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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1292

[인디즈 단평] 〈버텨내고 존재하기〉: 사람들의 장소.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장소. 〈버텨내고 존재하기〉와 〈소피의 세계〉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태현 님의 글입니다.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음악에 대한 영화이지만, 장소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1935년 개관해 오늘날까지 관객을 맞이하고 있는 광주극장은 인디 뮤지션들의 음악과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 극장의 매표소, 상영관, 영사실, 사무실, 계단과 복도의 모습이 차례차례 등장한다. 공간들에 대한 클로즈업, 혹은 무던한 미디엄 쇼트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광주극장의 전경을 비추는 풀 쇼트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버텨내고 존재하기〉가 광주극장을 소환하는 방식은, 그곳.. 2023. 11. 14.
[인디즈 Review] 〈버텨내고 존재하기〉: 버텨내서 존재하기 〈버텨내고 존재하기〉리뷰: 버텨내서 존재하기 *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영 님의 글입니다. 지난 11월 원주 아카데미 극장의 철거가 진행됐다.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전국 54개 영화단체가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자체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개발과 이익이라는 정체가 불분명한 이기를 앞세워 60년의 유산이 무너졌고, 원형의 가치는 사라졌다. 우선순위가 달랐을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철거 후 재건이 더 중요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지난날을 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 보전이 필요했을 것이다. 각자의 우선순위가 치열하게 부딪히는 사회 앞에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개인과 공간을 조명한다. 곽푸른하늘,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고상지, 정우, 그리고 N명의 아티스트들. 알 사람은 아는 인디밴.. 2023. 11. 14.
[인디즈 Review] 〈약속〉: 자연을 낭독하며 부치는 시 〈 약속〉리뷰: 자연을 낭독하며 부치는 시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채운 님의 글입니다. 시를 감상하는 가장 정확하고 아름다운 방식은 낭독이 아닐까. 아무런 구두점도 찍히지 않은 문장 말미에 멋대로 느낌표와 물음표를 붙이는 일. 하나인 줄 알았던 문장을 둘로 쪼개보는 일. 아무렇게나 다시 만든 시를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일. 이렇게 본다면 시는 소리의 예술일테다. 그리고 〈약속〉의 시우는 시를 낭독하는 일의 진가를 아는 것 같다. 그는 시를 소리로 다루는 예술가다. 시우는 엄마와 이별 한 아홉살, 1년 뒤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기약하며 종이에 시를 적어 간다. 마치 악보에 음표와 노랫말을 눌러 담듯, 순간 순간의 마음이 날아가지 않게 펜과 종이를 어루만지며. 고이 담은 소리들을 시우는 엄마에게 건네준다... 2023. 11. 14.
[인디즈 Review] 〈붉은 장미의 추억〉: 잇따른 우연 끝에 다다른 결말은 〈 붉은 장미의 추억 〉리뷰: 잇따른 우연 끝에 다다른 결말은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채운 님의 글입니다. 영화의 구성은 단순하다. 배우들은 오래 전 작고한 영화감독 노필 선생의 영화 〈붉은 장미의 추억〉을 낭독극으로 펼쳐나간다. 백재호 감독의 〈붉은 장미의 추억〉은 원작의 대본을 낭독하는 배우들과 이들 주변에서 펼쳐지는 상황들을 폭넓게 담아낸 영상 기록물이라고 볼 수 있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전개에 몇 가지 우연이 신비로운 가루처럼 톡톡 뿌려지며 이색적인 맛과 향을 풍기기 시작한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공연이 취소되는 상황은 모두가 생생하게 공감하는 사태일 것이다. 이처럼 오래되지 않은 과거가 지금으로 끌려오며 우리는 현실감에 한껏 젖어있는 상태가 된다. 그러다 갑자기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사내는.. 2023. 11. 14.
[인디즈 단평] 〈너와 나〉: 꿈의 조각을 되찾아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꿈의 조각을 되찾아 〈너와 나〉와 〈프랑스여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글입니다. 잠깐 꿈이라는 무의식을 헤매다 깨어났을 뿐인데, 그 무의식은 우리의 하루를 지배하고, 하루 동안의 모든 행동을 결정하는 나날들이 있다. 그 무의식이라는 여운은 꽤나 부드럽고도 강력해서,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게 하기도, 혹은 내 마음을 애써 삼켜내게도 한다. 바람이 부는 창가 자리에 엎드려 잠든 세미(박혜수)는 영문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고개를 든다. 꿈이 그렇듯, 눈을 뜸과 동시에 휘발된 기억에 왜 흘러나왔는지 아직은 가늠조차 되지 않는 눈물을 닦아내고 무의식.. 2023. 11. 7.
[인디즈 Review] 〈너와 나〉: 너라는 상(像)이 맺힌 나의 세상 〈너와 나〉리뷰: 너라는 상(像)이 맺힌 나의 세상 *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영은 님의 글입니다. 옅은 빛의 화면으로 파고드는 햇살은 저편의 수평선처럼, 혹은 꿈결처럼 아득하다. 모였다가 흩어지는 아이들, 사이를 오가는 작은 원반들, 곳곳에 띠는 활력의 소리와 움직임들, 〈너와 나〉는 원초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출발한다. 우리가 물체나 사물을 눈으로 보기 위해서는 먼저 빛이 통과되어야 한다. 눈 안에 있는 수정체가 빛을 통과시켜 망막에 상(像)이 맺힌다. 카메라의 렌즈는 빛을 저장하여 상이 맺히는 표면에 닿는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조절하여 선명한 상과 움직임을 기록한다. 빛을 저장하는 장치로써 카메라는 어떤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고, 이를 포착된 이미지로서 기억한다고 해도 .. 2023. 11. 7.
[인디즈 단평]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 〈두 사람을 위한 식탁〉과 〈해피해피쿠킹타임〉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진하 님의 글입니다. 나로 태어났음에도 나로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 만큼만 먹기, 입고 싶은 옷을 입기, 자고 싶은 시간에 잠들기. 마음이 하고 싶어 하는 것과 몸이 허락하는 것과 타인이 바라는 것들이 마구 부딪혀 가장 기본적인 것들마저 어려워진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나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건가? 살아본 적 없는 시간만을 앞두고, 그저 고민만 하며 하루를 다 새운대도 배는 고프다. 밥알을 입에 넣고 저작운동을 하.. 2023. 11. 6.
[인디즈 Review]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우리가 우리가 된다는 것은 〈두 사람을 위한 식탁〉리뷰: 우리가 우리가 된다는 것은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글입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주체로서 객체를 바라보는 행위 자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객체로의 전이를 뜻하는 것이다. 즉, 완벽한 이해의 경지는 내가 아닌 너가 되는 행위이고, 동시에 너가 내가 되는 행위이다. 하지만 각자의 삶에서 주체인 우리는 서로가 될 수 없기에 충분히 이해받지 못해, 이해하지 못해 슬프다. 〈두 사람을 위한 식탁〉엔 이해의 영역에서 필연적인 실패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두 사람, 정확히 말해 두 모녀가 등장한다. 영화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듯이 어느 날 불현듯 채영(박채영 분)을 찾아온 섭식장애에 대해 당사자로서 채영과 목격자로서 상옥(박상옥 분)의 이야.. 2023. 11. 2.
[인디즈 단평] 〈우리의 하루〉: 우리의 공간성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공간성 〈우리의 하루〉와 〈새들이 돌아오는 시간〉 * 관객기자단 [인디즈] 진연우 님의 글입니다. 홍상수의 영화 속 ‘우리’는 느슨하지만 참 촘촘하게도 엮여 있다고 생각했다. 상원과 의주의 투 트랙 서사는 각각이 다른 공간에서 진행되고 둘은 절대로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일이 없었지만 영화는 어쩐지 두 사람이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이를테면 상원이 라면에 고추장을 풀어 먹을 때 “너 말고 누가 라면에 고추장을 넣어 먹냐” 하는 핀잔 아닌 핀잔에 “있어, 그런 사람~”이라고 능청스럽게 대답할 때. 뒤이어 라면에 고추장을 풀어 먹는 의주의 모습이 보여.. 2023. 11. 1.
[인디즈 Review] 〈우리의 하루〉: 틈새 사이로 〈우리의 하루〉리뷰: 틈새 사이로 *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다연 님의 글입니다. 〈우리의 하루〉는 매우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인물들 사이의 관계와 감정뿐만 아니라, 영화를 만들어 내는 카메라와 인물들 사이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묘사하지만 정확하게 짚어내지 않는 방식으로 영화는 줄곧 관객들에게 여지와 여백을 남기고 관객은 그러한 틈을 더듬으며 그 뒤의 무언가를 짐작해 낸다. 우리가 지금 지켜보고 있는 건 카메라로 인해 보여질 수밖에 없는 표면이라는 것을 영화는 그 존재 자체로 끊임없이 되짚는다. 배우를 그만둔 상원은 아는 언니네 집에 머물고 있다. 언니가 키우는 고양이가 살찔 것을 걱정하면서도 간식을 주는 것을 멈출 수 없이 귀여워하고, 그 동안 못 잤던 잠을 몰아서 자는 듯이 끝없이 잠을 잔다.. 2023. 11. 1.
[인디즈 단평] 〈프리 철수 리〉: 낯선 현재의 철수 리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낯선 현재의 철수 리 〈프리 철수 리〉와 〈과거는 낯선 나라다〉 *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영 님의 글입니다. 1982년 철수 리의 무죄 판결을 위한 투쟁이 있었다. 2004년 철수 리가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 2014년 철수 리는 6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2023년 철수 리의 얘기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반-인종차별 운동의 상징이자 아시아 아메리칸이 겪는 구조적 차별을 대표한 철수 리. 그의 죄목을 가리는 시시비비는 어느새 40년도 더 된 설화가 됐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1세대 이민자를 그린 다큐멘터리를 보며 무엇을 느껴야 하는 걸까. 영화 〈.. 2023. 10. 31.
[인디즈 Review] 〈프리 철수 리〉: 목소리를 들여다보면. 〈프리 철수 리〉리뷰: 목소리를 들여다보면.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태현 님의 글입니다. 〈프리 철수 리〉에는 이철수의 목소리가 있다.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진 시기에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그가 남긴 말을 통해 재구성된 내레이션이 그의 목소리를 대신한다. 영화는 그의 목소리로 하여금 그가 겪어야 했던 세계의 분위기를 증언하게 한다. 눈으로 보여지는 아카이빙 자료 또한 1973년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을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프리 철수 리〉의 영화적 육체는 인종차별과 구명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서술에 앞서 이철수의 일인칭 삶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영화를 보며 이철수의 삶과 자신의 삶 사이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우리와 같은 한인이라는 특정한 정체성을 공유하기 때문이 아.. 2023.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