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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 : 영화가 삶을 구성하는 방식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형 님의 글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낯선 것들과 마주하곤 한다. 어쩌면 이를 경계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작게는 문밖을 나서는 일부터 크게는 국가나 인종까지, 우리는 수많은 경계 속에서 일상을 보낸다. 시간도 그중 하나다. 시간을 단일하게 묶이는 하나의 연속체로 볼 수도 있겠지만, 시간은 단절되고 분할되어 있다. 마치 시간과 같이 박찬경 감독의 영화 <만신>은 수많은 경계로 이뤄져 있다. 영화는 만신 김금화의 삶을 다루면서, 과거를 재현하는 배우(김새론-류현경-문소리)와 현재를 살아가는 실존인물 김금화를 공존하게 한다. 그렇지만 단지 과거와 현재의 경계 설정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만신 김금화와 영화 <만신>이 지니는 경계 지점은 훨씬 복잡하고 미묘하다.



무당의 삶은 시대의 변화와 무관하게 흘러갈 것만 같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 내림굿을 받은 금화(김새론 분)가 무당의 삶을 시작한 뒤, 그는 시대마다 수많은 경계를 마주해야 했다. 조선 시대는 무당을 신성한 존재로 칭송했지만,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한국전쟁 시기에는 신을 모신다는 이유로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다. 유신 시대에선 무속이 풍기를 문란하게 한다고 하여 철저히 탄압받으며 생활 밖으로 내쳐진다. 그러다 80년대 전두환 정권은 정치적인 이유로 무속을 다시 일상 속으로 불러들인다. 이 시기에 김금화의 여러 공연이 대중의 이목을 끌면서 그는 중요무형문화재에 지정되고 ‘나라만신’으로 거듭난다. 김금화라는 인물은 한 개인이지만, 그가 여러 시대를 거치며 마주한 경계를 살펴보면 그의 삶이 단지 한 인물의 역사로 그치지 않는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만신>의 흥미로운 지점은 김금화의 삶을 재현하는 방식에 있다. 영화는 김금화를 연기하는 세 명의 배우와 실존인물 김금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라는 경계를 확실히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경계를 무너트린다. 이는 인물의 응시에서 비롯되는데, 영화 사이사이 실존인물 김금화가 자신을 재연/재현하는 배우를 바라본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러한 시선은 특히 돋보인다. 배우 류현경, 문소리 그리고 김금화는 동일한 시선으로 어린 금화를 연기하는 김새론을 바라본다. 이로써 역할로 구분됐던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무너지고,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 또한 붕괴된다. 덧붙여 실존하는 김금화가 영화 안에서 전적으로 논픽션의 인물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김금화를 세 명의 배우와 동등한 어떤 한 사람의 배우라고 본다면, 배우이면서 실재하는 인물이기도 한 김금화와 죽은 자이면서 산 자인 무당이라는 구도는 대등한 일치를 이룬다. 만신 김금화는 여러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인 동시에 이를 무너트리는 존재인 셈이다.



<만신>은 실재인물과 배우의 시선 교환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그 경계를 보여주고 또 무너트린다. 영화는 실제 촬영된 영상과 과거의 TV 푸티지를 연결하는 작업으로 구성된다. TV 프로그램에선 무당을 초인의 힘을 지닌 단선적인 존재로 그리지만, 김금화는 미디어에 소비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대중은 미디어를 통해 무속신앙과 무당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김금화를 자연스레 체화한다. 영화는 조각난 푸티지로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낸 김금화를 보여주는데, 여러 개의 TV 푸티지 조각을 한 화면에 넣으며 혼란을 일으킨다. 이로써 대중의 일방적 시선을 무너트리며, 대중이 미디어를 통해 김금화를 단선적으로 이해하기를 거부한다. 형식적으로 <만신>은 (시네)다큐멘터리와 극영화, TV 다큐, 애니메이션, (심지어 설치미술 전시장 같은) 아트 필름의 경계를 넘나든다. 영화는 경계를 넘나들며 무속의 전통을 새로운 미디어 프레임으로 구축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 금화(김새론 분)가 “쇠걸립 왔시다”를 외치며 연신 마을을 뛰어다닌다. 헌 쇠를 새 쇠로 만드는 쇠걸립 작업의 경계에 영화는 위치하고 있다. 금화가 외치는 쇠걸립 작업이 <만신> 전체를 관통하는 것만 같다. 이때 지미집 카메라 그림자가 화면에 노출되고, 배우를 따라가는 카메라와 스텝들이 영화에 그대로 드러난다. 찍는 것과 찍히는 것에 대한 경계가 무너진다. 부감 샷으로 찍은 영화의 엔딩 촬영 장소는 짚신처럼 보이기도 하고 김금화가 굿을 했던 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이 공간은 카메라 무빙을 하면서 산 끝자락에 연결된 도로와 이어진다. 영화는 끝내 과거와 현재라는 공간의 경계를 소멸시키고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나아간다.



이러한 여러 형식적 시도를 통해 감독은 김금화의 어떤 모습을 표현해낸다. <만신>에서 김금화는 국가적 분쟁이나 위기 상황(대구지하철/삼풍백화점 참사…) 그리고 이념분쟁(한국전쟁,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있어 어느 한쪽의 편에 가담하는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경계를 이리저리 횡단하며 경계 자체의 의미를 붕괴시킨다. 그에게 중요한 일은 경계에 가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자의 감정에서 경계를 무너뜨리고, 이를 자신의 몸으로 다시 표현해내는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만신 김금화는 인간이 지닌 경계를 붕괴시키며 자신을 어떤 소통 창구로 작동하려고 시도한다. 감독 또한 영화가 지닌 경계를 무너트리면서 김금화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한다. 그렇게 <만신>은 김금화의 삶을 영화라는 양식을 빌려 새롭게 구성한다. 어쩌면 이것이 수많은 경계를 넘나들던 만신 김금화라는 인물에 가장 맞닿아 있는 방법은 아닐까.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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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 : 만신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


*관객기자단 [인디즈] 추병진 님의 글입니다.


영화 <만신>은 만신 김금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세 여배우는 주인공 김금화를 연기하며 그가 경험한 과거를 보여준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 있는 실제 김금화는 자신의 과거를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카메라는 그를 따라서 (서해안 배연신굿을 벌이게 될) 인천으로 간다. 또 6.25전쟁 때 사망한 북한군들을 위로하는 진오귀굿을 찍기 위해 파주에도 간다. 영화 중간 중간에는 만신 김금화가 과거에 벌였던 굿이 자료화면으로 나온다. 이처럼 <만신>은 현재와 과거 사이를 수시로 오가며 ‘만신 김금화’ 라는 인물에 대해서 보여준다. 이 영화는 한 인물에 대한 자서전 같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의 구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때로는 어딘가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마치 보통 사람은 알 수 없는, 아니 알아서는 안 되는 만신의 세계처럼 말이다.



17살의 김금화는 이름난 만신이었던 외할머니로부터 내림굿을 받고 무당으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6.25전쟁 때에는 무당이라는 이유로 남·북한군의 위협을 받으며 온갖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는다. 70년대에 이르러서는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고 무속을 멸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경찰과 이웃들의 눈치를 보며 굿을 하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80년대가 되면, (정치적인 영향과 함께) 우리 전통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다시금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여러 국가를 다니며 순회공연을 하고, 중요무형문화재에 지정되어 나라만신으로 거듭난 것도 이 때이다. 신을 모시는 몸으로 숱한 고난을 겪어왔지만, 시간이 흘러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나라만신이 된 김금화의 인생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


<만신>에서 주목할 것은, 이 영화가 극영화 방식으로 연출된 장면과, 기록영화(다큐멘터리)처럼 주인공 김금화를 담은 장면, 그리고 이 두 가지가 혼합된 모호한 장면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먼저, 박찬경 감독은 세 여배우와 함께 만신 김금화의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연출했다. 예를 들어, 공기놀이를 하면서 어린 금화가 돌멩이를 위로 던진 순간, 영화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그 짧은 순간 주변의 아이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금화의 표정을 보여준다. 또 만신 김금화가 꿈을 꾸는 씬에서는 쇼트가 위아래로 뒤집히고, 색감이 푸른빛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장면들은 무당의 눈에서 보이는 세상을 영화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또한 미술가이기도 한 박찬경 감독은 화면 안에 움직이는 무신도(巫神圖)를 넣거나, 추상적인 이미지들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인간 김금화의 일상적인 모습과 굿판을 벌이는 장면이 있다. 전 남편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인천시장에게 배연신굿에 대하여 설명하는 장면이 전자라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굿판을 벌이는 장면은 후자이다. 놀라운 것은, 굿을 하다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변하는 그의 표정과 몸짓이다. 그야말로 예술적인 경지에 도달한 만신의 언어와 동작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지점이다. 그 스스로가 ‘종합예술’이라고 말하는 굿은, 보는 이의 마음을 졸이게도 하고, 흥에 넘쳐 춤추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영화를 보는 우리들은 굿을 미신이나 멸시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축제로써 인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모호한 장면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요소가 하나로 모일 때이다. 만신 외할머니가 무당이 된 금화에게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느닷없이 실제 김금화가 나타나 두 사람을 쳐다보기도 하고, 반대로 전쟁을 피해 도망가던 금화가 언덕 아래에서 진오귀굿을 벌이고 있는 실제 김금화를 바라보기도 한다. 또 마지막 시퀀스에서는 어린 금화가 집집마다 쇠를 받으러 뛰어다닐 때,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배역에서 벗어난 상태로) 하나 둘씩 나타나 금화에게 쇠를 건네준다. 그리고 전 남편과 함께 나타난 실제 주인공 김금화는 금화를 애처롭게 쳐다보다가 가장 늦게 자리를 떠나면서 영화가 끝난다. (심지어 헬리캠을 통해서 박찬경 감독과 스태프들이 촬영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것은 현실과 극의 경계를 허무는 것처럼 보인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이 장면들에는 김금화가 김금화를 쳐다봄으로써 생겨나는 어떤 감정이 있다. 미래에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과거에서 자신의 미래를 쳐다보는 것. 이것은 ‘김금화’ 라는 한 사람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돌이켜볼 때 무언가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결국 <만신>은 만신 김금화에 대한 존경을 바치면서, 그의 험난한 삶에 작은 위로를 건네는 영화가 아닐까.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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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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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되돌아 봐야만 할 우리들의 90년대, <논픽션 다이어리> 인디토크


영화: <논픽션 다이어리> _감독 정윤석

일시: 2014년 7월 19일

참석: 정윤석 감독, 박찬경 감독(<만신> 감독)

진행: 전상진 감독 (<주님의 학교>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윤상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719일 토요일 오후 인디스페이스에선 <주님의 학교>의 전상진 감독이 진행하고 <만신>의 박찬경 감독이 함께하는 <논픽션 다이어리>사제썰전 상영회가 있었다. 박찬경 감독은 정윤석 감독과 사제지간으로 <논픽션 다이어리>의 시작단계부터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었으며, 전상진 감독 또한 정감독과 <논픽션 다이어리>의 편집과정을 함께했다고 한다.

감독과 친분이 두텁고 이 영화에 대해 누구보다 애정을 가진 두 감독이 함께하는 자리라 훨씬 더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로 상영회가 진행되었다.

 

 

 

진행: 정윤석 감독님 지금 개봉 3일차 인데 어때요? 일주일 전부터 잠을 못자고 동네를 방황하시더라고요.(웃음) 작품 공개하고부터 개봉준비까지 1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그간의 과정을 간략히 말씀해주세요.

 

정윤석 감독(이하 정): 작년에 부산에서 프리미어 상영하고, 1년 동안 계속 개봉 준비를 했어요. 그러다보니까 개봉 날이 종영일 같더라고요.(웃음) 약간 진이 빠졌었는데 관객과의 대화(GV)하면서 컨디션이 다시 올라오고 있어요.

 

진행: 17일 개봉을 해서 지금 3일차 인데, 요새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밤마다 들어가서 내 영화 몇 명 봤나 체크하고 있죠?

 

: 그거는 영화를 아직 개봉 안 해봐서 하는 소린데... 개봉하면 1분마다 체크해요(웃음).

 

 




진행: <논픽션 다이어리> 포스터와 예고편이 상당히 잘 나왔잖아요. 그리고 부산영화제에서 작년에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그리고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우수 아시아 영화상 이렇게 수상했어요. 그래도 지금 전국에 16개관, 그리고 첫날 관객이 400명이에요. 제가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고 있어요. ‘내가 적극적으로 안 해도 잘 가겠구나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오히려 상황은 정말 어렵습니다. 영화의 수준을 떠나서 한국 영화 자본이 갖고 있는 문제점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개봉 3일차 된 이 작품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초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소개를 해 드려야겠죠? 일단 두 분이 어떻게 아시는 사이세요?

 

: 저희는 10년차 교수와 제자 사이에요. 박찬경 선생님 캐릭터를 설명해드리자면, 한국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일 잘 만드신다고 주장하는 분이고요. 저는 아니다 내가 더 잘 만든다고 주장하는 제자입니다(웃음).

 

진행: 여기 박찬경 감독님은 3월에 <만신>이라는 다큐멘터리로 개봉을 해서 지금까지는 올해 최고의 다큐멘터리 흥행작 감독으로서 유지하고 계시고요. 정윤석 감독은 이 뒤를 이어서 내가 더 흥행작 감독이 될 것이다하고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죠. 두 분이서 처음 만나게 된 건 언제고 어떤 인연으로 이 자리에 나오셨는지 선생님이 직접 설명을 해주세요.

 

박찬경 감독(이하 박):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수업을 오래 했었어요. 그중에서 기호학 수업시간에서 처음 만났고요.

지존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 꽤 됐었습니다.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고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는데, 중간에 다른 작품 하느라 좀 지체 되길래 어떻게 됐느냐그랬더니 촬영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는 사이사이 작품도 좀 보고 편집본도 보고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완성된 작품은 오늘 처음 봤습니다. 중간 중간 편집과정을 봤을 때 보다 굉장히 완성도도 높고 이야기를 잘 풀어 나간 것 같아요. 물론 저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에 잘 했겠지만(웃음), 상당히 놀라면서 봤습니다. 한국 다큐멘터리에서 굉장히 새롭고 중요한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진행: 작품 초기에는 선생님이 많은 조언을 해주셨지만 2012년부터 정작 이 작품에 하루에 12시간 씩 붙어있던 사람이 누구였죠?

 

: 그건 당신이죠.(웃음)

 

진행: , 제가 거의 2년 동안 이 작품이 나오는 산통의 과정을 매일 밤낮으로 지켜봤습니다. 참 작년에는 좋은 다큐멘터리로 회자되었던 작품이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그중에 세 작품을 뽑는다면 <만신>, <논픽션다이어리>, 그리고 <주님의 학교>라고.. 사실 이 세 작품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는데, 개봉을 아직 못하고 있네요. 잠깐 관심 가져주세요.(웃음)

선생님께서 말씀 하셨지만, 이 작품을 구상한 시간은 꽤 오래전부터 였죠?

 

: . 5년 됐죠, 아까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중간에 1년 정도 영화를 포기 했던 적이 있어요. 난지도에서 사람들이 시체를 찾는 장면 있잖아요제가 자료조사를 하면서 그 장면을 만나는 순간, 사랑하는 가족들의 시체를 찾겠다고 왜 죽었는지도 모르는 시체들을 난지도에서 찾아다니는 모습자체가 '아, 이게 90년대의 강력한 상징일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아, 내가 이걸 만들어야 하나. 하고 싶지 않다’하는 생각으로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 피해있는 상태였는데, 그때 선생님과 우연찮게 술을 마셨어요. 선생님이 지나가는 말로 그 작품 어떻게 돼 가냐?”고 물어보셨고 저는 안하려고요하고 대답했어요. 그 때 선생님이 그 작업 중요한데 왜 안하니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얘기를 듣고는 다시 생각을 다잡아 고 선생님을 섭외하기 시작했고, 영화가 만들어지기 시작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법의 형평성 문제가 정치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사회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셨는데, 이 말 자체가 영화를 만드는데 굉장히 중요한 맥락이 되었어요. 사람들이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주장이나 목소리를 앞세워서 설득하려고 하지만 그것보다 이 영화가 가진 기본 자체를 질문하는 쪽으로 풀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진행: 박찬경 선생님이 한국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형식이고 중요한 시도다라는 표현을 해주셨어요. 두 분 다 미술을 베이스로 영상 작업을 하시고 선생님은 미술 평론도 오래 해오셨죠.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작품이 어떻게 보이시고, 어떤 면에서 새로운 형식적 시도라고 생각하시나요?

 

: 먼저 자료를 음악과 어울리게 배치하는 스킬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어요. 지금 <논픽션 다이어리>에서 보시는 정도까지는 굉장한 노력과 시간, 그리고 감각이 필요하거든요. 그런 부분이 눈에 띄는 것 같고요. 무엇보다도 사실 최근 한국영화나 많은 할리우드영화에서도 범죄를 다루는 시각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잖아요. 보통 악의 씨앗’, ‘이유를 알 수 없는 광기이런 쪽으로 몰아가는 게 대세인 것 같아요. 특히 현대에 들어올수록 사회적으로 해석하는 건 촌스럽고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그런데 이 영화는 악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을 과감하게 사회적으로 풀었잖아요. 그랬을 때 비로소 그 범죄들이 왜 만들어졌고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시선에 있어서도 굉장히 당대에 필요한 해석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그런데 시사회 때도 그렇고 관객들 표정이 좋지 않다는 말들이 있었어요.

 

: 영화 주제 자체가 소화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무거우면서, 한국사회를 여러 가지로 생각하게 하기 때문에 쉽게 표정이 나오는 영화는 아닌 것 같아요.

진행: 저는 이 영화가 어려운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사회에서 순진하게 세상을 살아오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법의 형평성이나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것을 당연히 알고 있고, 저는 한편으로 그런 당연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들추기 때문에 사람들이 할 말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 제가 관객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이런 현실을 다 알고 있고 여태까지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거냐.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냐.” 이 두 가지에요. 사실 이 부분에서 제가 해드릴 말은 별로 없어요.

이 영화를 제가 첫 장편으로 선택한 자체가 세상을 바꾸겠다고는 주장을 하려던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제 삶에 있어서 이 영화가 마지노선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거든요. 살면서 뭔가 유혹을 받거나 정의롭지 못한 일을 하게 되는 때가 있을 텐데 그때마다 이 영화가 초심이 되도록 중요한 질문들을 남겨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관객 분들이 그런 질문을 해주실 때 마다 난감한 측면이 있어요.

동시에 재밌는 리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는 기자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이 영화의 지존파, 삼풍백화점, 성수대교가 삼점 투시 되어 소실점으로 모이는 것이 5.18인 것 같다.” 저도 공감했던 것이 결국에는 90년대 5.18특별법이 제대로 통과되지 못하면서 법의 형평성이 깨졌고, 그것이 제대로 처리되었다면 삼풍백화점이 세월호로 다시 돌아올 일도 없었을 거라고 저는 감히 생각해요. 만약에 90년대에 우리가 갖고 있던 기회를 제대로 활용했다면 오늘날의 이런 비극이 다시 반복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죠. 그래서 관객 분들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제 우리의 몫이 생겼고, 우리가 상기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는 정도인 것 같습니다.

 

 

관객: 중간에 지존파의 김기환이 세상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두려움 없이 살아라.’ 이런 말을 했잖아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는 심야토론에서 사회자분이 읽어준 편지의 내용은, 지존파 같은 사람들은 소수고 멀쩡한 다수의 청년들이 있다는 내용의 편지였는데, 제가 받아들이기엔 마지막 메시지가 너무 허무맹랑하다고 느껴졌거든요. 오히려 지존파의 김기환이라는 사람이 한말이 더 와 닿았어요. 우리는 아직 희망적이라는 말이 별로 와 닿지 않았는데 마지막에 그 장면을 넣으신 이유가 뭔가요?

 

: 사실은 그 말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말이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마지막에 넣었어요. 느끼신 게 맞는 것 같고요. ‘우리는 지존파가 아니다. 우리는 예의범절을 잘 지킨다.’ 예를 들면 이 말에서 지존파비정규직으로 바꿔도 말이 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말을 빨갱이라고 바꿔도 말이 되고요. 그 말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이나 비 논리성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다 맥락화 되어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을 블랙코미디 식으로 다시 한 번 상기시킨 장면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진행: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개봉하는 과정에서 조금 마음이 힘들었다고 하셨는데, 어떤 생각으로 힘드셨던 건가요?

 

: 1년 동안 개봉을 준비하다 보니 세월호 이전과 이후 반응이 다르더라고요. 영화를 보면서 나오는 얘기도 다르고요. 세월호 이전엔 사형제도에 관한 이야기가 중요했어요. 세월호 이후엔 삼풍백화점, 성수대교에 더 초점을 맞춰 국가의 문제를 얘기해야 한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제가 삼풍백화점 사건을 편집하면서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 사건 자체가 알고 있던 것 보다 훨씬 더 끔찍한 사건이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겁이 났어요. 사람들이 어쨌든 분노를 하고 있고 그 분노라는 건 희생양을 찾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결국엔 분노를 소비시키려고 하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슬픔을 강요하지도 않는 가운데서 내가 관객들을 만나 어떤 얘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하는 심적 부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진행: 선생님이 보시기에 최근 한국 사회, 특히 세월호 사건에 이 영화가 메시지를 던져준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 것 같은가요?

 

: 일단 제가 영화에서 재밌게 본 것은 종교인들의 태도나 말인데요. 우리가 지금 여러가지 문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저는 영화의 전체적 주제를 굳이 말로 하자면 용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 용서가 이해를 통한 용서인거죠. 영화에서 설명을 해주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이런 사람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어떤 조건들이 있었고, 절대적인 악이란 없다. 그러면서 풀어가지 않습니까.

근래 세월호를 겪으면서 용서라는 말을 쓰기 어려워졌죠. 말하자면 이제 정확히 문제점을 찾아서 해결하고 단죄해야 한다는 거죠. 세월호 이후에 우리가 사로잡혔던 감정은 단죄잖아요. ‘나쁜 놈들은 다 잡아 가둬야한다. 대통령이 문제다. 해경이 문제다등등..

종교적이나 윤리적 차원의 용서의 범주와 단죄의 범주가 있는데, 하나는 굉장히 근대적인 사고이고 하나는 굉장히 오래된 종교적 사고일 텐데 이 사이의 충돌을 여러 가지 차원에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에서 다루는 주제도 세월호 이후에 우리가 느껴왔던 용서와 단죄 사이의, 또는 더 나은 근대화, 더 철저한 근대성, 더 나은 민주주의와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 사이의 문제는 없는가. 그런 생각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2012년쯤 선생님께 만신 이후에 어떤 작품을 하시고 싶으신지 여쭤봤더니 결국에는 유토피아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하셨거든요. 선생님은 결국에는 좋은 세상에 대한 염원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요즘 염원보다는 염원하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에도 나오지만 지존파 일원이 사형되기 전에 부들부들 떨고 있으니까 옆에 교도관이 떨지 마라. 금방 끝난다고 말했더니, “제가 지금 죽는 것 때문에 두려워서 떠는 게 아니라 내 영혼이 죽고 나서 심판받을까봐 그게 두려워서 떤다고 말하잖아요. 저는 그때 그 사람이 한 인간으로서 죽음 앞에 가장 큰 자존감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결국 나쁜 사람에서 착한사람이 됐으니 용서하자가 아니라 원래 누구나 다 인간이라면 그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착한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악마라고 불렸던 사람도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희망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었어요.

 

 

진행: 선생님 마지막으로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대관을 하셔서 <논픽션 다이어리> 상영회를 하신건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 사실 제가 <만신>을 개봉했을 때 유지태 씨가 전석 구매 후 초대 이벤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힘도 받게 되고, 굉장히 고맙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상영회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영화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논픽션 다이어리>를 선택할 수 있었죠.

 

 

진행: 정윤석 감독님도 이후 이런 좋은 취지의 상영회를 꼭 이어나가길 바랍니다.(웃음) 오늘 이 자리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 이상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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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7~04/23 인디스페이스 시간표

<셔틀콕> 이유빈 | 100분 | 15세 이상 관람가

<아버지의 이메일> 홍재희ㅣ90분 | 12세 이상 관람가

<한공주> 이수진 | 112분 | 청소년관람불가

<만신> 박찬경 | 104분 | 15세 이상 관람가 (*4월 30일 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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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제국 +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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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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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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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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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제국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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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돌잔치 <공정사회>

20:00-21:44

만신 +종영

  

Event & Info.

4월의 인디돌잔치 <공정사회>

● 일시 : 4월 29일(화) 20:00 상영


<만신> 종영안내

● 4월 26일(토) 10:30 / 27일(일) 10:30 / 30일(수) 20:00 상영 후 종영



[예매 안내] (실시간 예매 가능)

● 맥스무비 http://bit.ly/9BCgci

● 예스이십사 http://bit.ly/an5zh9

● 인터파크 http://bit.ly/LzoD1D

● 네이버 http://bit.ly/OVY1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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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7~04/23 인디스페이스 시간표

<한공주> 이수진 | 112분 | 청소년관람불가

<씨,베토벤> 박진순,민복기ㅣ90분 | 15세 이상 관람가

<탐욕의 제국> 홍리경 | 92분 | 12세 이상 관람가

<만신> 박찬경 | 104분 |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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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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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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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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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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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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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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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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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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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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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

Event & Info.

<한공주> 인디토크 

● 일시 : 4월 18일(금) 19:30

 참석 : 이수진 감독, 천우희 배우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의 희생자분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인디토크는 취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씨,베토벤> 인디토크

 일시 : 4월 19일(토) 15:00

 참석 : 박진순, 민복기 감독 외


※ 종영 공지는 추후 업데이트 됩니다. 



[단편특별상영] 

<인생은 새옹지마> + 인디토크(GV)


● 일시 : 4월 20일(일) 오후 4시 20분

● 참석: 김태용 감독, 고경표,이초희,안재민 배우 참석

(*참석자는 사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인생은새옹지마> 감독 김태용 | 31분 


Synopsis. 평범한 대학생 준기는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스튜어디스 소라의 귀국날 그녀를 찾아가지만, 오히려 그녀가 예전에 사귀다 갑작스런 결혼으로 자신을 버린 용주 부부를 방해하고 오라는 미션을 받는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용주 부부와 함께 MT를 떠난 준기. 과연 준기는 무사히 미션을 수행하고 소라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을까?


※ <인생은 새옹지마> 개봉일이 변경되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예매 안내] (실시간 예매 가능)

● 맥스무비 http://bit.ly/9BCg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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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s 페이스 (Indie's Face) 


상영 후 감독 배우들과 함께하는 인디토크와 인터뷰, 상영작 리뷰 등 인디스페이스의 다양한 소식들을 전하는 인디스페이스  기록 자원활동가 입니다. 극장 안 이야기들을 전하는 인디스페이스의 얼굴, <인디's 페이스>와 더욱 알찬 소식 만나세요 :D


 

영화: 만신_박찬경

일시: 2014년 3월 11일

참석: 박찬경 감독

진행: 고재열 시사IN 기자





‘만신’은 무녀를 높게 칭하는 호칭 중 하나다. 한국 인간문화재이자 만신이신 김금화 선생의 일생을 다룬 영화 <만신>. 영화는 ‘다큐멘터리 드라마’라는 다소 특별한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다큐멘터리와 극의 요소가 합쳐진 영화 <만신>. 우리의 전통 신앙인 무속이 어떻게 녹아 들어 있는지, 그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박찬경 감독의 <만신> 인디토크를 지금 시작한다. 


진행 : 무당학개론 잘 보셨나요?(웃음) 먼저 감독님 인사 드릴게요.


감독 : 네 안녕하세요 <만신>을 연출한 박찬경입니다. 반갑습니다.


진행 : 제가 ‘무당학개론’이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사실은 제가 최근에 무당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졌어요. 최근에 무속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우리 시대의 무당을 너무 축소해서 해석을 하고 있더라고요. 개인의 한을 풀어주고 개인의 운세를 점쳐주는 그것은 무당이 가장 움츠러들었던 시대에 호구지책으로 했던 일인데, 우리는 무당을 이해하는 프레임이 그 정도였던 것 같아요. 원래 무당의 역할은 공동체의 운을 틔워주고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했었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사실 권력의 2인자였잖아요. 혹은 ‘내가 신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해서 권력자들이 무당의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죠. 역사를 쭉 거슬러 올라가보면 불교라든지 우리의 무속보다 훨씬 체계가 잡힌 종교로 인해서 무당이 공격을 많이 받았었어요. 다행히 불교와 무속신앙이 서로를 받아들여 각자의 영역을 지켰다면, 유교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상당히 위축됐죠. 그래도 재미있는 점은 무속이 담당했던 역할은 계속 하는 거에요. 왕이 제사장을 자처했던 적도 있었고요. 감독님께서 무속신앙에 대해 깊이 연구해서 하나의 개론으로 우리에게 잘 전달을 해주셨는데, 이런 무속의 세계에 어떻게 처음 발을 들이고 이런 영화를 만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여러분들도 아마 모두 괴롭고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실 거에요. 저도 7-8년전쯤에 그런 일이 있었어요. 인생의 벼랑 끝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죠. 그때 저에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산, 바다 등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계룡산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올랐어요. 그래서 계룡산에 한 번 가봤는데, 거기에는 정말 다양한 종교 집단이 있더라고요. 그때 자연스럽게 무속에 관심이 생겼고, 마침 김금화 선생님 자서전을 보게 되면서 영화까지 찍게 된 것 같아요. 김금화선생님 책을 보면 세계 샤머니즘 학회의 이야기가 나와요. 그 중에서도 김금화 선생님께서는 단연 돋보이셨는데, 아마 무속인 계의 한류이신 것 같아요.(웃음) 보통은 무속인들이 자기지역을 벗어나면 무력이 약해져서 무당으로서의 역할을 못한다고 하는데, 김금화 선생님은 예외인 것 같아요.

 

진행 : 이 영화에서가장 통쾌한 느낌을 받았던 장면이 중간에 목사님들이 등장하는 장면이었어요. 마치 우리 문화에 대한 시선을 우리에게로 복원시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교회에서 무당을 배제하는 것을 정상으로 봤는데, 그 상태를 전복시킨 것이잖아요. 그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습니다.

 

감독 : 그 장면은 사실 선생님 자서전에 있습니다. 산 속에서 십자가를 들고 김금화 선생님과 대치하는 모습이 묘사된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구성하면서 어떤 찬송가가 좋을까도 생각을 하다 ‘예수의 피밖에 없네’ 라는 곡을 사용하게 됐어요. 그리고 반대로 무가 사설에는 ‘모든 잡귀까지 다 먹여서 보내라.’ 라는 말이 있어요. 기독교의 ‘오직 예수를 통해서만 구원될 수 있다’ 와 무속의 ‘모든 잡신들까지 다 먹여서 보내라’ 라는 생각의 차이에서 쓰게 되었습니다.







진행 : <만신>에 다양한 종류의 굿판이 등장하는데요. 그 굿판들은 어떻게 연출하게 되셨나요?


감독 : 사실 영화에서 보여드리는 굿과 완벽하게 닮은 굿은 없습니다. 그런 무당이 없어서가 아니고요, 굿판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굿을 모르기 때문이죠. 예전 자료를 보면 동네 사람들이 모두 굿판에 놀러 와서 먹고 뒹굴며 여성 해방의 역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요즘 굿판을 가는 사람들은 그냥 멀찍이서 구경만 하는 느낌이 들어요. 아마도 공동체문화로서의 굿은 사라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다만 다른 문화적인 형태를 취해 영화나 소설 등으로 현대 문화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판소리처럼 무가의 기록이 제대로 갖춰진 공공장소가 시급하겠죠.

  

진행 : 고무신에 어떠한 의미가 부여된 것 인지 궁금합니다. 김금화 선생님이 처음에 고무신을 받았었잖아요, 그 이후에 무병을 앓고, 중년이 되었을 때 고무신을 보내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 때 저는 김금화 만신이 신을 떠나 보낸다는 듯 한 느낌을 받았어요. 


감독 :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어렸을 때 우연히 발견한 고무신이 미래에서 보낸 것인, 즉 미래의 김금화가 과거의 김금화에게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영화 전체적으로 순환구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또 그 고무신이 마치 할머니를 떠오르게도 하고, 여성을 상징하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를 연상케 하는 모티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 : 이번엔 영화 형식상에 있어서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영화가 전체적으로 재연과 인터뷰, 실제 영상을 번갈아 연출되었잖아요, 사실 우리가 익히 봐온 재연은 가장 쉽게 만들고 접하는 방식이어서 어떤 작품을 고급스럽게 만들고자 할 때 피하고 싶은 방식인데 왜 이런 방식을 선택하셨고, 또 재연에서 각 배우들에게 중점적으로 끌어내려고 했었던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에 ‘경찰청 사람들’이 있어요.(웃음) 저는 그 프로그램에서 아마추어 배우들이 등장하는 풋풋함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재연의 방식을 택한 것도 있고요. 하지만 70년대에서는 보신 것처럼 풋풋한 재연을 연출하진 않았어요. 영화적으로 앞 뒤의 재연을 다르게 했습니다. 새론이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광기 넘치고 환상을 보는 것처럼 연기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새론이에게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는 그런 아이를 생각해 볼 수 있겠느냐 했고요. 류현경 배우는 신을 받아들이는 전과 후의 심리적인 변화가 중요했습니다. 

 

관객 : 영화 잘 봤습니다. 저는 마지막 장면을 흥미롭게 봤어요. 새론양이 쇠걸립 하는 장면에서 드라마와 다큐멘터리가 만나는 연출이 되었잖아요. 어떻게 그런 연출을 하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감독 : 쇠걸립이 자서전 속에서 굉장히 감동적이에요. 사람들이 아이에게 엎드리면서 신성한 사제로 대하는 것 들이 말이죠. 자서전 안에는 그 장면이 매우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요. 그 부분을 표현하자니 걸립의 의미도 전달해야겠고, 멋있게 하고 싶지만 예산문제도 걸렸죠. 그래서 나온 최선의 선택이 다큐멘터리와 드라마가 만나는 것이었어요. 영화적으로 연출해보고 싶던 구성이기도 했고요. 저는 이 장면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저는 영화도 일종의 굿이라고 생각해요. 굿이 영화의 확장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굿이자 동시에 영화인 형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관객 : 영화를 통해 굿이라는 우리의 문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어요. 이 영화를 왜 다큐드라마 형식으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적절히 배합하는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다큐드라마 형식을 취한 것은 김금화선생님이 생존해 계시잖아요.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기예가 여전히 품위 있으신 풍모에 감동을 받아서 언젠가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쭉 했어요. 그러면서도 무속인이 되어간 역사적인 과정이 담기 과거의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고요. 단순히 인터뷰로만 과거의 이야기를 담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라는 매체가 갖고 있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특성을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큐드라마 형식이 되었습니다.


관객 :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되는 한국 여인의 삶을 인상 깊게 봤어요. 넘새가 내림 굿을 받을 때 외할머니에게 받죠. 전반적으로 할머니들이 항상 누군가를 위해 기도를 하는 모습들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감수성이었잖아요. 이제는 그런 감수성이 많이 사라졌지만 이러한 관점들이 굉장히 여성적인 관점이란 생각이 드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할머니 라는 존재가 정말 중요하죠. 왜냐하면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고, 인내심의 어떤 상징이기도 하니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옛날 할머니들은 정말 무력한 존재이고 어떻게 보면 존재감이 없기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절한 마음이 담 긴 기도만큼은 할머니를 능가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무당은 할머니들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기도의 천재가 있다면 그 위에 기도의 신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진행 : 민속학자가 처음 김금화 만신을 발굴했는데, 미디어에서 김금화 선생님이 공연하시는 것에 대해 상당히 반감을 가지셨고, 나중에는 거의 비난을 하시는 것을 봤어요. 그러한 갈등에 대해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감독 : 문화재 지정 같은 경우 그 속의 권력이 정말 복잡합니다. 선정하는 과정에 있어서 여러 일들이 생기기 때문에 오히려 순수성이 망가진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실제로 폐해도 많죠.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이미 사라졌을 것들이 많죠. 김금화 선생님은 굉장히 훌륭한 만신인 것은 분명하고요. 인터뷰에서도 말씀하셨지만 수 십년 동안 수련해온 무가나 사설들을 공개하는 것은 그 시절에 상상하기도 어려워요. 일단 그것들을 내놓으셨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죠. 그렇게 함으로써 무속을 알릴 수 있고, 자신이 떳떳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학자들 그리고 미디어와 친숙하게 지내신 거에요. 제가 영화를 찍자고 제의 했을 때도 굉장히 호의적으로 반응하셨고요. 정말 나레이션 그대로입니다. 누가 누구를 이용한 것인지 굉장히 애매하죠. 어쨌든 김금화선생님께서 그것을 통해 무속이 예술로써 인정받도록 하신 것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진행 : <만신> 이후로 무속에 관심이 생기고, 또 다른 무언가를 더 하고 싶을 때 어떤 것을 찾아보면 좋을지 알려주세요.


감독 : 굿을 찾아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가 틈 날 때마다 보고 있는 책이 ‘바리데기’라는 서사에요. 하나의 바리데기가 지방마다, 무당 마다의 버전이 달리 있는 거에요. 그래서 그 책이 바리데기라는 한 이야기인데도 10권이 있어요. 한국의 구술로 남아있는 대 서사죠. 많은 예술가들이 이것을 영화로 연출해보겠다며 많이 시도하셨는데, 다들 실패했어요. 그만큼 그 대서사를 담아내기 어려운 것이죠. 여러분도 한번 읽어 보세요. 그리스 로마신화와는 또 다르면서 아주 흥미로운 세계입니다. 더구나 바리데기는 죽어서 저승에 온 사람들을 극락으로 인도해주는 무당의 원조, 즉 무당들의 신이죠. 그렇게 이것저것 찾아보며 읽어보시면 옛날 우리 민중들의 그리고 여성들의 상상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정리/유승민 자원활동가(iamyise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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