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기 워크샵 한줄 관람평


이지윤 | 삶 같은 연기, 연기 같은 삶. 그 경계 위에서

박범수 | 삶과 연기, 숨김과 들킴을 오가는 교묘한 외줄타기

최대한 | 연기의 진정성과 광기 사이에서

이가영 | 마음의 기원을 쫓아서

김신 | 만화경처럼 증식하는 거울의 미로 속에서 사라진 출구 찾아 떠돌아다니기

남선우 |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배역의 쉴 곳 없네





 <나의 연기 워크샵 리뷰: 나 자신과의 아득한 거리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가영 님의 글입니다.



<나의 연기 워크샵>에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진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연기 워크샵 수강생인 '헌', '은', '준', '경'이 처한 현실이고, 또 하나는 현실을 배경으로 그들이 연기를 하는 이야기다. 수업 커리큘럼에 따라 4장으로 구성된 서사는 타이틀에 충실하다는 인상을 준다. 몸의 긴장을 풀고, 상대와 교감하고, 자신이 던져진 상황에 대처하며 연기를 수행하는 순간, 수강생들은 본능적인 감정을 체험한다. 매번 상황극이 끝나면 연기 선생인 '미래'는 기분은 어땠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질문하고, 그들은 명료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적 소회를 털어놓는다. 이같은 미래의 가르침이 있기 때문에 영화 속 현실과 허구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듯 보인다.


 




수업이 거듭될수록 수강생들은 자신만의 논리로 캐릭터를 표현해내며 점차 연기를 완성시킨다. 그 논리란 살면서 경험해 온 시공간을 기반으로 구축된 것이기에 그들의 연기는 작위적일 수 없다. 극중 미래가 던진 질문과 조언들은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우리를 흔들어댄다. '나란 존재를 관객에게 다 들켜서도 안 되고, 아주 감춰서도 안 된다', '진실된 연기를 위해서는 온전한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 이제 수강생들은 굳이 수업시간이 아니더라도 감정을 따라 마음의 기원을 쫓아갈 수 있다. 내 기분이 어떤지,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미래는 수강생들로 하여금 현실과 내면의 세계를 넘나들게 하는 동시에 미지의 심연을 탐구하도록 한 것이다.

 

미래는 수강생들에게 의 일기를 읽고 이 되어 마지막 장을 완성해 보기를 제안한다. , , , 경에게 각각 다른 페이지의 일기가 주어지고, 그들은 자신과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을 생각하며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일이란 어렵기에 그들은 스스로를 에게 대입하게 되고, 그 과정에는 그 동안 겪어 온 시간이 관여한다. 이때부터 영화의 시선은 차츰 헌, , , 경 개개인의 인생에 주목한다. 영화 감독의 술자리에 불려가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끼는 준,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 도무지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 강인함 뒤에 분노를 감내해 온 . 일상의 반대편에서 욕망과 충동이 뒤엉킨 바로 그곳에 또 다른 ‘나가 있다.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몰라야 할 진실이 있고,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깊이 묻힌 채로 남아 있어야 할 기억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이 둥글게 모여 을 얘기하던 그날 밤, 그간 묵혀왔던 기억들이 터져 나온다. 어렵고도 용기 있게 털어놓은 아픔을 두고 을 앞세워 서로의 감정을 공유한다. 존재론적으로 확실한 분석 대상인 (타자)이 있기에 서로에게 함부로 동정심을 가지거나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다 같이 모여 얘기를 나누는 이 장면에서 지리멸렬하게만 느껴지던 현의 조각들이 마침내 하나로 맞춰진다. 이제 현실과 허구(연기)를 구분 짓는 일은 무의미하다. 그들에게 있어 은 타자인 동시에 또 다른 이다.

 

영화는 타인은 물론 자신의 고통 앞에서도 그저 무력감만을 느끼고 외면하는 현실을 경계하고 있다. 수강생들이 의 일기를 읽고 불가피하게도 불행한 과거를 떠올리는 이유는 그에게 유대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연기 워크샵>이 위태로운 헌, , , 경을 통해 끊임없이 암시하는 바는 내 안의 괴로운 나(타자)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지의 심연에서 라는 사람의 진실을 발견해야지만 새롭게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고 적당한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은 현실과 연기로 창조된 허구에 비유할 수 있는 나와 또 다른 나의 분열을 이 선택한 자기파멸을 통해 역설하는 듯하다. 언제고 내 안의 타자(또 다른 나)는 꿈틀댈 것이고 란 시스템은 분열되기 마련이기에, 보이지 않는 간극 사이에서 우리는 여전히 버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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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의 진정성과 광기 사이에서  <나의 연기 워크샵>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2월 30일(토) 오후 2시 30분 상영 후

참석 안선경 감독 | 배우 김강은, 성호준, 서원경, 이관헌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서슴없이, 인위성 없이 배우들의 감정들을 토해낸다. 이렇게 감정을 토해내는 과정에서 진정성과 광기가 동시에 느껴진다. <나의 연기 워크샵>은 강렬한 인상과 혼란을 머릿속에 남겼다. 혼란이 채 가시기 전에 안선경 감독과 배우들의 인디토크가 이어졌다.

 

 



진명현 대표 (이하 진명현) : 오늘 많은 분이 자리해주셨습니다. 안선경 감독님부터 인사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안선경 감독 (이하 안선경) : 함께 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아주 작은 궁금증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좋은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강은 배우 (이하 김강은) : 연기를 시작하고 첫 작품인데, 이렇게 개봉을 해서 너무 기뻐요. 관객 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어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성호준 배우 (이하 성호준) : 1년 만에 영화를 다시 봤는데, 가슴이 너무 벅차요. 영화에 대한 감상을 편안하게 나누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서원경 배우 (이하 서원경) : 이렇게 시간 내어 영화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함께 많은 이야기 나누는 좋은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관헌 배우 (이하 이관헌) :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너무 좋습니다. 관객 분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명현 <나의 연기 워크샵>은 보는 동안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들과 어떻게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 감독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안선경 : 저는 아직까지 영화를 만들 때 특별한 모델을 가지고 만들지 않아요. 제 삶에서 우러나오는 질문과 제 주변 사람들의 삶을 담아 보겠다는 단순한 욕망을 추구하거든요그러던 어느 날 여기 있는 친구들과 함께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이 친구들이 성장하는 모습 속에서 좋은 드라마를 발견한 거예요. '지금 이건 굉장히 좋은 순간이고 매력적인 순간이다. 이걸 사람들에게 보여주자.'라는 감정에서 착안해 시작했어요.

 






진명현 : 영화에서 연기에 대한 배우들의 진솔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여기 앉아계신 배우 분들이 실제로 활발한 성격은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대부분 <나의 연기 워크샵>이 첫 영화 작업인데, 다른 누군가가 스크린을 통해 자신을 본다는 사실에 걱정을 좀 했을 것 같아요.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나요?

 

김강은 : 제가 처음에 안선경 감독님을 찾아간 이유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망도 있었지만 저에게 용기를 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감독님과 함께 연기에 대해 탐구하면서 용기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특히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각자의 삶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저는 이 시간이 감정적으로 힘들었어요. 이러한 과정을 극복한 후, 감정적 교류가 형성된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하니까 막상 촬영을 진행할 때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성호준 : 항상 안선경 감독님의 세계관과 태도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제가 이 영화를 잘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제 삶을 더듬으면서 연기를 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감독님과 삶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제 삶을 더듬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서원경 : 제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특별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이야기가 관객 분들에게 보여지는 것 보단 스크린을 통해 제 자신과 대면하는 것이 두려웠어요.(웃음)

 

 

진명현 : 이제 <나의 연기 워크샵>을 통해 진짜 배우가 되셨잖아요.(웃음) 지금까지의 과정을 거쳐보니 어떤가요? 연기라는 건 재능인 걸까요, 아니면 배워가는 걸까요?

 

서원경 : 연기에 대한 주관은 다를 수 있지만, 누구나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어렸을 때는 연기라는 게 단순히 '쇼'라고 생각을 했는데, 감독님과 김소희 선생님을 만난 후 자기 자신과 소통하고 대사 한마디라도 나를 통해서 나와야 진짜 연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진정성만 있다면 누구나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호준 : 김소희 선생님은 저희가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서 표정이 계속 실감나게 변해요. 이 표정의 변화가 연기에서의 관계 맺기라고 생각하는데요, 관계를 맺는 데 탁월한 사람은 연기가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진명현 : 감독님은 연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이기도 하고 연출자이기도 하잖아요. 어디에서 에너지를 얻나요?

 

안선경 : 항상 진지하게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힘든 일인 것 같긴 해요.(웃음) 왜 제가 이 일을 하게 됐는지 생각을 해봤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뭐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보다 사람간의 관계와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결핍에 굉장히 시달렸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들여다보면서 왜 오해가 생기고 상처를 받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연기가 관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관계에 대해서 끝없이 탐구하다 보니 현재의 직업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관객 : 영화의 영문 제목이 'Hyeon’s Quartet'인데,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선경 : 배우가 어떤 대상을 연기할 때, 제 주관에는 주어진 대상을 정확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개념이 있지 않아요. 이 말은 어떠한 인물이 고정적이지 않다는 의미인데요, 누가 그 인물을 바라보고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인물들이 창조된다고 생각해요. 또 저는 관객에게 많은 선택지를 줄 수 있는 연기가 좋은 연기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 4명이 모두 '현'을 연기하면서 4명이 각자 다른 화음을 내서 연기하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인물이 나오는 것이 <나의 연기 워크샵>의 목표라는 의미로 현의 4중주’(Hyeon’s Quartet)라는 제목을 지었습니다.

 

 

관객 : 영화에서 의 이야기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4명의 배우가 연기에 대해 고민을 하는 데에 의 이야기가 왜 필요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안선경 : 이 영화의 목표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 캐릭터로부터 공감지점을 찾고 가면에 숨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의 이야기라는 프리즘을 통해 4명의 배우 역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의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해요

 

 

관객 : 김소희 배우의 대사 중에서 배우에게 숨을 잘 못 쉰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저도 숨을 잘 못 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거든요. 숨을 잘 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서원경 : 저도 사실 숨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어요.(웃음원래 제 본업은 사진을 찍는 일이에요.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안선경 선생님을 찾아갔고 연기 워크샵에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살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제 자신을 찾고 싶은데, 연기를 그 도구로 찾은 거죠처음에 김소희 선생님이 저에게 숨을 못 쉰다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방어벽을 치고 있는 거예요. 제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저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런 것들이 숨을 못 쉬게 하고 있더라고요그러다가 연기를 배우면서 어느 순간 숨을 쉰다는 게 무엇인지 느껴졌어요. 물리적으로 숨을 쉬려고 의식하다 보니 사람이나 주변의 환경이 저와 소통을 하는 게 느껴졌어요. 이렇게 의식을 하고 난 후 일상에서도 가끔 제가 숨을 쉰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물리적으로 숨을 한 번씩 크게 쉬어요.(웃음)

  

김강은 : 김소희 선생님이 에 대해서 말씀해주신 적이 있는데요, 선생님은 가까이 있는 사람의 숨을 따라 쉰다고 하더라고요. 즉 상대방의 리듬을 따라간다는 건데, 제 옆에 있을 때는 숨을 못 쉬겠다고 했어요. 선생님한테 말한 적은 없는데, 사실 숨 쉬는걸 힘들어 했거든요.(웃음주변과 제 자신을 의식하면서 숨을 쉬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사실 저는 아직도 뭘 어떻게 해야 자연스러운 것인지 모르겠고 그게 저의 제일 큰 과제인 것 같아요.

 

 

관객 : 크레딧을 보면서 알게 됐는데, 각본 작업을 배우님들도 함께 했더라고요. 어떻게 진행했는지 궁금합니다.

 

안선경 : 처음에 배우들을 만나서 이야기 할 때 이 사람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고 자세히 상상하고 싶어서 자기 자신을 모델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일기 쓰듯이 자유롭게 써달라고 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배우들의 내면 궤적을 추적했고 기본적인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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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에 대한 끝없는 질문의 연속

 <나의 연기 워크샵> 안선경 감독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현실과 허구가 혼재한다. 그것들은 끝없이 뒤엉키며 영화를 이끌어간다. 현실의 세계와 연기의 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작품 한가운데엔 헌, , , 경 네 인물이 있다. 그들은 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를 솎아낸다. 그리고 네 인물이 지닌 이야기와 불안은 끝내 이라는 하나의 인물로 구체화 된다. 네 인물과 의 모습이 서서히 겹쳐질 때, 경계는 더욱 흐려진다. 불분명한 경계 위에 놓인 <나의 연기 워크샵>은 작품이 주제로 삼고 있는 연기그 자체를 닮았다.


<나의 연기 워크샵>의 개봉이 얼마 남지 않은 12월의 오후, 작품을 연출한 안선경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훈훈한 웃음이 오갔던, 따뜻하고 편안한 만남이었다.

 






Q. <나의 연기 워크샵>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21회 부산국제영화제 비전 감독상 수상과 서울독립영화제2016 상영 이후 1년 만의 개봉인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무브먼트(MOVement)의 진명현 대표가 처음 독립을 하면서 작업한 작품이 저의 전작 <파스카>(2013)에요. 그때는 서로 가난한데다가 인력도 없었어요.(웃음) 둘이 도와가며 간신히 개봉한 거예요. 2년이 지나 <나의 연기 워크샵>으로 두 번째 개봉을 하는데, 진명현 대표의 역량이 커지고 동료도 생기다 보니 <파스카> 때보다 더 풍성하고 화려하게 일을 하고 있어요. (웃음) 예전에는 포스터 사진을 못 찍었지만, 이번에는 포스터 사진도 찍으며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했어요. 예고편의 경우도 예전엔 제가 집에서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전문가 분들이 예고편을 만들어주셔서 내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었나?’하고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이 과정이 감사하고 재미있어요. 단칸방에서 어렵게 살았던 사람이 우리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가!”하고 들뜬 기분?(웃음)


 

Q. <나의 연기 워크샵>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들어보고 싶어요.


A. 영화를 하기 전 원래 연극을 했어요. 연기에 관심이 있어서 시작했어요. 무대라는 공간이 좋았어요. 그래서 제게 연기, 배우란 존재는 강렬한 첫사랑 같은 영원한 주제에요.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으로도 <유령 소나타>(2007)라는 작품을 찍으며 배우 이야기를 한번 한 적이 있어요. 늘 마음을 품고 있다가 오랜만에 연기 워크샵을 시작하게 된 것이 2014년 겨울이었어요. 그때 첫 손님으로 이관헌 배우가 온 거예요. 이관헌 배우를 관찰하다 보니까 전혀 연기를 하지 못할 것 같이 불편하고 딱딱하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평범함을 보여주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친구였는데, 연기하는 행위를 통해 조금씩 자신이 드러나는 모습을 보며 감동받았어요. ‘아 정말 좋은 순간이구나, 이게 바로 영화적인 순간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관헌 배우를 모델로 삼아서 배우 이야기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관헌 배우에게 너를 주제로 삼을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내가 모르는 너의 일상들과 주변의 관계들, 네가 그동안 만나왔던 사람들에 대해 일기를 쓰듯이 써서 나한테 달라. 그것에 영감을 받아서 내가 이 작품을 써보고 싶다해서 의기투합하여 시작을 하게 된 것이죠. 이관헌 배우에게는 내면에 더 깊은 것이 있을 텐데 그것이 뭔지 모르겠는 미스테리한 부분이 있어요. 그 미스테리를 풀고 싶었달까요.(웃음) 그런 것들이 제게 일종의 영감을 줬던 것 같아요. 충분히 동력이 될 것 같았고, 이 궁금함을 풀어가는 동안 드라마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영화에 등장하는 워크샵 과정은 실제 감독님이 진행하는 연기 워크샵의 커리큘럼이기도 해요. 영화감독이 연기 워크샵을 진행한다는 게 흔치는 않잖아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A. 영화를 하며 살다 보니까 생계가 너무 막막해서 계속 알바를 전전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그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할 수 있는 일이 계속 줄어들고 어딘가에 가서 새롭게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이렇게 살 순 없다고 생각을 하다가 그렇다면 내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연기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건 좀 자신이 있더라고요. 대학과 극단생활까지 7년 정도 연극을 하며 살았는데, 연극이라는 행위는 사실 80%가 연기에 대한 것이에요. 연출을 할 때에도 배우의 몫이 거의 80%라고 믿고 있어요. 영화를 하면서도 제일 깊게 파고들며 중심을 뒀던 것이 연기에 대한 부분이고 끊임없이 연기에 대한 탐구를 했어요. 저는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고, 그다음엔 배우와 연출의 영역을 넘나들며 골고루 모든 입장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직업화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영화와 관련된 것들을 가르치는 센터에 가면 이런 수업을 메인 수업으로 쳐주질 않더라고요. 당시엔 제 커리큘럼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냥 일회용 특강 정도로만 생각하더라고요. 그냥 내가 혼자 해야지 싶어서 광고를 올리고 소수의 인원을 모집해서 단발적으로 하게 된 거예요.



Q. 그럼 극단에 계셨던 당시 배우로도 활동을 했던 건가요?


A.연희단거리패라는 곳에 있었어요. 연희단거리패는 극단 단원이 아닌 연기자 훈련 과정으로 사람을 모집해요. 3개월 동안 일종의 워크샵을 하는 거죠. 연기를 다시 배우고, 그걸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거친 후 남아있는 사람들은 극단 단원이 되는 거예요. 다 배우로 들어가는 것이죠. 배우가 모든 것을 다 해요. 기획도 하고 스태프도 하고 연기도 하고. 구역을 나눠놓지 않고 모든 걸 하는 시스템이었고 연출을 해도 배우에 대해서 잘 알아야 했어요. 결국 배우로 출발한 것이죠.



 



Q. 작품의 형식이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극영화인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보단 트리트먼트 형식에 즉흥성을 더하지 않았을까 추측이 들기도 했어요. <나의 연기 워크샵>의 구성 과정, 촬영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A. 그 추측이 맞는 것 같아요. 처음에 작품을 쓸 때도 일반 시나리오처럼 씬넘버를 붙이지 않고 시퀀스 단위로 썼어요. ‘시퀀스1: 나는 누구인가이런 식으로요. 지금 나뉘어져 있는 장들을 큰 시퀀스 단위로 나눠서 그걸 하나의 씬처럼 생각했어요. 그리고 예를 들어 1장에서 움직임에 대한 훈련을 하면, 그것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건 김소희 배우에게 맡겼어요. 김소희 배우와 의논하고 촬영장에 가면 배우들은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로 와서 머리 세팅만 하고 있는 거예요. “올라와 봐, 자장면 돌려이러면서 찍은 거죠.(웃음) 즉흥극도 그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오면 짝을 지어주고 컨셉만 던져놓았어요. 그렇게 해서 즉흥극 장면이 나온 거죠.

 


Q. 어쩐지 첫 번째 즉흥극 장면에서 이관헌 배우의 당황한 표정이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요.(웃음)


A. 본인은 상대가 뭐라 이야기할지 몰랐으니까요. 리얼 버라이어티죠.(웃음)

 


Q. 배우들의 즉흥연기를 담아내는 데는 원테이크가 용이한 걸로 알고 있어요. 테이크를 다시 가면 아무래도 순간의 감정이 증발할 수도 있으니까요. <나의 연기 워크샵>에도 원테이크가 많이 사용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장면들이 다른 구도의 쇼트들로 이어져 있더라고요. 테이크를 여러 번 간 건지, 아니면 한 장면을 찍는 카메라가 두 대였던 건지 궁금해요.


A. 카메라가 두 대였어요. 다시 찍자고 하면 배우들이 연기를 해야 하고, 그러면 생생함이 깨져요. 배우들이 배우가 아니고 아직은 연기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저 열심히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상황인 거죠. 그러니 테이크를 두 번 가면 우리의 장점과 매력이 깨지게 돼요. 배우들의 생기 또한 깨지고요. 그래서 한 번에 갈 수밖에 없었어요. 보통 영화를 찍듯이 나눠 찍을 수가 없어서 그 상황을 카메라 두 대로 담을 수밖에 없었죠. 포커스도 막 나가고요.(웃음) 배우들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으니까 촬영감독님들도 다 긴장을 했어요.



 



Q.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해볼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먼저 김소희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감독님과는 연희단거리패 선후배 사이기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A. 어떤 아이가 연기 워크샵을 통해서 연기를 배우고, 배우가 되는 과정을 그려야겠다는 구상을 했을 때, 맨 처음부터 그 아이를 이끌어줄 사람으로 김소희 배우를 생각했어요. 20년 이상 교단에 서서 연기를 가르친 경력이 있는데다가 단순히 연기를 가르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심리와 연관 지어서 연기를 뽑아내고 이끌어 가는 분이기 때문에 제 컨셉과 방향성이 맞았어요. 또 배우로서 굉장히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김소희 배우가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앞서 이관헌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이외에도 워크샵 수강생으로 세 명의 배우들이 등장해요. 김강은 배우와 성호준 배우, 서원경 배우와는 어떻게 만나 작업을 하게 됐나요?


A. 이관헌 배우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엮어가고 있는데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도 중심이 잘 안 잡혔고 사변적인 것들도 많았어요. 그러던 중 캐릭터 창조 워크샵을 하나 개설했는데, 김강은 배우 혼자 신청을 했었어요. 한 사람만 데리고 하기엔 힘들 것 같단 생각을 하던 중, 자기소개 메일을 보니까 김강은이란 사람이 궁금했어요. 메일에 절박함과 애틋함, 영롱한 기운들이 숨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하고 만나봐야겠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네란 생각이 들었고 만나보니 이끌리더라고요. 어차피 시나리오 작업도 해야 하니까 둘을 데리고 모방독백(상대방이 지닌 경험과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을 연기하는 것. 상대방이 했던 이야기의 내용은 물론 말투와 행동, 특징들을 모방하여 연기한다)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나리오 속에 모방독백을 넣으려 했었거든요. 이관헌 배우가 김강은 배우를 모방하고, 김강은 배우가 이관헌 배우를 모방하며 독백을 하는데, 이관헌 배우가 김강은 배우의 10대 시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관헌 배우가 그전까지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생기 있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 순간에 ,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그때 김강은 배우를 캐스팅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관헌 배우의 다른 얼굴로 김강은 배우가 합류하게 된 거죠.

그 당시가 <파스카>의 개봉 준비를 할 때였어요. 그래서 성호준 배우가 왔다 갔다 하며 워크샵하는 걸 보게 되었어요. 그때 서로 알게 돼서 <파스카>가 개봉했을 때 이관헌 배우와 김강은 배우가 여러 가지 도움을 줬어요. 그러다 보니 셋이 계속 같이 어울리게 되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볼 때마다 셋이 너무 잘 어울린다 말하며 친구인지, 형제인지, 애인인지 물어보더라고요. 분위기가 서로 닮아서요.(웃음) 그래서 세 명이 함께 들어가면 조화롭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3의 멤버로 성호준 배우를 넣었던 거죠.

영화를 준비하는 데 있어 아주 기본적인 몸과 소리가 교정이 안 된 상태여서 세 명을 트레이닝하려고 특별 워크샵을 마련했어요. <나의 연기 워크샵>에 영화감독 역할로 나오는 장재호 배우가 트레이닝을 굉장히 잘 시켜요. 장재호 배우에게 움직임과 소리, 발성을 지도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이왕 하는 거니까 원하는 사람들 몇 명 더해서 함께 하자고 했는데 그때 서원경 배우가 들어온 거예요. 처음 와서 이관헌 배우 옆에 앉아있는데, 굉장히 비슷하게 생긴 거예요.(웃음) 인상적이어서 이거 재밌네하고 사진을 찍어두었어요. 한 번은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서원경 배우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세 배우들을 끌고 가는 이야기의 중심에 아버지가 있고, 아버지는 중요한 테마였어요. 지금 자신의 모습을 만드는 데 있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 존재로요. 서원경 배우가 상당히 비슷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서원경 배우는 비슷한 트라우마가 있지만 세 배우와는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한 경우였던 거예요. 자연스럽게 우리 영화와 매치가 되면서 이 친구들의 또 다른 자아로서 원경이가 괜찮겠다, 입체감을 만들어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거죠. 어떤 인물을 만드는 데 있어 삼각형이 사각형이 되었다고 할까요.



 



Q. 영화는 끊임없이 실제와 연기의 세계를 넘나들고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요. 그리고 결말부에 가선 그 경계를 완전히 지워버리죠. 그런 모호함을 의도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어떤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영화 속에선 그게 이란 인물이죠. 그런데 사실 중요한 건 이 아니에요. 만약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건강하게 자기표현을 잘하고 상처를 담아두고 살지 않는다면 굳이 예술적인 행위나 연기를 필요로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자꾸만 스스로를 갉아먹게 되어 굉장히 고립되고 힘들 때, 현실 속에서는 표현의 욕구를 펼칠 수 없어서 가장 갑갑한 상태에 이르렀을 때 연기를 하러 오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런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자기를 표현하는 거예요. 쌓여오고 곪아왔던 내면의 어떤 감정들, 하고 싶었던 말들을 연기란 도구를 통해서요. 중요한 건 허구가 필요하다는 거죠. 허구의 옷을 입어야 스스로를 편안하게 드러낼 수 있는 거예요. 어떤 캐릭터를 통해서 비로소 표현을 하게 되는 건데, 사실 본인은 연기를 하고 있다 생각하지만 제가 볼 때는 자기 자신이 고스란히 연기 안에 드러나거든요. 저 사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저 사람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연기하는 행위를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데 필요한 허구라는 옷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필요한 거예요. 결국은 을 표현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란 인물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현실과 허구를 헷갈리게 만든 이유는 그 사람들에게 그게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기댈 도구를 주는 거죠. 몸이 힘든 사람들이 허리를 받혀야 하고 베개도 필요하고 추우면 이불도 덮어야 하는 것처럼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결국 사람들이 봤을 때 영화가 허구인지 다큐멘터리인지 헷갈리지만 저는 사실 그게 굉장히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해요. 저한테는 영화에서 이란 인물을 어떻게 연기하는지 보는 게 목적이 아니거든요. 연기라는 것이 꼭 어떤 걸 인위적으로, 허구적으로 만들어내는 행위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요. 연기라는 행위는 결국 자기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거든요. 그것에 기대서요. 당연히 허구의 옷이 필요한 거죠.

적극적으로 모호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그것이 굉장히 적극적인 형식으로 드러났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강렬하게 의도했다고 여겨지는 부분이기도 해요. ‘내가 왜 그런 식으로 만들었을까?’를 거꾸로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Q. 성호준 배우를 제외한 세 배우는 영화 연기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연기가 익숙지 않았던 배우들과 작업을 한 과정이 즐거우면서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가장 고되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A. 고된 순간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마지막 시퀀스인 장면 만들기를 앞뒀을 때인 것 같아요. 이 영화의 결말이잖아요, 그 장면을 앞두고 고민했던 순간이 가장 어려웠어요. 한 달 동안 10회차를 찍었어요. 배우들이 처음 자장면 돌리기부터 해서 연기하는 순간까지 한 달 안에 가야 하는 건데, 연기도 발전이 있어야 하지만 문제는 이야기의 시작에 책임을 지는 깊은 이야기를 해야 할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작가로서도 고민이 많아져요. 결말을 생각하고 간 게 아니었거든요. 이 영화는 과정을 충실하게 담아냈기 때문에 그걸 기반으로 해서 결말을 도출해내야 하지, 구상했던 어떤 결말을 갖다 놓을 수가 없어요. 과정을 무시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결말에 대해서는 열어놓고 방임한 상태로 추적을 해나가고 있었는데, 점점 시간이 다가오며 이제까지 미뤄두었던 깊은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가 온 거예요. 저조차도 배우들에게 물어보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들을요.

그런 생각 때문에 압박감이 굉장히 심했어요. 저도 그게 인간적으로 쉽지 않으니까요. 가까운 사람을 건드리기 쉽지 않잖아요. 그리고 배우들도 슬슬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하는 거죠. 평범한 것도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로 출발했는데, 자꾸만 쑤시고 들어오면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치게 돼요.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순간을 맞아야 한다는 것도 어렵고, 뭔가 강제적으로 하고 싶지 않아서도 어렵고, 그렇다고 충분한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은 벌여져 있으니까 수습은 해야겠고.(웃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죠. 영화를 위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내가 취해야 할 도리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순간이었던 거예요. 뭔가 근사하게 채우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마지막 퍼즐은 나 스스로가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연기란 행위를 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내가 저 사람을 연기한다고 해서 그대로 복사하는 것은 아니에요. 복사하는 것처럼 불편하고 공허한 게 없단 말이에요. 내 관점으로 바라보았을 때 가장 저 사람다운 면이 어떤 것일까, 그걸 자기가 발견해내고 그 구조 안에서 입히고 싶은 것을 자기 미학으로 형상화 시키는 게 연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영화 연출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인 거죠. 네 배우들을 토대로 이 영화를 만들었지만, 영화란 것도 내가 그들로부터 받은 인상을 통해 창조해내는 세계인 거예요. 오로지 그들이 나한테 어떤 이야기를 주는 것이 아니죠. 배우들이 줄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였던 거예요. 그렇다면 그 이후는 스스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들과 나와의 상상, 지금까지의 시간들을 종합해서 의 일기의 마지막 장면 만들기를 썼어요. 그러니까 그 장면은 누군가의 실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허구일 수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가장 깊은 곳을 만졌을 때 느껴지는 정서를 포착해내는 것이었어요. 가장 깊은 곳에는 어떤 마음이 있었을까, 어떤 상황이 있었을까를 스스로 추측해내는 일들이 마지막에 벌어진 거죠. 네 배우와 비밀의 멤버인 까지 해서 다섯 명의 인생에 맞닿으며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는 지점이 어떤 걸지 추출해나가는 기간이 제게는 힘든 과정이었던 거예요.




Q. 마지막으로 <나의 연기 워크샵>을 보러 상영관을 찾아주실 관객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제가 제 영화를 봐도 기존의 수많은 영화들과 달리 불편하거나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구석이 분명히 있어요.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마음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면 자기 자신의 깊은 순간과 맞이할 수도 있는 영화라고 믿어요. 그런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감독님이 생각하는 연기란?” 마무리 즈음 던진 짓궂은 질문에 인터뷰 자리엔 웃음이 터졌다. 안선경 감독은 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예능을 너무 많이 본 거 아니냐며 말을 아꼈다. 그리고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 안선경 감독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문자엔 미뤄둔 질문에 대한 답변이 포함되어 있었다.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해보는 것.’ 그 대답은 <나의 연기 워크샵>과 꼭 닮아 있었다.

 

<나의 연기 워크샵> 속 인물들은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질문은 타인을 향한 것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인간다움으로 귀결되는 모든 질문들은 내면의 그늘에 잠식된 누군가의 깊은 순간을 향해 손을 내민다. 어쩌면 이 모든 순간을 담아낸 <나의 연기 워크샵> 또한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곧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나의 연기 워크샵> 보는 이들에게 영화와 현실을 관통하는 유의미한 질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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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목 : 나의 연기 워크샵

각본/감독 : 안선경

출연 : 김소희, 이관헌, 김강은, 성호준, 서원경

제작 : 궁금단 영화

배급/홍보마케팅 : 무브먼트 .MOVement

개봉 : 2017년 12월 28일


영화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감독상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 공식 초청





 SYNOPSIS 


어제의 당신은 누구였습니까?


각기 다른 개성의 배우 지망생인  네 사람 ‘헌, 은, 준, 경’은 연극 [사중주]를 보고 연기 워크샵에 참가하게 된다. 자라온 삶도, 지금의 꿈도 전혀 다른 네 사람은 베테랑 배우 ‘미래’로부터 한 달간 연기 훈련을 받는다. 

‘연기’와 맞닥뜨린 네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어떤 것을 먼저 꺼내놓는지 그리고 지금 연기를 배우고 있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네 사람은 과연 연기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게 닿을 수 있을까.


사실은 모두 평생을 연기하면서 사는 거야

2017.12 ‘배우가 되는 신비로운 체험’이 시작된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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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얼굴들과 목소리들에 대한 기록

 여성영상집단 움 다큐전: 페미니즘으로 비추다 <우리들은 정의파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9 29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혜란 감독

진행 김소희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신 님의 글입니다.



인디토크가 진행되는 동안 던지는 질문에 앞서 관객들은 '이런 사건을 알지 못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고, 반성한다.'는 고백을 반복적으로 꺼내놓았다. 9월 29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여성영상집단 움’의 기획전의 일환으로 관객들을 만난 <우리들은 정의파다>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사실들에 관한 기록이다. 부당한 해고를 당한 동일방직의 여성노동자들은 1978년부터 약 40여년간 복직투쟁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 사건은 <우리들은 정의파다>가 제작된 지 10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사건의 충격적인 내막에 대해 우리가 무지했다는 점, 그리고 과거의 영상에 기록된 투쟁이 여전히 종결되지 않고 어딘가에서 지속되고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우리의 부끄러움을 끊임없이 자문하게 한다. 여기,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김소희 평론가(이하 김): 영화를 보고 울컥한 상태에서 진행을 하려니 힘든데요,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영화에 대해 더 잘 이야기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하고 진행을 해보겠습니다. 먼저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혜란 감독(이하 이): 큰 계기가 되었던 것은 <평행선>(2000)이라는 작품입니다. 저는 90년대부터 노동 관련 영화들을 만들어 왔어요. 2000년에 현대자동차 측의 대량해고 결정에 대한 파업이 있었고 그 파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정리해고 대상자들 277명 중 144명이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분들이었어요. 파업 과정을 기록하면서 이들이 왜 정리해고 대상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들은 누구보다 선봉에 서서 투쟁을 했어요. 단순히 연세가 있어서, 집안에서 아내 아니면 어머니로서 젊은 노동자들을 위해 해고되어도 괜찮다는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에 정리해고를 당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밥짓는 노동에 대한 폄하의 시각도 있었겠고요. 이런 성차별적인 행간에 주목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영화를 시작했는데, 그 노동운동 안에서도 여성으로서, 소수자로서 노동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조건인 것 같아요. 그런 배제된 환경 속에서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흔히 한국 노동운동의 시작점이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그 안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역사는 누락되거나 배제되었다고 생각을 해요. 실제로 방금 상영한 영화의 동일방직 사건을 찾아봐도 똥물 사건이나 나체 시위 같은 사건 위주의 기록들이 대부분이고 실제 이 여성노동자들이 당시에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에 대한 부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이야기를 기록해보고 싶었습니다.  



김: 이들의 실제 목소리를 듣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을 것이고 실제로도 그 부분이 굉장히 잘 표현된 것 같아요. 거의 인터뷰 다큐멘터리의 교과서라 할 정도로 인터뷰들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장소가 각자의 집이었고 개별적으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감사합니다. 교과서적이라니, 교과서로 만들어서 팔까요?(웃음) <우리들은 정의파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구성과 연출방향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누락되고 배제된 역사 속 여성들의 주체성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들이 함께 할 수 있었을까 하는 고민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인터뷰를 한 당시에도 동일방직에 대해서, 그리고 해고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그 분들의 가족들도 잘 몰랐던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왜냐하면 당시에 동일방직에서 해고됐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낙인이었고, 박정희 시대에 낙인은 가장 무서운 것이었기에 여성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건 굉장히 어려웠어요. 본인의 기억을 본인의 방식으로 이야기하도록 구술 인터뷰로 진행했습니다. 그 때 호명이라는 컨셉을 생각을 했어요. <우리들은 정의파다> 속 인물들은 원래 ‘2번 시다’와 같은 방식으로 불렸거든요. 2번줄에서 일하는 시다인 거죠, ‘이혜란’이 아니라. 그래서 저는 이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에 이름 외에는 직급, 나이 등 아무 정보도 넣지 않았어요.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함께 있었던 동료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와요. ‘정남이가- 순애가- 그랬지.’와 같은 말들을 통해서요. 이렇게 흘러나오는 말들이 여성들이 지니고 있는 공동체성 안의 자매애를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 여성들의 기록 자체가 한국 여성들의 역사 안에서 호명되는 기록이기도 하고요. 개인의 기억이 공동의 기억으로 이야기되는 방식을 상상하면서 ‘우리’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려 했습니다. 



김: 개인의 말을 자막으로 잘 전달하면서 한 명 한 명을 굉장히 소중히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객: 기억이라는 것이 원래 말을 하면서 더 정확해지는 지점이 있기도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개인 인터뷰 말고 그룹 인터뷰도 어쩌면 공동의 기억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방식이 될 수 있었을 것 같고, 또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관계성을 부각시켜주는 측면에서도 좋을 것 같은데, 혹시 단체 인터뷰는 의도적으로 배제한 건지 궁금합니다. 



이: 특별히 단체 인터뷰를 진행하진 않았습니다. 개별 인터뷰를 같이 수다를 떠는 모습처럼 보이게 편집을 했어요. 





관객: 연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남성노동자와 여성노동자들 사이를 분열시키고 이간질시키는 방식이 실행되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혹시 이렇게 연대를 다루는 또 다른 작품을 제작할 의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어용 노조는 다 관리직 안의 남성들을 토대로 구성이 되었고 해고된 사람들은 여성노동자들이었죠. 이런 부분이 정부의 사주와 착종되면서 타겟이 되는 방식이 참 두렵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고민하고 있는 다음 작품은 동일방직의 김용자 씨와 한진중공업의 김진숙 씨의 복직의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투쟁을 겪어오면서 이 분들이 가지고 있었던 꿈과 열망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실제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KTX 여성노동자들의 복직투쟁에 도움을 주시고 있고 또 동일방직을 둘러싼 문제들이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많은 공감을 하고 계십니다. 자신들을 닮은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응시한다는 면이 어쩌면 연대의 측면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 동일방직 복직투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현재진행형 사건이라는 점에서 역사의식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그 사안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과거는 지나간 게 아니고 현재와 단절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기억들과 경험들은 현재의 삶 안에 같이 존재하고 있고, 어쩌면 이것들이 자신의 미래를 투영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정의파다> 속 사람들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복직이라는 꿈이 있고, 그들의 현재와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관객: 이 분들의 현재가 궁금해져요. 지속적으로 투쟁을 한 건지, 아니면 그 과정 속에서 잠깐 쉬거나 다른 국면을 맞이하기도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 81년에 해고소송과 관련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나온 적이 있습니다. 해고가 부당한 게 아니라 적법하다는 판결이 났죠. 78년 이후 복직투쟁을 계속하면서 여성노동자들이 실제로 먹고 살 수 있는 방편이 하나도 없었어요. 가족의 생계와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데 블랙리스트 때문에 취업이 안 되니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단체보다는 개인의 삶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했죠. 다시 이 언니들이 모이게 된 것은 2001년에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이 되면서부터였습니다. 이 때 투쟁을 지속하면서 해고는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오고 회사측에 복직이 권고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권고차원이니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그런 계기를 통해 현재까지는 이 분들이 서로 좀 더 안정적으로 만나고 운동을 하고 있죠. 3년 전부터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고등법원에서는 이겼고 대법원에서 기각이 되었어요. 국가가 블랙리스트를 통해 이들의 생계에 손해를 끼친 점에 대해 배상을 하라는 내용의 소송인데, 지금은 마지막 헌법재판소에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김: 재판은 언제 마무리가 될까요? 



이: 모르겠어요. 정권이 바뀌면서 어느 정도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정리가 안 되어서 섣불리 말을 할 수가 없네요. 





관객: 저 같은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우선<우리들은 정의파다>를 많이 홍보해주세요.(웃음) 동일방직 사건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사진이 똥물사진과 나체시위 사진이에요. 그런데 이야기가 없는, 그리고 주인공들이 없는 그 이미지만 보고 사건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 그 여성노동자들의 말과 얼굴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이 분들과 유사한 상황이 주변에도 있을 수 있어요. 옆에 있는 친구들, 혹은 현재 투쟁을 하고 있는 KTX 노동자 분들이 그 분들이라 생각하고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객: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시간과 인내가 정말 많이 필요할 텐데 어떤 재미로 작품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 건가요?(웃음) 감독님만의 열정과 쾌감이 궁금합니다. 



이: 대상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는 순간이 너무 좋아요. 카메라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이 좋아서 영화를 시작했어요. 기획하고, 만나서 섭외를 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 그 과정 속의 감정이야말로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김: 감독님께 끝 인사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드리면서 마무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여성의 깊은 내면에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영화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곧 있으면 완성이 될 것 같은데, 많이 기대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들은 정의파다>를 널리 홍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디스페이스에서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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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상하고 신비로운 순간들 <파스카>인디토크(GV)


일시: 2015년 7월 11일(토) 오후 2시 30분

참석: 안선경 감독 | 배우 김소희, 성호준

진행: 씨네21 김혜리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양지모 님의 글입니다.


토요일 오후, <파스카>의 인디토크는 “영화제 관객과는 달리 안 좋은 이야기도 직접적으로 할 것 같아 두려운 며칠간의 시간이었다”는 안선경 감독의 고백으로부터 시작했다. 이 영화를 지지하는 김혜리 기자의 진행 아래 긴 호흡의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김혜리 기자: 셋 다 연출자다. 김소희 배우는 ‘연희단거리패’ 대표로 연기랑 연출을 같이 한다. 성호준 배우도 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다. 안선경 감독의 예전 작품으로는 <열애기>(2004)라는 단편과 <귀향>(2009)이라는 장편 등이 있다. 특히 전작 <귀향>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 아기를 포기하느냐 마느냐가 나온다는 점에서 <파스카>와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다. 포기한 인물과 포기당한 인물, 끝내 포기하지 않은 인물이 세상을 떠도는 이야기이다. 영화 감상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질문을 시작하겠다. <파스카>를 재미있게 본 것은 현실에서 진짜 마주치는 사랑의 적대자들, 장애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현실에서는) 보편적으로 많이 존재하는데도 영화에서는 재연되지 않는 벽들이 있다. 사랑에 있어서 장애는 재벌과 가난한 사람이 만날 때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가을’(김소희 분)과 ‘요셉’(성호준 분)의 나이차가 보편적이라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세상이 바람직한 사랑의 표준으로 제시하는 사랑을 많이 한다. 그러면서 자꾸 사람을 나누고 결핍을 가리려고 한다. 그렇지만 요셉의 두려움처럼 바깥과 접하면서 우리의 원칙을 통용시키지 못하는 일이 생기고 그 기준에 안 맞는 사람들이 생긴다. 예를 들면 결혼은 우리에게 버거운 제도라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연애조차 버거워서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반려동물과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적인 사랑의 고통들이 있는데, 왜 지금까지는 멜로드라마에 없었을까 공감을 했다. 사랑에도 자격이 필요하다는 듯이 적당한 나이와 조건, 이 사람들의 행복과 관계없는 사람이 오지랖을 부렸을 때 지치고 사랑을 놓아야 하는 일들이 힘든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특이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이 영화가 나이 차나 통념에 대한 도전이고 심지어 영화에 두 개의 죽음이 나오지만 그렇게 어두운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두운 이야기라고 받아들인다면 ‘이런 사랑은 안 될 사랑이야’라는 체념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 생각했다. ‘진정한 사랑이지만 불행하게 될 거야’ 무의식적으로 속단하기에 그렇지 않은가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 요셉이랑 가을은 대단한 혁명을 하겠다거나 세상과 싸우겠다는 사람들이 아니다. 동물병원에서 원장이 ‘엄마와 아들’이라고 할 때 바로잡으려 하지도 않고, 가을이 엄마와 이야기 할 때에도 순하게 어울리려고 노력한다. 이들의 행동을 큰 일로 만드는 건 주변 사람들의 리액션이다. 이 사람들이 고난에 처해있고 위험한 사랑을 한다는 건 어떤 프레임을 갖고 영화를 보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가난하지만 취향대로 예쁘게 공간들을 꾸미고, 경제적·심리적으로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의지도 있다. 망가지지 않았다. 전혀 나쁜 삶이 아니고 폐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속 캐릭터가 남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기 시작할 때가 위기라고 생각하는데, 저 정도의 삶은 나쁘지 않다 생각하고 봤다. 다만 둘이 너무 저자세라는 게 불만이었다. (웃음) 그리고 왜 이렇게 지지해주는 친구가 없을까. 그런 것 때문에 고독해 보이는 게 마음이 쓰였다. 똑같은 이야기를 갖고 로맨틱 코미디 형식의 주류 영화로 만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획이 불가능한 영화는 아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이 커플들이 절대적으로 마주쳐야 할 벽들을 회피, 우회하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 <파스카>가 어떤 태도, 슬픔만 간직하고 가기보다 잘 사는 방법이나 강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힘을 얻는 영화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궁금한 부분들을 묻겠다. <파스카>는 감독이 반려동물을 잃었던 경험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준비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여러 스토리가 섞이기도 하고 지금 하고 있는 체험과 예전에 영화로 만들고 싶어서 써놨던 시놉시스라든가 관객들에게 이 즈음에 전달하고 싶었던 것들이 변형되고 합체된다. 이 영화는 예전부터 품어왔던 주제와 어떻게 결합되어 완성됐나?


안선경 감독: 고양이 ‘희망’이 죽어서 겪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막막함과 불편함에서 출발했다. 우리가 많이 봐왔던 방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작은 경험, 뭔가를 쓰게 만드는 경험이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귀향> 이야기도 했지만 이렇게 만들고 나서 생각해보면 내가 좀 집중했던 게 뭔가 뒤늦게 보이게 되는 게 있다. 사실 (내가) 시나리오 작가이거나 글을 전문으로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야기를 만들어놓고 시작을 못 한다. 그렇게 하면 몇 줄 못 쓰더라.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인위적으로 삶이 구성이 된다.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 올 한 올 바느질을 하면서 방향이 그때그때 생기는 것처럼 우연적으로 생겨난 구조가 많이 있다. 두 사람은 괜찮지만 굉장히 사회 속에 섞이기 힘든,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온전히 받아주지 않으면 굉장히 고독해진다. 그런 존재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주변에 게이 친구들도 많았고, 성소수자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해봤고 섞이기 어려운,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외적인 조건으로 인해 사회가 배척하는, 개인이 삶과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심각하게 상처를 받는 인물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지인 가운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커플이 있는데,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도 어르신이나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는 경우가 많다. ‘만약 그 커플이 열아홉과 마흔이라면’이라는 가장 사회적인 통념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커플을 설정했다. 남녀가 온전할 수 있는데 미성년자 기준법에 걸린다든가 하는 경우들을 생각했다. (사람들이) 여성의 삼십 대와 마흔을 다르게 인식한다. 사십 대가 되면 욕정에 불타서 사랑을 욕망을 채우려 하고, 순수하게 사랑한다고 잘 믿지 않는다. 남녀 성별이 바뀌어도 비슷하다. ‘이들에게 과연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떻게 살아낼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하고 해결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썼던 것 같다.



김혜리 기자: 마지막에 요셉과 가을은 처음에는 걷다가 점차 뛰기 시작한다. 희망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파스카’는 구약성서에서는 구원을 가리키거나 평정을 되찾는 순간을 말하는데, 그래서 ‘근데 뭐가 파스카였어, 혹은 구원이었지?’ 질문할 수 있겠다. 희망적으로 종결되지만 터닝포인트가 없다. 이를테면 가족 중 누군가가 이들에게 이해심을 보였다거나 가을의 시나리오가 영화화된다는 전화가 걸려온다든가 아니면 모르는 익명의 누군가가 우호적인 표정을 지어주는 그런 장면마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웃음) 계기 없이 오로지 버티면서 조금 더 파워업하는 정도였다. 이들에게 무기는 자기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었고, 결국 무기는 성격밖에 없다. 실제 극장에서 개봉을 염두하고 ‘모멘트가 없는 승리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데 극적 전환점이 없는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두 배우들도 이렇게 감정의 궤적에 있어서 포인트 없이 이들의 마음의 흐름을 연기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떠했는가?


안선경 감독: 이십 대에 연극하다가 늦게 영화를 시작했다. 영화를 좋아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카메라를 들어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아직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영화가 먼저가 아니었고, 삶을 충분히 살고 그 다음 영화를 판타지 없이 받아들였다. 삶과 다른 방식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와 영화들에 대한 반감이 크다. 이건 사실성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인생에서 보면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웃음)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거나 나쁜 사람이 벌을 받는다든가 하지 않는다. 착하게 살면 병신 취급을 받는다. 빈부격차도 심화되고 더 살기 어려운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상에 대한 시각은 변하지 않는다. 버티다 보면 노인 다 돼서 인정할 수도 있겠다. (웃음) 그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현실을 우리가 다 겪고 있는데, 갑갑했다. 좋은 결말을 내고 싶었고, 어떻게 이 갑갑함을 통쾌하게 돌파할 방법이 있을까 고민했는데 거짓말을 못하겠더라. 내가 겪은 ‘파스카’는 이상한 신비로운 순간들, 삶에서 자주 일어나는데 되게 힘든데 어느 순간 잊어버리게 되는 그런 순간들이다. 계속 나를 짓누르고 절망적이라는 생각에 눌려서 사는데 어느 순간 어깨가 가벼워지고 ‘왜 지금 내 마음이 가볍지?’ 갑자기 짐을 어디에 두고 온 걸 망각한 것처럼 그런 순간이 삶에서 있더라. 내 삶은 별로 변하지 않을 거고 고통은 계속될 거고, 영원히 반복되는 것 같은데 적어도 설명하긴 어렵지만 사람이 삶을 견디다 보면 견딜 수 없는 어떤 것이 평온하게 보일 때가 있더라. 고통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평온함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혜리 기자: 이런 생각을 (배우들과) 같이 나누고 촬영했나?


김소희 배우: 평소에 가을이랑 많이 다르다. ‘왜 고양이를 키우니?’에 일상적으로 더 가깝다. 동물과 가까이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쪽이다. 아까 이야기했던 ‘(왜 그런 것에) 돈과 시간을 써?’ 까지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의 세계이고 나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고양이 눈을 제대로 들여다보았다. 겉모습으로 보다가 들여다보게 되고, 고양이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느껴지는 엉덩이 살의 느낌을 그 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훨씬 더 가까워진 것 같다. 게다가 나는 인생이란 조금 더 안 되더라도 더 좋은 곳을 향해서 노력하면서 살다가 죽는 것이다, 뭔가 더 발견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계속 간다면 어느 정도까지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한다. 구체적인 노력을 한다면 소통의 문제나 외적인 문제도 희망이 보인다. 상투적이고 제도권적인 생각이라 할 수 있다. 가을과 요셉의 경우는 그런 외적인 게(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영화에서 그것이 없어도 ‘요셉을 만나고, 너무 예쁜 고양이를 만나서 이름을 지어주고 그런 생동감으로 오늘 하루 느껴서 걷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견디다 보면 굳은살이 배기고 하는 것처럼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고통의 연속이니까 그 안에서 어떤 위로 받을 수 있는 한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그래서 버릴 필요도 의심할 필요도 없는, 다시 돌아와서 오늘 하루 같이 길을 걷는 것, 그렇게 하루를 걷는 것이 삶이다. 그 때는 정말 잊어버리는 것 같다. 사실 그걸 찍을 때도 어떤 날은 가을이에 대해서 ‘왜 이렇게 하니’ 의문을 품다가도 어떤 날은 그걸 잊고 찍었다. 더 필요하다는 생각은 못 하고 했던 것 같다.


성호준 배우: 가을이 집에서 일을 하면서 오랫동안 찍히는 장면이 있다. 귀걸이를 만들면서 불안하고 적막하고 음악도 뭔가 좀 그러다가 연락을 기다리고 하는 게 짧다면 짧은 시간일 수 있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시간이 쌓이는 게 느껴졌다. 시간이 쌓이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경험을 했을 때는 시간도 밀도가 높아진다. 지난 일주일 동안 했던 것들이 일 년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그런 경험, 그런 것이 있다. 또 영화 마지막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나 병원에서 웃으면서 같이 이야기를 할 때, 두 사람에게 어떤 시간의 결이 쌓여있는지, 누가 그걸 볼 수 있고 그것을 둘 사이에서 드러낼 수 있는지, 누가 그 사람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서 그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했다.



김혜리 기자: 영화에 대해서 평자 사이에서 <파스카>에 동의를 하느냐 물러서느냐의 분기점은 임신 12주 된 아이의 낙태 숏이다. 이 숏이 왜 거기에 있는가? 1차적으로 ‘이 숏이 관음적 쾌락에 봉사한다든가 선정적인 목표를 갖고 있는가?’를 물어봤고, 그렇지 않다는 답이 나왔다. 2차적으로는 ‘이 숏은 인물의 묘사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인가?’에 대해서 ‘필수적이다’라는 것이 내 답이었다. 당연히 다 다를 것이고, 다른 이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본 결과 역시 다 달랐다.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요셉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을이 택했다고 감독은 설명했는데, 태아의 죽음은 무엇과 교환이 됐다 생각하고, 그 장면 안에 있었던 김소희 배우는 다른 의견이 없었는지 궁금하다.


안선경 감독: 가을이 낙태를 강요받는 상황에서 낙태를 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보겠다. 낙태 이야기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낙태에 대한 상처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그 당시에 만났던 사람들에게 전혀 느끼지 못했던 낙태의 흔적이 있었다. <귀향>을 쓸 때부터 (사람들이) 낙태 경험을 이야기 해주었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더라. 10년 정도 지난 후에도 계속 그 시기가 되면 생각이 난다고 한다. 막연한 슬픔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 제일 큰 문제가 낙태를 결정하는 게 대부분은 사실 되게 간단하다는 것이다. 키울 수 없다, 그리고 키워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그냥 당연히 병원에 가서 수술하는 것이다. ‘이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했을 때 (낙태)수술을 한다는 게 되게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를 수 없는 아이니까, 그래야만 내가 살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게 어떤 행위인지를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낙태 장면을) 보여주는 가장 큰 이유는 ‘너희는 당연히 결합되면 안 되고 아이가 나오면 모두가 불행해지고 부끄러우니 안 된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의 회피하고 싶은 어떤 것, 자신의 명예를 다치지 않기 위해서 하는 행위는 어떤 것인가를 정확하게 알고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한 일이 어떤 일인가. 가을이 낙태를 했을 때, 뚫고 나갈 방법이 없어서 택했겠지만, 적어도 그 아이가 남의 손에 의해서 버려지는 것을 보고 돌아서는 게 아니라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 자기 손으로 떠나 보내는 게 맞는 마음이 아닌가. 가을은 수습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고에서는 어머니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낙태를 하라고 했으니까. 그러나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서 억제하고 가을이 보고 싶어 하는 것으로 한 뒤에 ‘(관객들과) 같이 보자’ 이런 마음이었다.


김혜리 기자: 어머니에게 보여주는 안을 생각했다는 것, 자칫 그 장면이 낙태 반대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그게 아닌 것이다. ‘누가 낙태 가해자인가?’ 가을이라는 모체를 향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게 만들었던, 아무에게 피해주지 않는 사랑을 반대한 사람이 낙태 행위의 주체이다. 그래서 그런 장면을 상상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막상 찍을 때는 어땠는가?


김소희 배우: 소품 팀이 갖고 왔는데, 실제 봤을 땐 너무 충격적이었다. 안 감독이 그걸 여는 손까지만 보여주고 얼굴을 보여주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은가. 내 얼굴은 이 때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얼굴이 더 끔찍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랬다면 어떤 면에서 진실에 부합되지 않는 연기를 할 수도 있고 나 혼자 그 당시에 느끼는 생 감정이 나와 버릴 수도 있었다. 가을도 스스로 어쩌면 결정하는데 동참했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값을 치러야 했고, (그게) 그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 너무 리얼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몸에 근육들이 마구 경직이 되기도 했다. 감당하기 쉽지 않은 장면이다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관객들도 그렇게 느낀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제대로 대면해야 구원받을 수 있다는, ‘운이 좋아서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늘 바라지만 사실은 그렇게 되지도 않을뿐더러 그것이 맞는 것도 아니기에 겪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힘들었다.


김혜리 기자: (요셉이) 군대에 간다고 한 다음에 가을이 아이를 돌보는 장면에서 낳은 아이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이 영화가 사실 (시간의) 폭이 굉장히 넓은 것 아닐까? 물론 그런 생각은 오래 가지 않았지만 의도는 있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 숏은 분명 그러고 싶었던 것 아닌가?


안선경 감독: 가을 입장에선 사실 시나리오 써서 돈을 못 버니까 그 나이 대에 할 수 있는 다른일들을 해야 한다. 베이비시터도 그렇다. 가을이 어차피 애를 못 낳을 것이기에 아이랑 같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걸 보면서 ‘뭐지?’ 하고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어차피 보여줄 수 없는 장면이니까 판타지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뤄지지 않은 꿈이라는 의도가 있었다.


김혜리 기자: 영화를 보면서 박완서 작가의 ‘그 가을의 사흘 동안’이라는 단편 소설이 생각났다. 거기에 보면 ‘나는 아기를 갖고 싶다. 기르고 사랑할 수 있는 아기를 갖고 싶다.’는 구절이 있다. 아이를 낳는 건 좋은 거고 안 갖는 건 나쁜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기르고 사랑할 수 있는 아이라는 건 굉장히 복잡한 사회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좋았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영화에 대한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쳐야겠다.





역설의 영화, <파스카>를 보고 나서 드는 첫 생각이었다. 비극적인 내용이 아님에도 막막하고, 낙관적인 결말이 아님에도 희망이 느껴졌다. 안선경 감독의 영화에 대한 선언과도 같은 의견과 김소희 배우의 생각을 들으면서 이 영화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고통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평온함을 찾을 수도 있다는 역설은 실존의 순간마다 느낄 수 있는 삶의 성찰이다. <파스카>는 영화가 삶과 포개어지기 바라는 감독의 바람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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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렉터스 컷 


7월 22일 (수) 15:00 | 23일 (목) 16:10 | 24일 (금) 16:10 | 25일 (토) 18:30

26일 (일) 16:10 | 27일 (월) 14:20 | 28일 (화) 14:20 | 29일 (수) 14:20 종영



 SYSNOPSYS 

십여 년 동안 독립영화를 만들어 온 해강은 아홉 편의 단편영화를 끝내고, 첫 번째 장편영화를 준비한다. 늘 버팀목이 되어준 여자친구와 오래 함께 해온 동료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해강은 힘들게 영화 작업을 이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은 해강 스스로 자초한 바가 크다. 그는 야심에 비해 아직 현장을 통솔하는 법을 알지 못하고 그가 스태프들과 창작의 고통과 기쁨을 나누려 하지 않을수록 그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진다. 사고로 촬영이 중단되고 새 제작자가 나서면서 겨우 촬영이 재개되지만 이번에는 제작자의 상업적 요구로 인해 곤란해진다. 감독으로서의 해강의 갈등은 더욱 깊어가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예술적 판단에 대한 자의식은 더욱 강해진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 된 해강은 자신이 꼭 지키고 싶었던 ‘한 컷’을 위해 행동에 나선다.


INFORMATION 

제 목ㅣ 디렉터스컷

감독ㅣ 박준범

주연ㅣ 박정표

장르ㅣ 드라마

제작년도ㅣ 2014년

러닝타임ㅣ96분

관람등급ㅣ 12세 이상

제작ㅣ 야간비행

배급ㅣ 야간비행

개봉ㅣ 2015.7.2


 파스카 


25일 (토) 20:20 | 26일 (일) 14:20 | 27일 (월) 18:10 | 28일 (화) 16:10

29일 (수) 18:10 | 30일 (목) 12:30 | 8월 2일 (일) 20:00 | 4일 (화) 10:30 종영



 SYSNOPSYS 


모든 게 지나간 자리에 사랑이 남았다


시나리오 작가인 마흔의 가을과 고등학교를 중퇴한 무직의 열 아홉 요셉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시나리오를 쓰는 일보다 김밥을 마는 일이 익숙한 여자 가을과 연인 가을을 지키기엔  아직 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은 남자 요셉. 

조급하게 소리를 내지 않는 그들의 사랑처럼 가을과 요섭의 집에는  얌전하고 사랑스러운 식구 고양이 세 마리가 그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극의 전조인양 고양이 ‘희망’이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이하고 양가의 극렬한 반대로 두 연인은 원치 않는 이별을 맞이한다.  희망에 이어 요섭마저 잃게된 가을은 뱃 속의 아이마저 자신의 곁에서 떠나보내는 선택을 하게된다. 

가을과 요셉. 희망을 잃고 금단의 집에 사는 이 가난한 연인들에게 내려진 잔인한 시간들은  풀리지 않는 저주처럼, 견고하기만 했던 둘의 관계에 균열을 가져온다. 그리고 생의 고통이 가을과 요섭을 통과할 때에도 그들은

지독한 사랑의 시간을 쉬이 멈추지 않는다.



 INFORMATION 


제목: 파스카(Pascha)

각본/감독: 안선경

출연: 김소희, 성호준

제작사: 궁금단 영화

배급/홍보/마케팅:무브먼트MOVement

개봉일: 2015년 7월 9일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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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스카> 


7월 9일 (목) 12:20 | 20:00 개봉


7월 22일 (수) 13:00

7월 23일 (목) 12:20

7월 24일 (금) 14:20

7월 25일 (토) 20:20

7월 26일 (일) 14:20

7월 27일 (월) 18:10

7월 28일 (화) 16:10

7월 29일 (수) 18:10

7월 30일 (목) 12:30

8월 2일 (일) 20:00

8월 4일 (화) 10:30 종영






... 이후 상영일정은 추후 공개됩니다 ...




예매 안내  (실시간 예매 가능) 

● 맥스무비 http://bit.ly/9BCgci

● 예스이십사 http://bit.ly/an5zh9

● 네이버 http://bit.ly/OVY1Mk

● 다음 http://bit.ly/1srfYBx




 :: 인디토크 (GV) :: 




● 일시: 7월 11일(토) 오후 2시 30분 상영 후
● 참석: 안선경 감독, 배우 김소희, 성호준
● 진행: 김혜리 기자 (씨네21)


 :: 예매 이벤트 :: 


   



























온라인 예매 후 <파스카>를 관람하시면 추첨을 통해 

시집 김윤이 시인 『독한 연애』 3권 / 이규리 시인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2권 (총 5명) 을 드립니다.

  

● 기간: ~ 7/23(목) 예매분까지 (예매 시 자동 응모)

● 발표: 7/24(금) 개별 연락




 INFORMATION 


제목: 파스카(Pascha)

각본/감독: 안선경

출연: 김소희, 성호준

제작사: 궁금단 영화

배급/홍보/마케팅:무브먼트MOVement

개봉일: 2015년 7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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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지나간 자리에 사랑이 남았다


시나리오 작가인 마흔의 가을과 고등학교를 중퇴한 무직의 열 아홉 요셉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시나리오를 쓰는 일보다 김밥을 마는 일이 익숙한 여자 가을과 연인 가을을 지키기엔  아직 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은 남자 요셉. 

조급하게 소리를 내지 않는 그들의 사랑처럼 가을과 요섭의 집에는  얌전하고 사랑스러운 식구 고양이 세 마리가 그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극의 전조인양 고양이 ‘희망’이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이하고 양가의 극렬한 반대로 두 연인은 원치 않는 이별을 맞이한다.  희망에 이어 요섭마저 잃게된 가을은 뱃 속의 아이마저 자신의 곁에서 떠나보내는 선택을 하게된다. 

가을과 요셉. 희망을 잃고 금단의 집에 사는 이 가난한 연인들에게 내려진 잔인한 시간들은  풀리지 않는 저주처럼, 견고하기만 했던 둘의 관계에 균열을 가져온다. 그리고 생의 고통이 가을과 요섭을 통과할 때에도 그들은

지독한 사랑의 시간을 쉬이 멈추지 않는다.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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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목: 파스카(Pascha)

각본/감독: 안선경

출연: 김소희, 성호준

제작사: 궁금단 영화

배급/홍보/마케팅:무브먼트MOVement

개봉일: 2015년 7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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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지나간 자리에 사랑이 남았다


시나리오 작가인 마흔의 가을과 고등학교를 중퇴한 무직의 열 아홉 요셉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시나리오를 쓰는 일보다 김밥을 마는 일이 익숙한 여자 가을과 연인 가을을 지키기엔  아직 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은 남자 요셉. 

조급하게 소리를 내지 않는 그들의 사랑처럼 가을과 요섭의 집에는  얌전하고 사랑스러운 식구 고양이 세 마리가 그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극의 전조인양 고양이 ‘희망’이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이하고 양가의 극렬한 반대로 두 연인은 원치 않는 이별을 맞이한다.  희망에 이어 요섭마저 잃게된 가을은 뱃 속의 아이마저 자신의 곁에서 떠나보내는 선택을 하게된다. 

가을과 요셉. 희망을 잃고 금단의 집에 사는 이 가난한 연인들에게 내려진 잔인한 시간들은  풀리지 않는 저주처럼, 견고하기만 했던 둘의 관계에 균열을 가져온다. 그리고 생의 고통이 가을과 요섭을 통과할 때에도 그들은

지독한 사랑의 시간을 쉬이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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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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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목: 파스카(Pascha)

각본/감독: 안선경

출연: 김소희, 성호준

제작사: 궁금단 영화

배급/홍보/마케팅:무브먼트MOVement

개봉일: 2015년 7월 9일



 SYSNOPSYS 


모든 게 지나간 자리에 사랑이 남았다


시나리오 작가인 마흔의 가을과 고등학교를 중퇴한 무직의 열 아홉 요셉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시나리오를 쓰는 일보다 김밥을 마는 일이 익숙한 여자 가을과 연인 가을을 지키기엔  아직 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은 남자 요셉. 

조급하게 소리를 내지 않는 그들의 사랑처럼 가을과 요섭의 집에는  얌전하고 사랑스러운 식구 고양이 세 마리가 그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극의 전조인양 고양이 ‘희망’이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이하고 양가의 극렬한 반대로 두 연인은 원치 않는 이별을 맞이한다.  희망에 이어 요섭마저 잃게된 가을은 뱃 속의 아이마저 자신의 곁에서 떠나보내는 선택을 하게된다. 

가을과 요셉. 희망을 잃고 금단의 집에 사는 이 가난한 연인들에게 내려진 잔인한 시간들은  풀리지 않는 저주처럼, 견고하기만 했던 둘의 관계에 균열을 가져온다. 그리고 생의 고통이 가을과 요섭을 통과할 때에도 그들은

지독한 사랑의 시간을 쉬이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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