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 할 어둠과 빛   <더 블랙>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9월 14일(금) 오후 8시 상영 후

참석 이마리오 감독

진행 류미례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은 님의 글입니다.




국가정보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을 다룬 <더 블랙>이 긴 시간을 지나 913일 개봉하였다. 기획과 제작, 그리고 개봉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들으며, 은폐되고 왜곡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버텨 온 시간과 노력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재차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마리오 감독이 참석하고 푸른영상의 류미례 감독이 진행한 인디토크에서는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에서 비롯된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류미례 감독(이하 류미례): <더 블랙> 인디토크를 진행할 푸른영상의 류미례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마리오 감독(이하 이마리오): 황금 같은 금요일 저녁에 영화를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마리오입니다.



류미례: 오늘이 개봉 이틀째이죠? 저랑 이마리오 감독님은 2000년에 감독으로 데뷔했어요. 둘다 오래 활동을 했지만 이마리오 감독님이 강릉으로 내려가시고 같이 이야기해본 적은 별로 없는데요, 관객분들께서 질문을 생각하고 준비하시는 동안 제가 먼저 이야기 나눌게요. 사실 이 영화의 처음 가제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였지요? 저는 이 제목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이남종 씨의 죽음이 마음에 남아있었기 때문에요. FTA 반대하시면서 분신을 하신 허세욱 열사님이 떠올랐거든요. 그 분이 저희 동네 분이셨어요.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그 죽음을 기억하고 싶었지만 저는 영화까지 만들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은 긴 시간 동안 이 죽음을 기억하면서 영화를 만드셨잖아요? 오랫동안 작업할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이마리오: 아마도 이남종씨가 굉장히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저도 이 분을 몰랐고 이후 보도된 자료들을 보며 알게 되었는데 정말 평범한 사람이었던 거예요. 대학시절에 학생운동도 안 했고, ROTC로 군대 갔다오고 나서 취업 준비하면서 택시 운전하고, 시민운동이나 사회운동은 하지 않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묘비명을 보면 ‘열사이남종이 아니라 민주시민이남종이라 적혀 있어요. 보통 분신을 하신 분은 열사라고 하는 호칭이 생기는데 이 분을 그렇게 칭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단체 같은 것들이 전혀 없었던 거죠. 그러다보니 호칭을 가지고 장례준비위원회 안에서도 논란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이 사람이 도대체 왜 아무 연관이 없는 일에 자기 목숨을 던졌을까? 그게 아마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류미례: 그 당시 이남종 열사가 분신했던 때에 감독님이 계시던 곳이 서울은 아니었죠?

 

이마리오저는 서울영상집단이라는 곳에서 활동하다가 2000년도에 강릉에 내려갔죠.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강릉에 있는 미디어센터에서 일을 했어요. 그래서 미디어 교육과 창작 지원 관련된 일을 하다가 2013년부터는 다시 백수에 가까운 신분으로 돌아갔어요. 그때에 제가 지내던 곳이 강릉의 모현동이라고 강릉 시내에서 차로 50분을 가야 들어갈 수 있는 동네였어요. 제가 지금까지 지냈던 곳 중에 가장 공기 좋고 사람 없고 한적한 곳이었어요. 그 곳에서 1년 정도 특별한 일 없이 지냈는데 굉장히 좋았어요. 서울과 떨어져 있다는 게 굉장히 편하더라고요. 그렇게 지내다가 이남종 씨의 분신 소식을 듣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나는 서울에 있지 않고 여기에 있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행동을 할 생각을 하지는 않았죠. 그런데 이 사람은 자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이러면 안 되겠다, 내가 그나마 잘 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라는 것을 통해 이 분의 이야기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류미례이 영화의 자막이나 후작업을 보면서 치밀함과 섬세함에서 장인정신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미학적인 성취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신경을 쓰신 것 같아요.

 

이마리오저는 제가 그렇게 꼼꼼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선 성격이 꼼꼼해서 다른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고 말하기도 하더라고요. 저도 다큐멘터리 하기 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더 꼼꼼해지는 것 같아요. 또 자막은 단순히 텍스트가 아니라 하나의 이미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서 자막의 폰트, 크기, 방식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돼요. 기술적인 면에서도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요. 특히 이 작업은 문서도 많고, 데이터가 너무 많아요. 그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간이 굉장히 많았죠. 저에게 비어 있는 시간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고민들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류미례영화가 구축하고 있는 사실관계나 자료들이 굉장히 방대하잖아요? 그런 것들은 어떻게 다 입수를 하셨나요?

 

이마리오: 2013년도에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국정원 댓글 조작과 관련된 국정조사가 진행이 되었고요. 그때 여야 의원들이 경찰에 자료를 보내라고 해서 제출했던 자료가 있었어요. CCTV같은 경우는 저희가 2014년도에 국회의원 인터뷰를 추진했는데 그때 국회의원실을 통해서 받을 수 있었고요. 그 자료를 받으면서 녹취된 자료도 받았는데 빠진 부분이 너무 많은 거예요. 화면과 타임도 안 맞아서 다시 녹취를 했죠. 시간이 많이 남으니까 6개월 정도 투자해서 조연출이 127시간에 달하는 이야기를 다시 녹취하고, 문서도 다 검토했어요. CCTV 관련자료는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되었는데 약간 애매한 부분이 많아서 빠지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심의 여지는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류미례영화 공개에 정권 교체도 영향이 있었을까요?

 

이마리오: 그렇죠.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치고 재연 장면이 굉장히 많잖아요? 재연 장면 촬영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 많은 인원이 필요하고, 공간도 빌려야 하고요. 재연을 빼고 작업을 끝내기에는 너무 아쉬운데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제작지원을 내는 족족 다 떨어졌죠. 면접까지는 가지도 못했고요. 영화의 만듦새가 별로인가 고민했는데 나중에 블랙리스트 명단에 제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작년에 정권이 바뀌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제작지원을 냈는데 이번에 지원을 받게 되었어요. 그래서 재연을 촬영해서 다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류미례경제적인 부분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웃음). 외압 같은 건 없었어요?

 

이마리오저희는 못 느꼈고요. 여담이지만 제작팀들끼리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잖아요. 혹시 몰라서 저희들은 문자메시지를 보안이 굉장히 강화되어 있다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문자를 주고받았어요. 대단한 작업은 아니지만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봐 그랬는데 우리들이 오버하고 있었어요.(웃음) 국정원은 저희한테 관심이 없더라고요. 일이 워낙 많아서요.

 

류미례관심 있었는지는 나중에 알게 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웃음) 이 영화에서 검사 X는 배우가 연기하고 있지만 실존인물인 거죠?

 

이마리오: 한 명의 사람을 재연한 건 아니고요. 검찰 특별수사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관련기사가 거의 없었어요. 내부에서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취재하고 검토한 후 재연을 통해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검사들과 친한, 내부를 잘 아는 누군가가 그 이야기를 대신 전해주는 방식으로 전달하면 조금 더 재미있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런 방식을 선택했고요. 카메라도 여러 대 동원해서 조금 더 긴장감 있게 만들고자 했습니니다.

 

류미례: 저는 이남종 열사에서 촛불집회 이야기로 가는 흐름이 굉장히 감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 흐름은 영화를 작업해나가면서 생각의 축이 쌓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처음부터 가능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이마리오: 편집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해봤는데,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방식보다는 연상이 되거나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방식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이남종이라고 하는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서 전국에서 촛불이 일어난 건 아니잖아요?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죠. 그런 것들이 쌓여서 거대한 촛불이 됐는데, 과잉해석의 여지가 있어서 의도적으로 촛불과 관련된 장면은 많이 뺐습니다.

 

류미례: 이남종 열사도 당시 상황에 대해서 절박했던 분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 말이 너무 와 닿았던 것 같아요. ‘두려움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굉장히 두려웠던 그 시기에 자신의 몸을 바쳐서 어떻게든 잊지 않고자 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우리가 나중에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설 때는 그런 두려움은 없었죠. 어떻게 보면 죽음들이 쌓이고 쌓여서 우리 조국이 나아지고 두려움 없이 광장에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류미례제가 푸른영상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기억나는 일이 있는데, 80년에 광주항쟁을 알리려고 분신하신 김종태 열사가 계세요. 그 분을 다룬 영화의 시사회를 할 때 유가족협의회 분들과 같이 밥을 먹는데 굉장히 부러워하시는 느낌이었어요. 수많은 죽음과 희생이 있는데, 어떤 분들은 영화가 남아서 기억이 퍼지기도 하지만 어떤 분들은 그냥 짧은 기록만 남고 잊혀져버리니까요. 그때 꼭 이러한 분들에 대한 영화를 한 편씩 만들어야겠다고 혼자 다짐했지만 저는 한 번도 못 만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굉장히 감성적으로, 감정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영화가 이러한 구조가 되기까지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었을 텐데, 변화되어서 마음에 드는 혹은 기억에 남는 구성을 이야기해주시겠어요?

 

이마리오: 2014년 초부터 기획을 시작했고요. 기획을 할 때 이 영화는 무조건 개봉하리라 생각했어요. 개봉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 줄 알았으면 안 했을 것 같네요.(웃음)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왜냐하면 제 작품이 개봉한 적이 없으니까요. 박근혜 정부 마지막 5년차에 이 작품을 개봉할 거라며 시기까지 정해두고 작업을 진행했는데, 중간에 정권이 바뀌고 2014, 2015년도에 찍었던 장면들은 거의 다 못 쓰게 되는 상황들이 되면서 구성이 조금 바뀌게 되었죠. 재연 장면이 많이 들어가게 되었고요. 거의 영화 절반에 가까운 장면이 재연으로 되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위험한 시도고 효과 면에서 의구심도 제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시기에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관객: 재연을 통해서 절망 같은 것들이 느껴졌어요. 검찰도 하나의 헌법 기관이잖아요. 검찰마저 절망에 빠지는데, 일반 시민은 얼마나 절망스러웠을까요? 검찰X를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상황에 따라 배역을 쓸 수도 있는데, 꼭 다큐라고 해서 재연에 제한을 둘 필요는 없잖아요.

 

류미례: 저는 90년대만 해도 재연에 대해서 굉장히 비판적이었어요. 그로부터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내가 관객과 함께 나누는 방식이 조금 더 풍부하다면 재연을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잘 했다, 나도 저렇게 잘 할 수 있을까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관객: 재연은 아주 감동적이었고요. 짧게 여러 상황들을 보여줬기 때문에 길다고 느껴지지는 않았고, 검사 부분의 인터뷰를 재연하는 것은 대단히 과감한 시도였던 것 같습니다.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더 블랙>이 정말 공들인 작품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질문이 하나 있었는데, 내레이션을 직접 하시게 된 까닭이 궁금합니다.

 

이마리오: 나레이션에 대한 고민도 컸어요. 제가 하는 것은 마지막 선택지였고요. 여러 선택지가 있었고 실제로 어떤 배우 분의 목소리를 넣어 보기도 했는데 뭔가 영화와 안 붙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발음도 정확하고 감정 전달도 정확해서 듣기엔 편한데 설득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어요. 저도 제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 저 어색한 억양과 발음과 감정 전달이 안 되는 저 목소리를 어떡해야 할까?’ 생각하며 괴로워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이 전달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최종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아까 여러 제목 후보가 있었다고 말씀을 해 주셨는데, 혹시 기억나는 후보 몇 가지가 있으신가요?

 

이마리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제목은 야구 모자를 쓴 여인이라는 제목이었어요. 딱 들으면 김하영 국정원 직원이 떠오르는 그런 제목이죠. 개인적으로는 좋아했지만 마치 멜로드라마 같기도 하고 오해의 여지들이 있어서요. 그 외에도 제목들은 많았죠. 예를 들자면, ‘우리가 모른다고 아는 것이 아니다같은 이상한 제목들. ‘메멘토 모리는 이남종이라고 하는 사람을 잊지 말자는 의미였지만 이 제목도 너무 무겁고 직접적이라서요. 의논하다가 최종적으로 이렇게 <더 블랙>이 되었습니다.

 


관객이남종이라는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죽음까지 이르게 됐을지 고민하다가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하셨는데영화의 줄거리는 권력의 불법 행위나 댓글 문제로 풀어나가잖아요이남종이 살아온 길을 쭉 추적해보는 등 여타 다른 방식이 있을 텐데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남종의 죽음을 풀어가려고 했던 이유에 대해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이마리오: 고 이남종 님이 12월 31일날 서울역 고가에서 분신을 할 때 플랜카드를 두 개를 내 걸었어요박근혜 퇴진과 특검 실시였어요유서에도 그런 내용이 있어요왜 이 분이 스스로 목숨을 던졌을까 찾아가보면 결국은 큰 절망감두려움공포에 민감하게 반응을 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그 두려움과 공포의 근원은 결국 국가권력의 절대적인 힘과 그것이 묵인되는 사회에 대한 절망감일 것 같아요물론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하고요그래서 이 분이 어떻게 살아온 지보다 그 분이 2012, 2013년 즈음에 느꼈을 법한 감정들을 보여주자는 계획으로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관객시기가 조금 지나서 개봉을 하는 영화잖아요마지막에 달라진 상황에 대한 언급이라든지 내레이션이 있을 줄 알았는데 거의 생략하신 것 같아서요왜 그렇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마리오: 사건은 계속 바뀔 것이기 때문에바뀌지 않을 팩트 위주로 자막을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또 이 사건이 수사가 끝났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해요왜냐하면 이것과 관련되어있는 몇 사람은 처벌 받았지만 엔딩에도 나오듯 민간인 3,500명이 댓글 작업에 동원되었는데 이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요아무런 이야기도 없어요. 3,500명 다 처벌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정확하게 누가 어떤 작업을 했는지 명시할 필요가 있는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되었죠정확하게 잘못된 지점에 대해서 정리가 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이 사건은 현재진행형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요사건 자체의 현재 경과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류미례: 이 영화는 이마리오 감독님 작품 중 처음 개봉한 영화잖아요. 우리끼리 농담처럼 독립영화 감독들 중에는 개봉 감독과 개봉하지 않은 감독이 있다라고 이야기를 해요. 저는 2004년에 <엄마>가 개봉한 개봉 감독이고요. 놀랍죠? 오늘 아침에 감독님 페이스북을 봤는데, 사실 어제 관객이 많이 오지 않았단 얘기가 있더라고요. 저의 2004년이 생각났어요. 저도 2004년에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영화를 만들고 반응이 좋아서 개봉까지 했는데, 사람들이 극장에서 나 혼자 봤다이런 이야기들을 하더라고요. 아마 한 명도 안 들어간 관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때 상처도 많이 받았죠. 그런데 그때보다 지금은 훨씬 더 극장 환경이 나빠졌어요.

 

이마리오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합전산망을 보면 영화가 전국 몇 개관에서 상영했고 어디에서 몇 명이 관람했는지 통계 정보가 쭉 떠요. 새벽 12, 1시 정도 되면 전 날 스코어가 업로드 되어서 기다렸다가 봐요. 개봉 첫 날 몇 명이 봤는지 나름 떨리는 마음으로 열어보니 17인 거예요몇 회차 상영했나를 봤더니 10회였어요. 그러면 한 회차당 평균 1.7명이 본 건데, 제가 살고 있는 강릉에서 5명이 봤더라고요. 어느 회차는 관객이 없었을 수 있다는 거죠.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독립영화들이 옛날보다 훨씬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만들어진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극장 말고는 존재하지 않죠.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들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5년이라는 시간을 들여서 제작 지원을 받게 되었는데 공개될 방법이 존재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도 했고요. 영화제에서 몇 번 상영하는 게 최대치인, 그렇게 사라지는 영화들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잖아요? 내가 이만큼의 돈과 시간을 들여서 영화를 만드는 행위가 괜찮은 건지, 거기까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청년층은 뉴스를 인터넷 기사도 아니고 유투브로 접근하는데 영화가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방식을 보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독립영화 진영이 배급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러한 고민들도 필요한 것 같아요. 대단치 않더라도 나름의 해결책과 방법을 고민하면서 가야겠다는 생각들을 굉장히 많이 하게 되었어요. 5년 걸려서 관객을 만났다는 자체만으로도 참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류미례: 저도 감독님 영화 만나게 되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더 블랙> 보면서 좋았던 게, 크레딧의 많은 사람들이 그냥 스태프가 아니라는 것을 저는 알거든요. 지역에서 같이 활동하시는 분들이고, 이건 긴 시간 동안 어떤 공동체가 형성지지 않았다면 어려운 일이죠. 이마리오 감독님은 스스로 미디어 활동가라고 칭하기도 하시는데, 동료들과 지역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활동한다는 게 참 좋아 보입니다. 강릉에서 어떤 식으로 활동하고 계신지,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이야기 해주시면 좋겠어요.

 

이마리오: 이 작품은 PD만 서울 사람이고, 나머지 제작진은 다 강릉 사람이에요. 그래서 4년 넘게 작업을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제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미디어센터에서 일하면서 만난 친구들인데, 처음 만났을 때는 고등학생인 친구도 있었고 대학 졸업 후 영화를 만들고자 하던 친구도 있었어요. 녹취를 했던 스태프는 당시엔 고등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예비역이고요. 이런 식의 도움들을 굉장히 많이 받았죠. 사람들이 모이고 쌓여서 하나의 무언가가 표현되기까지 거의 7, 8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구나 싶었죠. 한편으로는 제가 정말 복 받은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으니까요. 혼자 했으면 아마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정말 고맙죠.

 

 



류미례: 이마리오 감독님 첫 번째 영화가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예요. 그 작품을 시작으로 계속 국가의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아요.

 

이마리오: 국가 권력이나 구조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해요. 극영화가 아니고 다큐멘터리다 보니 소재나 주제가 내가 평소에 관심 있던 것들로부터 오니까요. 관심사를 조금 바꿔야 하지 않을까 고민 중입니다. 주변의, 보다 작은 이야기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나이가 된 것 같고요.

 

류미례저 같은 경우에는 주변에 작은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이마리오 감독님 작업 보면 되게 대단하다는 생각해요. 정말 존경해요. 이제 또 다른 이야기, 결심하셨거나 계획하고 계신 이야기가 있나요?

 

이마리오: 바로 작업이 들어갈 것 같지는 않지만, 강릉에 석탄 화력발전소 생긴다는 것 아시나요? 잘 모르시죠. 지금 공사가 한 30%정도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석탄 화력발전소가 생기면 미세먼지가 더 나올 것이고 관광지로서의 생명은 거의 끝난다고 봐야 해요. 석탄 화력발전소 때문에 이미 당진은 심한 문제가 생겼잖아요? 제가 강릉에 살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을 테니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환경,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해 생각하고 다른 접근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면 다음 작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류미례: 우리가 완전히 잊고 있던 것을 다시 기억하게 되어서 참 좋았던 것 같아요. 함께해주신 관객분들 정말 감사하고 더불어 입소문도 많이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감독님께서 한 말씀 하시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마리오: 영화를 보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SNS에 칭찬이 되었든 비판이 되었든 적극적으로 많이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