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금 만나  한줄 관람평


송은지 | 보편적인 감정을 가진 개인들이 보편적이지 못한 공간에 섰을 때 생기는 아픔

김정은 가깝고도 먼 우리, 익숙하지만 낯선 만남

김윤정 직접적이지만, 와닿는 소재가 불러일으키는 마법

최승현 ‘우리’를 기억할 때 옴니버스가 갖는 매력

이성빈 | 이정은 배우의 톤이 돋보이는 영화

성혜미 평범하기에 힘을 얻는 일상







 〈우리 지금 만나  리뷰: 보편적인 감정을 가진 개인들이 보편적이지 못한 공간에 섰을 때 생기는 아픔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은지 님의 글입니다. 

 



"좋은 이야기는 덜 폭력적인 사람으로 살게 도와준다”. 최근 읽은 문장 중 가장 오래도록 마음을 붙잡았던 신형철 평론가의 말이다. 잘 모르고 웃자고 한 말이 누군가에겐 잊지 못할 폭력적인 말이 된다면 아주 무서운 일일 것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좋은 이야기이고, 이야기를 통한 공감과 이해이다. 돌아보면 삶의 반경 안에서 북한사람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나에게는 없었다. 나와 같이 반공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이산가족 또한 그리 가까운 이야기는 아닌 세대가 북한을 접하는 대부분의 경로는 직접적 경험이 아닌 미디어를 통한 간접적 경험일 것이다. 그럴수록 소중한 이야기가 우리 지금 만나와 같은 이야기이다. 세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 우리 지금 만나는 세 편 모두 북한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이념 대립에 주목하거나 액션, 스파이 장르물에서 다루는 북한 이야기가 아닌 개인의 관계와 그들을 둘러싼 다양한 모습을 이야기한다.

 



기사 선생

 

기사 선생은 일상적인 감정들이 일상적이지 못한 공간에 놓였을 때 생기는 아픔을 보여준다. 개성공단으로 식자재를 배달하는 남한의 트럭 기사 성민은 북한의 식당 직원 숙희를 만난다. 여느 로맨스 영화가 그렇듯 영화는 성민이 숙희를 낯설어 하다가 감정이 생기는 모습을 슬로우모션과 클로즈업, 따뜻한 색감으로 담는다남한에서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다리 위 트럭의 롱쇼트는 숙희를 만나고, 만나지 못함에 따라 변주되며 둘의 관계가 진전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렇게 성민은 자신이 듣는 음악을 숙희에게 영어노래’, ‘남자노래’, ‘여자노래’, ‘빠른 노래’, ‘느린 노래라 설명하며 서로의 언어로 이해하고 맞춰간다. 그리고 어쩌면 특별할 것 없을 둘의 관계는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사건으로 달라진다. 영화는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고 예고도 없이 헤어진 남남북녀의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장면과 감정들로부터 남한과 북한의 단절, 연결, 또 다시 단절의 과정에서 그간 미디어에서 다뤄지지 않은 개인들의 사연과 아픔의 존재를 알린다.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남한과 북한을 이야기하는 영화에 북한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어느 쪽이 남이고, 어느 쪽이 북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둘 사이의 관계에 주목하게 된다. 남북철도연결식을 알리는 라디오의 사운드와 함께 시작되는 영화는 남과 북의 관계를 결혼을 앞두고 함께 살기 시작한 오랜 연인, 재범과 현채의 관계로 그린다. 재범과 현채는 조립식 가구를 함께 만들며 보면 몰라? 여기선 그렇게 안보이거든?”, “정확하게 말하든가. 아까 여기서부터 잘못됐어.라고 말한다. 오랜 기간 붙어있었던 만큼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도 함께 산다는 것은 창문 하나 여는 것부터 피자 종류를 고르는 것, 가구 색을 고르는 것 어느 하나 마음대로 하기 쉬운 일이 없다. 카메라는 현채와 재범의 모습을 시종 핸드헬드와 기울어진 앵글로 잡으며 둘의 관계가 불안하고 긴장된 상태임을 보여준다. 우리 잘 살 수 있을까?에서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라는 언어는 곧 소통을 의미한다. 잠들기 전까지 말싸움을 하다가 잠을 못 이루고 홀로 찾은 카페에서 춤을 추는 현채와 뒤늦게 현채를 따라 나온 재범이 그런 현채를 낯설게 바라만 보다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춤이라는 언어로 이야기를 하고 화답을 하고 서로의 춤을 따라하기도 하는 일련의 소통의 과정을 보여준다.

 




 

여보세요

 

낮에는 급식소 일을, 밤에는 건물 청소 노동을 하며 퇴근 후에는 치매 걸린 어머니를 간병하는 정은이 우연히 북한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말투가 이상하다며 보이스피싱 전화라 의심하던 정은은 남한에 있는 아들을 찾아달라는 부탁에 터무니 없는 금액을 제시하다가 치매에 걸리고 나서부터 6.25때 헤어진 동생 영옥을 찾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수화기 너머 이름도 모르는 사람의 아들을 찾아주기로 결심한다. 남한과 북한이라는 서로 떨어진 공간에 있는 두 여성이 단 한번의 만남 없이 전화통화만으로 유대를 형성하고 서로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여보세요는 북한에서 걸려온 전화를 우연히 받는다는 영화적이고 비현실적인 설정들이 부지영 감독의 내러티브를 통해 생생하고 현실적인 힘을 얻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동시에 전쟁이 끝난 지금도 남한으로 넘어온 북한 사람들이 있고 통일이 되지 않는 한 이산가족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생길 것임을 말한다.

 

 

 


접하기 어려운 대상일수록 떠올리기 쉽고 간편한 이미지로 그려낼 것이 아니라 우리 지금 만나속 세 이야기처럼 이해하려는 태도로 더욱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등장시키는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 인디스페이스가 있는 종로3가에서 버스를 타고 광화문 광장을 지나며 이 선 넘기만 해봐라는 듯한 모습으로 소리치는 군중을 보며 마음이 소란스러워졌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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