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ORMATION 


제    목: 메이트 (MATE, 2018)

감    독: 정대건

출    연: 심희섭, 정혜성, 길해연, 전신환, 윤소미, 송유현

제    작: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제    공: 영화진흥위원회

배    급: ㈜콘텐츠 난다긴다

장    르: 현실 공감 로맨스, 결핍된 청춘들의 미성숙 연애 백서

개    봉: 2019.01.17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92분




 SYNOPSIS 


상처받기 싫은 남자의 예측불허 자유연애!

친구도, 애인도 아닌 준호와 은지의 달콤 씁쓸한 ‘현실 연애’!


“나 연애 잘 못 해요. 적성에 안 맞아요” 상처받기 싫어 마음을 못 주는 남자 준호(심희섭).

“돈도 펑펑 못 쓰는데, 마음이라도 펑펑 쓰면서 살아야지.” 가진 건 마음 하나뿐인 여자 은지(정혜성).

준호는 새로 일하게 된 잡지사에서 은지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 준호는 은지에게 책임도, 의무도 없는 자유연애를 제안하지만, 따뜻하고 낙천적인 은지에게 점점 깊어지는 본인의 마음을 깨닫기 시작하는데…


올겨울, 상처받기 두려워 포기했던 순간 찾아온 ‘준호’와 ‘은지’의 사랑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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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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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       목    | 얼굴들

영       제    | Possible Faces  

감       독    | 이강현 

출       연    | 김새벽, 박종환, 윤종석, 백수장 

장       르    | 드라마 

제작 / 배급    | ㈜시네마달

제       공    | ㈜콘텐츠판다

러 닝 타 임    | 131분 

개       봉    | 2019년 1월 24일

급   | 12세 이상 관람가

상 영 내 역 

2017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 시민 평론가상 수상

2017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 심사위원상, 독불장군상 수상

2018 제23회 인디포럼

2018 제29회 프랑스 마르세이유 국제영화제

2018 제13회 런던한국영화제

2019 제8회 뉴욕 Museum of Moving Image(MoMI) First Look Festival




 SYNOPSIS 


고등학교 행정실 직원 기선(박종환)은 어느 날 문득 축구부 학생 진수(윤종석)의 존재가 궁금해진다.

기선의 옛 애인 혜진(김새벽)은 회사를 그만두고 어머니의 작은 식당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유일하게 자유로운 택배기사 현수(백수장)는 이들 사이를 스친다.

각자의 세계 안에서만 살고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은 희미하게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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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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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영씨>  한줄 관람평


권정민 | 드라마를 뭉개는 코미디실험적인 동시에 고전적이다.

김정은 약자들의 연대와 사랑으로도 견뎌내기엔 역부족인씁쓸한 블랙코미디와 같은 현실

승문보 | 고봉수 사단의 매력은 다시 한번 확장되었다

주창민 고봉수 식 해학과 사랑, 그 가능성과 한계

박마리솔 한겨울에 건네는 귤 같은, 그런 사랑





 <다영씨>  리뷰 : 약자들의 연대와 사랑으로도 견뎌내기엔 역부족인씁쓸한 블랙코미디와 같은 현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은 님의 글입니다. 






빵과 우유로 끼니를 해결하며 갖은 모욕을 당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퀵서비스 기사 민재. 삼진물산에서 일하며 가끔 택배를 받는 다영씨는 민재에게 유일하게 따스한 미소를 건네는 사람이고, 민재는 그런 다영씨에게 자신도 먹지 못하는 귤을 선물하며 수줍은 마음을 표현한다. 다영씨가 자신과 비슷한 상황 속에서 어렵게 일하는 것을 알게 된 민재는 터무니없이 적은 월급을 자처하여 삼진물산에서 입사해서 다영씨를 돕기 시작한다.

 




대화나 색채 없이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으로 강자와 약자의 관계 속의 부조리함을 선명하게 포착하게 만든다. 그러나 어쩌면 이미 약자를 향한 폭력이 만연한 영화 외적인 상황이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읽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유 없는 분노와 혐오는 약자를 향해 흐르며, 그 강도는 거듭할수록 점점 거세진다. 삼진물산에서 명백한 을인 다영씨와 민재는 동료와 상사들의 터무니없는 구실로 무장한 구박의 대상이 되며, 괴롭힘의 방식은 치졸하면서도 다양하다. 곳곳에 숨겨놓은 유머와 경쾌한 음악이 있지만 웃음을 짓기에는 조금의 과장만 덜어내면 현실에도 충분히 있을 법한 처절한 모습이었다.


 



흑백무성영화라는 시도와 고봉수 사단만의 개성으로 갑을관계를 풍자적이고 해학적으로 꼬집어 내지만, 다영씨와 삼진물산의 또 한 명의 여성 직원인 하람을 대하는 시선은 아쉬움이 남는다. 민재를 제외한 삼진물산의 남자 직원들은 상대적인 약자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동료의 관계로 비추어지며, 그들끼리 공모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다영씨와 하람은 철저히 타자화된다. 다영씨는 온갖 차별과 배제를 겪으며 혐오적인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하람은 출중한 외모와 사장님의 딸이라는 이유로 남자 직원들의 무조건적인 지지와 떠받듦을 받는다. 말단 직원이고 사장님의 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직원 중 여성이 동등한 동료가 아닌 대상화된다는 점, 그리고 남성 직원끼리의 연대는 있으나 두 여성 직원의 관계에서는 갈등만이 그려진다는 점은 불편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다영씨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민재의 도움으로 인해 조금은 휴식을 취하게 되는 다영씨의 모습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그녀가 하는 일을 대신 해 주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맡은 일을 끝까지 해냈던 다영씨를 민재의 등장 이후에는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대상으로 그려낸 점도 아쉽게 느껴진다.


 



유사한 에피소드가 반복되는 듯한 구조와 영화적인 완성도, 그리고 여성을 대하는 시선은 아쉬웠으나 고봉수 사단에 응원을 보낸다. 거대하고 모순적이기 때문에 자신을 지켜내기에 바쁜 세상 속에서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자 온몸을 던지는 순수하고도 애틋한 사랑을 흑백무성영화라는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그리고 전작인 <튼튼이의 모험><델타 보이즈>에 이어 한정적인 예산에 굴하지 않고 유일무이한 영화적인 개성과 정체성을 고수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는 고봉수 감독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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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에 건네는 귤 같은, 그런 사랑  <다영씨>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12월 9일(일) 오후 3시 상영 후

참석 배우 이호정, 신민재, 강하람 

진행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마리솔 님의 글입니다.





영화는 다영씨로 시작하지만 민재씨로 끝이 난다. 다영을 안아주고 싶은 건 민재지만 영화가 끝나면 사랑하느라 수고한 민재를 안아주고 싶어진다. 다영을 향한 민재의 쓸쓸하고 수줍은 미소는 애틋하다기보다 짠하게 느껴진다. 웅장한 음악과 과장된 몸짓들 사이에 그 진심어린 마음이 자꾸만 작아 보였기 때문이다. 영화저널리스트 이은선의 진행으로 신민재 배우, 이호정 배우 그리고 강하람 배우가 함께했다.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이하 이은선): 안녕하세요. 오늘 진행을 맡은 이은선입니다. 우선 배우 세 분의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이호정 배우(이하 이호정): 안녕하세요. 저는 <다영씨>에서 이다영 역을 맡은 이호정이라고 합니다.

 

신민재 배우(이하 신민재): 안녕하세요. 저는 택배기사 역을 맡은 신민재라고 합니다.

 

강하람 배우(이하 강하람): 안녕하세요. 저는 사장 딸 역을 맡은 강하람입니다.

 


이은선: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영화를 보셔서 관객분들께서 지금 목소리를 듣는 게 특별하게 느껴지실 것 같아요. 우선 <다영씨>라는 영화가 어떻게 기획되고 구성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신민재: 우선 고봉수 감독님이 다른 촬영 때문에 이 자리에 못 오셨어요. 이 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고, 저희가 아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영화가 어떻게 시작되었냐면, 고봉수 감독님께서 <델타 보이즈>에서는 백승환 배우가 주연이었고 <튼튼이의 모험>에서는 김충길 배우가 주연이었으니 이제는 제 차례라고 하셨어요. 저한테 어떤 영화 하고 싶냐고 물어보셔서 멜로를 하고 싶고, 무성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감독님의 습작 중에 무성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굉장히 잘 만드셨더라고요. 마침 감독님도 무성영화 제안에 좋아하셔서 같이 하게 됐어요. 촬영은 추석 연휴 동안에 하게 되었고 제가 예전에 택배 알바하면서 겪었던 것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은선: 지금 중요한 이름들이 등장했는데요, 백승환 배우와 김충길 배우 두 분을 고봉수 감독의 전작 <델타보이즈><튼튼이의 모험>에서 보신 관객분들이라면 낯이 익으셨을 것 같아요. 혹시 모르실 분들을 위해서 <다영씨>에서는 두 분이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 말씀 부탁드려요.

 

신민재백승환 배우는 과장 역할을 했어요. 저희도 직책은 잘 모르지만 다영을 괴롭히던 친구가 백승환 배우고요, 온갖 얼굴 근육을 사용했던 사원 역이 김충길 배우입니다.

 

이은선: 흑백 무성영화라는 것 자체가 낯선 포맷인데 세 배우 분은 어떤 기분으로 흑백무성영화를 촬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강하람: 저는 사실 무성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요. 무성영화라 하면 찰리 채플린을 떠올리는 정도였는데 이 작품을 하게 되면서 새롭게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너무나 발전한 21세기에 흑백무성영화는 특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민재저는 어릴 때 무성영화를 좋아했습니다. 2011년 개봉한 <아티스트>를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물론 그 영화와 저희 영화에는 차이가 있지만. 그런 흑백무성영화를 해도 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서도 이런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물론 제가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지금 개봉해도 어색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이은선: 방금 언급하신 <아티스트>라는 영화는 프랑스의 장 뒤자르댕 배우가 주연을 맡은 흑백무성영화인데요,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러 부문 노미네이트된 작품입니다.

 




이호정: 저는 사실 주된 분야가 소리였는데 최근엔 이미지를 연구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무성영화를 만나니 신선했어요. 중간중간에 제 입모양을 보시면 죄송합니다.’라고 하는데, 촬영 당시에는 무성흑백영화라는 생각보다는 상황을 인지하며 촬영습니다.

 

이은선: 소리에 대한 연구라는 게 어떤 연구인가요?

 

이호정: 제가 중고등학교 때는 실용음악, 보컬을 했고 대학에선 연기 전공를 전공했어요. 최근에는 텍스트보다는 움직임이나 오브제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어요. 그 와중에 이런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은선: 시나리오는 활자가 많잖아요. 대사도 많고 지문도 많은 글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시나리오가 도대체 어떤 모양일지 감이 안 오더라고요. 지문만 잔뜩 써있는지 혹은 시나리오 안에 상황만 있고 현장에서 바로 주문된 것을 연기하시는 건지 궁금했어요.

 

이호정: 처음에 시나리오가 있었고 장면 장면마다 어떤 상황인지가 있었어요. 그걸 리허설도 했고요. 실질적으로 산돌교회에서 월요일마다 모였는데 거기에서 그런 연습을 했어요. 그런 다음에 감독님이 지시하시는 혹은 원하시는 것을 숙지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신민재사실 시나리오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관객 웃음) 있었던 것을 보니 아주 얇았나봐요.

 

이호정: 배우마다 차이가 있는데요. 저의 경우에는 공연할 때도 대본을 늘 갖고 다녀요. 그런데 고봉수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에는 자유로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순간순간의 즉흥적인 느낌이나 상황 같은 것들을 강조하세요. 대본 보다는 상황을 강조하시고. 그래서 다른 배우 분들도 자유롭게 촬영하시는 편인 것 같아요.

 




이은선: 이전의 두 영화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시작해서 세 배우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해서 찍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신민재 배우님이 시나리오부터 시작해서 형식까지 의견을 내실 만큼, 거의 기획을 하셨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 것 같아요. 연기 말고도 영화 내 디테일적인 부분에서 더 아이디어를 내신 게 있을까요?

 

신민재: 글쎄요. 제가 드린 아이디어는 연기적인 것 말고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극 중 다영씨 캐릭터는 감독님이 본인의 모습이라고 하셨어요. 예전에 감독님이 회사를 다니신 적이 있는데 그때 모습이 다영에 반영되었다고 하세요. 일 못하니까 욕먹고 따돌림 당하고. 김충길 배우가 감독님을 흡족하게 했던 것 같아요. 작은 걸 요구했는데 큰 걸 보여주고. 그게 가이드라인이 되어 다른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했던 것 같습니다.

 

이은선: 아무래도 대사가 없는 영화다 보니 배우의 표정에 집중해서 보게 됐던 것 같아요. 얼굴을 구겨가며 연기하는 걸 보니 영화에 리듬감이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음악은 왜 하필 헝가리무곡을 사용했는지 궁금했어요.

 

신민재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기획하면서 우연히 헝가리무곡을 다시 듣게 되셨다고 해요. 이 음악을 가지고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마음 먹으셨고, 영화에 넣어보니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져서 사용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이은선: 그래도 노래의 리듬감과 영상의 씽크를 맞추는 기술적인 문제로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신민재제가 편집을 한 건 아니라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감독님 말씀으로는 그냥 딱 맞아 떨어지셨다고 해요. 하나님이 함께 하셨다고 했습니다.(관객 웃음)

 

이은선: 영화 제목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었어요. 납득이 가는 것과 동시에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제목으로는 다영씨보다 민재씨가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영씨>라는 제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이호정: 사실 처음에는 제목에 대해 잘 몰랐어요. 조연출님이 추석 연휴 때 3일 시간 되냐고 하셔서 된다하고 갔더니 제가 다영이더라고요. 대본을 받았는데 대사가 없었고요. 다영이는 흔히 많이 볼 수 있는 이름이라 선택하셨다고 해요. GV할 때 다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분들이 오시는 경우도 많았어요.

 

신민재제가 알기로는 제목이 생각난 다음에 거기에 맞춰 시나리오를 쓰셨다고 해요. 어떤 멜로영화를 할지 고민하다가 다영씨떠오르셨다고 했어요. 제목이 정해지고 시나리오가 나오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은선: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촬영됐는지 궁금합니다. 실제로 헝가리무곡을 틀지 않고 어떻게 박자를 맞추셨는지도 궁금하고요. 빠른 배속으로 촬영하신 것 같고 마임하는 것에 가까운 연기를 하셨는데 대사 없이 연기를 하는 것이 어떠셨는지 말씀해주세요.

 

강하람: GV 때마다 받는 질문인데요, 저는 이번 영화 촬영하면서 말의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대사를 하는 게 어려운 일인 줄 알았는데 대사를 하지 않는 게 더 어렵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악역을 맡은 건 처음인데요, 무성영화라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말투도 그렇고 목소리도 그렇고, 만약에 무성영화가 아니었다면 저만큼 못된 모습이 안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민재일단은 굉장히 수월하게 촬영했습니다. 사실 현장에서 NG를 제일 많이 내는 사람이 고봉수 감독님이에요. 웃느라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무성영화다 보니 사운드가 안 들어가니까 뒤에서 웃음이 터져도 현장에선 그냥 촬영을 끊지 않고 진행을 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배속이 빠르니 눈알을 굴린다거나 걷는 행동을 좀 섬세하게 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런 요구를 받고 연기 했습니다.

 

이호정: 말이라는 건 사실 사람이 생각을 하고 마지막에 나오는 거잖아요. 사실 저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다른 분들처럼 확장된 모습을 보여드리진 않았어요. 그냥 순간순간마다 상대와의 상황 속에서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촬영 현장이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촬영하면서 집중하지 않을 때는 김충길 배우나 다른 배우들의 모습이 너무 웃기더라고요. 저도 많이 웃었어요


이은선이 영화를 이틀 내에 찍었다고 해요. 배급사 인디스토리 사무실에서 찍었다고 들었어요. 어쩐지 익숙하더라고요. 이틀 내에 촬영이 가능한지가 궁금해요. 그래도 장편이고, 분량이 만만치 않아 보였는데요.

 

신민재: 배속을 빠르게 하니 분량이 짧아져서 추가로 더 촬영을 하긴 했어요. 감독님은 충분히 해내시더라고요. 처음엔 파티션이 없는 걸로 구상하셨는데 막상 사무실에 와서 보니 파티션이 빠지지 않았다고 해요. 감독님이 안경을 잡으면서 어떻게 할 지 골똘히 생각하시더니 파티션을 그냥 놓은 상태로 촬영하시더라고요.

 

이은선: 파티션 덕에 혼신의 걸레질도 나왔고요.

 

이호정: 감독님이 매일 밤마다 그날 촬영본을 편집을 하세요. 밤을 새더라도 하세요. 내부시사회를 촬영 완료 기점으로 일주일 뒤에 해요.(웃음) 굉장히 독립적인 1인 시스템으로요. 컴퓨터 한 대, 카메라 한 대, 마이크 하나의 심플한 환경으로 빠르게 아웃풋을 내는 데에 특화되신 것 같아요.

 

이은선: 빠르게 찍고 편집하고 개봉하는 시스템이군요.

 

이호정: 네. 그런데 그렇게 하기 전까지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살아오면서 생각해온 그간의 조각들을 지금 막 내시는 것 같아요. 즉흥성 그리고 현장성이 뛰어나신 분이고요. 짜여진 것에 맞추려 하면 안 맞고 늦어지고 답답한 상황이 오는데 그걸 잘 대처하세요.




 

이은선: 강하람 배우님은 고봉수 감독님 프로덕션이 처음이신데, 이 시스템을 겪고 나니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강하람워낙 빨리 진행하시고, 처음부터 다른 배우 분들이 잘해주셔서 적응은 금방 했어요. 찍을 때 저는 더 하고 싶은데 테이크를 많이 안 가시더라고요.(웃음) 이게 감독님 스타일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은선: 강하람 배우는 어떻게 합류하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강하람: 저는 대리 역할로 나온 조준희 배우와 친분이 있어서 소개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김충길 배우, 신민재 배우의 소개를 받고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이은선다른 배우 분들끼리는 이전 작품을 통해 여러 번 맞춰보신 경험이 있는데 강하람 배우님은 처음이시다보니 어색한 기류가 있었을 수도 있는데 그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해요.

 

강하람: 처음엔 그게 걱정이었어요. 저만 처음 만나는 사람이고 저만 첫 작품이다 보니 그게 가장 걱정이었어요. 사실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모두 잘 챙겨주셨습니다.

 

이은선다음 작품도 같이 하시겠네요.(웃음) 이 영화가 배우들의 감정을 드러내는 방법이 다른 영화랑은 좀 달라서 때문에 악당 캐릭터를 더 나쁘게, 얄밉게 극화시켜 놓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감독님의 주문이 있었나요?

 

강하람: 딱히 주문은 없었는데, 제가 전화 받으러 나가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주문하셨던 게, 화나는 걸 표현할 때 머리를 들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굉장히 흡족해하셨어요. 영화를 봤던 제 지인도 그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해요.

 




이은선: 택배기사가 다영씨에게 귤을 계속 주는데 왜 귤이었어요? 현장 상황에 따라 나온 건지 생각한 모티브를 가져오신 건지 궁금합니다.

 

신민재이 이야기는 실제 제가 겪었던 일이라고 했는데요. 실제로 그 분과 주고 받은 게 귤이었어요. 그래서 귤을 사용했고 큰 의미는 없습니다.

 

이은선신민재 배우님은 멜로물을 기대하셨잖아요. 막상 영화가 이렇게 나오니 어떠세요?

 

신민재저는 멜로물이라서 흡족하다기보다는 개인적으로 무성영화를 했다는 것이 흡족하고 감사합니다.

 

이은선: 혹시 편집 과장에서 대사를 자막으로 넣는 걸 고민하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신민재처음엔 고민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저는 <아티스트> 보면서 마지막에 자막을 넣는 건 어떨지 제안도 했는데 감독님이 고민하시다가 아예 없이 가자고 하셔서 그대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은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여쭤보고 관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세 배우 분들이 여기서 아니라고 말씀하실 것 같지는 않지만 고봉수 감독님이 또 작품하자고 하면 하실 수 있는지,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이호정: 할 수 있어요. 사실 여태껏 감독님 작품이 저는 항상 어려웠어요. 캐릭터나 대사 양이나, 여러가지가 늘 쉽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은 굉장히 편하고 유쾌하게 작업했어요. 이런 작품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신민재그럼요. 저는 고봉수 감독님하고 작업하면 신나고 재밌죠.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시나리오만 해도 엄청 많고. 즐거운 현장이거든요 정말. 고봉수 감독님과는 기회만 된다면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습니다.

 

강하람: 네 저도 당연히. 또 뵙고 싶습니다.

 




관객: 영화 재밌게 잘 봤습니다. 민재 배우님께 궁금한 게 있어요. 극 중에 신민재 배우님 '보름달' 빵과 바나나 우유를 드시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장면은 본인이 생각하신 아이디어인지 궁금해요. 제가 좋아하는 다른 영화에도 그런 장면이 있는데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으신 건지 궁금하더라고요.

 

신민재: '보름달' 빵은 감독님이 생각하신 거고요. 일상의 고단함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는데, '보름달' 빵과 바나나우유를 우걱우걱 먹어보면 좋겠다고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내셨어요.

 


관객: 보면서 궁금한 게 있었는데요. 택배 배달하시는데 소품 디테일에 대해 궁금했어요. 왜 실제처럼 송장을 붙이지 않고 매직으로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의도하신 것 같기도 하고요.

 

이은선: 박스 안에 뭐가 들어 있었나요?

 

신민재빈 박스구요. 이번 영화에서는 고봉수 감독님이 그런 것들을 별로 신경쓰지 않으시더라고요. 저희도 감독님께 그 부분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고 하셔서 그냥 매직으로 쓰게 되었어요. 제가 드릴 말씀이 없네요. (관객 웃음)

 


관객: 영화 재밌게 잘 봤습니다. 신민재 배우님께서 멜로를 이번에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많은 장르 중에 왜 멜로를 하고 싶어 하셨는지 궁금하고요. 앞으로 세 분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신민재일단 멜로를 하고 싶었던 건 아무도 안 시켜줄 것 같아서고요.(웃음) 멜로는 저한테 허락되지 않던 장르였어요. 학교에서 공연할 시절에는 주로 악역이나 아빠 역을 주로 했어서. 고봉수 감독님이 이전에 뭐든지 시켜준다고 하기에 우스갯소리로 던진 말이었는데 실제로 캐릭터를 만들어주실 줄은 몰랐어요. 저는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하고요. 고봉수 감독님의 차기작은 찍어놓은 게 있고 차차기작을 찍고 계신데 오늘은 그것 때문에 못 오셨어요. 저는 그 작품을 함께 찍으러 내일 평창에 가고요. 무술 영화입니다. <튼튼이의 모험>에 나오신 고성환 배우님, 그러니까 고봉수 감독님의 삼촌이과 함께 촬영 중이시거든요. 가제는 <우리 마을>이고 1980, 1990년대의 성룡이나 주성치의 홍콩 영화와 비슷하게 만들려고 하신다고 들었어요.

 

이호정저는 1215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에서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라는 연극에 프로듀서로 참여합니다. 김동수 컴퍼니에서 하고 있고요. 극단에서 다양한 작품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강하람: <다영씨>가 개봉해서 기쁘고요, 앞으로 <다영씨>를 통해 저를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은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주시고 끝인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강하람: 추운 날씨에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얼굴이 많이 비춰지면 좋겠습니다. 많이 기억해주시고 홍보 부탁드립니다. 21세기에 흑백무성영화 흔하지 않으니 널리널리 홍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신민재추운 휴일에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릴 때 무성영화를 보며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나거든요. 그런 영화를 보며 외로움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감히 우리들의 <다영씨>도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렇게 개봉까지 하게 되어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저에게 기적 같은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으로 많이 만나 뵙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호정: 만나뵙게 되어 반갑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가 추워서 나오기 쉽지 않으셨을텐데 따뜻한 연말연시 보내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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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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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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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에 대한 아름다운 머리말  I-독립영화여성감독전 <방문>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11월 11일(일) 오후 3시 30분 상영 후

참석 명소희 감독

진행 정지혜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도상희 님의 글입니다. 





감독은 아들을 낳고 싶던엄마와 화해하고 싶었다. 엄마를 미워하는 자신과 화해하고 싶었다. 유년을 지나간 상처 그리고 엄마의 빨리 잊으라던 말과 화해하고 싶었다. 아이를 품어 감독 자신이 엄마가 되었을 때,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람이 아니도록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춘천의 엄마에게 갔다. 6년 뒤 '-엄마-엄마의 엄마'에 대한 다큐멘터리 <방문>이 탄생했다. 그는 영화는 완성했지만 완전히 화해하지는, 깨끗이 치유되지는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해피엔딩은 아닐지라도, 자신과 마주할 용기를 낸 여성만이 쓸 수 있었던 아름다운 머리말로 읽힌다. 인디스페이스 개관 11주년 기획전 ‘I-독립영화여성감독전’ <방문> 상영 후, 정지혜 평론가의 진행으로 명소희 감독과 관객이 나누었던 대화를 옮긴다.

 





정지혜 평론가(이하 정지혜): 6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이 영화를 작업하셨는데, 애초에 생각하셨던 방향에서 본인의 생애사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거치면서 이 영화의 운명도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스물네 살 가을에 카메라를 들고 춘천행 열차에 타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애초부터 이렇게 장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을 못하셨을 것 같아요. 처음에 어떤 마음으로 이 작업을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명소희 감독(이하 명소희): 처음에는 나는 왜 엄마가 미운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영화를 시작했어요. 나는 서울에서, 엄마랑 떨어져있는데도 왜 엄마가 미운가? 이 질문이 제 안에 내내 있었고 답을 찾고 싶어서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엄마를 찍어야겠다고 호기롭게 춘천에 갔어요. 두 달 정도 촬영을 하고는 사실 접었었어요. 살면서 엄마 일상을 그렇게 가까이서 지켜본 건 처음이었는데 별로 마주하고 싶은 모습이 아니었고, 늘 미워하던 엄마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들이어서 그런 것들을 인정하는 제 모습이 힘들어서 진행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편작업을 염두하고 시작했던 거라 두 달 촬영하고 포기했는데, 영화에도 나오지만 4,5월 즈음에 제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다시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제가 엄마를,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던 것도 있고. 엄마가 항상 외할머니를 싫어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는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요, 다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도 여전히 단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 낳고 생활하면서 제 감정들이 변화하더라고요. 이 감정은 뭔지 의문들이 생겼어요. ‘왜 나는 엄마가 되었지만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이 이 작업을 하게 된 이유예요. 또 한편으로는 생활이 계속 불안정한데, 이 생활이 엄마의 생활과 비슷하더라고요. 왜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면서 힘들게 사는가, 이런 질문으로 넘어가는데 그때 또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고,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미운 감정이 해소되지 않는 것이 저에게 큰 짐처럼 남아서 그런 것들을 기록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장편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지혜처음에 감독님의 서울살이 이야기가 시작되고, 기차를 타고 춘천을 가는 모습이 등장하는데요. 왜 그 힘든 순간에 춘천이라는 곳, 그곳에 있는 엄마라는 존재가 떠올랐을까요. ‘도대체 왜 그 힘든 순간에 다시 춘천으로 가게 됐을까?’라는 물음이 6년간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게 되는 단초잖아요. 영화를 보다보면 장면 장면에서 일종의 되감기가 몇 번 진행이 되더라고요. 처음 기차가 춘천역으로 들어갈 때 맞은편의 기차는 반대로 움직이는걸 보면서 되감기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반사경에 비치는 이미지로 사람이 뒤로 걸어오는 모습도 있었고요. 그 지점이 영화 전개상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서, 되돌아가기로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명소희: 되돌아간다는 결정은, 단순하게 엄마를 찍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춘천을 가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춘천에 가는 게 너무 힘이 들었는데 이 영화를 완성하려면, 제 스스로 다음으로 넘어가려면 꼭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어떤 부분을 꼭 마주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부끄러운 것이든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이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을 마주한다는 게 나라는 사람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에 있어 중요한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사라지는 것들을 보면서 사라지지 않는 기억을 되감는다, 되짚어본다는 게 중요한 이유였어요. 사라지는 것과 사라지지 않는 것 두 가지 안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안에서 변화하는 제 자신도 발견하게 되고, 결국 사라지지 않는 무엇을 사라져가는 제가 마주한다는 것.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하는, 그런 질문들이 스스로에게 있었어요.

 


정지혜영화의 초반에 엄마에 대한 이야기인가?’ 라고만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감독님의 사건들과 이야기들에 더 집중되어 진행되는 모습이었어요. 초반부분을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감독님도 잠깐 말씀하셨지만 엄마를 그렇게 오랜 시간 지켜볼 일이 사실 없잖아요. 엄마의 대부분은 계속 뭔가를 분주히 해나가는 모습이었어요. 굉장히 많은 시간 엄마의 모습을 찍고 그 중에 추리고 추렸을 때 감독님이 본 엄마의 핵심은 무언가를 계속해서 하고있는 모습일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반에 엄마와 할머니의 관계를 그려나갈 때 엄마를 어떤 인상으로 그리고 만들어나가셨을지 궁금합니다.

 

명소희: 엄마는 저와 반대되는 성격의 인물이에요. 엄마는 바쁘게 움직이면서 힘을 얻으시는 분이에요. 뭔가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를 받는 분인데, 그러면서도 엄마는 항상 나쁜 일은 빨리 빨리 잊어버려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엄마라는 인물을 그려내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어요. 그 모습이 엄마의 생활 속 어떤 곳에서 드러나고 있을까? 그게 궁금했는데, 엄마는 뭔가 나쁜 일이 있을 때마다 몸을 더 움직이시더라고요. 그런 게 저한테는 인상적인 모습이었어요. 엄마가 바쁘게 일을 한다는 것은 기분이 안 좋거나,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거라는 게 짐작이 되면서도 저렇게 열심히 몸을 움직이면서 살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 수 있었겠다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저와 완전히 반대되는 모습이 짠하면서도 괜히 위로도 되더라고요. 엄마와 나의 삶을 비춰봤을 때 우리가 되게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것 같진 않은데, 엄마는 끝없이 움직이고 딸인 저는 한숨 쉬면서 고민하며 살고 있거든요.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엄마를 보면서 계속 열심히 살아주길 바랐던 마음도 있고, 여러 가지 의미가 겹쳤어요. 항상 열심히 일하고, 누군가를 탓하지 않는 모습에요.

 




정지혜이번 부산국제영화제 때 <방문>이 처음 공개되었는데요, 그때 어머니께서 영화를 보시고 어떤 반응이셨는지 궁금합니다. 감독님이 그날 굉장히 긴장하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명소희: 그날 최고로 긴장했던 날이었어요. 또 거의 마지막 상영인 날 오셔서 관객도 더 적었는데. 그날 오셔서는 왜 이렇게 관객이 없어? 영화가 재미없어서 그런가.” 하시고.(웃음) 또 그날 친척들이 다 오셨는데, 술을 한 박스씩 사서 오셨대요. 그런데 그 술을 그대로 남겨서 가져가셨대요. ‘다들 네 영화 보고 나와서 기분이 썩...’ 이러시면서. 술 먹을 정신도 없을 만큼 기분이 썩 좋지 않았는지.(웃음) 저는 다들 좋아하셨으면 하는 마음에 앞에서 까불까불 거리면서 영화 어떻게 봤냐고 물었는데 다들 그냥..” 그러시더라고요. ‘그냥이라는 단어에 그렇게 많은 뜻이 있구나 싶었어요.

 

정지혜감독님이 가족들, 엄마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그분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영화지만 감독님의 목소리가 아주 확고한 영화이기도 한데요.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그러한 점이 돋보였어요, 나를 알고 싶고, 내가 가진 감정이 무엇인지 끝까지 집중하는, 그러면서도 엄마와 할머니의 자리를 내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지던 영화였어요. 특히나 감독님이 떨칠 수 없었던 감정들, 기억들을 불러내는 순간이 있는데요. 그 순간들을 내레이션의 방식으로 고백하신 것 같아요. 촬영 이후 편집을 진행하시면서 내레이션 작업을 결정하지 않으셨을까 싶고, 그 고백을 하기가 참 어려우셨을 것 같은데요. 내레이션을 통한 감독님의 속 이야기, 그리고 눈길을 걸어갈 때 들리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올해 초반에 촬영이 된 걸로 알고 있어요. 가편집본을 보신 어머니의 말씀을 통해 추가가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진행된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명소희: 이 영화를 단편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넣겠다는 마음은 없었어요. 엄마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그 사건을 빼놓고 엄마와 나의 관계의 이야기를 하기 참 어렵더라고요. 사실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엄마와 나의 거리감은 그 사건 이후부터 생겨났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그 사건을 이야기하지 않고 내가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처음으로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 사건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몇 년 되지 않았고요.

그 사건을 어떻게 전달을 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았어요. 내레이션을 할 때 피해자가 되었다이런 식으로 썼다가 이건 아닌 것 같다, 싶기도 하고, 여성의 목소리를 어떻게 할지, 이 영화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인지 고민했고요. 엄마가 가편집본을 보시고 영화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리고 한 달 뒤쯤 술을 마시는 자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엄마가 갑자기 가해자가 누구잖아.”하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엄마가 알고 있었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20년 만에 알게 됐는데 그것 때문에 또 한동안 작업이 주춤했어요. 이 이야기를 넣느냐 마느냐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넣기로 결정했을 땐 어떤 방식으로 표현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고요. 엄마의 말을 넣기까지 스스로도 혼란스러웠고 영화 안에서 엄마가 비춰질 모습에 대해서도 걱정을 많이 했어요. 오늘 다시 보면서도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해요. 이 고민은 계속 하겠지만 지금 저의 역량 안에서는 최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지혜감독님의 내레이션이 단편소설을 낭독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어요. 어머니가 직접 등장해서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지만, 오랜 시간 감독님이 내레이션을 썼다 지우면서 문장 하나하나를 오래 고민했기 때문에 그런 인상을 받은 것 같아요. 정돈되고, 자신이 하려는 말을 에두르지 않고 정확하게 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내레이션의 선택과 고민의 시간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명소희: 물리적으로 내레이션을 쓴 시점은 가편집이 시작되고부터인 것 같아요. 장편이 처음이다 보니 편집도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6년 치 소스를 보아야 하고, 아직 저에게는 긴 호흡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버거운 일이어서 본격적인 편집기간으로만 거의 1년 정도였어요. 그때부터 내레이션을 정리하기 시작해서 쓰는 시간도 오래 걸렸고, 작업 막바지까지도 문장을 가지고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내레이션 쓸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글을 쓴다는 것은 항상 어렵지만, 내가 글을 정말 못쓰는구나 싶어서 하루하루 좌절하다가 어떤 날은 너무 좋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정지혜영화에 물의 이미지가 계속 등장하는데요. 축축하고 눅눅한 이미지가 등장하고, ‘물비린내가 난다는 표현도 쓰셨어요. 춘천이란 공간이 가진 특징이기도 할 텐데요. 분지에, 습하고, 호수가 있고 안개가 잦고 비가 오고. 그게 감독님의 서울 생활과 이어지기도 하고 엄마와 할머니와의 관계에서도 이어지더라고요. ‘이라는 것이 왜 공간과 관계 안에서 중요한 시각적 이미지, 촉각적, 후각적 이미지로까지 들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명소희: 제가 춘천을 딱 떠올리면 기억나는 냄새가 있어요. 물비린내. 그래서 춘천이라는 공간을 표현한다면 당연히 물이 등장하겠구나, 하고 단순하게 접근했는데 영화를 계속 만들면서는 물이 가진 은유들이 적재적소에 잘 어우러질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파편화된 기억들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묶어줄 수 있을지 떠올려보니 기억들 안에 공통적으로 물이 있었어요. 그래서 물이 영화 안에서 다양한 은유로 사용돼요. 엄마가 아침에 떠놓고 기도하는 신성시되는 물도 있고, 제 몸을 닦고 아이의 몸을 씻기는 물도 있고, 비나 눈, 동네 곳곳에 모여 있는 썩은 물, 죽음을 내포한 강 등 여러 가지 은유를 줄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힌트를 얻었던 엄마의 말이 있어요. 춘천 관광을 해주시면서 손님들한테 소양강을 보여주면서 하시는 말이. “이 물이 흘러 흘러서 여러분이 사시는 서울의 한강까지 갑니다.” 그렇게 말하는데 그게 인상적이었어요. 가끔 한강을 보면 엄마가 있는 곳에서 흘러온 물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끊어지지 않고 계속 반복되고 제자리로 돌고 도는 이미지를 포함할 수 있는 딱 하나의 물질이 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 안에서 여러 은유의 방식으로 물을 사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관객: 먼저 두 분께 여성감독전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감독님 스스로 영화를 평가하실 때 몇 점이라고 할 수 있을지, 아쉬운 점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정지혜감독님께서 여성 감독들의 두 번째 영화 찍을 수 있을까?’라는 모임도 하셨는데, 이번 기획전에 참여하시면서 남다른 마음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실 것 같아요.

 

명소희: 여성감독전을 한다고 했을 때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 무수한 좋은 작품을 만드신 감독님들과 함께 한다는 게 영광이었어요.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나 싶고요. 제가 영화를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여성감독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둘러보면 영화를 떠나신 분도 있고 준비하던 게 잘 안돼서 포기하신 분도 있고, 지금도 여성 감독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많이 사라지기도 해요.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새로운 여성감독의 등장이라는 토크를 진행했었는데, 그 안에서 저랑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신진 여성감독들이 모두 했던 말이 있어요. 항상 많은 여성감독들이 새로이 등장하지만 그 여성감독들이 두 번째 영화를 찍거나 세 번째로 넘어가는 경우를 잘 볼 수 없다, 그래서 10년에 한 번씩 새로운여성감독의 등장 이라는 타이틀로 포럼을 하고 또 10년이 지나가면 다시 새로운여성감독이 등장한다는 거죠, 이번 기획전에는 다양한 장르의 여성 감독들의 영화가 상영이 됐어요. 새로운 장르들, 공과 사를 넘나들고 우리의 일상 언어를 기록하는 영화가 굉장히 많은데, 그 영화들이 대부분 제작지원을 받지 못하고 영화제에서도 초청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영화를 발견하고 찾아내고, 누군가에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획전이 있다는 것은 저희에게는 소중한 기회고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용기와 위로가 되기도 하거든요. 여성 감독의 영화들을 더 많이 소개하고 누군가는 비평언어로 여성들의 영화를 읽어내주는, 그런 시간들이 지금보다 더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획전은 소중한 자리입니다.

 

정지혜이어서, 작품에 점수를 매기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고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연출자로서의 나의 위치랄까요? 내레이션을 썼다 지웠다 하는 과정에서 나의 위치를 고민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좀 더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명소희: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린 건 저의 게으름도 있겠지만 상황도 한몫했어요. 출산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 상황에서 촬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었고, 편집에 온 힘을 쏟을 수 있는 시간도 제한적이었어요. 그렇기에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것도 제 몫인 것 같아요. 편집기를 닫는 순간 더 이상 나는 고치지 않는다, 편집을 하지 않겠다, 하는 마음으로 내레이션도 끝까지 수정을 한 거고 편집도 끝까지 한 건데 오늘 이 자리에서 보니까 아쉬운 점이 많긴 하더라고요. 말을 번복하기도 참 그렇고.(웃음)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그때 저는 최선을 다한 거니까 다음 영화로 넘기려고요.





관객: 영화 잘 보았습니다.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아픈 기억들이 치유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명소희: 될 줄 알았는데. 치유가 된 것 같진 않아요. 부산국제영화에서도 상영을 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데 어떤 분이 GV 내내 우시다가 마지막에 이야기를 하셨어요. 나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았다고요. 지금도 울컥하는데, 그 말이 위로가 됐어요. 내가 영화를 완성해서 치유한 게 아니라, 이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 이 영화를 두고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때 내가 치유가 되기도 하고 나를 돌아보게도 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그 때 처음 했어요.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가지는 고민을 잘 담아낸 것 같아요. 역설적이게도 아이가 태어나서 다시 영화를 시작하게 됐고, 아이가 이 문제가 풀려나가는 지점인 것 같은데요. 선우라는 아이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아이였다면 어떻게 됐을지, 그리고 다큐가 아니라 극이었다면 해결의 결말을 어떻게 연출하셨을지 궁금합니다.

 

명소희: 영화를 만들 때, 처음엔 아들이어서 안도한 게 있었어요. 딸이면 이 아이를 사랑할 자신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그 당시에는 많이 했어요. 지금은 아이가 5살인데 이만큼 자란 아이를 보면서 이 아이가 한국 사회 안에서 남성으로 자라나고 있고, 문득 아이의 사회적인 남성성을 발견할 때 고민이 생겨요. 이 아이가 딸이었다면 어땠을지도 해결되지는 못했어요. 그걸로 다음 영화를 기약하고 있어요. 불쑥 튀어나오는 나의 감정에 ?’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부터 다큐멘터리가 시작이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극영화로 만들었다고 해도 비슷한 결말을 취하지 않았을까 해요. 완전한 화해가 아닌 이해한 듯 못한 듯 서로가 그렇게 남아있는, 좋은 말로 하면 열린 결말이요.

 

 




정지혜영화의 제목이 <방문> 인데요. 영문 제목은 <The strangers> 복수로 되어있더라고요. 직역하자면 낯선 자들인데요, ‘방문이라는 것이 사전적으로는 어딘가에 찾아간다는 의미가 있는데 영제와 붙여놓고 보니 그 뉘앙스가 조금 다르게 느껴져요, 감독님께서 그곳을 어떻게 바라보고자 하는가에 대한 시선, 태도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마냥 반가운 마음으로 간다기보다는 거리를 두고 보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지기도 해요. 제목에 대한 감독님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명소희: ‘방문의 사전적 정의는 잠깐 들렀다 온다는 의미거든요, 방문을 환영합니다, 같은 말 처럼요. 제가 춘천에 갈 때마다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잠깐 들렀다가 오는 곳. 영제목 <The strangers>는 보어같이 사용을 했어요. 저와 엄마, 혹은 외할머니, 영화 속에 나오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지칭 하는 단어예요. 그 사람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표류하며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영화에도 나오지만 엄마가 대구에 갔다가 다시 춘천으로 돌아오는 것이 그렇게 느껴졌어요. 저의 삶도 그렇고요. 표류하는 여성의 삶, 가장자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목소리를 잃은 여성들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저의 위치를 표현하고 싶어서, 이곳에 영영 정착하지 못하는 저의 마음 상태나 위치를 표현하고 싶어서 한글 제목을 <방문>이라고 했습니다.

 

정지혜내레이션 중에 인상적이었던 단어가 그날이라는 표현이었어요. ‘그날이라는 단어가 들리면 뭔가가 일어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중에서도 특이한 그날그날은 물비린내가 싫지 않았다.”는 문장 속에 있는데요. 할머니 장례식 뒤에 바로 이어지는 그날은 이상한 뉘앙스거든요. 바로 그날을 기점으로 이야기가 좀 더 감독님의 이야기로 흘러가기 시작한 것 같아요, 할머니의 죽음이 엄마에게도 미친 영향이 있을 테고요,

 

명소희: 사실 영화가 거기서 끝났어야 해요. 단편으로 생각했을 때 결혼식을 마지막으로 그날 물비린내가 싫지 않았고, 나는 이렇게 춘천과 화해를 했다하는 식의 해피엔딩으로 끝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그 때 저의 감정 변화 상태를 표현하고 싶어서 노력했는데, 춘천과 나의 관계가 조금 풀어지려고 하다가 다시 틀어지는 시점에 무의식적으로 그날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 같아요. 결혼식 날 밤에 춘천의 야경을 보고 있는데 그날따라 공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리고 한 달 뒤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사람이 그런 게 있잖아요. 슬슬 좋게 마무리가 되겠다 싶었는데 불쑥 무언가 던져지면 혼란스럽고 나를 시험하려는 건지 의심스럽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외할머니를 너무너무 미워했는데, 외할머니가 사라진 춘천이 이상하리만큼 쓸쓸해 보이더라고요. 그때 화해가 다 안됐다는 걸 알았어요. 아직 미운 감정들이 사라지지 않았구나. 그날 처음으로 춘천과 화해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예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춘천에 가는 동안, 그 순간에도 카메라를 들고 가는 제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실망스럽기도 했어요. 나는 왜 하나도 슬프지 않을까? 이 미운 감정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그게 그 순간 저에게 의문이었어요.







관객: 차기작은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명소희: 생각만 하고 있는 단계라서 분위기나 뉘앙스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영화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우울한 분위기. 가족들은 이제 밝은 영화를 만들으라고 하는데 제가 가장 어려워하는 거예요 알겠다고 대답은 했는데 쉽지 않을 것 같아요.(웃음) 다음 영화는 조금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자료조사와 공부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정지혜오늘 끝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감독님 영화는 조만간 또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명소희: 일요일 오후에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감독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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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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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창밖에서 떠나지 못했다"

 I-독립영화여성감독전 <기억할 만한 지나침>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11월 10일(토) 오후 6시 상영 후

참석 박영임 감독

진행 이완민 감독 (<누에치던 방> 연출)









*녹취 인디즈 11기 윤영지 / 정리 인디스페이스 전한솔




기형도의 시 「기억할 만한 지나침」에서 길을 걷던 화자는 어느 관공서 안에서 눈물 흘리는 서기(書記)를 창문 너머로 지켜보게 된다. 시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중지시킬 수 없었다 / 나는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창밖에서 떠나지 못했다.” 이러한 지나침을 기어이 기억하고야 마는 것은 시인으로 살아가는 자의 괴로움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타인의 고통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화 <기억할 만한 지나침>의 주인공 시인 김도 마찬가지다. 시인 김은 수없이 망설이고, 숨어들고, 슬퍼하지만, 찰나를 기억한다. 그렇기에 시인 김에게는 다음 걸음이 있다. 어쩌면 기억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그의 피로를 조금은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지난 인디스페이스 개관 11주년 기획전 ‘I-독립영화여성감독전에서 만난 <기억할 만한 지나침> 박영임 감독과 진행을 맡은 이완민 감독의 인디토크 기록이다.



 



박영임 감독(이하 박영임): 안녕하세요, <기억할 만한 지나침>을 만든 박영임이라고 합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완민 감독(이하 이완민): 질문에 앞서, 시를 쓰는 사람에 관한 시적인 영화인만큼 우리의 질문이나 대답도 주어나 술어가 완벽치 않더라도 관대하게 바라봐 주십사 제안을 해봅니다. 제 안에서 가장 강렬하게 샘솟는 질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작품은 누군가의 삶을 온전히 거쳤다는 감정을 떨칠 수 없었는데요, 단순히 누군가의 경험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뜻이 아니라 누군가가 오랫동안 자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결과로서, 직관으로서 무언가를 직조해나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누군가의 고요한 감각에 의해 빚어진 작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컷 하나하나가 자기 자신을 드러내며 다음 컷에 자리를 내주고, 자신만의 기준에 의해 전진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감독님께서는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영임: 제가 가진 원칙은 두 가지였던 것 같아요. 하나는, 촬영할 때 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연기와 컷이 제 마음에 와닿는지 따져보고, 편집할 때도 와닿는 만큼 컷을 쓰고자 했습니다. 또 영화를 만들면서 이 영화로 무엇을 남길까, 정말 좋은 마음을 남겨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두 번째로는 좋은 것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결과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편집하면서 이 영화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 생각을 많이 했고, 힘들 때 제 영화를 많이 봤어요. 좀 우스운 말이지만, 영화를 보면서 저 스스로 위로받고자 했고 만든 사람으로서 일차적으로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부족한 점들이 어쩔 수 없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영화가 완성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이완민: 많은 분들이 이 영화의 호흡에 굉장히 놀라셨을 것 같은데요. 감독님 전작과의 연장선상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감독님은 순리필름에서 활동을 하고 계시고 20년 가까이 영화작업을 하고 계세요. , 실험, 다큐 등의 장르를 아우르고, 작품마다 러닝타임도 굉장히 다양해요. 작업을 이어오시면서 어떤 변화를 지나 이 영화가 탄생했는지 궁금합니다.

 

박영임: 처음에 영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는 막연했던 것 같아요. 제 머릿속에는 이야기 보다는 이미지가 많았고, 그런 것들을 처음에는 실험영화란 이름으로 그려냈는데,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부끄러워요. 처음으로 스토리텔링을 넣은 첫 장편영화는 15년에 처음으로 공개가 되었는데, 촬영 후 십 년이 지나서야 완성이 된 거예요. 첫 번째 영화는 무언가를 보여주기 바빴던 것 같아요. 내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 말 하고 싶다, 그런 조급함이나 치기어림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시골에 내려간 지 6년 정도 되거든요. 충남 홍성의 불모지에 내려갔는데(웃음) 서울에서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고 붙잡고 있던 일들이 다 잘 안됐어요. 몇 년째 첫 장편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었고, 영화를 계속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상태로 시골에 내려갔는데 자연 풍경이 많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고, 그 후 <기억할 만한 지나침>이 완성되는 그 사이에는 <이름 없는 자들의 이름>(2015)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말하려고 하기 보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히려 들어주는 영화를 하고 싶더라고요. 김정민우 촬영감독님이 우리 영화는 들어주는 영화 같다는 말씀하셨을 때 공감을 많이 했어요. 이제는 좀 들어주고,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영화들을 좀 하고 싶다, 그런 방향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작업에 있어서도 오랫동안 첫 번째 영화를 완성하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지 싶고.(웃음) 내가 왜 영화를 하려고 하는지,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 생기면서 <기억할 만한 지나침>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이완민: 제목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것 같은데, 기형도 시인의 동명의 시가 있죠, 기형도 시인의 시에는 건물 안에서 울고 있는 서기가 등장하고 라는 인물이 서기를 떠올리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요. 염소를 바라보던 시인 김, 그리고 시인 김을 바라보는 연출자 혹은 관객. 이런 구도와 연관 지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나침이라는 건 뭔가 스쳐가는 것 같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그런 표현을 하잖아요. 바닥을 치고올라온다. 누군가가 가라앉고,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일련의 과정을 문적인 형태로 박제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목을 어떤 이유로 선택하고, 이 제목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박영임: 제가 시를 잘 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형도 시인의 시를 참 좋아하는데요. 사실 영화 내용과 동명의 시의 내용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한 순간을 목격하고 그 순간에서 드러나는 마음을 붙잡으려고 하는 지점이 이 영화에도 있지 않았나 싶어요. 우리가 살면서 많은 순간들을 지나치는데, 실제로는 마음이 가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외면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순간의 마음에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이 그 시하고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목을 이걸로 정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완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작형태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전체적인 제작기간, 그리고 프로덕션 기간, 촬영 자체의 기간, 또 촬영의 순서나 인적구성, 물적구성은 어떻게 되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이렇게 집요하게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것들로만 구성되어야 할 것 같고, 실제로 크레딧을 보니 일인다역인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박영임: 시나리오는 1년 정도 쓴 것 같아요. 크게 두 번 정도 이야기가 바뀌었어요. 원래는 세 여자의 이야기, 알고 보면 한 사람이지만(웃음) 각각 다른 세 여자의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식의 구상 안에서 좀 더 난해하고 추상적이었어요. 그게 변하고 변하면서 한사람의 이야기로 압축하면서 1년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캐스팅과 제반준비를 하는데 4-5개월 정도 걸렸어요. 짧은 시간이어서 사실 영화가 촬영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어요. 김정민우 촬영감독님은 촬영을 미루자고 했어요. 제가 이 영화 배경이 겨울인데 미루면 내년으로 넘어가야하니까 안 된다고, 지금 찍어야한다고 해서 힘들게 찍었죠. 촬영하면서 헌팅하고, 촬영하면서 캐스팅하고 그랬어요. 결국 남편 역은 촬영감독님이 하셨는데.(웃음) 배우분들과 함께한 촬영은 두 달 정도, 24,25회차 정도 진행했어요. 마지막 후반작업은 1년 가까이 했습니다. 이미지컷으로 나오는 자연의 풍경은 배우들의 촬영이 끝나고도 계속 찍었어요. 흰돌이의 무덤 장면은 시나리오에는 없었어요. 저희가 촬영 중간에 강아지를 구조했는데, 산들이라는 이름도 붙였어요. 그런데 산들이는 며칠 지나 세상을 떠났어요. 마침 흰돌이가 죽는 장면을 편집을 하고 있었는데 산들이의 묘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적구성은 저, 촬영감독님, 연출부 두 분, 촬영부 두 분. 총 여섯명 정도의 인원이 고정인원이었고요. 분장 담당자분이 4-5회차 정도 나오고, 미술감독님도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내내 계시진 못했어요. 장비는 4k 촬영으로 많이 쓰는 소니 카메라를 사용했고, 저희 영화가 2컷 빼고는 다 핸드헬드 씬이에요. 지방에서는 장비를 대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카메라랑 그립 장비는 아예 샀어요. 조명장비 등은 지역에 있는 미디어센터에서 무상으로 대여해주셔서 지원받아서 사용했습니다.

 

이완민: 캐스팅 관련된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주연배우인 이헌주 배우님은 어떻게 같이 작업하시게 되었는지, 이 호흡을 지탱하고자 어떻게 대화해나가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영임: 먼저, 오늘 뇌성마비소녀 엄마로 출연하신 오민정 배우님이 오셨거든요. 잠깐 인사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헌주 배우와 다른 배우들 모두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을 했어요. 그리고 영화 속 가족구성원들 모두가 리허설을 몇 번을 같이 했어요. 이헌주 배우는 2주 정도 미리 이곳에 내려와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고요. 사실 초반촬영분은 이후에 다시 찍었어요 감정이 무르익지 않았고 저희도 몸이 덜 풀리고. 배우님도 좀 어려워하셨어요. 소통할 때에는 저는 기술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 이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그 감정이 있는 그대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컸어요. 예를 들어 슬프다는 감정을 그려낼 때 누구는 울 수도 있지만 누구는 헛웃음이 나올 수 있잖아요. 배우에게서 온전하게, 솔직하게 나오는 걸 담아내고 싶었어요. 촬영 중간에도 계속 리허설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때로는 제가 발견하지 못한 걸 제시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이헌주 배우를 이 캐릭터에 끌어당긴다고 생각했거든요. 내가 배우를 더 일체화시켜야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돌아보면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완민: 캐릭터에 대해서도 궁금한데요, 첫째언니는 집을 떠나 본질적인 문제 상황을 일으키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돌아오는 인물이에요. 어떻게 보면 시인 김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첫째언니가 설정된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하고요. 장 선생님이라는 캐릭터도 궁금해요. 이 영화 속에서 장 선생님은 유일하게 모든 걸 받아주는 듯한 인물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거의 시인 김을 배제하는 것 같았어요. 투 샷으로 시작했는데 원 샷으로 끝나는 그런 장면에서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박영임: 아주 화목한 가정이 아니라도 가족이라는 건 마지막 보루처럼 생각하게 되잖아요. 마지막으로 기댈 곳인데, 가족 구성원의 해체 까지는 아니어도 그런 관계가 부서지게 만드는 그런 인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가족구성원들끼리 서로 불화할 수밖에 없는 지점을 넣기 위해 큰언니라는 인물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투 샷이다가 원 샷으로 한 사람만 잡는 샷은 사실 처음에 투 샷으로 찍었어요. 시인 김과 다른 인물간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긴장감이 너무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시작은 영농조합 반장과 이야기 나누는 장면에서, 김이 해고를 당하는데 거기서 헌주 배우가 눈물을 글썽글썽하는 거예요. 저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미 테이크가 한 스무 번은 갔거든요. 그러면 이 감정을 좀 더 담백하게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가 주인공을 배제했는데, 그랬을 때 오히려 김이 느끼는 충격이랄까? 당구처럼, 충격이 쿠션으로 더 세게 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몇몇 사람과의 컷에는 이런 샷을 일괄적으로 가져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장면입니다. 장 선생님은, 저희 영화가 기댈 곳이 없잖아요. 영화의 인물이. 영화를 보는 사람의 감정이 기댈 곳이 없어요. 사실 저는 주인공이 고난을 겪는 영화를 잘 못 보거든요. 마음이 힘들어서요. 동물이 고초를 겪는 것도 아예 보지를 못해요. 어쩌다보니 이런 영화를 만들게 됐는데(웃음). 그래도 마지막으로, 혼자라고 생각해도 딱 곁에 있는 하나의 존재, 그런 상징을 쓰고 싶었어요. 장 선생님과 영화에 나오는 많은 자연 풍경들, 동물들은 위로를 주고받는 대상으로써 넣었어요.

 

이완민: 영화를 보는 내내 애도라는 단어가 생각났어요. 어쩌면 시인 김은 자기 자신, 시 쓰기에 있어서의 실패, 또는 자신의 사회부적응에 대해 애도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절대적인 사랑이라고 믿은 것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을 때를 애도를 하는 것 같기도 해요. 또 아버지의 죽음, 흰돌의 죽음을 지나면서 애도를 필요로 하는 과정을 거치다가, 장 선생님을 통해 위로를 터뜨리면서 그것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고나서야 처음으로 색감이 나오죠. 그때 김이 다른 국면에 접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요. 실패나 부적응, 또는 애도 상태에 이르렀을 때 김은 계속 자살을 떠올리는 것 같아요. 그 이미지들은 현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직접적으로 넣으셨어요. 누군가는 그런 이야기를 하죠. 자살을 떠올리면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밤들을 견뎌낸다고, 이 영화에서 자살이라는 것은 어떤 평온한, 해방감이 드는 그런 이미지들도 구상된 것 같다는 개인적인 느낌이 듭니다


박영임: 일단 먼저, 죽음에 관하여 말하자면, 이 영화에 계속 죽음이 나오거든요. 근데 영화의 첫 장면에서 김이 저수지를 바라볼 때는 죽음을 생각하지만, 나중에는 저수지를 자전거를 타면서 지나가요. 자살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말하려고 만든 영화도 아니지만, 죽음에 관해서 긍정적인 느낌으로 담고자 하진 않았어요. 죽음이라는 게 항상 저희의 발밑에 있잖아요. 사람도 기대수명이 있고, 말하자면 유통기한이 끝나면 다 죽을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지금의 내가 붙잡고 있는 것이 영원할 것처럼 살고 있거든요. 죽음을 생각한다는 건 반대로 삶을 더 생각하게 하기 때문에 영화에서 더 말하려고 했어요. 또 영화에 로드킬이 나오는데, 시인 김은 로드킬 당하는 동물들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거였어요, 제가 시골에 살면서 로드킬을 참 많이 봐요. 차들은 쌩쌩 지나가고 하루에도 죽어가는 동물들이 참 많은데, 우리가 사는 것도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남들은 다 차를 잘 타고 잘 달리고 있는 거 같은데 나는 갓길에 위태롭게 있는 거 같고, 나도 언제 차에 치여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니까요. 존재와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엮었어요. 김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끔.

 

이완민: 시인 김이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긴 여정을 거쳐 당도했을 때 아버지의 얼굴을 대면하게 되잖아요. 그걸 굉장히 직접적으로 찍으셨더라고요. 아버지 얼굴이 클로즈업된 장면이 한 번 더 나오고요. 그 사실을 대면해야만 한다는, 그런 의지적인 느낌을 받았어요.

 

박영임: 제가 가족의 죽음을 겪을 때, 영안실에서 시신을 보는 건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죽음이 갑자기 실체화돼서 나에게 툭 떨어지는 그런 형언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알았어요, 이건 실제구나, 누군가 죽는다는 것은 그 사람과 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깊은 절벽이 있는 거구나, 이런 감정을 느꼈거든요. 그것을 물리적으로 대면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이완민: 사운드와 색감의 사용도 궁금합니다.

 

박영임: 사운드는 사실 되게 힘들었어요. 심정적으로 고요한 장면이 많은데 저수지에서 오리가 계속 꽥꽥거려서 후반작업에서 다 지웠거든요. 사운드의 큰 기준은 자연에서 제가 듣는 소리를 고요한 상태에서 들려주는 것, 그리고 사운드가 인물과 관계 맺는 것이었어요. 음악을 너무 강렬하게 쓰면 음악에 끌려다니는 것 같을 때가 있어서 조용하게 대화를 나누는 느낌의 사운드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촬영감독님이 음악도 하시는 다재다능한 분이어서 그런 분위기로 진행했습니다. 색감은 앞서 이완민 감독님이 봐주신 대로 어떤 심정적인 변화, 아주 작은 단서로써 넣게 되었죠.

 



 

관객: 힘들고 여유가 없이 살다보면 주변에 있는 것들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게 될 때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김도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일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 흰돌이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흰돌이가 아플 때나 방에 들어오려고 할 때 소리도 내지 않는데 김은 그냥 안단 말이에요. 김은 되게 주변에 있는 것들을 잘 발견해내는데 어떤 의도가 있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박영임: 흰돌이를 발견할 때나 방안에서 아픈 걸 발견할 때 보면 소리가 없죠. 소리를 넣지 않아도 관객분들이 그 소리를 들을 거라고 생각했어요.(웃음) 김이 저수지에 빠져있다가 한참 있다가 흰돌이를 찾아 저수지가로 갈 때, 저는 그게 김에게는 들리는 아주 미약한 소리였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잘 안들리지만 김은 그런 작은 소리들에 반응하고 보듬을 것이라고요. 내용적으로는 그렇고, 영화적으로는 긴장감을 주고 싶어서 사운드를 배제했습니다. 흰돌이가 낑낑거리는 사운드를 그 장면에서 넣으면 김이 물에서 빠져나와 움직이는 이유를 너무 잘 알게 되잖아요. 그러면 김의 행보가 궁금하지 않게 되지 않고 흰돌이와의 만남에서도 맥이 빠져버릴까봐 사운드를 빼게 됐죠.

사실 김의 인생이 힘든 건 그런 걸 외면하지 못해서 힘든 거죠.(웃음) 그런 소리들을 외면하고 산뜻하게 살면 좋은데. 그렇지만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 그게 소중한 마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일에 돈을 쓰고 시간을 쓰면 나도 불안해지고 보는 사람도 불안해지고 한심하다는 눈초리를 받지만 결국은 그런 마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김을 통해 하고 싶기도 했어요. 현실에서 붙잡아야 하는 것은 나한테 보장된 것. 현실적인 방법들. 그럴 듯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에 있는 다가오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근데 그런 마음을 붙잡으면 힘들어지죠.(웃음) 그래도 붙잡읍시다, 라고 말하는 영화인 것 같아요.

 

 

관객: 주인공 김이 소통을 잘 하지 못하는 캐릭터잖아요. 가장 가까운 가족과도 잘 소통하지 못하는데, 이런 인물을 보여주는 경우 1:1에 가까운 작은 화면비에 갇혀 보이게끔 하는 시도를 많이 봤는데 이 영화는 시네마스코프 비율이더라고요. 자연경관이 나올 때는 광활한 느낌인데 동시에 김이 등장할 때 오히려 답답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어요. 원래부터 화면비율을 길게 잡기로 설정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박영임: 촬영은 1.85:1보다 약간 더 와이드한 앵글로 했어요. 나중에 화면비를 시네마스코프로 할지, 1.85:1로 할지 고민을 하긴 했어요. 시네마스코프로 정한 건, 인물이 주변에 있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영화를 보면 인물이 항상 구석에 가있거든요. 촬영할 때도 그런 식의 배치를 했고요.

 

 

관객: 영화에 들어가는 주변의 소리들이 되게 크게 들리거든요. 바람소리나 자동차 소리, 기차소리가 개인적으로는 위협적으로 들릴 때도 있을 만큼 크게 들렸는데 이런 선택을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두 번째로 영화에 카메라가 멈춰있는 장면이 되게 많았는데요. 그럼에도 대부분의 장면을 핸드헬드로 촬영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영임: 자동차 소리는 위협적으로 들리게 하고 싶었어요. 실제로 갓길에 서있으면 되게 위협적으로 느껴지니까요. 자연의 소리로는 되게 미세한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미세한 소리들을 꽉 차게 들려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핸드헬드 촬영 때문에 촬영감독님이 정말 고생하셨는데요, 픽스를 쓰면 말그대로 화면이 전혀 움직이지 않잖아요. 그럼 너무 마음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느껴젔어요. 그래도 조금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고정샷임에도 핸드헬드로 촬영했습니다. 그런 미세한 흔들림이 김이 세상을 살면서 느끼는 정서와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음 영화는 핸드헬드를 덜...(웃음)

 

이완민: 앞서 두 개의 장면은 핸드헬드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박영임: 하나는 기차 안에서 찍은 샷이고, 다른 하나는 가족들이 장례식 끝나고 싸우는 장면인데요. 기차 안에서는 차체가 너무 흔들려서 굳이 핸드헬드를 쓸 필요가 없더라고요. 가족씬은 길이가 너무 길었어요.

 

 



관객긴 러닝타임을 두려워하면서 들어왔는데 재밌고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초반에 주인공의 그림자가 담벼락에 부딪히는 부분이 있는데, 담벼락에 구멍이 뚫려있어서 그 이미지에 꽂히게 되었어요. 초반에 여러 이미지컷이 나와서 사진전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많이 받았고요. 이미지컷은 후반작업 때에도 틈틈이 촬영했다고 하셨는데, 영화에 이미지컷들이 어떤 생각으로 들어갔는지, 또 영화 호흡이 상당히 길잖아요. 그것도 유념하셨던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박영임: 이 영화는 그림자가 많이 나와요. 말씀하신 담벼락 장면에도 나오고, 흰돌이가 집 앞에 죽어있을 때도 김의 그림자가 나오고. 콘트라스트가 약해서 잘 안보이긴해도 장례식에서 언니가 말할 때 벽에 그림자가 비치거든요. 뒷모습과 마찬가지로 보는 분들이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충분히 넣을 수 있다는 게 그림자의 좋은 점인 것 같아요. 그 담벼락은 마침 구멍이 있더라고요. 발견하고 나서 정말 좋다! 너무 노골적인가? 그래도 좋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찍었어요.(웃음) 저도 좋아하는 컷입니다.

먼저 이 영화는 시인이 주인공이기도 하고, 자연의 이미지가 잘못하면 상투적으로 흐를 수도 있지만 자연으로부터 내가 받은 위로를 이미지컷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내가 받은 감정, 바람의 느낌, 갈대가 흔들릴 때의 어우러짐 같은 것들을 말하고 싶었어요. 사실 이미지컷은 촬영감독님이 거의 혼자 촬영하신 것도 있어요.

그리고 영화의 긴 호흡은, 촬영 때부터 그렇게 찍긴 했는데 사실 이렇게 완성하기는 두려웠어요. 아무도 그걸 기다려주지 않을 것 같아서요. 스탭들은 이미 열 시간짜리 영화 나오는 거 아니냐며 포기를 했고.(웃음) 관객들이 기다려주지 않을 것 같았어요. 전주에서 처음에 영화가 상영할 때 보다가 많은 분들이 나가셨거든요. 역시 그런 거구나 싶고 두려웠죠. 내 이야기나 내가 하는 일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그런 두려움이 사실 늘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에 어떤 만화를 읽었어요. 짧은 카툰인데, 주인공의 침대가 너무 큰 거예요. 침대가 너무 커서 그 사람이 자면서 여기서 떨어질 일은 없겠다 생각했는데, 침대가 너무 크니까 자다 깨서 화장실에 가려면 침대 끝을 알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꼭 떨어지게 돼요. 저는 제 영화의 리듬을 생각하면 그 이야기가 꼭 생각나요. 컷의 호흡에 마음을 놓다보면 내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이야기가 또 다른 감정에 떨어지는, 긴장감이랄까요? 그런 긴장감을 주기 위해 편집 때에 노력을 많이 해요.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프레임 안에 인물과 함께 소리가 들어오는 게 아니라 소리가 먼저 들어오고 인물이 들어오는 장면이 꽤 많잖아요. 인물중심으로 찍기보단 고정된 프레임 안에서 인물이 장소로 들어오듯 찍으신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촬영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영임: 지금 기억나는 컷은 흰돌이를 잃어버리는 장면인데요, 대나무가 흔들리고 그다음으로 인물이 장면 속에 들어오죠. 저는 그 공간의 구성요소들이 말하는 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씬에서는 흔들리는 대나무가 말하는 게 있었어요. 사실 영화는 단출하고 프레임은 고요한데 저희는 정말 전쟁처럼 힘들게 찍었어요. 정신없이, 열흘을 연속으로 찍을 때도, 하루에 열 씬을 찍어낼 때도 있었는데. 그렇게 바람이나 날씨가 도와준 적이 많았어요.

 

 

관객: 영화 초반에 20144월 달력이 등장하고, 호수에서 시체를 보는 듯한 장면이 있어요. 2014년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초반의 분위기가 앞으로의 긴 영화의 호흡을 보여주게 되는 면도 있을텐데 그 부분을 염두에 두신 건지 궁금합니다.

 

박영임: 우선 세월호를 반영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집이 워낙 낡은 집이다보니 창문 가리기 위해 지난 달력을 붙여놓는다는 설정이었어요. 촬영할 때 스탭이 보고 4월 달력을 바꿔야 할지 묻긴 했는데, 괜찮을 것 같다고 하고 찍었어요. 초반에 저수지에서 건져 올라오는 사람은 시인 김인데요, 초반 시퀀스는 김의 꿈이거든요. 혹은 저수지를 바라보면서 자기가 하는 상상이에요. 영화에서 꿈을 적극적으로 썼죠. 꿈이라는 요소가 영화 안에서 많은 자유와 의미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이완민: 이제 마무리를 하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이 시점에서의 감독님의 바람 내지 고민거리, 혹은 영화를 보고나서 든 생각, 향후계획 등을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영임: 사실 이 영화를 너무 힘들게 만들었어요. 영화를 촬영하고 1년 동안, 지금까지도 회복중이거든요. 내적인 것도 그렇고 외적으로도 제가 무리를 많이 했어요. 이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제 성격에 맞지 않는 일들을 하며 무수한 상처를 받아서, 촬영 끝나고 대인기피증에 가깝게 사람을 잘 못 만났어요. 그래서 더 힘든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또 힘든 일이 생기더라고요. 이 영화도 힘든 과정을 겪는 사람에 대한 영화잖아요. 힘든 순간이 의미가 있을 수 있는 건 그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힘든 이 시간이 나에게 무언가 주고 있겠지 생각하면서 그걸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요즘에는 나는 계속 이렇게 힘들게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겠다는 절망감이 들어요.(웃음) 이 영화를 너무 힘들게 찍고 나니 다음 영화를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 두려운 거예요. 그리고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고요. 지금 영화보다 더 완성도 있었으면 좋겠고. 이 영화를 촬영할 때는 현실적인 여건, 제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하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흑백이 작품과 잘 맞기도 하지만 여건이 안 되어 컬러를 하지 못한 것도 있어요. 저는 워낙에 작은 영화작업을 해왔는데, 이렇게 작게만 해서는 내가 도달하고 싶은 지점에 가기는 힘들 수도 있겠다는 한계를 느껴서 다음 영화를 위해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부분이 두렵긴 하지만 현실보다 제 마음이 더 두려운 것 같아요. 제 마음을 제가 바라보려는 시선을 잃지 않고 영화를 만들어나가야 할 텐데요,

다음 작업은 이 영화랑 비슷한 시기에 기획을 한 영환데, 고독사에 대한 영화예요. 송파구 세 모녀 사건이나 고시원에서 결핵으로 고독사한 이야기를 보며 만들어나간 이야기인데 두려운 작업이고 버거운 작업이란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이 작업을 위해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어요.

  

이완민: 세 번의 감사인사를 하고 끝맺겠습니다. 먼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11년간 버텨주셔서 감사하고요. 관객 여러분, 오늘 정말 긴 시간을 함께 버텨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박영임 감독님, 긴 호흡으로 버텨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영임: 관객분들께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또 인디스페이스의 이번 기획전이 저에게는 참 감사하고요. 이완민 감독님이 인디포럼부터 저희 영화를 볼 기회를 계속 마련해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저는 이 영화가 외롭고 힘든 분들에게, 또 외로웠거나 힘들었던 분들에게 많이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 자신도 그렇지만 그런 분들의 손을 잡고 같이 울어주는 영화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울기 힘들잖아요. 울면 약해지는 것 같고, 우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하고. 저희 영화는 같이 우는 영화였으면, 위로를 나누는 영화이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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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돌잔치 12월 상영작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일시: 2018년 12월 25일(화) 오후 2시 30분

인디토크: 참석 임대형 감독 | 진행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

관람료: 7,000원 / 후원회원, 멤버십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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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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