리오에는 다 나와 있고요. 탑골공원 나오고, 홍제동 유진 맨션 나오고, 홍대도 나오고. 홍대랑 지하철, 그다음에 택시 기사로는 백승진 배우가 다시 등장합니다(웃음).
곽명동: 꽃을 전달해 주시면서 오늘 마무리하겠습니다. (마무리하며) 박수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백승진 배우님부터 끝 인사 부탁드릴게요.
백승진: 오늘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사실 한 분 한 분 다 꽃을 드리고 싶은 마음인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더 열심히 해서, 혹은 더 열심히 알바해서 다음번에 뵙게 되면 모든 분께 드릴 수 있게 준비하려고요. 한 사람이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것도 되게 귀하고 기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저희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시선 보내주시고, 귀 기울여주시는 게 되게 기적 같아요. 이 영화 정말 좋은 출발하는 것 같고. 다 (관객 여러분)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정수지: 저는 오늘 개봉 날 GV 상영회에서 관객 분들이랑 같이 영화 보고 싶어가지고 오랜만에 영화를 봤는데요. 오늘 다시 보면서 그동안 못 봤던, 다른 날 못 봤던 부분들을 발견하고 그래서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저는 실제로 명하 배우님이 모더레이터 하면서 진행하는 장면에서 제가 박수 치려고 하는 거예요. 마지막에. 그래서 내가 진짜 몰입해서 보고 있구나. 오늘 또 느꼈었는데, 저는 19년에 찍은 영화라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 영화를 대하는 마음이 참여한 배우라기 보단 관객 같거든요. 그래서 이 영화가 관객들을 정말 잘 만났으면 좋겠고, 오늘 오신 관객 분들한테도 일상에 스미는,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마련한 영화였으면 좋겠습니다. 〈미망〉 많이 홍보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박봉준: 항상 GV 때마다 이렇게 말 잘하는 사람 다음에 제가 말을 하게 되서 늘 불만이 많은데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잖아요. 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집에 가시면서 붕어빵 사 드시고요. 그리고 저희가 동료이기 전에 너무나 친한 친구 사이가 돼버렸어요. 그래서 앞으로 이 일을 이 사람들과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그러려면 더 잘하고 싶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러려면 영화가 잘 돼야 됩니다.(관객석 웃음) 그래서 영화가 좋으셨다면, 이건 PD님이 주신 아이디어인데요. 제 생각은 아니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영화) 포스터로 해주시고. 직접적으로 옆에 있는 회사 동료 분에게 예매하라고, 이렇게 해서 홍보 많이 해 주시고요. 오늘 만나 뵙게 돼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성국: 오늘 홍대로 오는 길에,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빗방울이 좀 떨어졌습니다.그래서 제가 혼자 걸어오다가 영화랑 똑같은 짓을 하고 있더라고요. 마침 개봉하는 날 여러분을 만나러 오는 길이잖아요. 그래서 저 혼자 막 웃으면서 왔었는데. 여러분들 마음이 제가 맞았던 비, 그리고 영화에서 맞았던 비, 영화에 나왔던 그런 비를 맞는 것처럼 그렇게 마음속에 촉촉하게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명하: 제가 오늘 개봉 날 이렇게 와주신 관객 분들한테 너무 감사해가지고, 아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머리를 소우 장면처럼 잘랐어요. 소우 장면 모습이랑 비슷하게 하고 오려고 해봤는데, 너무 정말 감사드리고요. 아까 수지 배우가 오늘 봤을 때 못 봤던 걸 다시 봤다고 말한 것처럼 제가 미망을 처음부터 끝까지 6번 정도를 봤어요. 근데 정말 제가 출연한 영화에 이런 말을 하기가 좀 그렇지만, 보면 볼수록 좋아요. 그래서 여러 번 보시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계속 새롭게 뭔가가 발견되는 그런 영화고 좋은 영화니까 나중에라도 인생을 사시다가 생각나면 꺼내보시면 좋을 것 같고. 이런 영화가 있다고 따뜻한 영화가 있다고 주변에 입소문도 좀 많이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태양: 극중에 박봉준 배우가 연기한 ‘팀장’과 함께 한 팀으로서, 프로그램팀의 팀원을 연기해 주신 김소희 배우님이 아마 오늘 여기 계실 거예요. 혹시 계신다면 잠깐만 일어나 주실 수 있을까요? 박수 한 번만 부탁드리고요. (관객들, 자리에서 일어선 김소희 배우에게 박수) 저희 김소희 배우님의 대사 중에서. "언젠간 또 볼걸요. 세상은 돌고 도니까"라는 대사를 멋진 목소리로 읽어주십니다. 그 대사처럼 여러분과 언젠가 어디서 또 보게 되길 간절하게 바라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곽명동: 여러분 늦은 시간까지 참석해 주셔서 고맙고요. 저희는 감독님 말씀처럼 돌고 돌아서 나중에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