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스페이스가 관객 여러분과 함께 마련하는 값진 상영회!

개봉 1주년을 맞이하는 작품 중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투표로 선정해주세요.

지난해에 아쉽게 놓친 작품이 있다면, 혹은 스크린을 통해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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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2017년 11월의 '인디돌잔치'의 영광은 어떤 작품에게 돌아갈까요?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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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작

① 야근 대신 뜨개질 (감독 박소현 | 2016년 11월 17일 개봉)

② 연애담 (감독 이현주 | 2016년 11월 17일 개봉)

③ 나의 살던 고향은 (감독 류종헌 | 2016년 11월 24일 개봉)

④ 혼자 (감독 박홍민 | 2016년 11월 24일 개봉)


● 투표기간: - 11월 19일(일)

● 발표: 11월 20일(월) 이후

● 상영일: 11월 28일(화) 저녁 

(입장료: 7,000원 / 인디스페이스 멤버십, 후원회원 무료)


* 투표에 참여해주신 분들 중 5명(1인2매)을 추첨하여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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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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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에 꾼 봄날의 꿈  인디돌잔치 <춘몽>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0월 31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장률 감독 | 배우 한예리, 이주영, 윤종빈, 박정범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선우 님의 글입니다. (사진 제공 신소영, 김은혜 님)




시월의 마지막 밤, <춘몽>의 돌잔치 손님들이 인디스페이스 가득 봄을 몰고 왔다. 기분 좋은 북적임이 대기 시간을 채웠고, 순간순간 터지는 웃음소리가 상영 중 또 하나의 음향이 되었다. 흑백의 스크린이 색색이 물들기까지, 관객들의 따스한 기운이 영화에 전달된 것만 같았다. 봄날의 꿈을 기억하는 이들이 모인 가을밤. 1년만의 꿈 풀이를 위해 <춘몽>의 감독과 배우들도 자리해주었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행): 개봉 1년이 지난 지금, <춘몽>은 어떻게 기억되는 작품인지 여쭙고 싶어요.



장률: 벌써 1년이 지났네요. 배우들과 함께 고생하면서 재밌게 찍은 영화입니다. 오늘 이렇게 배우들 다시 보니까 너무 좋습니다.



한예리: 작년에 촬영할 때 되게 행복했어요. 최고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으로 찍은 영화인데, 영화 안 예리도 굉장히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렇게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이주영: 되게 오래 된 것 같기도 하고, 엊그제 일 같기도 합니다. 비록 봄에 찍은 영화임에도 가을이 많이 생각나는 작품입니다.



윤종빈: 저에게 <춘몽>은 앞으로 술자리에서 말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영화입니다.(웃음) 장률 감독님과 술자리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영화를 찍어보자 했을 때, 실현이 될 줄은 몰랐어요.



관객: 예리가 중국에서 온 역할인데, 말투만 들으면 그걸 느끼기 힘들어요. 감독님께서 디렉팅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장률: 예리는 좀 일찍이 한국에 왔습니다. 그러면 말투가 다 서울 말투로 변하게 됩니다.



한예리: 감독님 말씀처럼 예리는 좀 일찍 한국에 왔고요, 외국에서 온 어린 친구들은 빨리 말을 습득하고, 말투도 바꾸려고 노력한대요. 예리도 어린 나이에 한국에 왔고, 본인이 연변에서 왔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관객: <춘몽> DVD를 보니 삭제된 장면 중에 예리와 주영의 키스신이 있더라고요. 이 장면의 의미, 그리고 최종적으로 삭제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장률: 두 사람이 키스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찍었습니다. 편집 단계에서 아쉽게 그 장면이 날아갔습니다. 예리 씨와 주영 씨는 많이 아쉬웠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DVD에 넣었습니다.(웃음)





관객: 굉장히 신기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리가 자꾸 춤을 춘 이유가 궁금합니다.



장률: 예리 씨가 (실제로) 무용 전공입니다. 언어로 표현이 잘 되지 않을 때 몸을 움직이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한국영상자료원에 가끔 가서 영화를 보는데...



한예리: (한국영상자료원) 트레일러에 제가 나와요. 감독님이 그걸 봐서 제가 춤을 추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진행: 예리가 감정적인 부분을 표현할 때 말로 옮기지 못하고 춤을 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되게 자연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 예리에게 춤이 있다면 주영에게는 오토바이가 있고, 종빈에게는 우유가 있고.(웃음) 소품과 관련해서 해주실 말씀 있나요?



이주영: 저는 항상 오토바이나 축구공과 함께 등장을 했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장면도 풀 샷으로 한 컷 정도 있었어요. 담배 피우는 촬영은 꽤 많이 했는데, 아쉽게 편집이 되기도 했습니다. <춘몽> 찍을 때 항상 제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을 했어요. 되게 아득한 기억이네요. 당시에 살던 혜화에서 수색까지 넉넉잡아 4-50분 되는 거리였는데, 이동할 때부터 영화 안 주영이 되어서 가는 느낌이라 되게 색달랐고 좋았어요.



윤종빈: 우유를 빨대로 마시는 게 굉장히 오랜만이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별 생각 없이 마시다가 배가 아파서 나중에는 우유를 물로 바꿨던 기억이 납니다.



박정범: 소품은 아니고 영화상에 나오는 집이 제 집입니다. 현재 철거를 하게 돼서 이제는 다른 곳에서 사는데, 이 영화에 담긴 집이 이제 없어질 곳이라는 게,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옛날 생각이 난다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관객: 영화 끝 부분에 영정사진이 나오고 나서부터 영화가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예리 배우가 있었던 순간이 꿈이었던 건가요?



장률: 이 영화는 거의 흑백 영화라고 볼 수 있죠. 영정사진이 나왔다하면 영화 안의 예리가 다른 세상으로 갔다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영정사진까지는 흑백이에요. 그 후에 카메라가 바 쪽으로 건너가서 세 친구를 찍는데, 그렇다함은 카메라가 위치를 바꾸면서 예리의 시선이 됐지 않았겠는가. 찍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예리가 다른 세상에 갔다면 이쪽 세상 사람들인데 어떤 시선을 주겠는가. 그러면 조금 더 따뜻한 칼라의 색감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컬러로 바꿨습니다. 이거는 제 생각이고 예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한예리: 작년에도 누군가 그런 질문을 했는데요,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든 본인이 하는 생각이 맞는 거라고 답했어요. 꿈에서 깬 건지, 꿈에서 시작을 한 건지, 예리의 꿈인지 아닌지조차도 본인이 생각하는 대로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습니다.



관객: <춘몽>이라는 제목을 어떻게 붙인 건지 궁금합니다.



장률: 봄날에 찍었습니다. 일장춘몽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사실 춘몽이라는 것은 '야한 꿈'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이 제목으로 하면 관객이 좀 더 들지 않겠는가.(웃음) 봄날에 잠깐 꾸는 꿈?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관객: 제목이 영화 중반에 나오는데, 그렇게 편집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장률: 제목을 보통 앞에다 놓지 않습니까. 이 영화에서는 어디에 제목을 두는 게 제일 맞겠는가 생각하다가 그렇게 하게 됐습니다. 카메라 시선과 예리의 시선이 겹쳐지다가 비몽사몽의 느낌으로 보이도록 해서 거기에 두는 게 제일 맞지 않겠는가.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했습니다.







관객: 캐릭터들을 구상할 때의 순서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감독이자 배우인 분들을 캐스팅했는데, 실제 모습을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구상했는지, 전반적인 얘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장률: 처음 시작할 적에는 예리를 생각하지 않았어요. 세 명 감독과 술자리를 하다가 같이 영화를 하는 게 어떻겠는가 얘기했고, 세 명만 나오면 관객이 들지 않을 것 같아서 예리에게 부탁했죠. 그렇게 세 명이 예리를 다 사랑하고, 아름다운 주영까지 나서서 예리를 좋아하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해두지 않았어요. 다 찍다보니 그렇게 된 거고, 영화 속 캐릭터들은 사실 우리가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는 잘 보이지 않아요. 실제로는 있는데, 주변에는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수색역 부근에 가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세 감독의 전사나 이전 캐릭터들의 어떤 부분을 끌어들여오고, 찍으면서 그 캐릭터들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진행: 이 캐릭터들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를 찾아보면 <춘몽>을 더 재밌게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객: 시작할 때부터 거울이 자주 등장하더라고요. 거울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장률: 그런 동네에 가보면 거울이 많이 보여요. 다른 동네에는 길에 거울이 잘 보이지 않아요. 또 이렇게 얘기하면 재미는 없는데, 꿈과 거울이 어느 정도 연상이 되잖아요. 꿈속의 공간, 그 밖의 공간. 그런 재미없는 생각도 해봤고. 아무튼 그 동네의 분위기가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관객: 극중 주영이 예리에게 써주는 시가 되게 좋더라고요. 어떤 분이 쓴 시인건지 궁금합니다.



장률: 이 영화의 스크립터가 시인입니다. 그분께 부탁해서 넣게 되었습니다.



이주영: 사실 감독님이 저한테 써보라고 했어요.(웃음) 예리에 대한 마음을 담아서 써봐라 해서 문자로 보내드렸는데, 좋은데 안 되겠다고 하셨습니다.(웃음)



진행: 언젠가 그 시도 공개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주영: 안 될 것 같아요.(웃음)



관객: 영화 중간에 고양이가 나오잖아요. 그 고양이를 현장에서 섭외한 건가요?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장률: 동물을 찍는 게 제일 어렵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좀 잘 찍는 것 같습니다. 훈련한 고양이를 데려올 수는 없었고 그 동네가 철거 중이다보니 길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운명에 한번 맡겨보자! 그래서 예리가 나섰습니다. 예리가 고양이를 오랫동안 키웠습니다. 예리가 나타나니까 그 고양이들이 거짓말처럼 오고, 말 잘 듣고. 예리 저세상에 간 다음 주영이가 집 앞에 앉아있지 않습니까. 그 고양이가 또 와요. 그렇게 운 좋게 찍은 겁니다.



진행: 거의 전지전능 예리, 전지전능 주영이지 않나 싶습니다.





관객: 예리가 옷장 속에서 나오는 장면에서 영정 사진이 나오기 전인데도 그 옷장이 왠지 관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거기서 기도를 했다는 대사가 영화 속에서 나오는데, 무슨 기도를 했는지 궁금합니다.



장률: 헌팅 할 적에 지다가다 보니 어느 집에서 자개장을 버렸어요. 그게 눈에 인상 깊게 들어왔어요. 그래서 소품팀에게 그걸 누가 실어가지 않도록 어느 구석에 갖다 놓으라 했습니다. 그러다 촬영에 들어갔는데, 누군가 거기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겠는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한 겁니다. 관까지는 생각 못했습니다. 들어가서 어떤 기도를 하겠거니 생각했고, 그 기도의 내용은 전혀 모르고, 물어도 보지 않았는데, 오늘은 저도 궁금합니다.



한예리: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죽음에 가까웠던 사람들이 옷장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도를 할 때 저는 다음 장면에 양익준 배우님을 만나면 할 얘기들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실제 대사를 생각하고 있었어요.(웃음) 예리는 죽음을 계속 예감해왔고 준비했습니다. 내가 죽고 나서도 별 탈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주영에게 ‘싫어’가 아니라 ‘미안해‘라고 한 것도 본인이 죽을 사람인 걸 알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잘못하고 싶지가 않았던 거고 세 명의 남자에게도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관객: 영상자료원에서 네 사람이 보는 영화가 장률 감독님 작품으로 아는데, 왜 그 영화를 넣은 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감독님의 이전 영화들과 <춘몽>을 보다보면 영화에 대한 스타일이라든지 주제가 조금씩 바뀌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왜 점점 변화된 건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장률: 재미없는 영화를 욕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다른 감독에게 피해를 줄 순 없고! (영상자료원에서 영화 보는) 그 장면 찍을 적에 좋았습니다. 대사로 욕설도 크게 할 수 있고, 다들 촬영을 즐거워했습니다. 영화 스타일이 좀 변하는 건, 삶이 다 변하는 것 같아요. 중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온 지 이제 5년 됐습니다. 학교에서 영화 강의를 하고 영화인들을 만나고 그러면서 정서도 변하고 모든 게 많이 변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정서에 맞게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 것 같습니다. 



진행: 마지막으로 감독님과 배우 분들 끝인사와 함께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또 만날 수 있을지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률: 감사합니다.



한예리: 감독님이 올해 찍은 장편이 내년에 개봉할 예정이고요, 제가 알기로는 <춘몽>보다 더 재미있다고 하니까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문소리, 박해일 주연입니다. 여러분 기대하시는 것보다 더 재밌을 겁니다. 저도 나와요. 아주 짧게 한 컷 정도 나옵니다! 그리고 저는 올 겨울에도 열심히 촬영하고 있고, 새 작품으로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주영: 영화를 찍고 있는데, 이옥섭 감독님의 <메기>라는 작품입니다. 개봉하고 또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윤종빈: 영화 후반작업 하고 있고요, 예리와 주영이 많이 사랑해주세요.(웃음) 감사합니다.



박정범: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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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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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마주한 시간  인디돌잔치 <할머니의 먼 집>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9월 26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소현 감독

진행 정지혜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가영 님의 글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이별의 순간을 맞이 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변하지 않는 영원을 꿈꾸지만 그런 건 없다. 죽음은 우리의 운명이다. 하지만 죽음이 절대적인 법칙임을 알면서도 매번 그 실체를 목도하기란 두렵고 무섭다. <할머니의 먼 집>은 죽음과 맞닿아 있는 인간의 외로움과 고뇌에 주목한다. 이 영화는 우리들로 하여금 죽음과 동시에 과거가 되어버릴 순간을 어떤 자세로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평일 늦은 저녁, <할머니의 먼 집>이 개봉 1년만에 다시 한 번 상영의 기회를 가졌다. 마지막 GV가 아쉬워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는 감독과 모더레이터, 그리고 관객들의 모습이 좋았다.





정지혜 영화저널리스트(이하 정): 이번 인디돌잔치는 <할머니의 먼 집>이 선정됐습니다. 할머니에 대한 영화이다 보니 누구나 공감하며 봤을 것 같아요. 감독님은 오랜만에 관객 분들을 만나는 자리입니다.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소현 감독(이하 이): 영화 개봉을 마무리하고 나서는 진이 빠져서 좀 쉬었어요. 요즘은 건강이 안 좋아져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면서 지냅니다.



정: 인터뷰에서 나중에 할머니를 보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답변하신 기억이 나요. 올해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도 해서 영화를 다시 보는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을 것 같아요.



이: 편집을 하며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개봉한 이후에는 딱 한 번 밖에 보지 않았어요. 어떤 감독님들은 매 GV마다 본다고 하는데, 저는 힘들더라고요.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인데도 그랬어요.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엄마의 요청으로 장례식장에서 영화를 계속 틀어놨었어요.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제대로 본 건 얼마 전 KBS 독립영화관에서 방영했을 때예요. 방금 진행자 분께서 말씀하셨듯이 나중에 할머니를 기억하고 싶을 때 보기 위해 영화를 만든 건데, 진짜 그 이유로 이렇게 영화를 다시 보게 되는 구나 생각이 들어서 많이 울었어요. 과거 인터뷰 당시에는 답변을 하면서도 이런 순간이 정말로 올 거라고 생각을 못했거든요. 할머니께서 돌아가셨고,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정: 영화의 시작 부분에도 나오지만, 감독님이 해외에 있을 때 할머니의 자살시도 소식을 듣고 돌아와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죠. 카메라를 들고 할머니의 모습을 촬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 할머니 화장대에 제가 어렸을 때 할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많았어요. 하지만 대학 진학 후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더라고요. 지금부터라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단순히 휴대전화 카메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요즘에는 동영상 기능이 다 있으니 할머니의 표정이나 행동, 모든 것을 영상으로 그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욕심이 생겨 ‘우리 할머니의 일상을 단편영화로 만들어서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해볼까’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만약 내가 만든 영화가 영화제에서 상영된다면, 할머니의 삶의 아름다움을 많은 관객 분들이 보고 박수를 치고 할머니께서 그 모습을 보신다면, 할머니가 다시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짧은 다큐멘터리를 계획하고 한 달 동안 촬영했고 그 후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야 할지 막막해서 편집도 안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외숙께서 사고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고 사촌 오빠가 외숙 49제 마지막 날 아버지 가시는 길을 영상을 남기고 싶다며 저에게 촬영을 부탁했어요. 이걸 계기로 3년동안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정: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했다가 잘 안 돼서 할머니와 단 둘이 조촐하게 집에서 상영회를 열었다면서요.



이: 네, 그렇습니다.(웃음) 프로젝터를 빌려 할머니 집 마당에서 상영회를 열었습니다. 그 이후 바로 이 극장(인디스페이스)에서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상영의 기회를 가졌어요. 할머니와 GV도 진행했습니다.



정: 극장에서 영화를 처음 보셨을 때 할머니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나요?



이: 할머니께 처음으로 상영 소식을 말씀 드렸을 땐 믿지 않으셨어요. “뭐 하러 서울 사람들이 나를 본다고 하더냐”라면서 안 오려고 하셨어요. 결국 친척들이 봉고차를 대절해서 다 같이 인디스페이스에 왔어요. 극장 안에 많은 관객 분들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아이고 우리 손주 말이 참말이었네” 하면서 되게 좋아하셨고 기뻐하셨어요.



정: 영화를 보고 한편으로 나이 듦이 뭘까 고민했어요. 죽음을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고민을 다들 가지고 있을 텐데, 할머니의 곁에서 누구보다 시간을 많이 보낸 감독님 또한 죽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이: 사실 영화를 완성할 때까지도 할머니를 많이 사랑하니까 더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마음 속에서 버리지 못했어요. 올해 3월에 돌아가셨는데, 제가 영화 작업을 마치고 1-2월에 화순에 내려가서 할머니를 돌봐드렸거든요. 당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많이 아프셨는데 제가 그 불편함을 대신 처리하고 해결할 때마다 너무 서러워하셨어요. 이때까지 손주들을 돌보고 키워왔는데 이제는 자신이 보살핌을 받는 존재라는 생각 때문이었나봐요.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고 베푸는 것이 할머니의 존엄성을 지켜왔던 부분인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 아파하셨어요.



정: 영화가 개인 혹은 개인 가족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다수에게 이야기 거리를 던져줄 수 있는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촬영에 임하는 감독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논쟁적인 가족의 모습을 더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요양병원에 할머니를 모실 것인가, 영양제를 계속 할머니께 드리는 게 맞나 같은 문제들이 가족 내에서 얼마든지 더 이야기 될 수 있었을 텐데 감독님이 다 거둬낸 건가 의문이 들더라고요. 어떤 자세로 영화작업에 임했나요?



이: 두 가지로 답할 수 있는데, 가족들은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는 취업준비생 ‘나’의 존재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솔직한 모습을 담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어요. 일부러 빼려고 했던 장면은 외숙께서 돌아가셨을 때 할머니가 식음을 전폐하고 거의 일주일 동안을 울기만 한 모습이에요. 죽음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정이 전달이 되기 때문에 굳이 다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어요. 덧붙여 말씀 드리면 1차로 어머니께 보여드렸을 때 본인의 말이 의도와 다르게 보이는 부분이나 혹은 왜곡돼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은 의견대로 편집했어요. 예쁘게 나온 장면이나 대안이 될 수 있는 컷들도 함께 조율하면서 찾았습니다.(웃음)





관객: 영화 제목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할머니의 먼 집’이 단순히 물리적인 뜻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떤 의도로 제목을 지었나요?



이: 처음에는 여름 한 달 동안만 촬영을 계획했어요. 그래서 ‘여름과 외할머니’라는 제목을 지어놨었고요. 하지만 촬영 기간이 길어졌고 4계절의 모습이 모두 담기면서 제목을 바꿔야 하는 순간이 왔어요. 그렇게 고민하던 와중에 한 때 시인을 꿈꾸던 국문과 출신의 친구가 제 옆에 앉아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이거 내일까지 출품해야 하는데 당장 제목 좀 지어봐” 요청을 했고, 친구가 <할머니의 먼 집>이라고 지어줬어요. 집 자체가 할머니의 삶의 공간이면서 모든 삶을 다 보여주고 있잖아요. 이장하는 장면에서 어르신들이 묘를 지칭하며 이제 여기가 할머니의 집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친구는 여기서 공감을 했대요. 할머니가 삶이라는 집에서 죽음이라는 집으로 가는 긴 여정 중 한 부분을 네가 영화로 기록하는 거니까 <할머니의 먼 집>이라고 제목 지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정: 감독님이 출연도 하고 내레이션까지 도맡았어요. 영화에서 우는 모습까지 다 나오고요. 편집과정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이: 편집감독님과 서로 주고 받는 형식으로 편집을 진행했어요. 14차까지 했는데, 제 편집본에는 제가 거의 등장하지 않아요. 우는 장면도 당연히 없었고요. 근데 편집감독님의 편집본에서는 제가 너무 많이 등장하는 거예요. 사적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입장에서 스스로 등장한다는 점이 꺼려졌어요. 실제로도 우는 장면을 가지고 가장 많이 논의했는데, 편집감독님은 진심이 많이 드러나서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서울독립영화제 상영 이후 관객 분들의 반응이 좋아서 결국은 넣게 되었습니다.



정: 예전에 쓴 일기가 영화 내러티브에서 이음새 역할을 해요. 지금 상황과 딱 맞는 일기를 보면서 신기했는데, 어렸을 적 일기를 어떻게 이 영화에 가져오게 됐나요?



이: 단순히 할머니와 저의 어린 시절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재현 다큐멘터리로는 어울리지 않았어요. 마침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선생님께 일기 검사를 강제로 받아야 해서 일기를 빼놓지 않고 썼어요. 제 생애 집필활동을 가장 열심히 한 시기예요.(웃음) 일기장 속에 이야기 거리가 많았고 할머니 손에 자라서 할머니 이야기가 굉장히 많았어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들이 일기장에 그대로 있더라고요.



관객: 처음에 할머니가 술을 권했을 땐 잘 안 마시더니 나중에는 건배도 하고 술자리도 같이 하더라고요. 그렇게 변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 개인적으로 술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할머니가 마을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에게 술친구가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할머니는 손주에게 맛있는 걸 권하고 서로 나누는 것이 행복이었던 거죠. 



정:머니께서 계속해서 “죽어야지” 하면서도 젊음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그 감정이 부러움이라기 보단 회한에 젖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들을 회상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할머니에게 젊음이란 어떤 의미였을까요?



이: 할머니는 너무 부지런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을 행복이라 여겼어요. 나눔을 더 많이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건강과 젊음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걸 잃어서 손녀에게도 못해준다는 현실에 많이 속상해 했어요. 



정: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할 텐데, 다른 방식으로도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감독님에게 화두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이제 가족물은 안 찍으려고요.(웃음) 처음 찍은 영화에 많은 운이 따른 것 같아요. 이제는 가족들이 카메라를 의식하기 시작했어요. 우리 가족들은 오염 됐구나 생각이 들어요.(웃음) 절실하게 찍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다면 그때 다시 촬영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정: 감독님이 NGO활동을 오랫동안 했고 관심도 많다고 들었어요. 예전 인터뷰에서 분쟁지역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그와 관련된 주제가 있나요?

 


이: 건강이 좋아지면 12월에 팔레스타인 지역에 갈 계획이 있어요. 예전에 우연히 중동지역을 갔을 때 만난 관광객이 “이스라엘의 한 올리브 동산에 가면 한 할아버지가 있는데, 이분이 사람들을 먹여주고 재워주니 차비만 있다면 팔레스타인 지역에도 들어갈 수 있고 이스라엘 지역도 관광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그걸 듣고 바로 이스라엘에 갔고 모든 올리브 동산을 찾아서 결국엔 할아버지를 만났어요.(웃음) 그곳에서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 분이 게스트하우스를 무료로 운영하는 이유는 그곳에 일반 관광객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인권 활동가, 국제 변호사 등 많은 분들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겉으로는 게스트하우스로 보이지만 팔레스타인 독립운동의 근거지로 쓰이는 셈이죠.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자료조사 차원으로 갈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 일년 만에 다시 본 영화고 마지막 GV인데요, 어떻게 <할머니의 먼 집>을 간략하게 줄여서 마음속에 간직할 건가요?



이: 할머니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영화이니 할머니 기일 때마다 한 번씩 볼 예정입니다.





우리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잊을 수 없다. 그저 마음껏 슬퍼하고 수만 가지 느낌을 겪어내는 수밖에. 우리의 기억 한 켠에 옮겨 두어 그리울 적이면 언제든 꺼내 회상할 수 있다는 그 사실로 위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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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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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돌잔치 2017년 10 상영작 <춘몽>



디돌잔치는 매달 마지막 화요일에 진행되는 인디스페이스의 프로그램으로, 1년 전 개봉한 독립영화의 1주년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스크린을 통해 그 때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껴보세요!


인디돌잔치 2017년 10월 상영작 <춘몽>

● 일시: 2017년 10월 31일(화) 오후 7시 30분

● 관람료: 7,000원 / 후원회원, 멤버십 무료

● 인디토크 

   참석: 장률 감독 | 한예리, 박정범, 윤종빈, 이주영 배우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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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페이스가 관객 여러분과 함께 마련하는 값진 상영회!

개봉 1주년을 맞이하는 작품 중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투표로 선정해주세요.

지난해에 아쉽게 놓친 작품이 있다면, 혹은 스크린을 통해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주저 말고 투표해주세요:-)


자, 2017년 10월의 '인디돌잔치'의 영광은 어떤 작품에게 돌아갈까요? (두근두근)


>> 투표하러 가기 (클릭!) <<




● 후보작

① 우주의 크리스마스 (감독 김경형 | 2016년 10월 13일 개봉)

② 자백 (감독 최승호 | 2016년 10월 13일 개봉)

③ 춘몽 (감독 장률 | 2016년 10월 13일 개봉)

④ 흔들리는 물결 (감독 김진도 | 2016년 10월 27일 개봉)


● 투표기간: - 10월 15일(일)

● 발표: 10월 16일(월) 이후

● 상영일: 10월 31일(화) 저녁 

(입장료: 7,000원 / 인디스페이스 멤버십, 후원회원 무료)


* 투표에 참여해주신 분들 중 5명(1인2매)을 추첨하여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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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espace_Newsletter_2017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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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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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돌잔치 2017년 9 상영작 <할머니의 먼 집>



디돌잔치는 매달 마지막 화요일에 진행되는 인디스페이스의 프로그램으로, 1년 전 개봉한 독립영화의 1주년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스크린을 통해 그 때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껴보세요!


인디돌잔치 2017년 9월 상영작 <할머니의 먼 집>(감독 이소현)

● 일시: 2017년 9월 26일(화) 오후 7시 30분

● 관람료: 7,000원 / 후원회원, 멤버십 무료

● 인디토크 

   참석: 이소현 감독 | 진행: 정지혜 영화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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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위에 드리워진 역사를 기억하며  인디돌잔치 <그림자들의 섬>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8 29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정근 감독

진행 정지혜 씨네21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크레인과 선박이 늘어선 섬 위에는 역사를 오롯이 견딘 수많은 그림자들이 드리워져 있다. <그림자들의 섬>은 커다란 조선소 뒤에 가려진 그림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흐릿해지려는 그들과 눈을 맞춘다. 8월의 끝자락, 개봉 일주년을 맞은 <그림자들의 섬>을 다시 한 번 극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정지혜 씨네21 기자(이하 정): 작품이 개봉한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지난 1년을 어떻게 보냈나?



김정근 감독(이하 김): 작년 10월까지는 <그림자들의 섬> 개봉 때문에 정신없이 보냈다. 올해는 진행 중인 작업이 있어서 촬영을 했다. 한국 내에 정치적 격변이 있지 않았나. 관련해서 짧은 단편영화를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님들과 만들었다. 



정: <그림자들의 섬>을 오랫동안 작업하셨는데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김: 2009년쯤 쌍용자동차 진압 작전이 있었다. 만약 한진중공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촬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10년 10월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소식을 듣자마자 부산시청 현장에 가서 촬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될지 모르고 별 진척이 없던 상황에서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온 2011년 11월까지를 기록해서 <버스를 타라>(2012)라는 첫 번째 영화를 조금 빨리 제작했다. 사실 처음에 만들려고 했던 이야기는 ‘왜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오래 듣고 싶었던 것 또한 발단이었다. 무엇보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 형이 돌아가신 이후에 ‘어떻게 이런 걸 견디고 살지?’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다. 그런 여러 가지 변수와 욕심들이 결합되다보니 <그림자들의 섬>을 만드는 데까지 시간이 길어졌다.



정: 사진관이라는 공간에서 계속 이야기가 진행된다. 왜 그 공간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김: 오프닝에서 사진을 찍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긴 한다. 초반과 호응구조를 이루게 노동자분들의 입사 당시 사원증이 엔딩에 올라가도록 하는 것이 편집 계획이었다. 실제로 돌아가신 노동자들의 영정으로 사용되었던 게 입사 사원증 사진이기도 하다. 비극을 염두에 둔 사람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를 보면 한석규 배우가 스스로 사진을 찍는 게 영정으로 넘어가지 않나. 그런 불안한 뉘앙스를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그렇게까지 오버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조명을 사용하는 방식과 무대에 올린다는 느낌이 좋아서 사진관이란 공간을 활용하게 되었다. 



정: 조선소는 남성 노동자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런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 김진숙 지도위원은 어떤 입장이었을까?



김: 작년 강남역 사건 이후 <그림자들의 섬>이 개봉했다. 광주극장에서 진행된 GV에서 어떤 관객이 최근의 여성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던졌다. 참담한 기분이 든다고 대답하셨다. 너무 놀랐고, 자신 또한 현장의 거친 남성 노동자들에 동화되어 여성비하 표현을 수차례 사용해왔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꽤 오랜 기간 못해왔다고 덧붙이셨다. 하지만 해고된 이후 여성 노동자 공간에 가는 등 여러 활동들을 하며 한국 사회에서 여성 이슈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아가고, 배우고 있는 중이라 말씀하셨다. 최근 지도위원님의 트위터 계정을 보면 그러한 이슈 중심으로 발언을 많이 하신다. 현장에서 무언가를 꼭 배워내는 분이고 SNS라는 창구도 목적의식을 가지고 활용하신다. 그리고 그런 이슈들이 한국 사회의 남성 중심적 조직에 꼭 필요하다고 느끼신다.



정: 영상이나 자료를 활용하는 방식을 보면 많이 절제하신 것 같다. 만듦에 있어서의 고민을 듣고 싶다.



김: 최근 우연치 않게 <켄 로치의 삶과 영화>(2016)를 봤다. 영국 사회 속 하층민들의 현실을 리얼하게 다뤄야하지만 한편으로는 방송국과 같은 메이저의 투자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어디까지 다룰 것인가를 굉장히 많이 고민하는 게 영화에 잠깐 언급되어 있다. 그것과 흡사한 것 같다. 전부 다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고 자극적으로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는 노동자분들이 감내한 세월이 얼굴과 표정으로 전부 표현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재현의 방식에 있어서 최대한 절제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 딱 두곡의 음악이 삽입되어 있다. 음악의 쓰임은 절제보다 다가가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김: 김주익 열사에 대한 장면이 어려워지는 한진중공업의 시대 상황을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바뀌는 때가 있다. 작업을 할 때 감정선을 그려가면서 했는데 그쯤이 맥이 빠지는 시점 같았다. 죽음의 이야기가 중첩되고 힘든 이야기들이 계속되다보니 다른 포인트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김주익 열사가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이란 노래를 좋아하셨다. 노래 위에 노동자들의 그림이 붙으면 관객들이 다른 감정으로 다시 집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노랫말이 가지는 의미도 좋았다.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라는 가사가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대변인은 ‘이제는 그렇게 투쟁하면 안 되는 시기가 왔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박창수 열사가 돌아가셨을 때 인권 변호사로 와있는 푸티지가 짧게 등장한다. 변호사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일종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할 수 있는 지점도 있어서 음악을 활용했다. 윤영배의 ‘위험한 세계’는 가진 노랫말이 너무 좋아서 사용했다.



관객: <그림자들의 섬>이라는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김: 한진중공업이 영도에 있다. 그림자 영(影)에 섬 도(島)를 써서 <그림자들의 섬>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한진중공업의 높은 성장 아래 노동자들이 그림자처럼 있었다는 것, 와해되고 떨어져서 섬처럼 분리되어있다는 의미로 제목을 활용하기도 했다. 공간적 의미와 노동조합의 상태적 의미가 있다.







정: 직접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입장이기 때문에 시각예술로 평가받고 싶은 욕망도 있고, 기록으로의 역할이나 소명의식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두 역할 사이에서 어떤 균형감을 가지고 만들었는지?



김: 이 영화는 지나간 어떤 자리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기억할만한 가치가 있는 후일담이라 여겨져서 그것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오늘 우연치 않게 경복궁역 내 서울메트로미술관의 노동자대투쟁 30주년 기념 전시회에 다녀왔다. 1987년 당시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주어 투쟁해왔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있다. 그곳에서 강서 형의 얼굴을 또 보았다. 이게 추후에는 어떻게든 공공의 기억으로 남아서 분명히 다른 이들에게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겠다 싶었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감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던 것 같다.



정: 오래도록 생각하게 되는 장면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 김주익 열사와 곽재규 열사가 묻힌 솔밭산 공원묘원은 밤에 불이 없다. 그곳에 두 열사들을 묻은 후 정리를 하고 동지가를 부르는 장면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그 순간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 플래시가 터지는 것도. 물론 내가 촬영한 것은 아니지만 그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 영화에 사용하진 않았지만 강서 형을 묻는 현장에서도 마지막엔 동지가를 불렀다. 반복되는 역사의 참혹함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형태로든 다음에 또 담지 않았으면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정: 현재 한진중공업의 사정은 어떤가?



김: 1987년 7월 25일의 도시락 거부 투쟁도 30주년을 맞았다. 소수노조이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오진 않았지만 내부에서 행사 같은 것들을 하셨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고 열심히 투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 조선업이 안 좋은 상황이다 보니 그것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게다가 한진중공업이 영도 조선소를 아예 폐쇄해버리고 필리핀으로 전부 다 보낸다는 이야기도 왕왕 들리곤 한다.



정: 투쟁 현장을 다루는 다른 감독님들과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있는지?



김: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들었던 <광장>(2017)이라는 작품이 있다. 여러 현장, 여러 지역에서의 활동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만들어 엮었다. 나의 경우 부산 지하철의 청소 노동자를 다뤘다. 



정: 지금 만들고 있는 영화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김: 부산에서 지하철 노동자들을 촬영하고 있다. 지하철 노동자들이라 하면 기관사나 역무원 정도만을 떠올릴 수 있는데, 터널을 수리하는 분부터 정비공장에서 지하철을 분해하여 조립하는 분까지,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하는 분들이 계신다. 거대한 기계와 인간에 대해 관심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내밀하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를 끄집어내서 이야기할 생각이다. 또 부산 지하철은 제일 처음으로 무인화 된 공간이기도 하다. 무인 매표와 무인 열차가 처음 생긴 공간이기 때문에 사람의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는 불안과 그것을 과연 온당하게만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정: 작업의 과정에서 인터뷰하는 대상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 궁금하다.



김: 한동안 같이 밥 먹고, 살고 했다. 5년 정도 찍었으니 영화의 몇 배가 되는 현장 장면이 있었지만 그것을 안 쓰기로 판단을 내렸다. 투쟁기간 동안 같이 활동하던 미디어팀이 있었다. 그 미디어팀과 영상을 계속 업로드 했고 지도위원님이 크레인에서 올리는 셀프 영상도 함께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믿음을 기반으로 같이 작업했다. 형님들도 굉장히 친근하게 생각해주셨다.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선을 알게 되다보니 어디까지 다뤄야할지를 판단하게 되었다. 더 못나가는 어떤 지점에 대해서는 굉장한 아쉬움이 있다. 노골적으로 뭔가를 비판하거나 개인의 각성을 더 볼 수 있으면 좋은데, 그보다 대표성을 띄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입을 빌어 반성하는 듯한 뉘앙스가 되었다. 너무 깊이 알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종의 사고였다는 생각도 든다.



정: <그림자들의 섬>이라는 영화가 기억을 다시 챙겨두게끔 하는 하나의 장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김: 노동자분들의 표정을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맥락을,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저 역사를 끌고 왔던 노동자 개개인을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각자 다르게 이 영화를 받아들이겠지만 어느 조직이든, 어느 노동조합이든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다. 자본과 노동자의 관계, 노동자와 노동자의 관계 등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상황이다. 영화를 만든 건 2013년이고 벌써 2017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슷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나아지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중이라 좀 답답한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을 정규직화 시키겠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해고자분들의 문제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주면 좋겠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져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더레이터 정지혜 기자가 가져온 케이크의 촛불을 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디토크가 마무리 되었다. <그림자들의 섬>은 일 년이라는 시간을 돌아 2017년 8월에 발을 내딛었다. <그림자들의 섬>이 담아낸 모든 그림자들의 이야기는 한 시대가 지닌 기억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그리고 작품이 만들어낸 기억은 앞으로 거쳐 갈 많은 시간들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한 다짐으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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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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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페이스가 관객 여러분과 함께 마련하는 값진 상영회!

개봉 1주년을 맞이하는 작품 중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투표로 선정해주세요.

지난해에 아쉽게 놓친 작품이 있다면, 혹은 스크린을 통해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주저 말고 투표해주세요:-)


자, 2017년 9월의 '인디돌잔치'의 영광은 어떤 작품에게 돌아갈까요? (두근두근)


>> 투표하러 가기 (클릭!) <<




● 후보작

① 왕초와 용가리 (감독 이창준 | 2016년 9월 8일 개봉)

② 물숨 (감독 고희영 | 2016년 9월 29일 개봉)

③ 할머니의 먼 집 (감독 이소현 | 2016년 9월 29일 개봉)


● 투표기간: - 9월 11일(월)

● 발표: 9월 12일(화) 이후

● 상영일: 9월 26일(화) 저녁 

(입장료: 7,000원 / 인디스페이스 멤버십, 후원회원 무료)


* 투표에 참여해주신 분들 중 5명(1인2매)을 추첨하여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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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돌잔치 2017년 8 상영작 <그림자들의 섬>



디돌잔치는 매달 마지막 화요일에 진행되는 인디스페이스의 프로그램으로, 1년 전 개봉한 독립영화의 1주년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스크린을 통해 그 때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껴보세요!


인디돌잔치 2017년 8월 상영작 <그림자들의 섬>(감독 김정근)

● 일시: 2017년 8월 29일(화) 오후 7시 30분

● 관람료: 7,000원 / 후원회원, 멤버십 무료

● 인디토크: 참석 김정근 감독 | 진행 정지혜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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