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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1292

[인디즈 Review] 〈느티나무 아래〉: 느티나무 아래, 억세고 고요한. 〈느티나무 아래〉 리뷰: 느티나무 아래, 억세고 고요한. *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이빈 님의 글입니다. 지키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던 시기에 고집 세다는 말을 들었다. 고집 세다는 말을 자신만의 견고한 뜻이 있는 거라 받아들이려던 찰나 나를 굽힐 줄 모르는 사람으로 보고 있는 눈을 읽었다. 싫어하는 눈을 살금살금 피할 수밖에 없었던 때를 떠올리면 묻고 싶어진다. 너의 고민은 고민이 되고, 나의 고민은 고집이 되는 이유를. 〈느티나무 아래〉는 느티나무가 괴산 농부들의 매일매일을 느긋하게 관망하는 것처럼 시작된다. 봄이 되면 개나리가 고개를 내밀고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트럭 짐칸에 앉아 소리 지르면서 이동하기도 하고 그네를 타면서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목가적인 전원 풍경이지만 이야기는 이 .. 2023. 11. 29.
[인디즈 단평] 〈나의 피투성이 연인〉: 세계와 ‘자기만의 방’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위하여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세계와 ‘자기만의 방’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위하여 〈나의 피투성이 연인〉과 〈산후〉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글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눈에 보이거나 해석되다는 점에 있어서 어떤 각자는 절대 겹쳐질 수 없는 분명함의 영역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남자와 여자, 탄생과 죽음, 축복과 재앙, 결혼과 비혼, 지속과 단절, 그리고 너 그리고 나. 동일선상의 양 극단에 위치하기 때문에 절대 하나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단어 사이에서 나의 자리를 찾는 일은 누구에게나 항상 곤혹스럽다. 이 모든 혼란 속에서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극단의 연장선 상에서 두 .. 2023. 11. 28.
[인디즈 Review] 〈나의 피투성이 연인〉: 우리 앞에 놓인 얼굴. 〈나의 피투성이 연인〉 리뷰: 우리 앞에 놓인 얼굴.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태현 님의 글입니다. 재이와 건우는 함께 사는 연인이다. 식사를 나누고, 섹스하고, 서로에게 기대는 이들의 모습은 한 화면 아래 편안해 보인다. 두 번째 소설을 마무리한 소설가 재이와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영어학원 강사 건우는 각자 앞에 놓인 삶에 충실해 보이고, 교외에 사는 시인 부부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자면 두 명이 떠올리는 미래의 모습도 크게 어긋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둘 사이에서 원한 적 없던 아이가 생기고, 건우는 사실 아이와 함께하는 미래를 꿈꾼 적 있다고 고백한다. 낙태를 원하는 재이는 건우로부터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는 말을 듣는다. 둘은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결정했었다. 시간이 갈수록, 둘은 분절된 시간 .. 2023. 11. 28.
[인디즈 Review] 〈어른 김장하〉: 어른의 조건 〈어른 김장하〉 리뷰: 어른의 조건 *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다연 님의 글입니다. 어른이라는 말에는 무게가 있다. 성인은 때가 되면 자연스레 획득하게 되는 무엇이지만, 어른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은 그렇지 않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품성이 올곧아야 하고, 자신의 삶과 언행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며 수없이 무거운 일들을 할 수 있어야만 할 것 같다. 고작 주민등록증을 받았고, 나이 제한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정도로는 어려운 일인 것이다. 그렇기에 살면서 어른을 만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약방을 운영하는 평범한 할아버지 같은 김장하 선생에게는 그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평생에 걸쳐 그의 입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기를 거절해 온 그의 삶은 이러한 사.. 2023. 11. 25.
[인디즈 기획] 〈두 사람을 위한 식탁〉김보람 감독 인터뷰: 두 사람의 곁에서 두 사람의 곁에서 〈두 사람을 위한 식탁〉 김보람 감독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태현 님의 글입니다.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의 주인공 박채영 씨의 책 『이것도 제 삶입니다』의 한 문단을 옮겨보고 싶다. “내 생각에 한국 사회는 전문가, 치료자의 권위가 너무 절대적인 곳이다. 그들이 내리는 진단은 평면적이다. 그러나 병을 겪는 환자의 삶은 굴곡지고 복잡하며 다채롭다. 난 치료의 주도권을 환자가 쥘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병원을 다녀오면 종종 불쾌해지는데, 내가 한 명의 사람이 아니라 질병 자체로 대해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나의 복잡한 감정을 궁금해하지 않는 의사, 나의 개인 서사에 호기심이 없는 의사. 빠르게 증상을 호전시킬 방법만 궁리하는 의사는 환자를 외롭게 만든다. 나는 충분히 환.. 2023. 11. 23.
[인디즈] 〈괴인〉인디토크 기록: 나와 내 이웃의 이름 나와 내 이웃의 이름 〈괴인〉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 11. 12(일) 오후 2시 상영 후 참석 이정홍 감독, 박기홍, 전길 배우 진행 임선애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진연우 님의 기록입니다. ‘당신도 나처럼 이상하잖아요.’ 기묘한 캐치프레이즈에 이끌려 들어온 괴인들이 스스로를 소명했던 시간. 한 꺼풀 벗겨 보면 이상할 것도 없는 우리들을 마음껏 꺼내어 떠드는 시간이 이곳에 마련되었다. 임선애 감독(이하 임선애): 안녕하세요, 저는 〈괴인〉의 모더레이터를 맡은 임선애입니다. 전길 배우(이하 전길): 안녕하세요, 〈괴인〉의 현정 역을 맡은 전길입니다. 반갑습니다. 박기홍 배우(이하 박기홍): 안녕하세요, 〈괴인〉에서 기홍 역을 맡은 박기홍입니다. 이정홍 감독(이하 이정홍): 안녕하세요, 〈괴인〉 .. 2023. 11. 23.
[인디즈]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인디토크 기록: 머물고 간 시간 머물고 간 시간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 11. 11(토) 오후 1시 상영 후 참석 장건재 감독, 김주령, 문호진 배우 진행 박꽃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다연 님의 기록입니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0년 전의 주희가 돌아와 잠시 머물고 홀연히 떠난다. 닥쳐오는 죽음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온전히 자신으로서의 하루를 보내는 주희의 모습에 오히려 그를 지켜보는 관객이 위로 받는다. 마찬가지로 10년이 흐른 시간 동안 담담히 자리를 지켜온 영화의 주인공들이 머물고 간 시간을 짚어 보았다. 박꽃 기자(이하 박꽃): 감독님부터 간단하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장건재 감독(이하 장건재):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를 연출한 장건재라고 합니다. 토요일 주말 낮에.. 2023. 11. 23.
[인디즈 Review]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완전한 7시를 향해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리뷰: 완전한 7시를 향해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글입니다. 5시부터 7시 사이. 해가 차츰 지고 캄캄해지면 비로소 완전한 저녁이라고 부르는 그 두 시간. 누군가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만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집에 돌아올 그 사람을 기다린다. 또 누군가는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누군가는 만남을 약속한 사람을 기다린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평일 7시 연극의 입장 대기 줄에 서 있다. 완전한 저녁, 완전한 7시를 향해 시계 위에 놓인 사람들. 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는 그 사람들을 시계 위에 올려두고, 우리는 그 시계 위 초침과 분침, 그리고 그 위를 걷는 인물들을 지켜보게 한다. 조직검사를 받고 돌아온 주희(김주령)는 자기만의 공간이면서 열려있는 공간이기도 .. 2023. 11. 22.
[인디즈 Review] 〈너를 줍다〉: 기묘한 수취인 불명의 사랑 〈너를 줍다〉리뷰: 기묘한 수취인 불명의 사랑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영은 님의 글입니다. 사랑에는 수신인과 발신인이 있다. 한사람이 수신인이자 발신인이기도 하며,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주고받는 긴 여정이다. 〈너를 줍다〉에서 지수의 사랑은 분석이다. 이미 지나가 버린 사랑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어도, 택배 상자에 담겨온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어 볼 수는 있다. 지수는 하얀색 종량제 봉투에 모아진 쓰레기를 다시 조각조각 펼친다. 뒤섞인 물건들을 정갈하게 들여다본다. 욕실 한편에 놓인 욕조의 용도는 그뿐이다. 타인의 쓰레기를 붓고 채집하기 위한 공간 그 이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렇게 눈에 들어온 정보를 화이트보드에 옮겨놓는다. 프로파일링하듯 분석한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은 지수에게는 일상이다. 타.. 2023. 11. 22.
[인디즈 Review] 〈괴인〉: 이상을 부수는 이상한 영화 〈괴인〉 리뷰: 이상을 부수는 이상한 영화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진하 님의 글입니다. 어린 시절 소소한 강박이 있었다. 펜촉은 항상 필통 위 쪽을 향하게 두고, 보도블럭을 내가 정해둔 순서대로 밟아야 하고, 횡단보도에서 반은 왼발 먼저, 나머지 반은 오른발을 먼저 뻗어야 했다. 이제는 필통도 보도블럭도 되는대로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지만 가끔 그런 걸 보고 잔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영상. 균형과 규칙 속에서 아름답게 잘리는 케이크 같은 것들. 한 번의 칼질이라도 어긋나는 순간 마음이 한없이 불편해지고, 바로 이 지점에서 서스펜스는 온다. 영화 〈괴인〉은 아슬아슬하다. 미묘하게 어긋난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고 자유곡선을 그리며 진행한다. 거슬리는 인물이 한둘이 아니고, 수상하지 않은 인물.. 2023. 11. 21.
[인디즈] 〈붉은 장미의 추억〉인디토크 기록: 현실과 연극과 영화의 경계에서 현실과 연극과 영화의 경계에서 〈붉은 장미의 추억〉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 11. 6(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백재호 감독, 김지원, 배우경, 이인석, 유다온, 정다연, 김세중, 위다은 배우 진행 차한비 리버스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진하 님의 기록입니다. 〈붉은 장미의 추억〉은 노필 감독의 동명 시나리오를 원작으로 기획된 낭독극을 촬영한 영화다.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된 연극 바깥의 상황은 영화의 일부가 되어 관객을 극 속으로 이끈다. 영화와 배우들은 과거를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그대로’의 유혹에 지지 않고, 이전의 존재를 되살려 지금-여기로 데려다 놓아본다. 궂은 날씨에도 인디스페이스에 모여 또 하나의 장면을 만들었던 어느 월요일의 추억. 차한비 기자(이하 차한비): 안녕.. 2023. 11. 16.
[인디즈] 〈너를 줍다〉인디토크 기록: 폐기 이후를 진단 폐기 이후를 진단 〈너를 줍다〉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 11. 8(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심혜정 감독, 김재경, 현우 배우 진행 김시선 영화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이빈 님의 기록입니다. 쓰레기를 분리하더라도 쓰레기와 분리될 수는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지수는 폐기된 것들이 몰랐던 사람을 알게 해 준다 믿고서 밤마다 이웃들의 쓰레기로 정보를 수집한다. 모이고 흩어지는 각자의 기억과 믿음 안에서 〈너를 줍다〉를 되짚어 보았다. 김시선 평론가(이하 김시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너를 줍다〉 사회를 맡게 된 김시선이라고 합니다. 오늘 영화 잘 보셨나요?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영화를 보고 나가신 후에는 내가 어떤 쓰레기를 버렸는지 보게 되는 그런 영화이기도 한데요. .. 2023.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