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의 진정성과 광기 사이에서  <나의 연기 워크샵>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2월 30일(토) 오후 2시 30분 상영 후

참석 안선경 감독 | 배우 김강은, 성호준, 서원경, 이관헌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서슴없이, 인위성 없이 배우들의 감정들을 토해낸다. 이렇게 감정을 토해내는 과정에서 진정성과 광기가 동시에 느껴진다. <나의 연기 워크샵>은 강렬한 인상과 혼란을 머릿속에 남겼다. 혼란이 채 가시기 전에 안선경 감독과 배우들의 인디토크가 이어졌다.

 

 



진명현 대표 (이하 진명현) : 오늘 많은 분이 자리해주셨습니다. 안선경 감독님부터 인사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안선경 감독 (이하 안선경) : 함께 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아주 작은 궁금증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좋은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강은 배우 (이하 김강은) : 연기를 시작하고 첫 작품인데, 이렇게 개봉을 해서 너무 기뻐요. 관객 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어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성호준 배우 (이하 성호준) : 1년 만에 영화를 다시 봤는데, 가슴이 너무 벅차요. 영화에 대한 감상을 편안하게 나누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서원경 배우 (이하 서원경) : 이렇게 시간 내어 영화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함께 많은 이야기 나누는 좋은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관헌 배우 (이하 이관헌) :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너무 좋습니다. 관객 분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명현 <나의 연기 워크샵>은 보는 동안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들과 어떻게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 감독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안선경 : 저는 아직까지 영화를 만들 때 특별한 모델을 가지고 만들지 않아요. 제 삶에서 우러나오는 질문과 제 주변 사람들의 삶을 담아 보겠다는 단순한 욕망을 추구하거든요그러던 어느 날 여기 있는 친구들과 함께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이 친구들이 성장하는 모습 속에서 좋은 드라마를 발견한 거예요. '지금 이건 굉장히 좋은 순간이고 매력적인 순간이다. 이걸 사람들에게 보여주자.'라는 감정에서 착안해 시작했어요.

 






진명현 : 영화에서 연기에 대한 배우들의 진솔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여기 앉아계신 배우 분들이 실제로 활발한 성격은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대부분 <나의 연기 워크샵>이 첫 영화 작업인데, 다른 누군가가 스크린을 통해 자신을 본다는 사실에 걱정을 좀 했을 것 같아요.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나요?

 

김강은 : 제가 처음에 안선경 감독님을 찾아간 이유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망도 있었지만 저에게 용기를 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감독님과 함께 연기에 대해 탐구하면서 용기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특히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각자의 삶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저는 이 시간이 감정적으로 힘들었어요. 이러한 과정을 극복한 후, 감정적 교류가 형성된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하니까 막상 촬영을 진행할 때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성호준 : 항상 안선경 감독님의 세계관과 태도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제가 이 영화를 잘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제 삶을 더듬으면서 연기를 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감독님과 삶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제 삶을 더듬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서원경 : 제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특별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이야기가 관객 분들에게 보여지는 것 보단 스크린을 통해 제 자신과 대면하는 것이 두려웠어요.(웃음)

 

 

진명현 : 이제 <나의 연기 워크샵>을 통해 진짜 배우가 되셨잖아요.(웃음) 지금까지의 과정을 거쳐보니 어떤가요? 연기라는 건 재능인 걸까요, 아니면 배워가는 걸까요?

 

서원경 : 연기에 대한 주관은 다를 수 있지만, 누구나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어렸을 때는 연기라는 게 단순히 '쇼'라고 생각을 했는데, 감독님과 김소희 선생님을 만난 후 자기 자신과 소통하고 대사 한마디라도 나를 통해서 나와야 진짜 연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진정성만 있다면 누구나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호준 : 김소희 선생님은 저희가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서 표정이 계속 실감나게 변해요. 이 표정의 변화가 연기에서의 관계 맺기라고 생각하는데요, 관계를 맺는 데 탁월한 사람은 연기가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진명현 : 감독님은 연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이기도 하고 연출자이기도 하잖아요. 어디에서 에너지를 얻나요?

 

안선경 : 항상 진지하게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힘든 일인 것 같긴 해요.(웃음) 왜 제가 이 일을 하게 됐는지 생각을 해봤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뭐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보다 사람간의 관계와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결핍에 굉장히 시달렸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들여다보면서 왜 오해가 생기고 상처를 받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연기가 관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관계에 대해서 끝없이 탐구하다 보니 현재의 직업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관객 : 영화의 영문 제목이 'Hyeon’s Quartet'인데,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선경 : 배우가 어떤 대상을 연기할 때, 제 주관에는 주어진 대상을 정확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개념이 있지 않아요. 이 말은 어떠한 인물이 고정적이지 않다는 의미인데요, 누가 그 인물을 바라보고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인물들이 창조된다고 생각해요. 또 저는 관객에게 많은 선택지를 줄 수 있는 연기가 좋은 연기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 4명이 모두 '현'을 연기하면서 4명이 각자 다른 화음을 내서 연기하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인물이 나오는 것이 <나의 연기 워크샵>의 목표라는 의미로 현의 4중주’(Hyeon’s Quartet)라는 제목을 지었습니다.

 

 

관객 : 영화에서 의 이야기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4명의 배우가 연기에 대해 고민을 하는 데에 의 이야기가 왜 필요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안선경 : 이 영화의 목표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 캐릭터로부터 공감지점을 찾고 가면에 숨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의 이야기라는 프리즘을 통해 4명의 배우 역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의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해요

 

 

관객 : 김소희 배우의 대사 중에서 배우에게 숨을 잘 못 쉰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저도 숨을 잘 못 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거든요. 숨을 잘 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서원경 : 저도 사실 숨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어요.(웃음원래 제 본업은 사진을 찍는 일이에요.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안선경 선생님을 찾아갔고 연기 워크샵에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살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제 자신을 찾고 싶은데, 연기를 그 도구로 찾은 거죠처음에 김소희 선생님이 저에게 숨을 못 쉰다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방어벽을 치고 있는 거예요. 제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저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런 것들이 숨을 못 쉬게 하고 있더라고요그러다가 연기를 배우면서 어느 순간 숨을 쉰다는 게 무엇인지 느껴졌어요. 물리적으로 숨을 쉬려고 의식하다 보니 사람이나 주변의 환경이 저와 소통을 하는 게 느껴졌어요. 이렇게 의식을 하고 난 후 일상에서도 가끔 제가 숨을 쉰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물리적으로 숨을 한 번씩 크게 쉬어요.(웃음)

  

김강은 : 김소희 선생님이 에 대해서 말씀해주신 적이 있는데요, 선생님은 가까이 있는 사람의 숨을 따라 쉰다고 하더라고요. 즉 상대방의 리듬을 따라간다는 건데, 제 옆에 있을 때는 숨을 못 쉬겠다고 했어요. 선생님한테 말한 적은 없는데, 사실 숨 쉬는걸 힘들어 했거든요.(웃음주변과 제 자신을 의식하면서 숨을 쉬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사실 저는 아직도 뭘 어떻게 해야 자연스러운 것인지 모르겠고 그게 저의 제일 큰 과제인 것 같아요.

 

 

관객 : 크레딧을 보면서 알게 됐는데, 각본 작업을 배우님들도 함께 했더라고요. 어떻게 진행했는지 궁금합니다.

 

안선경 : 처음에 배우들을 만나서 이야기 할 때 이 사람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고 자세히 상상하고 싶어서 자기 자신을 모델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일기 쓰듯이 자유롭게 써달라고 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배우들의 내면 궤적을 추적했고 기본적인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 수 있었어요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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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라는 가능성  인디돌잔치 <위켄즈>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2월 26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동하 감독 | 전재우 G_Voice 음악감독 | 김일란 감독

진행 박기호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사무국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신 님의 글입니다. 

 


성소수자인권운동 단체인 친구사이에 소속된 게이 합창단 ‘G_Voice’(이하 지보이스)의 행적을 다룬 다큐멘터리 <위켄즈>에 잊기 힘든 장면이 있다. 2009년부터 쌍용자동차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는 파업 노조를 지보이스가 찾아가 응원 공연을 선보인 후 얼마가 지나 쌍용자동차 노조 측에서 퀴어 퍼레이드를 찾아와 맞인사를 건네듯 응원 공연을 펼치는 장면이다.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공유하지 않는 각자의 집단이 오직 연대를 위해 우정 어린 교감을 나누는 이 장면의 감흥을 잊기 힘들다.


개봉 1주년을 맞아 다시 찾은 인디스페이스에서 지보이스 음악감독인 전재우는 앞으로도 지보이스가 위와 같은 연대를 펼칠 것이라 밝혔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노래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방식의 연대를 선보이는 것 또한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위켄즈>라는 다큐멘터리를 수식하는 적절한 메타진술이기도 한 이 성명은 별도의 사회과학적 부연 없이도 영화 예술의 존재의의를 날카롭게 지명한다. 한 편의 영화는 고립된 공간에서 상연되며 부르주아 관객들의 상찬을 받을 때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그늘진 곳에 위치한 누군가의 세속적 삶을 근심할 때 풍요로워진다.


개봉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위켄즈>5천명 이상의 관객을 만났다. 거대 자본과 스타 배우의 티켓 파워로 무장한 대중영화가 끊임없이 자본을 증식시키며 연말연초의 박스오피스를 장식하는 상황 속에서 이 영화의 작은 분투가 너무나도 왜소하고 미약해 보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화 예술이 사회의 외곽에서 분투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고 믿는 이 작은 영화의 굳건한 태도가 누군가의 심장에 도달할 것이라 믿는다. 2017년에 작별을 고하는 어느 추운 겨울날, 한 독립영화관 안에서는 그 기적 같은 내일의 도래를 믿는 이들의 대화가 따사롭게 점멸하고 있었다. 이동하 감독, 지보이스 소속 전재우, 박기호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사무국장과 김일란 감독이 참석했다.


 

 


 

 

박기호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사무국장(이하 박기호) : 오늘 인디토크에 게스트 세 분이 참석해주셨습니다. 각자 소개 부탁 드립니다.

 

김일란 감독(이하 김일란) : 안녕하세요, 저는 인디스페이스 역대 최다 관객 동원작 <두 개의 문>(2012)의 감독,(웃음) 김일란이라고 합니다.

 

전재우 지보이스 음악 감독(이하 전재우) : 안녕하세요, 저는 지보이스 음악감독 전재우라고 합니다.

 

이동하 위켄즈 감독(이하 이동하) : 안녕하세요, <위켄즈> 감독 이동하입니다. 1년만에 인디스페이스에 오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박기호 : 먼저 <위켄즈>가 개봉한 지 1년이 지난 지금의 근황과 소회를 밝혀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동하 : 우선 회사를 관뒀고요,(웃음)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만든 영화가 <위켄즈>인지라 개봉 당시에는 많이 떨렸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심적으로 안정됐고 차기작을 구상하는 중입니다.

 

전재우 : 주변에서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오늘도 제가 병원에서 진료를 볼 때 환자분께서 절 알아보시고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공동체 상영 등 여러 기회를 통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고 알게 된 것만으로도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김일란 : 살이 좀 빠져서 최근에 예뻐졌다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웃음) 그리고 제가 속해있는 단체 '연분홍치마'에서 만든 <공동정범>이 마무리되어서 개봉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박기호 : 얼마 전에 지보이스 단원들과 술을 마시는데 근래에 새로 가입한 분들을 '위켄즈 키드'라고 부르더라고요. 무슨 뜻이냐고 하니까 <위켄즈>를 보고 가입한 분들이래. 그 이야기를 듣고 <위켄즈>가 이성애자뿐 아니라 동성애자 내부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혹시 <위켄즈> 촬영 전후로 변화를 겪은 분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동하 : 우선 4년 동안 촬영을 하는 와중에 옆에 있는 재우형, 그리고 객석에 앉아있는 철호형과 같은 많은 분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 같아 좋았습니다. 그런 변화를 곁에서 지켜볼 수 있어서 또 좋았고요.

 

박기호 : 김일란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사람들이 <위켄즈>를 보고 <종로의 기적>(2010)의 확장판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위켄즈>를 보고 <종로의 기적>으로부터 변화한 지점이 있다고 느꼈나요?

 

김일란 : <위켄즈><종로의 기적>을 단순 비교하기는 좀 어렵지만 <위켄즈>가 진일보한 부분이 있기도 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퀴어 영화를 만들 때에는 인권운동이 성장을 해야 그에 따라 영화의 서사가 다양해질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예컨대 예전에 동성애 영화를 만들 때에는 사람들이 동성애라는 관념에 익숙하지 않았던 지라 인물들이 사랑에 빠지는 걸 쉽게 납득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동성 연인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몇 가지 전사와 원인을 넣어두어야 했죠. 하지만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조금 달라진 지금은 동성이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고 해도 많은 분들이 어렵지 않게 납득하는 거죠. 그런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에 기여한 단체가 친구사이이고, <위켄즈>도 그 노력의 결과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위켄즈>가 공개되었을 때, 지보이스가 다른 노동자 단체와 연대를 하는 대목에서 많은 찬사가 쏟아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한국 관객들 중에는 거시적인 연대보다는 개별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많았어요. 왜 그런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봤더니 베를린 같은 곳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국내보다 좀 더 진일보하다 보니 개별 인물들의 사사로운 이야기보다는 동성애자들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연대를 펼치고 있는지에 관심이 더 모이는 것 같더라고요. <종로의 기적><위켄즈> 사이의 변화에서 그간 친구사이를 포함한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의 운동이 확장된 지점들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런 인권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위켄즈>라는 성과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에 행복했어요.


  



관객 : 방금 김일란 감독님께서 말씀해주신 다른 집단과의 연대를 영화에서 굉장히 인상 깊게 봤습니다. 지보이스가 앞으로도 이런 연대를 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전재우 : <위켄즈>가 우리의 행보와 앞으로 걸어나갈 방향을 잘 정리해서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당분간은 그런 방향으로 또 다른 연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지보이스의 예술적 지향과도 공명하는 행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영화를 만들고 노래를 하는 것 말고 이런 방식으로 연대를 하는 것도 하나의 예술이 아닐까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다른 단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사연에 노래로 힘을 보태주고 싶습니다.

 

박기호 : 전재우 님께서 지보이스의 음악에 굉장히 많이 관여하시잖아요. 끊임없이 활동영역을 넓혀가며 작업도 하고 자기 일도 병행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힘의 원천이 무엇인가요? 철호 씨는 아니겠죠?(웃음)

 

전재우 : 철호 맞아요.(웃음) 사실 제가 좀 나이가 들었잖아요. 마흔이 넘은 성소수자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운 국내의 풍토를 볼 때마다 많이 안타까워요. 친구사이 안에서도 나이가 들면 점점 활동을 적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분들이 뒤로 물러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면서 뒤이어 오는 세대에 도움을 주면 좋겠어요. 어린 친구들은 윗사람들한테 일 시키는 걸 꺼려하기도 하던데 서로 잘 협력하면서 일을 했으면 해요. 이게 질문에 대한 대답이 맞는지 잘 모르겠네요.(웃음음악도 그런 이유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으면서 하고 있습니다.

 


박기호 : 김일란 감독님은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많이 해오셨는데요, 앞으로 작업의 어떤 부분에 방점을 두고 싶으신가요?

 

김일란 : 사적으로 하고 싶은 작업이라면 있습니다. 'A급 배우'들을 주연으로 하는 레즈비언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 분들이 퀴어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관객과 시장, 투자 판이 충분히 크게 형성되어 있다는 거잖아요. 주류 시장과 주류 문화 안에서 유명한 배우들과 함께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또 학생인권조례에 관해 성소수자들이 어떻게 운동하고 연대해왔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마침 오늘 페이스북에 '과거의 오늘'로 학생인권조례 통과를 위해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시청 점거를 했던 날의 사진이 떴는데, 지금 사회를 보고 있는 박기호 씨가 혼자 뒤돌아보면서 여유롭게 브이자를 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있더라고요.(웃음) 그런 푸티지들을 활용한 영화를 언젠가 같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박기호 : 전 당시에 시청 점거를 못하고 그냥 쫓겨날 줄 알았어요. '오늘은 집에 일찍 가야겠군' 생각하고 있는데 들어가려고 하니까 아무도 안 막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점거하게 된 거에요. 이제 며칠 밤 새야겠군’하고 생각했던 게 기억나네요.(웃음)

전재우 음악감독님께 또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위켄즈>가 개봉한 이후 지보이스에 들어온 친구들에게는 이 다큐멘터리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전재우 : 사실 뒤풀이 자리나 공연 같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보이스의 역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곤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냥 <위켄즈>를 보기만 하면 지보이스의 정체성과 방향에 대해 잘 알 수 있으므로 영화를 보고 지보이스에 가입한 회원들은 지보이스의 목적과 지향에 대해 처음부터 숙고하면서 열심히 활동을 해요. 그런 의미에서 <위켄즈>가 크게 기여하고 있죠.

 

김일란 : 성소수자인권운동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는 이곳저곳에서 정치적인 운동을 펼치는 것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를 마련해주는 데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성소수자로서 내가 갈 곳이 있고, 나를 기다려주는 친밀감 있는 장소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친구사이가 그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느껴요. 외부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 것과 함께 마음이 허전할 때 술을 같이 마시고 정서적 지지를 보내줄 수 공동체가 있다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박기호 : 이동하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영화를 찍으면서 연출부와 지보이스 멤버들 사이, 아니면 지보이스 멤버 간에 갈등이 있을 때는 어떻게 풀었나요?

 

이동하 : 우선 제가 화를 잘 못 내는 성격이긴 해요. 그런 갈등이 있을 때는 아무래도 멤버들이 카메라 앞에서 말하기를 꺼려하니까 촬영을 진행하기가 힘들었죠. 그럴 때에는 한 달의 간격을 두고 다시 인터뷰를 실행했습니다.


 

관객 : 일반적으로 한국의 퀴어 영화는 섹슈얼하고 로맨틱한 주제를 다루는데 <위켄즈>는 음악을 소재로 한다는 게 좋았습니다. 인원이 많은 합창단을 대상으로 영화를 찍다 보면 개개인에게 일일이 출연 동의를 구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동하 : 일단 단체 숏을 찍으면 얼굴이 나와야 하기에 멤버 전부 다 출연 동의를 받았어요. 대신 '바스트 숏은 되지만 얼굴은 모자이크여야 한다’, '극장에서는 괜찮지만 공중파나 IPTV에서는 얼굴이 보이면 안 된다라는 식의 세부적인 계약을 했죠. 그런데 그런 걸 다 염두에 두면서 촬영을 하려니까 단체 숏에서 어떻게 카메라를 대야 하는지 난감한 거예요.(웃음) 그래서 일단 촬영을 진행하고 후반작업으로 모자이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촬영이 진행되면 될 수록 처음에는 모자이크를 원했던 분들이 안 해도 괜찮다고 해주셔서 최종 편집본에서는 한 두 분을 제외하고는 모자이크 처리가 안 되어있죠.



관객 : 제목을 '위켄즈'로 한 이유가 있나요?

 

이동하 : 원래 계획했던 포스터의 카피문구가 사랑보다 짜릿한 우리들의 주말이었어요. 지보이스 연습을 주말에 해요. 평소에는 게이로서의 정체성을 숨기지만, 지보이스라는 공동체에 모여서 서로 잡담을 하고 노래도 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주말인 거죠. 그 주말이 특별하다고 생각을 해서 제목을 <위켄즈>로 지었어요.


 



관객 : 김일란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아까 A급 배우들과 퀴어 영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쌍화점>(2008)과 같은 대중영화를 보면 실제로 유명한 배우들이 퀴어를 다룬 영화를 촬영한 적은 있지만, 정작 영화에서 퀴어라는 소재는 두 배우의 파격 노출정도로만 소비되었던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서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방향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 질문은, 성소수자 관련 행사를 할 때마다 정말 좋긴 하지만 우리만의 축제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동성애 관련 사안 법제화 등을 위해서는 더 많은 공감과 지원이 필요한데, 많은 이들의 관심을 얻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려운 질문이지만 이런 난관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김일란 : 60년대에 이태원의 한 남장여자와 파트너와 그들의 동생뻘 남장여자, 세 인물의 이야기가 신문에 실린 적이 있어요. 서로 가족처럼 지내는 그 세 명이 미군에게 사기를 쳐서 검거가 되었다는 이야기에요. 기사로 접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아마 많은 이들이 그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오늘 이 곳에 오기 전 MBC 방송을 보는데 사장이 바뀌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더라고요. 방송에서 사형제도, 낙태죄 폐지,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내인식 조사보도가 나오는데,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는 거의 찬반이 동일했고 동성혼에 관해서는 반대가 52퍼센트, 찬성이 48퍼센트로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어요. 이런 보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사안에 대한 실질적인 감각이 언론 보도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는 찬반의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혐오세력이 지나치게 많이 보도되다 보면 그 세력이 상상이상으로 크다는 착시효과를 발생시킬 수가 있으니까요. MBC의 오늘 보도를 보며 상황이 나름대로 긍정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이런 인식을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EBS까칠남녀'처럼 방송에서 여성, 성소수자에 관한 의제를 보도하는 분들에게 지지를 보태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혐오세력이나 일부 기독교 관계자들에게 신상이 털리거나 피해를 입는 방송 관계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아요.

 


박기호 : 근래에 개봉한 <시인의 사랑>(2017)을 보면 양익준, 정가람과 같은 배우들이 출연했는데도 인물간의 에로티시즘이 거의 없었어요. 이런 경우는 긍정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세 분에게 마지막 인사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김일란 감독님께서는 곧 개봉 예정인 <공동정범>에 관한 한마디를 전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일란 : 인디스페이스 최다 관객작이었던 <두 개의 문>의 기록을 뛰어넘고 싶습니다.(웃음) 연말연초에 규모가 큰 영화들이 너무 많이 개봉하고 있어요. 그런 영화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니 힘이 들더라고요. 곧 있으면 용산참사 9주기가 됩니다. 125일 개봉하는 <공동정범> 많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전재우 : 추운 날에 오셔서 따뜻하게 이 자리를 채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영화를 통해 좋은 분들을 만나서 감사하네요. 마침 영화에 출연한 두 친구들이 제가 집에 혼자 갈 계획이라니까 저를 데리러 왔어요.(웃음) 다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동하 : 저는 감사할 분들이 너무 많네요. 지보이스도 그렇고 푸티지를 제공해주신 연분홍치마 활동가, 인디스페이스, 그리고 오늘까지 극장을 찾아와주신 관객 분들에게도 너무 감사합니다. <위켄즈>보다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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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어지러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  <초행>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2월 8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대환 감독

진행 봉준호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가영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초행>은 사회초년생, 오래된 연인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직 어리숙한 '수현'과 '지영'을 질책하지 않고, 선택의 결과를 운운하기 보단 경험을 응원하는 영화적 시선은 곧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태도로까지 이어진다. 봉준호 감독의 진행으로 김대환 감독이 함께 한 인디토크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늦은 밤까지 계속됐다.

 





봉준호 감독(이하 봉): 김대환 감독의 전작 <철원기행>을 보신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과반수가 보셨군요. 오늘은 <철원기행>을 봤다는 전제하에 GV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초행>은 섬세하고 한국적인 디테일이 충만한 영화이면서도 한편으론 굉장히 보편적인 영화에요. <철원기행>도 마찬가지고요. 외국인이 봐도 똑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해외 영화제 수상 이력이 이런 부분을 입증해주고 있고요. 가장 단순한 질문부터 시작할게요. <초행>에 감독 본인의 얘기가 얼마나 투영 됐나요?

 

김대환 감독(이하 김): 영화와 저의 실제 모습이 닮아 있는 부분은 연애를 7년 동안 했다는 점과 인천이 배우자의 친가라는 점, 실제로 학원 미술 강사 경력이 있다는 사실 정도에요. 그 외에 인물의 성격 이라든지 가족 관계 등 세세한 부분은 모두 창작해낸 것입니다. 실제로 저의 양가 부모님은 화목하고 사이 좋습니다.(웃음)

 

: 시나리오를 처음 쓰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해요. <철원기행>에 등장하는 둘째 아들이 마치 <초행>의 '수현' 같았어요. 결혼을 전제로 고민하는 불안정한 모습이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철원기행>과 연관시켜 설명해주시죠.

 

: <철원기행> 편집을 하면서 '수현'의 다음 상황이 궁금해졌어요. 실제로 7년 동안 연애를 하면서 결혼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있었고, 스스로 돌이켜봤을 때 '수현'보다 제가 더 불안한 감정이었어요. 영화를 한 편 찍었지만 준비된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고 결혼함으로써 생기는 책임에 대한 두려움이 컸어요. 근데 저 뿐만 아니라 제 또래의 친구들이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 고민들을 듣는 순간 결혼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결심을 하고 시나리오를 써 나가는데, 당시 저는 결혼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상당히 오만한 태도라고 생각했어요. 때문에 시나리오에 제시된 큰 줄거리 안에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합이 중요했습니다.

 

: 소재와 줄거리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이 보였어요. 김대환 감독의 경우 재료를 손질할 연장을 고르기 전까지 재료 자체를 몇 시간 동안 가만히 지켜보는 느낌이에요. 그런 섬세함이 영화에서도 나타나요. 극적인 상황이 아님에도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정말 불안하고 초조한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면 구조화되어 있고 상당히 정제되어 있어요. 현장에서 연출 방식은 어땠나요?

 

: 개인적으로 영화에 다큐멘터리 느낌이 묻어났으면 좋겠다는 연출적 지향이 있었어요. 스토리 안에서 국면이 전환되는 지점만 정해놓고 그 외에는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테이크를 반복하며 찍어 나갔어요. 처음 가족의 식사 장면을 보면 아시겠지만 어머니가 하는 대사들은 제가 아무리 고민해도 나올 수 없는 표현들이 있거든요. 정말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대사예요. 이런 장면들은 첫 테이크가 굉장히 중요했는데, 식사 장면의 첫 테이크만 45분을 촬영했어요. 여러 번 반복했고 정확한 타이밍을 찾아가며 가장 좋았던 것을 취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 촬영 도중에 씬 자체가 새로 추가되거나 연기를 통해 즉흥적으로 표현된 것이 있나요?

 

: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가 일출 장면이었는데, 원래 그 장소에서 일출을 담으려고 하지 않았고 두 컷으로 나누어 찍으려고 했어요. 일출 촬영을 새벽 3시부터 준비했는데, 계속 촬영하던 중에 칠흑같이 어두웠던 하늘이 점점 푸르스름하게 변하는 과정이 우연히 한 테이크에 담기게 되었어요. 일출의 과정이 한 번에 담겼다면 그 다음 장면을 굳이 넣지 않아도 되겠구나 판단했어요. 최종적으로는 너무 마음에 드는 장면입니다.

 

: 하루 중 일출과 일몰은 딱 한번의 기회인데, 롱테이크를 앞두고 배우들이 많이 초조했을 것 같아요. 그 장면에서 김새벽 배우가 "무서워"라고 외치는 대사는 원래 시나리오에 표현된 대사였나요?

 

: 처음에 그런 액션과 대사는 전혀 없었어요. 촬영 중간 30분쯤 쉬는 시간을 가지며 얘기를 했고, 말씀하신 것처럼 딱 한 번뿐인 기회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예민해져 있는 상황에서 김새벽 배우가 더욱 집중을 했던 것 같아요. 배우들의 자유의지가 절실했던 부분이기도 했고 동선 또한 전혀 정해놓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저도 그 당시에 김새벽 배우의 즉흥적인 액션을 보고 굉장히 놀랐어요. 해가 점점 뜨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는데, 지영이 차에서 나갔고 그런 대사를 내뱉은 것 자체도 굉장히 놀라웠어요.

 





: 캐스팅 과정도 궁금합니다. 사전에 김새벽 배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신 건가요?

 

: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김새벽 배우와 같이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시나리오가 나오자마자 바로 전달해 드렸습니다. 김새벽 배우는 해외 영화제에서 처음 만나 우연히 대화를 나누었는데, 많은 전작에서 굉장히 착하고 지켜주고 싶은 여성으로 출연하잖아요. 실제로도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겼어요. 그렇지만 김새벽 배우에게도 분명히 극단적인 모습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 이면의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캐스팅을 결정했어요. 또 가장 영화적으로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목소리였어요.

 

: 엄마와의 대화 장면에서 보면 암전 상태에서 스위치가 켜지고 '지영'이 한 덩어리처럼 누워있는 모습이 나오는데 저는 이 장면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그런 액팅 지시를 따로 했나요?

 

: 최대한 엄마와 엮이고 싶지 않고 대화를 하기 싫다는 모습으로 자고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고 그렇게 표현하길 부탁 드렸어요. 사실 그 앞의 숏이 굉장히 길어요. 편집 할 때 보니 김새벽 배우가 어둠 속에서도 계속 뒤척거리면서 움직이고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초반엔 지금 영화 속의 카메라 워킹을 생각하지 않았고 엄마의 뒷모습을 따라가는 워킹으로 장면을 구성했어요. 하지만 '지영'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표현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 하에 지금처럼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불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테이크를 몇 번 찍었어요. 빛이 변화하는 순간, 그 간극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좋더라고요.

 

: 조용한 가운데 흐르는 긴장감이 정말 강해요. 수현 역의 조현철 배우의 캐스팅 과정도 궁금합니다.  

 

: 조현철 배우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개인적인 호기심이 들었고 전작들을 봤을 때 캐릭터 설정인지 본인 자체인지 헷갈릴 정도로 굉장히 개성 강한 연기를 하더라고요. 연출도 영민하게 하고 실제로 만났을 때도 독특한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 실제 모습도 '수현'과 비슷한가요?

 

: '수현'과 평소 말투는 비슷해요. 그런데 실제로는 '수현'보다 훨씬 말수가 적어요. 연기 디렉팅을 할 때도 제가 이런저런 요구를 하면 고개만 끄덕였어요. 그 정도로 조용한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기대했던 것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었어요.

 

: 배우들과 캐릭터에 대한 기본적인 컨셉 내지는 연기 디렉팅 같은 경우는 배우들과 어떻게 맞춰 나간 건가요?

 

: 촬영 전에 대화의 시간을 굉장히 많이 가졌어요. ‘수현이 어떤 사람일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실제로 대안을 모색해 나가기도 했어요. 결론적으로는 영화 속 '수현'이 시나리오 상의 '수현'보다 훨씬 더 사랑스럽고 귀여워졌어요. 그런 부분은 제가 생각해낸 것 보단 조현철 배우가 능동적으로 표현한 부분이었죠.

 



 

: 임신테스트기에 대해 방 안에서 두 모녀가 얘기하는 장면이 참 잊혀지지가 않아요. 그 순간을 두고 어떤 의논을 했나요?

 

그 어떤 장면보다 얘기를 많이 나눈 순간이었고, 실제 테이크도 가장 많이 갔어요. 사실 두 모녀의 대화 내용과 '수현'과 '지영'이 어떻게 집을 박차고 나갈 것인지 모두 정해져 있었어요. 하지만 임신테스트기에 대한 이야기를 과연 어떻게 꺼낼 것인가가 정말 고민스러웠어요. 잘못하면 상투적인 분위기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었거든요. 촬영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확신이 없었는데, 갑자기 문득 조경순 배우님(지영 어머니 역)께서 '팔순 잔치에 수현이 데려 오지마'라는 대사를 하셨어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였지만 너무 사실적으로 다가왔어요. 또 제 입장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걸 상상하니 너무 서운하더라고요. 그 순간부터 이 씬의 목표 지점이 명확해졌어요. 한편으론 기분이 좋더라고요.

 

: 우리의 대배우 기주봉 선배님도 나오는데, 그네에서는 어떻게 넘어진 거예요? 이걸 슬랩스틱이라고 해야하는 건지혹시 지시한 건가요?(일동 웃음)

 

: 이 장면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어요. 조경숙 배우님이 그네 씬을 촬영할 때 꼭 보러 오겠다고 하셨거든요. '지영'과 엄마의 대화 장면을 7시간 정도 촬영했는데, 기주봉 배우님도 그렇게 힘겹게 촬영하는 모습을 꼭 봐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당신도 언젠가 한번 당하는 꼴을 보겠다’라고.(웃음) 실제로 촬영 현장에 찾아오셨어요. 아무튼 원래 제 계획은 그네를 타다 장인의 신발이 벗겨지고 그 신발을 다시 신겨주려는 어색한 사위의 모습이었어요. 엉거주춤하는 '수현'의 모습을 설정하고 촬영을 시작했는데, 기주봉 배우님께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신발이 벗겨지게 할까 고민을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그러다 실수로 넘어진 거죠. 모든 스태프들이 놀라서 뛰쳐 나가려고 하는 순간에 저와 피디가 막아 섰고, '수현'이 자연스레 대처하면서 결국엔 모든 촬영 통틀어서 가장 빨리 끝난 장면이 되었습니다.(일동 웃음)

 

: 그런 상황은 반복하면 진짜 즐거움이 안 나오잖아요. 보면서도 저거 왠지 실제 상황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극영화 속에 숨겨진 다큐멘터리 같은 순간이죠. 상대 배우의 반응은 어땠나요?

 

: 조현철 배우가 굉장히 영민하다고 느낀 적은 그 전부터 굉장히 많았지만, 한번 더 놀란 순간이었어요. 실제 상황에서도 프레임 밖을 안 벗어나고 집중해서 연기를 이어 나가길래 나중에 슬쩍 물어 봤거든요. 본인은 비상 상황을 항상 생각하고 준비한다고 답하더라고요. 사실 그네 장면 외에도 그런 순간이 한 번 더 있었어요. 차를 타고 삼척으로 넘어가면서 '수현'이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데, 딱 그 타이밍에 시커먼 까마귀 떼들이 날라 가잖아요. 그 장면도 우연이었어요. 삼척과 인천을 오가는 장면은 실제로 그 거리를 운전해 가면서 촬영했기에 촬영 분량이 굉장히 많았어요. 하지만 까마귀 떼를 목격하는 순간은 앞 뒤 컷에 상관없이 이 부분은 꼭 써야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 <철원기행>의 카메라가 고정적이고 프레임도 안정적인 반면 <초행>은 대부분의 장면이 핸드헬드로 촬영됐어요. 그래서 아까 <초행>8분짜리 일출 장면이 이질적이라고 얘기했는데, 그 씬 외에는 모두 핸드헬드인거죠? 왜 핸드헬드 기법을 선호했는지 궁금해요.

 

: 사실 8분의 일출 장면도 핸드헬드였어요. 다만 잘 버티고 있어서 흔들림이 적었던 거죠. 촬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촬영감독님과 계속해서 영화 컨셉에 대해 의논했어요. 제 의견은 스토리보드를 전혀 짜지 말고 촬영에 들어가자는 것이었고, 배우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떻게 동선을 그리는지에 대해서는 제약을 두지 않았으니 열심히 콘티를 짜더라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때문에 트라이포드를 아예 안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핸드헬드를 통해서 두 사람의 불안감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철원기행>을 보면 고정된 장면들이 의도적으로 어떤 조형미를 강조하려고 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묘하고 정적인 아름다움을 주거든요. 특히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눈 올 때 담배를 피우는 시퀀스의 미장센을 보면 가히 백미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감독님께서 가능성을 열어놓고 배우에게 맡긴다, 뭐 이런 표현을 많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환 감독 본인이 가진 조형적인 욕구나 연출적 지향이 있잖아요. 그런 욕구들이 터져 나오려고 할 때 어떻게 억누르는지, 혹은 욕심 자체를 의식하지 않는 건지 궁금합니다.

 

: 개인적으로 담고 싶었던 미학은 이었어요. 어떤 서사를 완성하고 연출하든 간에 일몰과 일출의 장면을 꼭 넣고 싶었고요. 처음 시나리오를 기획했을 당시에도 그 지점과 불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순간에 주안점을 두고 만들어 나갔던 것 같아요.

 

: 감독님께서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영화에 강원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잘 드러나요. 철원과 삼척은 감독님께 어떤 장소인가요?

 

철원은 어머니께서 잠깐 근무하셨던 곳인데, 제대하고 나서 가족끼리 하루 동안 한겨울에 관사에서 머물렀던 적이 있어요. 그때 기억이 인상 깊게 남아 있었고 영화를 하며 자연스레 떠오른 것 같아요. 그리고 삼척은 외가입니다.

 

: 강원도만큼 자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장소는 없을 것 같아요. 다음 작품들도 계속 강원도에서 촬영할 건가요?

 

다음 작품을 1월달에 춘천의 산속에서 촬영할 계획이 있고요. 내후년 봄에는 또 춘천을 배경으로 준비 중에 있습니다.

 




관객: 주인공이 각자의 부모님을 뵈러 가는 과정이 험난하잖아요. 외적인 것뿐만 아니라 내적인 험난함도 느낄 수 있어서 그 과정들이 굉장히 와 닿았습니다. 힘든 과정을 상징적 의도로 설정한 건지 궁금합니다. 한가지 더 궁금한 점은 김새벽 배우가 극중에서 "같이 살아봐도 모르겠으면요?" 질문하는 부분이 있는데, 답을 듣지 못한 채 영화가 지나 가잖아요. 질문에 대한 감독님의 답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시나리오 상에서도 그렇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 지점은 두 인물이 여행을 끝내고 돌아올 때마다 굉장히 힘든 상황이 돼야 한다는 점이에요비록 삼박 사일 동안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결혼을 마음먹고 현실에 부딪히게 됐을 때 또 하나의 산을 만난다고 생각하거든요아직 결혼한지 50일밖에 안 됐고 깨가 쏟아지는 중이라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확히 할 수는 없어요.(웃음다만 제 경험을 토대로 답변 드리자면 저는 한번도 제 인생에서 무언가를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어요계속해서 도망치고 회피한다는 걸 느꼈고, 결혼에 대해서는 스스로 직면하고 싶었던 감정도 있었거든요고민 끝에 <초행>을 시작했고 영화를 다 만들고 나서 보니까 결혼을 해도 되겠다는 작은 용기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 삶과 영화를 일치시켜서 큰 무언가를 극복 해냈군요정말 멋지네요.



관객: 제 또래 청년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테이크를 많이 나누지 않은 것 같은데요, 앞서 답변하셨듯이 다큐멘터리 느낌을 내기 위해 그런 방식을 택한 건지혹은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 이 영화를 시작할 때 배우 분들에게 즉흥적으로 만들어나갈 것이고 매 순간 드는 궁금증은 대화를 통해 답을 찾아가는 탐구의 과정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어쨌든 컷을 나누면 배우들은 반복연기를 해야 하잖아요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원해서 그런 연출을 택했는데컷을 나누고 반복연기를 시킨다는 것을 제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가장 좋은 카메라 위치 또한 사전에 정해놓지 않아도 촬영을 진행하며 찾아낼 수 있으니까 한 테이크로 가자고 정했습니다.

 

: 그렇게 작업했을 때 편집 과정에서 따라오는 어려움도 있잖아요편집에 있어 여러 가지 제약들이 생길 수 있는데편집 과정은 어땠나요?

 

: 빼고 싶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 계속 고민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어요좀 더 결단력 있고 과감해야 하는데이건 좋고 저건 아깝다는 제 사적인 감정들과 계속해서 싸워야 했어요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제일 먼저 선보여야 했는데출품 일주일 전까지도 편집을 두고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관객: 탕수육과 짬뽕을 먹는 씬의 마지막 부분에서 애기 울음소리가 들려요그 장면이 어떤 의미가 있나요?

 

: 그 장면은 제가 꿈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씬입니다부동산 문제로 많은 분들이 2년에 한번씩 이사를 다니잖아요서울 인근에 방을 잡아도 시간이 지나면 방값이 올라가고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게 되죠그 상황이 수현과 지영에게는 미래가 될 수도 있고 현재 혹은 과거일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어쨌거나 익숙해 지기도 전에 떠나야 한다는 패턴이 반복되고, 이에 대한 서운함의 감정이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두 사람 중 누구의 꿈인지 알 수 없으면서도 임신에 대한 불안감이 꿈에 투영되는 상황을 아기 울음소리를 통해 표현했습니다.


 

관객후반부 광화문 시퀀스와 관련해서 사람들은 카메라가 있으면 쳐다보기 마련인데 렌즈를 응시하는 분은 많지 않아 보였어요어떻게 눈에 안 띄게 촬영했는지 궁금해요.

 

: 저와 촬영감독, 사운드감독만 촬영에 들어갔는데 그 당시 광장 주변에 카메라가 굉장히 많았잖아요. 영화 촬영에 쓰이는 덩치가 큰 카메라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그 누구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더라고요. 방송국에서 흔히 쓰는 카메라이기도 했고요. 운이 좋았습니다






극중 수현과 지영은 시종일관 길을 잃고 헤맨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이 다급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서로의 존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이 방황할 땐 다른 한 사람이 방향을 일러주고 마음을 잡아주기도 하며 삶이란 초행길을 걸어간다. 사회초년생 예비 부부, 사회가 이름 붙인 그들의 신분은 마냥 불안정해 보이지만, <초행> 속 수현과 지영은 둘이어서 온전해 보인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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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인간의 고통을 직시하는 치열한 성찰의 과정  <로마서 8:37>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 12 21(오후 7 30 상영

참석 신연식 감독배우 김다흰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범수 님의 글입니다.



치열하고 진중한 고민이 담긴 영화를 발견할 때 느끼는 감동이 있다. 인간의 죄와 고통에 대한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신연식 감독의 <로마서 8:37>은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그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스스로를 성찰하는 기회를 발견하는 흔치 않은 경험을 제공한다. 신연식 감독, 김다흰 배우,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가 함께 한 인디토크에서 영화에 얽힌 보다 상세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진행 : 김다흰 배우가 연기한 '현민'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 성경에서 아담이 선악과를 먹는다. 인간이 하나님과 끊어지는 시점이자 선과 악을 구분하는 시점이고 가치판단을 스스로 하고 싶어하는 시점이다. 결국 하나님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자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 하는 것이 원죄의 진짜 의미다. 현민이라는 캐릭터는 하나님과 관계가 끊어져서 그 집안으로 죄가 들어왔을 때의 모든 상황을 포용하는 인물이자 자기 주장을 하지 않는 인물이어야 했다. 또한 그 집안의 가장 힘이 없고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배우 입장에서는 (직접적으로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그 캐릭터가 큰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쉽게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닌데, 김다흰 배우에게 역할을 주는 데에 전혀 고민을 하지 않았다.



진행 : 이 역을 제안받고 나서 기분이 어땠는지에 대한 질문을 김다흰 배우께 하고 싶다.


: 시나리오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지만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작품 같기도 해서 걱정이 많이 됐는데, 감독님이 촬영 중간에 이런저런 말씀을 많이 해주신 게 용기가 되었다. 덕분에 작품이 잘 나온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진행 : 김다흰 배우는 스크린보다 무대에서의 연기 경험이 훨씬 길다. 스크린 상에서 말을 할 수 없는 연기를 한다는 것이 감독과 배우 모두에게 굉장히 큰 도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연기에 대해서 두 분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가 궁금하다.


: 솔직히 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웃음) 작년 11월쯤부터 워낙 많은 일들을 겪어와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지는 않은데, 배우의 능력을 믿어서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연출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력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전투에 임하는 장수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럴 줄은 몰랐어요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 배우가 가진 역량과 장단점을 다 파악하고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게 연출자의 역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출을 하는 데 있어 생각에서 크게 벗어난 적은 별로 없었다. 현민이라는 캐릭터는 흠 없이 맑은, 일종의 속죄양 같은 존재인데, 실제로도 (김다흰 배우가) 영혼이 순수한 사람이다. 만일 이 친구가 개런티를 크게 받아서 사람이 확 바뀐다고 하면 충격을 받아 영화판을 떠날 것 같다. 현민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디렉션을 준 것은 거의 없다. 디렉션을 주는 게 오히려 연기에 방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진행 : 표정과 몸을 많이 써야 하는 연기를 해야 했는데, 혹시 현민 역할을 하면서 든 어떤 생각 같은 게 있는지.


: 일단 촬영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감독님과 세 번째 작품을 함께 했는데, 연기에 대해 별다른 말씀을 해주지는 않았다. 다만 잘하고 있어같은 용기를 주는 말은 많이 해주셨다. 마지막 촬영에서 기도하는 장면을 찍기 직전에 ‘잘하고 있으니까 네가 하고 싶은 기도 세 가지는 준비해 봐라라고 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 말을 할 수는 없는 배역이긴 했지만, 일단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 했으니 세 가지를 서로 다른 느낌과 감정선으로 준비했는데, 감독님이 모두 오케이를 주셨다. 그런 식으로 용기를 북돋아 준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 평소 제 방식의 디렉션은 아닌데, 아마 그 장면이 대사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편집 때도 어떤 장면을 썼는지 생각이 잘 안 난다. 시나리오를 쓰고 나면 그 뒤의 상황을 잘 기억 못한다. 작품에 대해서 가장 설명이 잘 될 때는 시나리오를 쓰고 난 직후이지, 그 다음부터는 워낙 많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일일이 기억을 못한다.


진행 : 혹시 큰 개런티를 받는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웃음)


: 월세 내고 겨울에 걱정 없이 난방 틀고 차도 사고 싶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웃음)

 

 





관객 : '기섭'의 분량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했다. 기섭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여러 가지 해결되는 과정들이 영화의 주가 되는데, 기섭은 현민과 달리 예수님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의 죄를 바라보고 또 나름의 방식으로 그 죄를 해결하고자 한다. 감독님은 둘 중에 어느 쪽의 입장에 더 가깝나. 기섭이라는 인물은 추후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작품을 만든 목적에 대해 다시 말을 꺼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을 만든 목적은 크리스천과 논크리스천 모두를 나는 죄가 없다는 말을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심리적 상태로 끌고 나가자 하는 것이다. 기섭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만든 것은 그 심리적 상태를 총체적으로 잘 드러나게 하기 위함이다. 자기 희생을 하는 사람이 세상에 없다는 맥락은 아니지만, 현민 같은 인물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기독교적 메타포를 담은 상징적 인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둘 중 누구의 관점을 따르느냐의 문제보다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의 문제가 훨씬 중요하다.

이 영화는 노골적인 기독교 영화다. 그렇기에 기독교의 죄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죄라는 것은 결국 하나님과 같이 되는 것이다.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 가치 판단을 하는 것, 이게 원죄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하나? 그렇지는 않다. 다만 우리에게 선악을 구분하고 가치 판단을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해야 한다. 그렇기에 기독교인은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행위가 아닌 믿음으로써 의로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기섭이라는 인물은 그렇지 않았다. 기섭은 '미진'만을 기억했을 뿐 또 다른 피해자인 '아영'을 기억 못 하지 않았나. 인간은 자기 변명이라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선악을 구분하는 판단은 내리지 못한다. 그런데 그 선악을 구분하는 판단 자체는 필요하기에 우리는 그리스도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만 한다.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쁜 목사는 처벌받지 않고 왜 피해자가 회개하나?’ 기독교적 관점에서 말하는 회개란 악행을 반성하는 것이 아닌 나의 본성을 깨닫는 것이다. 성경에서 세례 요한이 말하는 건 단 하나, 나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것이다. 회개하지 않고 은혜, 사랑, 공의, 정의, 은혜 같은 기독교적 가치를 말하는 건 특권이 된다. 기섭은 다시 강요섭 목사와 싸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또 그 싸움에서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핵심은 기섭이 다시 세상으로 나갔을 때 자기 방식이 아닌 하나님의 방식으로 싸울 것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이 아끼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에게 준 기섭의 딸아이의 마음이 고양이를 죽인 것처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 진심이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기섭도 마찬가지다. 불의에 맞서 싸운 일 자체는 훌륭한 일이지만, 하나님의 방식이 아닌 자신의 방식으로 싸운 것은 죄다.

 


관객 : 김다흰 배우님께 질문 드리고 싶다. 캐스팅이 된 후 긴 준비 기간을 가졌을 것 같은데, 그 기간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나 특별히 써둔 성경 구절 같은 게 있나. 다른 캐릭터와 큰 교류가 없는 역할인데, 고립된 감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 특별히 메모를 해둔 것은 없고 가장 많이 생각했던 부분은 감독님이 현민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시나리오 전체에 감독님의 구상이 가득 차있다고 느꼈고 감독님의 생각에 가장 잘 부합하는 현민의 모습이 어떤 지를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다른 배우들과는 촬영에 들어갈 때를 제외하면 서로 친하게 지내고 또 자주 만났다.



관객 : 극 중에 무당이 등장하는 악몽 같은 부분이 있다. 아이가 울면서 아버지라고 부를게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의 의미가 궁금하다. 원로 목사의 원죄라는 것은 혼외 자식을 가지게 된 죄가 요섭에게 대물림이 되었다는 맥락에서 넣은 설정인가.


: 영적 치유가 필요한 대상을 강원로 목사가 사적으로 취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인데, 현민과 요섭 둘을 낳았다는 점에서 그 관계가 일회성이 아닌 셈이다. 강요섭 목사가 경상도 억양을 쓴다는 것은 그 혼외 관계가 적어도 10년은 지속됐다는 암시다. 강원로 목사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은 요섭의 상처고, 강원로 목사가 요섭에게 세게 나가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아들들에게 죄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 장면들을 몽타주로 표현한 것은 이야기 자체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관객 분들이 짐작만으로 (이야기를) 넘기게 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실화는 아닌 허구다.



 




관객 : 영화를 만든 목적을 말씀해 주셨는데, 그래도 교계에서 일어난 수많은 일들을 보면서 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지, 어떤 배경에서 이런 주제로 영화를 만둔 건지 궁금하다. 개인적인 고민과 기도 속에서 대답을 얻으셨는지도 궁금하다.


: 제가 젊을 적에 기독교인들 모아서 기독교 영화 한 번 찍자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게 엎어지고 나니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좋은 말로 포장했지만 결국에는 그 영화로 입봉하고 싶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예수의 이름을 판 것인데, 교회의 일 태반이 그렇다. 교회와 하나님의 이름을 팔아서 자기의 욕망을 채우려 들지 않나. 그래서 더 이상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때 영화를 만들자고 다짐했는데, 어떤 재단에서 제의가 들어왔다.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말씀과 삶을 돌아보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죄에 대한 문제를 다루려고 자료 조사와 취재를 했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 저는 3대째 모태신앙이고 주일학교 교사 일을 10년 정도 하고 있는 평범한 신도인데, 한국 교회와 사회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다. 연락이 닿는 분들이 분쟁이 있는 교회의 TF 팀에 소속되어 있기도 했다이 작품을 해야 할 지를 두고 5년 정도 고민했다. 단 하나 결심한 건 상업적 자본을 가지고 만들지는 말자는 것이었다. <동주> 만들고 빚을 갚고 나니 이 영화를 만들 돈이 남아서 더 늙기 전에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목사님들을 취재하면서 그들의 민낯을 보게 되어 너무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영화를 보고 논크리스천들도 회개와 고백을 하는데 목사님들 중에서는 그런 분들이 하나도 없었다. 왜 영화에서 죄가 없는 사람이 회개하냐는 질문을 당연하다는 듯이 하기도 하고, 왜 저런 어려운 설교를 할머니들에게 하고 있냐는 말도 들었다. 목사 분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너무 힘들었다. 결국 타인의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는 말 아닌가. 어떤 여학생은 저를 붙잡고 고맙다고 하면서 30분 넘게 펑펑 울더라. 알고 보니 교회 목사와 신학교 교수들에게 성폭력을 당한 학생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아무도 안 듣는다. 무수히 많은 목사님들이 이 영화를 봤지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인다. 한국 교회 이대로 좋은가?’와 같은 주제로 인문학자인양 온갖 객관적인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인문학적 소양이 그만큼 깊지도 않을뿐더러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그렇게 큰 담론을 나누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잘못됐다. 그걸 외면하는 건 절대 평화가 아니다. 예수님은 절대 스스로 평화를 위해 오시지 않았다고 하는데, 한국 교회는 불행하게도 그렇다. 그게 여전히 가장 고통스럽다.

 


관객 : 마지막 기도에서 드러나는 섬세한 감정들이 실제 경험이 아니면 나오지 못할 말 같았다. 사랑이 서툰 딸아이가 언젠가는 (정의감에 불타는) 청년으로 자랄 텐데, 그 딸아이가 기섭과 똑같이 부딪히려고 한다면 기섭은 그 딸아이에게 뭐라고 말할 것 같은가.


: 정확히 보셨다. 말씀하신 것처럼 개인적 경험이 분명히 담겨 있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몰랐는데 마지막 기도의 내용과 똑같은 내용이 시편 115장에 나오더라. 개봉하고 나서 알았다. 성경을 읽어 보시면 하나님이 사람을 통해 일하는 방식은 명징하다. 그 사람의 자아를 가루로 만들어 놓는 것이다. 하나님이 (사람을 통해) 직접 일하실 때는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단 한 톨의 자아도 다 때리고 부수어야 한다. 실제로 사도 바울도 하나님이 눈을 멀게 하셨다. 그런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다면 마지막 기도가 이해가 될 텐데, 저는 스물 아홉 살에 그런 신앙적 경험이 있었다. 스무 살 때부터 연출부 생활을 10년 정도 하는 동안 정말 말도 안 되는 고생을 했다. 다른 감독님들에게 공짜로 써준 시나리오도 몇 십 편이고. 정말 영화를 할 수 없는, 영화감독이 절대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아무 것도 볼 수 없고 잘 수도 없고 말 할 수 도 없는 병을 한 열흘 정도 앓았는데, 딱 그때부터 상업영화 계약을 하는 데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개인적인 신앙과 비전을 너무 말한 것 같긴 한데, 제가 기섭이라면 솔직히 아이에게 아무 말도 못할 것 같다. 저도 딸이 있는데, 결국은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애를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는 키우는 게 아니고 아이가 스스로 크는 거다. 제일 좋은 건 아이가 자기 인생 똑바로 사는 거고, 그 다음 중요한 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대하듯 믿음을 주는 거다. ‘강요섭 같은 사람을 내가 아는 데 저런 사람은 가까이 하지도 말아라라는 식으로 옆에서 충고를 얼마나 하고 싶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내를 갖고 믿음을 준다면 될 것이다. 사실 저도 인간인지라 당장 유학 가!’라고 말을 안 할 것이라는 장담은 못 하겠다.(웃음)

 





관객 : 김다흰 배우가 연기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은데 현민이라는 캐릭터가 연기 경험을 통틀어서 어떤 의미로 와 닿았나. 그리고 한 십 년쯤 후에는 이 캐릭터가 어떤 의미로 기억될 것 같나.


: 원래 연기자가 꿈이 아닌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영화를 찍고 싶어하는 친구가 전국 청소년 단편 영화제에 출품한다고 캠코더를 들고 와서 같이 영화를 하자고 하더라. 고향이 대전인데, 대전에서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그 때부터 연기가 재밌는 일이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그 친구가 힘을 받아서 겨울방학 때 한 편을 더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애들이 영화도 연기도 다 이상하다고 하더라. 연기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학원에 찾아가 처음 배우기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다. 그 친구는 감독 준비하고 있는데, 저에게는 은인 같은 사람이다. 현민 역할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캐릭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GV를 하게 해준 캐릭터이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로마서 8:37>도 절대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다.

 


관객 : GV 초반에 감독님이 한 말씀의 연장에서 질문하고 싶다. 이 영화는 노골적인 종교 영화라고 하셨고 저도 동의한다. 그런데 하나님의 방식으로 나아간다는 말에 대해서는 여전히 감이 안 잡힌다. 성폭력을 객관적으로 공론화하고 다른 방식으로 대처를 한다는 건 과연 어떤 방식이 될 것인가.


: 하나님의 방식이라는 것은 지극히 종교적인 표현이다.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하자는 말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신앙은 쟁취의 대상이 아니다. 신앙은 태도의 문제이다. 어떻게 보면 인생도 마찬가지 같은데, 저는 영화가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게 굴레나 우상인지 처음에는 결코 알지 못했다. 창작을 하고 글을 쓰고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를 하게 된 편인데, 스물 아홉 살 때의 경험을 지나면서 영화라는 예술을 버리고 나니 비로소 그게 우상이고 굴레라는 걸 알았다. 우상이란 내가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성취하는 건 사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영화를 하면서 타르코프스키처럼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고 해서 의미가 없는 것인가? 천만 영화를 안 만들어서 의미가 없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인생의 가치와 목표라는 건 무엇을 쟁취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닌, 내가 생각하는 방식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나님의 방식이라는 것도 정해진 매뉴얼에 따르라는 말이 아니고 하나님을 중심에 두고 살아가라는 태도를 취하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방식을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신앙생활을 할 수도 있는데, 그런 답을 주는 곳은 아무 곳도 없다. ‘하나님의 방식은 이런 것이다라고 답을 주듯이 성경을 설명하는 사람은 이단이자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사람들을 피해라.

 



진행 : 논크리스천도 크리스천도 아닌 안티크리스천도 계실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로마서 8:37>은 종교 영화지만 한 편으로는 정치스릴러 같기도 하고 성장 영화 같기도 하다. 김다흰 배우가 연기한 현민 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들의 전사가 궁금해지는 풍부한 서사를 가진 영화다. 본인의 종교적인 관점까지 스스럼 없이 밝혀주신 감독님과 김다흰 배우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면서 GV를 끝내고자 한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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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는 것  인디포럼 월례비행 <우경>  대담 기록


일시 2017년 11월 29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응수 감독, 유운성 평론가

진행 변성찬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신 님의 글입니다.




 

월례비행의 11월 작품은 김응수 감독의 <우경>이었다. 10년 전에 이미 촬영을 마쳤지만 이제서야 뒤늦게 관객들을 방문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경>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한겨울에 영화를 마주할 수 있었다. 상영이 끝나고 김응수 감독, 유운성 평론가와 변성찬 평론가의 대담이 있었다.

 

 





변성찬 평론가(이하 ) : 영화에 제작연도가 기재되어 있지 않는데요, 올해 공개된 신작임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에 촬영된 영화라고 알고 있습니다. 영화를 언제 촬영했는지, 어떤 계기로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응수 감독(이하 ) : 제작연도를 써넣지 않는 태도는 앞으로도 유지하려고 합니다. 인생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항상 써놓으면 바꾸고 그래야 하더라고요. 실제로 찍은 건 10년 전입니다. 영화를 제작한 배경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야 할 같은데, 전작인 <과거는 낯선 나라다> 찍고 나서 후반작업을 진행할  유운성 평론가가 사적으로 후반작업을 돕고 싶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때는 마다했는데, <우경> 찍고 싶어졌을  연락을 했죠. 보내주겠다던 돈, 지금 주면 안되겠냐고.(웃음당시에 정말 사적인 동기로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영화는 사실상 유운성 씨가 제작의 실비를 대주신 영화입니다. 자막에 기재되어있죠. 그런데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이 몰려서 최종 작업이 늦어졌고 10년 만에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 그런 과정이 있었군요. 제가 영화를 처음 알게 계기도 유운성 평론가를 통해서였는데요, 당시에 마디를 하시더라고요. “좋아요.” 그래서 궁금합니다. 영화에 대해서 마디 해주시죠.

 

유운성 평론가(이하 ) : 영화 내적인 이야기는 이따가 자세히  있을 같아요. 영화를 처음 것도 벌써 오래 전입니다.  10 정도 같습니다. 김응수 감독님이 충주에 계실 적에 집을 방문해서 감독님이 만든  편의 가편집본을 내리 봤던 기억이 있는데 좋게 보았습니다. 그 이후로 저도 오늘 처음 겁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는데 차근차근 얘기해보겠습니다.

 


: 영화는 정말 제목에 충실한 영화죠. 장면을 빼고는 '우경'이라는 인물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우경이 눈이 안보인다는건 알겠는데, 사실이 애매하게 표현된 부분이 있습니다. 스틱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 후반부에는 맹인에게 할애되기 힘든 시점숏이 활용되기도 했고요.

 

: 주인공은 실제로 유전적인 이유가 있어서 앞을  봐. 희미하게 보인다고 했는데 지금은 상태가 안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동네에 직선으로 나있는, 장애물이 없는 길은 그냥 걸어가기도 하는데, 모르는 길의 경우에는 저희가 가이드를 하기도 하고, 본인이 어떤 식으로든 감지를 했습니다. 우경이 실제로 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닌데, 스틱을 보여주는 순간 영화의 어떤 지점이 와해되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각장애인에 대한 영화구나' 식으로  닫혀버릴  같은 느낌이죠. 그래서 영화에는 그런 명확한 단서들보다 낯선 것들을 많이 담으려고 했는데, 과정 속에서 사실 저도 인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때가 많았어요. 촬영 날부터 해야 하고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몰라서 당황을 많이 했고 그런 흔적이 영화 안에도 녹아있는 같습니다. 찍으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영화를 만들 때 사용하는 수단들이 무용지물로 변해버리는 같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서 어떤 음악을 부가적으로 더했다면 내면에 대한 묘사를 더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영화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거. 저는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니까요그리고 시점 숏에 관해서는, 숏을 인물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같습니다. 장면은 우연하게 포착한 느낌이 살아있어서 사적으로 좋아하는데요, 짜여진 듯한 일관성을 깨뜨리는 부분도 있는 같아서 마음에 들기도 합니다.

 

: 영화의 사운드 편집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감독님은 영화에서 음악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기도 한데요, 영화의 경우는 소리가 거의 없습니다. 유일하게 삽입된 같은 소리가 시계가 작동하는 소리인데요, 이런 부분에 대한 코멘트도 부탁드립니다.

 

: 특별한 의미는 습니다. 처음에는 잉마르 베리만 <침묵>(1963) 시계소리와 같은 압도적인 느낌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그런 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던 같아요.

 






관객 : 영화를 얼마나 오랫동안 찍은 건지 궁금합니다.

 

: 10회 정도 찍은 같아요. 주말마다 내려가서 찍었습니다.

 

: 그럼 영화의 후반부에 나오는 여행은 며칠인건가요?

 

: 그것도 한 번에 가지는 못하고 번에 나눠서 갔던 같습니다. 생업에 종사하는 친구이기에 길게 나가있을 수도 없어서 주말에 시간을 내서 갔죠.

 

: 여행을 간다는 설정은 먼저 제안을 하신 건가요

 

: 여행을 해야 한다는 정확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제가 영화 제작을 하면서 처음과 끝을 분명하게 설정해서 만든 영화는 없습니다. 저는 항상 제작 과정을 즐기려고 하는데 그런 성격이 영화에 투영된 같기도 해요. 다만 이런저런 장소들을 방문한 데에는 각각의 이유가 있습니다. 가령 우경이 이전에 자살시도를 하다가 실패를 하고  이후에 고향에 내려가 술만 마시면서 살았던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수녀님이 우경에게 주일학교 교사를 시켜서 그걸 계기로 마음을 다잡아 안마를 하는 법도 배우고 공부도 시작했다고 해요. 그런 이야기 때문에 성당을 방문하는 장면이 영화 안에 있어. 절은 우경이 아버지를 떠올릴 있는 공간이라고 하더라고요. 눈병이 아버지 쪽 유전이라고 해요. 아버지도 약시고요. 그래서 아버지를 떠올리며 자주 계시던 절을 방문한 것입니. 바다와 강은 헤어진 여자친구와의 인연이 있는 장소라고 했습니다. 여자친구도 시력이 안 좋은 사람이었는데, 동반자까지  그렇게 살기는 어려워서 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을 모두 일관성 있거나 의미 있는 이야기 단위로 환원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그런 시도를 애초에 크게 염두에 두지는 않았습니다.

 

: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있자면 영화가 우경이라는 인물에 대한 다큐멘터리처럼 들리는 부분이 없지 않은데, 사실 영화는 통상적인 기준에서 사용하는 연출의 정의를 생각해본다고 해도 다큐멘터리보다는 극영화의 문법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후반부에서 새떼를 보는 시점숏뿐만 아니라 초반부에 방안에서 이런 저런 행위를 하는 장면에서도 카메라가 주인공 삶을 많이 관찰해서 재구성해낸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령 커피를 끓이는 장면에서 우경의 손만이 클로즈업된 인서트숏이 그렇죠. 맹인이 아니라면 행위자의 주관적인 인상으로 다가올 있는 장면은 우경이 맹인이기 때문에 카메라가 호기심을 가지고 인물을 관찰하는 같다는 인상을 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내 장면의 연출 전반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 영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영화를 찍고 이후에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야 '아, 이게 그런 행위였구나.'라고 깨달은 점도 많습니다. 분의 세계에 대해서 제가 알기가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호기심 어린 태도로 촬영을 장면도 많은 같아요. 설거지를 하는 장면의 경우는 제가 설거지를 하던 때의 경험이 떠올라서 주의 깊게 것도 있는 같네요.

 

: 영화에서 생략된 우경의 행위들도 많은데요,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하는 장면은 나오는데 밥을 먹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거나, 지하철을 향해 걸어가는 장면은 있는데 걸음을 걸어 내려가는 장면은 없습니다.

 

: 장면들은 의도적으로 배제한 게 맞습니다. 밥을 먹거나 우경이 구걸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장면이라던가, 간단하게 말하자면 제가 보여주기 싫은 장면은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천상고원이외에 감독님의 작품들을 보면 밥을 먹는 장면이 없습니다. 유일하게 <천상고원>에서 식사장면이 있는데요,  영화는 감독님이 주연을 한 영화여서 스스로 밥을 먹는 장면이 들어가있죠. 영화를 제외하면 감독님은 거의 남이 먹는걸 본다고 생각될 정도로 먹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더라고요.

 

: 분과 대화를 하면서 생각해보니까 제가 그런 장면들을 싫어하는 것 같아요. 뭐랄까, 리얼해 보이거나 삶이 이런거야 강변하는 듯한 장면들을 지극히 싫어하는 같습니다. '삶은 고통스러운 건데 왜 계속 그런 보여주지? 영화는 다른 걸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있는 같아요. 그래서 <우경> 경우도 우경이 처한 현실보다는 우경에 대한 존엄성 같은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 또한 저는 우경에게 다가가려고 노력을 했는데 실패를 했다면 했을 뿐, 우경과 거리를 두려는 식의 기획에서 나온 건 아닙니다. 그런 한계가 영화의 일부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 한마디씩 듣고 자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 분과 함께 이런 자리에 있게 되어서 예전 생각도 나면서 울컥하네요. 앞으로도 자주 있으면 좋겠습니다.

 

: 저도 마침내 영화가 완성돼서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겨울이라는 시기에 맞춰서 보게 된 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는 올해가 십 년 뒤에 복기를 해보면 굉장히 한국영화사에서 암울한 시기라고 기록될 정도로 추락한 해라고 생각합니다. 별별 해괴한 망작들을  보았는, 영화들을 일일이 언급하는 건 활동에 장애가 있기 때문에 안 하겠지만,(웃음그런 와중에도 편의 영화가 결과적으로 좋은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같습니다. <우경> < 친구 정일우> 편인데요, 멋이 없어서 좋아하는 같습니다. <우경> 경우는 영화가 같은 것들이 영화가 되기 직전에 끝나는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인물이 애초에 많이 등장하지도 않고 이야기도 거의 없다시피하고요저는 영화가 미학적이라 좋아하는 건 아니고 뭔가 상쾌하거나 멋이 없어서 좋아하기도 합니다. 지적이고 머리를 쓰는 분들이 아마추어적인 자세로 만든 영화가 <우경> < 친구 정일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2017년의 한국영화는 영화만으로도 괜찮은 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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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될 전쟁을 앞두고,  <국정교과서 516일: 끝나지 않은 전쟁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1월 23(목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백승우 감독, 박재동 화백 

진행 정상민 아우라픽쳐스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휴연 님의 글입니다.



11월 23일, 일주일 미뤄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시간, <국정교과서 516일: 끝나지 않은 전쟁>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진행을 맡은 아우라픽쳐스 정상민 대표와 박재동 화백, 백승우 감독 뿐만 아니라 영화의 제작과 펀딩에 참여한 정지영 감독, 김민웅 교수, 조창희 전교조 위원장 등이 객석에서 함께해 주었다. 






정상민 대표 (이하 진행) 오늘은 수능날이라 여러 가지로 교육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영화를 보며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갖게 돼서 뜻깊. 영화를 연출하게 된 의도가 궁금하다.

 

백승우 감독 (이하 백승우) : 저번 정권이 개인적으로는 극우정권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권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첫 번째가 세월호, 두 번째는 국정교과서 문제였다. 광화문 집회에 나갔는데 그곳에 독립영화 감독들이 많이 있었다. 현장에서 기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안심하기도 했다. 그런데 국정교과서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아서 정지영 감독님께 국정교과서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처음에는 영화의 제작비를 어떻게 마련할까 고민을 했다. 2015년 당시에 국정교과서를 주제로 한 영화를 제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박재동 화백, 명진 스님, 김민웅 교수 등 9명이 다음 스토리펀딩에 연재를 하는 방식으로 도와주셨고 이 과정에서 모인 2100만 원, 거기에 좀 보탠 약 3000만 원 정도로 만들었다.

 

진행 : 박재동 화백은 펀딩에 참여할 때 어떤 생각이었는지 궁금하다.

 

박재동 화백(이하 박재동: 할 때가 됐네 싶었. 2015년은 굉장히 짜증나고 고통스러운 상황이었다.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었는데, 영화를 만들 생각을 왜 못했지 생각을 했다

 

진행 :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박재동 : 극장에서는 처음 봤다. 영화 자체는 두 번째 본다보고 난 뒤에 감독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천천히 다시 생각해볼 만한 일이고, 그런 일을 전문가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잘 정리해줬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감사하다.

 




진행 : 객석에 앉아계신 김민웅 교수님은 기획자로써 이번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김민웅 교수 (이하 김민웅) : 역사의 엄중성에 대해 재확인하는 기회였다. 일본의 역사인식이 점점 더 왜곡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경우엔 어떤 형태의 역사 지도를 그려가야하나 생각도 들었다. 그런 면에서 후속편이 만들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통해서 새롭게역사의 그림을 어떻게 다시 그려가야할지 논의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박재동 : 남북한 문제도 그렇고,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앞으로 이야기해야 할 여지 또한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진행 : 영화를 본 많은 분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이야기인데, 왜 촛불, 세월호, 강정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냐는 질문을 한다. 이 질문에 대답은 어떠신지?

 

백승우: 처음 이야기를 구성할 때 학생들이 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너무 TV 프로그램같은 느낌은 아니었으면 좋겠고. 역사학자들의 말은 안전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학자의 특성이기도 하다. 증거가 있고, 밝혀진, 팩트에 근거한 이야기만 하는 게 학자의 발언이다. 그래서 전반적인 구성으로 학자들의 이야기를 놓고, 교과서로 치면 심화, 응용을 하듯이 이후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을 보여주는 식으로 구성하고자 했다.

 

김민웅 : 영화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애초에 국정교과서의 의도가 말 잘듣는 노예를 만들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저항한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이 영화를 통해 해석하면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재동 : 마찬가지로 세월호, 물대포 장면들이 나올 때, 국정화 교과서를 만들려는 사람들의 역사와 우리의 역사가 극명하게 대립하는 장면으로 읽었다.

 

진행 : 그런 면에서 주요하게 등장하는 개념이 '역사전쟁'이라는 말인데, 감독님에게 한마디로 역사전쟁은 무엇이었는지 설명을 부탁드린다.

 

백승우 : 역사전쟁은 역사가 기록된 이후로 계속돼온 것이고, 이것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조금 더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지배자와 지배를 받는 사람 사이의 세계관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찍으면서 독일의 케이스를 인상적으로 봤다. 68세대의 등장 이후 3-40년간 기성세대와의 싸움을 거치면서 지금의 독일로 이어졌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누가 다수, 혹은 주류를 이룰것이냐, 그래서 누가 상식을 이룰 것이냐 하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진행 : 역사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판결받은 뒤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만 보아도 그렇다. 이후에도 전교조는 농성을 하고 있는데, 입시위주 교육 폐지, 대학평준화 도입 촉구, 이런 이야기들 또한 하고 있다. 전교조 조창희 위원장님은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조창희 위원장 : 촛불 역사교과서가 탄생한 것 같다. 해직되기 전에는 중·고등학교에서 역사수업을 했다. 수업하는 장면을 보니까 빨리 학교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전교조의 여러 선생님들에게 영화를 더 많이 소개하고 싶다. 영화에서 제기한 여러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영화 제작하느라 고생하셨다영화를 보며 최근 한국사의 일기장을 들춰보는 느낌이었다. 촛불, 광우병, 백남기 등 이런 사건들이 어떤 이에게는 별개로 다가왔을 수 있다. 하지만 나한테는 한 가지의 큰 문제로 다가왔다. 박근혜 정부가 무너지기 전, 2015년 전교조에서 편집 일을 맡고 있었는데 칼럼으로 썼던 제목이 박근혜의 역사 전쟁이었다. 국정교과서 이야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였다. 이게 말이 되겠나, 진짜 실행되겠나 하는 생각이 대다수였다. 나부터도 그랬다. 하지만 이후로는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있었다. 이후의 흐름을 보면서 역사전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깨어있는 지성, 깨어있는 교사가 필요하다. 더 많은 교사와 학생들이 봤으면 좋겠다.

 







관객역사 교수, 교사들은 넓은 의미로 동업자라고 불린다. 박재동 화백, 백승우 감독은 이 업계에 있지 않으신데, 업계를 넘어까지 문제의식을 확장해준 셈이어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려진 진실이 빛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영화 제목을 보면서 516일이 지나고 역사전쟁이 끝나지 않았나 싶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이해가 됐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