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_기획] 반복되는 일상에 찾아온 선물같은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임대형 감독 인터뷰
반복되는 일상에 찾아온 선물같은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임대형 감독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선우, 이가영 님의 글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친절하게 언어적인 설명을 하지 않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주된 시선은 배우 기주봉이 연기하는 무뚝뚝한 ‘모금산’에 집중된다. 카메라는 모금산의 반복적인 일상을 그리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그의 세계를 담담하게 바라본다. 주인공을 둘러싼 모든 인물들과 사건들은 단순하게 압축되어 프레임 안에 담기는데, 그럼에도 미스터 모는 영화 내내 우리의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잊고 있던 꿈을 상기시켜 주기도 하고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많은 사람들에게 감정적 선물을 안겨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의 임대형 감독을 만나보았다.
Q: 첫 장편영화 데뷔입니다. 영화 개봉을 앞둔 심정은 어떠신가요? (인터뷰를 개봉 이전에 진행했습니다)
A: 사실 작년 겨울에 개봉하고자 했지만 미뤄져서 올해 개봉을 하게 되었어요. 소수의 관객이라도 극장에서 만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관객을 만나야 비로소 영화가 완성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젠 정말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를 ‘영화’라 칭할 수 있게 되었어요.
Q: 먼저, 영화를 계획하고 기획하던 시기의 이야기를 해봤으면 합니다. 다섯 개의 챕터로 된 이야기 전개 방식이 흥미로웠습니다. 처음부터 챕터를 나눠서 시나리오를 쓴 건가요?
A: 제가 처음부터 장을 나눴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얘기도 했는데, 초고를 다시 보니 처음부터 그랬던 게 아니었어요. 정확히는 촬영 들어가기 한 달 전에 장을 나누게 되었어요.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다 보니 시퀀스가 명확하게 나눠져 있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장을 나누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고 스탭들과도 ‘시퀀스’라고 하지 않고 ‘장’이라고 부르면서 촬영을 했습니다.
Q: 가장 좋아하는 챕터, 혹은 촬영에 중점을 둔 챕터가 있나요?
A: 첫 번째 챕터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 챕터가 좋다는 분을 만나면 반갑더라고요. 동지를 만난 것 같고.(웃음) 사실 제가 찍고 싶었던 것이 첫 번째 장 안에 다 있어요. 반복되는 일상을 촘촘한 씬들로 구성하고 인물의 움직임이나 대사를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영화를 보면 인물들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쇼트가 많은데, 그런 장면들을 좋아하고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Q: 인물 뿐만 아니라 화면 구도도 굉장히 절제되어 있습니다. 구상한 콘티를 구현하기 위한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이 과정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궁금합니다.
A: 모금산이라는 사람은 자기만의 루틴이 정확하게 있는 사람이고 물건들도 항상 제자리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니까 이 사람을 찍는 영화도 숏을 엄격하게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콘티가 정말 중요한 영화였고 촬영감독님과 함께 정확히 콘티를 짜서 그 계획대로만 찍었어요. 실내 촬영 때는 내부가 좁아 카메라로 원하는 앵글을 잡아내기 힘들 때도 있었고 현장에서 조금씩 바뀐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콘티를 지켜나갔던 것 같아요. 촬영감독님께서 정말 섬세하게 앵글을 잡아주셨고 미술이나 조명도 명확하게 설계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좋은 화면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Q: 고정된 카메라가 구축한 프레임 안에서 인물 혹은 사물만 움직이는 장면들이 많아요. 모금산이 트리를 들고 아파트 복도를 걸어가는 씬,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는 이발소 전경 씬처럼요. 이런 촬영 방식을 의도한 이유가 있다면?
A: 앞서 말했듯 이 영화는 모금산이라는 사람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에 촬영도 그에 맞출 필요가 있었어요. 모금산은 정확한 사람이고 수영할 때 빼고는 활동적이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인물상을 중심에 두고 촬영, 미술을 세팅했어요. 아키 카우리스마키 영화에는 가만히 있는 인물의 얼굴과 손짓 하나에도 캐릭터를 표현하는 디테일이 다 있더라고요. 기주봉 배우도 사연이 많아 보이고 인상 깊은 마스크거든요. 인물이 가만히 있어도 무언가를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이제 본격적으로 스토리 내부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주인공의 이름과 영화 배경 모두 ‘금산’입니다. 금산을 중요 배경으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나요?
A: 원래 다른 시나리오의 조연 캐릭터로 모금산이라는 인물을 처음 구상했어요. 작명이 재미있어서 이번 시나리오에 메인 캐릭터로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금산은 유년기를 보낸 고향, 제가 사랑하는 공간이에요. 제가 잘 알고 좋아하는 공간을 카메라를 통해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실제로 정말 아름답기도 하고요.
Q: 영화에는 모금산 외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 있어요. 바로 모금산의 아들 ‘스데반’과 그의 여자친구 ‘예원’인데요, 둘은 일반적인 연인들과는 확실히 다른 면이 있어요. 서로 감정표현도 잘 안 하고 다정하지도 않아요. 둘은 어떤 관계일까요? 두 인물의 전사도 궁금합니다.
A: 단물이 다 빠져서 우정 밖에 남지 않은 연애 관계 아닐까요? 이 커플의 전사로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었고 시나리오에 표현도 했지만, 생략을 많이 했어요. 이 영화는 모금산의 이야기니까 커플의 연애 이야기로 확장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한때는 스데반한테도 예원이 좋아할 만한 부분이 있었겠죠. (<사제폭탄을 삼킨 남자>를 편집하다가)“컷이 잘 붙네.”하고 울먹이는 순간처럼요. 그래도 제가 보기에 이 영화에서의 스데반은 빨리 이별을 당해야 하는 남자가 아닌가 싶습니다.(웃음)
Q: 대사와 행동이 절제된 만큼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선 연기가 중요했을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 합은 어떻게 맞춰나갔나요?
A: 캐스팅도 연출이란 말이 있는데, 시나리오 쓸 때부터 기주봉 선생님을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그렇게 기주봉 선생님을 필두로 해서 대사 톤, 생김새, 키 이런 것들을 다 고려하여 다른 배우들을 캐스팅했습니다. 그렇게 캐스팅을 하니 연출할 때도 용이했죠. 배우들과 모든 디테일을 다 상의해서 연출했습니다. 이를테면 모금산이 술잔에 검지를 올린다거나 하는 세세한 행동들도 현장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전에 배우들과 약속을 하고 촬영한 것입니다.
Q: 그렇다면 배우들의 애드립도 없었을 것 같은데요?
A: 대사 애드립은 하나도 없었고 행동에서 애드립이 조금 있었어요. 가령 치킨집 사장이 모금산 영화 상영회 초대장을 올려놓고 툭 떨어트려서 받거든요. 이런 액팅은 유재명 배우의 아이디어에요. 그렇게 추가된 액팅 외에는 다 합을 맞춘 것입니다.
Q: 합을 맞추는 데 있어서 대사가 굉장히 큰 역할을 했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대사들이 흔히 하는 말로 굉장히 차져요. 쓴 사람의 고뇌가 느껴졌어요. 대사 쓸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A: 원래는 되게 수다스러운 영화였는데, 계속해서 말을 줄여 나갔습니다. 영화의 단초가 된 것이 무성영화였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순간에 어떤 대사를 쳐야 이게 클리셰처럼 보이지 않을까 고민을 했고 그러다 보니 장황하게 말하기 보다는 정확한 순간에 하는 말이 필요했어요
Q: 실제 영화배우들을 거론하는 대사도 많이 나오잖아요? 스데반과 모금산의 대사 속에 영화배우들이 언급되곤 하는데, 이런 대사를 넣은 이유가 있나요?
A: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영화입니다. 계속 배우와 감독들을 언급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오정환 배우가 실제로 라이언 고슬링이 담배 피우는 모습에 대해 언젠가 제 앞에서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부분을 시나리오에 써도 되냐고 허락을 받고 썼습니다.(웃음)
Q: 영화 속의 영화 <사제폭탄을 삼킨 남자>에서부터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가 시작되었다고 들었는데, 구상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혹시 레퍼런스 삼은 작품이 있나요?
A: 한 작품만을 레퍼런스 삼지는 않았고요, 여기저기서 차용했습니다. 무성영화에 통용되는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찰리 채플린의 <경찰>(1916)에서 경찰에게 쫓기는 추격장면이나 버스터 키튼 영화들을 참고했어요. <모던 타임즈>(1936) 결말의 정서도 이 영화의 주된 정서에 영향을 줬습니다. 채플린이 길에 앉아서 낙담하고 있으니까 폴레트 고다드가 '우리 할 수 있어! 힘내!'라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채플린이 '그래! 나도 할 수 있어!'라고 하면서 길을 걸어가요. 그런 낙관의 정서,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순간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Q: 그런데 정작 <사제폭탄을 삼킨 남자>라는 무성영화에 대해서는 해당 영화가 직접 나오기 전 까지는 정보가 극히 제한되어 있어요. 모금산이 시나리오를 썼고 강냉이 폭탄이 나오고 채플린을 닮은 주인공이 나온다는 사실만 인물간의 대사를 통해 간간히 언급됩니다. 이에 대한 이유가 있나요?
A: 영화 찍는 과정에 너무 집중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영화가 너무 뻔해질 위험성을 고려했어요. 사전 언급을 최소화 하면서도 힌트를 줄 수 있는 중간지점을 고민했습니다. (인물들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다룰 때) 너무 쿨하게 넘어가도 안 될 것 같고, 그렇다고 너무 깊숙이 들어가도 안 될 것 같았어요. 생략을 하더라도 꼭 필요한 부분들을 남겨놓다 보니 지금의 영화가 됐죠.
Q: 극 중 “영화 일은 잘 하고 있어?”, “영화는 왜 찍으려고 해?”와 같은 영화 일에 관한 대사가 많이 등장해요. 이 질문에 대한 감독님만의 답이 있나요?
A: 이 영화를 찍은 이유가 그 질문에 대한 제 답이기도 해요. 영화를 준비하고 엎어지는 과정에서 ‘나는 왜 영화를 하려고 할까? 영화가 뭘까?’하면서 제 자신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많이 던졌어요. 그때마다 답을 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롤랑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 - 사진에 관한 노트’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이 없었으면 이 영화가 나오지 못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어머니와 이별한 바르트가 어머니의 사진을 보며 느끼는 감정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잖아요. 오로지 어머니와 시간을 함께한 바르트만 알고있는 거죠. 이 영화에서도 모금산의 영화(<사제폭탄을 삼킨 남자>)를 마주하고 있는 관객들이 다 다른 감상을 가졌을 것 같아요. 모금산이 계단에서 구역질하는 씬이 있는데, 다들 웃을 때 예원은 그 장면을 보고 웃지 못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영화가 사적인 매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 영화의 이론적 배경으로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를 들 수도 있겠네요.
Q: 모금산은 위암에 걸렸음에도 담배를 피우고 스데반, 예원도 계속해서 담배를 피웁니다. 감독님께 담배란 무엇인가요?
A: 재미있는 질문이네요. 제가 담배가 나오는 영화를 좋아해요. 그런 영화를 보면 담배를 끊었더라도 피우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렇게 흡연을 권장하는 영화를 찍고 싶었어요.(웃음) 그리고 영화의 계절적 배경이 겨울이다 보니 입김이 많이 나야 했는데, 영화를 3월에 찍었어요. 입김이 많이 안 나서 추워 보이게 연기를 이용하자는 속셈도 있었습니다.
Q: 조금은 불편한 질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모금산의 아들 스데반의 출생의 비밀과 관련한 내용이 내러티브 상 다소 돌출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비밀이 스데반의 성장통을 강화시키거나 감정을 극적으로 끌어냈다기보다 그저 딱딱한 부자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로 남은 경향이 있는 것 같거든요. 이런 설정들과 관련하여 감독님이 고민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을 것 같아요.
A: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그런 소재가 많아요. 출생의 비밀, 재미없는 부자관계, 영화를 찍는 영화라는 설정. 모두 기존에 너무 많이 나왔던 소재고 물릴 수 있는 부분이죠. 하지만 그런 클리셰들을 모아서 새로운 걸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신인감독의 패기 같은 건데, 예상 가능한 소재들로 특별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앞으로 더 좋은 영화를 찍는 감독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상투적인 소재가 남의 이야기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면 거리를 두고 뻔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게 나에게 벌어진 일이라면 비극이 되잖아요. 그런 지점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희비극적인 톤과 어울릴 것 같았어요. 연출하기 난감한 소재였지만 돌파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좀 아쉬운 부분도 있으나 평범한 소재로 특별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습니다.
Q: 클리셰적인 상황에서 클리셰를 벗어난 리액션이 필요했던 거네요?
A: 클리셰적인 순간이 관객에게 감동으로 다가가려면 설계가 필요한 것 같아요. 대사나 행동이 뻔한 순간에 나온다면 클리셰가 되지만, 뻔하지 않은 어떤 순간이 있어요. 그걸 찾는게 목표였고, 그러려면 시나리오에서 정확한 지점을 잡는 게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시나리오에 정확하게 표현을 하려 했고 현장에서는 이정도의 뉘앙스로 표현하자면서 배우들과 액팅을 조절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Q: 엔딩이 인상적입니다. 모금산이 미소를 짓는 순간 영화 내내 절제됐던 감정이 터져 나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떤 감정으로 시나리오의 엔딩을 썼는지 궁금하고 혹시 고민했던 다른 결말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 엔딩은 초고에서부터 같았습니다. 그건 제가 지키고 싶었던 부분이에요. 모금산에게 기적 같은 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폭죽이 터질 때 그 병실 내의 다른 환자들은 모두 잠들었지만 깨어있는 모금산만 불꽃놀이를 목격하거든요. 모금산에게만 허락된 순간, 그 순간이 그에게 위안이 될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제가 해피엔딩을 좋아해요. 누군가는 해피엔딩이 기만이라고도 하지만, 저는 필요한 기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영화의 엔딩을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지만, 모금산이 웃는 얼굴에서 끝난다는 점에서 희망의 뉘앙스를 주고 싶었어요.
Q: 혹시 작업하면서 장편과 단편의 차이를 느낀 부분이 있나요?
A: 장편도 단편과 같지만 좀 더 길게만 찍은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좀 더 어려운 점이 있다면 체력 관리인 것 같아요. 이 영화를 21회차로 찍었습니다. 어제 이명세 감독님을 만났는데, 감독님 영화 중에 이발사도 나오고 채플린 분장을 한 개그맨도 나오는 <개그맨>(1988)이라는 영화가 있어요. 그 영화도 21회차로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약간 통한 것 같아 놀랐습니다.(웃음)
Q: 차기작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준비를 하고 있고요, 시나리오는 완성된 상태입니다. 한일 합작 영화로 지원을 받아서 내년 겨울쯤 일본 북해도에서 찍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엄마와 딸이 여행을 하는 영화고 표면적으로 엄마의 첫사랑 찾기 이야기인데, 한 여성이 단순한 엄마의 역할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Q: 이제 곧 크리스마스 시즌입니다. 크리스마스 영화가 정말 많잖아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모>도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영화로 남을 것 같은데요, 감독님이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있다면요?
A: <캐롤>(2015)이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정말 사랑하는 영화입니다. <캐롤>은 모든 장면이 완벽하게 설계된,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인 것 같아요. 한 씬 한 씬 끊어서 봤는데, 인물과 인물 주변의 세팅, 미장센이 다 의미가 있어요. 예를 들면 캐롤과 테레즈가 사랑에 빠지기 전의 통화 장면이 있어요. 캐롤의 옆으로 주방 아주머니가 일하고 있고 테레즈의 옆으로는 백화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는데, 그 한 씬으로 당시 여성들의 모습이 한 화면에 다 들어온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세세한 디테일들까지 모두 의미를 지닌 영화입니다.
Q: 마지막으로 관객 분들께 한 마디 해주시겠어요?
A: 시놉시스만 봤을 때는 남성 감독이 찍은 아버지와 아들의 영화라서 좀 꺼려하시는 관객들도 계실 것 같아요.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시면 딱딱한 부자 관계에 대한 영화라기 보다 외로운 개인들에 대한, 그리고 영화 매체에 대한 영화인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편하게 극장에 와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차별화된 임대형 감독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름아닌 사람에 대한 애정, 연민과 위로의 시선이었다. 이 영화에는 한 사람의 감정까지 소중하게 포용하는 힘이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단순히 영화가 아닌, 연말에 예기치 못한 선물같은 순간으로 기억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