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에 묻힌 행복을 찾아서  SIDOF 발견과 주목 <청년, 서울 탈출을 꿈꾸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9월 11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허건, 박향진 감독

진행 이도훈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관객기자단 [인디즈] 승문보 님의 글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에 거주하면서 일을 하는 게 꿈이다. 그리고 대도시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무시를 받던 가치가 존중받을 기회의 장소이다. 하지만, 대도시에서의 삶이 풍요롭다고 말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전부터 각자 지니고 있던 소중한 가치를 어느 순간 지켜내지 못하게 될뿐더러, 감정의 샘마저 갈수록 말라간다. 허건 감독의 <불편한 영화제>와 박향진 감독의 <도망치는 것은 비겁하지만 도움이 된다>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동시에 훼손되어 가는 소중한 가치를 회복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관객들과 공유한다. 비록 두 작품은 완전한 결과물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대도시의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작지만 따뜻한 희망이 될 것이다.






이도훈 진행(이하 이도훈): 두 편의 작품은 형식적으로나 내용 혹은 주제 그리고 전체적인 메시지 등에서 비슷한 점이 있으면서도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제 측면에서 보자면 대도시와 관련된 이야기들, 그리고 대도시에서 할 수 없었던 대안적인 삶을 꿈꾸는 과정들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공동체 형성 과정을 그리는 부분에서는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단 두 분의 감독님께 어떻게 이 영화를 각각 만드셨는지에 대한 간략한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허건 감독(이하 허건): <불편한 영화제>20161231일 진행했던 제1회 너멍굴영화제 영상이고요, 애초에 다큐멘터리로 만들겠다고 생각하진 않았고, 남아있는 현장 영상들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에서 스태프를 위한 메이킹 필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이렇게 다큐멘터리로 발전시켰습니다.

 

박향진 감독(이하 박향진): 저는 계속 서울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친구들과 한창 이야기하던 중에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진행하는 단편프로젝트 제작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1년이라는 제작 기간이 정해져 있었는데, 남해에 가면서도 갈 수 있을까?’ 혹은 간다고 해도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당장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지금 고민하는 것들을 나눌 수는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도훈: 두 작품 모두 다 어떤 행위나 사건들이 벌어지는 과정을 기록했다는 공통점이 있을 것 같은데, 최종적인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재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두 작품의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면 좋겠는데, 어떤 사람들과의 인연을 통해서, 어떤 조직이나 단체를 통해서 일을 진행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일단 허건 감독님 같은 경우에는 너멍굴에 거주하고 계시는 진남현 씨와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친구분이신가요?

 

허건: 이름만 알고 있던 대학 선배였고, 제가 대학교 1학년이었을 때 저희 과 학생회장이셨어요. 저희 둘 다 역사를 전공했는데 상관없는 길로 갔어요. 대학을 졸업한 뒤 진남현 씨가 귀농했다는 사실을 방송을 통해 알게 되었고, 신기해서 선배한테 연락드린 뒤 다음날 너멍굴로 내려가 같이 술 마시고 해장을 하는 중에 선배가 저한테 이 밭에서 영화를 상영해보지 않을래?”라고 물어봤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도훈: 그렇다면 너멍굴영화제는 두 사람 사이에서 오갔던 대화에서 우발적으로 시작되었던 건가요? 너멍굴영화제 기획단위에 관해 이야기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허건: 201711일에 진남현 씨와 술 한 잔 마신 뒤 영화제를 만들자고 꺼낸 이야기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지은 씨가 2월에 귀촌을 선언하면서 일이 커지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인 영화제 준비를 시작했어요. 1회 영화제는 지금 다큐멘터리에 기록된 것을 봐도 영화제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어요. 2회 영화제가 2주 전에 끝났는데, 스태프 스스로는 만족할 정도로 잘 마무리했습니다. 1회 너멍굴영화제는 엉성했지만, 2회 너멍굴영화제는 상대적으로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도훈: 박향진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영화 전체에 걸쳐서 감독님께서 활동하시는 단체나 조직이 상세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단체나 조직에 소속되어 있고, 어떤 활동을 하면서 남해에 내려갈 계획을 하셨나요?

 

박향진: 저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조직에 계속 있었는데요. 영화가 거의 완성되기 바로 직전까지 영화작업과 일을 병행했어요. 청년주거문제 관련해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 민달팽이유니온에서 일하고 있었고, 이곳은 청년들을 위해 정책개선에 힘쓰거나 직접 주택공급사업을 실시하면서 주거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단체입니다. 청년들이 주거문제를 많이 겪고 있다고는 하는데, 이를 위해 힘쓰고 있는 친구들이 겪는 노동문제도 쉽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착취를 당하는 구조에서 계속 일을 하는 게 괜찮을까?’라는 고민을 계속했어요. 개인적인 과거사에서는 여러 경로를 지나오면서 한 번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이런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도 되고요. 지속해가는 과정에서 내가 변해가고 있다는 느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계속 놓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드는 환경 말고 남해처럼 조금 편안한 환경에서 지내면 이전부터 해왔던 고민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봤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남해에 내려갔어요.

 


이도훈: 두 영화 모두 개인들이 우연한 계기로 모여서 함께 뜻을 펼치면서 공동체를 형성한다고 생각했어요. 두 편 다 도시의 문제를 직접 다루고 있지 않지만, 도시를 탈출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아요. 도시에서 벗어나는 과정 및 벗어난 상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귀농이라는 단어로 두 작품을 묶을 수 있을지 생각해봤는데, 그렇게 묶으면 어색하게 다가오는 지점이 있더라고요. 대신 과거에 우리가 무엇을 하면서 살아왔는지를 반성하는 동시에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지에 관한 비전을 그리는 작품으로 묶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두 분께서는 도시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계시는지 혹은 평소에 도시와 관련된 어떤 문제를 생각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허건: 도시의 기준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텐데, 저는 면소재지 정도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규정하는 도시라는 단어의 기준은 서울이에요. 기회만 된다면 서울을 벗어나고 싶고, 서울 외에서도 꿈만 꿀 수 있다면 괜찮다는 마음을 계속 갖고 있어요. 그게 제가 가진 도시에 대한 인상입니다.

 

박향진: 저는 시골에서 도시로 올라온 사람이에요. 도시는 시골보다 어떤 식으로든 더 발전한 곳이라서 많은 기회가 있고 많은 사람도 있고 내가 시골에서 살았을 때 무시당하던 가치가 존중받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발전되어 오면서 만들어진 고통도 존재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시골이라고 해서 마냥 편하거나 좋지도 않듯, 서울도 마찬가지였어요. 지금은 서울이라고 표방되는 공간에서 느끼는 압박감이 더 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관객: 두 작품을 촬영한지 꽤 시간이 지났을 텐데요, 현재 상황이 어떤지, 그리고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허건: 2주 전에 끝난 너멍굴영화제는 2017년에 비해 좀 더 모습을 갖추고, 명함이라도 하나 더 파고, ‘너멍꾼의 수가 좀 늘어났어요. 1회 영화제를 도와준 사람이 약 10명이었다면, 이번 영화제에서는 현장을 도와주는 사람까지 20명 가까이 늘어났어요. 그 사람들이 길게는 올해 3월부터 각자 프로그램팀, 관객운영팀 등에 속해 체계적으로 열심히 준비했어요. 2회 너멍굴영화제는 여러 단체로부터 후원도 받았고, 숙박 인원도 지난 영화제에 비해선 두 배 정도 늘어난 것 같아요. 3회 영화제에서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영화제가 기획한 불편함을 좀 더 호흡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자 합니다.

 

이도훈: 영화제 규모가 커진 것 같은데 재정적인 지원이 잘되고 있는 건가요?

 

허건: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저희의 인건비가 다 보장되는 시스템은 아니지만, 1회는 순수하게 저희의 자비로 만든 반면 제2회는 행사 당일에 필요한 물품이나 비품을 후원으로 해결할 수 있었어요.


이도훈: 박향진 감독님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해에서 집을 구하는 모습이 나오잖아요. 실제로 집을 구한 뒤에 어떻게 되었나요?

 

박향진: 집을 보러갔을 때가 올 2월이에요. 그 때 바로 친구들이 집을 계약했어요. 사실 저는 조금 반대했었는데, 다들 그 집에 만족했어요. 한 명의 친구가 서울에서 집을 빼고 6개월 전부터 지금까지 혼자서 남해의 집에서 지내고 있어요. 다른 친구들도 언제 내려갈지 의논하면서 4, 5명의 친구들이 주로 남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1주에 한 번 혹은 2주에 한 번 남해로 내려가서 같이 뭔가를 해보고 있어요. 일을 최대한 벌이지 말자고 이야기했지만, 어쩔 수 없는지 식당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돈을 벌어야하기도 하고. 혼자 내려가있는 친구도 지금같은 생활을 조금 불안해하는 것 같아요. 이 단편영화에서는 싸우는 모습이 전혀 없지만 지금 저희는 치열한 말들을 나누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도훈: 혹시 현재의 과정도 기록이 되고 있나요?

 

박향진: 이 단편영화를 찍을 때는 촬영기간이 정해져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니까요. 계속 촬영 하면서 장편영화로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박향진 감독님에게 질문하고 싶은데, 청년들이 이제 서울에서 삶이나 일에 지쳐서 남해로 떠났는데 영화에서는 이를 도망 혹은 탈출로 보여주셨잖아요? 우선은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자는 느낌이 들었어요. 서울과 남해의 삶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사실 남해에서도 생계를 이어가려면 직장을 다니든 다른 일을 하든 노동을 해야 할 텐데 서울에서의 삶처럼 바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남해에서 하는 노동은 다른 차원이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박향진: 저도 계속 고민하게 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남해로 내려가면서도 이게 완전한 대안이라고 말할 수 없었어요. 일단 생계의 문제는 계속 고려해야하고, ’꼭 남해였어야만 했나? 서울에서도 이렇게 모였다면 같이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지금 남해에 있는 집은 12명 정도가 같이 돈을 내고 있어요. 각자 낼 수 있는 만큼씩 돈을 같이 내고 있어서, 남해에 혼자 있는 친구는 생활비 정도만 조금씩 벌고 있어요. 다른 친구들은 남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다양한 것들을 자유롭게 많이 생각하고 있고요. 서울에서는 평가받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압박을 느끼지만 남해에서는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내려가서 그런지 편해요. 그리고 환경적인 것들이 확실히 달라요. 심적인 편안함을 얻을 수 있어요. 저지가 정말 조용하거든요. 그런데 생계는 계속 고민해 나가야 하는 문제고, 영화를 보면 아시다시피 저희는 창작활동을 하고자 하는 친구들이어서 창작을 통해 돈을 벌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어요.

 

 



관객: 허건 감독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 질문이 좀 많아요. 일단 첫 번째로는 너멍굴의 주인공 진남현 씨가 전면적으로 등장하셨는데, 말씀하시는 것도 좀 예사롭지 않고 나름 비범한 서사를 갖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개인의 서사를 중심으로 영화제를 기획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할 줄 알았는데, 진남현 씨는 이야기 중심에서 서서히 물러나시더라고요. 그렇게 하신 이유가 첫 번째로 궁금하고, 두 번째로는 어떤 제도와의 갈등이 부재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굉장히 평화롭고 협조적인데 그 부분 역시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정말 사랑스럽고 낭만적이고 감동적인 시도와 서사로 기획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립되지 않았다는 마음과 경쟁을 내려놓는 기분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 하에 기획된 영화제고 자급자족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했잖아요. 1년에 하루 초대되는 영화제라는 시스템이다보니 개인적으로 영화제를 가고 싶어도 일시적인 초대의 느낌에 머물러 있지 않나 싶어요. 이걸 어떻게 지속가능하고 취지에 맞게끔 이어갈 수 있는지에 관한 감독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이도훈: 첫 번째 질문부터 다시 말해보자면, 진남현 씨는 굉장히 비범한 인물로 나오지만 그 이후 영화의 중심은 진남현 씨가 아니라 많은 개개인들에게 초점이 가잖아요. 그렇게 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허건: 우선 질문 너무 감사드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어떠한 것들을 찍어야겠다고 정해놓고 들어간 게 아니에요. 예를 들어 영화제 행사 장면이 없잖아요. 저희가 실제로 겪었던 불편함이나 갈등의 모습을 하나도 담아낼 수 없어요. 제가 행위 주체자라서 카메라로 모든 것을 다 담아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저 진남현 씨를 담은 푸티지가 많았어요. 그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진남현 씨를 독립된 파트로 소개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그 사람의 공간이 없었다면 모든 측면에서 너멍굴영화제는 빛을 발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이번 제2회 영화제를 할 때 전날까지 비가 계속 내려서 사방이 진흙탕이 되었어요. 군청에서는 후원도 받았으니 다른 장소로 행사를 옮기자고 말했지만, 저희는 어떤 상황이든 이 공간을 떠나는 순간 이 영화제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공간, 너멍굴을 소개하기 위해서 진남현 씨는 꼭 말해야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진남현 씨를 독립적으로 소개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이 영화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해서 개개인을 자연스럽게 담아냈습니다.

 

이도훈: 두 번째 질문은 제도적인 부분과 갈등 혹은 충돌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군청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해주는 모습이 영화에서 나오기는 해요. 영화 전체적으로 큰 갈등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개인 간의 갈등도 부각되지 않은 것 같고요. 실제로 없었는지 아니면 다른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포함하지 않은 건지 궁금합니다.

 

허건: 저는 저희가 전체적으로 갈등이 없는 그룹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2회로 들어서면서 개개인의 욕심이 다르다 보니 갈등이 좀 많았어요. 1회 때는 그림이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갈등이 확실히 없었던 것 같고요. 그러나 저희가 최고로 갈등을 맺는 건 항상 천재지변이에요. 비가 내리고, 땅이 질척해지고, 벌레들이 습격하는 상황이 가장 고되게 느껴지는데, 외부의 적이 있으면 저희가 뭉치게 되더라고요. 그 덕에 단합이 잘 되는 것 같아요. 제도적으로는 이런저런 단체에 영화제를 넘기라는 제안을 받거나 후원금을 주는 단체로부터 휘둘리기도 하는데, 그런 요구가 있음에도 저희는 아직 고집을 잘 유지하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이도훈: 마지막으로는 이 영화의 서사를 감동적인 서사라고 표현해주셨는데. 도시에서 찾을 수 없는 새로운 것들, 도시가 제공할 수 없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준다는 차원에서 너멍굴영화제가 기획되었잖아요. 그렇지만 일시적인 이벤트로 머물 수도 있다는 게 한계일 수 있는데, 지속가능한 영화제로 꾸려 나가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허건: 2회 영화제를 마치고 엄청 고민하게 되는 부분인데. 이게 과연 영화제인가 축제인가에 대한 질문이 계속 따라다닐 것 같아요. 제일 중요한 질문이기도 하고요. 근데 너멍굴이라는 공간이 지닌 가치를 어떻게 더 활성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번 영화제를 통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영화제에 참여한 너멍꾼 20명 중에서 두세 명을 빼곤 전부 다 서울에 거주하는데, 노동력을 얻기 위해서 진남현 씨가 인스타그램에 너멍꾼 지원단이라는 게시물을 올렸었어요. 그걸 보고 지원한 사람들이 팜스테이(Farm-Stay) 형식으로 참여해 초가를 헐어버린 뒤 멋진 목조 저택 세 채를 지었어요. 진남현 씨는 앞으로 농사를 지을 것이기 때문에 이처럼 너멍굴을 활용할 방법은 많을 것 같습니다.

 




이도훈: <도망치는 것은 비겁하지만 도움이 된다>도 서사 측면에서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전반부에 많은 사람들의 직장 생활로 인한 피로와 권태, 그리고 감독님께서 힘들어하시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그것을 앞부분에 배치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향진: 우선 그때 상황을 먼저 말씀드리면 저희 조직 내 문제가 생겨서 사업을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한 상태였어요. 오전 1, 2시에 집에 들어가 아침 7시에 다시 나오는, 잠과 일만 반복되는 생활을 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처음부터 저한테 있었던 울컥울컥한 감정은 일하다가 자살한 친구들과 관련이 있거든요. 이 영화를 포기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때마다 기사로 접한 청년들, 결국 죽음을 택한 사람들을 생각했어요. 이 사람들의 환경이 삭제되거나 세심하게 다뤄지지 않은 게 아쉽고 안타까웠어요. 그런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어떤 논리를 갖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항상 그런 마음이 짐으로 작용했어요. 그리고 힘든 모습을 보여주는 게 무의미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초반에 그 이야기가 있어야 우리가 떠나려고 하는 이유를 관객들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불친절하게 만들어진 부분이 있어서 관객들이 힘드셨겠지만, 그럼에도 같이 보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전의 서사를 친절하거나 극적으로 만들지 못한 이유는 저를 포함한 친구들이 겪는 문제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잘 몰랐을 당시에 영화가 제작되었기 때문이에요. 나는 내 뜻대로 무언가를 하려고 왔지만, 그 뜻이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문제를 계속 따지다 보면 너무 많은 문제들이 얽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는, 너무 힘든 상황에서 시작했어요.

 

이도훈: 영화 중반부에서는 도시 생활에서 몰려오는 피로의 극단이 어디인지 보여준다면, 남해로 내려가는 과정에서는 지리적으로 끝인 지점으로 달려가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어요. 형식적으로 하나 더 여쭙고 싶은데, 최초로 공개된 버전에서는 자막이 없었잖아요. 인물들 간의 대화가 자막 없이 그냥 소리로만 전달되다 보니 내용을 따라가기 힘들었는데, 이번 버전에는 모든 대화에 자막을 집어넣으셨어요. 그렇게 바꾸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향진: 이게 제 첫 영화인데, 제작지원을 받게 되면서 감사하게도 상영까지 보장되었고 그덕에 한번 하고 싶었던 대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런데 저조차도 이 영화를 완성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다 보니 영화관에서 40분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 관객들이 따라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첫 상영 이후 하게 되었어요. 우선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조금이라도 더 나눌 수 있도록 안 들리는 부분을 자막으로 명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저는 박향진 감독님의 영화 마지막 장면이 궁금합니다. 음악 자체도 절묘하게 주제와 잘 맞닿은 것 같아 음악에 대해 이야기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불편한 영화제> 같은 경우 너멍굴영화제는 어떤 영화를 트는 지에 대한 내용이 누락되어 있는 것 같아 그에 대한 설명을 해주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향진: 마지막에 집 계약하는 모습을 넣을까, 친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넣을까,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넣을까 고민했어요. 근데 어떤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지금 당장 말하기는 어렵잖아요. 생계를 아직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고요.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마지막은 우리가 이만큼 변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정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노래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은 많은 일을 지나서 이 정도 변한 우리의 모습이 현재를 조금 더 견딜 수 있게 해준 것 같다는 생각을 드러낸 장면이에요. 그리고 그 노래는 친구들이 같이 가사를 멜로디에 붙여서 약 한 달 동안 만든 곡이에요. 이 노래도 관객들과 나누고 싶어서 엔딩에 집어넣게 되었습니다.

 

허건: 1회 영화제 경우에는 슬로건이 궤도를 벗어나다였어요, 그리고 제가 독단적으로 영화 세 편을 골라서 보여드렸어요. 근데 너멍굴영화제의 공간 자체가 넓게 트인 공간이다 보니 속도감이 떨어진 영화를 상영하면 관객분들이 몰입하기가 상당히 힘들더라고요. 2회 영화제에서는 프로그램팀과 함께 올해 열린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상영한 영화들을 성실히 관람한 뒤 네 편 정도를 선택했어요. 2회 슬로건은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은 여기였고, 영화제 섹션 슬로건은 ‘2등급 전문점으로 정했어요. 이 둘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기준으로 등급을 나누고, 우리를 주류/비주류로 나누는지에 대한 질문을 관객들과 공유해보고 싶었어요. 형식이 2등급으로 여겨지는 영화, 또 내용 자체가 2등급으로 여겨지는 영화들을 선택해 올해 영화제에서 상영했습니다.

 




이도훈끝으로 인사와 함께 향후 계획을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허건: 끝까지 남아주셔서 감사드리고요. 2회 너멍굴영화제를 준비하는 당시 비가 엄청 많이 내렸어요. 걱정도 많이 했는데, 놀라울 정도로 영화제 당일만 비가 안 내렸어요. 영화제에 신기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3회 영화제를 준비하는데 엄청난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더 열심히 준비할 테니 관객으로 참여해주신다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박향진: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면서 저의 불친절한 영화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악을 집어넣은 장면이 저희가 조금이나마 행복해진 순간이었는데, 너무 힘든 순간 속에서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 행복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이도훈: 두 분께서 앞으로 하시는 활동이 잘 되기를 바라면서 이 자리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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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필름 10 | 아름다운 것.txt

일시 2018년 10월 13일(토) 오후 7시 / 상영 후 GV

상영작 <이름들> <겨울꿈>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

관람료 7,000원



 예매하기 

맥스무비 http://bit.ly/2vULqyh

예스24 http://bit.ly/an5zh9

다음 http://bit.ly/2qtAcPS

네이버 http://bit.ly/OVY1Mk




<이름들 Names>

신이수, 최아름 | 2013 | 25분 | Fiction


15회 대구단편영화제

8회 대단한 단편영화제

16회 정동진독립영화제

31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시놉시스 

첫 번째 시집을 막 출간한 젊은 시인 현철은 자취방 열쇠를 고향 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오늘 하루 해야 할 일이 많다.


 연출의도 

동시대에 나의 친구들이, 우리들의 시인들이 근근이 살아 있다. 그것이 참 고맙다.



<겨울꿈 Winter Dreams>

김태진 | 2015 | 25분 | Fiction


17회 대구단편영화제

21회 인디포럼

41회 서울독립영화제


 시놉시스 

신입 교사 정미는 오늘도 혼자 집에 가지 못하고 있다. 백일장 탓에 할 일은 산더미, 오랫동안 준비해 온 시집 구상도 잘 풀리지 않아 힘에 부치는데 낯선 얼굴의 제자 소정이 찾아온다. 역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연출의도 

무언가를 좇아 정신없이 달려가다 보면 나조차 그걸 왜 좇고 있었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 Passing over the Hill>

방성준 | 2017 | 23분 | Fiction


18회 전북독립영화제

16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11회 서울노인영화제

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17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


 시놉시스 

요절한 아들의 시집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으로 한글을 공부하던 정숙은 시집의 마지막 페이지를 필사하던 날, 서울에 있는 아들의 대학교를 찾는다. 그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아들의 흔적과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정숙은 그 언덕을 찾고 싶다. 


 연출의도 

각자의 삶에서 넘어서야 하는 ‘언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언덕을 통과한 그녀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길.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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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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