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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Review] 〈이타미 준의 바다〉: 물질을 사랑한 건축가, 이타미 준

indiespace_한솔 2019. 9. 4. 12:45








 〈이타미 준의 바다  한줄 관람평


이성현 빛과 그늘을 위한 여백을 잊지 않는 건축가의 마음

김윤정 자연, 시간, 공간에 따른 삶 그 자체

최승현 삶과 건축의 일치, 그것을 꿈꾸었던 이타미 준

김정은 꾸준한 자취를 쫓아가며 사랑과 존경을 담은 열정적인 찬사를 투영하다








 〈이타미 준의 바다  리뷰: 물질을 사랑한 건축가, 이타미 준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승현 님의 글입니다. 




이타미 준, 한국 이름은 유동룡. 재일교포 2세인 그는 경계인으로서 삶을 살아온 건축가다. 그는 제주를 사랑했다. 제주에 많은 건물을 지었다. 방주교회, 포도호텔, 두손지중 박물관 등이 그의 작품이다. 후지산이 보이는 일본의 해안 도시 시즈오카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기 때문일까. 이타미 준은 산과 바다를 좋아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물질을 사랑한 건축가. 이타미 준은 일본의 현대건축 양식을 비틀었다. 극도의 미니멀리즘 양식으로 지어진 일본의 건축물을 그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추구한 건축은 인간의 온기와 건축의 야성미가 깃들어있는 것이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연 그 자체였다. 건축의 재료가 되는 돌을 고르는 데 많은 시간을 쏟고, 땅의 지형과 산의 능선을 고려하고, 빛과 그림자를 응용하여 자연의 인장을 새긴, 자연이 낳은 건축물을 짓는다. 세밀한 조형을 통해 돌, 바람, 물을 공간 안에서 연금술처럼 변용하고, 자연의 새로운 풍경과 운동들을 건축물에 안착시키며 빛과 그림자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그가 지은 공간의 바닥과 벽면에서는 빛과 그림자가 물고기처럼 꿈틀거린다. 원형적이고 신화적이다. 그의 건축은 시대를 초월한다. 물질이라는 미시적인 세계와 시간이라는 거시적인 세계를 엮어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내는 그는 창조주에 가깝다. 한국에서는 재일교포, 일본에서는 자이니치로 구분 지어졌던 이타미 준은 건축을 통해 국경과 시간, 모든 경계를 뛰어넘고자 했다.



 


이타미 준은 건축만큼 사람을 사랑했다. 자신의 클라이언트와는 친구 이상의 관계를 지향했다. 클라이언트는 건축가의 파트너라고 자신의 딸에게 말하던 그였다. 건축가와 후원자는 분리될 수 없는 관계이다. 가우디에게 후원자 구엘이 있었듯이 이타미 준에게는 일본의 도시락 업체인 혼케 가마도야김홍주 회장이 있었다. 핀크스 골프클럽 하우스, 포도호텔, 수풍석 박물관, 두손지중 박물관, 비오토피아 주택단지까지 두 사람은 제주에서 함께했다. 재일교포였던 두 사람은 건축을 매개로 서로에게 의지했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타미 준은 사람보다 건축을 우위에 두지 않았다. 그에게 건축은 결국 사람과 자연의 온기를 담는 용기와 같은 것이었다.

 




노년에는 20평 남짓의 집에서 살았다. 설계는 신체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건축 철학을 지녔던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 아름다운 건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삶과 건축의 일치, 그것을 꿈꾸었던 이타미 준. 그의 삶이 정직했기에 그의 건축 또한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지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