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기 워크샵 한줄 관람평


이지윤 | 삶 같은 연기, 연기 같은 삶. 그 경계 위에서

박범수 | 삶과 연기, 숨김과 들킴을 오가는 교묘한 외줄타기

최대한 | 연기의 진정성과 광기 사이에서

이가영 | 마음의 기원을 쫓아서

김신 | 만화경처럼 증식하는 거울의 미로 속에서 사라진 출구 찾아 떠돌아다니기

남선우 |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배역의 쉴 곳 없네





 <나의 연기 워크샵 리뷰: 나 자신과의 아득한 거리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가영 님의 글입니다.



<나의 연기 워크샵>에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진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연기 워크샵 수강생인 '헌', '은', '준', '경'이 처한 현실이고, 또 하나는 현실을 배경으로 그들이 연기를 하는 이야기다. 수업 커리큘럼에 따라 4장으로 구성된 서사는 타이틀에 충실하다는 인상을 준다. 몸의 긴장을 풀고, 상대와 교감하고, 자신이 던져진 상황에 대처하며 연기를 수행하는 순간, 수강생들은 본능적인 감정을 체험한다. 매번 상황극이 끝나면 연기 선생인 '미래'는 기분은 어땠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질문하고, 그들은 명료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적 소회를 털어놓는다. 이같은 미래의 가르침이 있기 때문에 영화 속 현실과 허구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듯 보인다.


 




수업이 거듭될수록 수강생들은 자신만의 논리로 캐릭터를 표현해내며 점차 연기를 완성시킨다. 그 논리란 살면서 경험해 온 시공간을 기반으로 구축된 것이기에 그들의 연기는 작위적일 수 없다. 극중 미래가 던진 질문과 조언들은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우리를 흔들어댄다. '나란 존재를 관객에게 다 들켜서도 안 되고, 아주 감춰서도 안 된다', '진실된 연기를 위해서는 온전한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 이제 수강생들은 굳이 수업시간이 아니더라도 감정을 따라 마음의 기원을 쫓아갈 수 있다. 내 기분이 어떤지,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미래는 수강생들로 하여금 현실과 내면의 세계를 넘나들게 하는 동시에 미지의 심연을 탐구하도록 한 것이다.

 

미래는 수강생들에게 의 일기를 읽고 이 되어 마지막 장을 완성해 보기를 제안한다. , , , 경에게 각각 다른 페이지의 일기가 주어지고, 그들은 자신과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을 생각하며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일이란 어렵기에 그들은 스스로를 에게 대입하게 되고, 그 과정에는 그 동안 겪어 온 시간이 관여한다. 이때부터 영화의 시선은 차츰 헌, , , 경 개개인의 인생에 주목한다. 영화 감독의 술자리에 불려가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끼는 준,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 도무지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 강인함 뒤에 분노를 감내해 온 . 일상의 반대편에서 욕망과 충동이 뒤엉킨 바로 그곳에 또 다른 ‘나가 있다.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몰라야 할 진실이 있고,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깊이 묻힌 채로 남아 있어야 할 기억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이 둥글게 모여 을 얘기하던 그날 밤, 그간 묵혀왔던 기억들이 터져 나온다. 어렵고도 용기 있게 털어놓은 아픔을 두고 을 앞세워 서로의 감정을 공유한다. 존재론적으로 확실한 분석 대상인 (타자)이 있기에 서로에게 함부로 동정심을 가지거나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다 같이 모여 얘기를 나누는 이 장면에서 지리멸렬하게만 느껴지던 현의 조각들이 마침내 하나로 맞춰진다. 이제 현실과 허구(연기)를 구분 짓는 일은 무의미하다. 그들에게 있어 은 타자인 동시에 또 다른 이다.

 

영화는 타인은 물론 자신의 고통 앞에서도 그저 무력감만을 느끼고 외면하는 현실을 경계하고 있다. 수강생들이 의 일기를 읽고 불가피하게도 불행한 과거를 떠올리는 이유는 그에게 유대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연기 워크샵>이 위태로운 헌, , , 경을 통해 끊임없이 암시하는 바는 내 안의 괴로운 나(타자)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지의 심연에서 라는 사람의 진실을 발견해야지만 새롭게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고 적당한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은 현실과 연기로 창조된 허구에 비유할 수 있는 나와 또 다른 나의 분열을 이 선택한 자기파멸을 통해 역설하는 듯하다. 언제고 내 안의 타자(또 다른 나)는 꿈틀댈 것이고 란 시스템은 분열되기 마련이기에, 보이지 않는 간극 사이에서 우리는 여전히 버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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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의 진정성과 광기 사이에서  <나의 연기 워크샵>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2월 30일(토) 오후 2시 30분 상영 후

참석 안선경 감독 | 배우 김강은, 성호준, 서원경, 이관헌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서슴없이, 인위성 없이 배우들의 감정들을 토해낸다. 이렇게 감정을 토해내는 과정에서 진정성과 광기가 동시에 느껴진다. <나의 연기 워크샵>은 강렬한 인상과 혼란을 머릿속에 남겼다. 혼란이 채 가시기 전에 안선경 감독과 배우들의 인디토크가 이어졌다.

 

 



진명현 대표 (이하 진명현) : 오늘 많은 분이 자리해주셨습니다. 안선경 감독님부터 인사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안선경 감독 (이하 안선경) : 함께 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아주 작은 궁금증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좋은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강은 배우 (이하 김강은) : 연기를 시작하고 첫 작품인데, 이렇게 개봉을 해서 너무 기뻐요. 관객 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어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성호준 배우 (이하 성호준) : 1년 만에 영화를 다시 봤는데, 가슴이 너무 벅차요. 영화에 대한 감상을 편안하게 나누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서원경 배우 (이하 서원경) : 이렇게 시간 내어 영화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함께 많은 이야기 나누는 좋은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관헌 배우 (이하 이관헌) :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너무 좋습니다. 관객 분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명현 <나의 연기 워크샵>은 보는 동안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들과 어떻게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 감독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안선경 : 저는 아직까지 영화를 만들 때 특별한 모델을 가지고 만들지 않아요. 제 삶에서 우러나오는 질문과 제 주변 사람들의 삶을 담아 보겠다는 단순한 욕망을 추구하거든요그러던 어느 날 여기 있는 친구들과 함께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이 친구들이 성장하는 모습 속에서 좋은 드라마를 발견한 거예요. '지금 이건 굉장히 좋은 순간이고 매력적인 순간이다. 이걸 사람들에게 보여주자.'라는 감정에서 착안해 시작했어요.

 






진명현 : 영화에서 연기에 대한 배우들의 진솔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여기 앉아계신 배우 분들이 실제로 활발한 성격은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대부분 <나의 연기 워크샵>이 첫 영화 작업인데, 다른 누군가가 스크린을 통해 자신을 본다는 사실에 걱정을 좀 했을 것 같아요.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나요?

 

김강은 : 제가 처음에 안선경 감독님을 찾아간 이유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망도 있었지만 저에게 용기를 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감독님과 함께 연기에 대해 탐구하면서 용기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특히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각자의 삶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저는 이 시간이 감정적으로 힘들었어요. 이러한 과정을 극복한 후, 감정적 교류가 형성된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하니까 막상 촬영을 진행할 때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성호준 : 항상 안선경 감독님의 세계관과 태도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제가 이 영화를 잘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제 삶을 더듬으면서 연기를 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감독님과 삶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제 삶을 더듬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서원경 : 제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특별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이야기가 관객 분들에게 보여지는 것 보단 스크린을 통해 제 자신과 대면하는 것이 두려웠어요.(웃음)

 

 

진명현 : 이제 <나의 연기 워크샵>을 통해 진짜 배우가 되셨잖아요.(웃음) 지금까지의 과정을 거쳐보니 어떤가요? 연기라는 건 재능인 걸까요, 아니면 배워가는 걸까요?

 

서원경 : 연기에 대한 주관은 다를 수 있지만, 누구나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어렸을 때는 연기라는 게 단순히 '쇼'라고 생각을 했는데, 감독님과 김소희 선생님을 만난 후 자기 자신과 소통하고 대사 한마디라도 나를 통해서 나와야 진짜 연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진정성만 있다면 누구나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호준 : 김소희 선생님은 저희가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서 표정이 계속 실감나게 변해요. 이 표정의 변화가 연기에서의 관계 맺기라고 생각하는데요, 관계를 맺는 데 탁월한 사람은 연기가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진명현 : 감독님은 연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이기도 하고 연출자이기도 하잖아요. 어디에서 에너지를 얻나요?

 

안선경 : 항상 진지하게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힘든 일인 것 같긴 해요.(웃음) 왜 제가 이 일을 하게 됐는지 생각을 해봤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뭐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보다 사람간의 관계와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결핍에 굉장히 시달렸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들여다보면서 왜 오해가 생기고 상처를 받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연기가 관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관계에 대해서 끝없이 탐구하다 보니 현재의 직업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관객 : 영화의 영문 제목이 'Hyeon’s Quartet'인데,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선경 : 배우가 어떤 대상을 연기할 때, 제 주관에는 주어진 대상을 정확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개념이 있지 않아요. 이 말은 어떠한 인물이 고정적이지 않다는 의미인데요, 누가 그 인물을 바라보고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인물들이 창조된다고 생각해요. 또 저는 관객에게 많은 선택지를 줄 수 있는 연기가 좋은 연기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 4명이 모두 '현'을 연기하면서 4명이 각자 다른 화음을 내서 연기하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인물이 나오는 것이 <나의 연기 워크샵>의 목표라는 의미로 현의 4중주’(Hyeon’s Quartet)라는 제목을 지었습니다.

 

 

관객 : 영화에서 의 이야기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4명의 배우가 연기에 대해 고민을 하는 데에 의 이야기가 왜 필요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안선경 : 이 영화의 목표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 캐릭터로부터 공감지점을 찾고 가면에 숨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의 이야기라는 프리즘을 통해 4명의 배우 역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의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해요

 

 

관객 : 김소희 배우의 대사 중에서 배우에게 숨을 잘 못 쉰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저도 숨을 잘 못 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거든요. 숨을 잘 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서원경 : 저도 사실 숨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어요.(웃음원래 제 본업은 사진을 찍는 일이에요.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안선경 선생님을 찾아갔고 연기 워크샵에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살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제 자신을 찾고 싶은데, 연기를 그 도구로 찾은 거죠처음에 김소희 선생님이 저에게 숨을 못 쉰다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방어벽을 치고 있는 거예요. 제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저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런 것들이 숨을 못 쉬게 하고 있더라고요그러다가 연기를 배우면서 어느 순간 숨을 쉰다는 게 무엇인지 느껴졌어요. 물리적으로 숨을 쉬려고 의식하다 보니 사람이나 주변의 환경이 저와 소통을 하는 게 느껴졌어요. 이렇게 의식을 하고 난 후 일상에서도 가끔 제가 숨을 쉰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물리적으로 숨을 한 번씩 크게 쉬어요.(웃음)

  

김강은 : 김소희 선생님이 에 대해서 말씀해주신 적이 있는데요, 선생님은 가까이 있는 사람의 숨을 따라 쉰다고 하더라고요. 즉 상대방의 리듬을 따라간다는 건데, 제 옆에 있을 때는 숨을 못 쉬겠다고 했어요. 선생님한테 말한 적은 없는데, 사실 숨 쉬는걸 힘들어 했거든요.(웃음주변과 제 자신을 의식하면서 숨을 쉬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사실 저는 아직도 뭘 어떻게 해야 자연스러운 것인지 모르겠고 그게 저의 제일 큰 과제인 것 같아요.

 

 

관객 : 크레딧을 보면서 알게 됐는데, 각본 작업을 배우님들도 함께 했더라고요. 어떻게 진행했는지 궁금합니다.

 

안선경 : 처음에 배우들을 만나서 이야기 할 때 이 사람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고 자세히 상상하고 싶어서 자기 자신을 모델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일기 쓰듯이 자유롭게 써달라고 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배우들의 내면 궤적을 추적했고 기본적인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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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에 대한 끝없는 질문의 연속

 <나의 연기 워크샵> 안선경 감독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현실과 허구가 혼재한다. 그것들은 끝없이 뒤엉키며 영화를 이끌어간다. 현실의 세계와 연기의 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작품 한가운데엔 헌, , , 경 네 인물이 있다. 그들은 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를 솎아낸다. 그리고 네 인물이 지닌 이야기와 불안은 끝내 이라는 하나의 인물로 구체화 된다. 네 인물과 의 모습이 서서히 겹쳐질 때, 경계는 더욱 흐려진다. 불분명한 경계 위에 놓인 <나의 연기 워크샵>은 작품이 주제로 삼고 있는 연기그 자체를 닮았다.


<나의 연기 워크샵>의 개봉이 얼마 남지 않은 12월의 오후, 작품을 연출한 안선경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훈훈한 웃음이 오갔던, 따뜻하고 편안한 만남이었다.

 






Q. <나의 연기 워크샵>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21회 부산국제영화제 비전 감독상 수상과 서울독립영화제2016 상영 이후 1년 만의 개봉인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무브먼트(MOVement)의 진명현 대표가 처음 독립을 하면서 작업한 작품이 저의 전작 <파스카>(2013)에요. 그때는 서로 가난한데다가 인력도 없었어요.(웃음) 둘이 도와가며 간신히 개봉한 거예요. 2년이 지나 <나의 연기 워크샵>으로 두 번째 개봉을 하는데, 진명현 대표의 역량이 커지고 동료도 생기다 보니 <파스카> 때보다 더 풍성하고 화려하게 일을 하고 있어요. (웃음) 예전에는 포스터 사진을 못 찍었지만, 이번에는 포스터 사진도 찍으며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했어요. 예고편의 경우도 예전엔 제가 집에서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전문가 분들이 예고편을 만들어주셔서 내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었나?’하고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이 과정이 감사하고 재미있어요. 단칸방에서 어렵게 살았던 사람이 우리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가!”하고 들뜬 기분?(웃음)


 

Q. <나의 연기 워크샵>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들어보고 싶어요.


A. 영화를 하기 전 원래 연극을 했어요. 연기에 관심이 있어서 시작했어요. 무대라는 공간이 좋았어요. 그래서 제게 연기, 배우란 존재는 강렬한 첫사랑 같은 영원한 주제에요.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으로도 <유령 소나타>(2007)라는 작품을 찍으며 배우 이야기를 한번 한 적이 있어요. 늘 마음을 품고 있다가 오랜만에 연기 워크샵을 시작하게 된 것이 2014년 겨울이었어요. 그때 첫 손님으로 이관헌 배우가 온 거예요. 이관헌 배우를 관찰하다 보니까 전혀 연기를 하지 못할 것 같이 불편하고 딱딱하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평범함을 보여주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친구였는데, 연기하는 행위를 통해 조금씩 자신이 드러나는 모습을 보며 감동받았어요. ‘아 정말 좋은 순간이구나, 이게 바로 영화적인 순간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관헌 배우를 모델로 삼아서 배우 이야기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관헌 배우에게 너를 주제로 삼을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내가 모르는 너의 일상들과 주변의 관계들, 네가 그동안 만나왔던 사람들에 대해 일기를 쓰듯이 써서 나한테 달라. 그것에 영감을 받아서 내가 이 작품을 써보고 싶다해서 의기투합하여 시작을 하게 된 것이죠. 이관헌 배우에게는 내면에 더 깊은 것이 있을 텐데 그것이 뭔지 모르겠는 미스테리한 부분이 있어요. 그 미스테리를 풀고 싶었달까요.(웃음) 그런 것들이 제게 일종의 영감을 줬던 것 같아요. 충분히 동력이 될 것 같았고, 이 궁금함을 풀어가는 동안 드라마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영화에 등장하는 워크샵 과정은 실제 감독님이 진행하는 연기 워크샵의 커리큘럼이기도 해요. 영화감독이 연기 워크샵을 진행한다는 게 흔치는 않잖아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A. 영화를 하며 살다 보니까 생계가 너무 막막해서 계속 알바를 전전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그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할 수 있는 일이 계속 줄어들고 어딘가에 가서 새롭게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이렇게 살 순 없다고 생각을 하다가 그렇다면 내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연기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건 좀 자신이 있더라고요. 대학과 극단생활까지 7년 정도 연극을 하며 살았는데, 연극이라는 행위는 사실 80%가 연기에 대한 것이에요. 연출을 할 때에도 배우의 몫이 거의 80%라고 믿고 있어요. 영화를 하면서도 제일 깊게 파고들며 중심을 뒀던 것이 연기에 대한 부분이고 끊임없이 연기에 대한 탐구를 했어요. 저는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고, 그다음엔 배우와 연출의 영역을 넘나들며 골고루 모든 입장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직업화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영화와 관련된 것들을 가르치는 센터에 가면 이런 수업을 메인 수업으로 쳐주질 않더라고요. 당시엔 제 커리큘럼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냥 일회용 특강 정도로만 생각하더라고요. 그냥 내가 혼자 해야지 싶어서 광고를 올리고 소수의 인원을 모집해서 단발적으로 하게 된 거예요.



Q. 그럼 극단에 계셨던 당시 배우로도 활동을 했던 건가요?


A.연희단거리패라는 곳에 있었어요. 연희단거리패는 극단 단원이 아닌 연기자 훈련 과정으로 사람을 모집해요. 3개월 동안 일종의 워크샵을 하는 거죠. 연기를 다시 배우고, 그걸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거친 후 남아있는 사람들은 극단 단원이 되는 거예요. 다 배우로 들어가는 것이죠. 배우가 모든 것을 다 해요. 기획도 하고 스태프도 하고 연기도 하고. 구역을 나눠놓지 않고 모든 걸 하는 시스템이었고 연출을 해도 배우에 대해서 잘 알아야 했어요. 결국 배우로 출발한 것이죠.



 



Q. 작품의 형식이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극영화인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보단 트리트먼트 형식에 즉흥성을 더하지 않았을까 추측이 들기도 했어요. <나의 연기 워크샵>의 구성 과정, 촬영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A. 그 추측이 맞는 것 같아요. 처음에 작품을 쓸 때도 일반 시나리오처럼 씬넘버를 붙이지 않고 시퀀스 단위로 썼어요. ‘시퀀스1: 나는 누구인가이런 식으로요. 지금 나뉘어져 있는 장들을 큰 시퀀스 단위로 나눠서 그걸 하나의 씬처럼 생각했어요. 그리고 예를 들어 1장에서 움직임에 대한 훈련을 하면, 그것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건 김소희 배우에게 맡겼어요. 김소희 배우와 의논하고 촬영장에 가면 배우들은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로 와서 머리 세팅만 하고 있는 거예요. “올라와 봐, 자장면 돌려이러면서 찍은 거죠.(웃음) 즉흥극도 그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오면 짝을 지어주고 컨셉만 던져놓았어요. 그렇게 해서 즉흥극 장면이 나온 거죠.

 


Q. 어쩐지 첫 번째 즉흥극 장면에서 이관헌 배우의 당황한 표정이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요.(웃음)


A. 본인은 상대가 뭐라 이야기할지 몰랐으니까요. 리얼 버라이어티죠.(웃음)

 


Q. 배우들의 즉흥연기를 담아내는 데는 원테이크가 용이한 걸로 알고 있어요. 테이크를 다시 가면 아무래도 순간의 감정이 증발할 수도 있으니까요. <나의 연기 워크샵>에도 원테이크가 많이 사용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장면들이 다른 구도의 쇼트들로 이어져 있더라고요. 테이크를 여러 번 간 건지, 아니면 한 장면을 찍는 카메라가 두 대였던 건지 궁금해요.


A. 카메라가 두 대였어요. 다시 찍자고 하면 배우들이 연기를 해야 하고, 그러면 생생함이 깨져요. 배우들이 배우가 아니고 아직은 연기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저 열심히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상황인 거죠. 그러니 테이크를 두 번 가면 우리의 장점과 매력이 깨지게 돼요. 배우들의 생기 또한 깨지고요. 그래서 한 번에 갈 수밖에 없었어요. 보통 영화를 찍듯이 나눠 찍을 수가 없어서 그 상황을 카메라 두 대로 담을 수밖에 없었죠. 포커스도 막 나가고요.(웃음) 배우들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으니까 촬영감독님들도 다 긴장을 했어요.



 



Q.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해볼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먼저 김소희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감독님과는 연희단거리패 선후배 사이기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A. 어떤 아이가 연기 워크샵을 통해서 연기를 배우고, 배우가 되는 과정을 그려야겠다는 구상을 했을 때, 맨 처음부터 그 아이를 이끌어줄 사람으로 김소희 배우를 생각했어요. 20년 이상 교단에 서서 연기를 가르친 경력이 있는데다가 단순히 연기를 가르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심리와 연관 지어서 연기를 뽑아내고 이끌어 가는 분이기 때문에 제 컨셉과 방향성이 맞았어요. 또 배우로서 굉장히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김소희 배우가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앞서 이관헌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이외에도 워크샵 수강생으로 세 명의 배우들이 등장해요. 김강은 배우와 성호준 배우, 서원경 배우와는 어떻게 만나 작업을 하게 됐나요?


A. 이관헌 배우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엮어가고 있는데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도 중심이 잘 안 잡혔고 사변적인 것들도 많았어요. 그러던 중 캐릭터 창조 워크샵을 하나 개설했는데, 김강은 배우 혼자 신청을 했었어요. 한 사람만 데리고 하기엔 힘들 것 같단 생각을 하던 중, 자기소개 메일을 보니까 김강은이란 사람이 궁금했어요. 메일에 절박함과 애틋함, 영롱한 기운들이 숨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하고 만나봐야겠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네란 생각이 들었고 만나보니 이끌리더라고요. 어차피 시나리오 작업도 해야 하니까 둘을 데리고 모방독백(상대방이 지닌 경험과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을 연기하는 것. 상대방이 했던 이야기의 내용은 물론 말투와 행동, 특징들을 모방하여 연기한다)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나리오 속에 모방독백을 넣으려 했었거든요. 이관헌 배우가 김강은 배우를 모방하고, 김강은 배우가 이관헌 배우를 모방하며 독백을 하는데, 이관헌 배우가 김강은 배우의 10대 시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관헌 배우가 그전까지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생기 있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 순간에 ,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그때 김강은 배우를 캐스팅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관헌 배우의 다른 얼굴로 김강은 배우가 합류하게 된 거죠.

그 당시가 <파스카>의 개봉 준비를 할 때였어요. 그래서 성호준 배우가 왔다 갔다 하며 워크샵하는 걸 보게 되었어요. 그때 서로 알게 돼서 <파스카>가 개봉했을 때 이관헌 배우와 김강은 배우가 여러 가지 도움을 줬어요. 그러다 보니 셋이 계속 같이 어울리게 되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볼 때마다 셋이 너무 잘 어울린다 말하며 친구인지, 형제인지, 애인인지 물어보더라고요. 분위기가 서로 닮아서요.(웃음) 그래서 세 명이 함께 들어가면 조화롭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3의 멤버로 성호준 배우를 넣었던 거죠.

영화를 준비하는 데 있어 아주 기본적인 몸과 소리가 교정이 안 된 상태여서 세 명을 트레이닝하려고 특별 워크샵을 마련했어요. <나의 연기 워크샵>에 영화감독 역할로 나오는 장재호 배우가 트레이닝을 굉장히 잘 시켜요. 장재호 배우에게 움직임과 소리, 발성을 지도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이왕 하는 거니까 원하는 사람들 몇 명 더해서 함께 하자고 했는데 그때 서원경 배우가 들어온 거예요. 처음 와서 이관헌 배우 옆에 앉아있는데, 굉장히 비슷하게 생긴 거예요.(웃음) 인상적이어서 이거 재밌네하고 사진을 찍어두었어요. 한 번은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서원경 배우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세 배우들을 끌고 가는 이야기의 중심에 아버지가 있고, 아버지는 중요한 테마였어요. 지금 자신의 모습을 만드는 데 있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 존재로요. 서원경 배우가 상당히 비슷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서원경 배우는 비슷한 트라우마가 있지만 세 배우와는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한 경우였던 거예요. 자연스럽게 우리 영화와 매치가 되면서 이 친구들의 또 다른 자아로서 원경이가 괜찮겠다, 입체감을 만들어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거죠. 어떤 인물을 만드는 데 있어 삼각형이 사각형이 되었다고 할까요.



 



Q. 영화는 끊임없이 실제와 연기의 세계를 넘나들고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요. 그리고 결말부에 가선 그 경계를 완전히 지워버리죠. 그런 모호함을 의도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어떤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영화 속에선 그게 이란 인물이죠. 그런데 사실 중요한 건 이 아니에요. 만약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건강하게 자기표현을 잘하고 상처를 담아두고 살지 않는다면 굳이 예술적인 행위나 연기를 필요로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자꾸만 스스로를 갉아먹게 되어 굉장히 고립되고 힘들 때, 현실 속에서는 표현의 욕구를 펼칠 수 없어서 가장 갑갑한 상태에 이르렀을 때 연기를 하러 오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런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자기를 표현하는 거예요. 쌓여오고 곪아왔던 내면의 어떤 감정들, 하고 싶었던 말들을 연기란 도구를 통해서요. 중요한 건 허구가 필요하다는 거죠. 허구의 옷을 입어야 스스로를 편안하게 드러낼 수 있는 거예요. 어떤 캐릭터를 통해서 비로소 표현을 하게 되는 건데, 사실 본인은 연기를 하고 있다 생각하지만 제가 볼 때는 자기 자신이 고스란히 연기 안에 드러나거든요. 저 사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저 사람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연기하는 행위를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데 필요한 허구라는 옷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필요한 거예요. 결국은 을 표현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란 인물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현실과 허구를 헷갈리게 만든 이유는 그 사람들에게 그게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기댈 도구를 주는 거죠. 몸이 힘든 사람들이 허리를 받혀야 하고 베개도 필요하고 추우면 이불도 덮어야 하는 것처럼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결국 사람들이 봤을 때 영화가 허구인지 다큐멘터리인지 헷갈리지만 저는 사실 그게 굉장히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해요. 저한테는 영화에서 이란 인물을 어떻게 연기하는지 보는 게 목적이 아니거든요. 연기라는 것이 꼭 어떤 걸 인위적으로, 허구적으로 만들어내는 행위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요. 연기라는 행위는 결국 자기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거든요. 그것에 기대서요. 당연히 허구의 옷이 필요한 거죠.

적극적으로 모호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그것이 굉장히 적극적인 형식으로 드러났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강렬하게 의도했다고 여겨지는 부분이기도 해요. ‘내가 왜 그런 식으로 만들었을까?’를 거꾸로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Q. 성호준 배우를 제외한 세 배우는 영화 연기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연기가 익숙지 않았던 배우들과 작업을 한 과정이 즐거우면서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가장 고되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A. 고된 순간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마지막 시퀀스인 장면 만들기를 앞뒀을 때인 것 같아요. 이 영화의 결말이잖아요, 그 장면을 앞두고 고민했던 순간이 가장 어려웠어요. 한 달 동안 10회차를 찍었어요. 배우들이 처음 자장면 돌리기부터 해서 연기하는 순간까지 한 달 안에 가야 하는 건데, 연기도 발전이 있어야 하지만 문제는 이야기의 시작에 책임을 지는 깊은 이야기를 해야 할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작가로서도 고민이 많아져요. 결말을 생각하고 간 게 아니었거든요. 이 영화는 과정을 충실하게 담아냈기 때문에 그걸 기반으로 해서 결말을 도출해내야 하지, 구상했던 어떤 결말을 갖다 놓을 수가 없어요. 과정을 무시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결말에 대해서는 열어놓고 방임한 상태로 추적을 해나가고 있었는데, 점점 시간이 다가오며 이제까지 미뤄두었던 깊은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가 온 거예요. 저조차도 배우들에게 물어보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들을요.

그런 생각 때문에 압박감이 굉장히 심했어요. 저도 그게 인간적으로 쉽지 않으니까요. 가까운 사람을 건드리기 쉽지 않잖아요. 그리고 배우들도 슬슬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하는 거죠. 평범한 것도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로 출발했는데, 자꾸만 쑤시고 들어오면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치게 돼요.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순간을 맞아야 한다는 것도 어렵고, 뭔가 강제적으로 하고 싶지 않아서도 어렵고, 그렇다고 충분한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은 벌여져 있으니까 수습은 해야겠고.(웃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죠. 영화를 위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내가 취해야 할 도리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순간이었던 거예요. 뭔가 근사하게 채우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마지막 퍼즐은 나 스스로가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연기란 행위를 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내가 저 사람을 연기한다고 해서 그대로 복사하는 것은 아니에요. 복사하는 것처럼 불편하고 공허한 게 없단 말이에요. 내 관점으로 바라보았을 때 가장 저 사람다운 면이 어떤 것일까, 그걸 자기가 발견해내고 그 구조 안에서 입히고 싶은 것을 자기 미학으로 형상화 시키는 게 연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영화 연출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인 거죠. 네 배우들을 토대로 이 영화를 만들었지만, 영화란 것도 내가 그들로부터 받은 인상을 통해 창조해내는 세계인 거예요. 오로지 그들이 나한테 어떤 이야기를 주는 것이 아니죠. 배우들이 줄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였던 거예요. 그렇다면 그 이후는 스스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들과 나와의 상상, 지금까지의 시간들을 종합해서 의 일기의 마지막 장면 만들기를 썼어요. 그러니까 그 장면은 누군가의 실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허구일 수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가장 깊은 곳을 만졌을 때 느껴지는 정서를 포착해내는 것이었어요. 가장 깊은 곳에는 어떤 마음이 있었을까, 어떤 상황이 있었을까를 스스로 추측해내는 일들이 마지막에 벌어진 거죠. 네 배우와 비밀의 멤버인 까지 해서 다섯 명의 인생에 맞닿으며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는 지점이 어떤 걸지 추출해나가는 기간이 제게는 힘든 과정이었던 거예요.




Q. 마지막으로 <나의 연기 워크샵>을 보러 상영관을 찾아주실 관객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제가 제 영화를 봐도 기존의 수많은 영화들과 달리 불편하거나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구석이 분명히 있어요.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마음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면 자기 자신의 깊은 순간과 맞이할 수도 있는 영화라고 믿어요. 그런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감독님이 생각하는 연기란?” 마무리 즈음 던진 짓궂은 질문에 인터뷰 자리엔 웃음이 터졌다. 안선경 감독은 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예능을 너무 많이 본 거 아니냐며 말을 아꼈다. 그리고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 안선경 감독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문자엔 미뤄둔 질문에 대한 답변이 포함되어 있었다.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해보는 것.’ 그 대답은 <나의 연기 워크샵>과 꼭 닮아 있었다.

 

<나의 연기 워크샵> 속 인물들은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질문은 타인을 향한 것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인간다움으로 귀결되는 모든 질문들은 내면의 그늘에 잠식된 누군가의 깊은 순간을 향해 손을 내민다. 어쩌면 이 모든 순간을 담아낸 <나의 연기 워크샵> 또한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곧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나의 연기 워크샵> 보는 이들에게 영화와 현실을 관통하는 유의미한 질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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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목 : 나의 연기 워크샵

각본/감독 : 안선경

출연 : 김소희, 이관헌, 김강은, 성호준, 서원경

제작 : 궁금단 영화

배급/홍보마케팅 : 무브먼트 .MOVement

개봉 : 2017년 12월 28일


영화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감독상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 공식 초청





 SYNOPSIS 


어제의 당신은 누구였습니까?


각기 다른 개성의 배우 지망생인  네 사람 ‘헌, 은, 준, 경’은 연극 [사중주]를 보고 연기 워크샵에 참가하게 된다. 자라온 삶도, 지금의 꿈도 전혀 다른 네 사람은 베테랑 배우 ‘미래’로부터 한 달간 연기 훈련을 받는다. 

‘연기’와 맞닥뜨린 네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어떤 것을 먼저 꺼내놓는지 그리고 지금 연기를 배우고 있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네 사람은 과연 연기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게 닿을 수 있을까.


사실은 모두 평생을 연기하면서 사는 거야

2017.12 ‘배우가 되는 신비로운 체험’이 시작된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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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딛고 선 마법 같은 순간  2017 으랏차차 독립영화 <나의 연기 워크샵>  인디토크


일시 2017년 2월 11일(토) 오후 4상영 후

참석 안선경 감독 | 배우 이관헌, 김강은, 서원경

진행 김숙현 감독 (<너는, 어디에도 없을거야>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연기와 현실이 혼재한다. 그것들은 끝없이 뒤엉키며 영화를 이끌어간다. 현실과 연기를 고루 거치며 흐르는 작품의 중심엔 헌, 은, 준, 경 네 명의 배우들이 있다. 그들은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내제되어 있던 불안과 마주하고 그것을 드러낸다. 고스란히 드러난 불안은 하나의 인물로 구체화된다. 그리고 관객은 구체화된 인물과 네 배우들의 경계에 서서 연기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품게 된다. 연기에 대한 애정과 고찰이 드러나는 <나의 연기 워크샵>을 ‘2017 으랏차차 독립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김숙현 감독(이하 진행): 먼저 감독님께 어떻게 이 영화가 기획되었는지 여쭤보고 싶다.


안선경 감독(이하 감독): 90년에 연기를 배우면서 연극을 먼저 시작했다. 영화는 2000년부터 하게 되었다. 연극은 80퍼센트가 연기다. 그래서 연기에 대한 호기심, 배우에 대한 관심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있다. 생계를 이어가는 수단으로 영화에서 본 것과 같은 영화 연기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배우가 되려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고 있고 그 사람들이 연기를 해나가는 과정을 계속 지켜보게 된다. 그런 과정이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연기 워크샵에 찾아온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 연기를 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마음속의 곪아 있던 어떤 부분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자신의 욕망도 드러나는 그런 시놉시스를 하나 떠올렸다. 그런데 시놉시스로만 머물고 잘 진행이 안 되다가 실제로 연기 워크샵에 온 이관헌 배우를 만나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관헌이가 모델이 되어서 관헌이랑 같이 이 과정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배우들을 차례차례 연기 워크샵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고 또 일기 같은 글을 쓰게 해 그것을 공유하는 식으로 인물들을 만들어 갔다.


진행: 답변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큰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배우 분들이 어떻게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이관헌 배우(이하 헌): 아까 감독님이 말씀하셨듯이 감독님의 연기 워크샵을 들으러 갔다가 참여하게 되었다.


서원경 배우(이하 경): 영화에 나왔듯이 본업이 사진작가다. 아마추어 극단에서 연극 활동을 하고 있던 와중에 조금 더 연기를 깊게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우연히 감독님의 워크샵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단순히 더 배우고 싶다는 의미보다 진짜 내 모습을 찾기 위해서 연기를 택한 것 같다.


김강은 배우(이하 은): 사는 데 약간 갈증이 있기도 했고 연기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서 우연히 감독님의 워크샵 공고를 읽고 참여하게 되었다. 또 우연히 영화에서 연기까지 하게 되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관객: 두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다. 우선 연극 ‘사중주’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또 ‘현의 일기’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것들을 꺼내어 보여주는 장면들이 대부분 좋지 않은 기억들이었던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좋지 않은 기억들을 끄집어내는지가 궁금하다.


감독: ‘사중주’는 우연이었다. 김소희 배우(극중 미래)는 예전 극단에 있었을 때 선배였다. 김소희 배우를 캐스팅하고 나서 공연을 보러 갔는데, ‘사중주’를 하고 있었다. 공연을 보다보니 <나의 연기 워크샵>의 구조적인 면과 굉장히 맞닿아있는, 아주 좋은 텍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연기를 가르치는 선생, 실제 배우로서의 모습이 ‘사중주’ 공연을 통해서 보이기 때문에 그 두 가지 이유로 꼭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가 한 편의 책이라면 ‘사중주’는 책을 감싸는 표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현의 일기’가 우울한 이유는 연기를 하려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대부분이 굉장히 현실에 억눌려 있거나 분출하지 못하고 결핍된 것들로 인해 연기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것을 굳이 이야기 하지 않지만, 그들이 연기를 할 때 보면 굉장히 막혀 있거나 억눌려 있다. 그런 것들을 지적해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면적으로 갖고 있는 어떤 상처 같은 것들과 맞닿게 된다. 연기를 하려는 욕구는 그런 상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 배우들의 모습 속에서 ‘현의 일기’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현의 일기’는 어디에서 뚝 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물론 ‘현의 일기’를 따로 쓴 친구가 있다. 배우들의 모습과 맞닿아있는, 어떤 경험들을 지닌 그 친구가 적임자라고 생각해서 일기를 써달라고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배우들의 모습을 떠올려 그 경험들을 스스로 체화시켜서 쓴 것이 ‘현의 일기’다. 어떤 내용들을 선택해서 만든 게 아니라 작품의 구성원들 안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을 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은 사실 연기하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하다. 자기가 두려워하는 존재를 투명하게 보고 마주하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스스로의 두려움을 보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에서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관객: 작품을 통해 감독님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가 궁금하다.


감독: 사람들이 처음에는 연기로 지금의 자기가 아닌 더 좋은 모습을 만들고 싶다는 환상을 갖고 들어온다. 사실 그것은 정말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을 해야 연기가 나온다. 연기 워크샵을 하면서 느낀 건 정말 자기가 꺼내기 어려운 어떤 것들을 꺼내고 그것을 인정하고 긍정하는, 불편하고 두려운 걸 마주하는 어떤 순간부터 연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강렬한 감정이 생기고 그것이 관객으로 하여금 보고 공감을 하게 되는 에너지가 된다. 이 영화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연기를 하는 과정이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삶을 투명하게 바라보고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타인의 삶, 허구의 인물들을 더 투명하고 성숙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연기가 그런 과정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 영화에서 흐르는 ‘현의 일기’가 좋았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현의 일기’에 대해서 배우 분들이 토론을 하는 장면이었다. ‘현의 일기’에 대한 배우 분들의 조금 더 깊은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


경: 방금 감독님이 한 이야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금 덧붙이자면 현의 에피소드가 네 개인데, 그 네 개가 어떻게 보면 특정한 누군가의 트라우마라기 보다 보편적으로 누구나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의 단편적인 부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가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배우들 네 명 다 진짜 나의 모습을 한 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 모습을 연기하는,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방식의 영화다. 한약을 먹게 되면 명현현상(환자가 치유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증세가 심해지거나 다른 증세가 유발되었다가 호전되는 현상을 일컫는 한의학 용어)이라는 게 있지 않나. 배우들 네 명 다 어떠한 삶의 트라우마나 문제점을 가지고 감독님을 찾게 되었는데, 이 영화를 찍는 기간이 명현현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타지를 가지고 왔지만, 그러기 위해선 나 자신을 깨야하고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기억들과 마주하며 부딪혀야 하는 기간이여서 굉장히 힘들었다. 영화를 보는 모든 분들이 누구나 한 번씩은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지 않나 싶다.


은: 각자 ‘현의 일기’를 읽고 모여서 이야기를 할 때 스스로 공감한 부분이 나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현이라는 인물에게서 네 사람을 관통하는 아픔이나 이야기가 있음을 느낀 게 너무 신기했다. 다같이 식사하는 장면에서 저마다 해석하는 게 달랐던 것도 정말 재미있었다. 다른 현장에서 연기를 할 때도 이런 것들을 많이 느끼게 될 것 같다. 현이라는 인물을 바라볼 때, 완전히 그 인물일 수는 없지만, 과거에 대한 이야기나 생각들을 다 헤집어보면 비슷한 점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헌: 영화에서 서원경 배우가 아버지에 대해 했던 이야기를 술자리에서 다른 사람이 똑같이 하는 걸 본적이 있다. 조금 특수한 상황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안에서 자기 이야기를 발견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여기 계신 분들 중에도 이 일기를 대신 써줄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감독: ‘현의 일기’에서의 대사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과정들은 실제로 배우들을 불러 모아 ‘현의 일기’에 대해 토의하는 과정을 녹취해서 대본화 한 것이다. 전체적인 연출과 구성만 했지 만들어낸 대사는 거의 없다.


진행: 배우 분들에게 궁금한 점이 있다. 워크샵에서 신체 움직임 같은 장면은 다큐멘터리를 연상시켰다. 다양한 방식의 연기 톤들이 이 영화 안에 들어가 있다. 그것들을 어떻게 조정했는지, 그리고 연기에 대해서 어떻게 자신의 생각들을 발전시켰는지 궁금하다.


헌: 시작하기 전에 톤을 어떻게 조정할지와 같은 예상은 할 수가 없었다. 시나리오가 없어서.(웃음) 워크샵 때도 그랬지만, 당장 내일 무엇을 시킬지 몰라서 불안해하고, 가서 시키면 하고, 그렇게 했다. 그냥 그 불안이나 두려운 것을 조금 없애려고 노력했다.


경: 연기를 막연하게 생각했을 때,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과 가상세계에서 다른 캐릭터로 살고 싶다는 판타지가 있었다. 그런데 워크샵을 하면서 철저하게 많이 깨져야 했다. 나 자신이 사회화가 많이 되어있고 너무 무장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연기를 하거나 몸을 쓸 때 굳어있고 막혀있어서 굉장히 힘들었다. 김소희 배우님과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그런 걸 점점 깨가는 과정이 고통스러웠지만 즐거웠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이관헌 배우가 많이 도와줬다. 실제 현이 가지고 있는 기억들을 연기하는 장면이었는데, 밤샘 촬영을 했다. 그 때 옆에서 많이 격려해주었다. 그 때뿐이었지만.(웃음)


은: 처음에 신체 운동을 할 때 꾸밈없이 스스로의 모습을 단순하게 보여주면 되는 거라서 그냥 시키는 대로 다 했다. 반대로 일기 속에서 존재해야 했을 때는 비록 스스로 한 이야기들을 해야 하는 거였지만, 현이라는 인물이 네 사람을 관통하는 만큼 그 궤도 속에서 현이라는 사람의 존재를 항상 인식하고 있었다.


감독: 시나리오를 갖춘 상태에서 시작이 된 것이 아니라 전체 구성만 있었다. 첫날은 신체 프로그램들을 다 하고 둘째 날은 즉흥극을 하고 맨 마지막에는 장면 만들기를 넣는 식으로 연기 워크샵 단계를 만들어 갔다. 이 단계에서 분명히 발전이 있어야 하는데, 영화의 배우들은 연기 경험이 없었다. 그 점이 부담이 컸다. 사실은 연기를 정말 잘하는 사람들만이 이 단계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원래는 극영화를 포기하고, 이 친구들과 함께하려면 다큐멘터리 방식 밖에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장에서 건드리면 용기가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당일에 무슨 수업을 할지 가르쳐주지 않았고 ‘현의 일기’, 즉흥극 주제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연스러운 반응을 했는데, 나중에는 속을 드러내고 깊은 이야기를 해야 했다.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마음을 열도록 유도했다. 그래서 결말로 가면 갈수록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관객: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치부를 드러내야 한다는 점이 연기 워크샵보다 상담소 같은 느낌이 조금 들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연기라는 게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연기는 치료와 다른 지점이 있을 것 같다. 그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감독: 처음에는 연기를 치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완전 처음 연기를 하는 사람들과 마주해서 진행을 하다 보니 연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계속 보였다. 그 요소가 심리적인 요소일 수밖에 없었다. 치료라고 생각은 안 했지만, 그런 과정이 되긴 했다. 일부러 치부를 꺼내라고 하진 않는다. 그건 정말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연기를 하려고 오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자꾸만 자기를 방해하는 요소를 털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생기니까 상담의 과정과 비슷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그 과정을 통해서 어떤 친구들이 갑자기 잠이 잘 온다던가 밖에서는 전혀 해소하지 못했던 것을 드러내고 해소할 수 있다는 면에서 치료가 분명히 되는 것 같다. 제일 강조하는 점은 연기가 소통이라는 것이다. 소통을 제대로 하려면 제대로 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결국에는 연기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지 치료를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 접점만이 있는 것 같다.


진행: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워크샵 중인가?’ 생각하다가도 ‘아, 이건 영화지!’라고 자각하게 된다. 가상의 스크립트를 재현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배우들의 실제 경험에서 원천이 되어 나온 실제 상황인 것 같다는 혼란 안에서 영화를 계속 감당하게 되지 않는가. 감독님께서 그런 지점들을 더 고려했을 텐데, 그 때 동원되었던 요소들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모호하게 만들려는 노력은 어떤 게 있었는지 궁금하다. 


감독: 이 영화의 주제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가 어떤 영화를 봤다. 제임스 딘을 그리는 영화였는데, 그 배우가 제임스 딘의 여러 가지 외적인 면을 상당히 세밀하게 모방을 하고는 있지만 제임스 딘의 매력은 없는 것 같았다. 좋은 연기란 뭘까 고민을 했다. 아무리 열심히 모방을 해도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제임스 딘이라는 인물을 표현해내는 배우의 숫자만큼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누가 제일 잘했다고 사람들이 말할 수는 있지만, 그저 다양한 방식으로 제임스 딘을 표현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연기란 굉장히 열려있는 것이고 다양하게 표현할수록 관객에게 굉장한 자유를 준다. 그런 철학을 갖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관객들이 볼 때 누가 현인지 헷갈리는 것이 성가실 수 있지만, 헷갈리라고 한 것은 아니다. 연기에 대해서 만약 편견이나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그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우리가 어떤 인물을 표현할 때, 그 인물은 과연 고정적인 인물일까? 그리고 이것은 나아가 실생활에서 타인을 볼 때도 그렇다. 사람을 더 알다보면 양파껍질처럼 다른 모습들이 많이 나온다. 이관헌 배우를 통해서 많이 느꼈다. 이관헌 배우를 알아 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지금도 잘 모르겠다.(웃음) 연기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타인을 볼 때도 타인이 하는 행동과 말이 다가 아니라 그 안에 더 많은 것들이 들어있다는 것을 느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나의 연기 워크샵>은 연기라는 마법 같은 순간을 스크린에 그려낸다. 그리고 그런 마법 같은 연기의 메커니즘은 일상생활에서의 관계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내면을 들여다보고 소통하고 때로는 들켜주는 과정을 보며 관객들은 영화와 현실을 관통하는 어떤 울림을 받는다. 그리고 그런 울림은 <나의 연기 워크샵>과 연기가 갖는 힘이기도 하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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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개봉으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파스카>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2laAdYI







<파스카> 리뷰: 다시 돌아올 희망에 대해



*관객기자단 [인디즈] 홍수지 님의 글입니다.



안선경 감독의 <파스카>는 ‘가을’(김소희 분)과 ‘요셉’(성호준 분)의 사랑과 삶을 다룬 영화다. ‘파스카’는 ‘건너간다’라는 뜻을 지닌 히브리어에서 유래된 말로, 기독교에서 예수의 수난과 부활 사이의 기간을 의미하는 ‘파스카 성삼일’과 연관된다.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듯 <파스카>는 가을과 요셉이 겪게 되는 고난의 시기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그들이 키우던 고양이 ‘희망’이 죽으면서 시작된다.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인 가을과 배달 일을 하는 요셉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며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40세인 가을과 19세인 요한의 사랑은 사회적 기준 아래에서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관계는 둘만 있을 때엔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제3자의 시선이 더해지면 정상이 아닌 관계로 비친다. 주변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과 더불어 가난함 때문에 그들의 관계는 사회에서 동떨어진 채로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절대 희망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아이가 생긴다. 





영화는 가을과 요셉이 겪게 되는 고통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이 느끼는 고통에 가치판단이 개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사실성과 잔인함이 더해진다.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고양이의 수술을 두고도 돈 걱정이 앞서게 되는 모습, 고양이 희망이 죽었을 때 장례비용 때문에 제대로 장례를 치러주지 못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그들이 처한 경제적 상황을 직시한다. 가을이 태아의 망가진 몸을 보게 되는 장면 역시도 생략이나 과장 없이 담담히 전시한다.





<파스카>는 가을과 요셉의 ‘희망’이 죽고 난 뒤 맞이하게 되는 고통의 시간을 담아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결국 다시 찾아오는 ‘희망’에 대해 말한다. 가을과 요셉은 고통의 기간을 보내고 다시 새끼 고양이 ‘희망’을 만나게 된다. 영화 속 인물 혹은 현실 속 모두에게는 각자의 희망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가을’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듯, 그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찾아올 것이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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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라  인디돌잔치 <파스카>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7월 26일(화)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안선경 감독, 성호준 배우

진행: 이은지 인디스페이스 홍보팀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정하 님의 글입니다.


이번 7월 인디돌잔치 투표는 무려 6편이나 되는 후보작들로 인해 유달리 치열했다. 쟁쟁했던 경쟁작들 속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한 <파스카>가 7월 마지막 주 화요일 밤, 관객들을 다시 만났다. 작년에 봤을 땐 영화가 너무 무겁고 어두워서 꽤 오랫동안 감정적으로 힘들었는데, 다시 만난 <파스카>는 꽤 밝아 보이기도 했다. <파스카>는 희망을 주는 영화인가 아니면 끊임없이 고통을 이야기하는 영화인가 궁금증이 밀려올 이들을 위해 인디토크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은지 인디스페이스 홍보팀장(이하 진행): 작년 7월 개봉작이 6편이나 돼서 이번 인디돌잔치 경쟁은 유달리 치열했어요. 1등으로 뽑히신 소감 한말씀 부탁 드려요.


안선경 감독(이하 안): 소식 듣고 나서 ‘누가 뽑아줬을까?’ 생각했어요.(웃음) 영화 시작한 지 17년 됐는데, 이런 행사가 처음이에요. 사실 ‘인디돌잔치’라는 행사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영화도 돌잔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너무 좋아요. 1년 뒤에 다시 극장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너무 감사합니다. 


진행: 지난 일 년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안: <파스카>는 개봉이 늦어져서 그렇지, 완성은 2013년에 했어요. 완성하고 나서 개봉할 때까지 그 시간 동안 구상하던 작품이 있었고 작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나의 연기 워크샵>이라는 작품인데, 겨울에 찍고 지금은 거의 최종 편집 단계입니다.


진행: <파스카>를 구상하시게 된 계기와 제목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안: 기독교인들한테는 굉장히 익숙한 제목일 거예요.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노예였던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로부터 해방된 그 순간을 ‘파스카’라고 해요. 근데 그런 의미 말고도 굉장히 무거웠던 마음 혹은 힘들었던 고통이 갑자기 가벼워지는 순간이나 그 고난을 통과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요. 이 영화가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똑같이 느낄 수 있고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지나가다’라는 의미로 제목을 지었어요. 탈출구나 답을 찾을 수 없고 결말도 알 수 없는 그런 막막하고 힘든 시기에 어떻게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분명히 삶은 계속 되고 나는 계속 살아지고 이 힘든 시간이 계속되는 건 아닐 텐데, 이 고통의 끝은 어디일까? 이런 것들을 고민하면서 시나리오로 풀어 본 거예요. 제가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던 그날을 기억하는 걸 시작으로 썼어요.


진행: 두 주연배우의 캐스팅 과정도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안: 성호준 배우는 조연출로서 시나리오 작업부터 도와준 친구인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 친구가 ‘요셉’을 하면 되겠다 생각했어요. 사실 ‘가을’을 캐스팅하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이 정도 나이의 배우 분들은 대부분 강하고 다 잘할 것 같은 어른스러운 얼굴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경계감없는 얼굴이 없었어요. 김소희 배우는 제가 연극할 때 알고 지내다가 한 10년 동안 잊고 있었어요. 우연히 지나가다가 김소희 배우가 나오는 연극 포스터를 봤는데, 그때 ‘내가 왜 저 분을 생각 못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침 다음날이 마지막 공연이라 10년만에 찾아가서 갑자기 영화에 출연해달라고 했는데, 시나리오도 안 보고 하겠다고 해주셨었어요. <파스카>를 굉장히 금방 찍었는데, 그게 가능했던 건 전부 김소희 배우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몰입을 너무 잘해주셔서 빨리 찍을 수 있었죠. 이 둘은 다른 카테고리에 있는 배우예요. 김소희 배우는 완전히 전문적이고 능숙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이고 성호준 배우는 전혀 그렇지 않죠. 테크닉 같은 것도 없고 어쩔 줄 몰라 하지만, 사실 존재감으로는 가장 요셉에 가까워요. 반대로 김소희 배우는 원래 가을이 같은 사람이 아니에요. 굉장히 강하고 어떤 역할이든 다 할 수 있는 사람이죠.



진행: 이 영화에서 또 중요한 배우가 고양이들이었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고양이들을 어떻게 케어하고 지휘하면서 촬영하셨나요?


안: 제가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우고 있어요. 사실 병원에서 수술 받는 장면도 있고 해서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부담이 많이 됐어요. 보통 영화에서 동물을 쓸 때 너무 오브제처럼 써왔고 저는 그게 마음에 안 들었어요. 영화 현장 특성상 고양이들이 굉장히 긴장하고 경계심을 풀기 쉽지 않은 공간이라 자연스럽게 촬영하는 게 가능할까 걱정됐는데, 그래도 노력해보겠다는 마음이었죠. 가을과 요셉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은 실제 제가 키우는 고양이들인데, 애들을 미리 현장에 데리고 가서 살게 했어요. 스태프들한테 주의도 단단히 줬고 인원을 최소한으로 했어요. 그런 식으로 서로 조심조심하니까 고양이들도 경계심을 풀고 놀 듯이 촬영한 것 같아요. 뭐 시킬 생각 안하고 촬영하고 있을 때 들어오게 해서 가고 싶은 대로 가게 내버려뒀어요. 수의사 역할을 하시는 분들은 전부 실제 수의사들이고 병원에 나오는 고양이들도 실제로 그 병원에 있던 애들이에요. 병원 장면은 전부 의사 선생님의 지휘 하에 안전하게 촬영했어요.


진행: 수의사 분들은 왠지 전문 배우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웃음)


관객: 중간에 아기와 함께 새로운 아파트에 살고 있는 모습이 나오잖아요. 저는 그거 보면서 아기를 낳고 키우며 살고 있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이 장면이 가을의 상상인 건가요?


안: 오해를 많이 사는 장면이에요.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인데, 뒤에 에어컨을 보면 주의해야 할 점을 아기 엄마가 적어둔 종이가 붙어있어요. 그게 잘 안 보이는데, 일부러 그렇게 넣기도 했어요. 아기를 나았다면 저런 모습일까 그런 기회를 잠깐 주고 싶기도 해서 넣은 장면입니다.


관객: 카메라가 두 주인공들을 한참을 따라가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카메라가 과하게 흔들리는 게 이들의 불안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면서 동시에 둘의 미래가 암울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기도 했어요. 해피엔딩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묘하면서 좋더라고요.


안: 아마 해피엔딩으로 보시는 분들은 고양이 이름이 ‘희망’이다 보니까 그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세서 그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있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희망을 얘기하고 싶은 것도 있고요. 제가 키웠던 고양이 이름이 실제로 ‘희망이’였는데, 굳이 바꿔야 할까 싶어 그대로 썼어요. 이름 때문에 이런저런 반응들이 있었어요. 너무 메시지가 적나라 한 거 아니냐고.(웃음) 근데 사람마다 다를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희망을 쉽게 볼 수 있고 어떤 사람은 희망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죠. 이 둘만의 세계나 가족들과의 세계, 그런 사적인 영역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되게 영화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근데 바로 내 옆에 잠깐 앉았었던 사람이나 잠깐 마주쳤던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도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알 수 없어요. 저는 그 사람들이 가을이고 요셉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가을과 요셉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길거리에 나가서 사람들과 섞이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현실 속에서 걸어가는 모습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장면을 봤을 때 누군가는 그 둘이 워낙 위태로운 존재들이기 때문에 계속 힘들겠구나, 둘의 고난이 끝난 게 아니겠구나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래도 좀 가벼워지지 않았을까, 뭔가 즐거워 보이네, 행복해 보이네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진행: 저도 이 마지막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 가을과 요셉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시간은 계속 가는 거고, 계절도 바뀔 거고, 이들에게도 잠깐이나마 따뜻함이 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기분 좋은 장면이었어요. 뭐 더위도 오겠고, 추위도 또 다시 오겠지만요.(웃음)


안: 자기가 너무 고립되어있거나 본인이 사람들과 너무 다르다고 생각하면 섞이기 두려울 때가 있는데, 사람들 속에 섞일 수 있는 용기, 사람들을 마주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거죠. 그 정도만 해도 굉장히 큰 발전이라고 생각해요. 거리에서 같이 팔짱 끼고 다니면서 사람들의 시선에 마주할 준비가 되어있는 정도의 용기랄까요.



관객: 영화를 보면 요셉의 가족은 나오지 않지만, 누나가 드러나요. 가을은 오빠가 있고요. 왜 두 사람 다 성별이 다른 손위 형제가 있는 가족 구성원을 생각하셨을까 궁금해요. 그리고 희망이랑 아기를 묻는 장소가 떨어져 있지만, 둘 다 아늑하고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소를 정하게 된 과정도 궁금합니다.


안: 둘 다 손위 형제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웃음) 왜 그랬을까요? 특별히 이유가 있진 않았는데, 둘 다 가족으로부터 압박을 받거나 가족의 눈치를 보는 존재죠. 동생이었어도 같은 상황이었을 것 같은데, 자기를 압박하는 가족의 위치를 생각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중요한 것 같진 않아요. 누가 됐든 철없고 오류투성이로 보이는 둘을 압박하는 위치에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장소는 사실 같은 곳에 묻었다는 설정이었는데, 저는 그냥 ‘땅이 너무 얼어서 묻기 어려운 곳’이라는 이미지 밖에 없었어요. 땅이 꽁꽁 얼어서 파내는 게 어려운 그런 산 속을 생각하면서 묻기 힘든 과정과 묻으러 가는 그 길이 험난한 걸 보여주고자 하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어요. 근데 촬영감독님은 아무래도 저보다 더 전문가이시니까 영화적인 이미지로서 조금 더 풍광이 좋고 심지어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하는 곳을 선정한 것 같아요. 보자마자 ‘여기서 하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 가을이 낙태를 하고 나서 그 아기를 자신한테 다시 돌려달라고 하잖아요. 그러고서 그냥 돌려받는 게 아니라 직접적으로 다 보여주셨는데, 그렇게까지 보여주신 이유가 뭔가요?


안: 영화 시나리오를 쓸 때 가장 중요한 이미지가 바로 그거였어요. 개월 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낙태를 한 다음에 태아가 찢겨서 나와요.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낙태를 한다 알고 있고 제 주변에도 경험한 분들이 많아요. 피치 못할 여러 이유로 낙태를 하는데, 그게 어떤 행위인지에 대해서는 보고 싶지 않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일에 대해서 쉬쉬하고 대면하고 싶지 않아 하고 떠올리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들일수록 시간이 지나도 우울해하고 죄책감을 갖는 걸 많이 봤어요. 그게 되게 안타까웠어요. 이런 마음이 기본적으로 있어서 낙태 이야기를 할 때 그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사실 초고에서는 그걸 어머니에게 보여주기로 되어있었어요. 두 사람의 관계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해서 낙태라는 결과를 낳았죠. 근데 우리가 이 결과를 보고, 이런 일을 할 정도로 저 사람들이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했던 것 같아요. 과연 낙태를 해야 할 정도로 둘의 삶이 인정받지 못할 삶인가를 관객 분들이 생각했음 좋겠다 싶어서 이 장면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저는 이 장면을 보여줄까 말까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영화 상영하고 나면 이 질문이 매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 장면이 의문이 가는 장면이구나, 불쾌하거나 부담스럽거나 힘든 장면이구나’ 알았어요.


관객: 가을과 요셉이 어떻게 만나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안: 별 다른 게 없어요.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같이 사는 삶 속에서는 생활적이고 사소한 문제들이 있잖아요. 둘 사이에 있는 이런 문제에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서 어떻게 만났는지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걸 보여주면 둘을 굉장히 특수한 관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나이차가 많을 뿐이지 이 사람들도 다른 연인들과 별 다를 게 없거든요. 초고에는 둘의 첫 만남이 있었고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술자리에서 요셉이 무슨 얘기를 하는데, 가을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느낌을 받고 빠져들었던 걸로 썼던 것 같아요. 첫 장면에서 요셉에게 가을한테 위로를 해주잖아요, 노래를 불러주면서. 여자가 나이가 많으니까 남자를 위로해줄 거라고 많이들 생각할 텐데, 제가 생각할 때는 가을이 오히려 요셉한테 굉장한 위로를 받아서 이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요셉은 아직 어리니까 경험이 많지 않잖아요. 근데 가을은 많은 사람을 만나 봤지만, 이런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죠. 이렇게 깊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사람을 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성호준 배우: 두 연인이 나이나 출신 등 이상하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데도 그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은 못 채워주는 뭔가가 있는 거예요. 요셉은 경험이 굉장히 적고 가을은 경험이 많은데, 어떨 땐 요셉이 가을보다 훨씬 단단하고 성숙해 보일 때가 있고 가을은 그렇게 보이지 않을 때가 있어요. 물론 이게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을이 나약한 것도 아니고 요셉이 대단히 강인한 것도 아니거든요. 이게 둘의 관계가 되었을 때는 서로가 서로를 메워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연인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성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모든 다른 연인들과 마찬가지로 이 둘 사이에서도 있었고 이 둘 사이에서는 그게 바깥으로 드러났을 때 조금 더 특수해 보였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을과 요셉에겐 과연 봄이 왔을까? 그 봄은 어땠을까? 찬란하고 따뜻했을까? 얼마나 오래갔을까? 혹시 더 혹독한 겨울이 왔을까? 많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내 그들에게 봄이 왔든 더 혹독한 겨울이 왔든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계절이든 둘이서 함께 ‘용기’를 잃지 않고 잘 견디고 살아갈 테니 말이다.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용기일지도 모른다. 그 어떤 것에도 꺾이지 않을 용기, 모든 비난을 마주할 용기. 그 용기가 우리를 강하게 할 것이다. 가을과 요셉에게도 용기가 그들이 가진 전부이자 무기고 보호막이었듯이 말이다. 용기만 잃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도 ‘파스카’의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것이 지나갈 것이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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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돌잔치 2016년 7월의 상영작 <파스카>




인디돌잔치는 1년 전 개봉된 독립영화의 1주년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개봉과 함께 관객들의 관심을 듬뿍 받으며 상영된 영화의 1주년을 다시 한번 관객들과 함께 나누는 소중한 자리. 이제는 온라인 다운로드, IPTV 등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창구들이 너무 많아졌지만, 스크린을 통해 그 때의 감동을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일시: 2016년 7월 26일(화) 오후 7시 30분 +인디토크

●  인디토크

    참석: 안선경 감독

●  장소: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  입장료: 7,000원 (인디스페이스 후원회원/멤버십 무료)











 INFORMATION 


제목: 파스카(Pascha)

각본/감독: 안선경

출연: 김소희, 성호준

제작사: 궁금단 영화

배급/홍보/마케팅:무브먼트MOVement

개봉일: 2015년 7월 9일















 SYSNOPSYS 


모든 게 지나간 자리에 사랑이 남았다


시나리오 작가인 마흔의 가을과 고등학교를 중퇴한 무직의 열 아홉 요셉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시나리오를 쓰는 일보다 김밥을 마는 일이 익숙한 여자 가을과 연인 가을을 지키기엔  아직 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은 남자 요셉. 

조급하게 소리를 내지 않는 그들의 사랑처럼 가을과 요섭의 집에는  얌전하고 사랑스러운 식구 고양이 세 마리가 그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극의 전조인양 고양이 ‘희망’이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이하고 양가의 극렬한 반대로 두 연인은 원치 않는 이별을 맞이한다.  희망에 이어 요섭마저 잃게된 가을은 뱃 속의 아이마저 자신의 곁에서 떠나보내는 선택을 하게된다. 

가을과 요셉. 희망을 잃고 금단의 집에 사는 이 가난한 연인들에게 내려진 잔인한 시간들은  풀리지 않는 저주처럼, 견고하기만 했던 둘의 관계에 균열을 가져온다. 그리고 생의 고통이 가을과 요섭을 통과할 때에도 그들은

지독한 사랑의 시간을 쉬이 멈추지 않는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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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페이스가 관객 여러분과 함께 마련하는 깜짝 선물!

개봉 1주년이 되는 작품들 중 함께 보고 싶은 영화,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관객 여러분이 투표로 선정해주세요.

아쉽게도 보지 못한 작품들이 있었다면, 혹은 스크린을 통해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주저말고 투표에 참여하세요!


자, 2016년 7월의 인디돌잔치의 영광은 어떤 작품에게 돌아갈까요?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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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작

<디렉터스 컷>(감독 박준범 | 2015년 7월 2일)

<마돈나>(감독 신수원 | 2015년 7월 2일)

<레드 툼>(감독 구자환 | 2015년 7월 9일)

<파스카>(감독 안선경 | 2015년 7월 9일)

<밀양 아리랑>(감독 박배일 | 2015년 7월 16일)

<살인재능>(감독 전재홍 | 2015년 7월 30일)


● 투표기간: ~ 7월 14일(목)

● 발표: 7월 15일(금) 이후

● 상영일: 7월 26일(화) 저녁 

(입장료: 7,000원 / 인디스페이스 멤버십, 후원회원 무료)


* 투표에 참여해주신 분들 중 5분(1인2매)을 선정하여 초대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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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상하고 신비로운 순간들 <파스카>인디토크(GV)


일시: 2015년 7월 11일(토) 오후 2시 30분

참석: 안선경 감독 | 배우 김소희, 성호준

진행: 씨네21 김혜리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양지모 님의 글입니다.


토요일 오후, <파스카>의 인디토크는 “영화제 관객과는 달리 안 좋은 이야기도 직접적으로 할 것 같아 두려운 며칠간의 시간이었다”는 안선경 감독의 고백으로부터 시작했다. 이 영화를 지지하는 김혜리 기자의 진행 아래 긴 호흡의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김혜리 기자: 셋 다 연출자다. 김소희 배우는 ‘연희단거리패’ 대표로 연기랑 연출을 같이 한다. 성호준 배우도 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다. 안선경 감독의 예전 작품으로는 <열애기>(2004)라는 단편과 <귀향>(2009)이라는 장편 등이 있다. 특히 전작 <귀향>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 아기를 포기하느냐 마느냐가 나온다는 점에서 <파스카>와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다. 포기한 인물과 포기당한 인물, 끝내 포기하지 않은 인물이 세상을 떠도는 이야기이다. 영화 감상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질문을 시작하겠다. <파스카>를 재미있게 본 것은 현실에서 진짜 마주치는 사랑의 적대자들, 장애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현실에서는) 보편적으로 많이 존재하는데도 영화에서는 재연되지 않는 벽들이 있다. 사랑에 있어서 장애는 재벌과 가난한 사람이 만날 때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가을’(김소희 분)과 ‘요셉’(성호준 분)의 나이차가 보편적이라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세상이 바람직한 사랑의 표준으로 제시하는 사랑을 많이 한다. 그러면서 자꾸 사람을 나누고 결핍을 가리려고 한다. 그렇지만 요셉의 두려움처럼 바깥과 접하면서 우리의 원칙을 통용시키지 못하는 일이 생기고 그 기준에 안 맞는 사람들이 생긴다. 예를 들면 결혼은 우리에게 버거운 제도라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연애조차 버거워서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반려동물과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적인 사랑의 고통들이 있는데, 왜 지금까지는 멜로드라마에 없었을까 공감을 했다. 사랑에도 자격이 필요하다는 듯이 적당한 나이와 조건, 이 사람들의 행복과 관계없는 사람이 오지랖을 부렸을 때 지치고 사랑을 놓아야 하는 일들이 힘든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특이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이 영화가 나이 차나 통념에 대한 도전이고 심지어 영화에 두 개의 죽음이 나오지만 그렇게 어두운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두운 이야기라고 받아들인다면 ‘이런 사랑은 안 될 사랑이야’라는 체념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 생각했다. ‘진정한 사랑이지만 불행하게 될 거야’ 무의식적으로 속단하기에 그렇지 않은가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 요셉이랑 가을은 대단한 혁명을 하겠다거나 세상과 싸우겠다는 사람들이 아니다. 동물병원에서 원장이 ‘엄마와 아들’이라고 할 때 바로잡으려 하지도 않고, 가을이 엄마와 이야기 할 때에도 순하게 어울리려고 노력한다. 이들의 행동을 큰 일로 만드는 건 주변 사람들의 리액션이다. 이 사람들이 고난에 처해있고 위험한 사랑을 한다는 건 어떤 프레임을 갖고 영화를 보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가난하지만 취향대로 예쁘게 공간들을 꾸미고, 경제적·심리적으로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의지도 있다. 망가지지 않았다. 전혀 나쁜 삶이 아니고 폐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속 캐릭터가 남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기 시작할 때가 위기라고 생각하는데, 저 정도의 삶은 나쁘지 않다 생각하고 봤다. 다만 둘이 너무 저자세라는 게 불만이었다. (웃음) 그리고 왜 이렇게 지지해주는 친구가 없을까. 그런 것 때문에 고독해 보이는 게 마음이 쓰였다. 똑같은 이야기를 갖고 로맨틱 코미디 형식의 주류 영화로 만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획이 불가능한 영화는 아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이 커플들이 절대적으로 마주쳐야 할 벽들을 회피, 우회하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 <파스카>가 어떤 태도, 슬픔만 간직하고 가기보다 잘 사는 방법이나 강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힘을 얻는 영화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궁금한 부분들을 묻겠다. <파스카>는 감독이 반려동물을 잃었던 경험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준비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여러 스토리가 섞이기도 하고 지금 하고 있는 체험과 예전에 영화로 만들고 싶어서 써놨던 시놉시스라든가 관객들에게 이 즈음에 전달하고 싶었던 것들이 변형되고 합체된다. 이 영화는 예전부터 품어왔던 주제와 어떻게 결합되어 완성됐나?


안선경 감독: 고양이 ‘희망’이 죽어서 겪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막막함과 불편함에서 출발했다. 우리가 많이 봐왔던 방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작은 경험, 뭔가를 쓰게 만드는 경험이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귀향> 이야기도 했지만 이렇게 만들고 나서 생각해보면 내가 좀 집중했던 게 뭔가 뒤늦게 보이게 되는 게 있다. 사실 (내가) 시나리오 작가이거나 글을 전문으로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야기를 만들어놓고 시작을 못 한다. 그렇게 하면 몇 줄 못 쓰더라.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인위적으로 삶이 구성이 된다.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 올 한 올 바느질을 하면서 방향이 그때그때 생기는 것처럼 우연적으로 생겨난 구조가 많이 있다. 두 사람은 괜찮지만 굉장히 사회 속에 섞이기 힘든,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온전히 받아주지 않으면 굉장히 고독해진다. 그런 존재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주변에 게이 친구들도 많았고, 성소수자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해봤고 섞이기 어려운,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외적인 조건으로 인해 사회가 배척하는, 개인이 삶과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심각하게 상처를 받는 인물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지인 가운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커플이 있는데,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도 어르신이나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는 경우가 많다. ‘만약 그 커플이 열아홉과 마흔이라면’이라는 가장 사회적인 통념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커플을 설정했다. 남녀가 온전할 수 있는데 미성년자 기준법에 걸린다든가 하는 경우들을 생각했다. (사람들이) 여성의 삼십 대와 마흔을 다르게 인식한다. 사십 대가 되면 욕정에 불타서 사랑을 욕망을 채우려 하고, 순수하게 사랑한다고 잘 믿지 않는다. 남녀 성별이 바뀌어도 비슷하다. ‘이들에게 과연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떻게 살아낼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하고 해결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썼던 것 같다.



김혜리 기자: 마지막에 요셉과 가을은 처음에는 걷다가 점차 뛰기 시작한다. 희망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파스카’는 구약성서에서는 구원을 가리키거나 평정을 되찾는 순간을 말하는데, 그래서 ‘근데 뭐가 파스카였어, 혹은 구원이었지?’ 질문할 수 있겠다. 희망적으로 종결되지만 터닝포인트가 없다. 이를테면 가족 중 누군가가 이들에게 이해심을 보였다거나 가을의 시나리오가 영화화된다는 전화가 걸려온다든가 아니면 모르는 익명의 누군가가 우호적인 표정을 지어주는 그런 장면마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웃음) 계기 없이 오로지 버티면서 조금 더 파워업하는 정도였다. 이들에게 무기는 자기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었고, 결국 무기는 성격밖에 없다. 실제 극장에서 개봉을 염두하고 ‘모멘트가 없는 승리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데 극적 전환점이 없는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두 배우들도 이렇게 감정의 궤적에 있어서 포인트 없이 이들의 마음의 흐름을 연기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떠했는가?


안선경 감독: 이십 대에 연극하다가 늦게 영화를 시작했다. 영화를 좋아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카메라를 들어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아직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영화가 먼저가 아니었고, 삶을 충분히 살고 그 다음 영화를 판타지 없이 받아들였다. 삶과 다른 방식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와 영화들에 대한 반감이 크다. 이건 사실성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인생에서 보면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웃음)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거나 나쁜 사람이 벌을 받는다든가 하지 않는다. 착하게 살면 병신 취급을 받는다. 빈부격차도 심화되고 더 살기 어려운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상에 대한 시각은 변하지 않는다. 버티다 보면 노인 다 돼서 인정할 수도 있겠다. (웃음) 그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현실을 우리가 다 겪고 있는데, 갑갑했다. 좋은 결말을 내고 싶었고, 어떻게 이 갑갑함을 통쾌하게 돌파할 방법이 있을까 고민했는데 거짓말을 못하겠더라. 내가 겪은 ‘파스카’는 이상한 신비로운 순간들, 삶에서 자주 일어나는데 되게 힘든데 어느 순간 잊어버리게 되는 그런 순간들이다. 계속 나를 짓누르고 절망적이라는 생각에 눌려서 사는데 어느 순간 어깨가 가벼워지고 ‘왜 지금 내 마음이 가볍지?’ 갑자기 짐을 어디에 두고 온 걸 망각한 것처럼 그런 순간이 삶에서 있더라. 내 삶은 별로 변하지 않을 거고 고통은 계속될 거고, 영원히 반복되는 것 같은데 적어도 설명하긴 어렵지만 사람이 삶을 견디다 보면 견딜 수 없는 어떤 것이 평온하게 보일 때가 있더라. 고통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평온함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혜리 기자: 이런 생각을 (배우들과) 같이 나누고 촬영했나?


김소희 배우: 평소에 가을이랑 많이 다르다. ‘왜 고양이를 키우니?’에 일상적으로 더 가깝다. 동물과 가까이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쪽이다. 아까 이야기했던 ‘(왜 그런 것에) 돈과 시간을 써?’ 까지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의 세계이고 나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고양이 눈을 제대로 들여다보았다. 겉모습으로 보다가 들여다보게 되고, 고양이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느껴지는 엉덩이 살의 느낌을 그 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훨씬 더 가까워진 것 같다. 게다가 나는 인생이란 조금 더 안 되더라도 더 좋은 곳을 향해서 노력하면서 살다가 죽는 것이다, 뭔가 더 발견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계속 간다면 어느 정도까지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한다. 구체적인 노력을 한다면 소통의 문제나 외적인 문제도 희망이 보인다. 상투적이고 제도권적인 생각이라 할 수 있다. 가을과 요셉의 경우는 그런 외적인 게(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영화에서 그것이 없어도 ‘요셉을 만나고, 너무 예쁜 고양이를 만나서 이름을 지어주고 그런 생동감으로 오늘 하루 느껴서 걷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견디다 보면 굳은살이 배기고 하는 것처럼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고통의 연속이니까 그 안에서 어떤 위로 받을 수 있는 한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그래서 버릴 필요도 의심할 필요도 없는, 다시 돌아와서 오늘 하루 같이 길을 걷는 것, 그렇게 하루를 걷는 것이 삶이다. 그 때는 정말 잊어버리는 것 같다. 사실 그걸 찍을 때도 어떤 날은 가을이에 대해서 ‘왜 이렇게 하니’ 의문을 품다가도 어떤 날은 그걸 잊고 찍었다. 더 필요하다는 생각은 못 하고 했던 것 같다.


성호준 배우: 가을이 집에서 일을 하면서 오랫동안 찍히는 장면이 있다. 귀걸이를 만들면서 불안하고 적막하고 음악도 뭔가 좀 그러다가 연락을 기다리고 하는 게 짧다면 짧은 시간일 수 있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시간이 쌓이는 게 느껴졌다. 시간이 쌓이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경험을 했을 때는 시간도 밀도가 높아진다. 지난 일주일 동안 했던 것들이 일 년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그런 경험, 그런 것이 있다. 또 영화 마지막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나 병원에서 웃으면서 같이 이야기를 할 때, 두 사람에게 어떤 시간의 결이 쌓여있는지, 누가 그걸 볼 수 있고 그것을 둘 사이에서 드러낼 수 있는지, 누가 그 사람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서 그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했다.



김혜리 기자: 영화에 대해서 평자 사이에서 <파스카>에 동의를 하느냐 물러서느냐의 분기점은 임신 12주 된 아이의 낙태 숏이다. 이 숏이 왜 거기에 있는가? 1차적으로 ‘이 숏이 관음적 쾌락에 봉사한다든가 선정적인 목표를 갖고 있는가?’를 물어봤고, 그렇지 않다는 답이 나왔다. 2차적으로는 ‘이 숏은 인물의 묘사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인가?’에 대해서 ‘필수적이다’라는 것이 내 답이었다. 당연히 다 다를 것이고, 다른 이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본 결과 역시 다 달랐다.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요셉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을이 택했다고 감독은 설명했는데, 태아의 죽음은 무엇과 교환이 됐다 생각하고, 그 장면 안에 있었던 김소희 배우는 다른 의견이 없었는지 궁금하다.


안선경 감독: 가을이 낙태를 강요받는 상황에서 낙태를 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보겠다. 낙태 이야기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낙태에 대한 상처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그 당시에 만났던 사람들에게 전혀 느끼지 못했던 낙태의 흔적이 있었다. <귀향>을 쓸 때부터 (사람들이) 낙태 경험을 이야기 해주었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더라. 10년 정도 지난 후에도 계속 그 시기가 되면 생각이 난다고 한다. 막연한 슬픔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 제일 큰 문제가 낙태를 결정하는 게 대부분은 사실 되게 간단하다는 것이다. 키울 수 없다, 그리고 키워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그냥 당연히 병원에 가서 수술하는 것이다. ‘이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했을 때 (낙태)수술을 한다는 게 되게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를 수 없는 아이니까, 그래야만 내가 살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게 어떤 행위인지를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낙태 장면을) 보여주는 가장 큰 이유는 ‘너희는 당연히 결합되면 안 되고 아이가 나오면 모두가 불행해지고 부끄러우니 안 된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의 회피하고 싶은 어떤 것, 자신의 명예를 다치지 않기 위해서 하는 행위는 어떤 것인가를 정확하게 알고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한 일이 어떤 일인가. 가을이 낙태를 했을 때, 뚫고 나갈 방법이 없어서 택했겠지만, 적어도 그 아이가 남의 손에 의해서 버려지는 것을 보고 돌아서는 게 아니라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 자기 손으로 떠나 보내는 게 맞는 마음이 아닌가. 가을은 수습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고에서는 어머니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낙태를 하라고 했으니까. 그러나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서 억제하고 가을이 보고 싶어 하는 것으로 한 뒤에 ‘(관객들과) 같이 보자’ 이런 마음이었다.


김혜리 기자: 어머니에게 보여주는 안을 생각했다는 것, 자칫 그 장면이 낙태 반대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그게 아닌 것이다. ‘누가 낙태 가해자인가?’ 가을이라는 모체를 향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게 만들었던, 아무에게 피해주지 않는 사랑을 반대한 사람이 낙태 행위의 주체이다. 그래서 그런 장면을 상상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막상 찍을 때는 어땠는가?


김소희 배우: 소품 팀이 갖고 왔는데, 실제 봤을 땐 너무 충격적이었다. 안 감독이 그걸 여는 손까지만 보여주고 얼굴을 보여주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은가. 내 얼굴은 이 때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얼굴이 더 끔찍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랬다면 어떤 면에서 진실에 부합되지 않는 연기를 할 수도 있고 나 혼자 그 당시에 느끼는 생 감정이 나와 버릴 수도 있었다. 가을도 스스로 어쩌면 결정하는데 동참했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값을 치러야 했고, (그게) 그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 너무 리얼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몸에 근육들이 마구 경직이 되기도 했다. 감당하기 쉽지 않은 장면이다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관객들도 그렇게 느낀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제대로 대면해야 구원받을 수 있다는, ‘운이 좋아서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늘 바라지만 사실은 그렇게 되지도 않을뿐더러 그것이 맞는 것도 아니기에 겪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힘들었다.


김혜리 기자: (요셉이) 군대에 간다고 한 다음에 가을이 아이를 돌보는 장면에서 낳은 아이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이 영화가 사실 (시간의) 폭이 굉장히 넓은 것 아닐까? 물론 그런 생각은 오래 가지 않았지만 의도는 있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 숏은 분명 그러고 싶었던 것 아닌가?


안선경 감독: 가을 입장에선 사실 시나리오 써서 돈을 못 버니까 그 나이 대에 할 수 있는 다른일들을 해야 한다. 베이비시터도 그렇다. 가을이 어차피 애를 못 낳을 것이기에 아이랑 같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걸 보면서 ‘뭐지?’ 하고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어차피 보여줄 수 없는 장면이니까 판타지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뤄지지 않은 꿈이라는 의도가 있었다.


김혜리 기자: 영화를 보면서 박완서 작가의 ‘그 가을의 사흘 동안’이라는 단편 소설이 생각났다. 거기에 보면 ‘나는 아기를 갖고 싶다. 기르고 사랑할 수 있는 아기를 갖고 싶다.’는 구절이 있다. 아이를 낳는 건 좋은 거고 안 갖는 건 나쁜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기르고 사랑할 수 있는 아이라는 건 굉장히 복잡한 사회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좋았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영화에 대한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쳐야겠다.





역설의 영화, <파스카>를 보고 나서 드는 첫 생각이었다. 비극적인 내용이 아님에도 막막하고, 낙관적인 결말이 아님에도 희망이 느껴졌다. 안선경 감독의 영화에 대한 선언과도 같은 의견과 김소희 배우의 생각을 들으면서 이 영화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고통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평온함을 찾을 수도 있다는 역설은 실존의 순간마다 느낄 수 있는 삶의 성찰이다. <파스카>는 영화가 삶과 포개어지기 바라는 감독의 바람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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