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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레드 콤플렉스를 향해 마주선 못난이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인디토크 기록

indiespace_은 2017. 9. 1. 13:43


 레드 콤플렉스를 향해 마주선 못난이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8 26일(토) 오후 3시 상영 후

참석 정윤석 감독 | 주인공 권용만, 장성건, 박정근

진행 뮤지션 김간지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의 못난이들은 시끄러운 선율과 괴기한 가사를 통해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역설한다. 120분의 러닝타임이 끝난 후, 묘하게도 이 못난이들의 이상한 설득에 납득되었다. 못난이들은 인디토크에서도 찌질 거리면서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아주 유쾌한 '아무말대잔치'를 선사했다.






김간지: 안녕하세요. 오늘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인디토크 진행을 맡은 김간지라고 합니다. 왜 진행하게 됐는지 의아할 수 있는데요, 일단 저는 ‘밤섬해적단’의 원년멤버에요. 그리고 감독님이 밤섬해적단이 아는 친구들 중에서 그나마 제가 TV에 많이 나왔으니까 진행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웃음) 박정근 씨는 박사모 집회로 인해 차가 막혀서 조금 늦는다고 합니다. 제가 토크 진행하는 게 처음이여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는데 일단 시작과 동시에 진행자가 간단하게 관람평을 이야기한다고 하더라고요. 뭐...이런 영화도 하나쯤은 있어야 대한민국 영화계가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장성건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성건: 저는 영화를 잘 몰라서요. 이런 건 감독님이 대답하면 될 것 같아요. 근데 사실 감독님은 영화 발전에 별로 관심 없지 않나요?



정윤석 감독: 네, 발전에 별로 관심 없습니다.



김간지: 그러면 왜 이렇게 만드신 거예요? 좀 보기 쉽게 만들지 않고. 영상이 반짝반짝 거리면서 변하고, 소리들도 막 이상한데.



정윤석 감독: 아, 그게 제가 예술병에 걸려서...



김간지: 그렇죠. 그 말을 듣고 싶었어요. 저는 이 영화가 굉장히 예술적이라고 느꼈어요.(웃음) 이게 장난인지 아닌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강정마을은 어떤 이유로 간 거예요?



권용만: 비행기 값 준다고 그래서...(웃음) 지금까지 갔던 집회, 시위 다 솔직히 잘 모르는데 돈 준다고 하더라고요.



김간지: 제 주변 사람 중 한 명이 밤섬해적단은 사회에 왜 이렇게 불만이 많냐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다른 공연장도 많은데 왜 집회 현장들만 찾아가나요?



장성건: 특별한 이유는 없고 저희를 찾아주는 곳이 보통 집회 현장 같은 곳이었어요. 밤섬해적단이 막 의식 있는 그런 밴드인줄 아는데 절대 아니에요.(웃음)



김간지: 본인들은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진짜 의식 있는 친구들이에요. 제가 인터넷에서 10년 넘게 봤는데, 나름 의식 있어요. 



정윤석 감독: 간지 씨가 인정한다고 해서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웃음)



김간지: 이게 GV의 힘이라니까요? 제가 지금 여기 있는 분들에게 입증을 한 거예요.(웃음) 이제 화제를 조금 돌려서, 제가 2011년 초에 밤섬해적단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걸 들었어요. 정윤석 감독님이 밤섬해적단 친구들을 계속 따라다니면서 뭘 찍더라고요. 저는 속으로 ‘저 사람은 얼마나 할 짓이 없기에 밤섬해적단을 따라다닐까’라는 생각을 했고요.(웃음)



권용만: 초기에 제가 똑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감독님이 진짜로 화냈어요. 감독을 존중해달라면서 ‘내가 할 일이 없는 게 아니야’라고요.(웃음)





김간지: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에 대한 평론가들 평이 진짜 좋아요. 이 다큐멘터리에 대한 해외 반응은 어떤가요?



정윤석: 일단 해외 관객들은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 잘 몰라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펑크를 문화적으로 오래 듣고 자랐기 때문에 이 영화를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 덕분에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 투표 3위까지 올라갔습니다. 한국에서 GV를 하다보면 주인공들한테 자꾸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요. 영화 촬영 단계에서도 음악잡지, 패션잡지에서 이런 질문들이 진짜 많았어요. 근데 외국에서 인터뷰 할 때는 밤섬해적단이 왜 이런 음악을 하는지, 어떤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는지, 앞으로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에 대해서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주인공들에게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김간지: 제가 알기로는 장성건 씨가 어렸을 때 블랙메탈에 심취해서 ‘폐허’로 앨범을 냈는데 이게 북유럽 메탈 잡지에서 굉장히 높은 평을 받았죠. ‘분단국가에서 태어난 중학생이 전쟁의 아픔을 노래한 진짜 메탈이다’ 이런 평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권용만: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도 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해외 관객들이 보기에 ‘와 이건 진짜다. 분단국가에서 진짜 잡혀가고, 진짜 감옥도 가고.’(웃음)



김간지: 사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웬만해선 감옥 갈 기회가 없어요.(웃음)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에 북한이라는 소재가 없었다면 보통의 코미디 영화가 되었을지도 몰라요. 해외 관객들이 보기에는 북한이라는 소재가 개입된 순간 그냥 게임 끝나는 거죠. 진짜 리얼 다큐멘터리.(웃음) 지금 막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다녀온 박정근 씨가 도착했습니다.



박정근: 늦어서 죄송합니다. 박정근입니다. 태극기 집회에 휘말려서 의도치 않게 늦게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 다녀온 사람입니다. 그래도 감옥에 다녀온 이후 가족들이랑 진짜 친해졌어요. 이제 명절 때 잔소리도 안하고 좋더라고요.(웃음)



김간지: 처음에 박정근 씨가 사건에 휘말렸다는 이야기 듣고서 밤섬해적단 친구들이 웃길려고 만든 노래 가사인 줄 알았어요.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나서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저희 모두 진짜 패닉이었어요. 우리가 잘못을 한 걸까? 근데 아무리 따져 봐도 아닌 것 같더라고요.



관객: 밤섬해적단 말고도 펑키한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가 많을 것 같은데 감독님은 어떻게 이 밴드를 주목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정윤석 감독: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는 목적보다는 밤섬해적단의 음악에 대한 관심 때문에 찾아갔어요. 너무 전위적이었고 레드 콤플렉스를 유쾌하게,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게 정말 신선했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단순히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아티스트라고 느꼈어요.



김간지: 저는 그 부분이 오해라고 생각해요.(웃음)



정윤석 감독: 그게 오해라는 걸 최근에 깨달았어요. 근데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이 ‘왜 밤섬해적단 친구들은 이렇게 살지?’에요. 사는 게 즐거워 보이잖아요. 제 주변은 다 예술병 걸리고 똑똑한 사람들로 가득 차있는데, 모이면 서로 헐뜯기만 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요. 가만히 보면 밤섬해적단 친구들은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게 궁금해서 찍다가 어느 순간 친구가 되고, 그 다음에는 영화 완성시키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완성은 해야겠고... 그러다가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라는 영화가 만들어졌어요.(웃음)





관객: 개인적으로 권용만 씨가 쓴 시가 나온 클립이 제일 좋았어요. 아직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지, 작품들은 어디서 찾아 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권용만: 저는 사실 그게 왜 시인지도 잘 모르겠고... 갑자기 보내달라고 해서 그냥 가사들을 보내줬는데... 버려진 가사들을 막 보낸 거거든요. 제가 왜 시인이 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시 싫어하고...(웃음) 그리고 시들은 ‘실천문학’ 찾아보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윤석 감독: 이런 모습이 권용만 씨의 매력이 아닌가...(웃음)



김간지: 이러한 부분은 저도 권용만 씨를 인정하는 부분이에요. 이제 대화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아요.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를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