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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매삼화 with 퀴어문화축제_여성을 말하는 다섯 개의 색다른 감수성 "오이오감 五異五感"

by Banglee 2009. 9. 4.
매삼화 with 퀴어문화축제기획단

일시: 2009년 9월 22일 8:00pm
장소: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입장료: 무료


지역여성옴니버스영화 
五異五感

제작: 여성영상집단 움 | 제작년도: 2009년 | 상영시간: 82분


“여성을 말하는 다섯 개의 색다른 감수성”
여성을 말하는 다섯 개의 색다른 감수성, 오이오감五異五感은 제주, 전주, 수원, 대구, 서울 5개 지역여성감독들이 여성을 주제로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이다. 이 작품은 “여성영상집단 움"의 <지역여성영화 제작 및 배급지원사업>의 지원작품으로 선정되어 제작되었으며, 서로 다른 공간에서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의 다양한 정체성과 경험, 감수성을 담아냈다.

관계라는 이름으로 이해와 희생을 강요당해왔거나, 여성 개인의 자리가 지워져온 역사 속에서 ‘여성인 나’에 대한 질문과 고민은 그 자체로 새로운 사유의 시작이 된다. 오이오감五異五感에 묶인 각각의 영화들은 ‘나’를 질문하면서, 그 시선을 다른 여성들의 삶으로 확장하고, ‘나’와 ‘함께’ 살아가기를 고민한다. <나, 내 친구 경숙이>, <비혼비행>은 당연한 것으로 강요되었던 결혼제도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결혼제도 밖에서 다르게 살아가는 삶을 제시한다. <여성인물잔혹사>는 5만원권 화폐의 여성인물 선정과정을 되짚으며 남성중심의 역사가 어떻게 주체적 여성인물들을 비가시화 했는지를 조망한다. <성폭력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통해서 우리는 여성들에게 일상의 공포로 자리한 성폭력에 대해 대담하게 발언하는 여성들을 만나고, <커밍아웃 여행>을 통해서는 레즈비언으로서 자신을 드러내며 관계하기 위해 고민하고 아파하며, 이야기하는 한 여성을 만난다. 이 작품을 통해 각기 다른 지역, 각기 다른 여성의 정체성, 각기 다른 삶을 실험하는 여성들이 만나고, 소통하며, 서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내 친구 경숙이
감독 : 김정수, 윤홍경숙 | 11분


시놉시스

자신이 어른이 되면 당연히 결혼할 거라고 생각하는 딸 은비. 엄마인 나는 다른 삶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되돌아오는 은비의 질문 “엄마는 왜 결혼 했는데?” 느닷없는 딸의 질문은 나의 결혼을 되돌아보고, 비혼 친구인 경숙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프로그램 노트                           
영화는 프랑스에 가보고 싶다며, 신혼여행으로 그곳에 가겠다는 딸 은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감독이자 영화의 화자인 ‘나’는 다른 삶도 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어 한다. 되돌아오는 은비의 질문 “엄마는 왜 결혼 했는데?” 이 다큐멘터리는 바로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감독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다큐멘터리는 화면 위로 흐르는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을 통해 결혼이라는 조건 속에 묻혀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내밀한 여정을 보여준다. 그 여정 속에서 화자인 ‘나’는 비혼 친구인 경숙의 삶과 만나고, 대학시절 연극 수업을 듣던 꿈  속의 자신과 만난다. 바닷가의 바람소리를 타고 꿈결처럼 흐르는 낮은 독백은 관객들을 감독의 의식 속으로 초대한다. ‘결혼이라는 조건 속에서 자신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만약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오롯이 나 자신으로서의 삶을 살  수있었을까?
(홍소인  중앙대 영화학과 강사)


비혼 비행 
감독 : 꽃내 | 21분


시놉시스
비혼여성공동체 ‘비비’는 독립생활을 하는 여성들, 여섯의 ‘나’가 각자 모여 ‘함께’라는 단어를 이룬 공동체이다. ‘비혼은 독신이다?, 여자가 결혼을 안 하면 외롭다?, 사람은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 비혼에 대한 무수한 편견들로부터 의연하게, 인생의 새로운 카드를 뽑아들고 ‘따로 또 같이’를 고민하는 그녀들.

프로그램 노트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여성들을 불온시하는 이 사회는 비혼인 그녀들을 관계 맺기를 거부하는 이기적이고 미성숙한 개인들로 바라본다. <비혼 비행>은 이러한 통념을 상쾌하게 제거해줄만한 다큐멘터리이다. 독립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따로, 또 같이’를 꿈꾸며 만든 비혼여성공동체 ‘비비’는 결혼제도 밖에서 나 자신으로 살아가면서, 여성과 여성이 만나 함께하는 즐거운 공동체 꾸리기를 실험하고 있다. ‘나’와 ‘함께’하기, 두 마리 토끼를 쫒는 그녀들의 실험은 2003년부터 시작해 7년째 진행 중이다.
다큐멘터리 <비혼 비행>은 그녀들 개개인의 일상과 공동체 모임 장면, 그리고 과거의 스냅사진들을 촘촘히 엮어 넣는다. 작품을 끌어가는 특정한 화자나 주인공 없이 6명의 인물이 모자이크 식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나, 개인의 사적인 일상과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가 비유기적인 방식으로 연결되는 작품의 구조는 공동체가 지향하는 삶의 구조, 즉 개인과 공동체 간에 어느 하나를 특권화하지 않는 방식, 그리고 열린 구조의 공동체로의 확장을 상상하는 방식과 닮아있다. 
(홍소인  중앙대 영화학과 강사)


 
여성인물잔혹사 
감독 : 이경진 | 13분  


시놉시스
2009 년 6월 23일, 대한민국 최초로 여성인물을 모델로 한 화폐가 발행되었다. 그런데 왜 그 모델은 신사임당이어야만 했을까? 여성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위인은 “현모양처”의 역할이라는 강요된 이데올로기. 남성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주체적 여성인물들은 의미화 되지 못하고 잔혹하게 살해당해왔다.

프로그램 노트                                 
대한민국 여성 가운데 최고의 위인을 꼽으라면 당신은 누굴 꼽겠는가. 유관순, 허난설헌, 나혜석……. 수많은 여성인물 가운데 한국은행은 신사임당을 5만원권 지폐에 인쇄했다. 이유는 그녀가 “어진 아내의 소임을 다하고 영재 교육에 남다른 성과를 보여준 인물”이기 때문이란다. “여성 위인은 현모양처”라고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는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여성들로 하여금 자아를 성취하거나 사회적으로 공헌하기보다는, 가족에게 헌신할 것을 요구한다.

남성들의 시각에서 기술된 역사 속에서 강하고 주체적 목소리를 냈던 여성인물들은 지워지고, 현모양처들만 살아남았다. 어떤 인물을 의미화하고, 다른 인물들을 담론의 장 밖으로 배제하는 데에는 언제나 권력이 작동한다. 작품은 신사임당을 둘러싼 담론화 방식을 살펴봄으로써, 아내와 모성이라는 한정된 의미로서만 여성을 조작하려하는 남성중심의 역사관을 폭로한다. 잔혹하게 살해당한 여성인물을 되살려 내는 역사쓰기, 비가시화 되어왔던 주체적 여성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글쓰기의 과제는 지금, 여기, 우리들에게 남아있다.   
(홍소인  중앙대 영화학과 강사)


 

성폭력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감독 : 무계  | 17분


시놉시스
“평소에 난 자립적인데, ‘싫어요’라는 말을 못하는 그런 분위기가 싫은거죠.”
“자신을 지키라고 하는 게 아니라, 타인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시켜야 된다니깐.”
너무 익숙한, 그러나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경험. 폭력피해에 대해 말하기 어렵게 만드는 편견과 무신경, 그리고 관계라는 이름들을 깨부수기 위해 우리가 모였다.

프로그램 노트                                     
성 폭력, 그것은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는 일상적 공포이다. ‘성폭력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여자가 몸가짐을 조심해야한다’는 이데올로기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언급을 터부시하는 문화는 폭력 피해 여성이 그 사실을 말하기조차 힘들게 만드는 이중의 폭력을 행한다. <성폭력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는 다양한 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행해지는, 때로는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의 형태를 고발하고, 그러한 폭력이 여성들에게 남기는 심리적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카메라 앞에서 이루어지는 인터뷰는 그 자체로 성폭력에 대한 공적 발화의 행위를 구성하고, 여성들로 하여금 침묵하도록 만드는 폭력에 저항하는 의미를 띤다. 감독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이 여성들과 함께 광장에 나가 공공연히 성폭력에 대해 비판하고, 피켓을 만들어 캠페인을 벌이며, 다른 여성들로 하여금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게끔 한다. 말하지 못하게 하는 권력과 터부에 맞서서 이야기하기, 이것이 우리가 성폭력에 대처하는 한 방식이다.  
(홍소인  중앙대 영화학과 강사)


 

커밍아웃 여행     
감독 : 사포 | 20분


시놉시스
엄 마는 서른 살이 넘도록 결혼하지 않고 지내는 딸이 늘 걱정스럽다. 엄마와 함께 간 여행에서 엄마는 남자를 사귈 맘도 없이 여자와 함께 사는 내가 이상하고 못마땅하다는 심경을 털어 놓는다. 그날 밤, 난 엄마에게 오랫동안 숨겨온 레즈비언 정체성을 커밍아웃하려고 마음먹는다.


프로그램 노트                                 
<커밍아웃 여행>은 감정이 절제된 담담한 시선으로 삼십대 레즈비언인 감독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커밍아웃하며 엄마와 관계하기의 과정을 담고 있다. 감독인 “나”는 결혼, 남자, 여자들과의 관계에 대한 엄마의 걱정과 의혹들을 대충 얼버무려 넘기기가 힘들어질 즈음, 엄마와 짧은 여행길에 오른다. 그리고 그 여행은 감독이 오랫동안 감추어왔던 정체성을 밝히는 커밍아웃 여행이 된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딸의 삶을 대면해야 하는 엄마의 당혹감은 레즈비언 연애를 정서적 관계로만 이해하려 하거나, 딸이 현재의 애인과 헤어지고나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는 부정의 방식으로 드러난다. 감독이자 화자인 ‘나’는 그런 엄마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고 싶어 한다. 영화는 동성애를 부끄럽게 여기는 세상 속에서 ‘고집스럽게’ 동성애자로서의 자신을 긍정하면서, 상대와 소통할 통로를 찾는 한 개인의 여정을 보여준다. 저만치 거리를 두고 이들을 담고있던 카메라는 어느 순간 감독의 시선이 되어 먼 풍경 속 엄마의 뒷모습을 렌즈에 새기고, 그 자신을 보여주며 관계하기의 시작점을 찍는다.   
(홍소인 중앙대 영화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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