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씨앗'에 해당되는 글 16건

  1. 2017.12.01 [뉴스레터_20171205] <초행> <프레스> 12월 7일 개봉 & 인디토크 | <폭력의 씨앗> 12월 13일 종영 인디토크
  2. 2017.11.24 [12.07-12.13 상영시간표] 초행 / 프레스 / 국정교과서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 로마서 8:37 / 소통과 거짓말 / 해피뻐스데이 / 폭력의 씨앗
  3. 2017.11.24 [11.30-12.06 상영시간표] 국정교과서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 로마서 8:37 / 소통과 거짓말 / 해피뻐스데이 / 폭력의 씨앗 / 서울독립영화제2017
  4. 2017.11.21 [인디즈] 마주본 두 개의 거울에서 자라난 파국 <폭력의 씨앗> 인디토크 기록
  5. 2017.11.20 [뉴스레터_20171121] <국정교과서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11월 23일 개봉 & 인디토크 | 인디돌잔치 <연애담> 11월 28일 인디토크
  6. 2017.11.17 [11.23-11.29 상영시간표] 국정교과서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 로마서 8:37 / 소통과 거짓말 / 해피뻐스데이 / 폭력의 씨앗 / 내 친구 정일우 / 미스 프레지던트 / 분장
  7. 2017.11.16 [뉴스레터_20171114] <로마서 8:37> 11월 16일 개봉 | <시인의 사랑>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 인디토크
  8. 2017.11.11 [인디즈 Review] <폭력의 씨앗>: 폭력의 굴레에 갇혀버린 군상들
  9. 2017.11.10 [11.16-11.22 상영시간표] 로마서 8:37 / 소통과 거짓말 / 해피뻐스데이 / 폭력의 씨앗 / 내 친구 정일우 / 미스 프레지던트 / 그리다 / 분장
  10. 2017.11.06 [뉴스레터_20171107] 인디스페이스 개관 10주년 영화제: 마음이 모인 |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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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본 두 개의 거울에서 자라난 파국  <폭력의 씨앗>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1월 4일(토) 오후 3시 30분 상영 후

참석 임태규 감독 | 배우 이가섭, 정재윤 

진행 이은선 영화칼럼니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사진 제공 신소영 님)



군 복무 중인 ‘주용’은 유난히도 긴 하루를 보낸다. 그의 하루는 온통 크고 작은 형태의 폭력으로 짓눌려 있다. 또 다시 다가올 폭력 앞에 주용은 불안하게 흔들린다. 쉼 없이 발걸음을 옮기지만 서늘한 폭력의 세계에서 그는 벗어날 수 없다. 유난히 추웠던 바깥의 날씨와 달리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작품을 연출한 임태규 감독과 이가섭, 정재윤 배우가 함께했다. 





이은선 영화칼럼니스트(이하 진행):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이 된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시나리오 구성 과정에 대해 감독님께 먼저 여쭤보고 싶다.



임태규 감독(이하 임): 군대 이야기를 앞부분에 구조적으로 설정 해놓고 군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쓸 것인지, 아니면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쓸 것인지 고민했다. 예전에 군 생활을 할 때 외박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고참, 후임과 같이 나와서 밥을 먹었다. 흔히 있는 식사자리였다. 그날 고참이 ‘형’이라고 부르라는 것이 조금 재미있게 느껴졌다. 형이라고 부르기 싫은데.(웃음) 불과 한 시간 전까지 군대 안에서 구조적인 관계에 놓여있었는데 그걸 무너뜨리고 그냥 말을 놓을 순 없지 않나. 내일이 되면 다시 군대에 돌아갈 텐데. 군대라는 공간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그것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고참을 편하게 부르기 싫을까, 그 마음은 도대체 뭘까, 그게 좀 이상했다. 그래서 외박을 나와 일어난 일을 설정해놓고 시나리오를 썼다.



진행: 작품은 주용의 뒷모습으로 시작해서 주용의 뒷모습으로 문을 닫는다. 카메라가 주용을 따라간다는 기본적인 규칙이 이 영화에 있었을 것 같다. 뒷모습에 주목한 이유가 무엇인가?



임: 주인공을 따라가는 형식을 먼저 염두에 두고 그 인물이 사회 안에서 어떤 존재로 자리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군대에 들어가는 순간 익명성 같은 것이 생기는 것 같다. ‘거기서 거기’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것이 뒷모습과 연결된다고 생각했다. 더 발전시키다 보니 인물이 누구인지를 애매모호하게 드러내며 작품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았다. 촬영방식을 통해 인물의 변화나 감정을 관객들이 보고 읽는 데까지의 시간을 조금 지연시키면 긴장감을 더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얼굴을 보여준다면 정보가 금방 읽혀버리니까 그 시간을 지연시키고자 했다.



진행: 배우들이 촬영장에서 카메라의 움직임에 어떻게 적응해갔는지 궁금하다.



이가섭 배우(이하 이): 배우들보다는 촬영감독님의 고충이 더 컸을 것 같다. 롱테이크로 촬영이 되다보니 배우들끼리 이야기도 많이 했고 리허설도 많이 했다. 순간적으로 집중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재미있고 신기했다. 조금 연극적인 것 같기도 하고. 많이 배웠다.



정재윤 배우(이하 정): 롱테이크 촬영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을 계속 연결시켜가며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그것이 오히려 배우들한테는 장점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진행: 많은 장소들이 나오지는 않는다. 동선을 짜는 데 있어서도 고심했을 것 같다.



임: 기본적인 골조는 컷을 하지 않는 대신 주용의 움직임을 담을 때 앵글을 변화시켜 컷을 한 것처럼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컷을 하지 않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인공을 계속 움직이게 해야만 했다. 그게 의미적으로도 굉장히 맞았다고 생각한다. 주용은 어디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인물이다. 그는 고참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술을 따르라면 따르는 능동적이지 못한 인물이다. 그래서 움직임이라는 것이 개인적으로 중요한 코드였다.



진행: <폭력의 씨앗>은 50개가 조금 넘는 숏들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숏들이 전부 다 롱테이크로 촬영되었고 음악이 없으며 4:3 비율이다. 영화 형식에 대한 결정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



임: 그렇게 영화를 만드는 게 시나리오에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폭력의 씨앗>의 시나리오는 씬과 씬 사이가 많이 생략되어있는, 별로 설명적이지 않은 방식을 가지고 있다. 한 씬이 한 컷이기 때문에 한 컷을 굉장히 공들여 찍지 않으면 중간에 생략한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이 나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호흡이었기에 그런 형식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진행: 배우들이 생각한 등장인물들의 전사는 어땠는가?



이: 어릴 때 누나와 함께 폭력에 노출되어있던 친구였을 거란 전사를 가지고 연기했다. 불안할 때 표출하는 스타일이 아니란 점 등에서 성격적으로 나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또 실제로 친누나가 있어서 누나의 상황에 대입을 해보고 상황 자체에 나 자신을 던져보려고 많이 노력했다. 항상 질문해보고 모든 상황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해봤다.



정: 처음에 감독님과의 이야기를 통해 '전에 외국에서 살다왔고, 외국에서 살 때는 멀끔하게 사회에 잘 적응해서 살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고, 현재는 군대라는 곳에 들어오게 되었다'부터 출발했다. 전사보다 영화 속에서 보이는, 이등병으로 들어온 상황이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 군대생활을 떠올려 보거나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밖에서는 멀쩡한데 군대라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서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행동들을 하고 힘들어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준비했다.



진행: 인물들의 여정에서 바깥세상의 많은 면들이 보이지는 않는다. 대사를 통해 사회의 만연한 폭력을 잘 심어두었다는 생각이다. 사실 사회적인 폭력은 굉장히 많다. 그런 폭력들을 영화에 드러내는 데 있어 어떤 기준점이 있었나?



임: 군장점 장면에서 주인이 자기 아들이나 조카를 대하듯 편하게 병사들을 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다 겪었던 일이고, 잠깐일 뿐이야’라는 마음으로 병사들을 바라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투의 연기를 주문했다. 실제로 연기하신 분이 배우가 아닌 군장점 주인이다. 원래 어떻게 하시냐고 물어봤는데, 진짜 아들같이 생각하고 반말을 한다고 했다. 그 분은 나쁜 의도가 아니라 그들을 진짜 아들같이 생각하는 것이다. 내 의도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후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걸으며 이동하는 시간이 있지 않나. 그때가 그나마 휴지(休止)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시간에도 이상한 아저씨들이 나와 이상한 말을 하는 게 재밌을 거라 생각했다. 택시에 군인이 타면 기사님들이 군장점 사장님과 같은 마음으로 갑자기 “휴가 나왔어?” 이러신다. 그것도 이상하지 않나? 왜 군복만 입으면 반말을 하는지.(웃음) 그 분들도 아마 그것을 겪었을 것이고, 어쩌면 그것이 주용과 필립의 미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서로의 관계라고 해야 할까. 그것이 그 사람의 과거일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한테는 미래일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런 것들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행: 배우나 감독이 작품을 찍고 난 이후에 다시 보면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고 하더라. 지금쯤 다시 이 영화를 돌아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이: 개봉을 하고 나서 긴장을 많이 했다. 감사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인디스페이스에 영화를 많이 보러 왔는데,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가 상영되는 것 자체도 영광스럽다. 스페인에서 열린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서도 <폭력의 씨앗>을 봤다. 영화가 다 끝나면 관객들이 박수를 쳐준다. 덕분에 힘을 많이 얻고 왔다. 앞으로 더 치열하게 할 수 있는 좋은 자양분이 된 것 같다.



정: 점점 더 많은 관객 분들이 <폭력의 씨앗>을 봐주시는 게 아직까지도 좀 쑥스럽다. 반응을 온전히 즐긴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부족한 부분들도 생각이 나고. 그래서 다음에 작업할 때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더운 여름에 다 같이 모여서 고생했던 보람도 느낀다.





관객: 문을 두드리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이유가 무엇인가?



임: 문은 연출적으로 사용해보려 했던 소재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군대를 나가는 문이 나온다. 그 울타리를 나와도 행동양식이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그 뒤에 등장하는 문들은 사실 주용의 울타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울타리다. 또 다른 폭력이 시스템으로써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가해자든 피해자든 방관자든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구성원들은 서로를 비난하지 않는다. ‘이건 나빠’, ‘우리 그만두자’, ‘나갈까?’라는 말들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울타리에서 한 발자국 밖에 있는 사람은 주용이 누나에게 하는 것처럼 ‘너 나가, 왜 그러고 있니?’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주용 자신도 이 울타리에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지 않나. 물론 군대라는 시스템은 법적인 테두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깨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서 드러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울타리 한 발자국 밖에 있는 사람들은 말을 조금 쉽게 하는데, 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그런 대화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그런 대화의 장이 열린다면 성공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관객: 두 배우 분들에게 질문이 있다. 주용과 필립이 후에 어떻게 되었을 거라 상상하는가?



정: 사건들을 겪으면서 필립이라는 인물도 결국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과 모순된 점들에 알게 모르게 빠져들 것 같다. 병장이나 상병에게 붙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계급이 올라가면 결국에는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과연 군대 밖으로 나와서까지 필립이 그렇게 행동할지는 다른 문제 같다. 군대 안에서의 성격과 행동들이 밖으로 연관되는 경우도 많지만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군대에서만 그런 생활을 하고 밖에서는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마지막에 통화를 하는 장면이 있다. 전화를 한 사람, 혹은 받은 사람은 매형일 수도 있고 병장일 수도 있다. 만약 매형에게 전화를 했다면 다시 한 번 부러진 치아를 해결하고 돌아가려 전화를 했을 수 있다. 해결하지 못하고 병장에게 전화가 걸려왔거나 전화를 해서 부대로 돌아가겠다고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다. 그 두 선택지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어디에 전화를 해도 답답하고 불안했을 것이다. 두 개 다 선택하기 싫을 것 같기도 하다. 필립의 치아를 치료하지 못한 상황에서 늦은 밤 다시 부대로 돌아가면 구타를 당할 것 같고, 해결하고 돌아가기엔 막차가 끊겨버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답답할 것 같다.



관객: 감독님이 생각한 폭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임: 제일 고민을 많이 했던 지점은 ‘주용이 왜 그렇게 되었나?’였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첫 번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 것, 두 번째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사회적인 압박으로 인해 그렇게 되었다는 것. 이 두 가지는 양 극단에 있는 것이다. 그 사이의 나머지들에 대해서 고민했다. 혼재되어있는 스펙트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스펙트럼 안에서 어떤 정도에 치우쳐 찍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인물이 어떤 사람이란 걸 규정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는 둘 다라고 대답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폭력적인 게 되어버린다. 그래서 혼재되어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찍지 않으면 나 자신이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연출했다.





진행: 왜 인물들이 군인이어야 했는가?



임: 어쩔 수 없이 경험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작품에 드러난 그런 상황에 놓여있진 않았다. 나는 원래 후회를 잘 안하는 편이다. 지난 일에 대해서 생각을 별로 안하는데, 군대 2년은 인생에서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첫 영화이자 마지막 영화가 될 수도 있으니 이 이야기를 꼭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조금 더 확장해서 사회 저변에 있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앞부분에 군대 폭력을 놓고 뒷부분에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캐릭터나 플롯을 구조적으로 놓아 거울처럼 보는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행: <폭력의 씨앗>이라는 영화가 감독과 배우들에게도 씨앗의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와주신 관객 분들에게 끝인사 한 마디씩 부탁드린다.



임: 와주셔서 감사하다. 관객 한 분 한 분께 인사를 드리고 싶을 정도로 감사하다. 두 배우가 너무 열심히 해주었고 앞으로 전도유망한 배우들이 될 테니 주목해주시라. 



이: 영화를 봐주시고 GV에 함께 참여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영화가 좋으셨다면 주변 다른 분들께 많은 홍보 부탁드린다. 요즘 날씨가 추워졌는데 감기 조심하셨으면 좋겠다.



정: 날씨도 추운데 이렇게 극장까지 와주셔서 감사하다. 대학원 마지막 학기이기 때문에 논문을 쓰느라 머리가 너무 아픈데, 이렇게 나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너무 고마운 것 같다. 주변에 <폭력의 씨앗>을 많이 홍보해주시라. 






휘몰아치던 폭력이 잠시 멎었을 때, 주용은 깊은 곳 어디엔가 자리 잡은 폭력의 씨앗을 발견한다. 이윽고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과 함께 적막이 찾아든다. 적막 속에서 영화가 보여준 폭력의 세계에 대한 인지는 스크린 밖 현실로까지 이어진다. 마주 본 두 개의 거울처럼 놓인 영화와 현실 사이에서, 자라나버린 파국은 기시감이란 긴장으로 허공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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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의 씨앗한줄 관람평


이지윤 | 자라나는 폭력의 씨앗,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음이 비극

조휴연 | 구조 안에서 씨앗은 어떻게 싹을 틔우는가

최대한 | 폭력의 세계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 쳤지만, 그 역시 다를 건 없었다

이가영 | 폭력의 굴레에 갇혀버린 군상들

김신 | 오금이 쪼그라들어서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합니다(미필)

남선우 | 전지적 폭력 시점의 이중성





 <폭력의 씨앗> 리뷰: 폭력의 굴레에 갇혀버린 군상들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가영 님의 글입니다.



살다 보면 우리에게도 불행한 날이 찾아 온다. 평소라면 겪지 않았을 이상한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기도 하며 어서 빨리 하루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폭력의 씨앗>은 그런 악몽같은 ‘주용’의 하루를 그린 영화다.  


군대 선임들과 외박을 나가는 날, 무슨 일인지 주용은 눈치가 보인다. 술자리에서 자신을 편하게 대하라는 선임의 말도 장난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 주용을 슬쩍 화장실로 불러낸 박 병장은 분대원 간 폭행사건을 누군가 고위급 간부에게 폭로하려 했다며 익명의 쪽지를 보여준다. 최고참인 박 병장은 위협적인 톤으로 주용을 몰아세우다 후임에게 잘해주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분대원들도 잠정적으로 주용 아니면 주용의 후임인 필립이 쪽지를 썼다고 생각한다. 혹 그 둘이 안썼다 하더라도 둘 중 하나의 만행이여야 한다. 선임은 술자리 후 주용과 필립을 방으로 불러내고 폭력을 행사하며 쪽지를 누가 썼는지는 관심 없으니 너희 둘 중 하나가 뒤집어 쓰라며 닦달한다. 그 과정에서 필립의 이가 부러지고, 주용은 선임을 설득해 매형이 하는 치과로 필립을 데려간다. 매형은 직접 찾아온 주용을 반기지 않고, 누나와 힘들게 통화를 하지만 면회 날짜를 까먹었다며 변명하는 누나가 의심쩍다. 결국 걱정되는 마음에 집으로 찾아간 주용은 또 다른 폭력을 목격하게 된다. 





영화는 주용의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이때 시공간에 대한 단서는 오로지 카메라가 팔로우하는 인물과 대화를 통해서만 짐작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해 프레임은 계속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이처럼 불분명하고 불안정한 오프닝 시퀀스의 분위기는 극의 지배적인 정서로 이어진다. 


관객들은 경직된 표정의 인물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력성에도 긴장감을 느낀다. 감정을 억누르고 복종해야 하는 군대에서 인물들은 ‘말’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주용과 필립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제 3자가 인물의 심리를 읽어낼 수 있는 클로즈업 샷은 드물고 인물을 뒤에서 따라가는 숏은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보는 사람은 상황을 예측함에 있어 답답함을 느낀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주용은 계속되는 필립의 실수와 눈치 없는 행동에 인내심을 잃어간다. 자신이 명령해도 무조건 복종하지 않는 필립을 보며 분노하고 도리어 자신을 의심하는 그와 바닥을 뒹굴며 싸운다. 매형의 폭력성을 목격했을 때는 누나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폭력을 휘두르고 누나를 곤경에 처하게 한다. 군대처럼 강압적인 환경에서만 존재할 것 같던 폭력은 사회 도처에 널린 수직적 관계, 그 안에서 행해지는 모든 폭력의 형태로 확장된다. 결국 권력에 의해 막혀버렸던 주용의 입이 열리고 누나와 필립에게 물리적 폭력을 가하는 순간, 그는 가해자로 변모하는 것이다.  





폭력, 그 연쇄의 시작점은 어디일까. 마치 나비효과처럼 사소한 쪽지는 폭력을 불러들였고 부러진 치아는 일상에 파멸을 가져왔다. 벗어나려 노력했지만 벌어질 일은 끝내 벌어졌다. 운명처럼 주용을 따라다니던 ‘폭력’은 다시 빠져버린 필립의 치아를 통해 극단적으로 시각화 된다. 그 구체적인 실체를 눈으로 확인한 순간, 주용은 폭력이 다시 발아했음을 인지하고 끊임없는 폭력의 굴레에 갇혀버린다. 짙은 허무감이 드리워진 그의 얼굴을 끝으로 <폭력의 씨앗> 엔딩크레딧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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