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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프라이드시네마 2024] 김예창 배우 인터뷰

indiespace_가람 2024. 7. 26. 17:03

썸머프라이드시네마2024 김예창 배우 인터뷰
네 편의 영화 너머 만난 공간에서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글입니다.

 

 

‘썸머프라이드시네마 배우 특별전’은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배우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그가 쌓아온 또 다른 작품들이 한데 모이며 다시 그를 처음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네 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스크린 앞에서 네 번 그를 만났다. 그리고 스크린 밖에서 다시, 김예창 배우를 만났다. 그동안 촘촘히 쌓아온 태영, 하리, 정우, 나미의 마음을 들려주던 모습에서는 자신의 세계와 영화의 세계를 연결하는 유연한 넘나듦이 돋보였다. 미지근한 난로로 자신을 비유하며 오래도록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는 그 어떤 다짐의 단어보다 힘이 센 진심이 느껴졌다. 앞으로 만들어갈 이야기가 무한히 기대되는 김예창 배우와 만나 나눈 24년 여름의 기록이다.




이번 썸머프라이드시네마 2024에서 〈소라게〉, 〈마른하늘에 날벼락!〉, 〈서점 이야기〉, 〈나쁜 사람 아니에요〉로 ‘김예창 배우 특별전’이 열렸어요. 썸머프라이드시네마와 함께하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너무 좋은 기회를 주셔서 그게 너무 감사해요. 꼭 어렸을 때 생일잔치 같았어요. 아는 분들도 축하한다고 해주고 그래서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사실 저는 제 이름 뒤에 ‘배우’라는 글자가 아직 낯설고 괜히 부끄럽고 그래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특별하다’라는 단어를 좋아했어요. 튀고 싶고, 특이하고 싶어 하던 아이였었는데, 지금은 좀 많이 달라졌지만요. 그래서 배우를 택했나 싶기도 하고요. (웃음) 이번 특별전 앞에 제 이름 석 자가 들어간 것도 좋고, ‘특별’전이라니까 굉장히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어서 너무 좋더라고요. 함께하게 돼서 너무 영광입니다.



특별전이 열린 오늘 아침부터 썸머프라이드시네마에서 상영되는 다른 섹션의 작품들을 직접 관람하셨는데, 그중에는 〈소라게〉의 연출로 함께한 오우리 배우님이 출연하신 작품도 있어 반가우셨을 것 같아요. 오우리 감독님이 연출한 〈소라게〉가 이번 김예창 배우 특별전에서도 상영되었는데요. 특별전에서 상영되는 네 작품 중에는 〈소라게〉가 가장 초기 작품으로, 이제 3년의 시간이 흘렀어요. 

1학년 때, 학부에서 두 작품을 하고 군대를 다녀왔어요. 2년이라는 공백 동안에는 어쩔 수 없이 연기를 아예 놓았어요. 그래서 복학할 때 좀 걱정이 많았어요. ‘연기 다 까먹었으면 어떡하지, 기본기도 다 무너졌을 텐데 어쩌지.’ 하던 때에 〈소라게〉 오디션을 봐서 출연할 수 있게 되었어요. 처음에 걱정이 정말 많았는데 감사하게도 오우리 연출님께서 저를 좋은 의미로 많이 괴롭혀 주셨어요. 캐릭터 디렉팅을 더 깊게 해주시면서 계속 저를 붙잡아주시더라고요. 진짜 멱살 잡고 끌어주셨어요. (웃음) 학교에서 〈소라게〉를 발표했을 때, 감사하게도 교수님들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래서 오우리 연출님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제 〈소라게〉가 3년이 지났더라고요. 〈소라게〉를 찍은 이후로 이상하게 열심히 달렸던 것 같아요. 뭔가 오랜만이니까 연기가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이후로 다른 단편 작업에도 계속 몰두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 〈소라게〉 스틸컷

 


오우리 감독님과 시너지가 났던 작품인 것 같아요. 〈소라게〉에서 태영은 자신의 몸을 가리는 수단으로 후드집업을 입고 계속 땀을 흘려요. 축구를 한 뒤에도 옷을 벗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몰래 더위를 식히는데요. 태영이 여성의 이차 성징을 겪으며 몸을 통해 느끼는 긴장과 그에 따른 불안 같은 감정이 느껴졌어요. 땀을 흘리면서도 옷으로 자신의 몸을 계속 가리는 태영을 연기하며 들었던 생각이나 감정들이 궁금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피부가 확 뒤집어진 적이 있어요. 여름에도 마스크를 하고, 후드집업 모자로 덮고 다녔거든요. 그때 생각이 오버랩 되더라고요. 저희 학교는 분반이라 남자 반이었는데, 애들은 막 에어컨 앞에서 옷을 벗기도 하고 그랬어요. 근데 저는 항상 후드집업을 쓰고 있으니까 그런 게 내심 부러우면서도 멀리서 이렇게 애들을 바라만 봤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기억이 나면서 태영도 얼마나 애들이랑 이렇게 치고받고 막 장난도 치고 싶을까, 근데 그러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정말 컸겠다고 생각했어요. 누구한테 이야기도 못 하고, 애들한테 놀릴감이 될 수도 있고… 그런 여러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태영은 자신에게 계속 장난치는 의찬이 미웠을 것 같아요.

 


태영의 경우처럼 연기를 하면서 캐릭터의 감정 같은 걸 실제 경험에서 많이 갖고 오시는 편인가요?

연기할 때는 못 느꼈는데 경험해서 빗대는 부분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항상 연기할 때 생각하는 게, 모든 사람은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누구를 때리고 싶다는 건 정말 나쁜 생각이지만, 그래도 사람이라면 그런 마음이 0.1이라도 들 수 있잖아요. 그런 감정들을 좀 확대시켜서 연기할 때 표현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영화 〈마른하늘에 날벼락!〉 스틸컷

 


앞서 이야기한 〈소라게〉를 포함하여 이번 특별전의 네 작품 중 세 작품 (〈소라게〉, 〈마른하늘에 날벼락!〉, 〈나쁜 사람 아니에요〉)이 숭실대학교 영화과 작품이에요. 숭실대학교 영화예술전공으로 재학하시는 동안, 학과 작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 혹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학교 사람들이다 보니까 촬영할 때 공과 사가 좀 합쳐진 느낌이 있어요. 아예 처음 가는 현장은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한데, 학교 작품은 모르는 얼굴보다 아는 얼굴이 많으니까 오히려 연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상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또 심적으로 긴장이 덜 되기도 하고 뭔가 편안하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찍을 때 하리가 과방에서 자는 장면이 있어요. 하리가 여기서 진짜로 자다 일어나면 재밌겠다고 생각하던 동시에 세팅하다가 잠이 든 거예요. 누가 봐도 자다 일어난 것 같아서 연출분이 편집하면서 많이 웃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재리가 과방 침대에 걸터앉자, 하리가 깨는 그 장면이 어쩐지 정말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어요. 〈마른하늘에 날벼락!〉의 하리는 유독 튀는 캐릭터에요. 발랄하기도 하고, 머리 스타일도 장발이고요. 그리고 극 중 하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심장이 뛰고 있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죠. 저는 하리를 보며 사랑이 가득한 캐릭터로 느껴졌어요. 연기하면서 느꼈던, 배우님이 생각하시는 하리의 성격이 궁금해요. 

네 작품 중에서 어떻게 보면 하리가 저랑 가장 비슷할 수도 있어요. 저의 유치원, 초등학교 때의 성격이랑 좀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그때는 좀 더 까불거리고, 잘 웃고, 장난 좋아하고, 동물이나 곤충을 좋아해서 집 가는 길에 개미가 있으면 개미 보던 독특한 애였는데, 하리 캐릭터에 좀 순수하고 순진한 그런 모습을 많이 갖고 오고 싶었어요. 제 어릴 때를 생각하면서 연기해서 하리가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 좀 강한 캐릭터 같아요. 연출님이 저의 그런 모습을 또 잘 발견해 주신 것 같아요.

 


〈서점 이야기〉로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에서 한국단편경쟁 연기상을 수상하셨어요.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수상하신 소감을 다시 한번 듣고 싶습니다. 

처음에 연락을 받고 어떻게 “나한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하고 생각했어요. 학교에서도 한 학기마다 상을 주고 그러는데, 저는 항상 상복이 없었어요.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게 저는 정말 너무너무 감사했어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서점 이야기〉에서 정우는 셔츠만 입고 나오더라고요. 정우의 옷장에 있는 또 다른 셔츠들이 궁금해졌어요. 정우가 주로 셔츠를 입는 게 정우라는 인물과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정우의 셔츠가 배우님의 캐릭터 해석이 들어간 부분인지 궁금해요. 

보통 감독님 옷이 대부분이었어요. 이 이야기가 감독님 본인의 이야기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옛날에 셔츠를 많이 입었다고도 하셨어요. 또 어떻게 보면 셔츠를 입음으로써 너드남 같기도 하잖아요. 제가 항상 오디션 볼 때 너드남 같은 캐릭터면 필살기로 입는 파란색 셔츠가 있는데 〈서점 이야기〉에도 그 셔츠가 나와요. 그 옷을 〈서점 이야기〉 오디션에 입고 갔는데 감독님이 보시더니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그래서 영화에서는 제가 선택했던 그 셔츠와 감독님의 셔츠들을 입었습니다.

 


〈서점 이야기〉를 보면서 서연을 좋아하는 정우의 마음에 눈길이 갔는데요. 그런 정우의 눈빛에서 〈소라게〉 속 태영의 눈빛이 많이 겹쳐 보였어요. 두 인물 모두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 마음 때문에 울기도 하고요. 혹시 〈서점 이야기〉를 찍으면서 〈소라게〉의 의찬을 향한 마음을 떠올리시지는 않았는지 궁금해요. 

질문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소라게〉를 한 교수님이 보시고 추천해 주신 오디션이 〈서점 이야기〉였거든요. 사실 〈소라게〉와 〈서점 이야기〉의 촬영 시기가 3개월 안팎 차이예요. 〈소라게〉 때 느꼈던 멜로의 감정들, 누군가를 좋아하는 그 감정들을 〈서점 이야기〉에 정말 많이 참고했어요. 그래서 그 눈빛이 겹쳐 보이는 게 정말 맞아요. 〈소라게〉에서 의찬을 찬찬히 살펴봤던 그 감정이나 누군가를 생각하는 감정들을 많이 빌려서 도움을 받았어요.
 


이렇게 〈소라게〉나 〈서점 이야기〉처럼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인물들을 연기하며 가장 많이 떠올리는 생각, 감정, 작품들이 있으신가요?

〈소라게〉의 마지막 끝에 나오는 OST가 너무 좋아서, 그 음악을 들으면서도 많이 영향을 받았어요. 저는 노래를 좀 많이 듣는 것 같아요. 가사 없는 노래들을 혼자 들으면서 생각하곤 해요.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연기를 할 때는 저는 ‘시간의 유한성’을 좀 생각하는 것 같아요. 시간은 흘러가니까 이 시간이 지나면 이 사람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그 감정이 모든 감정에 다 통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잃었거나, 슬픈 일이 있거나 하면 다시 보지 못하는 감정이 제일 슬픈 것 같아요. 〈서점 이야기〉에서도 누나와 함께 걸었던 갈림길에서 ‘이제 앞으로는 혼자겠구나, 저 뒷모습을 이제 마지막으로 보겠구나.’하는 그런 감정들을 생각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서점 이야기〉 스틸컷



〈서점 이야기〉에서 정우의 마음은 책을 통해 시작되고 책을 통해 전해져요. 정우가 서점에 들어가면서 서연에 대한 마음을 품게 되고, 또 책을 통해서 서연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음을 전하게 되는데, 〈서점 이야기〉에 나오는 대사처럼 책을 준다는 건 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할 때 쓰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지금 떠오르는 건 저는 텍스트로 하는 걸 좀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텍스트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마음을 전할 때에는 면대면으로 눈을 보고, 진심을 전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나쁜 사람 아니에요〉에서 자다 일어난 나미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보는 표정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찰나의 순간에 나미의 얼굴이 슬퍼 보이다가도, 뭔가 결심한 듯한 얼굴이 엿보였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에서 출근길에 돈을 뺏기고 있는 주리의 동생을 도와주잖아요. 어제의 나미와는 꼭 다른 사람 같더라고요. 집을 나서기 전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나미가 어떤 생각을 한 걸까요? 

거울이라는 매개체가 주는 것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거울을 보면 사실 외적인 게 먼저 보이잖아요. 그래서 나미는 자신의 외적인 걸 보고 한 번 실망했을 것 같아요. 더 예뻤으면 좋겠다, 머리도 더 길었으면 좋겠고, 좀 더 얄쌍했으면 좋겠고, 목젖도 안 나왔으면 좋겠고… 또 거울을 보다 보면 다시 내면이 비춰진다고 생각해요. 나미는 목소리를 좀 더 얇게 내려고 노력하는데, 같이 지내는 언니들은 그런 거에 대해서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데도 더 멋있단 말이죠. 그걸 보면서 “외적인 게 다가 아니야. 내면이 중요하지. 난 더 바뀌려고 하고 있고, 바뀌려고 시작했고, 그래서 여기 온 거야.” 생각했을 것 같아요. 출근하기 싫은 마음이 있다가도 “그래도 내가 결정한 거니까 가야지.”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나미가 무대에 올라 날개를 쫙 펼치며 쇼가 시작되고, 영화는 끝이 나는데요. 단편이 주는 카타르시스 같은 것이 잘 느껴졌던 작품 같아요. 쇼 장면을 찍으면서 무대에 올라 어떤 기분을 느끼셨나요?

유독 이 작품을 찍을 때 자존감이 아주 높았어요. 구두도 처음이고, 드레스도 처음이고, 화장도 처음이고, 가발도 처음인데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기분도 좋아서 그때는 허리도 더 펴고 다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구두가 익숙하지 않고, 춤도 익숙하지 않아서 어렵기도 했어요. 마지막에 춤을 추는 장면이 정면을 보면서 끝이 나야 했는데, 계속 춤을 추며 빙빙 도니까 정면이 어딘지 모르겠더라고요. 연습할 때는 잘 안됐었는데, 촬영할 때 제가 원테이크에 정면을 딱 봤어요. 현장에 있던 분들이 제가 딱 가운데를 보니까 모두 박수를 쳐주셨어요. 스스로 해냈다는 감정도 있었지만, 여기서 나미는 얼마나 더 큰 카타르시스를 느꼈을까를 생각했던 벅찬 감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나쁜 사람 아니에요〉 스틸컷



이야기를 듣다 보니 〈소라게〉 속 태영이 누나의 원피스를 입고 화장을 하던 장면이 생각났어요. 〈소라게〉와 〈나쁜 사람 아니에요〉의 두 인물을 연기하면서 느꼈던 기분이 어떻게 달랐는지도 궁금해요. 

저는 누나도 있고, 여동생도 있어서 여장하면 예쁠 거라는 소리를 어렸을 때부터 들었어요. 그래서 나름 기대를 했는데, 〈소라게〉 때 해보니까 너무 안 어울리는 거예요. 그리고 제 여동생이랑 너무 비슷하더라고요. (웃음) 그런데 〈나쁜 사람 아니에요〉에서는 또 잘 어울려서 괜히 기분이 좋더라고요. 다시 생각해 보면, 이게 화장의 차이가 아니라 그때 제가 인물을 다뤘던 방식인 것 같아요. 〈소라게〉의 태영은 화장한 채로 아빠한테 “괴물 같죠.” 이런 대사를 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스스로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나쁜 사람 아니에요〉에서 나미는 스스로 그렇게 되고 싶어 하니까 저 또한 더 마음에 들어 했던 것 같아요.

 


세 영화(〈소라게〉, 〈마른하늘에 날벼락!〉, 〈서점 이야기〉)의 인물 모두에게 사랑이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랑이 이루어지는 건 참 어려워요. 누군가를 짝사랑하기도 하고, 어떤 사건으로 그 사랑이 실질적으로 종결되기도 하는데, 맡으신 인물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 품은 마음이 여러 이유와 상황으로 가로막히는 부분을 연기하면서 어떤 감정을 갖고 연기하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느끼기에 사랑은 영원하지 않아서 더 애틋한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간절한 것 같기도 하고요. 사랑하는 사람과 지내도 어찌 됐든 끝이 있잖아요.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좀 더 애틋하고 더 간절하고 그런 것 같아요.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이루어지지 못하면 못 할수록, 애틋한 감정이 더 폭발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인물들을 연기할 때도 앞서 말했던 시간의 유한성을 좀 더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의 유한성이 주는 감정에 너무 공감이 가요. 또, 이번 특별전에서 만나는 작품 속 인물들이 모두 시간의 유한성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특히, 〈마른하늘에 날벼락!〉에서 하리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재리에게 전해주는 말들이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데요. 재리의 생일에 재리 집을 찾아오면서 문을 열고 하는 말이 “재리 생일을 축하해 주러 나왔다”고 하는데, 생일 축하해주러 ‘왔다’가 아니라 ‘나왔다’고 표현을 하더라고요. 그게 혹시 관 속에서 나왔다는 표현인가요? 영화 후반부에 관 안에서 얘기하는 장면도 있고요.

아마 제 생각에는 하리가 벼락을 맞고 천국이든 지옥이든 어디든 갔을 것 같아요. 하리가 “재리 생일이어서 내가 가야 한다. 나 지금 내보내 줘라. 나 나가야 된다. 지금 잠깐만 갔다 오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왔다’라고 말한 것 같아요. 그 후 재리를 찾아가 하는 대사를 “나 거기서 허락을 구하고 왔어. 나 거기서 나왔어. 네 생일 축하해 주러. 잘했지?” 이런 느낌으로 했던 것 같아요. 

 

 



특별전을 기념해서 관객분들에게 전해주신 메시지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나 저 배우 특별전 봤었어.” 하며 자랑할 만큼 멋진 배우가 되겠다고 하신 말씀이었는데요. 이번 특별전이 앞서 함께했던 작품을 너머 지금 현재 배우님이 가진 생각 또한 함께 남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특별전이 열린 24년 여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생각이나 관심사도 궁금합니다.

저는 과거의 작품만 갖고 온 거니까 지금 저의 생각은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말이 저를 일깨워준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동안 다른 단편들과 함께 제가 출연한 작품이 실리면 다른 사람 작품 보러 왔겠거니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김예창 배우 특별전’이면 정말 저를 보러 와주시는 거잖아요. 토요일 밤인데 귀한 시간 내주셔서 오시는 게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누군가의 타임라인 속에 제 특별전이 들어가는 게 너무 영광스러워요. 그 힘을 받아서 더 좋은 배우가 되어 그분의 이 시간이 헛되지 않고 자랑스러운 시간이 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생각은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거예요.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라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꼭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사극을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학교 입시 때도 사극으로 들어와서 사극에 대한 애착도 있기도 하고요. 학교라는 울타리에서는 넘어져도 크게 아프지 않고, 일으켜 주시는 교수님들, 학우분들이 계셔서 여러 가지를 많이 시도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은데 항상 나쁜 역할은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 모범생이나 너드남, 하리처럼 순수하고 통통 튀는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빌런이어도 미워할 수 없는, 사연이나 결핍이 있는 역할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다른 길도 다 그렇겠지만, 배우로 하는 길은 특히나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는 것 같아요. 저는 활활 타오르는 열정보다는 좀 미지근한 난로처럼 쭉 오래 가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오르락내리락해도 되니까 포기하지 않고 쭉 오래오래 배우를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